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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0화

Author: 윤지
“이 아이들이 예찬이랑 윤우구나?”

외할머니는 정교한 이목구비를 가진 똑같이 생긴 두 아이를 바라보며 눈빛이 반짝였다. 그 눈빛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박예찬과 박윤우는 얌전하게 인사했다.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

“그래, 그래. 어서 와서 우리 곁으로 오너라. 같이 들어가자.”

아이들이 자신을 증조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듣자 외할머니는 더욱 기뻐했다.

외할아버지 역시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원래 정씨 가문이 대를 이을 후손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할아버지는 문득 물었다.

“증손주가 더 있다고 했지?”

정수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두 아이가 더 있어요. 그런데 아직 너무 어려서 갑자기 낯선 곳에 오면 적응하기 힘들까 봐 이번에는 데려오지 않았어요. 나중에 데려올게요.”

그러자 외할아버지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 우리가 진주로 직접 보러 가면 되지.”

“네?”

정수미는 순간 당황했다.

원래라면 연세도 많으시니, 장거리 이동을 권하지 말아야 했지만, 정보주가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았다. 정보주는 그녀에게 눈짓하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외삼촌과 외숙모께서 정말 기뻐하고 계셔. 괜히 기분 상하게 하지 마.”

정수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사실 어르신들이 말만 그렇게 하시는 거지 실제로 움직일 일은 없을 테니 굳이 안 좋은 말을 해서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었다.

“알겠어.”

그렇게 온 가족이 기쁜 마음으로 거실로 향했다.

넓은 거실 한가운데 커다란 식탁 위에는 각종 서주의 특별 요리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민정아, 너희 방금 비행기에서 내려서 배고프지? 일단 여기 있는 것 중에서 먹고 싶은 걸 골라봐. 가볍게 먹은 다음에 점심을 따로 차려줄게.”

외할머니가 말했다.

그녀는 요즘 젊은이들이 식사보다는 간식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렵게 온 박민정이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맛있게 먹기를 바랐다.

“네.”

가족들은 함께 간식을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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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가문.김훈은 박예찬이 박민정의 외할머니댁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다양한 물건들을 준비해 두었다.“예찬아, 너 거기 가서 증조할아버지한테 영상통화 하는 거 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증조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을 거야.”박예찬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증조할아버지.”김훈은 그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다음 날, 김훈은 직접 공항까지 배웅해 주었다.공항에서 정수미와 박민정, 그리고 박윤우까지 모두 도착해 있었다.김훈은 떠나기 전, 정수미와 몇 마디를 나눈 후에야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그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정수미는 문득 감탄했다.“김 회장님께서 정말 우리 예찬이를 많이 아끼는구나.”“맞아요.”박민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훈은 정말 박예찬을 친 증손주처럼 아꼈다. 이미 예찬이는 김씨 가문의 적지 않은 재산을 갖고 있었다.“회장님께서 이 나이가 되니 진짜 친 증손주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하겠지.”정수미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녀도 예전에는 박민정을 찾기 전, 주변 또래들이 이미 손주, 외손주를 보며 사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다.때때로 꿈에서도 손주들이 옆에서 재잘대는 모습을 보곤 했다.나이가 들고 인생의 끝이 점점 가까워진다고 느낄수록 피붙이라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그때,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이제 비행기에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그래.”박민정은 정수미를 부축하며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 안에서 두 아이는 신이 나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박민정은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몇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친척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들은 어떤 모습일지도 몰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녀는 비행 내내 긴장감을 떨치지 못했다.이를 눈치챈 정수미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민정아, 걱정하지 마. 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이모들, 다 좋은 분들이야.”박민정은 처음에는 정수미와 같이 있는 것도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 손길이 아주 익숙해졌다.그녀는 고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8화

    그때 유남준은 단칼에 이지원을 거절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남준 오빠, 저한테는 이거 하나뿐이에요.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나와 연애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나는 널 좋아하지도 않고 넌 이 기회를 이용해서 내 아내가 될 수도 없어.”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이지원이 이 말을 듣고 포기할 거로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괜찮아요. 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한 번만 당신과 연애하고 당신의 여자친구가 되어보고 싶어요. 딱 1년만요.”“그러니까 네 말은 그저 연인이라는 이름이 필요하다는 거야?”유남준이 물었다.이지원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그녀의 태도를 보고 유남준은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유남준의 연인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알린 사람은 박민정이었다.그녀는 박민정이 유남준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민정 씨, 그거 알아요? 남준 오빠가 저한테 고백했어요. 이제부터 저는 남준 오빠의 여자친구예요. 너무 기뻐요. 민정 씨도 축하해줄 거죠?”그 순간 박민정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이지원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날, 그녀는 박민정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박민정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손에 넣었다는 우월감이었다.박민정은 도덕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이지원과 유남준이 사귀게 되자, 그때부터 단 한 번도 유남준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고 유남준을 향한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았다.1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지원과 유남준은 헤어졌다.그날, 이지원은 오만한 표정으로 박민정에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남준 오빠도 그냥 평범한 남자더라고요. 별다른 특별함이 없어요. 우리 서로 맞지 않았던 거예요.”그녀는 자신이 아주 교묘하게 승리한 줄 알았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씨 가문에서 박형식을 찾아와 유남준과 박민정의 결혼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7화

    “정말 예상도 못 했어요. 지원 씨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말이에요”최현아의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과거에 이지원이 박민정 앞에서 거만하게 구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지원 씨, 예전에 기자들 앞에서, 그리고 박민정이랑 유남준의 친구들 앞에서 한 말 기억해요? 유남준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했었잖아요.”이지원의 얼굴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제,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생각도 안 할 거고 그런 말도 안 할 거예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간절한 눈빛으로 최현아를 바라봤다.“현아 씨, 제발 도와줘요. 이제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최현아는 완벽히 실망한 듯 등을 돌렸다.“현아 씨!”이지원이 다급히 따라가려 하자 최현아가 돌아서서 매섭게 쏘아붙였다.“저 따라오지 마요.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 거예요.”그 말에 이지원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최현아는 거기를 떠났고 기분이 한층 더 언짢아졌다.만약 이지원이 아직도 싸울 의지가 있었다면 그녀를 도와줄 생각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지원은 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과거에는 갖은 악행을 저지르더니 인제 와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니 그런 말이 어떻게 입에서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지원은 다시 저택 안으로 돌아왔다.이제는 수도도 끊기고 전기도 끊긴 상태였다.이 저택도 곧 경매에 넘어갈 예정이었다.사실 박민정이 그녀에게 했던 유일한 일은 모든 사업 관계자들에게 이지원과의 계약을 철회하라고 한 것뿐이었다.그 외의 모든 것들은 박민정이 한 것이 아니었다.이지원 스스로 박민정이 언제든지 자신을 해칠 거라며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고 김인우와 유남준 역시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전전긍긍했다.그녀는 지금의 김인우와 유남준은 그녀가 어떻든, 뭘 하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이지원은 소파에 털썩 쓰러져 넋이 나간 눈으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그러다 문득, 자신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6화

    “현아야, 미안해. 다 내가 무능해서 그래.”유성혁은 휠체어에 앉아 병실을 나왔다.최현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유성혁은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최현아는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왜 나왔어요?”그녀는 다가가 물었다.“네가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길래 걱정돼서 나왔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해서.”유성혁은 그렇게 말하며 최현아의 손을 잡았다.“현아야, 그만하자.”“뭐를요?”그만하자는 말을 다시 듣는 순간, 최현아는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우리 이미 충분히 가졌잖아. 굳이 유남준과 싸울 필요 없어. 게다가 호산 그룹 자체가 원래 유남준이 직접 일궈낸 거잖아. 우리에겐 이미 아버지의 유산이 있어. 그걸로도 이미 충분해.”유씨 가문처럼 대대로 내려오는 재벌가의 재산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유명훈이 남긴 돈과 인맥만 해도 어마어마했다.최현아의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다.“당신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아?”“그게 아니야. 난 그냥 이제 편하게 살고 싶어. 계속 싸우고 다투고 이러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살고 싶어.”유성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처음에는 그 두 꼬마 녀석들에게 당한 게 너무 억울해서 복수할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차분히 생각해 보니 만약 진짜로 두 아이를 다치게 했더라면 자신이 과연 무사할 수 있었을까?더군다나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린데 그들의 목숨을 직접 빼앗을 정도로 자신이 악랄하지는 않았다.그는 단순한 바람둥이일 뿐 아이들을 해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은 아니었다.“당신 때문에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어요!”최현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한동안 숨을 가다듬더니 다시 그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병원에서 푹 쉬고 있어요.”최현아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며 답답한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유성혁은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5화

    박윤우는 형이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혹시나 유남준이 화를 낼까 봐 재빨리 변명을 늘어놓았다.“아빠, 죄송해요. 우리 앞으로는 절대 나쁜 짓 안 할게요. 그러니까 형한테 화내지 마요.”그러나 유남준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는 나한테 사과할 필요가 없어.”두 아이는 순간 당황했다.“너희가 잘한 거야. 누군가 너희를 해치려 하면 당연히 반격해야지. 다만,”유남준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덧붙였다.“첫째, 너희는 아직 어려.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야 해. 둘째, 너희 방식이 너무 허술해. 이렇게 하면 쉽게 들킬 수 있어.”박예찬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까는 저희가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요.”“앞으로는 조심해.”유남준이 말했다.두 아이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지금 유남준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깊어졌다.유남준은 마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한 두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큰아버지가 너희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했어?”박예찬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정확히 뭘 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이겠다고 했어요. 그 말부터가 수상했어요.”“맞아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그거 그냥 어린애들 속이려고 한 얘기예요.”박윤우도 덧붙였다.‘아이스크림을 준다고?’유남준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유치한 수를 쓴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아이가 별일 없이 무사해서 다행이었다.“이 일은 엄마한테 말하지 마. 괜히 걱정하실 거야.”“알겠어요.”...한편, 병원에서는 유성혁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최현아가 급히 병실로 들어왔지만,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한테 애들을 처리해 달라고 했더니 당신이 왜 이렇게 돼 있는 거냐고요?”유성혁은 이제야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이를 갈며 분노했다.“다 그 빌어먹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4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유성혁은 그대로 도로 옆 배수로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완전히 겁에 질려 얼이 빠졌다.다행히 차는 고급 모델이라 충격을 흡수해주어 박예찬과 박윤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유성혁은 완전히 망가졌다.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바지 아래로 뭔가 축축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박예찬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갔지만, 눈빛 속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유성혁은 단순히 겁만 먹은 게 아니었다. 방금 사고의 충격으로 간신히 치료했던 다리가 다시 부러진 것 같았다.큰 소란에 저택 안의 하인들과 경비원들도 소리를 듣고 곧바로 몰려왔다.제일 먼저 도착한 경비원들은 한눈에 유성혁의 처참한 모습을 확인했다.‘유성혁 도련님이 겁을 먹어 오줌을 싸다니, 세상에!’경비원들은 직업정신으로 간신히 웃음을 참고 달려와 물었다.“성혁 도련님, 괜찮으십니까?”한 경비원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유성혁은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는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보고는 소리쳤다.“눈멀었어? 내가 지금 괜찮아 보여?”경비원들은 속으로 유성혁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어 그가 소리를 지르자 기분이 불쾌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모른 척하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얼른 구급차 안 부르고 거기 서서 뭐 해?”유성혁은 한 번 더 소리를 질렀다.“네, 네!”경비원들은 겉으로는 공손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꼴 좋다고 비웃고 있었다.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박윤우와 박예찬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박민정과 유남준도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해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유성혁의 처참한 모습을 보았다.박민정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두 아이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뛰어왔다.“윤우야, 예찬아, 너희 괜찮아?”두 아이는 박민정이 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우리 괜찮아, 엄마.”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가와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3화

    유성혁이 서둘러 돌아와 짜증 난 표정으로 한 움큼의 휴지를 건넸다.“자, 휴지. 빨리 해결하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네...”박예찬은 힘을 주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말했다.“알겠어요.”그러면서 박예찬이 휴지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유성혁은 자기 손에 닿는 이상한 촉감을 느꼈다.그러자 이윽고 박예찬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이구, 큰아버지, 죄송해요. 실수로 제 똥을 큰아버지 손에 묻혔어요.”유성혁은 심각한 결벽증까진 아니었지만, 평생 이런 더러운 걸 직접 만져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는 순간 펄쩍 뛰어올라 손을 막 털면서 손에 묻은 것을 털어내려고 애를 썼다.“으악!”비명이 울려 퍼졌다.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박예찬은 간신히 웃음을 참았고 박윤우는 아예 입을 틀어막았다.“큰아버지, 혹시 저한테 화난 거 아니시죠? 죄송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박예찬은 일부러 불쌍한 모습으로 사과를 건넸다.유성혁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아이들 앞이라 억지로 화를 참았다.“하, 다음부터 조심해, 알겠지? 얼른 닦아.”그는 손을 치켜든 채 황급히 차로 돌아갔다. 차 안에 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한참을 찾아도 물이 보이지 않자 결국 다시 돌아와 아이들에게 말했다.“예찬아, 윤우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큰아버지가 손 씻고 올게.”“네!”두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큰아버지, 빨리 다녀오세요.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야죠.”“그래.”유성혁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급히 자리를 떠났다.그가 사라지자마자 두 형제는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형, 이 방법은 진짜 대박이야!”박윤우가 배를 잡고 웃었다.박예찬도 풀밭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이건 그냥 소소하게 골탕을 먹인 것뿐이야. 엄마를 괴롭힌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그냥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박윤우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박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82화

    박윤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박예찬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그러자 박예찬은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쌍둥이끼리 무언가 통하는 게 있는 듯 박윤우는 형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유성혁을 바라봤다.“큰아버지, 저도 같이 갈래요.”뜻밖의 전개에 유성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굴에는 숨길 생각도 없이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래! 그럼 너희 동생들도 같이 데려가자. 다 함께 가는 게 더 재미있잖아.”“안 돼요. 동생들은 아직 어려서 차가운 걸 먹으면 안 돼요.”박예찬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유성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지 않아? 이제 한 살이 넘었으니까 괜찮을 텐데.”“그래도 안 돼요.”박예찬은 한층 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동생들을 데려갔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엄마가 우리를 혼낼 거예요.”박예찬은 유성혁의 속셈을 알기에 일부러 튕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꼭 동생들을 데려가야 한다면 엄마한테 먼저 물어볼게요. 엄마가 허락하면 같이 가요.”“아, 아니야!”유성혁은 당황한 나머지 순간 본색을 드러낼 뻔했지만, 급히 입을 닫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너희만 오면 될 것 같아. 그래, 나도 생각해 보니까 애들이 너무 어려서 아이스크림은 안 좋을 것 같네.”“알겠어요.”두 형제는 동시에 대답했다.그렇게 해서 박예찬과 박윤우는 유성혁을 따라나섰다. 출발하기 전, 박예찬이 일부러 물었다.“큰아버지, 우리 가정부 이모님한테 말하고 가야 하지 않아요?”“그럴 필요 없어. 너희는 큰아버지 집에 가는 거잖아. 위험한 일도 아닌데 굳이 말할 필요 없어.”“네, 알겠어요.”유성혁은 비록 동생들까지 데려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두 형제를 데려가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나머지 둘은 나중에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그는 최대한 CCTV에 띄지 않도록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이동했다.박예찬과 박윤우는 그를 따라가면서 손목에 찬 전화 시계를 이용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형, 큰아버지가 아무래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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