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 대체 누구야?”유가연이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난 계속 나야, 유가연.”그러다가 유가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윤회라고 들어봤어?”임건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임건우는 천의도법을 계승하고 온갖 수진 방면의 지식을 학습했었다. 특히 얼마 전 거제 스님의 영혼 조각까지 얻으며 적지 않은 불교 수련의 정보를 받았고 윤회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불교에는 육도윤회라는 성물이 생명의 윤회를 통제한다고 했다.당자현 역시 꿈속의 윤회지를 여러 번 언급했으며 저번생에서는 윤회지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터무니없는 어불성설같이 느껴지겠지만 이는 확실히 존재하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환생으로 유가연이 되었다면 당신의 전생은 누구였어?”“그건 나도 모르겠어.”유가연이 고개를 저었다.“영혼을 대물림받았는데 전생의 사람은 무얼 했던 사람인지도 기억이 모호해. 그냥 여자였다는 것만 알 수 있는 정도야.”임건우가 말했다.“오히려 모르는 게 다행일지도 몰라. 괜한 고민만 늘어날 테니까.”그리고 유가연은 자신이 영혼을 물려받은 시간을 밝혔다. 그날은 두 사람이 이혼 도장을 찍고 첫 합방을 한 날이었다.그게 현재의 유가연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에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임건우는 몰랐다.사실 임수희의 신분에 있어 임건우도 의심은 했었다.하지만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였다니, 임건우는 마음속 많은 의심과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동안 임수희에게 숨겼던 정보도 안심하고 밝혔다.임건우는 임수희와 함께 묘지로 향하고 싶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또 유가연이 굳이 자신과 모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임건우의 생각을 알아차린 유가연이 코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내세울게 미모밖에 없는 줄 알아? 네 논리대로면 앞으로 너와 생사를 함께할 사람은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겠네? 그건 무슨 개떡 같은 논리야?”
“지연아, 공부 좀 열심히 해. 상반기 시험 중 어느 과목은 90점밖에 못 맞았다며? 밖에 나가 놀 생각만 하지 마. 그리고 이번 학기 용돈은 절반 삭감이야.”유가연이 입을 열었다.유지연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빨간색 홀릭의 일급 대리를 맡아 학교 내의 많은 하급 대리상을 통해 수많은 돈을 벌어들인 그녀는 현재 학교에서 상업 거물 같은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또한 며칠 전 자기가 번 돈으로 BMW 한 대를 구매까지 했으니 언니의 용돈 따윈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하지만 유가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여보, 얼른 지연의 일급 대리 권한을 철회해 줘. 그리고 앞으로 하급 대리상의 모든 수익은 내 계좌에 오게끔 계좌와 은행카드를 모두 나의 명의로 바꿔줘.”임건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지연은 소리쳤다.“언니, 이건 강도랑 마찬가지잖아. 이러는 게 어딨어? 내가 힘들게 대리상 팀을 꾸려서 번 돈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난 동의 못 해.”“제소는 기각할게. 지금 네가 할 일은 공부하는 거지 돈 버는 게 아니야.”“아아, 나 돌아버리겠네! 안돼, 언니가 무슨 권리가 있는데?”유가연은 임건우를 가리키며 받아쳤다.“네 형부한테 그럴 권리 있어.”“형부, 형부!”유지연은 임건우의 팔을 안고 흔들며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처량하게 바라보았다.“형부, 제발 제 계좌 빼앗아 가지 마세요. 제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네?”유지연이 애교가 임건우의 마음을 두드렸다.“지연아, 지난 학기 그 과목을 90점 맞았다고 했지?”“컴퓨터 영어요.”“총점이 몇 점인데?”“100점이요.”임건우는 유가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잘 맞은 거네. 대학교 교육이 수험 교육도 아니고 지연이 대학교에서 상업팀을 꾸린다는 자체가 이미 대단한 거야! 처제를 응원할 거니까 계좌는 빼앗지 않을게.”“와, 형부 고마워요. 역시 형부가 최고야.”유지연은 신이 난 나머지 임건우의 볼에 뽀뽀를 해댔다.이 광경을 본 심수옥은 놀라 두
그녀는 홑몸이 아니었다.날짜를 세어보니 아마도 3개월은 족히 되었다.당문 밀경 내부에 진입한 후에야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걸 확인하였다. 하지만 죽음의 수련을 수행 중인지라 2년이 채 안 되면 나갈 수가 없었다. 또한 밀경 내부에 약간의 사고가 생겨 전보다 더 위험해졌다.“자현아, 조심해!”“언니, 꼭 살아서 나가! 죽으면 안 돼, 알겠지?”나무에는 할머니 한 분과 12살쯤 돼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다쳐서 다시 싸울 순 없었다.“응!”당자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점점 다가오는 늑대무리를 쏘아보았다.“죽여!”윙-염력이 파도처럼 머릿속을 파헤쳐 들어온다.당자현은 칼을 들고 여자 수려가 되어 늑대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칼을 휘두르는 곳마다 늑대의 피가 솟아올랐다.피의 싸움이다!그리고 각성했다!당자현은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혈맥을 각성시켰다!하지만 이곳에 있는 한 그녀는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저녁 6시.영흠호텔 1208호 방!바로 지난번 구소소가 사람들을 모아 임건우와 만난 곳이다.현재 시각, 지난번 모인 무리가 또다시 이곳에 모였다.“서공진 씨, 와이프는 어떻습니까? 암은 완치됐나요?”미대룡이 입을 열었다.“네, 완치됐어요. 임건우 도련님 진짜 신의이던데요!”서공진이 말을 이었다.“제 와이프의 암을 채료해줄뿐 만아니라 5살 더 어려지게 해줬다니까요.”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이 순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진짜로 완치가 됐다고요?”“어머나, 암 말기 환자도 완치하다니. 임건우 도련님은 그 아버지보다도 실력이 출중하네요!”“5살이나 더 어려지게 한다니! 너무 대단해!”갑자기 어느 한 사람이 툭 튀어나와 퇴마용족의 긴 다리 미녀인 마한영에게 대뜸 물었다.“아가씨 머리에 물이 찼다고 들었는데. 아 아니지, 어릴 적부터 생긴 병치레라고 하던데. 설마 그 병도 고친 거야?”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구소소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임건우가 아가씨를 치료해 주지
“선배님!”장진영은 방 안에 있던 양소를 보자마자 소리치며 쌩하고 달려가 와락 그를 껴안았다.그 눈빛이며, 표정이며, 흡사 아버지를 껴안는 것 같았다.그리고 눈물이 주저 없이 흘러내렸다.장진영은 과거에 얼마나 흉폭했을까?당자현을 잡을 때는 해외 킬러와 헬리콥터, 크루즈까지 사용하면서 당자현의 유모차까지 배 안에 잡아들여 그 난리를 일으켰건만 지금은 이렇게 서럽게 울다니.“선배님, 원수성 묘는 갈 곳이 못 됩니다. 거긴 사람도 잡아먹는 곳이에요. 사고 나면 어쩌시려고요?”“지난번은 죽다 살아난 거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양소는 손을 연신 흔들었다.“난 이미 결정했어. 난 반산의 수장이니 갈 수밖에 없어. 넌 들여올 필요 없으니 밖에서 기다리면 돼.”장진영은 즉각 고개를 흔들었다.“내가 어떻게 거기에 가? 네가 간다면 나도 따라가지. 한 명이 산을 옮기고 다른 한 명이 도굴하면 절대 문제없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느나니 우리 형제는 절대로 널 버리지 않아.”양소는 구소소를 가리켰다.“이미 도굴 장인이 있네 뭐.”“쟤?”장진영은 콧방귀를 뀌었다.“쟤가 뭐라도 돼? 지난번 도굴 때 임건우가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뒤졌을걸. 쟤의 도굴 기술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구소소는 전부터 장진영을 고깝게 보군 했다.험하게 생긴 데다가 욕설만 하는 인간이라니.구소소의 말에 장진영이 비웃는다.“내 실력이 어때서? 가짜 도굴 기술을 가진 너보다 나아. 원수성이 산 조대도 모르는 주제에 들어가면 바로 뒤질 수가 있어.”두 사람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더 이상 보기 어려웠는지 유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임건우에게 물었다.“이 사람들은 누구야? 웬 들러리들을 모셔놨어. 능력도 없는 것들이 무덤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로를 공격하다니 전혀 쓸모가 없군.”그녀의 한마디에 현장의 모든 사람이 쥐 죽은 듯 조용해 났다. 모두가 그녀의 화를 돋운 탓이다.물론 유가연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다.금단 고수인 그녀에게 그 누구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무덤 아래에는 무조건 영혼을 대체하는 다른 연밥이 있다는 것.구소소가 입을 열었다.“영혼을 대체하는 연밥이 뭔데? 난 왜 모르지?”마한영이 답했다.“그때 너 기절했잖아.”씁-구소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후 시간에는 모두 방안에서 도굴에 대해 상세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무덤에 내려갈 때의 상황과 그에 대한 사고대처 방안을 모색하였다.저녁 10시.임건우는 호텔의 셰프에게 야근까지 시켜서 푸짐한 식사 자리를 마련하게 하였다.“식사를 다 한 후 바로 출발하는 겁니다! 여러분, 저 임건우가 약속합니다. 오늘 저와 같이 무덤에 내려가는 모든 분에게는 일억원의 상금을 드리겠습니다. 설령 무사히 탈출하지 못하는 분이 있더라도 상금은 무조건 드리겠습니다.”현장의 모든 사람이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일억원의 상금도 그들에게는 소소한 선물일 뿐이다.화기애애한 식사가 시작되었다.서공진은 참지 못하고 조금 전 화제를 다시 상기시켰다. 그는 마한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도련님, 조금 전 말했던 퇴마 용족의 후대 말인데요. 그 아가씨는 몸매도 좋고 능력도 나쁘지 않아 도련님의 와이프로는 딱 맞던데. 하지만 퇴마 용족의 기준의 높아서 도련님은 안중에도 없으시니.”임건우는 유가연이 있는 곳에서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재빨리 손을 휘저었다.“이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아가씨의 명성에 누가 될라. 그리고 나 이미 결혼했어.””네? 이미 결혼하셨다고요?”임건우의 폭탄 발언에 서공진은 넋이 나갔다.“응. 난 내 와이프 엄청나게 사랑해.”임건우는 유가연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마한영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아버지가 봐준 사주 때문인지 그녀의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일어났다.아무리 변태 같은 임건우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고 퇴마 용족의 사위가 되는 일이 없다고 해도 아버지가 점 찍어둔 사위라고 생각하니 그의 결혼 사실이 알게 모르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벌써 결혼할 수가 있지?’‘정말
서공진과 미대용 등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임수희 같은 역대급 미인만으로도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여기는데 두 명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이런 미인들을 데리고 사진이나 찍고 풍경이나 감상하는 건가?다른 한편, 자기 외모에 항상 자신감을 가졌던 마한영은 임수희, 유화와 반하나 같은 역대급 미녀의 출현에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임건우 이 자식, 여자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장난 그만 쳐!”유가연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도굴이 애들 장난 같아? 여행인 줄 알았어? 항상 생명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유화는 임수희를 보자마자 흠칫 움츠렸다.“고모!”그녀는 아마 모를 것이다.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라는 것을.어제 임수희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탓인지 유화는 임수희를 보자마자 주눅 들었다.“저흰 도와주러 온 거예요. 깊은 곳까진 가는 것이 꺼리시면 안 가도 돼요.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시고. 아, 그리고 저희가 여길 지키고 있으면 타인의 출입도 막을 수 있어요.”맞는 말이긴 하나 산을 옮기는 것을 담당하는 양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큰 무덤들은 모두 기괴하다. 특히 원수성의 무덤은 더더욱. 그 무덤은 양소가 지금까지 봐온 무덤 중 가장 기괴하고 위험한 무덤이다. 입구부터 위험한 존재가 투성인지라 여리여리한 여성들에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그러나 모든 결정권은 임건우에게 있다.토론회에서 위험 요소에 관해 얘기를 꺼냈지만 고집 부려 두 여성을 데려간다고 해도 그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저녁 12시 15분.그들은 모두 무덤에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무덤 입구는 어느 건물 안의 깊숙한 우물안에 위치하였다. 이전의 입구는 임우진에 의해 망가졌었으나 구소소가 다시 무덤의 위치를 발견해 임건우에게 알려주었고 후에 임건우의 지시 아래 천우 등은 대형 기계로 땅을 파서 발견한 새로운 무덤 입구였다.“건우 형, 유화야, 그때 말뚝 받는 기계로 큰 돌이 있는 곳까지 파고 더 내려가지 못했어. 그 돌
억울하게 욕을 들은 유화는 참지 않았다.“향을 피우는 것 자체가 기만 아닌가? 무덤 주인의 영혼이 아직 있는데 그딴 향이나 피운다고 우릴 용서하기라도 하냐고요!”“유화아, 그 입 다물어. 쟤네 전통이라고 하니 그냥 따르도록 해.”유가연의 한마디에 유화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향초가 다 탄 후 임건우가 첫 번째로 무덤에 뛰어내렸다. 그 후 유화, 반하나, 구소소 장진영, 서공진, 미대용, 양소 그리고 유가연이 차례대로 뛰어내렸다. 천우 등은 임건우 무리와 무전기로 즉각 연락을 취할 수 있게 입구에서 기다렸다.모든 이가 무덤에 도착한 후 유화는 돌을 밟으며 물었다.“이게 그 윤석이라는건가?”임건우와 유가연이 자세히 보더니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둘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이 돌은 운석이 아닌 ‘음침혈석’이었다.표면은 거무스레하나 본래의 색상은 아니었다. 몇백년 동안 핏속에 잠겨져서 생긴 음침혈석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욱 단단한 것이다. 그리고 추측이 맞는다면 아마 돌 뒤에 진도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그러니 기계로 돌을 부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무덤에 내려오자마자 신기한 물건을 본 임건우와 유가연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원수성의 무덤을 판다는 것은 구소소 말과 정반대로 어려운 과정일 수 있을 것이다.“유화랑 누나는 그냥 올라가는 게 어때?”“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할게.”“금방 내려왔는데 이렇게 내쫓는다고? 나도 구경하고 싶다고! 나 도굴이 처음이야!”장진영이 끼어들었다.“어이, 이쁜이. 아니면 나랑 갈래? 내가 지켜줄게. 도굴의 재미도 알려줄 수 있고.”“됐어, 여기 남자 중 네가 제일 약하거든. 넌 어떻게 살아나갈지 그 생각만 하는 게 좋을걸!”장진영의 말에 유화의 심신을 건드렸는지 또 쏘아붙였다.“건우가 너 단전을 회복시킨 지 얼마나 된다고 그러니? 다시 원상복구 되고 싶어? 왜 나까지 건드려?”“아...”유화의 한마디가 마치 임건우는 내 것이라고 선전포고하는 것 같았는지 마한영은 힐끔 유화를
쾅쾅쾅-쿵!무덤 안, 임건우와 일행들은 탈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낮처럼 환히 밝았다가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을 만큼 깜깜해졌다.“아악!”“누가 닫은 거야?”“난 아니야. 아무것도 안 건드렸어.”“나도 아니야.”어둠 속 서로의 숨소리만 들릴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임건우은 금단기이고 유가연은 금단기 절반 상태이니 둘 다 수신자로서 어둠 속에서 영식으로 주위 환경을 감지할 수 있었다. 둘은 영식으로 감지하려 하였으나 무슨 이유인지 몇십미터 반경은 물론 눈앞의 사람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진법 결계가 분명해!”“이곳에 결계가 있어!”임건우는 단번에 문제를 파악했다.양소는 재빨리 손전등을 켰다. 주위는 어느새 손전등의 빛으로 환해졌고 일행들은 시야가 밝아졌다.곧이어 모두의 손전등이 켜졌다. 실내는 순식간에 대낮처럼 훤해졌고 굳게 닫힌 돌문도 확인하였다. 더 자세히 보자 돌문 뒤에 뭔가 있는 듯해 보였다.“사부님, 문을 다시 열 수는 있습니까?”전혀 긴장해 보이지 않은 구소소다. 마치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는 것처럼.“문제없죠!”서공진은 웃으며 말했다.“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거는 어렵지만 나가는 거는 장치가 안에 있으니 쉬울 겁니다.”그의 신심이 가득 찬 한마디에 모두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서공진은 아무리 찾아도 그 어떤 문 여는 장치도 발견하지 못했다.손잡이나 문 열 수 있는 작은 구멍조차 없었다.“설마 문에 새겨진 도안과 관계되는 건가?”그의 말에 일행들은 문에 새겨진 도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도안 양면에는 괴상한 동물과 중간에는 둥근 꽃 한송이가 그려져 있었다. 꽃잎에도 알 수 없는 문자와 부호가 새겨졌는데 뭘 암시하는 것 같았다.“양면에 그려진 동물은 라고 하고 중간에 있는 꽃은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문양을 살펴본 구소소가 입을 열었다.“내 생각엔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이 꽃이랑 연관된 거 같아. 암호를 풀어야만 문을 열 수 있어.”서공진이 구소소의 말에 동
웅!진원이 울려 퍼지며, 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빠르게 순환했다.임건우는 자신이 공간 틈새를 빠져나오면서 그를 공격한 허공수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가 거의 치유된 것을 느꼈다.다만, 잘린 두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화신 경지에 오르면 절단된 팔다리가 다시 자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하지만 임건우는 아직 화신에 도달하려면 멀고도 먼 길이 남았고, 심지어 자신이 과연 화신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그의 금단 안에 뿌리내린 이후, 그의 수련은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금단의 정점에 머물러 버린 임건우에게 더는 진전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임건우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자신의 자복궁 안에 있는 혼돈 나무가 달라지고 있었다.불사족의 천신의 무덤에서 그 여자의 관 속에서 얻은 흙 한 덩이를 받은 이후, 그 나무는 마치 기운을 받은 듯 급격히 자라기 시작했다.이전에는 겨우 몇 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이제는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푸르고 짙은 잎들이 무성히 자라났고,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숲처럼 보였다.그리고 나무는 아직도 계속 자라며 주변의 땅은 신성한 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혼돈 나무에서 방출되는 혼돈 원기는 임건우의 몸속 진원까지 보충하고 있었다.“그 흙은 전설 속에서 여와가 하늘을 고친 후 남긴 시양일까?”“그렇다면 그 관 속의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던 걸까?”임건우는 그 생각에 잠긴 채, 그 여자의 시체에서 뽑아낸 자홍옥을 꺼냈다.그것은 분명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때 급하게 보았을 때 그 안에 희미한 글씨를 봤었지만, 그 글씨는 어떤 규칙이 숨겨져 있어서 도무지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임건우는 생각을 정리한 후, 금단 속의 영력을 운용하여 그 옥 안으로 기운을 침투시켰다.잠시 후, 자홍옥 속의 글자가 영향을 받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제 좀 되나?”임건우는 더욱 많은 영력을 쏟아 넣었다.그런데 예
윤동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 집, 애초에 우리 윤씨 가문이 네게 상으로 준 것이 아니더냐?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되찾아올 수 있는 걸 잊었어? “네 신분이 뭔지 상기해. 넌 우리 윤씨 가문이 키운 하녀일 뿐이야. 네 손에 들린 회춘단뿐 아니라 너 자신마저 우리 윤씨 가문의 소유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붕이는 연달아 뒤로 물러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도... 도련님, 제가... 저는 지금 바로 아가씨를 찾아가겠어요.”“흥! 네가 제법 단단히 날개라도 달았다 이거야? 그 추녀가 널 위해 나서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걸 윤씨 가문의 그 누구도 막을 순 없어.”“여기! 이 계집애를 잡아라! 단단히 붙들고 몸수색해라!”“안 돼요...!”붕이는 비명을 질렀지만, 미약한 수련으로는 윤씨 가문의 고위 시위들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금세 그녀는 바닥에 꼼짝없이 눌려버렸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뺨까지 두어 대 맞고 말았다.그때였다.셋째 아가씨인 윤서희가 집안으로 들어섰다.“아가씨! 아가씨, 제발 도와주세요!”“그만둬!”윤서희는 단호히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삼촌, 왜 붕이를 괴롭히는 거죠?”윤동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 그래서 네 하녀가 우연히 얻은 월 노부인께서 만든 회춘단을 가져다가 드시게 하려는데, 이 계집애가 주려 하지 않는 게 아니더냐? 이따위 하녀가 우리 윤씨 가문에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니요? 왜 저는 몰랐죠?”“네가 듣고 알게 될 때면 이미 늦을 테지! 흥, 이 계집애를 붙들어, 지금 당장 그 알약을 꺼내라!”“잠깐만요!”윤서희는 붕이와 사이가 워낙 좋았기에 그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붕이야, 나에게 그 알약을 줘. 대신 나중에 내가 시가로 계산해줄게. 7천 영석을 줄 테니 됐지?”윤서희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붕이로서는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얼마 후, 윤서희는
시녀 붕이가 떠나자, 임건우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여기가 아직 지구라는 말이군.”“여긴 고대 결계 안에 있는 곳이야. 다만, 그 사이에 불사의 해역이 가로막고 있지.”“그럼 내가 딸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송 장치라도 있을까?”모든 게 아직 불확실하다.하지만 임건우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그래도 살아있으면 희망은 있지.”임건우는 마음을 다잡고 임하나를 안고 결단을 내린다.“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내 발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야.”임건우는 이 집을 유심히 둘러봤다.여기, 보통의 수련 세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순수한 고대 사회는 아니었다.임건우가 지나면서 본 사람들 대부분이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여기에는 꽤나 현대적인 생활 철학도 존재했다.예를 들어 화장실 설계가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발전된 기술로 꾸며져 있었다.임건우가 본 욕조는 오히려 영기를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즉, 이곳은 이미 영기 기술을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한 사회였다.시간이 지나, 임건우는 자신과 딸을 모두 깨끗이 씻기기 위해 옷을 벗고 영기동력이 적용된 마사지 욕조에 들어갔다.임하나는 물속에서 펄떡거리며 깔깔 웃었다.약 30분을 푹 빠져서 씻고, 아이에게 생명수 한 모금을 먹이고 나서 아이는 곧 깊이 잠들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감회가 밀려왔다.“집에 아직 나를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고, 나를 걱정하며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니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임건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치료제를 꺼내 하나씩 입에 넣고는 방바닥에 축유부적을 그려 넣었다.이곳의 영기는 연호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농도가 짙었다.기문이 돌아가자, 효과도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몇 군데 상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공간 틈새에 의해 상처 입은 부위가 여전히 공간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이 힘을 제거하지 않으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 없고, 새로운 뼈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붕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요? 이런 것도 모르다니. 당신이 살던 곳이 정말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짐작도 안 가네요! 이건 아주 간단한데 이곳 모든 지역을 통틀어서 연호 세계라고 부른답니다.”임건우는 황당해서 입만 벙긋거렸다.“네?”세상 전체를 연호 세계라 부르다니 이건 정말 충격적이었다.붕이는 계속해서 설명했다.“대륙으로 나누자면 예전에는 외연호와 내연호로 나뉘었어요. 하지만 불사족이 침략하기 전에 외연호가 봉인돼 지금은 폐토라고 불리죠.”“지금은 불사 해역으로 완전히 격리됐고, 그곳 상황은 아무도 몰라요. 내연호는 네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동황, 서막, 남릉, 북해예요. 우리가 있는 이곳은 남릉에 속하죠.”“나라 개념은 없어요. 지역이 너무 넓어서 가장 큰 행정 단위가 성이고, 대부분 대형 문파에 속해 있거든요. 천성성은 월야파에 속해 있어요.”“주변에는 작은 문파도 꽤 많고요. 어때요? 이 정도면 당신의 회춘단 몇 알 정도 값어치는 되겠죠?”아가씨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는 이 정보는 지역지에 나온 걸 그대로 읊은 것뿐이잖아.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어? 천성성 밖에도 나가본 적 없는 주제에. 참고로 지역지는 영석 한 개면 열 권도 살 수 있어. 방금 네가 받은 회춘단 한 알은 영석 천 개에 팔릴 정도로 귀하다고. 얼른 돌려줘. 그 사람 딸 키우기도 힘들어 보이잖아.”“알겠어요.”붕이는 울상을 지었다.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붕이 아가씨, 저와 딸이 처음 이곳에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막막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회춘단은 그냥 가지세요. 대신 우리 부녀가 머물 수 있는 신분증을 마련해 주고 집도 하나 구해 주세요.”“가능하면 누가 곁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다리가 이래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거든요.”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동의했지만, 곧바로 자기 아가씨를 힐끔 쳐다봤다.아가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가씨는 손에 들고 있던 임건우의 침이 묻은 회춘단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이건 월 노부인이 만든 회춘단인데 하나가 꽤 값비싸고 약효도 강력해요. 당신처럼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이걸 먹으면 아마도 과하게 먹어서 몸이 버틸 수 없을 거예요.”“아... 그럼 한 알씩 먹을게요.”임건우는 회춘단을 한 알 삼켜넣었다.몇 초 후, 또 한 알을 삼켰고 또 몇 초 후에 다시 한 알을 삼켰다.“미쳤어요? 죽고 싶어요?”시녀인 붕이가 급히 임건우의 손에서 남은 회춘단을 빼앗아 갔다.“내 발이 잘려서 다시 자라나지나 않을까 해서요.”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붕이는 짧게 말을 이어갔다.“미친 게 아니라 그냥 바보가 된 거네요. 자른 발이 어떻게 다시 자라냐고요? 무슨 고수도 아니고, 화신 이상이 아닌 이상 불가능해요.”그러고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회춘단은 많이 먹으면 경맥이 터져서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약은 제가 보관할게요.”붕이는 작은 회춘단을 손에 쥐며, 그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임건우는 그런 붕이를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시간이 지나 거대한 마차가 천성성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임건우는 그 대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대문이야? 이게 어떻게 100미터 높이로 만들어져 있지? 완전히 거대한 도시야!”이곳은 마치 거인들의 도시 같았다.아가씨가 말했다.“당신은 통행증도 없고, 혼자서는 이 도시로 못 들어가요. 하지만 제 차에 타고 있으면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제 들어가면 저는 당신을 내려줄게요. 문제없죠?”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실제로 성문에 있던 수문장이 마차의 안내판을 보고 바로 존경하며 길을 열어줬다.붕이는 약간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아가씨는 천성성의 윤씨 가문, 셋째 아가씨에요. 윤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최고 권력을 자랑하는 집안은 아니지만, 상업적으로는 꽤 유명해요.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