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가 영력을 쓰자 코피가 자연스레 멈추었다.“넌 또 왜 나왔어? 무슨 일 있어?”그는 화제를 돌렸다.부영록이 말했다.“당연히 있지.”그리고는 자기 몸을 가리켰다.“나온 시간은 오래되지 않지만 원래 몸주인이 수련을 시작하지 않고 너도 그 어떤 수련 공법도 가르쳐주지 않은 탓에 몸이 아직도 허약해. 이대로 가다간 나지선이 3년 이내에 분신 하기엔 어렵겠어.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나지선 몸을 빼앗을까 생각 중이야.”임건우는 듣자마자 놀라 펄쩍 뛰었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방법을 생각 중이니까……. 저의 수련공법이 좀 특별해서 아무에게나 전수할 수 없거든요. 때마침 제가 아는 사람 있는데 도와줄 수 있을 거예요.”임건우의 말을 들은 부영록은 고개를 끄덕였다.“너의 임씨 가문의 공법이라면 확실히 여자에게 맞진 않지. 일단 너도 다른 사람 찾지 말아봐. 내가 적합한 공법이 있는데 네게 전수해 줄게! 지금도 나지선 몸에 기초를 닦을 수 있으니깐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부영록이 말한 공법은 천라봉무인이다.말 그대로 손가락 인술을 주요로 한 수법이다.생각해 보니 나지선 식지와도 관련돼 있는지라 응용하기 쉬웠다.이 공법은 13개의 인술로 나뉜다.아무리 자각력이 높은 임건우가 듣더라도 머리가 커질 것만 같았다. 다섯 번째 인술만 떠올려도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사유가 복잡해져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상상만 해도 알 수 있다. 이건 엄청 대단한 공법이라는 것을.“됐어. 현재 너의 영식으로 5번째 인술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나게 잘한 거야. 나지선이 5번째 인술을 수련할 때 뒤에 있는 것을 배워도 늦지 않아.”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네 이 녀석, 진룡 36검 검수가 일반 수행자보다도 못하다니. 완전히 농사꾼이잖아. 안 되겠다. 나도 마침 검법이 하나 있는데 아예 함께 너에게 주지!”임건우에게 준 검법은 바로 만검결!많은 검을 지니는 그에게 딱 맞는 검법이다.수련이 극에 달하면 백개의 검이
임건우는 멍해졌다.“유화가 무슨 사고를 쳤어?”천우는 나지선을 본 후 임건우에게 귓속말했다.“유화가 전에 나지사의 조카와 다퉈 홧김에 조카를 때려죽였대요.”“나정연을?”임건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원래부터 나정연이라는 여자를 싫어했다. 어떨 땐 한대 때려죽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또 나지선의 사촌 동생인지라 나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하여 참을 수밖에 없었다.“유화 지금은 좀 어때?”임건우가 물었다.“사모님과 맹 궁주님께서 지켜주고 있으니 당분간 괜찮을 겁니다. 하지만 나정연은 나씨 가문의 조카이고 또 상경 나씨 가문의 사람이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씨 가문이 상경 시에서 인맥도 넓고 영향력도 높고 게다가 아는 정치인도 많으니 정치적으로 붙으면 맹 궁주님도 난처할 것입니다.” 잠시 멈칫거리다 천우가 입을 열었다.“아니면 유화를 꺼내게 할 방법은 없나요?”임건우는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유화는 괜찮을 거야. 나정연이 죽었다고 해서 걔 따라 죽게 하는 건 아니잖아?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할게. 지금 바로 가봐야겠어.”나지선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지는 못하였지만 천우의 표정으로 보아 자기와 연관되있음을 알아챘다. 하지만 임건우가 말하지 않으니 그녀도 자연스레 캐묻지는 않았다.곧이어 일행은 다시 계명산 벚꽃 레이싱 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유화가 지금 여기에 있다.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수백 개의 현수막을 보았다. 매 현수막에 쓰여 있는 글마다 섬뜩해 났다.“살인자를 내놓고 무릎을 꿇게 하라!”“살인자는 목숨으로 갚아라!”“살인자 만리상맹 사장 유화는 죄가 극악무도하니 죄에 따라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심지어 더욱 심각한 내용도 있었다. 유화의 신상정보를 캐내서 진짜와 가짜 정보들이 섞어서 사람들의 울분을 자아냈다. 현수막 외에도 각종 욕설이 벚꽃 레이싱 클럽을 가득 채웠다.나지선은 놀라서 말했다.“만리상맹 유화가 너 여사친 아니야? 누굴 죽였는데? 설마 김재희를 죽인 건 아니겠지?”임건우
하룻밤에 하루 절반을 더 꼬박 걱정하였더니 벌써 이튿날 정오가 되었다.모두 한바탕 흐느꼈다.유화가 보이지 않자 눈빛이 싸늘해진 임건우는 현수막을 힐끗 훑어보며 말했다.“유화는요?”우나영이 대답했다.“유화가 실수로 나지사의 조카를 죽였어. 나씨 가문이 소식을 듣고 바로 사람들을 시켜 여기까지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더라. 중해, 강중, 금릉에서 온 수많은 기자도 현장에 왔어.”임건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어느 나씨 가문이요? 상경 나씨 가문? 아니면…….”여기까지 들은 나지선은 얼굴이 하얗게 질렀다.만약 아버지가 한 일이라면 임건우는 분명히 유화를 위해 나씨 가문과 척질 것이다. 아무리 임건우와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고 어머니가 임건우 아버지 임우진의 동료라고 하더라도 자기와 유화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유화를 위해서라면 그는 자기와도 선을 그을 것이다.우나영이 말을 이었다.“나지사는 아니야. 며칠 전 상경 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상경 나씨 가문이 대외적으로 나문천과 왕래를 끊는대. 나씨 가문 가주와 나문천이 부자 관계를 끊는다는 뜻이지.”맹진수가 투덜거렸다.“나근수 바보 아니야? 능력 있는 아들을 버리다니. 내가 둘째 아들 나문영을 본 적이 있는데 능력도 없고 마음도 좁고 큰 인물은 못 되겠더라.”나지선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때, 나문천 부부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일가족은 부둥켜안았다.고주연은 재빨리 임건우도 안았다.“건우야, 괜찮아? 너희를 괴롭힌 사람이 혹시 해룡문 사람이니?”“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어머님, 제가 듣기론 제 후배가 어머님 가문 조카를 죽였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고주연이 임건우를 보며 말했다.“넌 내가 나정연 때문에 너랑 척진다고 생각해? 걱정하지 마. 나정연이 뭐라고. 걘 배은망덕한 애라 죽어도 싸. 걔가 내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떤 태도였는지 아니?”임건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흥. 자기가 김씨 가문 둘째 사모님이 된다고 기뻐서 날뛰더라.”“어, 나정연이 김재희를 좋아했
정단우는 자신을 아끼는 김재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임건우를 집안 배경도 없고 마음대로 업신여길 수 있는 경호원 나부랭이로 취급했다. 게다가 임건우가 나지선, 이청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자 속으로 그를 무척 질투하였다.하지만 지금의 정단우는 죽도록 후회하고 있다.누가 알았을까. 경호원나부랭이인줄 알았던 임건우가 신후청 궁주 맹진수의 외손자라는 것을. 김재희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행동들이 되려 임건우를 건드리게 된 셈이라니.게다가 지금 김재희 할아버지가 직접 임건우에게 사죄하러 오고 있는 중이다.젠장.“김재희가 날 만나고 싶어 한다고?”임건우는 잠시 멍하니 눈앞에서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정단우를 보았다. 정단우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후청 궁주의 외손자와 중해 지사의 딸을 위험에 빠뜨려 실종되게 한 장본인이니 감당해야 할 후과는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정씨 가문 주인 또한 으름장을 놓았다.“정단우가 맹궁주와 나지사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냥 자살하게 놔둬라!”그러니 그가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다행히도 임건우과 나지선이 무사히 돌아왔다.“네. 김재희 도련님께서 계속 도련님과 지선 아가씨의 안위를 걱정하셨습니다.”“알았어. 그럼 들어오라고 해!”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이번 사건은 김재희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한광이 호시탐탐 벼르고 있던 터라 임건우가 레이싱하러 오지 않았더라도 다른 기회를 봐서 손을 썻을 것이다. 오히려 이곳의 지형 덕분에 순조롭게 나지선과 바다로 도망쳤고 또 무의식중 용도에 빠져 해룡문을 찾았으니 어찌 보면 도움을 준 셈이다.김재희가 금세 찾아왔다.‘툭’ 소리와 함께 김재희가 임건우 앞에 무릎을 꿇었다.“도련님, 전에 도련님을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부디 도련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저 김재희는 도련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충실한 개가 되겠습니다.”오만한 김씨 둘째 도련님이 임건우에게 무릎 꿇어 사과하다니.이 장면을
급한 맹진수는 참지 못하고 직접 임건우에게 물었다. 감히 외손자를 건드리다니, 반드시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해룡문 사람이에요.”임건우는 섣불리 한광과 백이설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한광은 현재 그의 사람이니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필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심지어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아무리 연호 육선문의 구천세라도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쉽게 백이설을 발설해서도 아니 된다. 왜냐하면 백이설 기억을 빌어 배혈고 동쪽 섬에 위치한 분부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경거망동해서는 절대 안 되었다.그러니 해룡문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 가장 합당했다.“역시 해룡문 사람이었어!”고주연이 분에 차서 말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맹진수를 보고 말했다.“할아버지, 배혈교가 해룡문의 뒤를 봐주고 있어요. 지금은 성교로 불리고요.”맹진수는 매우 놀랐다.“뭐라고? 배혈 악마교가?”임건우는 맹진수에게 배혈교에 관한 간단한 정보들을 줄줄이 말해주었다. 물론 일부분을 숨긴 채 말이다.그리곤 나문천에게 물었다.“아저씨, 스카이캐슬 프로젝트 말인데요. 지금 바로 도장 찍을 수 있나요? 프로젝트가 지금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고 있어요. 하루빨리 체결하지 않으면 또 누군가가 일을 꾸밀지 몰라요.”나문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늘 당장 체결할게. 근데……, 너 이 프로젝트 맡을 자신 있어?”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스카이캐슬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체결되었다.임건우는 바로 계약서를 유화에게 넘겨주었다.이와 동시에 밖으로 나갔던 김재희와 정단우가 돌아왔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시위대도 뿔뿔이 흩어졌다.둘은 시위대를 보낸 회사는 전문적으로 사람을 대신하여 소동을 일으킨 회사로서 대부분 하루 300원의 로임으로 한가한 사람만 모집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장은 중해 깡패조직에 종사했던 사람이며 상경 나씨 가문의 의뢰를 받고 이 사단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만리상맹 유화가 어떤 존재인지도 조사하지 않고 이 일을 벌인 것
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소식 하나는 참 빠르군요. 낮에 금방 계약서를 받았는데 벌써 알려졌다니.”[이 정돈 아무것도 아냐. 우린 정보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당연히 빠르지. 때로는 정보가 목숨도 살려주기도 해. 근데 너 이 녀석, 우진 오빠 아들이면서 동생이라고 속이다니. 이거, 어떤 벌을 줘야 하지?]“알고 있었어요?”[지난번 어머님이랑 식사하다가 알게 됐어. 내가 바본 줄 아냐?]“맞아요. 임우진이 내 아버지예요. 전 누나가 난감해할까 봐 안 알려준 거죠. 게다가 엄마한테 누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일단 알았어. 우리 어른들끼리 일이니 네가 상처받지 않도록 내가 조심할게. 아참, 오늘 저녁에 원수성 무덤을 털었던 도굴 고수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만나는 거 어때? 얘네들도 지금 겁이 많아져서 보통은 무덤에 들어가지 않는데 네가 한번 잘 설득해 봐.]“좋아요. 주소 주세요.”[영흠호텔 1208호.]“12시에 갈게요.”……저녁 11시 45분.임건우는 차를 몰고 영흠호텔 아래층에 도착했다.구소소는 예전에 임건우에게 오늘 만날 도굴인 4명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첫 번째 도굴인 미대룡은 남양 강두사로서 독극물과 독충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임건우와도 일면식이 있는 사이이니 설득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두 번째 도굴인 서공진은 괴도고 홍길동으로 불리며 세 번째 도굴인 마한영은 퇴마사이자 퇴마용적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도굴인 양소는 도사로 알려져 있다.임건우의 제안이 미대룡을 제외한 나머지 도굴인의 요구에 맞지 않으면 이 합작은 성사될 수 없다. 구소소의 말에 의하면 원수성의 무덤은 보안이 철저하여 네사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죽어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일단 최선을 다해볼게요. 안되면 나 혼자라도 갈 겁니다.”“무덤을 뒤져서라고 아버지의 행방을 알아내야겠어요.”한광이 일전에 말했었다. 임우진의 실종이 우나영의 병과 연관이 있다고.하지만 우나영의 몸은 이상하리만치 건강했다. 아무래도 한광이 잘
그는 순식간에 임건우를 덮쳤다.하지만 임건우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겁을 먹었는지 오히려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싸움 좀 하나 본데. 너까지 신경 쓸 새 없으니까 이만 꺼져줄래?”남자는 무공으로 날아서 직접 임건우 뒤에 숨은 여성을 가로채려 들었다.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동작이 속도가 빠르고 날렵하며 행동이 민첩했다.하지만 임건우에게는 고작 하찮은 능력일 뿐이다.임건우은 재빨리 영력을 사용하여 공중에 떠 있는 남자를 바닥으로 잡아끌어 내렸다. 미성년자나 꼬드겨 성폭행하는 변태에게 조금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임건우다.다행히 호텔 로비니 그나마 선처해 준 듯하다. 아니었더라면 남자는 오늘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었다.“무슨 일입니까?”“왜 사람을 때리십니까? 고객님, 괜찮으십니까?”호텔 경비원과 관계자가 찾아왔다.“저 사람이 미성년자를 강간하려고 하였습니다. 여성분이 도망쳐 나오자 자 놈이 기어코 쫓아 나오더군요. 얼른 신고하죠. 혹시 알아요? 뒤가 얼마나 구릴지.”호텔 관계자는 임건우의 말을 듣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였다.남자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미쳤어? 내가 언제 미성년자를 강간했다고 그래?”“내가 다 봤어. 경호원분도 여성분이 뛰쳐나오는 걸 봤을 거야.”“X발. 쟨 내 딸이라고! 난 내 딸을 쫓아간 거라고!”“어…….”임건우는 순간 멍해졌다.바로 이때, 구소소가 호텔에서 걸아나오면서 말했다.“서공진 씨, 따님은 따라잡으셨어요? 다리가 정말 안 좋아지셨네요. 열몇살짜리 여자애도 못 따라잡으시고.”“X발. 저 새끼가 안 막았으면 내가 놓쳤겠냐?”“임건우?”구소소는 이제서야 곁에 서 있는 임건우를 발견하였다.구소소가 있으니 임건우는 자신이 제멋대로 남자를 오해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도 어찌 알았을까. 이 모든 것이 고작 17,18살 정도의 어린 여동생이 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임건우도 그 거짓말에 깜박 속은 것이다.
알고 보니 소녀의 목을 조른 것은 다름 아닌 엽지원이었다!잠시 후, 소녀의 발아래에 물건 하나가 툭 떨어졌다. 바로 강마추이다.임건우가 손을 들자 강마추는 다시 임건우의 허리춤에 놓였다. 소녀가 임건우와 부딪히면서 훔친 물건이었다.솔직히 말하자면 임건우는 물건이 없어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소녀의 도벽 기술이 이토록 높다니!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녀가 훔친 것은 다름 아닌 음기가 강한 강마추였다. 심지어 안에 숨어있던 엽지원도 꺼내주었으니 이 사달이 난 것이다.‘쿵—’소녀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목을 감싼 채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태생부터 모든 것을 꿰뚫는 눈을 가진 구소소는 당연히 엽지원의 존재를 눈치챘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귀신인 엽지원이 임건우의 말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도 귀신 부하를 거느린 적이 없거늘 임건우는 정말 알 수 없는 힘을 가진 것이 확실했다.“저……, 저거 설마 네가 키우는 귀신이야?”구소소는 조심스레 엽지원을 보며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악마 장군이야?”“그녀의 능력도 꿰뚫어 볼 수 있어요?”구소소는 다급하게 말했다.“얼른 저거 치워. 퇴마사 마한영 씨가 곧 오는데 그 분 귀신 키우는 거에 대해 엄청 예민하셔. 그 분이 귀신 영혼을 감지하는 특수한 신체를 가지셔서 저 귀신을 없애버릴지도 몰라.”“바가.”엽지원은 구소소의 말을 엿들은 건지 불쑥 화를 냈다.일본어로 욕하는 엽지원을 본 구소소는 임건우에게 물었다.“도쿄 출신?”엽지원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서공진과 그의 딸 서원미는 온몸이 경직된 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특히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 서원미는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도굴과 거짓말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귀신에 대한 견식은 좁아서 더욱 공포감을 느꼈다.아무리 천재라고 하나 고작 여고생인데 얼마나 무서웠을까.임건우가 엽지원에게 말을 걸었다.“지원아, 넌 이만 들어가. 널 어떻게 하진 않을 테니 걱정 말고.”엽지원이 구소소에게 콧방귀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