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구천세 현광이었다.현광은 방안의 두 사람을 무표정으로 확인했다. 다만 현이준은 아직 현광이 이곳을 찾아온 걸 눈치채지 못했고, 이런 그를 향해 현광이 뚜벅뚜벅 걸어갔다.“현이준, 올해 몇 살이나 되었느냐?”“아!”현이준은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여비서를 뒤로 밀었다.현광의 앞에서 현이준은 늘 착하고 바른 모습으로 연기했었다. 이런 몰골을 현장에서 들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현이준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할, 할아버지 언제 오셨어요?”여비서는 바로 무릎을 풀썩 꿇었다.현광은 손을 휘휘 저어 여비서더러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몇 살이나 되었냐고 묻지 않느냐!”현광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고 표정도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저는 올해 29살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 그 분은 제 여자 친구이고 장난친 거예요.”현이준이 황급히 말을 보탰다.“29살이나 되었구나! 그런데 아직도 해낸 게 없으니 정말 현씨 가문 얼굴에 이런 먹칠이 없구나.”현광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이 구천세의 명성 뒤에 숨어서 그동안 호의호식했으니, 이젠 네 할아버지의 신세도 모두 갚았다고 생각한다.”“네?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사람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 하지만 반복되는잘못은 용서할 수가 없구나. 그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현이준, 이만 눈 감거라.”“아,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당하고 지금 자손이 끊길 위기인데 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복수? 누구한테? 널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는 하느냐? 네 할아버지인 나의 주인님이시다. 나도 그분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지!”“네?”그 말을 들은 현이준의 눈코입이 확장되었다.‘그 말라비틀어진 녀석이, 겨우 신후청의 장로가 되는 사람이 어떻게 할아버지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하지만 현이준에게는 장난인지 진실인
이 광경을 맹진수에게 들켰다면 맹진수는 아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무려 육선문 구천세가 제 외손자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라니, 두 눈을 뜨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일어나세요.”임건우가 현광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이 일은 당신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육선문은 연호에서 제일 높은 집행 기관인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이 생겼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 육선문 직원들은 당신 비위나 맞추고 윤리 도덕은 아예 없는 것처럼 일을 저지르네요. 제일 높은 직급인 당신은 정말 보고만 있을 겁니까?”현광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으며 이번에는 강영 그놈이 일을 벌여서 그렇습니다.”임건우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랫사람들 관리를 똑바로 해야 할 것 같아요.”“네, 돌아가서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그쪽 육선문 일은 더 이상 마음 쓰기도 지쳤는데 용도 쪽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해룡문 문주는 돌아오긴 했나요?”임건우가 물었다.해룡문과 임건우 사이에는 원한이 좀 깊은 게 아니었다.해룡문의 여러 고수는 모두 임건우의 손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고양풍에게도 중상을 입혔었다. 고양풍처럼 마음에 담아두길 좋아하는 사람이 왜 복수는 하지 않고 갑자기 사라졌는지 임건우는 수상한 마음이 들었다.임건우는 몰랐지만, 사실 고양풍은 이미 임청에 의해 내공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었다.현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직입니다. 저희 육선문에서도 시간을 들여 조사를 해봤지만, 아직 그렇다 할 종적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룡문 성녀 문예아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숨겨진 교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싶습니다. 황장에게 애인이 있는 듯싶은데 그 사람이 바로 그 교파의 사람입니다.”“숨겨진 교파? 이름이 뭔데요?”“아마도 무신교라는 이름인 것 같은데 저도 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일이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에 임건우가 인상을 찌푸렸다.‘해룡문의 문주 배후에 배혈교가 있었고
“하하하.”다시 정원으로 멀쩡히 돌아온 임건우를 보고 우나영과 맹진수를 비롯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광이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맹진수가 물었지만, 임건우는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대화 주제를 돌렸다.그러다가 맹진수는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딸아, 네 남편도 죽은 지 이제 1년이 넘어가지 않느냐? 이렇게 예쁘고 어린데 평생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어? 작은 어머니더러 적합한 남자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떻겠느냐?”임건우가 재빨리 대답했다.“안 돼요!”맹진수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런 몹쓸 놈, 네 녀석은 아내가 서넛이나 되면서 엄마더러 평생 혼자 살라는 거냐! 네 엄마도 여자인데 어떻게 평생 홀로 살겠어.”뻔뻔스러운 맹진수의 말투에 우나영은 얼굴을 붉히고 다급하게 말을 잘랐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도 싫어요.”맹진수는 모든 책임을 임건우에게 밀었다.“딸아, 저 녀석은 이제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더 중요한 너의 행복이야. 곁에 사람을 두지 않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어?”맹진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상경시에 좋은 남자는 많아. 직급이 높은 사람, 돈 많은 사람, 무술 능력자 혹은 어린 연예인도 좋아. 너만 좋다면 이 아비가 모두 준비해 주마.”임건우가 힐긋 노려보았다.‘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돌아와 어머니가 재혼을 한 걸 알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지도 몰라.’맹진수의 태도를 보아 절대 가볍게 뱉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임건우는 맹진수가 정말 마음을 먹고 남편감을 물색하다가 결국 성사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괜히 우나영의 명성만 나빠질지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딱 잘라 말했다.“안 돼요. 제가 있는 한 절대로 안 돼요.”“이 녀석 왜 엄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느냐! 다 커서 새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거라고 생각하지만 네 친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지 않드냐!”“아버지는 죽지 않았어요.”“죽은 지 일 년이 지나서 지금 살아있다고 말하
“혼련이라고?”“어떻게 혼련이 몸에 있다는 말이냐?”임건우는 우나영의 상태를 확인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맹진수는 마음이 다급해져 재촉했다.“혼련이 대체 뭐야? 건우야, 네 어머니가 무슨 상태인지 빨리 말해보거라.”반하나, 유화, 여윤아 등 사람들은 허둥지둥 임건우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임건우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찢어지게 아파졌다.“어머니의 혼이 부족해요. 정상인은 삼혼칠백이지만, 어머니는 이혼육백이에요. 부족한 일혼일백을 혼련으로 대체한 거였어요. 혼련은 영물로 아주 희소하고 부서질 수도 있어요.”“아!”“그럼 어머님은 지금 어떤 상황인 거야?”“부족한 영혼을 혼련으로 대체해 지금은 정상으로 보이지만, 혼련은 소모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영력을 잃어갈 거예요. 과도한 정신적 소모가 생긴다면 혼련의 영력이 빨리 닳아버릴 거예요. 모두 소모가 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지금은 식물인간과 다를 게 없는 상태에요. 대체할 혼련을 찾지 못한다면 영혼이 부족한 시간이 길어져 후유증이 남을 거예요!”임건우는 후회막심해서 제 머리를 내리쳤다.“정말 바보같이 여태껏 몰랐다니.”“현재로서는 코마 상태에 빠진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몰라요. 어머니 혼련이 모두 소모가 된 건 아니라서요.”“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내가 어머니를 결국 해친 거예요.”반하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임건우를 품에 꼭 안았다.“건우야 자책하지 마. 어떻게 어머님을 살릴 수 있을지가 지금으로서는 제일 관건이잖아. 혼련이 거의 소모되었다면 혼련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혼련은 어디에서 자라는 영물이야?”임건우는 점차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혼련은 음침한 곳에서 자라는 영물이에요. 예를 들면 묘지라던가...”그러다가 임건우는 제 다리를 팍 내리치며 말했다.“이제야 왜 아버지가 원수성의 묘지로 갔는지 이해가 돼요. 아버지는 혼련을 찾으러 갔던 거예요. 아버지의 마지막 종적이 바로 묘지였는데, 설마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건 아니겠죠?
임건우의 전화를 받아 든 이청하는 그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줄만 알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건우 씨 기사 봤어요. 전세를 뒤집으셨네요, 축하해요.”하지만 임건우는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청하 씨, 저희 어머니한테 이상이 생겼어요. 여기로 와줄 수 있어요? 탁무범이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네? 어머님이 왜요?”“와서 말해요.”이청하는 마음이 급해졌다.임건우의 의술은 본인보다 훨씬 좋았는데, 그가 이렇게 속수무책일 정도면 우나영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이청하는 전화를 끊고 빠르게 임 씨 정원으로 향했다....“혼련?”이청하는 정신을 잃은 우나영의 증세를 빠르게 알아차렸다.혼련이 소모되기 전에는 영혼과 일체화되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임건우가 여태껏 우나영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혼련의 영력이 바닥이 난지금 의술이 능한 사람은 단번에 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탁무범 씨,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탁무범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정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새로운 혼련을 찾아야 하는데 이 영물은 구하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머님 상태가 너무 위태로운데 지금으로서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임건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말하거라.”주변 사람들은 둘의 대화를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탁무범은 영체이므로 오직 임건우와 이청하만 그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임건우가 미쳤을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탁무범이 대답했다.“축유봉혼술로 잠시 어머님의 영혼을 봉인하는 겁니다. 남은 영혼이 유실되지 않게 봉인하면 그 시간 동안 어머님은 잠시 코마 상태에 빠지실 겁니다. 어머님의 영혼이 불안정하고, 봉혼술로 봉인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보름입니다. 도련님, 이 보름 동안 반드시 혼련을 찾아내야 해요. 더 지체되면 정말 위험해질지도 몰라요.”임건우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보름 안으로 임건우는 반드시 혼련을 찾아내야 했다.임건우,
“뭐? 지금 선배한테 전화하는 거야?”장진영은 입을 떡 벌렸지만, 곧 코웃음을 쳤다. 그의 선배는 어떤 사람인가? 현대 이산 일맥의 우두머리이자, 막금도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일당백을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저딴 녀석이 감히 선배한테 전화를 걸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흥, 내 선배를 어떻게 아는지는 몰라도, 겨우 이 정도로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넌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장진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건우가 핸드폰을 건넸다.“당신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네요.”“뭐라고?”장진영은 멍하니 임건우를 바라보았다.2초 뒤, 장진영은 핸드폰을 받아쥐었다.“여보세요?”“진영아!”양소의 부름에 장진영은 바로 몸을 벌떡 세웠다. 틀림없는 선배의 목소리에 장진영은 빠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에게 있어 양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양소는 장진영보다 10살이 많았고, 그가 처음 입문했을 때는 겨우 5살이었다.그 시절 사범은 늘 바빴고, 선배인 양소가 장진영을 보살피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러니 비록 선후배 사이였지만 양소는 장진영에게 있어 아버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범이 죽고 선배가 가문을 이어받게 되면서 양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양소에 이번 생에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선... 선배, 선배가 어떻게?”“진영아, 임건우는 임우진의 아들이란다. 난 그 사람에게 네가 원수 묘지를 데리고 가면 너의 자유와 수위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단다.”“네? 원수 묘지요?”장진영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어느 묘지요? 원수성 묘지요?”“그래.”“선배 안 돼요. 저번에도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아 돌아왔잖아요. 거긴 너무 무서워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선배 저 살린다고 선배가 들어가실 필요도 없으세요!”“허튼소리 말고 이미 정해진 일이야. 수위는 회복되었고?”“그게... 단전이 이미 부서져서 회복이 될지 모르겠어
장진영의 몸에 힘이 끓어 넘치는 기운이 다시 돌아왔다.장진영은 함성을 뱉더니 청석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거대하던 청석은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고 장진영의 실력은 예전보다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장진영이 말했다.“네가 임우진의 아들이면 뭐 어떠하리? 난 네 아버지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내가 어떤 실력인지 너도 잘 알고 있으니 네까짓 게 나를 막아설 수는 없을 것이야. 내 단전을 회복시킨 걸 보아 오늘 하루는 네 목숨을 살려주마. 하지만 원수성 묘지를 가는 건 목숨을 던지러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나는 이만 가볼게!”장진영은 말을 마치고 또 한차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장진영의 말에도 임건우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자 장진영은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곧 득의양양해진 얼굴로 발을 옮겨 정원 밖으로 걸어갔다.“멍청하긴!”임건우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런 녀석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겠어?”다음 순간.‘펑’하는 소리와 함께 장진영이 다시 나타났고 바닥 위로 엉덩이를 찧더니 한참 동안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그때 먼 곳에서 빠르게 다가온 강아연이 장진영의 배를 지그시 발로 눌렀다.“도망가려고요?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장진영의 눈에 강아연은 고작 열일곱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지만 강아연은 손쉽게 그를 때려눕혔고 반격할 힘조차 소모해 버렸다.장진영은 어안이 벙벙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임건우가 강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이 녀석은 네가 잘 좀 지켜봐야겠어. 다시 도망간다면 다리를 부러뜨려도 좋아.”“그래, 알겠어!”우나영이 다시 깊은 혼미 상태에 빠지고 임건우의 기분은 최저에 달했으며 분위기는 긴장감에 얼어붙었다.임건우와 맹진수는, 우나영을 당분간 상경시의 맹씨 가문에서 돌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종사가 돌봐줄 수도 있고 무존인 맹진수도 곁에 있으니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건우야, 원수성 묘지로 가는데 이 할애비가 보탤 건 없을까? 아무리 그래도 무존인 내가
“네, 이따가 들를게요.”임건우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원수성 묘지로 들어가는 일에 있어 사실 임건우도 마음이 무거웠다.‘아버지도 갇힌 묘지에 내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다녀와야 해. 부모님을 살리는 건 자식 된 도리잖아.’유가연은 임건우의 전처였고 이 일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니 유가연을 찾아가 자세하게 설명해야 했다.임건우가 흔쾌히 대답하자 심수옥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래그래. 마침 지금 장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거라. 그래야 장 보는 게 더 쉬워질 테니.”“저는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으니 괜찮아요. 아, 제가 직접 요리하면 안 될까요?”임건우가 물었다.심수옥의 요리 실력은 절대 음식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고, 비주얼만 보아도 독살이 우려되었었다.다른 한편, 황보연은 중해시로 돌아왔다.늘 과감한 성격의 황보연은 사업도 성격처럼 칼같이 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은 다시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으며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다.천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황보연은 단번에 천우를 머릿속에서 지웠다.주차장에 차를 대고 황보연은 거울 속 자신을 살피며 웃음을 터뜨렸다.“황보연, 너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야? 수준 미달인 무사에게 마음을 주다니, 어리석고 무지한 그 사내가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천우는 절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고, 이렇게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다행인 일인 거야.”그리고 황보연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황보 가문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드디어 돌아왔구나, 연아!”“축하해! 연아. 우리 연이는 보는 눈도 참 좋지. 단번에 만리상맹의 천우를 알아보다니, 천우는 마동재의 양아들이고 사장 유화의 오빠인 만큼 미래가 창창해.”“연이 언니, 언제쯤 결혼 소식 들을 수 있는 거예요?”“그리고 연아, 만리상맹이 스카이캐슬 프로젝트도 따내서 이젠 정식으로 가동했다며? 이 프
웅!진원이 울려 퍼지며, 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빠르게 순환했다.임건우는 자신이 공간 틈새를 빠져나오면서 그를 공격한 허공수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가 거의 치유된 것을 느꼈다.다만, 잘린 두 다리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화신 경지에 오르면 절단된 팔다리가 다시 자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하지만 임건우는 아직 화신에 도달하려면 멀고도 먼 길이 남았고, 심지어 자신이 과연 화신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금단 속의 고대 문자 금술이 그의 금단 안에 뿌리내린 이후, 그의 수련은 완전히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금단의 정점에 머물러 버린 임건우에게 더는 진전을 찾을 수 없었다.그런데 임건우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자신의 자복궁 안에 있는 혼돈 나무가 달라지고 있었다.불사족의 천신의 무덤에서 그 여자의 관 속에서 얻은 흙 한 덩이를 받은 이후, 그 나무는 마치 기운을 받은 듯 급격히 자라기 시작했다.이전에는 겨우 몇 미터였던 작은 나무가 이제는 5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로 성장했다.푸르고 짙은 잎들이 무성히 자라났고, 그 모습은 마치 거대한 숲처럼 보였다.그리고 나무는 아직도 계속 자라며 주변의 땅은 신성한 빛을 발하며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혼돈 나무에서 방출되는 혼돈 원기는 임건우의 몸속 진원까지 보충하고 있었다.“그 흙은 전설 속에서 여와가 하늘을 고친 후 남긴 시양일까?”“그렇다면 그 관 속의 여자는 도대체 누구였던 걸까?”임건우는 그 생각에 잠긴 채, 그 여자의 시체에서 뽑아낸 자홍옥을 꺼냈다.그것은 분명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그때 급하게 보았을 때 그 안에 희미한 글씨를 봤었지만, 그 글씨는 어떤 규칙이 숨겨져 있어서 도무지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임건우는 생각을 정리한 후, 금단 속의 영력을 운용하여 그 옥 안으로 기운을 침투시켰다.잠시 후, 자홍옥 속의 글자가 영향을 받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제 좀 되나?”임건우는 더욱 많은 영력을 쏟아 넣었다.그런데 예
윤동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 집, 애초에 우리 윤씨 가문이 네게 상으로 준 것이 아니더냐?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되찾아올 수 있는 걸 잊었어? “네 신분이 뭔지 상기해. 넌 우리 윤씨 가문이 키운 하녀일 뿐이야. 네 손에 들린 회춘단뿐 아니라 너 자신마저 우리 윤씨 가문의 소유라는 걸 명심해. 알겠어?”붕이는 연달아 뒤로 물러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도... 도련님, 제가... 저는 지금 바로 아가씨를 찾아가겠어요.”“흥! 네가 제법 단단히 날개라도 달았다 이거야? 그 추녀가 널 위해 나서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걸 윤씨 가문의 그 누구도 막을 순 없어.”“여기! 이 계집애를 잡아라! 단단히 붙들고 몸수색해라!”“안 돼요...!”붕이는 비명을 질렀지만, 미약한 수련으로는 윤씨 가문의 고위 시위들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금세 그녀는 바닥에 꼼짝없이 눌려버렸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다 뺨까지 두어 대 맞고 말았다.그때였다.셋째 아가씨인 윤서희가 집안으로 들어섰다.“아가씨! 아가씨, 제발 도와주세요!”“그만둬!”윤서희는 단호히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삼촌, 왜 붕이를 괴롭히는 거죠?”윤동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너희 할아버지가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 그래서 네 하녀가 우연히 얻은 월 노부인께서 만든 회춘단을 가져다가 드시게 하려는데, 이 계집애가 주려 하지 않는 게 아니더냐? 이따위 하녀가 우리 윤씨 가문에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없애버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니요? 왜 저는 몰랐죠?”“네가 듣고 알게 될 때면 이미 늦을 테지! 흥, 이 계집애를 붙들어, 지금 당장 그 알약을 꺼내라!”“잠깐만요!”윤서희는 붕이와 사이가 워낙 좋았기에 그녀가 이런 수모를 당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붕이야, 나에게 그 알약을 줘. 대신 나중에 내가 시가로 계산해줄게. 7천 영석을 줄 테니 됐지?”윤서희가 이 정도로 말했으니 붕이로서는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얼마 후, 윤서희는
시녀 붕이가 떠나자, 임건우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여기가 아직 지구라는 말이군.”“여긴 고대 결계 안에 있는 곳이야. 다만, 그 사이에 불사의 해역이 가로막고 있지.”“그럼 내가 딸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전송 장치라도 있을까?”모든 게 아직 불확실하다.하지만 임건우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있다.“그래도 살아있으면 희망은 있지.”임건우는 마음을 다잡고 임하나를 안고 결단을 내린다.“자, 이제 가장 중요한 건 내 발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야.”임건우는 이 집을 유심히 둘러봤다.여기, 보통의 수련 세계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순수한 고대 사회는 아니었다.임건우가 지나면서 본 사람들 대부분이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여기에는 꽤나 현대적인 생활 철학도 존재했다.예를 들어 화장실 설계가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발전된 기술로 꾸며져 있었다.임건우가 본 욕조는 오히려 영기를 품고 있는 물건이었다.즉, 이곳은 이미 영기 기술을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한 사회였다.시간이 지나, 임건우는 자신과 딸을 모두 깨끗이 씻기기 위해 옷을 벗고 영기동력이 적용된 마사지 욕조에 들어갔다.임하나는 물속에서 펄떡거리며 깔깔 웃었다.약 30분을 푹 빠져서 씻고, 아이에게 생명수 한 모금을 먹이고 나서 아이는 곧 깊이 잠들었다.임건우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감회가 밀려왔다.“집에 아직 나를 기다리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있고, 나를 걱정하며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도 있으니 반드시 돌아가야만 해.”임건우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치료제를 꺼내 하나씩 입에 넣고는 방바닥에 축유부적을 그려 넣었다.이곳의 영기는 연호보다 적어도 10배 이상 농도가 짙었다.기문이 돌아가자, 효과도 아주 빠르게 나타났다.하지만 임건우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몇 군데 상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공간 틈새에 의해 상처 입은 부위가 여전히 공간의 힘을 간직하고 있었다.이 힘을 제거하지 않으면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 없고, 새로운 뼈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
붕이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설마요? 이런 것도 모르다니. 당신이 살던 곳이 정말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짐작도 안 가네요! 이건 아주 간단한데 이곳 모든 지역을 통틀어서 연호 세계라고 부른답니다.”임건우는 황당해서 입만 벙긋거렸다.“네?”세상 전체를 연호 세계라 부르다니 이건 정말 충격적이었다.붕이는 계속해서 설명했다.“대륙으로 나누자면 예전에는 외연호와 내연호로 나뉘었어요. 하지만 불사족이 침략하기 전에 외연호가 봉인돼 지금은 폐토라고 불리죠.”“지금은 불사 해역으로 완전히 격리됐고, 그곳 상황은 아무도 몰라요. 내연호는 네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동황, 서막, 남릉, 북해예요. 우리가 있는 이곳은 남릉에 속하죠.”“나라 개념은 없어요. 지역이 너무 넓어서 가장 큰 행정 단위가 성이고, 대부분 대형 문파에 속해 있거든요. 천성성은 월야파에 속해 있어요.”“주변에는 작은 문파도 꽤 많고요. 어때요? 이 정도면 당신의 회춘단 몇 알 정도 값어치는 되겠죠?”아가씨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는 이 정보는 지역지에 나온 걸 그대로 읊은 것뿐이잖아.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어? 천성성 밖에도 나가본 적 없는 주제에. 참고로 지역지는 영석 한 개면 열 권도 살 수 있어. 방금 네가 받은 회춘단 한 알은 영석 천 개에 팔릴 정도로 귀하다고. 얼른 돌려줘. 그 사람 딸 키우기도 힘들어 보이잖아.”“알겠어요.”붕이는 울상을 지었다.임건우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붕이 아가씨, 저와 딸이 처음 이곳에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막막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회춘단은 그냥 가지세요. 대신 우리 부녀가 머물 수 있는 신분증을 마련해 주고 집도 하나 구해 주세요.”“가능하면 누가 곁에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다리가 이래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거든요.”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동의했지만, 곧바로 자기 아가씨를 힐끔 쳐다봤다.아가씨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말했다.“붕이야, 네가
아가씨는 손에 들고 있던 임건우의 침이 묻은 회춘단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이건 월 노부인이 만든 회춘단인데 하나가 꽤 값비싸고 약효도 강력해요. 당신처럼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이걸 먹으면 아마도 과하게 먹어서 몸이 버틸 수 없을 거예요.”“아... 그럼 한 알씩 먹을게요.”임건우는 회춘단을 한 알 삼켜넣었다.몇 초 후, 또 한 알을 삼켰고 또 몇 초 후에 다시 한 알을 삼켰다.“미쳤어요? 죽고 싶어요?”시녀인 붕이가 급히 임건우의 손에서 남은 회춘단을 빼앗아 갔다.“내 발이 잘려서 다시 자라나지나 않을까 해서요.”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붕이는 짧게 말을 이어갔다.“미친 게 아니라 그냥 바보가 된 거네요. 자른 발이 어떻게 다시 자라냐고요? 무슨 고수도 아니고, 화신 이상이 아닌 이상 불가능해요.”그러고는 잠시 생각한 뒤, 덧붙였다.“회춘단은 많이 먹으면 경맥이 터져서 죽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약은 제가 보관할게요.”붕이는 작은 회춘단을 손에 쥐며, 그것을 빼앗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듯 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에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임건우는 그런 붕이를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시간이 지나 거대한 마차가 천성성의 대문 앞에 도착했다.임건우는 그 대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이게 대문이야? 이게 어떻게 100미터 높이로 만들어져 있지? 완전히 거대한 도시야!”이곳은 마치 거인들의 도시 같았다.아가씨가 말했다.“당신은 통행증도 없고, 혼자서는 이 도시로 못 들어가요. 하지만 제 차에 타고 있으면 검문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제 들어가면 저는 당신을 내려줄게요. 문제없죠?”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감사합니다.”실제로 성문에 있던 수문장이 마차의 안내판을 보고 바로 존경하며 길을 열어줬다.붕이는 약간 자랑스럽게 말했다.“우리 아가씨는 천성성의 윤씨 가문, 셋째 아가씨에요. 윤씨 가문은 이 도시에서 최고 권력을 자랑하는 집안은 아니지만, 상업적으로는 꽤 유명해요.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