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속도는 날렵했다.개조된 엔진은 굉음을 내며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높였다.임서준은 헬멧도 쓰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임했다. 다가오는 고속 기류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뒤에서 간간이 아파트 주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런 일 때문에 멈출 리가 없다.개조된 오토바이는 검은색 잔영이 되어 화성 고속도로를 질주했다.길옆에 무너진 차와 처참하게 죽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난간에는 부러진 팔뚝들이 마치 신선한 돼지고기처럼 걸려 있었다.임서준은 각성 후의 실력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아주 민첩하게 골목의 장
별안간 온주아가 이렇게 말했다.“뛰어가면 살아남을 확률이 있어요. 선바이저는 발로 툭 차면 부러져요. 계속 여기 있어봤자 저녁에 기온이 떨어지고 우린 결국 아무런 희망도 없을 거예요.”그녀는 차분하게 말하면서 뒷짐을 진 오른손에 열쇠 꾸러미를 꽉 잡고 있었다.‘뭐라고?’이건호는 희열을 띄며 옆 차를 바라봤다.이 차를 진작 발견했지만 넘어갈 수가 없다.하지만 온주아가 차 지붕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하니 여기서 바로 뛰어가면 된다.‘어떡하지? 뛰어가 말아?’거리가 살짝 멀어서 감히 뛸 엄두가 안 났다.한편 온주아는 말을
그것은 바로 변이체였다.온주아의 정보를 결합해보면 전생에서 소문으로 듣던 변이체와 너무 흡사했다.각성자가 아니지만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고 이런 류의 사람은 생존자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극히 드물다.이건 그야말로 수천만 분의 일이나 될까 하는 확률이었다.종말이 오기 전 이런 사람들은 흔히들 도사나 무당으로 살아왔다.각성자처럼 막강한 무력과 초자연적인 파워를 지닌 게 아닌 의지 능력치의 변이체에 속한다.그들의 의지는 강화되기 전에도 일반인들의 최대치인 10포인트를 뛰어넘는다.지구 종말 이후 변이체는 0급짜리 일반
시력이 좋은 임서준은 온주아가 좀비에게 잡혀 차 꼭대기에서 끌어내려질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온주아가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그는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지만 변이체로 추정된 사람이 죽는다면 이는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물론, 전제는 그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에너지 폭발!”임서준이 낮게 외쳤다. 연한 금색 빛이 몸 주위로 반짝이다가 사라지더니 신비한 파동이 일어나며 힘이 급격히 증가했다.천부적 재능을 연 그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검은 환영처럼 고속도로에서 질주하기 시작했다.아주 짧은 시간에
임서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녀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렸다.온주아는 임서준의 말을 듣고 몸을 떨다가 입술을 깨문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역시...’그녀는 비참하게 웃으며 옷깃을 꼭 쥔 채 벗지 않으려고 몸을 움츠렸다.탁.임서준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더니 짜증난 표정으로 한 걸음 다가가 차체에 박힌 쿠크리를 한 손으로 뽑았다.그는 온주아의 생각을 알고 있었지만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인내심이 없었고 설명할 의무도 없었다.온주아는 피로 물든 칼날을 바라보며 비장한 생각마저 들었다.임서준의 무서운 실력에 그녀는 반항
“헉.”온주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이때 임서준은 이미 상의를 벗고 탄탄한 몸매와 뚜렷한 복근을 드러냈는데 이는 헬스나 훈련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근육과는 달랐다.각성 후 ‘구원자' 템플릿을 로드한 그의 몸은 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강화되어 있었다. 길고 날렵한 사지, 매끄러운 바디라인, 옥처럼 투명한 피부를 가지게 되었으며 과장되지 않았지만 튼튼한 근육은 그 안에 숨겨진 무시무시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꽤 멋진데...’온주아는 마음 한구석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가 순간 당황하며 털어버렸다.
소녀는 수줍어하며 간신히 하얀 가슴을 가렸다.“네, 맞아요.”임서준은 이런 세부사항에 신경 쓰지 않고 단지 시계를 힐끗 보며 은근히 조급해 했다.“거절해도 될까요?”온주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들었다.‘모든 일이라고? 그럼 나의 생사까지 이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잖아?’“거절할 수 있지만 아마 죽을 수도 있어요.”임서준은 자신의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가 온주아를 구한 건 그녀가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만약 협조하지 않는다면... 말을 듣지 않는 변이체는 죽여버리는 게 나았다.변이체는 전투에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해
[종말 베이스 차량(업그레이드 가능): 길이 10m, 너비 5m, 높이 5m.][이 베이스 차량은 두 가지 형태를 가지며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음.][주의: 형태를 바꿀 때마다 대량의 초능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낭비를 대비해 배치 위치를 신중히 선택해야 함.]안전지역 형태. 베이스 차량이 전개되면 100㎡ 규모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활동 요새로 변형될 수 있음. 경무기(돌격 소총, 핸드건, 백병 공격)를 막아낼 수 있으며 손상 시 초능력을 이용해 천천히 수리할 수 있음. 안전지역 배치 후 자동으로 초능력을 흡수.]무장 주행 형태
복도 끝에서 임서준은 잠시 멈춰 서서 생각에 잠겼다.그는 전생에 이 호텔에서 한 마리의 변이체가 나타났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인지는 몰랐다.그 변이체는 사람들에게 블러드 마녀라고 불리는데 그 수단이 극도로 잔혹했다.비록 실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말세 초기에는 윤제시의 모든 생존자가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였다.이유는 간단했다. 블러드 마녀는 학살을 즐겼고, 그녀 손에 죽은 플레이어들은 모두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다.“설마 층마다 하나씩 청소하며 찾아야 하나?”임서준은 중얼거리며 약간 난
수정은 임서준이 전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모습에 얼굴에 초조함이 감돌았다.복도에 널브러진 좀비 시체들은 너무나도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김 청장님, 일단 저 사람 뒤를 따라가는 게 나을까요?”김국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지난 이틀 동안, 그는 좀비가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다. 만약 임서준이 복도를 정리하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임서준이 점점 멀어지는 모습에 두 사람은 허둥지둥 뒤를 따라가며 뛰기 시작했다....8층.무거운 방화문을 밀어젖힌 임서준의 시선이
그는 현재 각성자 레벨로나, 플레이어 레벨 모두 단 한 마리의 변이체만 처리하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1단계 상승하는 순간, 그의 전투력은 질적인 도약을 이룰 것이 분명했다.곧 있을 변이체와의 혈전에서 온주아가 함께한다면 오히려 발목만 잡힐 뿐이다.그녀의 진정한 가치는 며칠 후 각성하여 임서준과 함께 봉합자와의 전투에 참여하거나, 후에 세력을 구축할 때 정신력을 제공하는 후방 요원으로 해야 할 역할이었다.온주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화 속 여자 조연처럼 쓸데없이 강한 척하는 멍청이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옥상 문의 철제 자물쇠를 맨손으로 비틀어 뜯어내고 난 임서준은 온주아를 데리고 비상계단을 통해 호텔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이미 오후 시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호텔의 창문들은 모두 꽁꽁 닫혀 있었고, 전력 공급이 끊긴 탓에 실내는 어둑어둑했다.9층 복도에는 몇 마리 좀비들이 의미 없이 배회하고 있었다. 빨간 카펫 위에는 검붉은 반점들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고급 벽지로 장식된 통로 벽면에는 피가 튄 듯한 패턴이 선명했다.상반신만 남은 여성 좀비가 한 손으로 비틀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 뒤로는 남학생처럼 생긴
“괴... 괴물이다!”꽃집 주인의 비명에 좀비들은 더욱 광포해져 문 앞에 쌓인 진열대를 마구 들이받기 시작했다.멘탈이 진정으로 무너진 듯, 꽃집 주인은 뚱뚱한 체형과는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딸칵.방문이 안쪽에서 잠기더니 문 뒤로 무거운 물건을 끌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문을 막으려는 모양이었다.온주아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러나 오른손은 무의식적으로 임서준의 팔을 움켜쥐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2층의 닫힌 문을 향해 애처로운 시선을 던졌다.그녀는 꽃집 주인이 좀비를
임서준은 미칠 듯한 희열에 사로잡혔고 머리끝까지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1등급 초능력 식물과 2등급은 단순히 이름 한 글자 차이일 뿐이었지만 효과는 천지 차이가 났다.전생에서 무려 3년 동안, 그는 채팅창에서 단 한 번뿐인 2급 초능력 식물의 희미한 정보를 목격했을 뿐이었다.그 한 줄의 정보는 동부 전투 구역의 수십 명의 2계단 각성자들을 광적인 쟁탈전으로 몰아넣었다.결국 한 명의 2급 최정상급 각성자가 자신의 팀원 수천 명을 죽음으로 내몬 끝에야 얻을 수 있었다.어째서 이런 곳에 2급 초능력 식물이 존재하는
종말 사태 전 가치로 계산한다면 초능력 식물 한 그루가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다.그뿐만 아니라, 임서준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바로 그 추가 속성이었다.‘독성 저항치 +20%?’이건 뜻밖의 행운이었다.임서준은 초능력 식물이 특수 효과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독성 저항치라는 이 추가 저항은 실로 실용적었다.이 저항치는 단순히 좀비화 시간을 늦추는 게 아니라, 저항력에 따라 일정량의 독소를 아예 무효화시키는 능력이었다.좀비에게 살짝 스치거나 긁히는 정도의 상처라면 임서준은 그냥
이 여자는 고마운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갈수록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또 소란을 피운다면, 임서준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한 방에 차려던 참이었다.멀리 있는 좀비들이 이미 소리를 듣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가게 입구가 좁아서 짧은 시간 안에 초능력 식물을 찾지 못한다면...시간만 끌다가 대량의 좀비를 불러오게 되면 그조차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터였다.지폐가 바닥에 떨어지자 뚱뚱한 꽃집 주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재빨리 땅에 떨어진 돈을 주웠다.그녀는 도끼를 든 온주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옆차기!”임서준은 힘을 모아 몸을 돌리며 가까운 좀비를 걷어찼다.표준적인 군사 격투 기술의 발차기였다.쿵!입에 피와 살점을 가득 문 좀비가 막 반응하려는 순간, 포탄처럼 셔터 쪽으로 날려가살점이 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멀리서 배회하던 좀비들이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들어가요!”쿠웅!임서준이 문을 난타하며 상반신만 남은 좀비를 발로 짓밟았다.온주아도 뒤이어 비틀거리며 도끼를 휘둘러 마지막 좀비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꽃집 2층, 창문 뒤에서 엿보던 한 쌍의 눈은 충격과 기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