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유남준과 박민정의 이혼 소송 기사가 멀리 퍼져나가고 있었다.각 매체 기자들은 다 법원 밖에서 기다리면서 속보를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재판에서, 조하랑은 겨우 진정한 후 두 사람의 관계가 끝이 났다는 자료들을 재판에 건네두었다.이윽고 그녀는 유남준에게 질문했다.“유남준 씨, 유남준 씨는 원고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맞습니까?”유남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네.”“유남준 씨는 결혼 후 일부러 원고를 무시하고 차갑게 대했습니다. 맞습니까?”조하랑이 또 물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네.”“유남준 씨. 이 사진을 봐 주십쇼. 이건 유남준 씨의 첫사랑인 이지원 씨가 돌아온 후 유남준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조하랑이 유남준과 이지원이 클럽에서 찍힌 사진을 꺼내 들고 얘기했다.그녀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아무리 상대방이 강연우라고 해도 그녀는 박민정이 이 재판에서 패소하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유남준이 저녁 내내 이지원과 같이 있었던 것이 확실한지 잘 알지 못했기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유남준이 이지원과 함께 밤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유남준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네.”조하랑은 유남준이 이 사진을 승인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계속 물었다.“원고와 유남준 씨는 상업적 이유로 결혼한 것이죠. 원고의 부친이 사망하고 약속했던 재산을 받지 못해서 화가 나서 원고를 괴롭히고 바움 그룹을 쓰러뜨렸으며 바움 그룹을 사오기까지 했죠, 맞습니까?”“네.”유남준은 계속해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그가 한 일은 확실히 잘못된 일이다. 그도 알고 있다.한수민과 박민호의 일 때문에 박민정에게 화풀이하지 말았어야 했다.“유남준 씨, 원고는 이미 유남준 씨와 5년 동안 떨어져 살았습니다. 맞습니까?”유남준은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네.”조하랑은 모든 질문을 끝마쳤다.“존경하는 재판장님, 제 심
박민정은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먼 곳에 있는 사진들을 보았다. 사진에 뭐가 찍혔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강연우는 일부 사진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모두 예전의 일들이었다. 그녀가 임신하기 위해 유남준을 꼬시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었다.박민정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축 처진 손을 꼭 쥐었다.그녀는 이 일이 자신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칠 줄도, 유남준에게 이런 사진이 있을 줄도 몰랐다.조하랑은 그녀에게 이 사진들은 기껏해야 법원에서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이 있었다는 것밖에 인정할 수 없으니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이혼 조건 중 하나는 가정폭력과 유남준의 정신적 폭력이었기에 이 조건으로 충분했다.하지만 강연우는 그녀가 말하는 정신적 폭력에 대해 전부 부인했다.“재판장님, 상대방 변호사가 제 당사자가 정신적 폭력을 가했다고 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정신적 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의학적으로 판정할 수 있어요?”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말하면서 조하랑을 바라보았다.조하랑이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강연우는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조 변호사님, 혹시 병원 진단 결과를 받으셨나요?”그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조하랑은 호흡이 가빠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중증 우울증이 가장 좋은 증거 아닙니까?그러자 강연우는 시선을 돌려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알기로는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족 유전, 둘째는 질병 및 건강 문제, 셋째는 약물 및 알코올, 넷째는 성적인 요소,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사회적 및 외부적 요인입니다. 조 변호사님, 당신의 당사자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이 왜서 제 당사자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겁니까?”강연우는 증거를 제출하며 계속 말했다.“이건 제가 조사한 자료입니다. 박민정 씨는 결혼 2년 만에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박민정 씨의 어머니는 유명한 무용학자인 한수민 씨입니다. 한수민 씨는 정신과 감정을 받은 결과 가
휴게실 안.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연우에게 물었다.“그 사진들은 어디서 난 거예요?”예전에 박민정과 함께 있을 때도 그는 아무나 마음대로 앞에서 사진을 찍게 하지 않았다.강연우도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CCTV에서 따온 거예요.”지난번의 소송에서 진 이후로 그는 다시 자신 없는 변호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유남준은 살짝 놀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진을 CCTV에서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큰 작업이었다.“죄송하지만 조 변호사님은 안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내가 안 들어갈 테니 강연우를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할 말이 있어요.”밖에서 조하랑과 경호원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강연우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제가 가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네.”유남준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는 강연우의 야망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여자를 위해 자기가 출세할 기회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이혼 소송에서 양측 변호사는 대중의 시야에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팍!”복도에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연우는 제자리에 서서 반격을 하지 않았다.조하랑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이러면 됐지 이젠?”강연우가 차갑게 물었다.그러자 조하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넌 유남준의 변호사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넌 내 친구가 과거에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 알아? 유남준은 민정이를 다치지도 않았어. 하지만 유남준의 엄마는 민정이를 임신시키려고 많은 한약을 민정이에게 먹이면서 여러 가지 검사도 받게 강요했지. 그것도 모자라 민정이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도 그는 계속 다른 여자 생각만 했어. 그리고 민정이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직접 망쳐버렸어... 유남준은 민정이를 때린 적이 없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가 한 일은 여자를 때리는 것보다 더 악랄하고 파렴치해!”조하랑은 유남준이 했던 일을 하나하나씩 말했다. 그녀는 강연우가 예전처럼 정의를 수호하기를 바랐
다시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조하랑은 이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강연우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법정에 박민정과 유남준 사이의 감정이 없어진 것과 유남준이 어떻게 박민정에게 정신적 폭력을 했는지에 관한 모든 증언을 다시 한번 진술했다...하지만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없는 것을 본 판사는 판결하려고 할 때 갑자기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그러자 판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제가 바람을 피웠어요.”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유남준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하던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사실 저와 유남준 씨는 원래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요. 강 변호사님이 제가 돌아온 반년에 그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했어요. 인정합니다.”“하지만 저는 단지 복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예전에 유남준 씨는 저를 널려있는 헌신짝 취급을 했어요. 남편이 아내에 관한 관심은 하나도 없었기에 속으로 많이 원망했어요. 진수시를 떠난 4, 5년 동안 매 한 순간이 전부 악몽이었어요. 악몽마다 유남준 씨가 나타났고 꿈에서 다른 여자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저를 버렸어요. 제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건 알코올만이 저를 마비시키고 잠시나마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강연우는 박민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건 박민정 씨가 아직 유남준 씨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그러자 박민정은 웃으며 물었다.“사랑, 강 변호사님은 사랑을 아세요?”강연우는 말문이 막혔다.“사랑은 갑자기 분비되는 호르몬과도 같아요. 호르몬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져요.”박민정은 말하며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제가 예전에 유남준 씨를 사랑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가 몇 번이고 저에게 상처를 줄 때, 사랑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그는 제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알게 해줬어요. 이번에
강연우는 직업이 변호사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세심했다.수상한 외국인 몇 명이 차를 몰고 떠나자 그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반면 유남준은 직접 차를 몰았고 박민정은 조수석에 탔다.법정에서 박민정이 했던 말이 생각난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정말 이혼하고 싶어?”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다시 묻고 싶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당신이 이혼을 해준다면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냥 자유로워지고 싶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에 목이 살짝 메어왔다.그는 더 이상 화제를 이어가지 않고 물었다.“법정에서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야?”그러자 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그녀는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만약 남준 씨가 이혼을 여전히 원치 않으신다면 정말 제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릴 거예요.”박민정도 이건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남준은 무엇보다 자신의 체면을 중히 여겼고 힘겹게 일으켜 세운 회사가 이런 일 때문에 영향을 받는 건 더더욱 지켜볼 수가 없었다.“날 위협하는 자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유남준은 심각한 어조로 천천히 그녀에게 물었다.그러자 박민정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는 계속하여 말했다.“갑자기 생각난 일인데, 몇 년 전에 어떤 부동산 회사 회장이 나보고 자기 땅으로 우리 회사의 1,000억 원이 되는 프로젝트를 바꾸자고 했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를 망가뜨린다고 했지. 결국에 며칠 뒤에 사람들은 그를 강에서 건져냈어.”박민정도 생각이 났다.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한동안 그는 매우 기분이 나빴고 자주 화를 냈다.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그녀는 누군가가 강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고 유남준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박민정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저는 단지 이혼만 하고 싶을 뿐이에요.”“하지만 난 싫단 말이야!”유남준은 차
밖에는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쳤다.박민정은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는 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귓가에선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만 들렸다.“임신했다고요?”“네! 임신 8주째입니다.”고영란은 의사의 말을 듣고 박민정을 바라보는 눈에 분노가 사라지고 놀라움이 더해졌다.8주라면 두 달 전이고 그때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살았다.그러면 그녀가 임신한 건 유남준의 아이였다.“의사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배 안의 아이가 무슨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돼요.”“걱정 마세요. 사모님.”하지만 고영란은 안심할 수 없었다. 자기 아들이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알 수 없으니 박민정의 배 속에 있는 손자는 절대 별문제가 있으면 안 되었다.그녀는 병실을 떠나 유남준을 보러 갔다.바로 이때.박민정은 지친 두 눈을 겨우 뜨고 나니 마침내 사방이 똑똑히 보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아랫배에 얹고 시선은 붕대를 감은 자기 다리를 보았다.“민정 씨, 깨셨어요?”간호사가 약을 준비하다가 깨어난 박민정을 보고 물었다.박민정은 마른 입술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제 아이는...”“아이는 괜찮아요. 민정 씨는 피부 외상을 입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다리를 조금 심하게 다쳤어요.”간호사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그 당시 어떤 남성분이 민정 씨의 앞을 막아줘서 그나마 민정 씨는 다행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조수석은 가장 위험한 곳이었다.그러자 박민정은 대뜸 물었다.“유남준 씨는 지금 어때요?”수술하는 동안 그녀는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어렴풋이 들었다.“유남준 씨는 아직 중환자실에 있어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아요.”간호사가 이렇게 대답하자 박민정은 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러자 간호사가 그러는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지금 일어나신다 해도 유남준 씨를 만날 수 없어요. 그러니 먼저 좀 쉬세요.”박민정은 아직도 머리가 좀 어지러웠기 때문에 다시 누울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조
밖에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고 창밖의 대나무 한 그루가 쌓인 눈에 눌려 휘어졌다.간호사가 박민정에게 저녁밥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몇 입밖에 먹지 못했다.고영란은 언제 문을 밀고 들어왔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닫았다.이전의 화려했던 모습에 비해 고영란은 지금 유난히 초췌하고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병실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고영란은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바라보며 직접 물었다.“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너와 남준이의 아이지?”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했다.“아니에요.”그러자 고영란은 이마를 찌푸렸다.하지는 그녀는 가까스로 진정을 되찾고 다시 말했다.“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시간을 계산해 보면 그동안 넌 내내 남준이와 함께 있었어.”그러자 박민정은 되물었다.“잠잘 때도 우리를 지켜본 건 아니잖아요?”고영란은 말문이 막혔다.유남준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게다가 박민정은 배 속의 아이가 남준이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다.설마 앞으로 유씨 집안을 정말 다른 사람에게 내줘야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억울했다.그래서 그녀는 박민정의 침대 곁으로 와서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민정아, 예전에 내가 너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었던 건 인정해.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일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 네 배 속의 아이가 분명히 우리 유씨 집안의 아이잖아.”박민정은 고영란이 강한 여자인 것을 알았고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주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뺏어갈 것이라고 짐작했다.“어머님, 이미 할 말은 다 했어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아드님에게 물어보세요.”고영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유남준을 언급하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무슨 염치로 남준에게 물어보라고 해? 남준이는 널 구하려고 다쳐서 지금 아직도 중환자실에 있어. 의사가 남준이의 두 눈이 유리에 찔려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해.”두 눈이 유리에 찔려 완전히 망가졌다.박민정은 넋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영란을 쳐다보았
그러자 고영란은 서둘러 병실 밖으로 나갔다.박민정도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2층 중환자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외에 누구도 2층에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병실로 다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단지 유남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의 두 눈도 제발 아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에게 빚지고 싶지 않아서였다.얼마 후에 경호원이 문을 두드렸다.“박민정 씨, 사모님께서 오라고 하십니다.”그러자 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와 2층으로 향했다.조하랑의 말처럼 2층 구역의 경비는 매우 엄격했다. 경호원과 의료진 외에는 고영란 한 사람뿐이었다.경호원이 앞장서서 고영란에게 말했다.“사모님, 박민정 씨가 왔습니다.”“알았어.”고영란은 병실 문으로 걸어가서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남준이가 널 만나고 싶어 해.”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어들어갔다. 그녀는 머리와 눈에 붕대를 가득 두른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그의 주위에는 의료기기가 가득 꽂혀 있었고 붕대 때문에 그의 완전한 모습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박민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실에서 허약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누워있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녀는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유남준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멀찌감치 그를 바라보며 목이 메었다.박민정이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유남준은 손을 들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민정아...”“...”유남준은 줄곧 그녀를 박민정이라고 불렀다.박민정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제가 왔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들은 그는 비로소 안심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나 지금 너무 아파, 민정아.”박민정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애교를 부리는 유
박민정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입을 벌려 유남준의 팔을 물어버렸다.유남준은 팔에 느껴지는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 “박민정!”박민정이 입을 약간 열며 말했다.“얼른 나가요! 안 나가면 저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유남준은 서서히 두 손을 놓았다.“몸이 괜찮아지면 인터넷에서 찾아봐. 나는 절대 널 속이지 않았어.”그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박민정은 즉시 발코니의 유리문을 닫았다.머리가 그리 아프지 않게 된 그녀는 폰을 꺼내 유남준의 이름을 검색했다.곧바로 유남준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예전 호산 그룹의 대표였다는 것과 한 번 결혼을 했다는 내용뿐이었고 그 외의 정보는 거의 없었다.그가 유남우의 형이라는 건 사실이었다.박민정은 다시 자신과 유남준을 검색해 보았고 결국 두 사람에 관한 몇 가지 뉴스 기사를 발견했다.뉴스에 나온 내용은 유남준이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녀는 유남준과 정말로 결혼한 적이 있었다.이 사실은 박민정에게 마치 번개처럼 강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믿었던 유남우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왜?”그녀는 혼잣말을 했다.박민정은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고 과거의 자신이 작곡가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랬구나, 그래서 그 곡들이 그렇게 익숙할 수밖에 없었어...”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을 지금은 기억해낼 수 없는 걸까?그날 밤, 박민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하루 종일 자신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며 결국 그녀는 한 아이의 방송을 발견했다. 바로 유남준이 그날 영상 통화를 하자고 했던 그 아이였다.“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 돌아와요?”“여기 계신 아저씨, 아줌마들! 제 엄마 보시면 꼭 알려주세요.”박윤우는 카메라 앞에서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끝으로 박민정의 사진이 나왔다.이 영상은 올해 초에 공개된 것이었다.만약 유남준이 아이를 시켜 연극을 하게 한
박민정의 마음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빨리 나가요!”유남준은 그녀가 너무 흥분할까 봐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네가 봐야 할 사진도 있고 여러 가지 보여줄 것도 많아.”박민정은 무서워해야 마땅했지만 이상하게도 유남준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남준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고 자신의 폰을 건넸다.“지금 진주시에 없으니 내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온 사진이야. 우리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있어.”박민정이 무심코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화면을 열어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했다.사진 속에는 그녀, 또 두 명의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 그리고 유남준이 있었다.또한 그녀가 조하랑, 그리고 다른 몇 명의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유남준은 그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조하랑 기억나? 네 가장 친한 친구야. 그리고 이 사람들, 네 친구들인데 이름은 설인하, 진서연, 그리고 민수아야.”박민정이 그 말을 들으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까?“진짜예요?”그녀는 사진을 자세히 보았지만 편집된 것 같지 않았다.“당연히 진짜야.” 유남준은 대답했다. “내가 널 속일 리가 없잖아. 널 속인 사람은 유남우야.”박민정은 계속해서 다음 사진들을 넘겨보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는 쌍둥이 아기들의 사진이 나왔다. “이건 작년에 네가 막 낳은 아이들이야. 여긴 박현우, 박현진. 우리 아이들은 네 성을 따랐어. 나는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고.” 유남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박민정은 아기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그녀는 폰을 꽉 쥐며 말했다.“말도 안 돼요.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고요.”그녀는 기억해내기 위해 애썼지만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을 보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안았다.“괜찮아?”“약... 약 가져다줘요. 서랍에 있어요.”
유남우는 예전처럼 그만두지 않았고 계속해서 다가갔다.박민정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불편했다.“그만...!”박민정이 손을 들어 유남우의 접근을 막았다.“오빠, 지금은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유남우가 잠시 멈추더니 목젖을 살짝 움직였다.하지만 이번엔 그는 신사답게 멈추는 대신 박민정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민정아, 우리 진주시로 돌아가자. 가서 결혼해. 응?”박민정은 그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저... 결혼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그녀는 유남우에게서 몸을 빼내려 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유남우는 박민정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오빠, 이러지 말아요. 나 무서워...”그 순간, 박민정은 몸과 마음이 유남우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분명 이전에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들까?그 이유를 그녀 본인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원하지 않았다.유남우는 그런 박민정의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왜 박민정이 기억을 잃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는 걸까.그는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은 자신이 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고 지난 1년간은 그녀의 병 때문에 각방을 써왔었다.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자신이 유남우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억했다.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분명 그를 좋아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이미 자신의 첫 잠자리를 다른 사람과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유남우가 이렇게 오래 참아왔는데 그녀가 계속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고 유남우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그러나 그가 더 나아가려던 순간, 손끝이 차가운 감촉에 닿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 눈을 꼭 감은 채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의 가슴은 깊고 날카로운 고통으로 가득 찼다.유남우는 곧바로 옆에 있던 담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어요. 게다가 유석진이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려 하고 있습니다.” 홍주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일단 상황을 최대한 안정시켜. 곧 돌아갈게.”“도련님, 저 혼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고 사모님도 이미 도착했는데 유석진이 회의에서 그분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습니다!” 홍주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녀는 유남우가 해외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방치하고 떠날 일이 있는지 의문이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채 눈앞의 박민정을 바라보며 한순간 갈등에 빠졌다.유남준은 그의 통화 내용을 알아채고는 비웃듯 말했다.“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민정이를 책임지겠다는 거지?”말을 마친 유남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정의 눈앞에 내밀었다.“민정아, 이걸 봐. 이건 우리 결혼 증명서야.”박민정이 핸드폰 화면에 비친 결혼 증명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진 속에서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옆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증명서에는 두 사람 선명히 적혀 있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전화를 이어가지 않고 홍주영과의 통화를 끊어버렸다.“민정아, 이런 증명서는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어. 전혀 믿을 가치가 없어.”그러자 유남준이 도전적으로 물었다.“그렇다면 민정이가 나와 함께 진주시로 돌아가는 걸 허락할 수 있겠어?”유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정이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돌아가는 건 무리야.”“어디가 아픈 건데?” 유남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유남우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민정이 몸 상태조차 모르는 주제에 남편이라니. 우습지 않아?”그는 유남준을 무시한 채 대놓고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가자, 민정아. 방으로 들어가자.
윤소현의 마음속에는 전에 없던 불안감이 차올랐다.“어떻게 이런 일이... 박민정이 아직 살아 있다니!”그녀는 천천히 몸을 웅크리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박민정이 살아 있다면 자신의 남편을 빼앗아 갈 것이고 진주시에 돌아가면 정씨 가문 외동딸의 위치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온몸이 떨리던 윤소현은 머리가 복잡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한 사람을 떠올렸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이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지원은 과거 사건 때 교묘하게 불참 증거를 만들어냈던 장본인이다. 덕분에 박민정의 실종 사건은 모두 윤소현의 책임으로 돌아갔고 이지원은 다시 스크린 위로 화려하게 복귀해 일약 인기 스타가 되었다.이때 촬영장에 있던 이지원은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처음엔 끊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 고민한 끝에 받기로 결심했다. 윤소현이 무슨 일로 연락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오랜만이네요, 윤소현 씨. 1년 넘게 연락도 없더니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혹시 또 내가 박민정을 해쳤다고 말하려고?”그녀는 비꼬듯 말했다.윤소현은 그녀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지원 씨, 박민정은 죽지 않았어요.”순간 이지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녀가 놀란 것은 박민정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윤소현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농담하는 거죠? 박민정은 이미 죽었다고 했잖아요. 설마 직접 봤어요?”이지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박민정은 유남우가 데려갔고 지금껏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유남우가 윤소현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철저히 했을 텐데, 도대체 그녀가 어떻게 알게 된 걸까?윤소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박민정은 지금 해외에 있어요. 그리고...”그러나 박민정이 유남우와 함께 있다는 말은 결국 내뱉지 못했다.이지원은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아마 착각한 거겠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 없잖아요. 게다가 만약 박민정이 정말 해외에 있다면 왜 진주
박민정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했다.심각한 정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해외 대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지?그녀는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기분이었다.“민정아, 무슨 생각해?”유남우가 차에 올라탄 그녀를 보고 조용히 묻자 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유남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빼며 물었다.“혹시 저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없어요?”이 말에 유남우의 목젖이 떨렸다.“민정아, 날 믿어줘. 내가 너를 해칠 리 없잖아.”박민정도 그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그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요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정말 기억이 흐릿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했죠?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질 않아요. 그리고 정숙 아줌마에 대해서도...”유남우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잊어버려. 굳이 떠올리려고 하지 마.”그는 다시 박민정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박민정은 이번에도 피했다.유남우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1년 넘게 쌓아온 노력이 허물어질까 봐 두려웠다.‘여기서 모든 걸 망칠 순 없어.’“전에 네가 꽃밭을 보고 싶다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내가 비행기 표를 준비했어. 게다가 꽃으로 가득한 저택도 한 채 샀는데 정말 아름다워.”그는 비행기 표를 꺼내 박민정에게 내밀었다.박민정이 표를 들여다보니 출발 시간은 오늘 새벽이었다.“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다고요?”유남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 환경이 네 회복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의사도 그랬잖아. 치료를 조금만 더 받으면 기억이 돌아올 거라고. 그때는 더 이상 과거를 물어볼 필요도 없을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부여잡았다.“어쩌다가 교통사고로 기억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자, 피곤할 텐데 이제 좀 쉬어.”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또 부부라니?박민정의 눈에 의심이 가득했다.‘혹시 이 남자,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저기요,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아내일 수 있어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엔 떠날 기색이 없었다.“우린 단순히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아이만 네 명이나 있잖아. 이 모든 걸 잊어버린 거야?”‘결혼에, 아이가 넷이라니!’박민정의 얼굴에 더욱 큰 충격이 스쳤다.“유남준 씨, 농담하지 마세요. 저한테 애가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유남준은 그녀의 이런 반응에 마음이 저려왔다.“유남우가 대체 너한테 뭘 한 거야?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건데?”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증거를 보여주겠다는 듯 전화를 걸었다.“지금 바로 윤우와 예찬이에게 전화해 볼게. 직접 보고 나서도 믿기 어려우면 그때 말해.”영상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화면 속 아이가 소리쳤다.“나쁜 아빠, 왜 전화했어요?”유남준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처음이라 여덟 살의 박윤우는 놀라움과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 보이는 박민정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엄마! 엄마! 엄마, 진짜 엄마에요?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정말 엄마 맞아요?”아이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박민정의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네가... 내 아들이라고?”박윤우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 전 당연히 엄마 아들이죠. 설마 절 잊은 건 아니죠? 아니면 장난치는 거예요?”박민정의 눈앞에 나타난 이 귀여운 소년은 그녀의 상상을 넘어섰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분명 당신이 꾸민 일이죠, 그렇죠?”그러나 화면 속 박윤우는 계속 울먹였다.“엄마, 왜 그래요? 아픈 거예요? 나쁜 아빠, 엄마 얼른 데려와요. 저랑 형, 동생들도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유남준은 다급한 박윤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알겠으니까
“월급 정산하고 당장 꺼져요!” 제임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네...”그 직원은 이렇게 쉽게 직장을 잃을 줄은 몰랐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며 고개를 숙였다.주영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고 잠시 후 창백해진 얼굴로 다시 변명했다.“사장님, 정말로 박민정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제임스는 더욱 분노하며 소리쳤다.“주 비서가 여기 버젓이 서 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지금 당장 사모님께 사과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를 적으로 돌리는 셈입니다.”주영리는 눈가가 붉어졌지만 제임스를 적으로 돌릴 자신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일이 너무 억울하고 치욕스러웠다.박민정도 유남준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가벼운 한마디가 사장까지 움직이게 하다니,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주영리는 어쩔 수 없이 박민정을 향해 다가가 말했다.“죄송합니다, 유 사모님. 다 제 잘못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박민정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진동하는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에는 병원에서 보내온 검사 결과가 떠 있었는데 물컵 안에서 약물의 잔여물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박민정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로 다 해결된다면 경찰은 왜 필요하겠어요?”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주영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휴대폰을 들어 신고 전화를 걸었다.제임스는 조금 의아했다. 이런 싸움 문제는 경찰을 부르는 것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박민정이 그쪽을 향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입을 다물었다.“어제 밤 회사 동료가 제게 약을 탄 음료를 건네고 저를 어떤 남자의 방으로 보냈어요. 여기에 관련 CCTV 영상과 병원의 감정서가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웅성거리며 속닥이기 시작했다.“세상에... 어제 밤 민정 씨가 자발적으로 최 사장을 따라간 줄 알았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니?”“주 비서가 이런 짓까지 하다니
“지금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주 비서, 왜 먼저 손을 댄 겁니까?” 제임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질책하자 주영리는 억울한 표정으로 먼저 변명했다.“사장님, 먼저 손을 댄 건 박민정이에요. 저는 단지 방어를 했을 뿐입니다.”제임스는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어서 손부터 놔요!”주영리는 마지못해 박민정을 풀어주면서 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위협했다.“오늘은 운이 좋았네. 두고 봐, 회사에 계속 있는 한 내 손에서 벗어나진 못할 거야.”박민정은 주영리와 다른 여자가 잡아당겨 흐트러진 옷을 정리한 뒤, 자리에 앉았다.‘병원에서 감정 결과만 나오면 누가 회사를 떠날지 뻔히 알겠지.’방금 두 여자를 상대한 탓에 박민정의 손과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상처를 처리하며 사장과 유남준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한편, 주영리는 키 크고 잘생긴 유남준을 보고 자연스레 다가갔다.“사장님, 이분은 누구신가요?”제임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주영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박민정에게 걸어갔다.박민정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자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그 여자 말고 또 누가 너한테 손댔어?”박민정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 빠져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박민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주영리가 다가왔다.“아, 유 대표님이시군요! 방금은 오해였어요. 근데 박민정 씨 그렇게 무고하지 않아요. 방금 제 뺨을 두 대나 때렸어요.”주영리는 유남준을 보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이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 남자라니. 좀 더 얘기 나눠봐야겠어.’그러나 유남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누구를 때리든 무슨 문제가 됩니까?”아내?주영리는 멍해졌다.박민정도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언제 이 사람 아내가 됐지? 난 남우 오빠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