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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3화

Penulis: 윤지
“이지원 씨, 오랜만이네요.”

박민정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이지원은 박민정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말투에 본능적으로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퍼져나감을 느꼈다.

“박민정...”

“그렇게 부르지 않는 게 좋겠네요.”

박민정은 가볍게 끊어 말했다.

“우리 그 정도로 친한 사이 아니잖아요? 오히려 적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걸요.”

이지원의 손이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그때 일은 나 혼자 결정한 게 아니었어요. 전부 유남우가 날 몰아세웠다고요.”

“시키면 뭐든 다 해야 했다는 거예요?”

박민정이 서늘하게 되물었다.

“이게 나한테 하고 싶은 변명이라는 거예요? 내 아이를 빼앗아가고 날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한?”

이지원의 몸이 공포에 휩싸였다. 날씨는 선선했지만 그녀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민정 씨, 내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요.”

박민정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미 한 번 용서했어요. 이번에도 용서한다면 그건 내가 어리석은 거죠.”

한 마디 한 마디가 단호하게 박혔다. 이지원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돌려 촬영장으로 도망치듯 뛰어갔고 박민정은 그녀의 초라한 뒷모습을 줄곧 지켜보았다. 쫓아갈 필요도 없었으니까.

결국 그녀는 상반부 촬영을 마치자마자 강제로 촬영장에서 내쫓겼다.

박민정이 차 안에 앉아 눈썹을 찡그린 채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있을 때 정민기가 보고를 해왔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박민정이 짧게 대답했다.

“일단 높은 자리에서 끌어내려요.”

지난 1년 그녀는 깨달았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때로는 단호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대가를 치루어야죠.”

정민기는 그녀의 의도를 즉시 이해했다.

“알겠습니다.”

몇 시간 후, 각종 포털과 미디어 사이트에는 ‘이지원 은퇴’ 소식이 도배되었다.

그녀가 맡았던 광고 계약들은 일제히 해지되었고 일부 브랜드에서는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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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정호철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단번에 거절했다.“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이제 쉰 살이나 넘는데 어떤 여자가 저한테 시집오고 싶겠어요. 게다가 전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자기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그러는 정수미는 거의 인생의 대부분을 자기 딸을 찾는 데에 썼다.고민 끝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고백했다.“호철아, 나 사실 얼마 못 살아.”갑작스러운 말에 정호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무슨 말이에요? 왜 얼마 못 살아요?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정수미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이상한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이건 의사가 해준 말인데 지금 내 몸 상태로는 길어서 2년이래.”정호철은 자기도 모르게 휠체어의 손잡이를 꼭 잡고 분노에 차서 말했다.“분명 돌팔이 의사가 아무 말이나 한 거예요. 이따 제가 다시 가서 물어볼게요. 정 안되면 다른 전문의로 바꾸던지 해요.”그러자 정수미가 그에게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의사한테 폐 끼치지 말라던 민정이 말을 벌써 잊었어?”순간 정호철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저는...”“됐어. 사람은 결국에는 다 죽을 텐데 뭐가 무서워? 지금 이렇게 죽는 것도 다 하느님 덕분이야. 결국에는 딸을 찾게 도와주고 날 용서해 줬잖아. 난 이제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어.”정수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만 정호철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따사로운 햇볕이 두 사람에 비쳤는데 정호철은 따뜻함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그러다가 정수미는 다시 정호철에게 말했다.“아까운 시간을 나같이 곧 죽을 사람에게 낭비하지 말고 너도 이제 너만의 행복을 찾아가.”정호철은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정 대표님, 지금도 그분을 못 잊은 거 맞으시죠?”그분이라...순간 정호철의 입에서 나온 그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 정수미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부터 떨렸다.“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평생 용서하지 못할 거야.”정호철은 여전히 자신과 그 사람은 전혀 비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4화

    박민정은 순간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만두시는 거예요?”“사실 민정 씨가 기억도 잃고 정 대표님을 원망하고 계셨을 때, 저는 그저 두 분을 돕고 싶어서 지금까지 옆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억도 돌아왔고 또 두 분이 화목하게 지내시는 걸 보니 저도 제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서요.”저 말은 분명 자수하러 가겠다는 뜻이었다.예전에 정호철은 박예찬을 납치하면서 하마터면 박민정과 아이를 죽일 뻔했다.박민정은 모든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때의 일도 생각났다.솔직히 그를 용서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그리고 지금까지 오른쪽 얼굴에 그날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어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오르곤 했다.그러나 이 일이 전부 정호철 잘못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그러면 우리 엄마도 같이 감옥에 가야 할까요?”박민정이 담담하게 되묻자 정호철은 깜짝 놀라 빠르게 답했다.“이 일은 저 혼자만의 잘못이지 정 대표님과는 무관합니다. 그저 속았을 뿐이라고요. 민정 씨, 그분은 만약 자기 목숨과 민정 씨를 바꾼다고 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게다가 지금의 몸 상태로는 감옥에서 버티기도 힘들 거예요. 요 몇 년간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었거든요...”정호철은 정수미 편을 드느라 박민정의 진짜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여 박민정이 그의 말을 자르고 다시 말해줬다.“정 부장님, 그냥 지금처럼 계속 저희 엄마 곁에 있어 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순간 정호철은 어리둥절해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고 박민정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갑시다.”“민정 씨...”정호철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까지 더듬었다.“그런데 얼굴에 난 상처랑... 예찬이는...”“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라잖아요. 그때 정 부장님은 윤소현 씨를 돕기 위해 제 얼굴에 상처를 냈고, 지금은 제가 정수미 씨의 딸이란걸 아니까 저한테 사과하는 거겠죠?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제가 정수미 씨의 친딸로서 정 부장님을 감옥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이 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3화

    윤소현은 자기 딸을 보러 가겠다고 병문안을 신청했다.그리고 수중에 남아있던 돈으로 변호사도 불렀다.교도소에서는 그녀의 딸이 지금 중병에 걸린 점을 고려하여 하루만 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병원 안.윤소현은 병실 침대에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누워있는 아이를 보고 나서도 일말의 애틋함이 아닌 오직 분노만 가득 차올랐다.“다 너 때문이야!”그러다가 갑자기 아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기도 하고 몸도 허약해 울거나 발버둥조차 치지 않았다.다혜가 그저 유남우의 복수 도구였다는 사실에 윤소현은 이 아이를 당장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윤소현 씨.”이때 변호사가 들어오는 모습에 윤소현은 재빨리 손을 거두고 한껏 불쌍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주 변호사님, 어린아이가 지금 옆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꼭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더 이상 감옥에 있을 수 없어요.”주영훈은 아직 윤소현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병든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이긴 했다.“소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잘 조율해 보겠습니다.”이 뜻은 감형받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예상 밖으로 오늘날 이 아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윤소현은 속으로 너무 기뻤다.하여 윤소현은 딸을 엄청 아끼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둔갑해 변호사더러 영상 하나를 찍게 하여 모든 사람이 보고 도와주길 바랐다....이 시각, 정수미도 마침 영상을 보고는 한껏 불쾌한 얼굴로 되물었다.“윤소현은 애초에 아이를 싫어하는 인간인데 이게 진심일 리가 없잖아?”길서연도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당연하죠. 이 기회에 동정표나 받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아이만 너무 불쌍해.”정수미는 안타까운 얼굴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민정이 문득 호기심에 물었다.“다혜는 윤소현 씨랑 유남우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닌가요? 왜 두 사람이 모두 아이를 돌봐주지 않나요?”“민정아, 너 몰랐어? 다혜는 유남우 씨 친딸이 아니라 소현이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2화

    시간이 1분 1초 흘러갔고 윤소현은 점점 버티기 힘들었다.그러나 누구한테도 연락할 사람이 없어 막막했는데 이튿날 어렵게 유남우와 연락이 닿았고 또 직접 면회 오겠다고 했다.윤소현은 자신의 추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서둘러 엉망진창인 머리를 정리했다.그리고 그의 앞에 마주 앉아 애틋한 얼굴로 말했다.“남우 씨,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그러나 유남우는 한껏 쌀쌀맞은 얼굴로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마워할 필요 없어.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은 너한테 꼭 할 말이 있어서니까.”“뭘요?”“예전에 네가 당했던 그 불미스러운 일 말이야.”유남우의 말에 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더니 머릿속에 그때의 그 끔찍했던 장면이 또다시 떠올랐다.“남우 씨,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유남우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그 일을 내가 시켰어.”순간 윤소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여태껏 범인을 찾아내지 못해 계속 애를 먹고 있었는데 그 주범이 유남우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러다가 애써 정신을 차린 뒤 책상을 세차게 두드리며 그에게 따져 물었다.“대체 왜요? 제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요? 왜요!”윤소현은 여태껏 친엄마인 한수민, 자신을 키워줬던 정수미한테도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유남우한테만은 진심이었다.그런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 칠 줄은 정말 몰랐다.유남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윤소현의 모습을 보고도 차분하게 답했다.“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뭐라고요?”윤소현이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제가 뭘 했는데요?”“나한테 약을 타서 먹이려 했단 사실을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리고 그때 민정이랑 민정이 아들을 해치려 했던 사람이 너란 것도 이미 알게 돼버렸네?”그의 대답에 윤소현은 순간 멍해졌다.“그래서 이 모든 게 다 박민정 때문이었다는 건가요?”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두 주먹을 꼭 쥐고 또다시 테이블을 쾅쾅 두드렸다.“왜! 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1화

    박민정은 그저 이지원이 더 이상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만큼만 손을 썼을 뿐인데 지금의 보니 거의 반쯤 미쳐있었다.“유 대표님, 그래도 한때 연인이었던 정을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그녀의 말에 유남준은 순간 두 사람의 과거가 머릿속에 떠올라 짜증이 확 밀려왔다.“이지원, 네가 감히 그 일을 입에 올려?”그리고 온몸에서 살기를 마구 뿜어내며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순간 이지원은 그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 빠르게 해명했다.“저도 둘째 도련님께서 그때 억지로 시킨 일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거절하면 저를 죽인다고 하는데 제가 뭘 어떡해요.”‘또 유남우야?’유남준은 이제 유남우라면 치가 떨리는 사람이었기에 이번 일까지 마무리하면 그와 정리를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남우가 죽이는 건 무섭고 나는 안 무서웠나 봐?”그의 물음에 이지원이 막 변명하려는데 진서연과 정민기가 차를 몰고 퇴근하다가 마침 이지원을 발견했다.“이지원 씨!”진서연은 한껏 분노에 차 씩씩거리며 다가왔다.“또 우리 보스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에요?”그리고 한 발짝 더 다가가 되물었다.“정말 뻔뻔스럽군요.”이지원은 이미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은 상황이라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진 비서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오늘에는 저 좀 살려달라고 부탁하러 왔어요.”“그런데 그때는 왜 저희 보스를 살려주지 않으셨는지?”진서연의 물음에 이지원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어차피 예전부터 양심 없는 사람이란걸 알았기에 진서연은 더는 상대하기 싫어 유남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유 대표님, 어떻게 처리할까요?”“끌고 나가주세요.”유남준은 박민정의 말대로 진서연에게 맡겼다.“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진서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바로 끌어내려 하는데, 옆에 서 있던 정민기가 그녀를 말렸다.“제가 할게요.” “괜찮아요. 저도 꽤 힘이 세요.”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진서연을 보고 정민기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녀의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60화

    정수미는 박민정이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동의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이 마치 거절하는 것이라 여겼다.“괜찮아. 추가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 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원래 이런 현대식 연락 수단을 잘 사용하지 않으시니까. 우리가 본가에 가면 직접 이야기하면 돼.”박민정은 거절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단지 지금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한 명씩 차례로 친구 요청을 수락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정수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들 너무 반가워서 그래. 혹시라도 부담스러운 게 있으면 꼭 말해. 혼자 애쓰지 말고.”박민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부담스럽다기보다는 그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뿐이었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그렇게 정수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박민정은 외할머니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녀가 화면을 열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송금 내역이었다.4000만 원은 하루 송금 한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곧 할머니가 정한 한도라는 뜻은 아니었다.곧이어 다급한 메시지가 도착했다.[민정아, 하루에 4000만밖에 보낼 수가 없구나. 네 카드 번호를 알려주렴. 외할머니가 용돈을 조금 보내줄게.]4000만 원이 조금이라니.박민정이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이번엔 외할아버지에게서도 같은 금액이 송금되었다. 거기에 친척들까지 더해 방금 추가한 이들로부터 줄줄이 돈이 들어왔는데 그들에게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듯했다. 한도 때문에 더 보내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불만스러워 보였다.박민정은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다.[괜찮아요. 정말로 필요 없어요. 저도 돈 있어요.]그러나 정수미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받아 둬. 많지도 않아. 그저 어른들이 손녀에게 건네는 작은 성의일 뿐이야. 안 받으면 어르신들 오늘 밤 잠 못 주무실걸?”그러고는 덧붙였다.“그리고 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59화

    박민정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부드럽게 말했다.“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올게요.”정수미는 기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그러고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박민정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민정아, 여기 일 마무리되면 나랑 함께 집에 다녀오자.”그녀가 말한 ‘집’은 서울을 뜻했다.정씨 가문은 진주시에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진정한 본가와 본사는 서울에 있었다.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라도 있어요?”정수미는 가볍게 웃었고 옆에 있던 비서가 참지 못하고 대신 설명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정식으로 찾으신 만큼 이제 본가로 가서 가문에 인사드려야죠.”그러나 정수미는 그녀의 말을 막으며 부드럽게 정정했다.“그런 거창한 일은 아니야. 그냥 너의 집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야.”‘너의 집.’그 단어를 박민정은 처음 들어보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는 박씨 집안, 유씨 집안, 혹은 친정과 시댁이라는 단어만 있었을 뿐이었다. 자신만의 집이란 것이 있었던가.그녀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단번에 대답했다.“네, 갈게요.”정수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그래, 가면 친척들도 만나야 해. 모두 너를 보고 싶어 하거든.”‘친척들.'그 말을 듣자 박민정은 조금 불안해졌다.그녀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친척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박씨 집안이든 한수민의 집안이든 모두 그녀를 그저 곁다리처럼 대했을 뿐이었다.“그게...”뭔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정수미가 핸드폰을 들고 이마를 툭 쳤다.“아이고, 깜빡했네! 너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오래전부터 널 보고 싶어 하셨어. 가족 채팅방에 초대해달라고 하셨는데 내가 지금 추가할게.”박민정은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의 동요를 알아채지 못한 정수미는 이미 핸드폰을 조작해 그녀를 가족 단톡방에 초대했다.“자, 어서 수락해.”정수미의 들뜬 표정을 보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박민정은 천천히 버튼을 눌렀다.순간, 수백 명이 있는 거대한 가족 채팅방이 열렸다.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758화

    여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유남우가 저지른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박민정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이런저런 사정이 있었겠죠. 아마도 스트레스가 너무 컸던 걸 거예요.”홍주영이 애써 변호하듯 말했다. 어쨌든 두 형제 가운데 무엇이든 유남준이 앞서는 상황이었으니까.박민정은 그가 유남우를 두둔하는 걸 보곤 더는 논쟁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마침 유남우가 커피숍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짧게 말했다.“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네.”홍주영은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고 그때 유남우가 다가왔다.“방금 민정이랑 무슨 얘길 했어?”홍주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별 얘기 아니었어요.”그러나 유남우의 눈빛에는 묘한 기색이 스쳤다.“가자, 회사로.”“네.”차 안에서 홍주영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이번 주말에 고향에 좀 다녀오려고요.”유남우가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약혼하려고요. 가족들이 서두르네요.”순간 차 안이 고요해졌다. 늘 홍주영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등을 떠밀던 유남우였는데 이번만큼은 의외로 망설이는 기색이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요즘 고씨 가문과의 협력이 중요한 시기인데, 좀 미룰 수는 없겠어?”홍주영은 깜짝 놀랐다.그는 항상 자기 뜻을 존중해 주었는데 이번엔 은근히 만류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연로한 할머니,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떠올랐다.“...이미 다 정해졌어요. 미루기 힘들 것 같아요.”잠시 침묵하던 유남우의 시선이 깊어졌다.홍주영은 그가 늘 하던 말처럼 ‘잘됐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널 붙잡아 둘 순 없지.”“감사합니다.”홍주영은 차분히 인사했다.“대신, 재정팀에 말해 놓을게. 약혼 선물로 두둑이 챙겨 줄 테니.”홍주영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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