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조하랑은 이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강연우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법정에 박민정과 유남준 사이의 감정이 없어진 것과 유남준이 어떻게 박민정에게 정신적 폭력을 했는지에 관한 모든 증언을 다시 한번 진술했다...하지만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없는 것을 본 판사는 판결하려고 할 때 갑자기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그러자 판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제가 바람을 피웠어요.”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유남준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하던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사실 저와 유남준 씨는 원래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요. 강 변호사님이 제가 돌아온 반년에 그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했어요. 인정합니다.”“하지만 저는 단지 복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예전에 유남준 씨는 저를 널려있는 헌신짝 취급을 했어요. 남편이 아내에 관한 관심은 하나도 없었기에 속으로 많이 원망했어요. 진수시를 떠난 4, 5년 동안 매 한 순간이 전부 악몽이었어요. 악몽마다 유남준 씨가 나타났고 꿈에서 다른 여자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저를 버렸어요. 제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건 알코올만이 저를 마비시키고 잠시나마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강연우는 박민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건 박민정 씨가 아직 유남준 씨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그러자 박민정은 웃으며 물었다.“사랑, 강 변호사님은 사랑을 아세요?”강연우는 말문이 막혔다.“사랑은 갑자기 분비되는 호르몬과도 같아요. 호르몬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져요.”박민정은 말하며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제가 예전에 유남준 씨를 사랑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가 몇 번이고 저에게 상처를 줄 때, 사랑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그는 제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알게 해줬어요. 이번에
강연우는 직업이 변호사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세심했다.수상한 외국인 몇 명이 차를 몰고 떠나자 그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반면 유남준은 직접 차를 몰았고 박민정은 조수석에 탔다.법정에서 박민정이 했던 말이 생각난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정말 이혼하고 싶어?”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다시 묻고 싶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당신이 이혼을 해준다면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냥 자유로워지고 싶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에 목이 살짝 메어왔다.그는 더 이상 화제를 이어가지 않고 물었다.“법정에서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야?”그러자 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그녀는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만약 남준 씨가 이혼을 여전히 원치 않으신다면 정말 제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릴 거예요.”박민정도 이건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남준은 무엇보다 자신의 체면을 중히 여겼고 힘겹게 일으켜 세운 회사가 이런 일 때문에 영향을 받는 건 더더욱 지켜볼 수가 없었다.“날 위협하는 자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유남준은 심각한 어조로 천천히 그녀에게 물었다.그러자 박민정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는 계속하여 말했다.“갑자기 생각난 일인데, 몇 년 전에 어떤 부동산 회사 회장이 나보고 자기 땅으로 우리 회사의 1,000억 원이 되는 프로젝트를 바꾸자고 했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를 망가뜨린다고 했지. 결국에 며칠 뒤에 사람들은 그를 강에서 건져냈어.”박민정도 생각이 났다.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한동안 그는 매우 기분이 나빴고 자주 화를 냈다.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그녀는 누군가가 강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고 유남준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박민정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저는 단지 이혼만 하고 싶을 뿐이에요.”“하지만 난 싫단 말이야!”유남준은 차
밖에는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박민정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귓가에선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만 들렸다.“임신했다고요?”“네! 임신 8주째입니다.”고영란은 의사의 말을 듣고 박민정을 바라보는 눈에 분노가 사라지고 놀라움이 더해졌다.8주라면 두 달 전이고 그때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살았다.그러면 그녀가 임신한 건 유남준의 아이였다.“의사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배 안의 아이가 무슨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돼요.”“걱정 마세요. 사모님.”하지만 고영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자기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박민정의 배 속에 있는 손자는 절대 별문제가 있으면 안 되었다.그녀는 병실을 떠나 유남준을 보러 갔다.바로 이때.박민정은 지친 두 눈을 겨우 뜨고 나니 마침내 사방이 똑똑히 보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아랫배에 얹고 시선은 붕대를 감은 자기 다리를 보았다.“민정 씨, 깨셨어요?”간호사가 약을 준비하다가 깨어난 박민정을 보고 물었다.박민정은 마른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제 아이는...”“아이는 괜찮아요. 민정 씨는 피부 외상을 입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다리를 조금 심하게 다쳤어요.”간호사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당시 어떤 남성분이 민정 씨의 앞을 막아줘서 그나마 민정 씨는 다행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조수석은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그러자 박민정은 대뜸 물었다.“유남준 씨는 지금 어때요?”수술하는 동안 그녀는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유남준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간호사가 이렇게 대답하자 박민정은 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자 간호사가 그러는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지금 일어나신다 해도 유남준 씨를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 먼저 좀 쉬세요.”박민정은 아직도 머리가 좀 어지러웠기 때문에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
밖에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고 창밖의 대나무 한 그루가 쌓인 눈에 눌려 휘어졌다.간호사가 박민정에게 저녁밥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몇 입밖에 먹지 못했다.고영란은 언제 문을 밀고 들어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닫았다.이전의 화려했던 모습에 비해 고영란은 지금 유난히 초췌하고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바라보며 직접 물었다.“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너와 남준이의 아이지?”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아니에요.”그러자 고영란은 이마를 찌푸렸다.하지는 그녀는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고 다시 말했다.“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동안 넌 내내 남준이와 함께 있었어.”그러자 박민정은 되물었다.“잠잘 때도 우리를 지켜본 건 아니잖아요?”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유남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박민정은 배 속의 아이가 남준이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설마 앞으로 유씨 집안을 정말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억울했다.그래서 그녀는 박민정의 침대 곁으로 와서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민정아, 예전에 내가 너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었던 건 인정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 네 배 속의 아이가 분명히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박민정은 고영란이 강한 여자인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뺏어갈 것이라고 짐작했다.“어머님, 이미 할 말은 다 했어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아드님에게 물어보세요.”고영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유남준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무슨 염치로 남준에게 물어보라고 해? 남준이는 널 구하려고 다쳐서 지금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어. 의사가 남준이의 두 눈이 유리에 찔려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두 눈이 유리에 찔려 완전히 망가졌다.박민정은 넋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영란을 쳐다보았
그러자 고영란은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갔다.박민정도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2층 중환자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외에 누구도 2층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병실로 다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단지 유남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의 두 눈도 제발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서였다.얼마 후에 경호원이 문을 두드렸다.“박민정 씨, 사모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그러자 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와 2층으로 향했다.조하랑의 말처럼 2층 구역의 경비는 매우 엄격했다. 경호원과 의료진 외에는 고영란 한 사람뿐이었다.경호원이 앞장서서 고영란에게 말했다.“사모님, 박민정 씨가 왔습니다.”“알았어.”고영란은 병실 문으로 걸어가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남준이가 널 만나고 싶어 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어들어갔다. 그녀는 머리와 눈에 붕대를 가득 두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그의 주위에는 의료기기가 가득 꽂혀 있었고 붕대 때문에 그의 완전한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에서 허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유남준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멀찌감치 그를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박민정이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유남준은 손을 들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민정아...”“...”유남준은 줄곧 그녀를 박민정이라고 불렀다.박민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제가 왔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들은 그는 비로소 안심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나 지금 너무 아파, 민정아.”박민정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애교를 부리는 유
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녀도 예전에 이 방법을 사용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유남준 씨, 연기하지 마요.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은 거 다 알아요.”유남준의 손안이 텅 비자 그는 다시 허공을 더듬기 시작했다.“민정아, 어디 있어?”그는 앞이 안 보이니 그저 손으로 한바탕 앞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방금 다 처치를 마친 상처가 금방이라도 다시 터질 것 같았다.그는 매우 심각한 부상에다가 방금 세게 움직였기 때문에 머리가 큰 돌에 맞은 것처럼 강한 통증을 느꼈다. 간호사는 그에게 진정제 주사를 놓아주자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하지만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민정아...”의사는 박민정과 고영란을 밖으로 불러냈다.“박민정 씨, 더 이상 환자를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진단에 따르면 유 대표님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진탕과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기억을 잃었습니다.”“연기하는 게 아닙니다. 국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많습니다.”박민정은 아까 유남준의 모습을 생각하며 물었다.“그런데 저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 거죠?”“우리가 수술할 때 유 대표님은 계속 민정 씨 이름을 중얼거렸어요. 이것이 바로 민정 씨를 기억할 수 있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고영란도 자기 아들이 박민정에게 이토록 정이 들 줄은 몰랐다.고영란은 방금 유남준이 박민정만 있으면 된다고 자기를 밀어냈던 장면을 생각하니 질투심이 들었다.“제 아들의 기억이 돌아올 수 있나요?”“이건 유 대표님 본인에게 달렸어요. 뇌신경 손상 질병은 아직 현대 의학으로 치료하기에 너무 부족합니다.”의사는 확신하지 못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눈은요? 회복될 수 있어요?”그러자 의사는 난처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고영란은 완전히 당황했다. 유남준이 눈이 멀고 기억까지 잃었으니 유앤케이 그룹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유남준이 교통사고가 나자 일부 주주들은 이미 냄새를 맡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박민정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남준은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소리로 박민정의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었다.“화장실에 좀 데려다 줄 수 있어?”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손을 뻗었다.“알겠어요.”그녀는 유남준을 부축해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 후 바로 떠났다.한참 후 갑자기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쿵!”박민정은 다급히 달려가서 문을 열어보니 유남준이 부주의로 세면대 위의 유리컵을 떨어뜨렸고 그는 허리를 굽혀 유리 조각을 주우려다가 손을 베어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일어나세요. 손을 다쳤어요.”박민정은 황급히 그를 막으려 했다.그러나 유남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고 어젯밤에 했던 물음을 다시 물었다.“나를 싫어하는 거야?”박민정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대답 없이 그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간호사를 불러서 일단 먼저 지혈하도록 할게요.”10분 후, 간병인이 와서 화장실을 청소하고 깨지기 쉽고 날카로운 물건들을 모두 교체했다.유남준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간호사가 그의 옆에서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었다.어린 간호사는 때때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있더라도 타고 한 고귀함을 숨길 수 없는 얼굴이었다.간호사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박민정 씨, 이제 다 되었어요.”“감사합니다.”간호사가 떠난 후 박민정은 몸을 일으켜서 병실 문을 닫았다.어제 유남준은 깊은 잠에 빠져 있어서 그녀는 미처 그의 상황을 묻지 못했다.비록 의사는 그가 뇌신경이 손상되어 기억을 잃었다고 했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믿지 못했다.“유남준 씨,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나요?”그녀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제 이름이 정말로 유남준이라 해요?”그러자 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설마 자기 이름 마저 잊은 거야?’“네.”“어젯밤 그 여자는 제 어머니였어요?”유남준은 기억을 잃었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대화 중에서 주도권을 차지했다. 원래 박민
유남준은 박민정을 안고 있던 두 손을 놓았고 그의 얼굴은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박민정은 그가 기억을 잃었다고 연기했던 것이 자신한테 들켜서 원래대로 돌아온 줄 알았다.그래서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이혼 소송을 다시 제기하겠어요.”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밖에 나서자 고영란은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우리 남준이가 지금 이렇게 됐는데, 아직도 이혼을 고집해?”박민정은 지금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고영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우리 가정은 무너졌어요. 제 청력이 점점 나빠지고 중증 우울증에 걸렸을 때는 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신 아들이 저를 다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임신에 도움 되는 약을 한 봉지 한 봉지 줄 때는 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고영란은 할말이 없었지만 그만두려고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네 배 속에는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가 있어. 이대로 가면 안 돼. 이혼하더라도 넌 아이를 우리에게 남겨줘야 해.”박민정은 어젯밤에 고영란에게 배 속의 아이가 유남준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박민정은 냉소하며 말했다.“어머님. 전 이미 몇 번이고 말했어요. 제가 임신한 아이는 유남준 씨의 아이가 아니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유남준에게 물어보라고?’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정신이 혼미한 아들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은 후 그는 자기 이름도 모르는데 박민정 배 속의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다.“민정아,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난 네가 남준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줄 알았어. 넌 그리 훌륭하지는 않아도 착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 왜 이렇게 독한 사람이 되었어? 정말 구역질 나.”고영란은 홧김에 몇 마디하고는 문을 열고 유남준의 병실로 들어갔다.박민정은 퇴원 절차를 밟으러 갔다.병원을 나설 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