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종이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나는 의심스러운 듯이 진모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쟤 왜 저래?”진모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두 눈을 멍하니 뜨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웃음을 짜냈다.“최아진, 이 책상 일은 상관하지 마. 나도 상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걔가 올 거야.”고등학교 2학년 7반에서 진모연은 괴롭힘의 상대였다.예쁘고 조용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녀였지만 특채 생이라 자만심이 강한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았다.나는 왜 이 사람들이 반에서 한 사람을 골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나더러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꼭 상관하기로 마음먹었다.나는 난초를 진흙에서 끓어내어 다시 새하얀 꽃을 피우고 싶었다.분필이 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더니 선생님은 숙제를 내주며 하교를 알렸다.창밖의 하늘은 때아니게 어두워졌고 윙윙대는 바람 소리가 창틀을 때리며 창가 쪽 학생들은 빗방울 섞인 찬바람에 얼굴을 맞고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한순간 어둠이 짙어지면서 번개가 구름을 가르고 불이 켜지지 않은 교실을 환하게 비췄다.반장의 얼굴빛이 크게 변하더니 그녀의 입은 계속 벌리고 뭔가 중얼거렸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똑똑히 들을 수 없었지만 입술 모양을 보니 그녀는 분명히 ‘미안해’를 반복하고 있었다.학생들은 마침내 책가방을 다 챙긴 후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두 억지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모연 옆에 있는 검붉은 색의 책상과 의자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내일 보자, 구진희.”“안녕, 진희야.”...그들은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듯 줄을 서서 인사를 한 뒤 한 명씩 뒷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갔다.결국 교실에는 나와 진모연 두 사람만 남았다.불이 켜지지 않고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나는 진모연의 표정을 포착했다.원래도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고 입가에 풍자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의 아름다
...나는 마음속으로 더욱 의아해 고개를 돌려 진모연에게 물었다.“진모연, 너 구진희가 누군지 알아?”.진모는 자기 옆의 책상과 의자를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또 가서 앞에 앉은 남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는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야, 다들 자주 와서 부르는 구진희가 대체 누군지 알아? 반에 이런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반이 떠들썩했던지라 나는 그가 내 말을 듣지 못할까 봐 내가 질문을 할 때 일부러 좀 더 크게 물었다.그러나 반이 잠잠했더니 앞에 앉은 남학생은 창백한 얼굴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머리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내 잘못이 아니야. 난 몰라. 난 몰라”반장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최아진. 진모연 옆에 진희가 있잖아, 안 보여?”반이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더니 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구진희를 소개했다.“진희가 얼마나 예뻐. 피부도 희고 눈이 커서 우리 반에서 제일 예뻐! 너 눈치채지 못하다니.”“그러니까, 최아진, 진희는 우리 반 전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너도 소홀히 하지 마.”“진희는 피부도 좋은데 눈썹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버드나무 잎사귀 같아. 진희야, 너 눈썹 그릴 필요 없지?”“나는 진희의 입술 색이 가장 부러워. 천성적으로 발글스름하잖아. 나를 봐. 색깔이 보기 흉해.”그들은 늦을세라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빈 책걸상이 여전히 그대로였다.한낮의 햇빛이 가장 밝고 뜨거울 때라 몇 가닥의 햇살이 그 탁자 위에 쏟아져 ‘더러운년’이라는 네 글자를 감쌌다.진모연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들이 묘사한 예쁜 구진희를 닮은 것 같았다.오후 체육 시간은 두 반을 합친 자유 활동시간이었는데 체육반장은 진모연의 손목을 잡고 기어이 자기와 함께 장비실에 가서 농구공을 가져오자고 했다.“가자, 진모연. 우리 저번에 창고에서 잘 놀았잖아?”진모연의 검은 눈동자에 공포가 피어오르더니 체육반장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체육반장이 농구공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먹구름은 이미 온 하늘을 뒤덮었다.그는 공을 땅에 내리치며 말했다.“또 비가 오려나 봐. 흥이 깨네.”옆에 있던 남학생이 웃으면서 말했다.“아직 안 내렸잖아. 한 판 하자.”“그래!”몇몇 남학생들이 농구를 했지만 나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화단 옆에 가서 앉았다.진모연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헝클어졌는데 그녀는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는 그 몇 명의 남학생들을 보며 멍하니 딴생각하고 있었다.“최아진.”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을까?”먼 곳의 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다.“체육반장, 3점 슛 던져!”나는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눈치채고 시선을 운동장으로 향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거야, 진모연.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그때 체육반장이 공을 손에 들고 뛰어올랐다.그는 마치 용수철을 단 듯 한 번도 도달해 본 적이 없는 불가사의한 높이로 뛰어올랐다.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의기양양한 빛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머리를 누르는 듯 그의 머리가 농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손에 있는 농구공이 높이 날아오르더니 머리가 농구 골대에 걸려 몸이 떨어지는 순간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체육반장의 눈알이 튀어나오는 듯싶더니 그는 입으로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운동장에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누군가 소리쳤다.“빨리 선생님을 찾아.”체육반장은 몸을 휘청거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쟤, 쟤 죽었어!”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은 화살에 놀란 새처럼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동공이 자신도 모르게 커졌고 온몸의 근육과 뼈는 모두 떨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얼음 굴에 빠진 것 같처럼 이빨이 통제되지 않고 덜덜 떨며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농구공이 살며시 땅에 떨어졌다.번개가 먹구름을 가르자 천둥소리가 뒤이어 울렸다.폭우가 쏟아졌고, 빗장 속에서 나는 갑자기 나타난 한
그 말들은 진모연의 죄를 이미 단정한 것 같았다.나는 담임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선생님, 진모연이 문제를 외우는 것을 봤어요?”담임 선생님은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부반장은 성적이 우수한데 나를 속일 수 있겠어?”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막 변명을 하려 했지만 진모연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최아진, 괜찮아. 양호실로 데려다줘.”나는 진모연을 부축하고 의무실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내가 진모연에 왜 말을 못 하게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소용없어, 최아진. 선생님은 듣지 않을 거야. 걔보다 성적이 좋은 사람은 모두 ‘베낀’ 거로 칠 테니까.”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물었다.“최아진, 왜 날 돕는 거야? 내가 예뻐서?”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어렸을 때 왜소하게 생겼고 괴롭힘도 많이 당했는데 그때는 정말 무력했어. 이제 능력이 생겼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돕고 싶어.”2학년 7반부터 의무실까지는 긴 복도를 지나야 했는데 나는 그녀와 함께 조용한 복도를 천천히 지나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모연을 양호실에 데려다주고 난 나는 천천히 교실로 걸어가면서 진모연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교실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비명과 함께 책걸상이 밀리는 소리와 어수선한 발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농구장에서 일어난 일을 연상한 나는 불길한 생각이 떠올라 빠른 걸음으로 교실 앞에 가서 문을 갑자기 밀어젖혔다.교단에서 방금 진모연을 밀치던 부반장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분필을 입에 넣고 씹기조차 귀찮은 듯 먹지로 삼키며 목젖을 크게 굴렸다.선생님이 황급히 말리려는 듯했지만 부반장은 어디서 힘이 난 건지 담임교사를 밀쳐냈다. 중년 남자는 떠밀려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도하지 못했다.학생들은 교실 뒤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데 그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곳에 뭉쳤다.반장은 학생들의 가장 안쪽에 있었는데
2학년 7반은 교사부터 학생까지 모두 잠시 쉬었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진모연의 상처도 이미 다 나았다. 그녀는 손에 물티슈 몇 장을 들고 새 교실에서 그녀만의 낡은 책걸상을 꼼꼼히 닦고 있었다.일주일간의 손질을 거쳐 겉으로 드러난 활기와 흥이 되살아난 듯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마치 그 두 번의 사고가 지워진 것처럼 이 어린 꽃들은 계속 피어나려 했다.선생님은 새 양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손뼉을 치며 모두에게 그를 주목하라고 했다.“학생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새로운 교실에 온 첫날이야. 다들 좋지 않은 일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도록 해야지? 오늘은 개학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대청소부터 하자.”반장은 모두에게 임무를 배정했는데 진모연의 차례가 되었을 때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진모연, 넌 이 창문 세 개를 닦아.”새 교실은 5층에 있는데 창문이 낡고 진흙투성이라서 진모연이 혼자서 이 세 개의 창문을 다 닦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진모연이 습관이 된 듯 고개를 끄덕일 때 내가 말렸다.“반장, 이렇게 닦기 힘든 창문을 진모연 혼자 시키는 건 좀 그렇잖아?”반장은 아무렇게나 대꾸했다.“그럼 네가 같이해.”나는 입구에서 지금 교보 소재를 촬영하고 있는 학교 선전부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반장이 모든 임무를 다 나누었는데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네. 창문이 마침 세 개이니 우리가 한 개씩 닦으면 돼. 그래야 나중에 학교 잡지에 사진이 올라도 누군가 반장이 직권을 남용하여 게으름을 피웠다고 말하지 않을 거잖아.”반장도 입구에서 촬영 중인 선생님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내 옆을 지나갈 때 매섭게 한마디를 뱉었다.“기다려. 너 걔와 이렇게 가까워지면 조만간 일이 생길 거야.”대청소 과정이 절반 이상 진행되자 교실은 온통 세제 냄새로 가득 찼다.창문 안쪽은 깨끗이 닦았는데 바깥쪽 부분은 흙으로 뒤덮여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바깥쪽 창틀이 넓고 두
방금 도저히 열 수 없었던 창문은 담임 선생님이 힘을 주자 확 열렸다.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내밀었다.부러진 검붉은 나무토막이 반장의 가슴을 관통했고 커다랗게 뜬 두 눈에는 여전히 망연하고 조급한 기색이 보였다.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주변 학생들이 하나둘씩 이상한 방식으로 죽기 시작하자 아직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인 학생들은 놀랍고 비명을 지르던 데로부터 이젠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누르려고 애썼다.그리고 나는 놀라운 표정으로 진모연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진모연의 얼굴이 갑자기 구진희로 변했기 때문이다!담임 선생님은 황급히 검붉은 책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구진희, 그만해. 그들 셋은 다 죽었어. 우리를 그만 용서해줘. 우리가... 노잣돈을 챙겨줄게!”담임 선생님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오늘 수업이 끝난 후 누구도 돌아가지 못해. 날이 어두워지면 우리 함께 구진희를 위해 노잣돈을 마련해주며 속죄하자.”“오지 않으면...”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어안이 벙벙해진 학생들을 훑어보며 계속해서 말했다.“죽기를 기다려!”날이 어두워졌다. 담임 선생님이 노잣돈을 한 뭉치 사 오자 얼굴에 핏기가 없는 학생들은 옆에서 차분하게 정리했다.진모연이 책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담임은 황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진모연, 거기 서! 넌 어디 가는 거야!”진모연은 여전히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책가방을 메며 말했다.“선생님. 저는 이 전학생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왜 굳이 남아야죠?”“너도 갈래, 최아진?”방금 발생한 일이 생각난 나는 두려워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더는 말리지 않고 오히려 책가방을 메고 떠나는 진모연의 뒷모습을 보며 담임 선생님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이 계집애는 눈치가 하나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어? 진모연이 언제 전학 왔었지...”“선생님, 날이 어두워졌어요.”옆에 있던 한 학생이 낮은 목소리로 귀띔
구진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꺼져! 다 꺼져!”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반장과 체육 반장이 교실로 들어와 이 상황을 똑똑히 보았다. 멍해 있던 반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정말 가리지도 않네.”체육 반장은 어색하게 웃었다.“갑자기 흥이 났을 뿐이야. 어차피 구진희는 소란을 피우지도 못하잖아.”그는 발끝으로 구진희를 툭툭 차며 말했다.“야, 충고하는데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마. 말을 잘 듣고 때때로 내 시중을 잘 들면 너의 학비는 내가 대신 내줄게. 걱정하지마. 너의 공부에는 영향 주지 않을 거야. 학교에서 특별히 받은 공부 잘하는 가난한 학생이잖아.”반장은 허리를 굽혀 그 치마를 주워들고 구진희 앞으로 걸어갔다.“두려울 것도 없잖아? 이미 동영상을 녹화했지?”반장이 구진희 손에 들린 외투를 잡아당기며 그 치마와 함께 창밖으로 던지자 구진희는 비명을 질렀다.반장은 악랄하게 웃었다.“구진희, 어차피 수업이 끝나 학교에는 사람이 없어. 넌 옷 주우러 내려가.”세 사람은 악랄하게 웃은 후 교실을 떠났고 이젠 구석에서 힘없이 울고 있는 구진희만 남았다.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두 번째 1학년 7반의 교실로 걸어갔다.어둠이 짙어지자 당직을 선 7반 담임 선생님은 반 급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문을 밀쳤다. 문을 미치자마자 선생님은 모퉁이에서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구진희를 보았다.담임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렸다.“구진희, 늦었는데 왜 아직도 교실에 있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지.”구진희는 눈이 퉁퉁 부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옷을 줍는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날이 좀 더 어두워져서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을 때 몰래 내려가려고 했다.담임 선생님이 나타나자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 선생님, 곧 돌아갈게요.”담임 선생님은 그녀 앞으로 다가서서 둘러보다가 뭔가 깨달은 듯 혐오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구진희. 네가 성적이 좋아 우리 반으로 데려온 거야. 교실은 공부하는 곳이지
“야, 구진희. 넌 다른 반으로 전학 가면 안 돼? 너랑 한 반인 게 너무 창피해.”“그러게 말이야. 공부를 못하면 열심히 배우면 되지 부정행위를 하다니.”“가난한 애들은 속이 썩었어. 퉤!”학교 폭력의 괴롭힘, 선생님의 불신, 학생들의 냉담한 시선... 이 복도를 걸으면서 나는 구진희의 비참한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것 같았다.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미안해. 내가 있었으면 좋았을걸.”갑자기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출입문을 찾았어. 빨리 가자.”사람들은 음산한 강의동을 나온 후 숨을 돌리지도 못하고 서둘러 배치하기 시작했다.그들은 구진희에게 속한 그 검붉은 색의 책상을 내왔다. 이 낡아빠진 책상 위에는 꽃이 가득 달려 있었고 학생들은 그 책상을 향해 경례하며 생전에 없던 선의와 존경을 주었다.나머지 학생과 담임 선생님은 바닥에 둘러앉아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노잣돈과 물건을 중간에 놓인 불더미에 던졌다.이날 따라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 기괴해 보였다.“이렇게 조용하게 노잣돈만 보낼 거야? 사과 안 해?”말이 끝나자마자 몇십 개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들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눈빛은 밤보다 더 어두워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허허. 네 말이 맞아. 난 속죄해야 해.”담임 선생님은 웃으며 일어섰다. 그는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꼿꼿이 서서 불 속으로 들어갔다.불길이 치솟아 그의 그림자를 삼켜버리자 그는 갑자기 의식을 되찾은 것처럼 불구덩이 속에서 소리쳤다.“아! 아파! 날 살려줘, 제발! 아!”학생들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그저 두 손을 꺼내 박수를 쳤다.‘짝! 짝! 짝!’연이은 박수 소리에 불꽃이 갑자기 꺼지더니 시커멓게 된 시체가 중간에 놓여 있었다. 악취가 바람을 타고 건너와 나는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했다.학생들은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입꼬리를 잡아당긴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벌린 채 목구멍에서 어설픈 웃음소리를 냈는데 마치 생명을 잃은 송장처럼 느껴졌다.나는 이런 기괴한 상황
진모연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서인지 나는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들었다.나는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구진희가 죽은 후 1학년 7반의 학생은 여전히 뉘우침이 없었고 구진희를 거론할 때마다 여전히 비웃고 욕했다.구진희는 허공에 떠서 차가운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다 그들은 구진희가 복수하러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교실의 조명이 갑자기 꺼졌고 책에는 갑자기 피가 묻은 손자국이 생겼으며 낮잠을 자도 한여름에 냉기가 불어와 교실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엄동설한처럼 오싹하게 했다.그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구진희에 관해 물어볼 때 그들은 말을 바꾸어 대답했다.“구진희? 공부도 잘하고 성품도 바른 학생이었어.”“구진희는 예뻤어. 피부가 뽀얗고 입술은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발그스름한 게 너무 부러웠어.”“구진희는 완벽한 사람이야. 부정행위는 아마 뭔가 사정이 따로 있었을 거야.”그들은 매일 구진희를 입에 올리며 마치 그녀가 아직도 있는 것처럼 그녀와 얘기하고 심지어 수다도 떨었다.그러던 어느 날 구진희의 영혼이 깨어나 보니 그녀는 그들이 말하는 이미지로 교실에 돌아와 전학생이 되었다.이 사람들 때문에 인간 세상에 돌아온 그녀는 원래의 자리 옆에 갇혔고 악귀로서의 힘을 잃어버린 채 그저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그녀는 이름이 진모연이라고 했다.그들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진모연이 꼭 사랑을 받을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진모연은 새로운 왕따가 되었다.매일 괴롭힘을 받던 그녀는 어느 날 전학생의 입을 통해 질문했다.“반에 구진희라는 학생이 있어?”상상으로 구성된 자물쇠가 풀리고 그녀는 다시 악귀의 힘을 가졌다.구진희와 진모연, 두 사람의 원수를 함께 갚을 것이다.“널 좀 더 빨리 만났다면 좋았을걸.”“이젠 가야 해.”“날 잊어. 아니면 악몽 꿀 거야.”‘누가 나에게 귓속말을 하지?’갑자기 놀라 깨어나 보니 나는 벤치에서 밤새 잠을 잤다.학교에는 경찰차가
“야, 구진희. 넌 다른 반으로 전학 가면 안 돼? 너랑 한 반인 게 너무 창피해.”“그러게 말이야. 공부를 못하면 열심히 배우면 되지 부정행위를 하다니.”“가난한 애들은 속이 썩었어. 퉤!”학교 폭력의 괴롭힘, 선생님의 불신, 학생들의 냉담한 시선... 이 복도를 걸으면서 나는 구진희의 비참한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온 것 같았다.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미안해. 내가 있었으면 좋았을걸.”갑자기 앞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출입문을 찾았어. 빨리 가자.”사람들은 음산한 강의동을 나온 후 숨을 돌리지도 못하고 서둘러 배치하기 시작했다.그들은 구진희에게 속한 그 검붉은 색의 책상을 내왔다. 이 낡아빠진 책상 위에는 꽃이 가득 달려 있었고 학생들은 그 책상을 향해 경례하며 생전에 없던 선의와 존경을 주었다.나머지 학생과 담임 선생님은 바닥에 둘러앉아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노잣돈과 물건을 중간에 놓인 불더미에 던졌다.이날 따라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 기괴해 보였다.“이렇게 조용하게 노잣돈만 보낼 거야? 사과 안 해?”말이 끝나자마자 몇십 개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들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눈빛은 밤보다 더 어두워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허허. 네 말이 맞아. 난 속죄해야 해.”담임 선생님은 웃으며 일어섰다. 그는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꼿꼿이 서서 불 속으로 들어갔다.불길이 치솟아 그의 그림자를 삼켜버리자 그는 갑자기 의식을 되찾은 것처럼 불구덩이 속에서 소리쳤다.“아! 아파! 날 살려줘, 제발! 아!”학생들은 표정이 변하지 않고 그저 두 손을 꺼내 박수를 쳤다.‘짝! 짝! 짝!’연이은 박수 소리에 불꽃이 갑자기 꺼지더니 시커멓게 된 시체가 중간에 놓여 있었다. 악취가 바람을 타고 건너와 나는 저도 모르게 헛구역질했다.학생들은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입꼬리를 잡아당긴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벌린 채 목구멍에서 어설픈 웃음소리를 냈는데 마치 생명을 잃은 송장처럼 느껴졌다.나는 이런 기괴한 상황
구진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꺼져! 다 꺼져!”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반장과 체육 반장이 교실로 들어와 이 상황을 똑똑히 보았다. 멍해 있던 반장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넌 정말 가리지도 않네.”체육 반장은 어색하게 웃었다.“갑자기 흥이 났을 뿐이야. 어차피 구진희는 소란을 피우지도 못하잖아.”그는 발끝으로 구진희를 툭툭 차며 말했다.“야, 충고하는데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마. 말을 잘 듣고 때때로 내 시중을 잘 들면 너의 학비는 내가 대신 내줄게. 걱정하지마. 너의 공부에는 영향 주지 않을 거야. 학교에서 특별히 받은 공부 잘하는 가난한 학생이잖아.”반장은 허리를 굽혀 그 치마를 주워들고 구진희 앞으로 걸어갔다.“두려울 것도 없잖아? 이미 동영상을 녹화했지?”반장이 구진희 손에 들린 외투를 잡아당기며 그 치마와 함께 창밖으로 던지자 구진희는 비명을 질렀다.반장은 악랄하게 웃었다.“구진희, 어차피 수업이 끝나 학교에는 사람이 없어. 넌 옷 주우러 내려가.”세 사람은 악랄하게 웃은 후 교실을 떠났고 이젠 구석에서 힘없이 울고 있는 구진희만 남았다.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두 번째 1학년 7반의 교실로 걸어갔다.어둠이 짙어지자 당직을 선 7반 담임 선생님은 반 급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문을 밀쳤다. 문을 미치자마자 선생님은 모퉁이에서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구진희를 보았다.담임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렸다.“구진희, 늦었는데 왜 아직도 교실에 있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지.”구진희는 눈이 퉁퉁 부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옷을 줍는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날이 좀 더 어두워져서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을 때 몰래 내려가려고 했다.담임 선생님이 나타나자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선... 선생님, 곧 돌아갈게요.”담임 선생님은 그녀 앞으로 다가서서 둘러보다가 뭔가 깨달은 듯 혐오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구진희. 네가 성적이 좋아 우리 반으로 데려온 거야. 교실은 공부하는 곳이지
방금 도저히 열 수 없었던 창문은 담임 선생님이 힘을 주자 확 열렸다.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내밀었다.부러진 검붉은 나무토막이 반장의 가슴을 관통했고 커다랗게 뜬 두 눈에는 여전히 망연하고 조급한 기색이 보였다.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일어났다.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주변 학생들이 하나둘씩 이상한 방식으로 죽기 시작하자 아직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인 학생들은 놀랍고 비명을 지르던 데로부터 이젠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억누르려고 애썼다.그리고 나는 놀라운 표정으로 진모연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진모연의 얼굴이 갑자기 구진희로 변했기 때문이다!담임 선생님은 황급히 검붉은 책상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구진희, 그만해. 그들 셋은 다 죽었어. 우리를 그만 용서해줘. 우리가... 노잣돈을 챙겨줄게!”담임 선생님은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오늘 수업이 끝난 후 누구도 돌아가지 못해. 날이 어두워지면 우리 함께 구진희를 위해 노잣돈을 마련해주며 속죄하자.”“오지 않으면...”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어안이 벙벙해진 학생들을 훑어보며 계속해서 말했다.“죽기를 기다려!”날이 어두워졌다. 담임 선생님이 노잣돈을 한 뭉치 사 오자 얼굴에 핏기가 없는 학생들은 옆에서 차분하게 정리했다.진모연이 책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담임은 황급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진모연, 거기 서! 넌 어디 가는 거야!”진모연은 여전히 평소처럼 차분한 표정으로 책가방을 메며 말했다.“선생님. 저는 이 전학생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왜 굳이 남아야죠?”“너도 갈래, 최아진?”방금 발생한 일이 생각난 나는 두려워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더는 말리지 않고 오히려 책가방을 메고 떠나는 진모연의 뒷모습을 보며 담임 선생님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이 계집애는 눈치가 하나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어? 진모연이 언제 전학 왔었지...”“선생님, 날이 어두워졌어요.”옆에 있던 한 학생이 낮은 목소리로 귀띔
2학년 7반은 교사부터 학생까지 모두 잠시 쉬었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진모연의 상처도 이미 다 나았다. 그녀는 손에 물티슈 몇 장을 들고 새 교실에서 그녀만의 낡은 책걸상을 꼼꼼히 닦고 있었다.일주일간의 손질을 거쳐 겉으로 드러난 활기와 흥이 되살아난 듯 웃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마치 그 두 번의 사고가 지워진 것처럼 이 어린 꽃들은 계속 피어나려 했다.선생님은 새 양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손뼉을 치며 모두에게 그를 주목하라고 했다.“학생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새로운 교실에 온 첫날이야. 다들 좋지 않은 일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도록 해야지? 오늘은 개학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대청소부터 하자.”반장은 모두에게 임무를 배정했는데 진모연의 차례가 되었을 때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진모연, 넌 이 창문 세 개를 닦아.”새 교실은 5층에 있는데 창문이 낡고 진흙투성이라서 진모연이 혼자서 이 세 개의 창문을 다 닦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진모연이 습관이 된 듯 고개를 끄덕일 때 내가 말렸다.“반장, 이렇게 닦기 힘든 창문을 진모연 혼자 시키는 건 좀 그렇잖아?”반장은 아무렇게나 대꾸했다.“그럼 네가 같이해.”나는 입구에서 지금 교보 소재를 촬영하고 있는 학교 선전부 선생님을 힐끗 쳐다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반장이 모든 임무를 다 나누었는데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네. 창문이 마침 세 개이니 우리가 한 개씩 닦으면 돼. 그래야 나중에 학교 잡지에 사진이 올라도 누군가 반장이 직권을 남용하여 게으름을 피웠다고 말하지 않을 거잖아.”반장도 입구에서 촬영 중인 선생님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내 옆을 지나갈 때 매섭게 한마디를 뱉었다.“기다려. 너 걔와 이렇게 가까워지면 조만간 일이 생길 거야.”대청소 과정이 절반 이상 진행되자 교실은 온통 세제 냄새로 가득 찼다.창문 안쪽은 깨끗이 닦았는데 바깥쪽 부분은 흙으로 뒤덮여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바깥쪽 창틀이 넓고 두
그 말들은 진모연의 죄를 이미 단정한 것 같았다.나는 담임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선생님, 진모연이 문제를 외우는 것을 봤어요?”담임 선생님은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부반장은 성적이 우수한데 나를 속일 수 있겠어?”나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막 변명을 하려 했지만 진모연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최아진, 괜찮아. 양호실로 데려다줘.”나는 진모연을 부축하고 의무실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내가 진모연에 왜 말을 못 하게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소용없어, 최아진. 선생님은 듣지 않을 거야. 걔보다 성적이 좋은 사람은 모두 ‘베낀’ 거로 칠 테니까.”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물었다.“최아진, 왜 날 돕는 거야? 내가 예뻐서?”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했다.“어렸을 때 왜소하게 생겼고 괴롭힘도 많이 당했는데 그때는 정말 무력했어. 이제 능력이 생겼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돕고 싶어.”2학년 7반부터 의무실까지는 긴 복도를 지나야 했는데 나는 그녀와 함께 조용한 복도를 천천히 지나면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모연을 양호실에 데려다주고 난 나는 천천히 교실로 걸어가면서 진모연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교실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비명과 함께 책걸상이 밀리는 소리와 어수선한 발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농구장에서 일어난 일을 연상한 나는 불길한 생각이 떠올라 빠른 걸음으로 교실 앞에 가서 문을 갑자기 밀어젖혔다.교단에서 방금 진모연을 밀치던 부반장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분필을 입에 넣고 씹기조차 귀찮은 듯 먹지로 삼키며 목젖을 크게 굴렸다.선생님이 황급히 말리려는 듯했지만 부반장은 어디서 힘이 난 건지 담임교사를 밀쳐냈다. 중년 남자는 떠밀려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도하지 못했다.학생들은 교실 뒤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데 그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한 곳에 뭉쳤다.반장은 학생들의 가장 안쪽에 있었는데
체육반장이 농구공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먹구름은 이미 온 하늘을 뒤덮었다.그는 공을 땅에 내리치며 말했다.“또 비가 오려나 봐. 흥이 깨네.”옆에 있던 남학생이 웃으면서 말했다.“아직 안 내렸잖아. 한 판 하자.”“그래!”몇몇 남학생들이 농구를 했지만 나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화단 옆에 가서 앉았다.진모연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헝클어졌는데 그녀는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는 그 몇 명의 남학생들을 보며 멍하니 딴생각하고 있었다.“최아진.”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을까?”먼 곳의 운동장에 있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다.“체육반장, 3점 슛 던져!”나는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는 것을 눈치채고 시선을 운동장으로 향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거야, 진모연. 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그때 체육반장이 공을 손에 들고 뛰어올랐다.그는 마치 용수철을 단 듯 한 번도 도달해 본 적이 없는 불가사의한 높이로 뛰어올랐다.그의 얼굴에 피어올랐던 의기양양한 빛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머리를 누르는 듯 그의 머리가 농구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손에 있는 농구공이 높이 날아오르더니 머리가 농구 골대에 걸려 몸이 떨어지는 순간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체육반장의 눈알이 튀어나오는 듯싶더니 그는 입으로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운동장에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누군가 소리쳤다.“빨리 선생님을 찾아.”체육반장은 몸을 휘청거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쟤, 쟤 죽었어!”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은 화살에 놀란 새처럼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나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동공이 자신도 모르게 커졌고 온몸의 근육과 뼈는 모두 떨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얼음 굴에 빠진 것 같처럼 이빨이 통제되지 않고 덜덜 떨며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농구공이 살며시 땅에 떨어졌다.번개가 먹구름을 가르자 천둥소리가 뒤이어 울렸다.폭우가 쏟아졌고, 빗장 속에서 나는 갑자기 나타난 한
...나는 마음속으로 더욱 의아해 고개를 돌려 진모연에게 물었다.“진모연, 너 구진희가 누군지 알아?”.진모는 자기 옆의 책상과 의자를 가리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또 가서 앞에 앉은 남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는 의심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야, 다들 자주 와서 부르는 구진희가 대체 누군지 알아? 반에 이런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반이 떠들썩했던지라 나는 그가 내 말을 듣지 못할까 봐 내가 질문을 할 때 일부러 좀 더 크게 물었다.그러나 반이 잠잠했더니 앞에 앉은 남학생은 창백한 얼굴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 머리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내 잘못이 아니야. 난 몰라. 난 몰라”반장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최아진. 진모연 옆에 진희가 있잖아, 안 보여?”반이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더니 모두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구진희를 소개했다.“진희가 얼마나 예뻐. 피부도 희고 눈이 커서 우리 반에서 제일 예뻐! 너 눈치채지 못하다니.”“그러니까, 최아진, 진희는 우리 반 전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너도 소홀히 하지 마.”“진희는 피부도 좋은데 눈썹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버드나무 잎사귀 같아. 진희야, 너 눈썹 그릴 필요 없지?”“나는 진희의 입술 색이 가장 부러워. 천성적으로 발글스름하잖아. 나를 봐. 색깔이 보기 흉해.”그들은 늦을세라 서로 앞다투어 말했다.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빈 책걸상이 여전히 그대로였다.한낮의 햇빛이 가장 밝고 뜨거울 때라 몇 가닥의 햇살이 그 탁자 위에 쏟아져 ‘더러운년’이라는 네 글자를 감쌌다.진모연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들이 묘사한 예쁜 구진희를 닮은 것 같았다.오후 체육 시간은 두 반을 합친 자유 활동시간이었는데 체육반장은 진모연의 손목을 잡고 기어이 자기와 함께 장비실에 가서 농구공을 가져오자고 했다.“가자, 진모연. 우리 저번에 창고에서 잘 놀았잖아?”진모연의 검은 눈동자에 공포가 피어오르더니 체육반장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수업 종이 울리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나는 의심스러운 듯이 진모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쟤 왜 저래?”진모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커다란 두 눈을 멍하니 뜨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웃음을 짜냈다.“최아진, 이 책상 일은 상관하지 마. 나도 상관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걔가 올 거야.”고등학교 2학년 7반에서 진모연은 괴롭힘의 상대였다.예쁘고 조용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녀였지만 특채 생이라 자만심이 강한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았다.나는 왜 이 사람들이 반에서 한 사람을 골라 괴롭히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나더러 자신을 내버려 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꼭 상관하기로 마음먹었다.나는 난초를 진흙에서 끓어내어 다시 새하얀 꽃을 피우고 싶었다.분필이 칠판에 부딪히는 소리가 멈추더니 선생님은 숙제를 내주며 하교를 알렸다.창밖의 하늘은 때아니게 어두워졌고 윙윙대는 바람 소리가 창틀을 때리며 창가 쪽 학생들은 빗방울 섞인 찬바람에 얼굴을 맞고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한순간 어둠이 짙어지면서 번개가 구름을 가르고 불이 켜지지 않은 교실을 환하게 비췄다.반장의 얼굴빛이 크게 변하더니 그녀의 입은 계속 벌리고 뭔가 중얼거렸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똑똑히 들을 수 없었지만 입술 모양을 보니 그녀는 분명히 ‘미안해’를 반복하고 있었다.학생들은 마침내 책가방을 다 챙긴 후 무거운 가방을 메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그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두 억지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모연 옆에 있는 검붉은 색의 책상과 의자로 다가가 인사를 나누었다.“내일 보자, 구진희.”“안녕, 진희야.”...그들은 마치 임무를 완수하는 듯 줄을 서서 인사를 한 뒤 한 명씩 뒷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갔다.결국 교실에는 나와 진모연 두 사람만 남았다.불이 켜지지 않고 번개가 번쩍이는 순간 나는 진모연의 표정을 포착했다.원래도 창백했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고 입가에 풍자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의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