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요?”박민정이 피아노 커버를 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훤칠한 키의 유남준이 문 옆에 기대어 그녀를 응시했다.“왜 더 안 쳐?”전에는 일이 바빠 그녀가 이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언젠가 박민정이 자신을 찾아와 프로젝트를 요청하며 한 번 연주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다.당시 그는 박민정의 동생 박민호에게 화가 난 상태였고 박민정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었다. 그녀는 아마 이 일로도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그 일 이후로 박민정은 한 번도 이곳에 온 적이 없었고, 피아노를 연주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남준 씨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요.”박민정이 이어 말했다.“합의서 준비했으니 보러 가요.”외출하고 온 유 남준은 합의서에 관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그래.”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 유남준이 의아한 듯 물었다.“잘 치던데, 곡 이름이 뭐야? 못 들어본 곡인 것 같네.”그의 말에 박민장이 어리둥절했다.“못 들어봤다고요?”이 곡은 그녀가 학창 시절 만든 곡이었고 당시에 특별히 유남준에게 연주해 주었던 곡이다.유남준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들어봤던 곡이야?”박민정은 그가 잊은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그냥 한 말이었어요. 이 곡은 제가 고등학생일 때 쓴 거예요. 아직 발표하지 않은.”박민정이 직접 썼다는 말에 유 남준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높이 보게 되었다.그는 자기 아내가 이토록 많은 재능을 갖고 있음을 이제야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유남준이 먼저 앞장서자 박민정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의 반응이 곡을 정말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았기 때문이었다…박민정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이렇게 바쁜 사람이, 게다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어떻게 곡 하나를 여태 기억하고 있겠는가.방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자신이 직접 쓴 합의서를 가져와 그에게 건네주었다.
밤이 되자 유남준은 집을 나섰다.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민정은 정민기의 메시지를 받았다.유남준이 집을 나갔으니 둘러대고 밖에 나오라고, 그리고 알려줄 것이 있다는 문자.두원별장의 보안이 삼엄한 탓에 정민기는 어쩔 수 없이 먼발치에서 박민정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하여 때로는 유남준이 떠났는지, 집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박민정은 악보를 닫고 정리한 후 문밖으로 나갔다.차에 탄 그녀는 운전기사를 시켜 여러 곳을 돌게 하여 뒤따라오는 보디가드를 따돌렸다.곧이어 정민기의 차가 눈앞에 나타났고, 박민정은 차에서 내려 정민기의 차로 옮겨탔다.“무슨 일이에요?”정민기가 휴대폰을 꺼내 내비게이션을 켜더니 진주시 서부를 가리켰다.“아침에 유남준이 가던 방향인데, 보안이 철저한 것을 보아 아마 아드님이 끌려간 곳인 것 같아요.”박민정은 그 광활한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지도로 단순히 보기엔 장소가 너무 넓은 것 같아요.”“그렇죠.”이때 정민기가 새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 휴대폰 가져가세요. 지금 쓰고 있는 건 도청될 수도 있으니까요.”“연 선생님은 며칠만 있으면 돌아올 거라고 했어요.”박민정이 휴대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연 선생님께서 휴대폰 받으면 안부 전해 달라고 했어요.”정민기가 말을 보탰다.“알겠어요.”정민기가 차를 감시 카메라가 없는 은폐된 곳으로 몰았다.박민정이 전화를 걸자 건너편에서 빠르게 받았다.“민정아, 지금 좀 어때?”“난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나도 윤우 어디로 끌려간 건지 알아낼 방법 열심히 찾아볼 거야.”박민정이 얼른 대답했다.그러나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윤우의 위치를 찾는다 해도 유남준의 방해로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음. 내 말은, 그 사람이 너한테 상처 줬어?”연지석은 건물의의 가장 높은 층에 서 있다.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그가 서 있는 곳은 아직 깜깜한 새벽이다.그의 훤칠한 몸과 다부진 상반신에
수호 클럽 펜트하우스.어두운 조명 아래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많은 상류층 귀공자들도 있었다. 유남준은 조용한 곳에 앉아 휴대전화를 켜서 박민정을 뒤따라가던 경호원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놓쳤습니다.]유남준이 떠나자마자 박민정이 외출했는데 지금 사라지기까지 하다니.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 시간 후에 못 찾으면 더 이상 진주시에 있을 생각하지 마.]유남준의 메시지에 진주시의 모든 CCTV를 동원했다.유남준은 또 박민정에게 통화를 시도했다."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이때, 박민정은 은정숙과 통화하고 있었다. 박민정은 윤우와 예찬은 잘 돌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화면 너머 은정숙은 머리가 희끗희끗했고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민정아, 무슨 일 있으면 혼자 짊어지지 말고 꼭 아줌마랑 연지석한테 연락해.”은정숙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박민정의 우울증이다. 박민정이 또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네, 안심하세요.”박민정은 그녀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정민기가 급하게 오는 것을 보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무슨 일이에요?”“유남준 쪽 사람들이 민정 씨를 찾고 있어요.”정민기가 대답했다. 말을 들은 박민정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자기를 데리러 한 도로 입구에 오라고 운전기사에게 전화했다.그런 다음 그녀는 옷 사러 간 척하고 차에 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의 경호원이 박민정을 발견하고 즉시 사진을 찍어 유남준에게 보냈다.유남준은 사진을 보며 전화 걸었다.휴대전화 진동 소리를 듣고서야 박민정은 유남준이 전화한 것을 발견했다.“여보세요.”“지금 어디야?”유남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박민정은 근처를 둘러보더니 말했다.“타임스퀘어에요. 이제 막 돌아가려던 참인데, 무슨 일이에요?”‘타임스퀘어?’“수호 클럽 펜트하우스로 와.”유남준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타임스퀘어는 수호 클럽과 몇백 미터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박민
그렇게 생각한 강은지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며 유남준의 곁에 앉았다.어두운 빛 아래에서 강은지는 유남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강은지는 처음에 있던 당황스러움과 수줍음을 잊고 과일을 깎아 주려고 했다.유남준은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만약 내가 돈을 안 주면 여기 앉았을 거야?”잠시 멈칫하던 강은지는 얼른 반응했다.“대표님 옆에 앉게 되어 영광이에요. 돈은 필요 없어요.”‘하, 돈이 필요 없다니.’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자연스럽게 박민정이 떠올랐다.몇 년간의 결혼 생활, 이혼한 후에야 박민정이 유씨 집안의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래. 그러면 지금부터 월급 없이 여기서 일해.”유남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비록 수호가 유남준의 재산은 아니지만, 그의 말 한마디면 사장은 즉시 실행할 것이다.강은지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유 대표님, 저랑 장난하시는 거죠?”강은지가 만약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에서 일할 수 있었겠는가.그녀의 학력으로 볼 때, 한 달에 200만 원 버는 일자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하지만 한 달에 200만 원 버는 것이 어떻게 하루에 200만 원 버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게다가, 강은지는 젊고 미모가 아름다워서 금수저 신랑감을 낚을지도 모른다.“네 생각은 어때?”유남준이 되물었다.옆에 있던 친구들이 놀랐다. “남준이 형, 왜 그래?”유남준은 대답 없이 강은지만 쳐다보았다.“불만 있어?”강은지는 유남준의 아우라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강은지는 유남준이 단지 그녀를 시험하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유남준의 친구는 그가 한번 뱉은 말은 번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강은지에게 얘기해 주지는 않았다.‘강은지가 이번에 한 일은 다 헛수고가 되겠네.’강은지는 앞으로 수호에서 어떠한 보수도 받지 못할 것이고 누구도 감히 그녀에게 돈을 주지 못하리라
많은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유남준은 문 쪽으로 걸어갔고 방성원을 지나갈 때 걸음을 멈췄다.“방금 너한테 뭐라고 했어?”방성원은 박민정의 말을 솔직하게 전했다. 유남준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유남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놀던 사람이 이지원에게 강은지의 소식을 알렸다.이지원은 지금 인터넷 여론을 해결하고 실시간 검색어를 누르느라 바빴다. 갑자기 어떤 여자가 유남준을 넘본다는 소식에 눈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이지원은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수호에 강은지라는 여자에게 매운맛 좀 보여줘요.”‘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게 감히 유남준을 뺏으려고.’지금의 이지원은 더 이상 예전에 남들의 괴롭힘을 당하던 가난한 아가씨가 아니다. 대스타가 되었으니 그녀에게도 당연히 수단이 있었다. ...두원 별장.유남준이 돌아왔을 때, 거실의 전등은 모두 꺼져 있었다.불을 켠 후에 테이블 위의 박민정이 산 물건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돌아왔다고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앞으로 다가가 테이블 위에 있는 세 개의 봉지를 보니 안에는 옷 몇 벌이 들어 있었다.자세히 보니 남성 옷이었다.눈살을 찌푸리며 위층으로 올라간 유남준은 열려있는 박민정의 방문을 통해 안쪽에서은은한 불빛이 비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손을 들어 문을 살짝 열자, 옅은 색의 얇은 긴 치마를 입은 박민정이 베란다의 의자에 앉아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의 달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유남준이 알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밤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유남준은 넋을 잃고 한참 동안 박민정을 바라보았다. 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유남준을 바라봤는데 눈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유남준은 그녀가 예전처럼 속상해서 자신을 추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매우 침착했다.“방금 수호에 갔다가 당신과 당신 친구들이 제가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아서 혼자 돌아왔어요.”박민정은 일어나서 유남준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박민정의 눈에 오픈 키친에서 분주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밝은색 셔츠에 회색 바지,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죽을 끓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박민정은 놀랐다.이지원을 통해 유남준이 요리할 줄 알고 또 이지원에게 직접 해줬다는 것을 듣기만 했을 뿐 두 눈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유남준은 위층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일어났어? 와서 죽 먹어.”말을 하면서 죽 두 그릇을 식탁에 올려놓았다.박민정은 싱크대에 쌓인 실패한 죽과 데어서 붉게 달아오른 유남준의 늘씬한 손가락을 발견하지 못했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남준은 요리는커녕 설거지도 할 줄 모르는 생활에서 쓸모없는 인간이었다. 이 죽도 임시방편으로 인터넷에서 배운 것이다.유남준은 붉어진 자기 손을 보며 요리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왜 아침 일찍 일어나 죽을 끓일 생각이 들었는지 그도 몰랐다. 아마 어젯밤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에 미안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박민정은 주방에 와서 그릇에 담긴 해물 어죽을 보고 숟가락을 대지 않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자신이 맛없게 했다고 생각한 유남준은 자리에 앉아 먼저 맛보았다.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맛이었다. “먹기 싫으면 버려도 돼.”말을 마친 유남준은 시선을 박민정의 얼굴에 둔 채 죽을 먹기 시작했다. 박민정은 숟가락을 들고 죽 한 숟가락을 뜨면서 중얼거렸다. “누가 해물 죽을 만들어 준 건 처음이에요.”유남준은 말속에 숨은 뜻을 눈치채지 못했다.“많이 먹어.”박민정은 한입 먹고는 또 유남준에게 물었다.“우리가 안 지 17년 정도 됐죠?”유남준이 어떻게 이런 일을 기억하겠는가?“응, 10여 년.”박민정은 죽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입에 밀어 넣으며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정말 바보네...”유남준은 듣지 못했다..“뭐라고?”“맛있다고요.”“당신이 매번 생선 요리를 해줬잖아. 그래서 나도 처음으로 해봤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죽 한
그날 오후, 박민정의 입원 소식을 들은 조하랑이 급히 달려왔다.유남준은 자리에 없었다. 온몸에 붉은 점이 가득한 박민정을 보고 조하랑은 가슴이 미어졌다.“왜 이렇게 멍청해? 못 먹는 걸 알면서 왜 먹었어?”박민정이 조하랑을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전에 검사해 봤는데 알레르기가 심하지 않다고 했어. 안 죽어.”“헛소리 하지 마. 내가 해산물 알레르기가 심하면 치명적이라는 걸 아는데. 나중에 또 이러면 나...”조하랑은 박민정을 어떻게 위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자기도 알레르기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그 말에 박민정은 웃음을 지었다.“바보야, 진짜 널 속이지 않았어. 난 그저 증상이 뚜렷할 뿐 생명에는 지장 없어. 이제는 윤우랑 예찬이가 있는데 어떻게 내 목숨을 가지고 장난칠 수 있겠어?”그러자 조하랑은 의문이 들었다.“그러면 왜 사서 고생이야?”“유남준이 계속 안심하지 못하고 또 날 미워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경계심을 풀지 몰라서 그랬어.”매번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했다가 실패했다.“그래서 바보 같은 방법밖에 안 떠올랐어. 나한테 죄책감이 생기게 하는 것. 예전엔 바보 같이 무슨 일이든 숨겼어. 그래서 그 사람은 내가 자기 곁에서 잘 지내고,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했어. 이제는 내가 남준 씨 곁에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당했는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이것이 바로 어제 유남준이 다른 여자에게 한 그 말을 듣고 박민정이 화내지 않고 참은 이유다."엄마랑 박민호가 사기 친 돈을 돌려주려고 하는 원인도 그것 때문이야.”박민정은 자신의 꼼수가 유남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예전과 같은 것처럼 위장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자기가 유남준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유남준이 자신한테 얼마나 못 해줬는지 똑똑히 보게 하는 것이다.조하랑은 박민정의 뜻을 이해했다.“민정아, 이러면 네가 너무 힘들어.”“오늘 일을 예찬이에게 절대 말하지마. 걱정할 거야.”박민정은 조하랑에게 당부했다.“응, 안심해.”시간이 늦
차에 이렇게 오래 숨어 있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니 박예찬은 어이가 없었다.“아침에 엄마랑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다급해 보여서 차에 따라 탔어.”“이 자식아, 앞으로 이러면 안 돼, 위험해.”조하랑은 박예찬을 어린이 의자에 앉힌 후 유치원에 데려다줬다.“엄마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단지 알레르기가 올라온 것뿐이야.”“알레르기가 왜 올라왔어?”박예찬은 엄마가 해산물을 못 먹고 해산물 빼고 알레르기가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누가 음식에 해산물을 넣은 건가?조하랑은 원래 박민정과 아이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예찬이가 이미 눈치채서 전부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말을 들은 꼬마 녀석의 눈에는 온통 걱정이었다.“하랑 이모, 언제 엄마 만나러 갈 수 있어?”박예찬은 지금 엄마를 꼭 안아주고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지금은 안 돼. 며칠만 기다려.”“알았어.”박예찬은 조금 서운했다.병원안.유남준은 박민정의 온몸에 있는 붉은 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아직도 안 없어졌어?”“적어도 반나절은 걸려요."박민정이 대답했다.방금 의사는 유남준에게 알레르기가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붉은 반점일 뿐이지만 본인에게는 따끔따끔한 가려움증이 느껴져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말했다.유남준은 자신이 처음으로 한 요리가 박민정을 병원에 오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못 먹는 게 또 뭐가 있어?”유남준의 물음에 박민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유남준이 또 무언가를 물으려고 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박민정은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 이지원의 이름이 뜬 것을 보았다.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서야 전화를 받았다.이지원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통화를 끝내고 돌아와서 말했다. “오늘은 내가 볼일이 있어서 안 돼고, 이따가 서다희가 퇴원 수속을 밟고 두원으로 데려다줄 거야.””귀찮게 할 필요 없어요..”박민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남준이 말을 끊었다. “당신의 운전기사를 바꾸라고 했어. 서다희가 새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