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진과 사랑을 나눴던 구소소는 어찌 보면 임건우에게는 이모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그녀로서는 임건우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마한영 씨, 말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건우가 아무리 귀신을 챙겨준다 해도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은 아니지 않나요? 건우는 멋진 아이예요.”“멋지긴 개뿔!”마한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딱 봐도 수위라곤 찾을 수 없는데 무덤에 데려갔다간 다 같이 죽게 생기겠어! 귀신 나부랭이랑 같이 다니다니……. 설마 그 귀신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지?”마치 진흙덩어리를 밟은 것처럼 그녀는 임건우에 대한 경멸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마한영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손에 든 법기는 이리 줄래? 너한테 썩히기엔 꽤 아깝단 말이지. 임우진의 체면을 봐서 저 귀신은 공짜로 처리해 줄게. 난 지금 널 구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 잊지 마!! 그리고 아버지를 찾으러 무덤에 들어가려고 한다던데 아무래도 넌 안 될 것 같다.”서공진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끝내 하지 못했다.임건우한테 멱살 잡혔을 때 이미 알아챘었다. 그는 종사급 수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어린 종사가 있을 수 있다고? 혹시 귀신이 가진 힘 때문인가?“강마추를 가지려 들다니. 어디 가져갈 능력은 되시려나?”임건우는 마한영의 도발에도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흥! 그깟 악마 장군 하나 차지 못할까 봐? 덤벼봐, 바로 죽여줄 테니까!”수위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이 허세는. 강마추를 빼앗아 오는 것은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하지만 그녀의 오만도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임건우는 손을 들어 쉽게 그녀의 공격을 피해버렸다.“너무 느린데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뭐야, 이걸 피했다고?”마한영은 멍하니 임건우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분노에 휩쓸려 다시 한번 공격을 시도하였다.쏴쏴쏴—“아직도 느려요!”“이런, 너무 느려요!”“쯧쯧, 아줌마. 허세는 많은데 실력은 영 꽝이네요. 저쪽에
마한영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방금은 테스트였는데 속도 꽤 빠르네. 하지만 일반인인 넌 네 아비와 달라도 너무 달라. 일단 구마추는 내가 가져갈게. 너한테 득만 되고 실은 없으니 내가 먼저 가지고 있으마. 네 아버지만큼 한 실력을 갖추면 그떄 찾아와서 가지거라.”그녀는 손을 뻗어 임건우의 허리춤에 있던 구마추를 빼앗아 갔다.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임건우가 아니다.그는 재빨리 마한영을 피한 후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줌마,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 아줌마의 구자진언술, 저에겐 안 먹히거든요.”“뭐? 어떻게 이럴 수가?”마한영은 깜짝 놀랐다.방금 임건우에게 쓴 주술은 구자진언술에서 가장 강한 주술이었다. 비록 3할의 힘만 사용하였으나 그렇다고 임건우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다니!3할의 힘만 사용한 구자진언술도 일반인에겐 이미 대단한 존재였다. 그 한 방으로 임건우를 3일 동안 봉인할 수 있는 그런 힘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임건우에겐 아무런 효능이 없다니!마한영은 임건우에게 단단히 잡힌 채 손목을 내주었다. 잡힌 손목은 호랑이 손톱에 긁힌 것처럼 당장 벗어날 수 없었다.화가 난 그녀는 간드러지게 소리쳤다.“이거 놔!”손목에 핏줄을 세운 채 5할의 공력을 사용하였으나 임건우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너 손 떼라 했다!”8할의 공력을 사용했다.그러나 여전히 소용없다.마한영은 마음속으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이 새끼 뭐지? 8할 공력을 쓴 혈맥 재능도 용의 힘도 전혀 쓸모가 없잖아? 저놈 도대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과연 10할의 공력도 당해낼 수 있을까?마한영은 재차 시도하려고 했으나 임건우는 더 이상 그녀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마한영의 손목을 잡고 세게 잡아당기고 뿌리치자 그녀는 거대한 힘에 부딪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세게 부딪혔다.“젠장!”이대로 항복할 그녀가 아니었다.그녀는 다시 허리를 비틀어 벽에 세게 튕기고는 긴 다리를 높이 들어 내리찍었다.그러나 임건우
마음이 급해진 마한영은 화가 나서 다리를 찢었다. 하지만 쉽게 임건우에게 제압당한 그녀는 분노와 창피함이 물밀듯 올라왔다.“이거 놔!”“퇴마 용족이라면서요? 체내의 혈맥으로 보아하니 확실히 내공은 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릴 적 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혈맥이 활성화되지 않은 채 목에 걸린 것 같네요……. 아무래도 제 상대는 안되는 것 같은데 구마추는 제가 가지고 있을게요.”말을 끝마친 후 임건우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리고 오른손으로 번개 속성을 지닌 영력을 사용하여 구마추를 살짝 집고는 진언봉인술을 해체하였다.그러자 엽지원은 구마추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마한영은 더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런 수모를 겪다니. 화가 끝까지 솟은 그녀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는 몽둥이를 집어 들고 다시 한번 반격을 시도하였다.하지만 곧 임건우에 의해 제지당하였다.“병을 고치고 싶지 않으세요? 제가 고쳐드릴 수 있어요!”“…….”마한영은 멈칫거리다가 물었다.“확실해?”“네. 확실합니다.”“그럼 말해봐. 내 병이 어떤지.”“아주 간단해요. 어릴 때 놀라서 물에 빠졌는데 빠진 시간이 너무 길어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생긴 병이에요. 간단하게 말하면 뇌가 물속에 잠긴 거죠.”임건우의 말을 들은 서공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풉.”그러고는 호기심과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누난 쟤 상대도 안 돼.”마한영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누구 뇌가 물속에 잠겨? 어디서 헛소리하고 있어?”“물에 잠긴 게 아니라 담겼다고요. 이럼 제 말이 맞나요?”“흥! 어릴 적 일은 네 이모인 구소소도 아는데 너라고 모를 리가.”“그럼 계속할게요. 뇌가 물에 담겨서 혈맥 활성화의 일부 기능이 파손됐어요. 파손된 부분이 현재 그쪽 수위 상승을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혈맥천부도 3할밖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또한 단전이 혈맥에 가라앉아 경맥이 막혔으니 엄청 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거예요. 생리도 주
서공진의 한마디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임건우를 향했다.놀라움, 의심, 그리고 불신.사람들에게 암이란 불치병으로 여겨진 지 오래다. 아무리 현대의학 기술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해도 암을 무슨 수로 완치할 수 있을까.특히 암 말기는 거의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이다.그런 질병을 임건우가 과연 치료할 수 있을까?모든 사람의 불신의 눈길로 바라보았다.이때, 임건우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서 선생님 정보통이 꽤 빠르네요.”“내가 상경 나씨 가문의 집사를 알고 있거든. 복순이라고.”원래부터 믿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신후청 궁주의 외손자라도 암까지 치료가 가능할까……? 신 같은 임우진도 그런 능력은 없었다.하지만 지금, 임건우가 마한영의 문제점을 짚어내자 약간의 기대가 생겼다.임건우는 인제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서원미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진짜요? 암 말기도 치료할 수 있다고요?”“일반인이라면 문제 없어.”서공진의 얘기로는 후두암 말기인 아내가 있으나 아무리 돈을 쓰고 치료를 헤도 차도가 없다고 한다.서공진은 말을 이어갔다.“건우 도련님, 제 와이프의 병만 치료해 주신다면 원수성 무덤까지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목숨 걸고 지킬 자신 있습니다.”임건우는 순간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그러십니까? 설마 방금 한 말들이 모두 거짓입니까?”서원미도 따라서 바싹 긴장 추세에 돌입했다.임건우의 말에 희망을 걸었건만 결국 헛수고였나.마한영도 임건우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설마 말만 뻔질나게 하고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건가?’이때, 임건우가 고개를 저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그 쪽이 별명이 홍길동인 만큼 대단한 괴도라고 들었는데 제 생각엔 무덤에 데려가기엔 쓸모가 없지 않나 싶은데요.”말이 떨어지자마자 서공진은 펄쩍 뛰기 시작했다.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능력을 의심한 거라니. 이건 그를 모욕한 거나 마찬가지다.“개소리하지 마. 무덤 안에 함정이 얼마나
양소는 주먹을 쥐고 임건우를 보며 물었다.“건우 도련님, 사람 하나만 찾아주십시오.”“사람을 찾아달라고?”임건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누구를 찾아달란 말씀이세요?”“장진영이요!”구소소의 말에 의하면 장진영은 별명이 못난이로 전에 임우진과 함께 도굴에 참여했던 인물이라고 한다.하지만 장진영은 무덤에서 발견한 문물들을 되팔고 있다가 현재 신후청으로 잡혀갔다가고 한다.임건우는 듣자마자 단번에 알아챘다.바로 전에 당자현을 배에 납치하려 시도하였으나 결국 자기의 수위를 망쳐놓아 신후청의 심문을 받은 인물이다.양소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마도 자기 때문에 장진영이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임건우는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양 선생님과 못난이는 어떤 관계인가요?”“그자는 같은 스승님 밑에서 배우고 자란 저의 후배입니다. 전 흙을 파서 옮기는 법을 배웠고 후배는 도굴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그랬었군요. 하지만 신후청에서 사람을 빼내 오는 건 쉽지 않아요.”“그래서 이렇게 도련님에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겁니다. 이런 부탁도 못 들어주신다면 우리도 목숨 걸고 무덤을 내려갈 마음조차 사라질 것입니다.”임건우는 뚫어져라 양소를 쳐다보았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아챌 수 없는 인물이다.하지만 일반인을 데려가기엔 안 데려가기만 못하니 그는 원수성의 신비한 세계로 향하는 열쇠를 찾으려면 꼭 필요한 인재이다.“좋습니다! 일단 저의 소식을 기다리십시오. 하지만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양선생이 찾고 있는 후배분은 이미 수위가 망가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 단전을 파괴한 사람은 저고요.”“뭐?”양소는 벌떡 일어났다. 몸 안의 기세가 갑자기 솟더니 막대한 혈맥의 힘이 임건우를 덮쳤다.실력을 숨긴 반쪽짜리 종사라니.게다가 그를 덮친 힘이 혈맥 재능을 쓰지도 않은 힘이라니.하지만 임건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는 양소의 공격에도 태연히 걸상에 앉아 차를 홀짝거리며 천천히 들이켰다. 찻잔의 찻물조차 흔들림이 없었다.
욕조에서 병을 치료하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구경한다고?마한영이 미치지 않은 이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결국 구소소가 먼저 방을 나가자 기타 사람들도 차례로 떠났다. 지금 실시 단계에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은지라 여기에 남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들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임건우가 스카이 프로젝트를 따온 후 만리상맹 쪽에서 빨라도 7일 늦어도 6개월 이내에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도굴하러 떠나기 전 상의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았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임건우는 화장실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일단 욕조에 들어가셔서 옷부터 벗으세요.”“뭐? 옷도 벗어야 해? 날 뭐로 보는 거야?”마한영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네 시커먼 속셈 모를 줄 알아? 이 기회를 틈타 여자 몸이나 보려고 한다니. 됐어, 너한테서 치료 안 받아.”임건우는 입을 삐쭉거거렸다.“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기회는 한 번뿐이니깐. 후에 절 찾아와도 도와주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해요. 그쪽 혈맥 잔류 부분이 응고되면 나도 손 쓸 수 없으니까……. 아 그리고, 제가 말 못 한 게 있는데 이 상태로 임신도 불가능이에요.”말을 마친 후 임건우는 그녀의 표정을 보았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가 돌아서려는 찰나.마한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 “알았어, 갈게!”마한영은 매섭게 입건우를 쏘아보았다.“알겠어. 내가 오히려 병을 고쳐준다고 비는 거 같네. 잘 생각해 봐. 가슴 수술 받으려면 똑같이 옷을 벗어야 하잖아?”그녀는 가슴을 앞세우며 대꾸했다.“난 가슴 수술할 필요 없거든.”“그냥 비유잖아요, 비유.”“흥!”마한영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물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준비 다 했어. 들어와.”임건우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운 여성이 나체인 상태로 욕조에 누워있었다. 보는 내내 숨이 가빠지고 동공이 흔들렸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내분비 장애로 인해 여드름
“아오, 야! 너 진짜 죽을래?”……임건우는 새벽 3시가 돼서야 호텔에서 나올 수 있었다. 온몸은 젖어 있었고 피로감이 느껴졌다.호텔 로비 관계자들은 의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를 호스트바로 오해한 것 같았다.임건우가 호텔을 떠나자 관계자들은 수군수군 토론하기 시작했다.“오늘은 여자 몇 명이나 꼬셨을까?”“내 생각에 한 4명 정도?”“정말 천하다 천해. 다른 일도 아니고 이런 일을 하다니.”자연스레 임건우의 귀에도 뒷담화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임건우는 뒷담화 따윈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어쨌든 이 기회를 통해 퇴마용적의 혈맥이 어느 만큼 강한지를 알게 되었으니깐. 근래 수위가 높아지지 않았더라면 자칫 마한영의 몸에 남은 혈맥 에너지를 활성화하지 못했을 것이다.같은 시각.마한영은 구자진언술을 사용한 후 실력이 크게 느는 것을 발견하였다. 목에 걸렸던 혈맥이 통하고 어릴 적부터 생긴 잔치레병이 완전히 완치되었다.“하하하.”그녀는 욕조에 몸을 맡긴 채 큰소리로 웃었다.“역시 임우진의 아들이라서 그런가? 꽤 쓸모가 있네.”“흥! 그래도 오늘 당한 창피만큼 언젠가 꼭 돌려주겠어. 기다려, 임건우.”마한영은 5번째 주술을 익혔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났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엄마!”전화기 너머로 금방 깨난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 그래. 왜 새벽에 전화해서 날 깨우니. 엄마 수면 장애 있어서 한번 깨나면 다시 못 자는 거 알잖아.]“엄마, 나 병 다 완치됐어요.”[무슨 병? 정신병?]“정신병이 아니라 뇌에 물이 들어간 병이래요.”[뇌에 물이 들어간 거면 정신병 맞네. 됐고 이만 끊어. 엄마 피곤해.]마한영은 재빨리 이어서 말했다.“진짜예요, 엄마. 어릴 적 물에 빠져서 뇌가 물에 십몇 분 동안 잠긴 적이 있는데 그때 남았던 병을 이젠 다 고쳤다니깐요. 게다가 5번째 주술도 이미 익혔고 임신도 가능하대요.”[딸, 아빠가 그러는데 너 이번에 운명의 배우자가
이곳의 원장 성함은 오지웅이며 종양내과 출신 의사로서 이 방면의 연구도 깊은 편이었다. 선우준의 말을 듣고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선우준 씨,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속은 거 같아요. 당신의 아내 같은 상황은 절대로 완치할 수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종양 연구소에 가도 방법이 없을 거예요.”선우준이 말했다.“그럼, 선생님이 아직 의술이 부족한 거 같네요.”선우준의 고집에 오지웅은 엄청 조급해 났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병원은 적어도 선우준의 아내에게서 5억 정도의 자금을 착취할 수 있지만, 일단 퇴원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문제는 최근 병원의 장사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이전에 많은 부자들이 이곳에 와서 치료하기를 원했던 이유는 병원에서 근접치료 방안이라는 항목을 내세웠으며 국제 최정상 종양 실험실과 연결되었다. 국내의 많은 부자들이 생사 앞에서 모두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최근, 이 방안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어서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에 헛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비쌀 이유가 없었다.오지웅이 말했다.“선우준 씨, 제가 장담하는데, 당신이 말한 그 신의는 틀림없이 사기꾼이예요. 게다가 부도덕하고 마지노선이 전혀 없어요. 이것은 환자에 대해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환자의 치료가 지체되면 생명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선우윤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당신이야말로 큰 사기꾼이예요. 무슨 분자 면역 치료로 저희 어머니 병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돈은 돈대로 많이 썼지만 결국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저희가 지금 돈을 환불 안 한 것도 당신에게 선심 쓴 거예요.”오지웅은 곧장 말했다.“모든 사람의 수용체는 다 저마다 차별화가 있지만, 이미 병세의 진전을 많이 늦추었어요. 그럼, 저와 함께 신의를 만나러 갑시다. 만약 정말 문제가 있다면 바로 병원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치료도 지체 안 되고요. 의외의 사고를 대비하여 저희 의료팀도 같이 따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