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연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나지선이 사망했을 확률이 높으며 나씨 가문과 김재희의 혼인상대를 바꾸어야 한다며 아버지한테 정원을 쟁취하는 것을 도와주라고 말했다.비록 나정연은 김재희와 혼인하기에 가장 적합한 여자이지만, 김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혼인에 성공하면 나정연은 후회해도 쓸모가 없었다.“뭐? 나지선이 죽었다고?”나정연의 아버지인 나문영은 이 소식을 듣고 반나절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떻게 할아버지가 겨우 혼사를 승낙했는데, 어제도 두 가문에서 협력하여 금진 광장 개발 건에 대해 상의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나정연이 말했다.“언니가 그 위치에 안 맞고, 누릴 복이 없는 거 같아요. 재희 씨에게 강제로 시집가려고 했지만 지금 보세요. 언니가 죽었어요! 아버지, 저는 언니보다 우수하잖아요. 제가 재희 씨 부인이 되는 것이 더 적합해요!”나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선이 그 말괄량이 계집애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아. 어려서부터 중해와 같은 작은 곳에서 살았고, 어머니도 제멋대로야. 지선이는 어릴 때부터 교양이 별로 없고, 지식이 적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지 않아서 김씨 가문 둘째 도련님한테 시집가는 것도 우리 나씨 가문에 폐를 끼치는 거야.”나문영은 생각한 후에 바로 할아버지인 나근수를 찾아가 이 일을 말했다.나근수는 듣자마자 바로 나문천에게 전화했다.나문천은 이때도 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어 멀리 상경한 아버지의 물음에 전혀 대처할 마음이 없었다. 나문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종이에요. 아직 소식이 없어요.”그러나 나근수는 바로 자신의 관계를 통해 중해에서 이미 3,000명의 관공서 사람들을 출동시켜 수색구조 하였고 또 당지 군부, 심지어 신후청의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새 찾았지만 찾지 못해 십중팔구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나근수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나근수는 이 일은 반드시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고주연은 나근수의 말을 모두 듣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문천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나근수에게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런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누가 죽은 게 다행이라고요? 당신이 가장이 될 자격이 있어요? 당신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격이 있어요? 저희가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 줄 아세요? 당신은 자격이 없어요.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면 안 부를게요. 누가 아쉬운 줄 아세요? 이제 저희 인연은 여기까지인 거 같아요.”나근수는 화가 나 펄쩍 뛰었다.“이 나쁜 년아, 다 너 때문이야. 내 아들이 중해와 같은 곳으로 간 건 다 너 때문이야. 넌 죽어야 해!”“꺼져요!”고주연은 전화를 단번에 끊었다.아직도 화가 안 풀려 나문천의 휴대폰에서 나씨 가문의 연락처를 모두 검색하여 하나하나 전부 삭제했다.나문천에게 말했다.“네가 앞으로 그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다시는 나를 아내라고 부르지 마!”이와 동시에.나근수는 즉시 나문영을 데리고 혼인 상대 변경에 대해 의논하려고 김씨 가문에 갔다.나근수는 김씨 가문 어르신을 만나 바로 말했다.“어르신, 저희가 이번에 방문한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을 의논하려고 왔어요. 저희 큰아들 나문천의 딸 나지선은 방금 사고가 좀 났어요. 아마 이미 죽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사실 나지선은 김씨 가문과 어울리지 않아요.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어르신도 아시다시피, 나문천은 일찍 집안과 사이가 안 좋아 가출했고 장가갔는데 며느리는 조무래기고 교육시킨 딸은 더 쓰레기예요! 밖에 다른 남자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만약 진짜 김씨 가문에 시집갔으면 제가 아주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특별히 온 이유는 혼인 상대를 바꿔서 다른 손녀인 나정연을 김씨 가문에 시집보낼까 합니다.”“네? 나지선이 쓰레기라고요?”김씨 가문 어르신 김상우는 이때 얼굴색이 이상하게 변했다.하지만 나근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옆에 있던 나문영도 도와서 말했다.“맞아요! 나지선이라는
김상우는 나근수와 나문영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르신, 저희 김씨 가문과 나씨 가문의 혼약은 없던 걸로 합시다! 전에 상의했던 금진 광장 항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요. 이 일은 급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 급히 중해로 가야 해서 두 분을 배웅 못해요.”나근수는 급해서 즉시 필사적으로 나정연의 우점에 관해 얘기했다.상대적으로 나지선을 필사적으로 깎아내려 나지선이 마치 길가의 꿩 마냥 말했다. 나정연은 모든 방면이 우수하고 마치 하늘의 선녀가 속세에 내려온 듯 이 여자는 하늘에만 있어야 하고 인간은 가질 수 없듯이 만약 김재희가 나정연과 결혼하면 어떻게 좋은지 나열했다.김상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어르신, 당신은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 전혀 몰라요. 아이고, 됐어요, 이젠 돌아가세요.”김씨 가문에서 나온 나근수와 나문영은 화가 나서 정신을 못 차렸다. 일이 거의 성사될 때 즈음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니 그 누구도 억울해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이 일은 나지선 그 계집애 탓이야. 빨리 죽지도 않고 늦게 죽지도 않고 하필 이때 죽은 것은 그야말로 나씨 가문의 발목을 잡는 거야!”“김상우도 눈이 멀었어. 감히 내 딸 정연이를 맘에 안 들어 해? 하필 그 계집애를 원하다니… 늙어서 눈이 침침한 거 아니야? 머리에 물 들어갔어!” 두 부자는 욕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마침 나문영의 아내, 장문정을 마주쳤다.장문정은 텔레비전 방송국의 화단이고 상경 시에서 이름난 규수였다. 전에 나씨 가문에서 나문천과 부자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포했는데 이 일은 바로 장문정에게 처리하라고 했었다… 장문정은 나문천이 나씨 가문에서 떨어져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 사람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나씨 가문의 재산과 인맥은 모두 나문영의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을 특히 적극적으로 처리했으며, 심지어 직접 텔레비전 방송국의 경로를 통해 이 소식을 내보냈다.나근수가 묻자 장문정은 즉시 대답했다.“아버님, 안심하세요! 소식을 이미 내보냈으니 지금 거의 상경 시의 모
나근수는 이 소식을 듣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용성무는 어떤 사람이냐면, 나씨 가문에서 머리를 뾰족하게 깎아서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없는 진정한 큰 인물이었다. 상경에서 최정상급에 속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며 나씨 가문과 천지 차이었다.그런 용성무에게 고주연은 양딸이었다.만약 나씨 가문에서 고주연에게 좀 더 잘해준다면 구주연은 용성무에게 나씨 가문을 위해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나씨 가문은 상경에서의 지위가 즉시 3척 올라갈 뿐만 아니라 나씨 가문은 기회를 틈타 기세를 돋우면 나씨 가문을 몇 단계 상승시킬 수 있다.나근수는 방금 대외적으로 발표된 소식을 생각하면 피를 토하고 싶었다.“안 돼, 지금 문천에게 전화해야 해.”나문영이 말했다.“고주연, 정말 어이가 없네요. 용 선배님과 같은 든든한 빽이 있는데 왜 숨기고 말을 안 했을까요? 말하면 우리 나씨 가문에서 뭐라도 이득을 보려고 할까 봐 두려워서 그런걸 가요? 그 여자는 나씨 가문 사람이 아닌가요? 정말 아량이 좁네요.”이 영감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용 선배님이 계신 잠용은 은밀한 부서라 비밀을 꼭 지켜야 하는 거야. 말 잘해야 해. 이렇게 틀어지면 나씨 가문에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이 노인도 사실 사심이 있었다.이 노인과 나근수는 사이가 좋았다.만약 나씨 가문이 우뚝 서게 되면 이씨 가문이 나씨 가문에 의지해 어떻게 해서도 약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나근수는 전화는 걸었지만 바로 연결이 안 되었다.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것이었다.바다 선실 안에서 임건우는 나지선에게 발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연히 약속을 어기면 안 되었다.그러나 나지선은 하룻밤을 꼬박 고생해서 정말 피곤했다.임건우에게 발 마사지 받을 때 빨리 잠들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을 즐기고 싶었지만, 어느새 잠이 들었다.조용히 잠든 나지선을 보자 임건우의 손은 멈추고 발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그러나 바로 이때
임건우가 영력을 쓰자 코피가 자연스레 멈추었다.“넌 또 왜 나왔어? 무슨 일 있어?”그는 화제를 돌렸다.부영록이 말했다.“당연히 있지.”그리고는 자기 몸을 가리켰다.“나온 시간은 오래되지 않지만 원래 몸주인이 수련을 시작하지 않고 너도 그 어떤 수련 공법도 가르쳐주지 않은 탓에 몸이 아직도 허약해. 이대로 가다간 나지선이 3년 이내에 분신 하기엔 어렵겠어.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나지선 몸을 빼앗을까 생각 중이야.”임건우는 듣자마자 놀라 펄쩍 뛰었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방법을 생각 중이니까……. 저의 수련공법이 좀 특별해서 아무에게나 전수할 수 없거든요. 때마침 제가 아는 사람 있는데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임건우의 말을 들은 부영록은 고개를 끄덕였다.“너의 임씨 가문의 공법이라면 확실히 여자에게 맞진 않지. 일단 너도 다른 사람 찾지 말아봐. 내가 적합한 공법이 있는데 네게 전수해 줄게! 지금도 나지선 몸에 기초를 닦을 수 있으니깐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부영록이 말한 공법은 천라봉무인이다.말 그대로 손가락 인술을 주요로 한 수법이다.생각해 보니 나지선 식지와도 관련돼 있는지라 응용하기 쉬웠다.이 공법은 13개의 인술로 나뉜다.아무리 자각력이 높은 임건우가 듣더라도 머리가 커질 것만 같았다. 다섯 번째 인술만 떠올려도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사유가 복잡해져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상상만 해도 알 수 있다. 이건 엄청 대단한 공법이라는 것을.“됐어. 현재 너의 영식으로 5번째 인술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잘한 거야. 나지선이 5번째 인술을 수련할 때 뒤에 있는 것을 배워도 늦지 않아.”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네 이 녀석, 진룡 36검 검수가 일반 수행자보다도 못하다니. 완전히 농사꾼이잖아. 안 되겠다. 나도 마침 검법이 하나 있는데 아예 함께 너에게 주지!”임건우에게 준 검법은 바로 만검결!많은 검을 지니는 그에게 딱 맞는 검법이다.수련이 극에 달하면 백개의 검이
임건우는 멍해졌다.“유화가 무슨 사고를 쳤어?”천우는 나지선을 본 후 임건우에게 귓속말했다.“유화가 전에 나지사의 조카와 다퉈 홧김에 조카를 때려죽였대요.”“나정연을?”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원래부터 나정연이라는 여자를 싫어했다. 어떨 땐 한대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또 나지선의 사촌 동생인지라 나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하여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화 지금은 좀 어때?”임건우가 물었다.“사모님과 맹 궁주님께서 지켜주고 있으니 당분간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나정연은 나씨 가문의 조카이고 또 상경 나씨 가문의 사람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씨 가문이 상경 시에서 인맥도 넓고 영향력도 높고 게다가 아는 정치인도 많으니 정치적으로 붙으면 맹 궁주님도 난처할 것입니다.” 잠시 멈칫거리다 천우가 입을 열었다.“아니면 유화를 꺼내게 할 방법은 없나요?”임건우는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유화는 괜찮을 거야. 나정연이 죽었다고 해서 걔 따라 죽게 하는 건 아니잖아?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할게. 지금 바로 가봐야겠어.”나지선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는 못하였지만 천우의 표정으로 보아 자기와 연관되있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임건우가 말하지 않으니 그녀도 자연스레 캐묻지는 않았다.곧이어 일행은 다시 계명산 벚꽃 레이싱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유화가 지금 여기에 있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수백 개의 현수막을 보았다. 매 현수막에 쓰여 있는 글마다 섬뜩해 났다.“살인자를 내놓고 무릎을 꿇게 하라!”“살인자는 목숨으로 갚아라!”“살인자 만리상맹 사장 유화는 죄가 극악무도하니 죄에 따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심지어 더욱 심각한 내용도 있었다. 유화의 신상정보를 캐내서 진짜와 가짜 정보들이 섞어서 사람들의 울분을 자아냈다. 현수막 외에도 각종 욕설이 벚꽃 레이싱 클럽을 가득 채웠다.나지선은 놀라서 말했다.“만리상맹 유화가 너 여사친 아니야? 누굴 죽였는데? 설마 김재희를 죽인 건 아니겠지?”임건우
하룻밤에 하루 절반을 더 꼬박 걱정하였더니 벌써 이튿날 정오가 되었다.모두 한바탕 흐느꼈다.유화가 보이지 않자 눈빛이 싸늘해진 임건우는 현수막을 힐끗 훑어보며 말했다.“유화는요?”우나영이 대답했다.“유화가 실수로 나지사의 조카를 죽였어. 나씨 가문이 소식을 듣고 바로 사람들을 시켜 여기까지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더라. 중해, 강중, 금릉에서 온 수많은 기자도 현장에 왔어.”임건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어느 나씨 가문이요? 상경 나씨 가문? 아니면…….”여기까지 들은 나지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만약 아버지가 한 일이라면 임건우는 분명히 유화를 위해 나씨 가문과 척질 것이다. 아무리 임건우와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고 어머니가 임건우 아버지 임우진의 동료라고 하더라도 자기와 유화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유화를 위해서라면 그는 자기와도 선을 그을 것이다.우나영이 말을 이었다.“나지사는 아니야. 며칠 전 상경 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상경 나씨 가문이 대외적으로 나문천과 왕래를 끊는대. 나씨 가문 가주와 나문천이 부자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지.”맹진수가 투덜거렸다.“나근수 바보 아니야? 능력 있는 아들을 버리다니. 내가 둘째 아들 나문영을 본 적이 있는데 능력도 없고 마음도 좁고 큰 인물은 못 되겠더라.”나지선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나문천 부부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일가족은 부둥켜안았다.고주연은 재빨리 임건우도 안았다.“건우야, 괜찮아? 너희를 괴롭힌 사람이 혹시 해룡문 사람이니?”“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어머님, 제가 듣기론 제 후배가 어머님 가문 조카를 죽였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고주연이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넌 내가 나정연 때문에 너랑 척진다고 생각해? 걱정하지 마. 나정연이 뭐라고. 걘 배은망덕한 애라 죽어도 싸. 걔가 내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떤 태도였는지 아니?”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흥. 자기가 김씨 가문 둘째 사모님이 된다고 기뻐서 날뛰더라.”“어, 나정연이 김재희를 좋아했
정단우는 자신을 아끼는 김재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임건우를 집안 배경도 없고 마음대로 업신여길 수 있는 경호원 나부랭이로 취급했다. 게다가 임건우가 나지선, 이청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자 속으로 그를 무척 질투하였다.하지만 지금의 정단우는 죽도록 후회하고 있다.누가 알았을까. 경호원나부랭이인줄 알았던 임건우가 신후청 궁주 맹진수의 외손자라는 것을. 김재희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행동들이 되려 임건우를 건드리게 된 셈이라니.게다가 지금 김재희 할아버지가 직접 임건우에게 사죄하러 오고 있는 중이다.젠장.“김재희가 날 만나고 싶어 한다고?”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눈앞에서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정단우를 보았다. 정단우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후청 궁주의 외손자와 중해 지사의 딸을 위험에 빠뜨려 실종되게 한 장본인이니 감당해야 할 후과는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정씨 가문 주인 또한 으름장을 놓았다.“정단우가 맹궁주와 나지사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냥 자살하게 놔둬라!”그러니 그가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다행히도 임건우과 나지선이 무사히 돌아왔다.“네. 김재희 도련님께서 계속 도련님과 지선 아가씨의 안위를 걱정하셨습니다.”“알았어. 그럼 들어오라고 해!”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번 사건은 김재희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한광이 호시탐탐 벼르고 있던 터라 임건우가 레이싱하러 오지 않았더라도 다른 기회를 봐서 손을 썻을 것이다. 오히려 이곳의 지형 덕분에 순조롭게 나지선과 바다로 도망쳤고 또 무의식중 용도에 빠져 해룡문을 찾았으니 어찌 보면 도움을 준 셈이다.김재희가 금세 찾아왔다.‘툭’ 소리와 함께 김재희가 임건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도련님, 전에 도련님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부디 도련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저 김재희는 도련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충실한 개가 되겠습니다.”오만한 김씨 둘째 도련님이 임건우에게 무릎 꿇어 사과하다니.이 장면을
임건우는 말문이 막혔다.‘유전자라니, 그거 DNA 말하는 거잖아?’그들이 어떻게 확인하는지는 몰랐지만, 3분 뒤 그 여자가 다시 내려왔다.“확인해봤더니 둘이 정말 부녀 사이 맞아! 차에 타. 남수야, 이 장애인 좀 부축해줘. 아이는 내가 안을게. 차 안에 삼록 우유도 있어.”“뭐라고요? 삼록 우유?”임건우가 깜짝 놀라 외쳤다.삼록이라니 그거 독이 든 우유 아니었나?여자가 대답했다.“삼록 우유 맞아. 삼록은 4등급 요수인데 영양이 엄청 풍부해. 인공 분유보다 훨씬 낫지.”그러자 임건우는 이 세계에도 인공 분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 수 없었다.차에 타면서 임건우는 자세히 살폈다.이건 진짜 배가 아니었다.겉모양만 배 같을 뿐이었다.이 물건은 바퀴가 달려 있었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차는 일종의 영기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냄새가 고약하네요. 혹시... 바지에 똥이라도 쌌어요?”붕이가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바지에 싼 게 아니라 목에 묻은 거예요. 냄새 맡아볼래요?”임건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차... 아니, 배처럼 생긴 이 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임건우는 다시 작은 숲 쪽을 돌아봤다.미친 할머니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건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정말 죽은 걸까?그렇다면 그녀는 대체 왜 딸을 데려간 걸까?미친 할머니는 워낙 기이한 사람이었기에 이 질문에는 답이 없을 터였다.임건우는 아가씨의 품에 안긴 딸을 보았다.못생긴 얼굴의 이 여자는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는 듯했다.마치 자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모성애가 가득했다.“진짜 냄새나잖아!”붕이는 임건우의 목을 가까이 들이대고 냄새를 맡더니 입을 틀어막았다.“어떻게 똥을 목에 묻히고 다녀요?”“...아이를 낳아보면 알 거예요.”임건우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부상도 빠르게 회복 중이었고 이 일행의 수련 경지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아가씨가 가
그 아가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아내를 데려가는 게 얼마나 비싼지 알아? 일만 영석도 안 된다면 아내를 맞이할 수 없다고! 데릴사위면 모를까.하물며 다리가 없는 사람은 아마 그 누가 받아들여 줄지도 의문이잖아?임건우는 그 아가씨가 자신을 바라보며 동정하는 눈빛을 보며 마음속으로 씁쓸해졌다. 이 여자가 너무도 솔직해서 그런지,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그리고 그녀가 보며 눈에 띄게 이상한 점이 있었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무릎부터 밑이 온전하지 않게 끊어져 있었고 그 길이도 다르고 각도도 달랐다.“그... 당신 딸은 왜 나무에 걸려 있는 거죠?”“어, 그게...”임건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아가씨가 먼저 말했다.“알겠어요. 도둑을 만난 거죠? 이 길이 좁고 인적도 드물어서 도적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 당신도 분명 외지인이죠?”임건우는 그 길이 30미터를 넘는 큰 도로인 걸 보고는 내심 의아해하며 생각했다.‘이 도로가 작은 거라고? 아마 그 여자는 좁은 길을 본 적이 없을 거야.’임건우는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혹시 미친 할머니가 나를 지구에서 데려온 건가?’“아, 네. 맞아요, 저는 도둑을 만났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아가씨, 정말 예리하시네요... 그럼 제 딸을 좀 내려주실 수 있나요?”그때 갑자기 배에서 몇 명이 내려왔다.하나는 궁수 복장을 한 시녀였고, 두 명은 호위무사처럼 보였다.“아가씨! 조심하세요! 이 근처에 도적이 많아요!”시녀가 활을 겨누며 임건우를 향해 소리쳤다.“괜찮아!”아가씨는 손을 흔들며 대답했다.“그냥 다리가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이야. 이곳에서 도적을 만난 거지.”‘헉!’임건우는 심각히 불쾌했다.이 아가씨는 정말 말이 거칠고 상대방 기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딸을 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딸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애가 왜 그러죠?”시녀가 물었다.“배고파서 그래요!”임건우가 대답했
“허공수? 그게 뭔데요?”“엄청 강하잖아? 할머니, 잘 버텨주겠죠?”임건우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딸을 찾아 나섰다.그제야 이곳이 이미 불사족의 영토를 벗어났음을 알게 되었다.여기는 작은 숲 가장자리였고 백여 미터쯤 앞에는 큰 길이 보였다.그때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임건우의 딸은 열 미터쯤 떨어진 나무 위에 걸려 있었다.나뭇가지에 몸이 낀 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하나야, 아빠 지금 다리가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구나. 아빠 좀 쉬게 해줘. 네가 잠깐만 울고 있어라!”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그러고는 공간 반지에서 약을 한 움큼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곧바로 치료에 들어갔다.임건우의 두 다리는 허공의 균열에 잘려나간 상태였다.하지만 천의도법의 신비로운 치유 능력으로 살린 자를 다시 살리고 뼈도 붙일 수 있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었다.“미친 할머니, 정말 좋은 사람이네!”“만약 돌아가셨다면 나한테 꼭 알려줘야 해. 초하루 보름마다 딸 데리고 가서 향이라도 피울 테니까!”임건우는 강렬한 고마움을 느끼며 지금쯤이면 당연히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당자현과 백옥을 떠올렸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당자현의 번호를 눌렀다.그러나 곧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차량이 오는 듯했다.임건우는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사람만 지나가면 됐다.병원에 데려다주는 건 물론, 딸의 분유와 기저귀도 사야 했다.치료를 멈추고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임건우가 본 광경은 차라리 농약이라도 마신 기분을 들게 했다.“저게 뭐야?”“저게... 배인가?”임건우는 눈을 비벼 확인했다.그러나 분명히 보였다.큰길 저쪽에서 정말로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게다가 그 배의 디자인은 아주 특이했다.배에는 상자가 잔뜩 실려 있었고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와, 도로에서
“와, 진짜 손으로 틈새를 찢어서 억지로 공간을 넘는다고요?”“할머니! 아니, 선배님! 저희 부녀를 죽이시려는 거예요? 멈춰요, 제발 멈추라고요!”임건우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겁에 질렸다.이건 너무도 무서운 상황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겨우 전에 열렸던 통로를 통해 불사족 영토로 넘어갔는데도 거의 죽을 뻔했다.그런데 지금은 통로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간을 건너려 하다니!그 과정에서 받아야 할 공간 압박은 이전의 백 배는 더 강할 터였다.게다가 공간 틈새는 아주 불안정하다.조금만 잘못해도 몸이 반으로 잘려나갈 수 있다.임건우는 미친 할머니의 몸에서 고대 문자로 가득한 에너지 구체가 뿜어져 나와 자신과 임하나를 감싸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임건우는?그녀가 임건우의 손만 겨우 감쌌을 뿐이었다.틈새를 만난 에너지 구체는 충돌하자마자 그 힘에 밀려 흩어져 사라졌다.임건우는 그 광경을 목격하며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그 에너지 구체가 뚫린 부분을 통해 공간의 틈새들이 임건우의 온몸으로 돌진해 오는 것을 보자 입 밖으로 욕설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이 미친 할망구야! 구체를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서 내 머리까지 좀 감싸주면 안 돼?”그리고 임건우의 눈앞에는 무려 백여 개나 되는 공간 틈새들이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다.임건우는 서슴없이 미친 할머니의 치마 속으로 몸을 웅크렸다.할머니가 만든 에너지 구체는 구형이었다.그리고 딸은 구체의 중심에 잘 보호되어 있었지만, 임건우는 그 딸 바로 아래 틈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슛!밖으로 드러난 두 다리에 통증이 느껴졌다.그리고... 뭔가 중요한 게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빼내 확인했다.“젠장! 내 발이 없어졌잖아!”공간 틈새에 그대로 잘려나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고통이 엄습해왔다.피도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임건우는 황급히 진원으로 상처를 감싸 지혈했다.발이 없는 건 그래도 참을 만했
임건우는 고통에 눈앞이 캄캄해졌다.우선 딸을 옆에 조심스레 내려놓고 눈앞의 무덤을 살펴봤다.이 무덤은 다른 것들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았다.위치도 가장자리에 있었고 심지어 묘비조차 없는 작은 흙무더기에 불과했다.임건우는 견곤검을 꺼내 들고 바로 파헤치기 시작했다.3~5분 정도 지나자, 임건우는 무덤 속에서 돌로 된 관 하나를 발견했다.그 관을 열어 본 순간, 그는 멍해졌다.안에는 살아 있는 듯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불타오를 듯한 붉은 고풍스러운 장포를 입고 있었으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허리까지 흘러내린 긴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심지어 눈까지 뜬 채였다.“뭐야, 설마 진짜 살아 있는 거야?”오랫동안 살펴봤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제야 안심한 임건우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흙 한 덩어리가 혼돈 나무를 흥분시키는 원인임을 알아차렸다.‘이게 대체 무슨 흙이지? 혼돈 나무를 이렇게까지 들뜨게 하다니?’혼돈 나무의 투영이 임건우의 자복궁으로 돌아가더니 직접 뿌리 하나를 뻗어 그 흙을 감아올려 가져갔다.그때 임건우의 시선이 여자의 손목으로 옮겨갔다.손목에는 붉은 끈이 매여 있었고 그 끈에 매달린 보랏빛 신비로운 옥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자세히 보면 이 옥 안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는 듯했지만, 정확히 알아보긴 어려웠다.임건우는 중얼거렸다.“이런 보물이 이렇게 묻혀있다니 너무 아깝잖아.”“차라리 내가 더 나은 주인을 찾아주는 게 낫겠네.”천신의 무덤에 묻힌 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인물들이었고, 그들과 함께 묻힌 물건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임건우는 여자의 관을 다시 닫고 흙으로 덮어 원래대로 돌려놓았다.그리고는 다른 무덤도 파보기로 했다.그는 대흑신족, 흑천신왕의 무덤을 찾아내고 힘차게 파헤쳤다.그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이 전혀 파이지 않았다.강력한 규칙의 보호를 받는 듯했고 무리하게 파내려다가는 오히려 그 규칙의 반동으로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그는 다른 무덤들도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임건우는 임하나를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지자, 임건우가 바라본 궁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이 궁전은 뼈로 지어진 궁전이었고 곳곳에 해골이 가득 차 있었다.그 해골들은 기괴한 대문을 형성하고 있었다.문 앞에는 거대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비석 위에는 천신의 무덤이라는 고풍스러운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천신의 무덤?’이게 무슨 뜻일까?임건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의 자복궁 안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났다.마치 혼돈 구슬이 무언가를 찾은 듯 흥분한 느낌이었다.한편으로는 여기서 일어나는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모래바람이 얼굴에 맞아 아프기 그지없었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고 진원을 돌려 딸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폭풍은 단순한 모래바람이 아니었다.그것은 죽음의 기운과 다양한 부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피부를 베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붉은 달이 서서히 내려가며 폭풍은 더욱 거세졌다.“방법이 없겠군!”“그렇다면 안으로 들어가야겠다!”임건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백골 궁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순간, 임건우는 끝없는 원망과 분노가 그를 덮치는 걸 느꼈다.슬프고 비통한 신음이 임건우의 의식 속을 채우고 있었다.정신력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임건우는 딸이 걱정되어 바로라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해골 대문이 갑자기 쾅! 하고 닫혔다.뒤를 돌아보니 그 대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마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으앙!”갑자기 딸이 큰 울음소리를 질렀다.임건우는 깜짝 놀라 딸이 혹시 원령의 영향을 받아 불편해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딸의 울음소리에는 어떤 신비한 힘이 담겨 있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신격의 힘이었다.딸의 신격이 원망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소멸시킨 것이다.딸의 이마에 있는 신격에서 희미한 녹색의 빛이 퍼져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착한 내 딸, 아빠를 구해줬구나!”임건우는 기쁨에 못 이겨
“이거 큰일이네!”임건우는 뒤쫓아오는 불사족들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동안 도망치면서도 수많은 불사족을 베어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강해졌다.바로 직전에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불사족 두 마리를 상대했는데 그들은 단순한 해골이 아니라 온몸이 가시와 고깃막으로 뒤덮인 괴물이었고 방어력이 엄청나게 강했다. 임건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뒤쫓아오는 불사족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모습을 확인한 임건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런 젠장, 또 불사의 왕좌가 나왔네.”더 충격적인 건 이번엔 그 왕좌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었다.“설마 저놈의 여자 친구인가?”“지금 내 상태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어.”처음에는 싸워볼 생각도 했지만, 상대를 보자마자 임건우는 마음을 접었다.저 여왕좌는 입만 벌리면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걸 빨아들일 것처럼 보였고 힘의 격차가 어마어마했다.“나모 아미타불, 도라 야야!”임건우는 바로 종이인형 하나를 꺼내 던졌다.그것은 바람을 타고 커지더니 황금빛 부처로 변했다.임건우는 딸을 안고 서둘러 도망쳤다.그러나...뒤따라오던 여왕좌는 금신의 허상을 단숨에 깨부수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그를 추격해왔다.“젠장, 이러다 잡히겠네!”임건우가 초조하게 도망치는 순간, 갑자기 그의 자복궁에 있던 혼돈 나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모든 혼돈 구슬이 빠르게 떨려왔다.이 익숙한 감각은 임건우에게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이건 뭔가 좋은 물건이 근처에 있거나, 아니면 다른 혼돈의 파편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야. 이 정도로 강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마 후자겠지.’“혼돈의 파편이라고?”“제발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란다!”어차피 곧 잡힐 상황이었다.임건우는 이를 악물고 도박을 걸기로 했다.혼돈 나무가 떨리는 방향을 따라 혼돈의 파편을 찾아 나선 것이다.그 앞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었다.거기에 더해 거센 바람이 일으킨 모래폭풍까지 휘몰
“딸아, 이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서 젖을 먹일 사람을 찾겠어?”임건우는 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주변은 끝없이 황량한 땅뿐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하지만 곧 임건우는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불사족이 쫓아오는 게 확실했다.대지가 흔들리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젠장, 이렇게 멀리 도망쳤는데 또 쫓아오다니?”“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네.”임건우는 어쩔 수 없이 딸을 안고 다른 방향으로 전력 질주했다.가던 길을 계속 바꾸며 피했지만, 너무나 답답했다.분명히 한 번은 떨쳐냈는데 곧 불사족이 다시 나타났다.이런 상황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임건우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곰곰이 생각해보니...“젠장!”이곳은 영기조차 없고 공기 속엔 죽음의 기운만이 가득했다.그 죽음의 기운을 막기 위해 자신의 금단이 계속 돌아가며 대위신력의 에너지도 끊임없이 빠져나갔다.그 외에도 딸의 자연신격이 자동으로 그녀를 보호하며 희미한 녹색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들은 이 불사의 땅에서 마치 바다 위의 등대와도 같았다.“어떻게 해야 하지?”하지만 방법은 없었다.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대위신력과 자연신격 없이는 정말 힘들었다.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가나절의 통로 문을 원래 자리에 두고 나온 것이다.예전에 전소은을 쫓아가기 위해 가나절의 전송문을 통해 만요곡으로 갔는데 그 문을 그대로 두고 온 것이다.만약 그 문이 함께 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힘겹게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딸의 울음소리는 임건우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러던 중, 문득 임건우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아, 그렇지! 생명의 신천이 있었지!”“젖을 먹일 사람은 없지만, 물이라도 마시며 좀 진정시켜야겠다.”임건우는 예전에 생명의 우물에서 모은 신천을 떠올렸다.이제 그 신천이 딸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딸은 자연의 여신이 될 존재이기에 생명의 신천은 거부할 리 없을 것이다.임건우는 그녀에게 조금만 마시게 해줬다.그러자, 딸은 울음을 멈추고 행복한
거의 동시에 임건우의 몸속에 있는 진혼종이 슬픈 울음을 토해내며 그의 자복궁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이 불교의 법보이자 지장왕이 준 신기는 차원의 붕괴한 공간 속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휴...”임건우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첫 장면은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빛 달이었다.주위 모든 것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는 기묘한 풍경이었다.그제야 임건우는 자신이 높은 하늘에서 직선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이런 젠장!”임건우가 옆을 돌아보자마자 깜짝 놀랐다.“여기가 대체 어디야?”임건우가 떨어지고 있는 아래쪽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해골 병사와 불사족의 괴물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다.“아이코, 맙소사!”“차원 통로가 붕괴하면서 내가 불사의 땅으로 빨려 들어온 건가? 여기 아마도 불사의 문을 통과하려는 불사 대군들이 모여 있는 곳일 거야! 그런데 나랑 딸아이가 이런 곳에 떨어지다니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꼴 아니야?”임건우는 급히 견곤검을 소환해 검에 올라타고 비행하며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곧바로 깨달았다.이 괴이한 장소는 비행이 금지된 지역이라는 것을.견곤검 위에 서 있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발밑으로는 엄청난 중력이 임건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강력한 인력이 임건우와 그의 딸을 땅으로 내리쳤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임건우는 딸을 꼭 안은 채로 땅에 세차게 떨어졌다.그 충격으로 수많은 불사 대군을 깔아뭉개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갑작스러운 사태는 이곳에 있던 불사 대군도 예상치 못한 듯했다.주위에 있던 적어도 수만 개의 눈이 일제히 임건우를 주시했다.“아이고, 이거 큰일 났네.”임건우의 마음이 순식간에 무거워졌다.그다음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앞쪽에 있는 거대한 불사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아마도 장군급의 존재인 듯했으며 해골 형태의 그것은 입을 벌려 알 수 없는 언어로 무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