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금 선배한테 전화하는 거야?”장진영은 입을 떡 벌렸지만, 곧 코웃음을 쳤다. 그의 선배는 어떤 사람인가? 현대 이산 일맥의 우두머리이자, 막금도 훤히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고 일당백을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저딴 녀석이 감히 선배한테 전화를 걸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야.’“흥, 내 선배를 어떻게 아는지는 몰라도, 겨우 이 정도로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넌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장진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임건우가 핸드폰을 건넸다.“당신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네요.”“뭐라고?”장진영은 멍하니 임건우를 바라보았다.2초 뒤, 장진영은 핸드폰을 받아쥐었다.“여보세요?”“진영아!”양소의 부름에 장진영은 바로 몸을 벌떡 세웠다. 틀림없는 선배의 목소리에 장진영은 빠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에게 있어 양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양소는 장진영보다 10살이 많았고, 그가 처음 입문했을 때는 겨우 5살이었다.그 시절 사범은 늘 바빴고, 선배인 양소가 장진영을 보살피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러니 비록 선후배 사이였지만 양소는 장진영에게 있어 아버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범이 죽고 선배가 가문을 이어받게 되면서 양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양소에 이번 생에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선... 선배, 선배가 어떻게?”“진영아, 임건우는 임우진의 아들이란다. 난 그 사람에게 네가 원수 묘지를 데리고 가면 너의 자유와 수위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단다.”“네? 원수 묘지요?”장진영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어느 묘지요? 원수성 묘지요?”“그래.”“선배 안 돼요. 저번에도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아 돌아왔잖아요. 거긴 너무 무서워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선배 저 살린다고 선배가 들어가실 필요도 없으세요!”“허튼소리 말고 이미 정해진 일이야. 수위는 회복되었고?”“그게... 단전이 이미 부서져서 회복이 될지 모르겠어
장진영의 몸에 힘이 끓어 넘치는 기운이 다시 돌아왔다.장진영은 함성을 뱉더니 청석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거대하던 청석은 단번에 산산조각이 났고 장진영의 실력은 예전보다도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장진영이 말했다.“네가 임우진의 아들이면 뭐 어떠하리? 난 네 아버지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내가 어떤 실력인지 너도 잘 알고 있으니 네까짓 게 나를 막아설 수는 없을 것이야. 내 단전을 회복시킨 걸 보아 오늘 하루는 네 목숨을 살려주마. 하지만 원수성 묘지를 가는 건 목숨을 던지러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나는 이만 가볼게!”장진영은 말을 마치고 또 한차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장진영의 말에도 임건우가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자 장진영은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곧 득의양양해진 얼굴로 발을 옮겨 정원 밖으로 걸어갔다.“멍청하긴!”임건우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런 녀석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겠어?”다음 순간.‘펑’하는 소리와 함께 장진영이 다시 나타났고 바닥 위로 엉덩이를 찧더니 한참 동안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그때 먼 곳에서 빠르게 다가온 강아연이 장진영의 배를 지그시 발로 눌렀다.“도망가려고요? 그게 가능할 것 같아요?”장진영의 눈에 강아연은 고작 열일곱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지만 강아연은 손쉽게 그를 때려눕혔고 반격할 힘조차 소모해 버렸다.장진영은 어안이 벙벙해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고 임건우가 강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이 녀석은 네가 잘 좀 지켜봐야겠어. 다시 도망간다면 다리를 부러뜨려도 좋아.”“그래, 알겠어!”우나영이 다시 깊은 혼미 상태에 빠지고 임건우의 기분은 최저에 달했으며 분위기는 긴장감에 얼어붙었다.임건우와 맹진수는, 우나영을 당분간 상경시의 맹씨 가문에서 돌보기로 했다. 그곳에는 종사가 돌봐줄 수도 있고 무존인 맹진수도 곁에 있으니 더 안전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건우야, 원수성 묘지로 가는데 이 할애비가 보탤 건 없을까? 아무리 그래도 무존인 내가
“네, 이따가 들를게요.”임건우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원수성 묘지로 들어가는 일에 있어 사실 임건우도 마음이 무거웠다.‘아버지도 갇힌 묘지에 내가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다녀와야 해. 부모님을 살리는 건 자식 된 도리잖아.’유가연은 임건우의 전처였고 이 일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 그러니 유가연을 찾아가 자세하게 설명해야 했다.임건우가 흔쾌히 대답하자 심수옥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래그래. 마침 지금 장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거라. 그래야 장 보는 게 더 쉬워질 테니.”“저는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으니 괜찮아요. 아, 제가 직접 요리하면 안 될까요?”임건우가 물었다.심수옥의 요리 실력은 절대 음식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고, 비주얼만 보아도 독살이 우려되었었다.다른 한편, 황보연은 중해시로 돌아왔다.늘 과감한 성격의 황보연은 사업도 성격처럼 칼같이 했다. 이미 결정을 내린 일은 다시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으며 남다른 자신감이 있었다.천우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황보연은 단번에 천우를 머릿속에서 지웠다.주차장에 차를 대고 황보연은 거울 속 자신을 살피며 웃음을 터뜨렸다.“황보연, 너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야? 수준 미달인 무사에게 마음을 주다니, 어리석고 무지한 그 사내가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해?”“천우는 절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고, 이렇게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다행인 일인 거야.”그리고 황보연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황보 가문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드디어 돌아왔구나, 연아!”“축하해! 연아. 우리 연이는 보는 눈도 참 좋지. 단번에 만리상맹의 천우를 알아보다니, 천우는 마동재의 양아들이고 사장 유화의 오빠인 만큼 미래가 창창해.”“연이 언니, 언제쯤 결혼 소식 들을 수 있는 거예요?”“그리고 연아, 만리상맹이 스카이캐슬 프로젝트도 따내서 이젠 정식으로 가동했다며? 이 프
“틀렸어, 틀렸어, 넌 다 틀렸어!”황보원은 숨을 몰아쉬며 발을 굴렀다.그때, 황보연의 아버지가 말했다.“연아, 너야말로 소식을 너무 늦게 전해 들은 게 아니니? 만리상맹은 사라진 게 아니라 막판 뒤집기로 전세를 모두 반전시켰어. 오피셜이 직접 해명 기사도 올리고 모든 회사가 정상 운영으로 돌아갔어. 어디 그뿐이니? 강남 상회는 우선순위에 올라 만리상맹의 1위까지 했어.”이 소식에 황보연은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어질했다.‘어떻게 그럴 수가?’“이미 망한 판국이었는데 그걸 어떻게 뒤집은 거예요?”“육선문 사람들은 모두 바보천치인 줄 아느냐! 만리상맹 건물에서 총소리가 들려오는걸 나도 직접 들었어. 실탄을 장전한 병사들이 건물을 뒤엎었는데 설마 그게 연극이겠어?”황보연은 오만한 사람이라 자신의 실패를 절대 인정할 수가 없었다.그때 나이 지긋한 한 사람이 다가왔다. 바로 황보 가문의 대집사로 능력이 출중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집사는 빠르게 걸어와 황보원에게 말했다.“형님, 방금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만리상맹의 실권은 유화가 아니라 임건우라는 사람에게 있다고 합니다.”황보연이 바로 말을 보탰다.“천우는 유화의 남자 친구예요. 남자 친구 말을 듣는 게 퍽 이상한 일은 아니죠. 임건우에게 신통한 의술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봤자 육선문 같은 실권 기구와 비교하면 짭도 안되죠.”대집사가 고개를 저었다.“아가씨, 임건우의 신분은 절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조동진과 조진아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가문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갑자기 죽은 사람 이름은 왜 꺼내는 거야?’중해시에서 이제 그들은 금지어가 되어버렸다. 당시 오피셜의 엄중한 경고를 받은 뒤로 그 누구도 입에 올리기 꺼려했다.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었고 임건우의 일에 대해 중해시 재벌은 어느 정도 소식을 알고 있었다.고귀한 혈통의 조씨 가문 아들딸이 나지선의 경호원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경호원은 여전히 멀쩡히 살아있었고 이에 수많은 유언비어가
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착각인 건가?’눈을 감았다 뜨니 금빛은 어느샌가 사라졌었다.‘아니, 아니야! 뭔가 잘못되었어!’‘눈앞에 금빛이 번쩍였는데 정말 남다른 기운이었어. 거제 스님이 금빛으로 내 몸에 스며들었을 때 혼돈 구슬에 영혼 에너지가 부서졌었는데 대체 저건 뭐지?’그러다가 문득 짚이는 생각이 있었다.이는 부처님 도력을 얻는 가지이며,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본인의 본성을 깨닫게 해주며, 허상을 알아차리고 현혹되지 않을 수 있었다.‘후유증이 남은 걸까? 거제 스님의 영혼이 아직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나? 설마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게 보이는 건 아니겠지?’임건우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문 비결을 다스렸다. 다시 유가연을 쳐다보자, 임건우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금단기!’‘세상에 내 아내 유가연이 금단이 되다니!’‘왜 전에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 유가연은 수련을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 아니었던가? 내공이 전혀 없던 사람이 어떻게 나를 능가하는 금단이 된 거야? 대체 무슨 상황이지?’임건우의 경험상 무도와 수신은 일정한 관계가 있었다.임건우의 등급은 신동 급이며 실력은 종사의 정상급이었다. 또한 다른 수련 등급을 더한다면 최정상급에 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단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무존이여야만 했다.예를 들어 현재의 맹진수는 금단을 상대할 수 있다.같은 도리로, 현재의 유가연은 무존 고수에 해당하였다.수련으로 얻은 무력은 다양한 보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예를 들어 영기, 법술, 부적, 진도 등이 있었다. 맨주먹으로 싸운다면 실력이 비등비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련자와 무존은 총을 든 사람과 빈손으로 임하는 사람과 같다.“형부, 형부. 무슨 일이에요? 왜 넋이 나갔어요?”임건우의 이상 반응에 유지연은 바로 임건우를 슬쩍 밀쳤다. 프라이팬의 물고기가 거의 타고 있었다.“오랜만에 만났다고 우리 언니한테 반한 건 아니죠?”유지연은 속으로 질투가 넘쳐 흘렀다.유지
유가연의 방에서.유가연은 침대에 기대 핸드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었고 유가연의 담담한 표정은 예전과 다를 게 없었다.하지만 임건우는 이런 유가연을 보며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익숙하지만 낯선 그런 기분.“여보!”임건우가 다가가 유가연의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조금 어색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유가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조심스레 임건우를 끌어안았다.“어머님 소식 들었어.”“뭐?”임건우는 멍청하게 되물었다.“누구? 어머님께 문제 생기셨어?”유가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당신 어머니 말이야. 나한테 숨기려던 건 아니었지?”임건우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었다.“어떻게 알았어?”“염혜수도 아는 일을 내가 모를 거로 생각했어? 설마 당신 마음속에 난 외부인보다도 못한 거야?”“아니야. 난 네가 걱정할까 봐!”“이제 제대로 말해봐. 어머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데? 내가 도울 건 없어?”임건우는 멍하니 유가연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금단 고수가 된 것에 의문이 많았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 걸 보아 유가연이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물어봤자 유가연을 곤란하게 하는 것 같아 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오늘 찾아온 건 당신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어. 어머니는 또 혼미 상태에 빠지셨어. 하지만 상반년 증세보다 더 심각해. 작년 10월에 있었던 교통사고에 분명히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어머니의 영혼은 일혼 일백이 부족했고 혼련이 이를 대체하고 있었어.”“그래서 당신은 원수성의 묘지에 가서 새로 대체할 혼련을 찾으러 가려는 거야?”임건우는 잠시 말없이 유가연을 바라보다가 물었다.“가연아, 나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지? 예전과는 많이 달라 보여.”유가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당신이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했어.”임건우가 다시 물었다.“정말 네가 금단 고수가 되었다고? 대체 어떤 기묘한 기회를 얻었기에?”유가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
유가연과의 관계가 조금 서먹해졌던 건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며, 평범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객관적인 이유로 임건우와 유가연의 연락은 점차 줄어들었고, 유가연은 임수희의 신분으로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했다.‘당신이야! 모든 게 당신이었어!’처음 목숨을 살려준 순간부터, 오늘 오전 만리상맹 건물에서 유화를 구한 것까지,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나고 임건우는 마음이 벅차올라 손끝이 덜덜 떨렸다.‘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아 이렇게 좋은 여자를 만나게 되었을까? 전생에 우주라도 구했나 봐.’그러다가 임건우는 임수희와의 다른 기억이 떠올랐고 소름이 오소소 돋고 얼굴이 붉어졌다. 어느날인가 임건우는 임수희에게 고민 상담을 했었는데 심지어 유가연과 심수옥 가족들의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였다니.‘설마 그래서 다른 여자의 신분으로 나한테 다가온 건가?’‘그래서 당자현과의 다툼에서 그렇게 날카로운 공격을 했던 건가?’임건우는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언니랑 형부 밥 먹어. 내가 다 차려놨어.”유지연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방문을 잠그지 않은 탓에 문이 벌컥 열려버렸다.유지연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고 거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유가연은 한창 바쁜 와중에 손을 빼 들어 보이지 않은 힘으로 유지연을 방 밖으로 내보냈다.방문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닫기고 달깍-하고 문까지 잠겼다.유지연은 안전하게 방 밖으로 내쫓아졌다. 유가연은 당연히 유지연이 다치지 않도록 부드러운 힘으로 내몰았고 기껏해야 넘어졌을 때 가벼운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의 힘이었다. 그러나 유지연은 심장이 쿵쿵 뛰고 큰 숨을 내쉬지도 못했다.“저녁에 마저 하자. 조금 있다가는 우리 엄마가 올라올지도 몰라. 일단 밥부터 먹자.”유가연이 임건우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저녁에? 호텔 갈래?”임건우는 임수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멀쩡한 집 놔두고 무슨 호텔?”
“당신, 당신 대체 누구야?”유가연이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난 계속 나야, 유가연.”그러다가 유가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윤회라고 들어봤어?”임건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임건우는 천의도법을 계승하고 온갖 수진 방면의 지식을 학습했었다. 특히 얼마 전 거제 스님의 영혼 조각까지 얻으며 적지 않은 불교 수련의 정보를 받았고 윤회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불교에는 육도윤회라는 성물이 생명의 윤회를 통제한다고 했다.당자현 역시 꿈속의 윤회지를 여러 번 언급했으며 저번생에서는 윤회지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터무니없는 어불성설같이 느껴지겠지만 이는 확실히 존재하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환생으로 유가연이 되었다면 당신의 전생은 누구였어?”“그건 나도 모르겠어.”유가연이 고개를 저었다.“영혼을 대물림받았는데 전생의 사람은 무얼 했던 사람인지도 기억이 모호해. 그냥 여자였다는 것만 알 수 있는 정도야.”임건우가 말했다.“오히려 모르는 게 다행일지도 몰라. 괜한 고민만 늘어날 테니까.”그리고 유가연은 자신이 영혼을 물려받은 시간을 밝혔다. 그날은 두 사람이 이혼 도장을 찍고 첫 합방을 한 날이었다.그게 현재의 유가연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에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임건우는 몰랐다.사실 임수희의 신분에 있어 임건우도 의심은 했었다.하지만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였다니, 임건우는 마음속 많은 의심과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동안 임수희에게 숨겼던 정보도 안심하고 밝혔다.임건우는 임수희와 함께 묘지로 향하고 싶었으나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임수희가 바로 유가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또 유가연이 굳이 자신과 모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임건우의 생각을 알아차린 유가연이 코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내세울게 미모밖에 없는 줄 알아? 네 논리대로면 앞으로 너와 생사를 함께할 사람은 너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겠네? 그건 무슨 개떡 같은 논리야?”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