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짝-맹진수가 박수를 치며 현광의 앞으로 걸어왔다.“구천세, 오늘 이 일은 아주 완벽하네.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걸 보아 꽤 믿음직스럽군.”현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임건우가 현광의 주인이고 맹진수는 임건우의 외조부였으니 현광의 신분은 단숨에 두 계단 하락했다. 현광은 입술을 달싹일 뿐 말을 잇지 못했다.그때, 현광만 들을 수 있는 임건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와 당신의 관계는 비밀입니다!”“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돼요!”그 말을 들은 현광은 단숨에 눈치를 채고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맹진수 늙다리 영감, 당신은 겨우 내 부하 직원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이오? 저번에 아주 큰코다친 거로 아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똑똑히 말해두는데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는 내 이미 잘 알고 있네. 이번 생에 나를 이기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걸세.”“흥, 난 진짜 무존이 되었는데, 못 믿겠으면 한번 다시 붙어보든가!”“그만 하세. 이렇게 큰 소동을 피웠는데 그분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 난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러 가야겠어. 현이준 이놈이 내 이름을 걸고 제멋대로 날뛰다니, 오늘 아주 혼쭐을 내야겠어.”“그래? 어떻게 할 생각인데?”“대의멸친!”현광의 이 말은 임건우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었다.그 말을 끝으로 현광은 자리를 떠났고, 임건우도 구천세를 막아서지 않았다.그는 유화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처를 살폈다. 그리고 그녀를 단숨에 품 안으로 안아 들었다.“집으로 돌아가자!”유화는 빠르게 자신의 치맛자락을 아래로 잡아당겼다.“야, 조심해. 나 치마 입었잖아.”임건우가 대답했다.“넌 바지가 없어? 맨날 치마 입어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당연히 너지!”유화는 그 말을 끝으로 미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임건우의 목에 팔을 걸고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아까 다행히 네 고모가 와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 하마터면 널 다시 보지 못할뻔했어.”“그래? 고모는 어디 있어?”임건우는 마침 임수희에게 용건이 있
바로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구천세 현광이었다.현광은 방안의 두 사람을 무표정으로 확인했다. 다만 현이준은 아직 현광이 이곳을 찾아온 걸 눈치채지 못했고, 이런 그를 향해 현광이 뚜벅뚜벅 걸어갔다.“현이준, 올해 몇 살이나 되었느냐?”“아!”현이준은 깜짝 놀라 펄쩍 뛰며 여비서를 뒤로 밀었다.현광의 앞에서 현이준은 늘 착하고 바른 모습으로 연기했었다. 이런 몰골을 현장에서 들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현이준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할, 할아버지 언제 오셨어요?”여비서는 바로 무릎을 풀썩 꿇었다.현광은 손을 휘휘 저어 여비서더러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몇 살이나 되었냐고 묻지 않느냐!”현광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고 표정도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저는 올해 29살이 되었습니다. 조금 전 그 분은 제 여자 친구이고 장난친 거예요.”현이준이 황급히 말을 보탰다.“29살이나 되었구나! 그런데 아직도 해낸 게 없으니 정말 현씨 가문 얼굴에 이런 먹칠이 없구나.”현광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이 구천세의 명성 뒤에 숨어서 그동안 호의호식했으니, 이젠 네 할아버지의 신세도 모두 갚았다고 생각한다.”“네?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사람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 하지만 반복되는잘못은 용서할 수가 없구나. 그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현이준, 이만 눈 감거라.”“아, 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당하고 지금 자손이 끊길 위기인데 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복수? 누구한테? 널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는 하느냐? 네 할아버지인 나의 주인님이시다. 나도 그분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지!”“네?”그 말을 들은 현이준의 눈코입이 확장되었다.‘그 말라비틀어진 녀석이, 겨우 신후청의 장로가 되는 사람이 어떻게 할아버지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하지만 현이준에게는 장난인지 진실인
이 광경을 맹진수에게 들켰다면 맹진수는 아마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무려 육선문 구천세가 제 외손자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라니, 두 눈을 뜨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일어나세요.”임건우가 현광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이 일은 당신과 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육선문은 연호에서 제일 높은 집행 기관인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일이 생겼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 육선문 직원들은 당신 비위나 맞추고 윤리 도덕은 아예 없는 것처럼 일을 저지르네요. 제일 높은 직급인 당신은 정말 보고만 있을 겁니까?”현광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으며 이번에는 강영 그놈이 일을 벌여서 그렇습니다.”임건우가 고개를 저었다.“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랫사람들 관리를 똑바로 해야 할 것 같아요.”“네, 돌아가서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그쪽 육선문 일은 더 이상 마음 쓰기도 지쳤는데 용도 쪽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해룡문 문주는 돌아오긴 했나요?”임건우가 물었다.해룡문과 임건우 사이에는 원한이 좀 깊은 게 아니었다.해룡문의 여러 고수는 모두 임건우의 손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고양풍에게도 중상을 입혔었다. 고양풍처럼 마음에 담아두길 좋아하는 사람이 왜 복수는 하지 않고 갑자기 사라졌는지 임건우는 수상한 마음이 들었다.임건우는 몰랐지만, 사실 고양풍은 이미 임청에 의해 내공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었다.현광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직입니다. 저희 육선문에서도 시간을 들여 조사를 해봤지만, 아직 그렇다 할 종적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룡문 성녀 문예아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숨겨진 교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싶습니다. 황장에게 애인이 있는 듯싶은데 그 사람이 바로 그 교파의 사람입니다.”“숨겨진 교파? 이름이 뭔데요?”“아마도 무신교라는 이름인 것 같은데 저도 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일이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에 임건우가 인상을 찌푸렸다.‘해룡문의 문주 배후에 배혈교가 있었고
“하하하.”다시 정원으로 멀쩡히 돌아온 임건우를 보고 우나영과 맹진수를 비롯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광이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맹진수가 물었지만, 임건우는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대화 주제를 돌렸다.그러다가 맹진수는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딸아, 네 남편도 죽은 지 이제 1년이 넘어가지 않느냐? 이렇게 예쁘고 어린데 평생 혼자 살 수는 없지 않겠어? 작은 어머니더러 적합한 남자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게 어떻겠느냐?”임건우가 재빨리 대답했다.“안 돼요!”맹진수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런 몹쓸 놈, 네 녀석은 아내가 서넛이나 되면서 엄마더러 평생 혼자 살라는 거냐! 네 엄마도 여자인데 어떻게 평생 홀로 살겠어.”뻔뻔스러운 맹진수의 말투에 우나영은 얼굴을 붉히고 다급하게 말을 잘랐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도 싫어요.”맹진수는 모든 책임을 임건우에게 밀었다.“딸아, 저 녀석은 이제 혼자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더 중요한 너의 행복이야. 곁에 사람을 두지 않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어?”맹진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상경시에 좋은 남자는 많아. 직급이 높은 사람, 돈 많은 사람, 무술 능력자 혹은 어린 연예인도 좋아. 너만 좋다면 이 아비가 모두 준비해 주마.”임건우가 힐긋 노려보았다.‘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돌아와 어머니가 재혼을 한 걸 알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지도 몰라.’맹진수의 태도를 보아 절대 가볍게 뱉은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임건우는 맹진수가 정말 마음을 먹고 남편감을 물색하다가 결국 성사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괜히 우나영의 명성만 나빠질지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딱 잘라 말했다.“안 돼요. 제가 있는 한 절대로 안 돼요.”“이 녀석 왜 엄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느냐! 다 커서 새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거라고 생각하지만 네 친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지 않드냐!”“아버지는 죽지 않았어요.”“죽은 지 일 년이 지나서 지금 살아있다고 말하
“혼련이라고?”“어떻게 혼련이 몸에 있다는 말이냐?”임건우는 우나영의 상태를 확인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맹진수는 마음이 다급해져 재촉했다.“혼련이 대체 뭐야? 건우야, 네 어머니가 무슨 상태인지 빨리 말해보거라.”반하나, 유화, 여윤아 등 사람들은 허둥지둥 임건우를 바닥에서 일으켜 세웠다.임건우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찢어지게 아파졌다.“어머니의 혼이 부족해요. 정상인은 삼혼칠백이지만, 어머니는 이혼육백이에요. 부족한 일혼일백을 혼련으로 대체한 거였어요. 혼련은 영물로 아주 희소하고 부서질 수도 있어요.”“아!”“그럼 어머님은 지금 어떤 상황인 거야?”“부족한 영혼을 혼련으로 대체해 지금은 정상으로 보이지만, 혼련은 소모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영력을 잃어갈 거예요. 과도한 정신적 소모가 생긴다면 혼련의 영력이 빨리 닳아버릴 거예요. 모두 소모가 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죠. 지금은 식물인간과 다를 게 없는 상태에요. 대체할 혼련을 찾지 못한다면 영혼이 부족한 시간이 길어져 후유증이 남을 거예요!”임건우는 후회막심해서 제 머리를 내리쳤다.“정말 바보같이 여태껏 몰랐다니.”“현재로서는 코마 상태에 빠진 게 오히려 나을지도 몰라요. 어머니 혼련이 모두 소모가 된 건 아니라서요.”“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내가 어머니를 결국 해친 거예요.”반하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임건우를 품에 꼭 안았다.“건우야 자책하지 마. 어떻게 어머님을 살릴 수 있을지가 지금으로서는 제일 관건이잖아. 혼련이 거의 소모되었다면 혼련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혼련은 어디에서 자라는 영물이야?”임건우는 점차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했다.“혼련은 음침한 곳에서 자라는 영물이에요. 예를 들면 묘지라던가...”그러다가 임건우는 제 다리를 팍 내리치며 말했다.“이제야 왜 아버지가 원수성의 묘지로 갔는지 이해가 돼요. 아버지는 혼련을 찾으러 갔던 거예요. 아버지의 마지막 종적이 바로 묘지였는데, 설마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건 아니겠죠?
임건우의 전화를 받아 든 이청하는 그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줄만 알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건우 씨 기사 봤어요. 전세를 뒤집으셨네요, 축하해요.”하지만 임건우는 목이 멘 소리로 말했다.“청하 씨, 저희 어머니한테 이상이 생겼어요. 여기로 와줄 수 있어요? 탁무범이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네? 어머님이 왜요?”“와서 말해요.”이청하는 마음이 급해졌다.임건우의 의술은 본인보다 훨씬 좋았는데, 그가 이렇게 속수무책일 정도면 우나영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이청하는 전화를 끊고 빠르게 임 씨 정원으로 향했다....“혼련?”이청하는 정신을 잃은 우나영의 증세를 빠르게 알아차렸다.혼련이 소모되기 전에는 영혼과 일체화되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임건우가 여태껏 우나영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혼련의 영력이 바닥이 난지금 의술이 능한 사람은 단번에 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탁무범 씨,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탁무범은 한참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도련님, 정말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새로운 혼련을 찾아야 하는데 이 영물은 구하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머님 상태가 너무 위태로운데 지금으로서는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임건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말하거라.”주변 사람들은 둘의 대화를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탁무범은 영체이므로 오직 임건우와 이청하만 그를 보고 들을 수 있었다.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임건우가 미쳤을 거라고 말할지도 모른다.탁무범이 대답했다.“축유봉혼술로 잠시 어머님의 영혼을 봉인하는 겁니다. 남은 영혼이 유실되지 않게 봉인하면 그 시간 동안 어머님은 잠시 코마 상태에 빠지실 겁니다. 어머님의 영혼이 불안정하고, 봉혼술로 봉인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보름입니다. 도련님, 이 보름 동안 반드시 혼련을 찾아내야 해요. 더 지체되면 정말 위험해질지도 몰라요.”임건우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보름 안으로 임건우는 반드시 혼련을 찾아내야 했다.임건우,
“뭐? 지금 선배한테 전화하는 거야?”장진영은 입을 떡 벌렸지만, 곧 코웃음을 쳤다. 그의 선배는 어떤 사람인가? 현대 이산 일맥의 우두머리이자, 막금도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일당백을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저딴 녀석이 감히 선배한테 전화를 걸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흥, 내 선배를 어떻게 아는지는 몰라도, 겨우 이 정도로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넌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장진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건우가 핸드폰을 건넸다.“당신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네요.”“뭐라고?”장진영은 멍하니 임건우를 바라보았다.2초 뒤, 장진영은 핸드폰을 받아쥐었다.“여보세요?”“진영아!”양소의 부름에 장진영은 바로 몸을 벌떡 세웠다. 틀림없는 선배의 목소리에 장진영은 빠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에게 있어 양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양소는 장진영보다 10살이 많았고, 그가 처음 입문했을 때는 겨우 5살이었다.그 시절 사범은 늘 바빴고, 선배인 양소가 장진영을 보살피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러니 비록 선후배 사이였지만 양소는 장진영에게 있어 아버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범이 죽고 선배가 가문을 이어받게 되면서 양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양소에 이번 생에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선... 선배, 선배가 어떻게?”“진영아, 임건우는 임우진의 아들이란다. 난 그 사람에게 네가 원수 묘지를 데리고 가면 너의 자유와 수위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단다.”“네? 원수 묘지요?”장진영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어느 묘지요? 원수성 묘지요?”“그래.”“선배 안 돼요. 저번에도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아 돌아왔잖아요. 거긴 너무 무서워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선배 저 살린다고 선배가 들어가실 필요도 없으세요!”“허튼소리 말고 이미 정해진 일이야. 수위는 회복되었고?”“그게... 단전이 이미 부서져서 회복이 될지 모르겠어
장진영의 몸에 힘이 끓어 넘치는 기운이 다시 돌아왔다.장진영은 함성을 뱉더니 청석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거대하던 청석은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고 장진영의 실력은 예전보다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장진영이 말했다.“네가 임우진의 아들이면 뭐 어떠하리? 난 네 아버지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내가 어떤 실력인지 너도 잘 알고 있으니 네까짓 게 나를 막아설 수는 없을 것이야. 내 단전을 회복시킨 걸 보아 오늘 하루는 네 목숨을 살려주마. 하지만 원수성 묘지를 가는 건 목숨을 던지러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나는 이만 가볼게!”장진영은 말을 마치고 또 한차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장진영의 말에도 임건우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자 장진영은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곧 득의양양해진 얼굴로 발을 옮겨 정원 밖으로 걸어갔다.“멍청하긴!”임건우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런 녀석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겠어?”다음 순간.‘펑’하는 소리와 함께 장진영이 다시 나타났고 바닥 위로 엉덩이를 찧더니 한참 동안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그때 먼 곳에서 빠르게 다가온 강아연이 장진영의 배를 지그시 발로 눌렀다.“도망가려고요?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장진영의 눈에 강아연은 고작 열일곱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지만 강아연은 손쉽게 그를 때려눕혔고 반격할 힘조차 소모해 버렸다.장진영은 어안이 벙벙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임건우가 강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이 녀석은 네가 잘 좀 지켜봐야겠어. 다시 도망간다면 다리를 부러뜨려도 좋아.”“그래, 알겠어!”우나영이 다시 깊은 혼미 상태에 빠지고 임건우의 기분은 최저에 달했으며 분위기는 긴장감에 얼어붙었다.임건우와 맹진수는, 우나영을 당분간 상경시의 맹씨 가문에서 돌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종사가 돌봐줄 수도 있고 무존인 맹진수도 곁에 있으니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건우야, 원수성 묘지로 가는데 이 할애비가 보탤 건 없을까? 아무리 그래도 무존인 내가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