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갑자기 눈빛이 흔들리고 몸이 긴장했다.“뭐라고요? 당신 누구예요?”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조롱하듯 한 마디만 남기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아들이 밤새 사라졌는데도 모르다니, 담도 크셔라.”‘아들이 밤새 사라졌다고?’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박윤우를 떠올리고 별장에 전화를 걸었다.두원 별장에서, 박윤우는 도우미가 한 아침밥을 막 다 먹고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호기심에 물었다.“엄마, 아저씨 찾았어?”엄마라는 단어를 듣자 긴장되었던 박민정의 신경은 한순간에 풀렸다.박민정은 조금 전 낯선 남자가 말한 아이가 박윤우가 아니라 김씨 가문에 있는 박예찬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윤우야, 집에 별일 없지?”“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래?”박윤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니야. 네가 별일 없으면 돼. 절대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말고 이모랑 집에 잘 있어.”박민정이 당부했다.조금 전의 전화가 그냥 스팸인 줄 알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한 공장 안에서.박예찬은 깨어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버려진 폐공장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문 앞에만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면서 순찰하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박예찬은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들었다.그제야 박예찬은 지금 자신이 납치를 당했고 어제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소리쳤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들었고 그 중 얼굴에 흉터가 있는 한 남자가 문을 열고 걸어들어왔다.“소리는 왜 쳐? 그냥 바지에 싸면 되잖아.”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박예찬은 목소리를 듣고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바지에 싸면 더럽잖아요. 게다가 지금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바지에 쌌다가 얼어 죽겠어요. 내가 죽으면 돈은 어떻게 가지려고요?”박예찬은 이들이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이유를 떠보려고 했다.어린 아이의 말이라 그런지 남자는
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는 박예찬의 말을 듣고 바로 거절했다.“내 휴대폰으로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그러지? 꼬맹아, 너 똑똑하네.”“아저씨, 전 그냥 휴대폰 게임하고 싶어서 그래요. 어디도 전화 안 할게요.”박예찬은 진심 가득한 눈빛을 드러냈지만 남자는 믿지 않았다.“조용히 해. 계속 말하면 네 입을 꿰매겠어.”박예찬을 할 수 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도망칠 기회를 찾았다.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어린아이가 혼자서 성인 남자와 맞서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심지어 남자 옆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이제 유일한 방법은 그가 있는 위치를 김인우에게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어젯밤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김인우는 아직도 박예찬을 찾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흉터 있는 남자는 절대 박예찬에게 통신 장치를 주려고 하지 않아서 다른 몇 사람에게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오늘 김씨 가문에서는 난리가 났다. 김훈은 박예찬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후 진주시를 뒤집어서라도 박예찬을 찾으라는 엄령을 내렸다.“도대체 누가 감히 우리 김씨 가문과 대적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알아내면 반드시 그놈 가죽을 벗기겠어.”김훈의 눈빛은 독기가 가득 찼다.그러고는 김인우를 꾸짖었다.“아이가 두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갔는데 찾으러 가지도 않다니,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김인우의 마음도 지금 무척 혼란스러웠다. 박예찬과 정이 든 것은 둘째 치고, 그 아이는 유남준의 아들이다.유남준이 자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제가 부주의한 탓이에요.”김인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를 납치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닌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아이를 데려가고는 전화를 한 통도 안 할까요?”“설마 그들 아니야?”김훈이 물었다.김인우가 건드린 집안은 유남준보다 더 많았다... 김인우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만약 그가 건드린 원수 집안에서 박예찬을 납치해 간 것이면 아이는 이미 죽었
유남준은 김인우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사람을 시켜 조금 전 박민정에게 걸려 온 전화번호에 대해 조사해 보라고 했다.그리고 김인우가 보낸 동영상을 받은 후 어제 그 화장실에 들어간 검은 복장의 사람들도 알아보라고 했다.김인우가 말했다.“남준아, 어제 윤우도 화장실에 들어갔었어. 그놈들은 윤우가 들어간 뒤에 따라 들어간 거야.”“그 말은 그놈들이 원래 윤우를 노렸었는데 잘못 납치했다는 거야?”“확실하지는 않아. 만약 그놈들이 우리 원수 집안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면 지금쯤 예찬이 일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연락하는 곳이 하나도 없어.”유남준은 오전에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전화했던 것을 떠올렸다.“알았어.”박민정은 오늘 왠지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조금 전에 걸려 온 전화를 생각하면서 옆에 있는 윤우를 보자 그제야 예찬이가 생각났다.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치면서 말했다.“임신한 뒤로 머리도 멍청해진 것 같아.”박민정은 곧바로 조하랑에게 전화했다.“하랑아, 예찬이 지금 거기 있어?”김인우는 조하랑에게 아직은 박민정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민정은 임신한 상태라 그 소식을 들으면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조하랑은 박민정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응, 여기 있어. 왜 그래?”“예찬이 지금 뭐 하고 있어? 전화 바꿔줄래?”박민정이 물었다.“지금은 전화 받기 좀 그래. 할아버지랑 바둑 두고 있거든.”조하랑이 답했다.“그래, 알겠어.”그제야 박민정은 안심하면서 전화를 끊었다....폐공장에서 얼굴에 흉터 있는 남자는 박민정가 다시 전화하지 않자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에게 전화했다.“사모님, 박민정 그 여자 자기 아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요. 어젯밤에 저희가 그 여자 아들을 데려왔는데 그 여자는 찾지도 않고 오히려...”“오히려 뭐?”“오히려 김씨 가문 사람들이 아이를 찾고 있어요.”남자는 누군가 자신들이 있는 폐공장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곧바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박민정은 몸집이 작은 박예찬이 끈에 묶여서 다리에 걸려 있는 것을 보자 당장 강에 빠질까 봐 걱정되었다.순간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박민정 씨, 저희 주인님께서 민정 씨가 진주시를 바로 떠나면 아이를 풀어주겠다고 하셨어요. 만약 민정 씨가 여기 계속 있으면 아이는 죽어요.”박민정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지금 당장 떠날게요. 그러니까 아이를 풀어주세요.”하지만 남자는 박예찬을 풀어주지 않고 윤소현이 말한 대로 했다.“말만 하면 안 되죠.”박민정은 차를 몰고 다리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지금 옆에 칼 있어요?”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없어요.”“그럼 뾰족한 물건을 찾아서 본인 얼굴을 긁어요.”남자는 반 평생 정수미를 따르면서 아이를 이용하여 여자 보고 얼굴을 망치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박민정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곧이어 수화기에서 비명을 들었다.박민정은 귀걸이를 빼고 뾰족한 부분으로 오른쪽 얼굴을 긁자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해... 했어요. 빨리 내 아들 내려줘요! 제발요!”박민정은 상대방이 자신과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박예찬을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얼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다.이게 바로 엄마의 본능이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당신이 정말 긁었는지 아니면 긁는 척 만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동영상 찍어서 보내요.”박민정은 차를 운전하면서 동영상을 찍어서 남자에게 보냈다.남자는 동영상을 보고는 박민정의 실행력에 탄복했다.그는 당장 동영상을 윤소현에게 보냈다.윤소현은 동영상을 보더니 한없이 기뻐했다.“엄마, 이제 박민정 얼굴에 흉터가 생겼는데 어떻게 유남우를 꼬시는지 보자고요.”정수미는 담담하게 흘끗 보더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이런 상황을 자신도 예전에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됐어. 소현아, 이쯤에
이때 유남준은 거의 다리에 도착했다. 그는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상대는 통화 중이라는 소리만 들렸다.이제 박예찬에 관한 일은 인터넷에도 퍼졌으니 박민정은 틀림없이 기사를 봤을 것이다.박민정이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유남준은 혹시나 아이가 다리에서 떨어질까 봐 이미 사람을 찾아 배 몇 척을 보냈다. 헬리콥터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시간이 촉박했지만 흉터 난 남자는 하늘에 있는 헬리콥터는 보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윤소현도 뉴스를 보고 있었다.“이 사람들 정말 멍청하네. 헬리콥터도, 배도 아이를 구하지 못할 텐데. 아저씨는 왜 아직도 끈을 자르지 않는 거야? 몇 초면 해결되는 일인데.”정수미는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다시 양딸을 쳐다보았다.“소현아, 이 아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윤소현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지금까지 자신이 가꿔오던 이미지가 떠올랐다.“엄마, 이 아이는 유씨 가문의 핏줄이 아닐 수도 있어요.”“그게 이 아이가 죽어야 하는 이유니?”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키운 딸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윤소현이 말했다.“엄마, 이게 다 엄마가 가르쳐 준 거잖아요. 뿌리를 제거하라고요! 만약 우리가 박민정의 아들을 풀어줬다가 이제 어른이 되어서 우리가 그 아이 엄마 얼굴을 망치게 한 사람인 걸 알게 되면 복수하려 할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정수미는 확실히 일을 해결 할 때 근본을 자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나 죽이지는 않는다. 박민정은 윤소현의 약혼남을 꼬셨을 뿐인데 그녀의 아들이 죽임을 당하게 생겼다.“소현아, 다음에는 그러지 마.”이때 정수미는 자신이 윤소현의 말을 지나치게 믿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민정은 아이가 있는 여자인 데다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인데 남의 약혼남을 꼬시지는 않을 것 같았다.“아저씨한테 전화하는데 왜 안 받죠?”윤소현은 아이가 아직도 죽지 않자 계속해서 흉터 난 남자에게 전화했다.남자는 높은
지금 박민정은 박예찬을 구하고 싶은 생각뿐이라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유남준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남준 씨, 우리 예찬이를 무사하게 구해주면 이혼 안 할게요. 남준 씨 옆에 남을게요...”박민정의 눈물은 얼굴의 피와 함께 흘러내려 유남준의 손등에 떨어졌다.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얼굴에 묻은 끈적끈적한 것을 만지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꼈다.“얼굴이 왜 그래?”그제야 유남준은 박민정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납치범들이 내 얼굴을 망가뜨리면 예찬이를 놓아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유남준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은 피로 끈적거렸다.“서다희, 의사를 불러!”그들은 사전에 의료팀도 불렀다. 의료팀은 도착하자 언제든 응급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서다희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난 괜찮아요. 의사에게 보일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거절했다.“말 들어. 예찬이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게.”유남준의 확신에 박민정은 조금 진정했지만 그래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유남준은 즉시 의사에게 박민정을 진찰해 달라고 부탁했다.의사는 박민정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깊은 상처가 어떻게 생겼을까?의사는 먼저 박민정 얼굴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반대편에서 헬리콥터는 마침내 박예찬이 있는 곳 바로 위에 도착했다. 헬리콥터 날개가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 사다리를 내리고 사람이 내려가서 아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김인우는 공포에 질려 지켜보면서 옆에 있는 박민정을 걱정했다.박예찬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을 보고 침착하게 그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린아이의 침착함에 놀랐다.[이 아이도 너무 대단해요. 저 같으면 겁 나서 다리에 힘이 빠졌을 거예요.][세상에. 드디어 아이를 안았네요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박예찬과 박민정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져 검진을 받았다.다행히 박예찬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박민정 얼굴의 상처가 더 심각했다.“박민정 씨 얼굴 부상이 너무 심각해서 낫더라도 흉터가 남을 것 같습니다.”의사는 검사한 후 말했다.“나중에 회복 수술이 필요할 것입니다.”박민정은 박예찬이 괜찮다면 얼굴 부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이제 그녀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박예찬을 납치했는지였다.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던 번호에 없는 번호가 되어 단서가 사라졌다.박예찬은 기억을 더듬어 정호철의 대략적인 초상화를 그렸다.“그 사람도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 한 짓이야. 누군가랑 통화하는 것을 들었어.”박예찬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전화로 지시한 사람이 나를 죽이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그 아저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여전히 겁이 나 꼭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박예찬은 거즈로 감싼 박민정의 오른쪽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이 아팠다.“엄마, 많이 아프지. 내가 호 불어줄까?”예전에 채소를 썰다가 손을 다치면 박민정은 항상 박예찬에게 불어달라고 했었다.아들의 착하고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본 박민정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래.”박예찬은 부드럽게 상처를 불어주었다.“이제 전혀 아프지 않아.”박민정은 박예찬을 안심시켰다.박예찬은 어리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구조될 때 박민정 얼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봤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도대체 누가 엄마의 얼굴을 망치고 싶어 한 거고 자신의 목숨도 원한 걸까?병실 밖에서 유남준과 김인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조하랑은 의사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현재 상황에 대해 이해한 후 조하랑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민정아,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예찬이를 잘 살피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어.”하지만 박민정은 조하랑을 탓하지 않았다.“하랑아, 이번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들이 나를 노리는
박민호는 옆에 있는 꽃을 발견하고 의자에 앉았다.“나랑 엄마는 뉴스 보고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서야 누나랑 내 조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어.”박민호가 설명했다.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누나에게 아이가 있는 거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어?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는데?”박민정은 이미 김인우와 조하랑더러 박예찬을 김씨 가문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박예찬이 지금 김씨 가문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나랑 한수민 씨는 이제 모녀 사이가 아닌데?”“무슨 그런 유치한 말을 해? 혈연관계가 누나가 끊는다면 끊어지는 거야?”박민호는 카드 하나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이건 엄마가 누나한테 주는 거야. 좋은 거 사 먹으래.”하지만 박민정은 그것을 받지 않았다.지금까지 한 번도 한수민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됐어. 나 돈 있어.”박민호는 자존심이 강한 누나가 절대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카드를 다시 넣었다.“도대체 누가 아이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 누나 얼굴은 왜 또 그렇게 된 거고?”박민호가 물었다.“너 몰라?”박민정이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박민호는 의아해하다가 곧 알아차렸다.“누나, 설마 내가 누나랑 조카를 해쳤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박민정은 그의 표정 변화를 유심히 살폈다.박민호는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그런 짓을 왜 해? 내가 아무리 그래도 내 친누나를 해치겠어? 이제 박씨 가문에 남은 사람은 누나랑 나뿐이야.”박민호는 한수민과 달리 연기를 잘 못한다.박민정은 그의 모습을 보고 이번 일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난 누나랑 유남준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것도 지금 알았다고.”박민호는 박민정이 자신을 오해할까 봐 계속 설명했다.“내가 멍청한 것도 아니고. 우리 박씨 집안과 유씨 가문 사이에서 나은 핏줄을 해치겠어?”박민정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너를 말한 거 아니니까 흥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