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46화

Author: 윤지
유남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유남준의 가슴을 찔렀다.

유남준은 침묵하고 유남우는 더욱더 기세등등해졌다.

“형, 민정이가 진심으로 형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민정이는 나에 대한 사랑을 형에게로 옮겼을 뿐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민정이가 형이랑 만나는 일 따위는 없었다고. 그거 알아? 예전에 민정이는 늘 내 팔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랑 꼭 붙어 있고 싶다고 했었어.”

유남준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박민정은 유남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유남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참 있다가 휴대폰을 박민정에게 돌려주었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

박민정이 의아해했다.

유남준은 팔을 들어 박민정을 자신의 품에 껴안으며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자 박민정은 유남준을 밀쳐냈다.

“이거 놔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이미 유남준에게 그냥 이렇게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고 시간이 필요하다가 말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남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옆에 있는 경호원들은 일제히 뒤로 돌아섰다.

유남준이 진지하게 말했다.

“민정아, 예전에 네가 나한테 썼던 편지들, 그거 다 진심이었어?”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고 사람을 헷갈렸을 뿐이라고 편지를 쓴 적 있다.

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갑자기 유남준이 왜 편지에 대해 묻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질문에 부정하지는 않았다.

“네.”

“그럼 어제저녁엔 왜?...”

“남준 씨 약 먹은 거 아니었어요?”

박민정이 되물었다.

유남준이 실수로 약을 먹지 않았다면 절대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남준은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그럼 민정이 너 해외에서 돌아온 후 왜 매번...”

“내가 말했었잖아요. 3년 동안 당신을 가진 적이 없어서 가져보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요.”

박민정이 대답했다.

이제 유남준의 기억도 돌아왔으니 박민정은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원래 인연이 아니다.

“이제 내 마음을 가졌으니 떠나겠다는 거야? 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47화

    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갑자기 눈빛이 흔들리고 몸이 긴장했다.“뭐라고요? 당신 누구예요?”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조롱하듯 한 마디만 남기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아들이 밤새 사라졌는데도 모르다니, 담도 크셔라.”‘아들이 밤새 사라졌다고?’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박윤우를 떠올리고 별장에 전화를 걸었다.두원 별장에서, 박윤우는 도우미가 한 아침밥을 막 다 먹고 엄마의 전화를 받으면서 호기심에 물었다.“엄마, 아저씨 찾았어?”엄마라는 단어를 듣자 긴장되었던 박민정의 신경은 한순간에 풀렸다.박민정은 조금 전 낯선 남자가 말한 아이가 박윤우가 아니라 김씨 가문에 있는 박예찬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다.“윤우야, 집에 별일 없지?”“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래?”박윤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니야. 네가 별일 없으면 돼. 절대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말고 이모랑 집에 잘 있어.”박민정이 당부했다.조금 전의 전화가 그냥 스팸인 줄 알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한 공장 안에서.박예찬은 깨어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버려진 폐공장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문 앞에만 몇 명이 왔다 갔다 하면서 순찰하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박예찬은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들었다.그제야 박예찬은 지금 자신이 납치를 당했고 어제 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소리쳤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외침을 들었고 그 중 얼굴에 흉터가 있는 한 남자가 문을 열고 걸어들어왔다.“소리는 왜 쳐? 그냥 바지에 싸면 되잖아.”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박예찬은 목소리를 듣고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바지에 싸면 더럽잖아요. 게다가 지금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바지에 쌌다가 얼어 죽겠어요. 내가 죽으면 돈은 어떻게 가지려고요?”박예찬은 이들이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이유를 떠보려고 했다.어린 아이의 말이라 그런지 남자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48화

    얼굴에 흉터가 난 남자는 박예찬의 말을 듣고 바로 거절했다.“내 휴대폰으로 경찰에게 신고하려고 그러지? 꼬맹아, 너 똑똑하네.”“아저씨, 전 그냥 휴대폰 게임하고 싶어서 그래요. 어디도 전화 안 할게요.”박예찬은 진심 가득한 눈빛을 드러냈지만 남자는 믿지 않았다.“조용히 해. 계속 말하면 네 입을 꿰매겠어.”박예찬을 할 수 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도망칠 기회를 찾았다.하지만...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어린아이가 혼자서 성인 남자와 맞서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심지어 남자 옆에는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이제 유일한 방법은 그가 있는 위치를 김인우에게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어젯밤에 돌아가지 않았으니 김인우는 아직도 박예찬을 찾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흉터 있는 남자는 절대 박예찬에게 통신 장치를 주려고 하지 않아서 다른 몇 사람에게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오늘 김씨 가문에서는 난리가 났다. 김훈은 박예찬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후 진주시를 뒤집어서라도 박예찬을 찾으라는 엄령을 내렸다.“도대체 누가 감히 우리 김씨 가문과 대적할 수 있단 말이냐? 내가 알아내면 반드시 그놈 가죽을 벗기겠어.”김훈의 눈빛은 독기가 가득 찼다.그러고는 김인우를 꾸짖었다.“아이가 두 시간 동안 화장실에 갔는데 찾으러 가지도 않다니, 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김인우의 마음도 지금 무척 혼란스러웠다. 박예찬과 정이 든 것은 둘째 치고, 그 아이는 유남준의 아들이다.유남준이 자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제가 부주의한 탓이에요.”김인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를 납치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닌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아이를 데려가고는 전화를 한 통도 안 할까요?”“설마 그들 아니야?”김훈이 물었다.김인우가 건드린 집안은 유남준보다 더 많았다... 김인우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만약 그가 건드린 원수 집안에서 박예찬을 납치해 간 것이면 아이는 이미 죽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49화

    유남준은 김인우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사람을 시켜 조금 전 박민정에게 걸려 온 전화번호에 대해 조사해 보라고 했다.그리고 김인우가 보낸 동영상을 받은 후 어제 그 화장실에 들어간 검은 복장의 사람들도 알아보라고 했다.김인우가 말했다.“남준아, 어제 윤우도 화장실에 들어갔었어. 그놈들은 윤우가 들어간 뒤에 따라 들어간 거야.”“그 말은 그놈들이 원래 윤우를 노렸었는데 잘못 납치했다는 거야?”“확실하지는 않아. 만약 그놈들이 우리 원수 집안에서 보낸 사람들이라면 지금쯤 예찬이 일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연락하는 곳이 하나도 없어.”유남준은 오전에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전화했던 것을 떠올렸다.“알았어.”박민정은 오늘 왠지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조금 전에 걸려 온 전화를 생각하면서 옆에 있는 윤우를 보자 그제야 예찬이가 생각났다.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치면서 말했다.“임신한 뒤로 머리도 멍청해진 것 같아.”박민정은 곧바로 조하랑에게 전화했다.“하랑아, 예찬이 지금 거기 있어?”김인우는 조하랑에게 아직은 박민정에게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민정은 임신한 상태라 그 소식을 들으면 충격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조하랑은 박민정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응, 여기 있어. 왜 그래?”“예찬이 지금 뭐 하고 있어? 전화 바꿔줄래?”박민정이 물었다.“지금은 전화 받기 좀 그래. 할아버지랑 바둑 두고 있거든.”조하랑이 답했다.“그래, 알겠어.”그제야 박민정은 안심하면서 전화를 끊었다....폐공장에서 얼굴에 흉터 있는 남자는 박민정가 다시 전화하지 않자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에게 전화했다.“사모님, 박민정 그 여자 자기 아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요. 어젯밤에 저희가 그 여자 아들을 데려왔는데 그 여자는 찾지도 않고 오히려...”“오히려 뭐?”“오히려 김씨 가문 사람들이 아이를 찾고 있어요.”남자는 누군가 자신들이 있는 폐공장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곧바로 부하들에게 말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50화

    박민정은 몸집이 작은 박예찬이 끈에 묶여서 다리에 걸려 있는 것을 보자 당장 강에 빠질까 봐 걱정되었다.순간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박민정 씨, 저희 주인님께서 민정 씨가 진주시를 바로 떠나면 아이를 풀어주겠다고 하셨어요. 만약 민정 씨가 여기 계속 있으면 아이는 죽어요.”박민정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지금 당장 떠날게요. 그러니까 아이를 풀어주세요.”하지만 남자는 박예찬을 풀어주지 않고 윤소현이 말한 대로 했다.“말만 하면 안 되죠.”박민정은 차를 몰고 다리 쪽으로 가면서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지금 옆에 칼 있어요?”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없어요.”“그럼 뾰족한 물건을 찾아서 본인 얼굴을 긁어요.”남자는 반 평생 정수미를 따르면서 아이를 이용하여 여자 보고 얼굴을 망치라고 한 것은 처음이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박민정이 쉽게 동의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곧이어 수화기에서 비명을 들었다.박민정은 귀걸이를 빼고 뾰족한 부분으로 오른쪽 얼굴을 긁자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해... 했어요. 빨리 내 아들 내려줘요! 제발요!”박민정은 상대방이 자신과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박예찬을 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얼굴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이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었다.이게 바로 엄마의 본능이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당신이 정말 긁었는지 아니면 긁는 척 만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동영상 찍어서 보내요.”박민정은 차를 운전하면서 동영상을 찍어서 남자에게 보냈다.남자는 동영상을 보고는 박민정의 실행력에 탄복했다.그는 당장 동영상을 윤소현에게 보냈다.윤소현은 동영상을 보더니 한없이 기뻐했다.“엄마, 이제 박민정 얼굴에 흉터가 생겼는데 어떻게 유남우를 꼬시는지 보자고요.”정수미는 담담하게 흘끗 보더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이런 상황을 자신도 예전에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됐어. 소현아, 이쯤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51화

    이때 유남준은 거의 다리에 도착했다. 그는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상대는 통화 중이라는 소리만 들렸다.이제 박예찬에 관한 일은 인터넷에도 퍼졌으니 박민정은 틀림없이 기사를 봤을 것이다.박민정이 잘못되어서는 안 된다.유남준은 혹시나 아이가 다리에서 떨어질까 봐 이미 사람을 찾아 배 몇 척을 보냈다. 헬리콥터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시간이 촉박했지만 흉터 난 남자는 하늘에 있는 헬리콥터는 보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윤소현도 뉴스를 보고 있었다.“이 사람들 정말 멍청하네. 헬리콥터도, 배도 아이를 구하지 못할 텐데. 아저씨는 왜 아직도 끈을 자르지 않는 거야? 몇 초면 해결되는 일인데.”정수미는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고 다시 양딸을 쳐다보았다.“소현아, 이 아이가 너한테 뭐 잘못했어?”윤소현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지금까지 자신이 가꿔오던 이미지가 떠올랐다.“엄마, 이 아이는 유씨 가문의 핏줄이 아닐 수도 있어요.”“그게 이 아이가 죽어야 하는 이유니?”정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키운 딸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윤소현이 말했다.“엄마, 이게 다 엄마가 가르쳐 준 거잖아요. 뿌리를 제거하라고요! 만약 우리가 박민정의 아들을 풀어줬다가 이제 어른이 되어서 우리가 그 아이 엄마 얼굴을 망치게 한 사람인 걸 알게 되면 복수하려 할 거예요. 그럼 어떡해요?”정수미는 확실히 일을 해결 할 때 근본을 자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나 죽이지는 않는다. 박민정은 윤소현의 약혼남을 꼬셨을 뿐인데 그녀의 아들이 죽임을 당하게 생겼다.“소현아, 다음에는 그러지 마.”이때 정수미는 자신이 윤소현의 말을 지나치게 믿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민정은 아이가 있는 여자인 데다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인데 남의 약혼남을 꼬시지는 않을 것 같았다.“아저씨한테 전화하는데 왜 안 받죠?”윤소현은 아이가 아직도 죽지 않자 계속해서 흉터 난 남자에게 전화했다.남자는 높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52화

    지금 박민정은 박예찬을 구하고 싶은 생각뿐이라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유남준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남준 씨, 우리 예찬이를 무사하게 구해주면 이혼 안 할게요. 남준 씨 옆에 남을게요...”박민정의 눈물은 얼굴의 피와 함께 흘러내려 유남준의 손등에 떨어졌다.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얼굴에 묻은 끈적끈적한 것을 만지고 나서야 이상함을 느꼈다.“얼굴이 왜 그래?”그제야 유남준은 박민정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납치범들이 내 얼굴을 망가뜨리면 예찬이를 놓아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유남준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은 피로 끈적거렸다.“서다희, 의사를 불러!”그들은 사전에 의료팀도 불렀다. 의료팀은 도착하자 언제든 응급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서다희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네!”“난 괜찮아요. 의사에게 보일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거절했다.“말 들어. 예찬이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게.”유남준의 확신에 박민정은 조금 진정했지만 그래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유남준은 즉시 의사에게 박민정을 진찰해 달라고 부탁했다.의사는 박민정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깊은 상처가 어떻게 생겼을까?의사는 먼저 박민정 얼굴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반대편에서 헬리콥터는 마침내 박예찬이 있는 곳 바로 위에 도착했다. 헬리콥터 날개가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두려워 사다리를 내리고 사람이 내려가서 아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김인우는 공포에 질려 지켜보면서 옆에 있는 박민정을 걱정했다.박예찬은 누군가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을 보고 침착하게 그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어린아이의 침착함에 놀랐다.[이 아이도 너무 대단해요. 저 같으면 겁 나서 다리에 힘이 빠졌을 거예요.][세상에. 드디어 아이를 안았네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53화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박예찬과 박민정은 모두 병원으로 옮겨져 검진을 받았다.다행히 박예찬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박민정 얼굴의 상처가 더 심각했다.“박민정 씨 얼굴 부상이 너무 심각해서 낫더라도 흉터가 남을 것 같습니다.”의사는 검사한 후 말했다.“나중에 회복 수술이 필요할 것입니다.”박민정은 박예찬이 괜찮다면 얼굴 부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이제 그녀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박예찬을 납치했는지였다.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던 번호에 없는 번호가 되어 단서가 사라졌다.박예찬은 기억을 더듬어 정호철의 대략적인 초상화를 그렸다.“그 사람도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아서 한 짓이야. 누군가랑 통화하는 것을 들었어.”박예찬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전화로 지시한 사람이 나를 죽이라고 말한 것 같았지만 그 아저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여전히 겁이 나 꼭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박예찬은 거즈로 감싼 박민정의 오른쪽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이 아팠다.“엄마, 많이 아프지. 내가 호 불어줄까?”예전에 채소를 썰다가 손을 다치면 박민정은 항상 박예찬에게 불어달라고 했었다.아들의 착하고 이해심 많은 모습을 본 박민정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래.”박예찬은 부드럽게 상처를 불어주었다.“이제 전혀 아프지 않아.”박민정은 박예찬을 안심시켰다.박예찬은 어리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구조될 때 박민정 얼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봤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도대체 누가 엄마의 얼굴을 망치고 싶어 한 거고 자신의 목숨도 원한 걸까?병실 밖에서 유남준과 김인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조하랑은 의사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현재 상황에 대해 이해한 후 조하랑은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민정아,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예찬이를 잘 살피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어.”하지만 박민정은 조하랑을 탓하지 않았다.“하랑아, 이번 일은 너희 탓이 아니야. 그들이 나를 노리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554화

    박민호는 옆에 있는 꽃을 발견하고 의자에 앉았다.“나랑 엄마는 뉴스 보고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봐서야 누나랑 내 조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어.”박민호가 설명했다.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누나에게 아이가 있는 거 왜 우리한테 말하지 않았어?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는데?”박민정은 이미 김인우와 조하랑더러 박예찬을 김씨 가문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박예찬이 지금 김씨 가문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내 기억이 맞다면 나랑 한수민 씨는 이제 모녀 사이가 아닌데?”“무슨 그런 유치한 말을 해? 혈연관계가 누나가 끊는다면 끊어지는 거야?”박민호는 카드 하나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이건 엄마가 누나한테 주는 거야. 좋은 거 사 먹으래.”하지만 박민정은 그것을 받지 않았다.지금까지 한 번도 한수민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됐어. 나 돈 있어.”박민호는 자존심이 강한 누나가 절대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카드를 다시 넣었다.“도대체 누가 아이한테 그런 짓을 한 거야? 누나 얼굴은 왜 또 그렇게 된 거고?”박민호가 물었다.“너 몰라?”박민정이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박민호는 의아해하다가 곧 알아차렸다.“누나, 설마 내가 누나랑 조카를 해쳤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박민정은 그의 표정 변화를 유심히 살폈다.박민호는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그런 짓을 왜 해? 내가 아무리 그래도 내 친누나를 해치겠어? 이제 박씨 가문에 남은 사람은 누나랑 나뿐이야.”박민호는 한수민과 달리 연기를 잘 못한다.박민정은 그의 모습을 보고 이번 일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난 누나랑 유남준 사이에 아이가 있는 것도 지금 알았다고.”박민호는 박민정이 자신을 오해할까 봐 계속 설명했다.“내가 멍청한 것도 아니고. 우리 박씨 집안과 유씨 가문 사이에서 나은 핏줄을 해치겠어?”박민정은 그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너를 말한 거 아니니까 흥분하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4화

    아침이 밝자 의사가 집에 방문해 박민정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한 뒤 약을 처방했다.의사는 약을 꼭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복용하라고 당부했고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난 뒤 유남우는 그를 배웅하며 차 안에서 물었다.“1년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예전 일을 꿈에 꾸는 거죠?”의사는 차분히 대답했다.“그건 정상입니다. 어떤 최면이라도 환자가 과거를 완전히 잊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그리고 덧붙였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녀의 상태는 안정될 겁니다. 그때부터는 매달 치료를 받을 필요도 없어질 겁니다.”유남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네요.”그러나 의사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분이 예전에 알던 사람이나 익숙한 물건을 접하면 기억이 자극받아 최면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알겠습니다.” 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의사를 배웅한 후 그는 방으로 돌아와 박민정이 약을 다 복용하는 것을 확인했다.약을 먹은 박민정은 졸음을 느꼈지만 일자리 지원을 잊지 않았다.그녀가 고른 회사는 현지에 위치한 곳으로, 출장도 필요하지 않아 유남우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박민정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윤소현의 다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씨, 오늘 새해잖아요. 왜 아직도 안 와요? 집에는 나랑 다혜밖에 없는데, 우리랑 시간을 안 보내줄 거예요?”그녀의 말에도 유남우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소현아, 너도 알잖아. 나 지금 호산 그룹에서의 기반이 불안정해. 나도 다혜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하지만 윤소현은 물러서지 않았다.“대체 어떤 일이기에 꼭 외국에 있어야 하는 건데요? 그리고 언제쯤 돌아올 건데요?”그는 잠들어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며칠 후에.”“안 돼요! 늦어도 내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3화

    박민정은 유남우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저, 이제 자러 갈게요.”“그래.”유남우는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박민정은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다시 누웠다.그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박민정은 누워 있어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옆방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대체 왜 이러지?”박민정은 스스로에게 질문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최근 들어 유남우와의 관계에서 이유 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1년 전 깨어난 뒤로 박민정은 자신이 많은 기억을 잃었다고 느꼈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유남우와 관련된 몇 가지 일들뿐이었다.그는 그녀에게 과거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일부 기억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외에서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했다.새벽이 되어서야 박민정은 겨우 잠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몽에 시달렸다.꿈속에는 유남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 남자는 성격이 매우 거칠었다.박민정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당신 누구예요?”남자는 눈가가 붉어진 채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날 잊은 거야?”그의 말에 박민정은 혼란스러웠다.갑자기 남자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너를 찾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그러더니 강제로 무언가를 하려 했다.박민정은 몸부림치며 외쳤다.“놔요! 제발 놔요!”그 순간, 그녀는 깨어났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왜 이런 꿈을 꾸는 거지?”여전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끼며 박민정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다시 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방의 등을 켜고 핸드폰을 들어 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스크롤을 내리던 중 여러 구인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박민정은 자신이 예전에 외국어에 능숙했던 기억은 있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비서직이나 번역 관련 공고를 보며 흥미를 느꼈다.그때 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2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묻자 박민정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저, 밖에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지난 1년 동안 그녀는 유남우의 돈으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아왔다.하지만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된 만큼 스스로 자립하고 싶었다.모든 걸 그에게만 의지하며 그의 어깨에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박민정은 그가 기꺼이 허락할 거라 생각했지만 잠시 침묵을 지킨 유남우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혹시 사고 싶은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다 해결할게.”“아니에요.”박민정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오빠가 준 돈도 다 쓰지도 못해요. 그냥 내 힘으로 해보고 싶어서 그래요. 오빠한테 계속 의지하는 것도 싫고요.”“그게 왜 의지야? 난 너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어.”그는 말을 마치며 대화를 끝내려는 듯 덧붙였다.“알겠지? 자, 이제 밥 먹자. 일 얘기는 나중에 하고.”그의 단호한 태도에 박민정은 더 이상 강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저녁을 먹은 뒤 박민정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요즘 그녀는 집안일을 하고 나면 독서나 TV 시청으로 하루를 때웠는데 그런 단조로운 일상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껴졌다.어느새 유남우가 그녀의 등 뒤에 다가왔다.“민정아.”“응?”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맑은 그녀의 눈을 마주한 유남우는 순간 목울대가 꿈틀거렸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박민정의 옆얼굴에 닿았다.“왜 그래요?”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박민정은 얼어붙은 듯 물었다.하지만 유남우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곧이어 몸을 기울이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박민정은 긴장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그를 보지 못했다.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결과 그의 입맞춤은 그녀의 옆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1화

    여느 때처럼 박예찬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화면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옆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박윤우가 한마디를 던졌다.“두 녀석이 이제 겨우 한 살 좀 넘었잖아. 뭘 안다고 그래?”박윤우는 한숨을 쉬며 다시 문을 닫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아휴, 저 애들 꼴값 떠는 거 정말 못 봐주겠어.”그는 투덜거리면서 박예찬 옆으로 다가가 함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화면에는 어딘가의 거리 CCTV 영상이 떠 있었다.1년 전부터 여전히 엄마의 흔적을 찾지 못한 박예찬은 세계 곳곳의 CCTV 영상을 끌어모으며 단서를 찾고 있었다.시간이 날 때마다 두 아이는 거리 CCTV를 뒤져 엄마의 모습을 찾으려 애썼다.“뭔가 찾았어?”“아니... 아직 없어.”박예찬의 목소리엔 실망감이 묻어났다.그는 다른 지역의 영상을 다시 띄우며 끈질기게 화면을 지켜보았다.그렇게 두 아이는 꼼짝하지 않고 화면 앞에서 모든 영상을 체크하고 있었다.한편, 집 안은 시끌벅적했다.정수미는 두 외손자들과 놀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윤소현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자기 딸이 소외되는 것이 못마땅해 아이를 안고 내려왔다.“엄마, 요즘 다혜를 너무 안 챙기시는 것 같아요.”박민정 사건 이후로 정수미는 윤소현에게 좋은 감정이 없었다.그래도 겉으로는 치우치지 않으려 유다혜를 받아 안으며 말했다.“다혜야, 외할머니가 너한테도 선물 사왔단다.”하지만 아직 몇 개월밖에 안 된 유다혜에게 줄 만한 건 옷 몇 벌뿐이었다.윤소현은 자기 딸에게 주어진 옷 몇 벌과 박민정의 네 아이에게 보내진 고가의 선물들을 비교하며 질투심이 치밀었다.“엄마, 어릴 때부터 늘 딸이 최고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편애하시면 안 되죠. 예찬이랑 윤우에겐 개인 비행기를 사주시면서 우리 다혜는 옷 몇 벌이 다예요?”정수미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다혜는 아직 어려서 그래. 나중에 크면 당연히 비행기도 사줄 거야.”정수미는 윤소현의 이런 불만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30화

    고영란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의 말투를 들으며 왜 이런 여자가 유씨 가문에 시집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상류층의 여인 다운 기품이 없었다.“그럼 남준이는? 아직도 안 왔어요?”잠시 망설이던 집사가 대답했다.“큰 도련님은 지금 두원 별장에 계십니다. 설날엔 안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박민정을 찾지 못한 유남준이 아직도 우울에 빠져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고영란은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 이제 음식 준비 부탁해요.”“네.”집사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영란은 두 아이를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식탁에는 윤소현, 박윤우, 박예찬 그리고 고영란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오늘따라 식탁이 아주 썰렁하게만 느껴졌다.“고기 많이 먹어.”고영란은 두 아이에게 음식을 덜어주며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윤소현은 두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을 쏟는 고영란을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불편한 마음을 안고 음식을 먹었다.그때, 식탁으로 다가온 집사가 말했다.“사모님, 정 대표님이 오셨는데요.”정수미는 박민정이 자신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박민정의 행방을 찾는 동시에 네 명의 외손자들을 자주 찾아왔다.그녀는 이제라도 박민정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상하기 위해 외손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고 있었다.“고마워요.”고영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미를 맞이하러 갔다. 그리고 윤소현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고영란의 뒤를 따라나섰다.하지만 박윤우와 박예찬은 식사에만 집중하며 정수미의 등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이들 역시 이제는 정수미가 엄마의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복잡했다.“엄마, 저녁 식사 중이었는데, 같이 드실래요?”윤소현은 웃는 얼굴로 정수미에게 말했다.하지만 정수미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이미 먹고 왔어. 이번에는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야.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소현은 정수미의 냉한 태도를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9화

    1년 후, 설날.해외의 어느 한 소도시.박민정은 직접 송편을 빚으며 설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유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우 오빠, 언제 도착해?”유남우는 이미 공항에 도착한 상태였다.“아마 저녁 9시쯤 도착할 거야.”“알겠어. 기다리고 있을게.”박민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남우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그래도 배고프면 먼저 먹고 있어. 알겠지?”“알겠어, 나도 바보 아니거든.”박민정이 웃으며 대꾸했다.곧 비행기를 타야 했던 유남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지난 1년 동안 그는 박민정을 여러 장소로 옮기며 정기적으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왔다.그로 인해 박민정은 많은 것을 잊어버렸고 이제는 유남우와 유남우가 만들어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었다.유남우는 가족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지는 않았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도 그저 일 때문이라고만 둘러댔다.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설날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마침 걸려온 박민정의 전화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올해 설 만큼은 박민정과 함께하고 싶었다.그 시각, 유씨 가문의 집.윤소현은 방 안에서 쉴 새 없이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짜증 내고 있었다.“왜 이렇게 울기만 하는 거야?”베이비 시터가 다가와 말했다.“배가 고픈 모양이네요. 제가 데리고 나가서 우유 먹일게요.”“얼른 데리고 가, 얘 정말 짜증 나 죽겠네.”윤소현은 아들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아이가 딸이라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돌이 지난 두 남자아이와 함께 있던 고영란의 모습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밀려왔다.“어머님, 편애가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다혜 울고 있는 건 들리지도 않으세요? 손자들 돌봐주실 시간은 있으시면서 손녀는 신경도 안 쓰시네요?”고영란은 그녀의 불평에 눈살을 찌푸렸다.고영란은 손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다혜에게는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다.윤소현이 낳은 딸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8화

    “정말 실망이다.”정수미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윤소현은 힘겹게 일어나 그녀를 쫓아가며 말했다.“엄마, 함미현 일 기억 안 나세요? 저도 그때처럼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엄마도 아시잖아요.”정수미는 함미현 얘기가 나오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네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정말 함미현한테 진실을 안 물어봤을 것 같니?”그 말에 윤소현의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설마 정수미가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조사를 마쳤을 줄은 몰랐다.“함미현 일은 제가 다 말씀드렸잖아요. 엄마가 어렵게 찾은 딸을 잃게 될까 봐, 혹시라도 진실을 알게 되면 상처 받으실까 봐 그랬던 거예요.”정수미는 그 말에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랬다고? 그런데 미현이는 네가 박민정이 친딸이라는 걸 알고 그랬다고 하던데. 내가 평생 친딸을 못 찾게 하려고 미현이한테 연기시킨 거라더라.”윤소현이 변명해 보려고 했지만 정수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제 거짓말 좀 그만해. 너 계속 이럴 거면 나도 더는 너 내 딸로 인정 못 해.”그 말에 윤소현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정수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소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진짜 딸을 찾았다고 이제는 날 버리겠다는 거야? 박민정을 원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걸 어째. 박민정한테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윤소현이 중얼거렸다.밖으로 나온 정수미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비서의 기척을 느꼈다. 비서는 애써 정수미를 위로해주며 말했다.“아가씨께서는 아무 문제 없으실 겁니다.”정수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난 정말 실패한 엄마야. 친딸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바로 옆에 내 딸을 두고도 못 알아봤어. 그런 주제에 양딸이 그렇게나 버릇없이 굴었는데도 난 계속 감싸기만 하다가 내 친딸을 해칠 뻔했어. 아마 민정이는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겠지.”비서를 통해 알아본 박민정은 마지막으로 정수미를 만났던 날, 심각한 모욕을 당하고 조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 소식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7화

    박예찬은 연락이 닿는 순간, 박윤우가 서둘러 물었다.“형, 엄마 어떻게 됐어?”박예찬 역시 박윤우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금방 수술을 마치고 나온 동생을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무슨 소리야, 그게? 엄마 잘 계셔.”박윤우는 형마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형까지 나를 세 살 먹은 어린아이로 생각하는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가 날 보러 안 왔다는 건, 분명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잖아. 그리고 요즘 아빠도 거의 매일 밖에만 있고, 정민기 아저씨도 요즘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들었어. 엄마 실종된 거 맞지?”박예찬은 동생이 이 정도로 많이 알고 있을 줄 몰랐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더는 숨기지 않았다.“맞아, 엄마 실종됐어. 그리고 아직도 못 찾았고.”“어떻게 그럴 수 있어?”박윤우는 확신 어린 소식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걱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엄마 납치당한 거 아니야?”“그럴 가능성도 있지.”박예찬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넌 이제 막 수술을 끝냈으니까 잘 쉬어야 해. 절대 다른 사람들 걱정시키지 말고, 엄마 돌아오실 때까지 건강하게 있어야 해. 그래야 엄마도 기뻐하실 거야.”박윤우는 자신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알겠어.”전화를 끊은 아이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최근 며칠 동안 정수미도 손자들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었다.지금 그녀는 밀려오는 후회를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박민정을 조금만 더 일찍 찾았더라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그날, 윤소현은 풀려났다.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곧장 정수미에게 달려가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했다.“엄마, 저는 다시는 못 돌아오는 줄 알고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그 나쁜 놈이, 유남준이 저를 가둬놨어요. 너무 어둡고, 너무 조용해서 미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임산부를 그런 곳에 가둬놨어요!”정수미는 그런 윤소현의 불쌍한 표정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26화

    유남준의 수염은 덥수룩하게 자라있었고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 전반적으로 초췌해 보였다.“이지원 조사하고 왔는데, 민정이의 실종과는 아무 관련도 없던데요. 나한테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만약 윤소현이 임신 중인 아이가 유씨 가문의 아이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정수미의 양녀만 아니었다면 유남준은 당장이라도 윤소현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윤소현의 수려한 얼굴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그럴 리 없어요, 이지원이 분명 저한테 그랬다고요. 박민정이랑 그 두 아이들 처리해준다고...”윤소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남준은 천천히 윤소현의 앞으로 다가갔다.“말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정말로 이지원이었어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윤소현이 다시 대답했다.유남준은 바닥나버린 인내심에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윤소현은 다시 어둠과 침묵 속에 갇혀 버렸다.“남준 씨, 얼른 저 내보내 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 제발 나 좀 꺼내달라니까!”그제야 윤소현은 자신이 유남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밖으로 나온 유남준은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찍혀있었지만 그중 일부는 정수미에게서 온 것들이었고, 다른 몇 통은 고영란에게서 온 것이었다.그는 제일 먼저 정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시죠?”“유 대표, 민정이 소식은 있나요?”정수미가 조심스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없습니다.”유남준이 대답했다.정수미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더욱 절망스러워졌다.“그럼... 소현이는 어떻게 됐나요?”윤소현은 어릴 때부터 정수미가 직접 지켜봐 왔던 아이였고, 그 아이와 깊은 정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이었다.“소현 씨도 아무 일 없습니다.”“그럼, 소현이 좀 풀어줄 수 있을까요?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정수미가 다시 물었다.정수미는 어렸을 때부터 온갖 호사만 누리며 살아온 윤소현이 그런 감금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수미 본인 역시 윤소현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