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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Author: 최한울
콰당.

임서준은 리커가 집어던진 차를 있는 힘껏 피했다.

길을 에돌아 가려 했더니 되레 원위치로 돌아왔다.

가장 짧은 직선거리에 리커가 있으니 아예 돌아갈 수가 없었다.

괴물은 마치 폭탄을 집어 던지듯 세단 한 대를 내던졌다.

무슨 수를 써서든 이 괴물을 비좁은 거리로 끌고 가서 죽여야만 한다.

임서준은 재빨리 머리를 굴리다가 뒤에 차들이 적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고급 주택 6층.

도난 방지 창문에서 이제 막 포기하려던 윤제 건설 대표가 불현듯 자동차 경적을 들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내려다봤더니 임서준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역시 돈의 유혹을 물리칠 인간은 없다.

윤제 건설 대표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최후의 비명을 질렀다.

“저 여기 있어요! 얼른 구해줘요. 20억 드릴게요. 차든 여자든 원하는 건 다 드릴게요.”

한편 임서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반지에서 미리 준비한 소방 도끼를 꺼냈다.

그의 절반만큼 큰 빨간색 소방 도끼를 마음껏 휘두르자 제시음이 또다시 울렸다.

[띠, 소방 도끼 일반용입니다.]

[일반 퀄리티 무기로써 쉽게 칼날을 말릴 수 있습니다.]

임서준은 제시음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종말 게임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든 죄다 해당 정보가 울릴 테니까.

다만 총기든 화약이든 기본 정보 말곤 능력치에 대한 상세 설명이 없다.

종말 게임 특유의 장비만이 능력치와 특수 능력을 지닌다.

임서준은 윤제 건설 대표를 등지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이에 안달이 난 대표가 사색이 되어 속으로 구시렁댔다.

방금 가죽 벨트를 꽁꽁 싸매서 손의 부담을 덜었으니 망정이지 그는 진작 기운이 빠져서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

“60억 줄게요! 더는 욕심 부리지 말아요. 나 죽거든 아무 소용 없잖아요.”

집안의 여자 좀비는 얼굴이 서서히 변형되었다.

예쁘장했던 얼굴은 길쭉한 형태로 변했고 그 남자의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200억! 200억 줄게요! X발 나 좀 구해달라고!”

그 남자는 눈물범벅이 되었다.

여자 좀비가 마구 발악하며 상반신이 그의 몸에 닿았다.

썩어빠진 피부와 미끄덩거리는 촉감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경비실 앞.

임서준이 한 손으로 도끼를 들고 공간 반지에서 꺼낸 흥분제를 쭉 들이켰다.

탁!

별안간 약제가 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났다.

[띠, 파워+1, 에너지+1, 민첩도+1.]

[띠, 폭발력 50% 증가, 인내력, 저항력 30% 증가, 공격 속도 20% 증가.]

뛰어난 효과에 임서준은 심장이 빨리 뛰고 약물 분자가 뇌혈관 장벽을 그대로 통과했다.

심장은 북 치듯 쿵쾅대고 온몸의 근육이 팽창했으며 수중의 도끼는 훨씬 가벼워졌다.

역시 전생에서도 구하기 힘든 약제라 종말 도구가 아님에도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전생에 임서준은 일반인으로서 도아린 가족을 데리고 역경을 물리칠 때 이 약제가 큰 도움이 됐다.

도망칠 때 우연히 몇 병 챙기지 않았더라면 도아린 가족은 제쳐두고 임서준 본인마저도 좀비의 손에 죽어 나갔을 것이다.

체내의 막강한 파워를 느끼며 임서준은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콰광.

단지 입구에 마구 세워둔 차들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거대한 몸체의 괴물 리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던 윤제 건설 대표는 그 순간 목이 꽉 멨다.

‘바로 지금이야!’

임서준은 망설임 없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두 다리를 살짝 굽히더니 바닥에 금이 갔다.

정처 없이 몸을 돌리면서 두 손으로 폭탄을 높이 들어 올린 것처럼 도끼를 들었더니 노을 아래 은은한 핏빛으로 물들었다.

“파워 풀 가동!”

각성자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파워+2, 민첩도+2, 에너지+2, 의지+2!]

순간 은은한 금빛이 임서준의 몸을 뒤덮었고 12급 파워가 눈 깜짝할 사이에 14급으로 올라갔다.

폭발적인 파워가 온몸을 감쌌다.

“죽어!”

임서준은 있는 힘껏 도끼를 내리꽂았다.

날카로운 도끼 칼날은 리커의 두개골을 그대로 쪼개버렸다.

장작을 패듯이 거인 같은 이 괴물을 반으로 가르자 체내의 짙은 보라색 근육 조직이 훤히 드러났다.

“아우...”

리커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몸체는 도끼에 찍혀서 두 동강이 났고 외부에 드러난 두개골도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임서준은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0급 각성자의 파워를 초월하면서 리커를 그 자리에서 참살해버렸다.

퍽.

리커는 겨우 거대한 앞발로 차를 짓누르며 다시 일어섰다.

차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서 납작해졌지만 리커는 다시 임서준에게 공격하지 못했다.

한 방에 안 되니 임서준이 재빨리 그의 공격을 피해버렸으니까.

조심스럽게 리커를 둘러싸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임서준...

사실 리커는 각 안전 구역의 악몽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진작 연구에 나섰다.

수많은 비참한 대가를 치르면서 얻은 결과, 리커는 속도가 빠르지만 방향 전환이 아주 느리다.

거대한 두 발로 모든 걸 파괴할 순 있으나 선뜻 방향을 틀지 못한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 점을 캐치한 임서준은 요리조리 방향을 틀어가며 리커의 사각지대로 숨었다.

사실 이 괴물은 인간이 혼자 대항할 만한 스케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각성자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1급은 돼야 맞서 싸울 수 있다.

...

창가에 매달린 윤제 건설 대표는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섬뜩한 괴물은 겉모습만 봐도 멘탈이 털릴 지경이었으니까.

리커는 분노가 극에 달해 날카로운 두 발로 주위를 마구 할퀴어놓았다.

금속 차체는 마치 종잇장처럼 그의 발에 할퀴어 갈기갈기 찢어졌다.

다만 이보다 더 끔찍한 건 임서준이 지금 이 괴물과 맞서 싸운다는 현실이다.

나름 현란한 몸놀림을 지닌 줄로만 알았더니 괴물과 거의 맞먹는 실력이었다.

이게 과연 인간이 지닐 파워가 맞을까?

쾅, 쾅!

차들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줄줄이 뒤집혔다.

한편 임서준은 리커가 내던진 차를 날렵하게 피하고 곧장 방향을 틀었다.

괴물은 어느덧 1분 넘어 공격을 가했고 단지 입구가 텅텅 비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차량을 폭탄 내던지듯 임서준에게 내던졌으니까.

다만 임서준은 그 약제를 먹은 후 민첩도가 14포인트에 도달해 이런 공격 따위 끄떡없었다.

아무리 매서운 공격일지라도 목표물에 적중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니까.

이에 괴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우웅.

리커는 허리를 숙이고 괴성을 질렀다.

머리가 반쯤 잘려나갔더니 상처가 서서히 드러났다.

괴물은 마지못해 허리를 숙이고 재부팅 하는 피부 하에 뇌 조직이 훤히 드러났다.

‘바로 지금이야!’

임서준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더는 체력을 아끼지 않았다.

리커의 강력한 공격을 피하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고 또다시 온몸의 파워를 끌어올렸다.

“에너지 폭발!”

마치 폭탄이 터지듯 파워를 내뿜으며 속도를 최대치로 올리고 리커의 거대한 몸체를 몇 번 짓밟으며 하늘 높이 몸을 치솟았다.

그 순간 근육이 팽창하고 허리춤에서 힘이 끓어오르며 수중의 소방 도끼를 마구 흔들었다.

“부셔!”

태산으로 깔아뭉갤 듯한 파워가 도끼에 전해지며 아주 정확하게 두개골이 날아간 괴물의 뇌를 내리찍었다.

도끼 손잡이가 부러지고 거대한 힘 탓에 두 동강이 났다.

그 도끼는 뇌를 찍은 후 계란을 휙휙 젓듯이 리커의 뇌를 믹스해버렸다.

[띠, 1급 변이 좀비 리커를 격살하였습니다.]

[에너지 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방어 도구를 획득하였습니다. 근육 조직 1포인트 성장, 화이트.]

[이 근육 조직은 탄력이 강한 변이체 근육으로 화이트 방어 도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민첩 능력치 1포인트 추가.]

[평가, 종아리 부위의 근육 조직으로 족류 도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획득하여 도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리커의 척추, 화이트 획득.]

[평가, 실용적인 장비이므로 가공 전에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콰당.

리커의 거대한 몸체가 서서히 바닥에 기울었고 흰색 빛이 순식간에 시신에서 날아 나오더니 임서준의 체내로 들어갔다.

[에너지 검측, 경험 패널 작동.]

[목하 각성자 등급 0단계(1/2).]

[목하 플레이어 등급 0단계(1/2).]

[1명 격살 후 다음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리커가 죽은 걸 확인한 후에야 임서준은 허리를 반쯤 숙이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는 안간힘을 다해 리커를 겨우 죽였다.

종말 게임에서 변이된 좀비 혹은 야수를 죽여야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일반 좀비는 죽은 뒤 아무런 작용이 없으니 경험치를 쌓을 수 없다.

하여 일반 플레이어나 각성자나 등급을 올리려면 변이체를 격살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이 좀비는 실력이 막강하여 0급 각성자가 대항할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다.

하여 전생에도 수많은 각성자들이 죽을 때까지 0급에만 머물러 있었다.

미리 약제를 준비하여 강력한 천부적 재능을 획득하지 않는 한 이런 괴물 앞에서 목숨을 내다 바치는 거나 다름없다.

임서준은 휴식할 새도 없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뒤를 돌아봤더니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렸던 윤제 건설 대표가 어느덧 바닥에 떨어져서 피바다를 이뤘다.

여자 좀비에게 손가락을 물린 건지 아니면 스스로 손을 놓은 건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여자 좀비는 창문을 비집고 나오려고 머리가 변형되고 기계적으로 입을 쫙 벌렸다.

더는 망설일 새가 없다.

아파트 입구에 생명체가 없다는 확인한 임서준은 오른손을 들고 흰색 빛을 번쩍이더니 리커의 시신을 공간 반지에 쭉 넣었다.

변이된 좀비 리커는 시신 전체가 보물덩어리였다.

시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료들뿐만 아니라 이 시신 자체로 수많은 능력치 장비를 가공할 수 있어 방탄복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다만 지금은 시간이 촉박하니 일단 공간 반지에 넣어두는 수밖에 없다.

...

화인 아파트 단지.

한 소녀가 무릎을 끌어안고 방구석에 움츠린 채 눈물범벅이 되었다.

“오빠, 서준 오빠 곧 올 거야.”

그녀는 휴대폰을 꼭 잡고 걸상에 앉은 안정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좀 전에 임서준의 문자를 받은 후 두 사람은 줄곧 그를 기다렸다.

“으악!”

손발이 묶인 채 걸상에 앉은 안정우가 나직이 고함을 질렀다.

거대한 통증을 못 버티고 이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쇠사슬이 마구 흔들리며 귀청이 째질 듯한 소리를 냈다.

“오빠... 이러지 마. 나 너무 무서워.”

안하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안정우의 얼굴은 피부가 서서히 벗겨져 나가서 해골처럼 섬뜩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그녀는 기댈 곳이라곤 오직 오빠밖에 없는데 지금 이 지경이 됐어도 딱히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절망에 휩싸인 안하경은 몸을 파르르 떨면서 무기력하게 임서준만 기다렸다.

벽시계가 째깍째깍 소리를 냈고 그녀는 애원에 찬 눈길로 굳게 잠긴 문을 바라봤다.

문밖에는 좀비들이 정처 없이 철문을 긁을 뿐 임서준의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오빠, 꼭 버텨야 해! 서준 오빠가 무조건 구해줄 거야.”

안정우는 충혈된 두 눈으로 겨우 이성을 다잡고 말했다.

“서준아!”

잠긴 목소리로 겨우 말을 내뱉는 안정우를 바라보며 안하경은 희열을 금치 못했다.

지구 종말을 맞닥뜨린 후 그는 처음 맑은 정신으로 말을 내뱉었으니까.

쾅쾅!

별안간 인기척을 느낀 좀비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철문은 거대한 진동을 못 이기고 슬슬 변형됐다.

한편 안정우는 또다시 이성을 잃고 미쳐 발광하기 시작했다.

쇠사슬이 흔들리고 손목을 꽉 조여 맸더니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굳게 잠긴 수갑이 풀려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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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 사태 전 가치로 계산한다면 초능력 식물 한 그루가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그뿐만 아니라, 임서준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바로 그 추가 속성이었다.‘독성 저항치 +20%?’이건 뜻밖의 행운이었다.임서준은 초능력 식물이 특수 효과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독성 저항치라는 이 추가 저항은 실로 실용적었다.이 저항치는 단순히 좀비화 시간을 늦추는 게 아니라, 저항력에 따라 일정량의 독소를 아예 무효화시키는 능력이었다.좀비에게 살짝 스치거나 긁히는 정도의 상처라면 임서준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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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자는 고마운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갈수록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또 소란을 피운다면, 임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한 방에 차려던 참이었다.멀리 있는 좀비들이 이미 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가게 입구가 좁아서 짧은 시간 안에 초능력 식물을 찾지 못한다면...시간만 끌다가 대량의 좀비를 불러오게 되면 그조차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터였다.지폐가 바닥에 떨어지자 뚱뚱한 꽃집 주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땅에 떨어진 돈을 주웠다.그녀는 도끼를 든 온주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 지구 종말의 생존 법칙   26 화

    “옆차기!”임서준은 힘을 모아 몸을 돌리며 가까운 좀비를 걷어찼다.표준적인 군사 격투 기술의 발차기였다.쿵!입에 피와 살점을 가득 문 좀비가 막 반응하려는 순간, 포탄처럼 셔터 쪽으로 날려가살점이 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멀리서 배회하던 좀비들이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들어가요!”쿠웅!임서준이 문을 난타하며 상반신만 남은 좀비를 발로 짓밟았다.온주아도 뒤이어 비틀거리며 도끼를 휘둘러 마지막 좀비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꽃집 2층, 창문 뒤에서 엿보던 한 쌍의 눈은 충격과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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