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뒷동산에서 유가연이 궁금한 듯 임건우를 보며 물었다.두 쌍의 눈이 마주치고.요 몇 년 동안 두 사람이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렸다.정작 말을 하려하자 임건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했다. 결국 입에서 나온 말은.“당신 요즘 매우 바쁘다던데, 회사에서 자주 출장을 보내?”“어- 괜찮아!”유가연은 시선을 돌리며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그런 그녀의 이런 표정과 태도를 본 임건우는 마음에 캥기는게 있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고, 알 수 없는 찌릿찌릿한 아픔이 올라왔다.“지연이가 너에게 무슨 말 했어?” 그녀가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자, 바로 앞에 그녀가 정성껏 키운 작은 정원이 있었다. 임건우에게서 받아간 그 영토였다. 그 위에는 그녀가 심은 영곡과 팔엽현빙화가 무성했다. 심지어 영기를 받은 또 다른 식물도 몇 가지 있었다.하지만 임건우의 마음은 전혀 거기에 있지 않았다.그는 진짜 그녀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지난번 출장 갔는데 며칠 동안 핸드폰도 안 가져갔다면서.” 임건우는 마침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나 혹시 바람 맞은 거야?”유가연은 3초가량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렇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임건우는 머리속에서 윙윙 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지가 돌처럼 차갑게 굳는게 느껴졌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말했다.“그럼 축복할게.”유가연은 비웃는 듯 마는 듯하며 말했다.“그 다음은?”임건우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다시는 귀찮게 찾아오지 않을게!”“짝!”유가연은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니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러 다니는건 괜찮고, 내가 다른 남자 만나는건 안돼? 왜 네가 나를 버려도 영원히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는 거야? 내가 너를
임건우의 눈이 흐리멍텅해졌다.“그럼 너 그동안……, 이상했던 행동들은 뭔데. 네 여동생도 너를 의심했어.”유가연은 말했다.“네가 지금 날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그래? 내가 너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너 역시 내가 너에게 모든 걸 다 말해주기를 바라지는 마! 왜냐하면 난 내 비밀을 다른 여자한테 공유하고 싶지 않거든.”그녀는 말을 마치고.천천히 공구실을 나섰다.임건우는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그리곤 얼른 따라나갔다.그는 아내 앞으로 다시는 아내를 이기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기모수가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바람에, 유씨 가문에서 있었던 이번 회식은 대충 끝났다.그러나 떠나기 전에 심미영은 임건우의 손을 끌고 말했다.“건우야, 전에 나 때문에 가연이랑 이혼합의서를 때러 갔다고 들었는데, 정말 미안하다! 너희 시간이 있으면 다시 재혼하러 가렴! 가족은, 다 함께 있어야 하는 거다. 별거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감정도 옅어질 거다.”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정말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유가연이 말했다.“엄마, 이 일은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다시 이야기해요. 저는 안 급해요!”심미영이 말했다.“어떻게 안 급해? 너희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데, 슬슬 애 낳고 키워지!”우나영도 즉시 이에 동조하며 말했다.“이건 나도 찬성이다! 이번 설이 지나면 곧 25인데, 너희들은 언제까지 기다릴 생각이니, 더 기다리다가는 가연이가 고령산모가 되겠다! 우리 둘 다 늙으면 너희들 애 데려다 키워줄 힘이 어디 있어, 빨리 서둘러, 더 이상 미루지 말고!”임건우가 말했다.“어머님들, 두 분다 보시기에는 기껏해야 30살이에요. 늙고 싶어도 쉽지 않을걸요.”“늙었는지 안 늙었는지는 나이를 봐야지. 내 나이가 곧 50이다. 너희 둘 오늘 나한테 확실히 말해, 애는 언제 낳을 작정이냐?”임건우와 유가연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유가연의 얼굴은 곧 붉어졌다.“아이를 낳는다는게 낳고 싶다고 해서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곧. 황수영을 본 임수희는 그 모습에 감탄하며 말했다.“이 여자애 너무 예쁜데. 정말 네 고등학교 동창이야?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 아니야?”임건우가 말했다.“아니에요.”“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을 해?”“친하게 지냈을 뿐이에요. 지금 이렇게 돼서 너무 불쌍해요.”임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말이다.”임수희는 손을 뻗어 황수영 심장 위치를 만져보더니 잠시 후 말했다.“확실히 저주의 힘이 있네. 이미 심장까지 들어갔어! 나도 본 적이 없던 저주야. 외부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엄마 뱃속에서 나온 거지만, 저주보다는 일종의 봉인 같아.”임건우는 어리둥절했다.인건우도 여러 번 확인했지만, 이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물론 남녀가 유별이라 황수영의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세히 느껴보지는 않았다. 당시 반하나와 진남아 앞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변태로 치부되기에 십상이었다.“뭘 봉인했을까요?”“나도 몰라. 하지만 심상치 않아! 이 여자애, 신분이 만만치 않겠지?”임건우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몰라요. 저도 며칠 전에 의도치 않게 황수영의 아버지가 배혈교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나를 해치려 해서 저한테 격살당했는데, 집을 조사해 보니 지하에 이런 혈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황수영도 발견한 거예요.”“죄책감 들어?”“아마도요! 황수영 아버지가 한 모든 일은 황수영을 구하려고 한 일 같아요. 게다가 황수영은 전에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임수희는 손을 뻗어 임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참 착하네. 이리 와봐, 안아보자!”임수희는 말을 끝내자 단번에 임건우를 품에 꽉 안았다.임건우는 하마터면 질식할 뻔했다.“켁켁. 고모, 이미지 관리 좀 해요.”임수희는 개의치 않았다.“뭐가 두려운데, 여기 다른 사람도 없잖아!”임건우는 어처구니없었다.‘아무도 없으면 함부로 할 수 있는 거야?’그러자 임수희는 임건우를 놓아주며 말했다.“배혈 저주의 일은 내가 유의해 줄게! 연호에 저주를 푸는데 가장 능한 건 마의문이
임건우는 황수영의 관을 고스란히 두고 별장을 나섰다.이번에 임수희가 떠나기 전, 임건우에게 핸드폰 번호를 남겨주면서 새로 산 핸드폰이라고 나중에 일 있을 때 연락하면 된다고 했지만, 전화를 받을지는 장담 못 한다고 했다.양지현은 황수영을 따라갔다.이건 양지현이 전에 약속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황수영이 양지현을 데려가는 것은 양지현의 빠른 성장과 구미호 혈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또한 임건우는 양지현에게서 서목하의 아버지는 피살당한 거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양지현이 복수하려면 스스로 더 강해져야 했다.그러나.“아앙. 엄마. 우리 엄마는요!”“엄마, 엄마, 어디 갔어요? 나 버리고 가지 마요!”서목하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엄마가 보이지 않자 바로 펑펑 울어 댔다. 그 누가 달래 줘도 소용이 없었다.임건우가 안아주면서 매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약속을 하자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임건우 품에 기대어 눈물 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지씨, 엄마는 언제 돌아와요?” 임건우가 위로해 주며 말했다.“금방 돌아올 거야. 그리고 핸드폰이 있잖아? 엄마랑 영상통화 자주 하면 되지!”“그러면 저녁에 엄마를 안고 잘 수 없잖아요! 희연이는 저녁에 아저씨랑 엄마 사이에 자는 게 습관이 됐어요. 물론 매번 깨어나 보면 날 내팽개치고 둘이 끌어안고 있었지만.”이때 옆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우나영, 반하나, 유화 그리고 여윤아도 있었다.서목하의 거리낌 없는 말을 듣고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선배, 지현이랑…….”유화 눈에는 더할 나위 없는 가십이 넘쳐났다.희연이는 바로 입을 막고 긴장한 모습으로 임건우를 바라보았다.“아빠, 나 말실수한 거예요?”임건우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오해하지 마. 희연이가 예전부터 아빠 엄마와 같이 자는 게 꿈이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화가 끊어버렸다.“다 알고 있으니 변명 안 해도 돼. 우리는 선배를 믿어.”반하나는 서목하를 안아가면서 말했다.“희연아, 오
“뭐요?”“나문천이 중상을 입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요? 언제 일어난 일인가요?”임건우는 깜짝 놀라 당설미를 바라보았다.원래 나문천의 생사는 임건우와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나문천의 아내가 바로 고주연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관계가 달라졌다. 고주연과 자신의 아버지는 잠룡이라는 특공대에 속해 있었다. 고주연은 자신의 아버지를 우진 오빠라고 다정하게 부르니 임건우는 고주연이 자신의 아버지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당연하게 여겼다.이런 맥락에서, 임건우는 자연스럽게 나문천에게 관심을 좀 더 두게 되었다.당설미가 말했다.“바로 오늘 오후요! 나 지사님이 아래에서 시찰하던 중 정체불명의 차량에 부딪혀 거의 즉사할 뻔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나문천의 딸 나지선도 같은 시간에 킬러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다행히 그 당시 나 부인이 옆에 있었어요. 나 부인은 한때 정부측 모 특공대의 일품 전장이라서 무도 수위가 강한 편이라 나지선을 보호했어요. 덕분에 나지선은 살짝 다쳤을 뿐이에요.”임건우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바로 이때, 임건우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발신자 표시를 보니 나지선이었다.“여보세요!”임건우는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나지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쓰레기, 우리 아빠가 다쳐서 혼수상태에 빠졌어. 빨리 와!”임건우는 어이가 없었다.‘이 여자 참, 나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놓고, 쓰레기라고 하네. 내가 너한테 빚이라도 졌어?'“알겠어!”“그럼 너 빨리 와. 여기 의사는 쓸모가 없어. 네가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 난 너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어!”“상황이 위급해? 생명에 지장은 없어?”임건우가 물었다.“상황은 괜찮아. 하지만 안 깨어나. 여태껏 깨나지 않았어.”“알겠어! 이모도 좀 다쳤다던데, 상태는 어때?”“우리 엄마는 괜찮아.”“그래, 금방 갈게. 조급해하지 마.”원래 임건우는 나지선을 좀 괴롭히려 했었다.‘도움을 청한다는 사람이 듣기 좋은 말을 안 하고, 참!’하지만 나지선의 현재 상황도 그렇고 스카이캐슬
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듣고 보니 비밀기지라는 곳은 아주 재미있어 보이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들어가 보고 싶네요.”“자현 언니가 보고 싶은 거죠?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 지났어요! 아직 나올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어떡해요? 하지만 반년에 한 번씩 밖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가 있어요. 아마도 건우 씨한테 편지를 쓸 거예요. 그때 가서 알려 줄게요.”“고마워요!”“고맙긴요! 우리 사이에.”당설미는 임건우를 한번 보더니 계속 운전했다.마침내 중해 시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중해군본부 정문에 주차했다.당설미가 말했다.“건우 씨, 이 병원은 관리가 아주 엄격해요. 전문적인 통행증이 없거나 전문적인 사람이 인솔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들어가지 않을 게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먼저 돌아가서 쉬세요!”그리고 나지선에게 전화하면서 차에서 내렸다.곧, 안에서 두 여자가 뛰쳐나왔다. 바로 나문천의 아내인 고주연과 딸 나지선이었다. 고주연의 왼손에는 거즈가 감겨 있었다. 임건우는 한눈에 고주연의 왼팔이 부러졌다는 것을 보아냈다.“건우야!”고주연은 병원에서 나온 후 바로 임건우의 손을 잡았다.이 모습은 마치 사위를 대하는 듯한 장모의 열정적인 모습이었다.나지선은 옆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이모, 아저씨는 지금 어떠세요?”임건우가 물었다.고주연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 찼다.“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아. 여러 전문가를 찾았는데도 별 방법이 없대! 지선이가 계속 네가 아주 대단한 의사라고 우기면서 꼭 너를 불러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마 지선이도 너무 급해서 정신이 없었나 봐. 지선이 탓하지 말아 줘. 마침 요 며칠 내가 지선 아빠를 돌보느라 좀 바쁠 예정인데 건우 네가 나대신 지선이 좀 보살펴 줄 수 있을까?”임건우는 코를 쓱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주연은 임건우가 나문천을 치료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임건우의 무공에 대해서는 믿고
조씨 남매의 오만하고 잘난 체하면서 안중에 사람이 없는 꼴과 내뱉는 말들 때문에 고조연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바로 조씨 남매한테 호통칠 뻔했다.고조연은 당연히 조동진이 무슨 의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조동진의 아버지, 즉 중해 시 시장 조성호는 공개적으로는 나문천보다 한 계급 위였다. 한 명은 총괄이고 한 명은 부총괄인데, 조동진이 나지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격을 한 단계 낮춘 셈이었다.하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었다.나문천 배후의 사람은 현재 상경에서 급을 올리는 중으로 전도가 무한했다. 현재도 이미 내로라할 인물이었다. 하물며, 나문천은 혼자가 아니었다. 나문천의 본가는 상경에서 실력이 강하고 인맥이 넓은 가문이었다.반면 조성호는.배후, 즉 조성호를 가르치던 스승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렇게 되면 조성호의 배후는 비어 있는 셈이 되고, 더 위로 발전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게다가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도 흩어진다고, 기댈 백이 없는 조성호는 겨냥 당할 가능성이 높아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웠다.조성호는 지금 맹우가 절실히 필요했다.하여 조동진을 시켜 나지선을 추구하게 했다. 만약 결혼이 성사되면 나문천 배후의 세력을 빌어 조성호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 높게 발전할 수도 있다.하지만.아쉽게도 나지선과 고조연은 조동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이 타이밍에 임건우가 나타나자 고조연의 마음은 더욱 임건우에게 치우쳤고 조동진은 임건우와 비교할거리가 전혀 없어 보였다. 우진 오빠의 아들, 단지 이 신분만으로 조동진을 압살할 수 있었다.그러나 임건우는 이 두 사람의 도발을 전혀 듣지 못한 듯 병상에 있는 나문천을 바라보더니 옆에 있던 고조연에게 물었다.“이모, 아저씨 맥 좀 짚어 봐도 될까요?”고조연은 비록 임건우가 자기 남편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지만, 흔쾌히 승낙했다.“그래!”고조연은 임건우는 확실히 한의학에 대해 조금 알고 있을 수 있었지만, 절대
조진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그리고 주연 이모 말이 이상한 게, 우리 오빠가 지선이랑 결혼하면 아들과 같은 사위가 되는 건데 어떻게 외부인이란 거죠? 그러니 제가 나서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임건우는 살짝 놀란 눈빛으로 나지선을 바라보았다.‘나지선이 곧 결혼할 줄은 몰랐네!’조동진은 임건우 향해 말했다.“뭘 봐? 네가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 무릎을 꿇고 스스로 사기꾼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씨 가문과 선을 그을 기회를 주지. 앞으로 중해시에서 꺼지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알겠어?”임건우는 덤덤하게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안 꿇으면 어떡할 건데?”조동진은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중해시에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내가 누군지 잘 모르나 본데, 잘 들어. 내 이름은 조동진이야.”임건우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했다.“다 말했어? 다 말했으면 비켜 봐.”“이 새끼, 너…….”이 순간, 고주연은 말문이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화났고, 한숨을 돌리자마자 바로 소리 질렀다.“꺼져, 당장 꺼지라고”조진아는 깔깔 웃으며 임건우에게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다.“주연 이모가 꺼지라잖아? 신의로 위장해서 나씨 가문에 빌붙으려 하나 본데, 나씨 가문에 너 같은 떠돌이 의사가 필요할 거 같아? 주제 파악도 안 되는 촌놈이!”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주연은 조진아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냈다.“내가 꺼지라고 한 건 너랑 네 오빠야.”“뭐라고요?”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표정은 순간 굳어지고, 놀란 눈빛으로 고주연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조동진이 말했다. “주연 이모,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저…… 저 환청을 들은 것 같아요.”고주연은 차갑게 말했다.“환청 아니야. 너희 두 남매에게 꺼지라고 한거야! 조동진, 너희 가문이 무슨 꿍꿍인지 다 알고 있으니까, 헛된 생각은 그만 버려. 내 딸과 결혼하겠다고? 진짜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누구 마음대로 내 딸을 조씨 가문에 시집보내?”조진아는 깜짝 놀랐
임건우는 그 문서를 살펴보며 월야파의 수련법인 청련귀수결을 발견했다.이 법문은 분명히 여성들이 수련하는 법문처럼 보였다.그 뒤에는 전송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문서에는 오직 청련귀수결을 수련한 사람만이 그 전송문을 찾고 열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이와 더불어, 하나의 열쇠도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마지막으로 임건우는 황파의 문양을 봤다.불사조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불사조의 절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그 문양을 본 순간, 임건우는 깜짝 놀랐다.이 문양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월야파의 오장로의 반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 반지 안에 들어 있는 옥패에 똑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임건우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맞아, 내가 그 오장로의 반지와 소유한 본명법보인 조롱박도 가져왔었지.”그 조롱박을 빼앗았기 때문에 월야파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걸 보세요!”임건우는 그 옥패를 꺼내며 말했다.백의설도 그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게 바로 그 열쇠가 아닐까?”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있어요.”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 누나가 청련귀수결을 빨리 수련해야 해요. 그 후에 전송문을 찾아보죠. 고대 황파에 들어가면 반드시 큰 성과가 있을 거예요.”“알았어!”백의설은 대답하며 바로 수련법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몇 분이 지나자, 임건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백의설의 뒤에서 혈통의 이상한 모습이 떠오르더니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형상이 떠올랐다.백의설이 수련할 때마다 그 형상도 함께 떠오르며 점점 강해져 갔다.“이 혈통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이상하네, 청련귀수결이 아홉 꼬리 혈통에 맞춰져 있는 건가?”임건우는 놀라워하며 생각했다.그가 몰랐던 사실은 바로 그가 추측한 대로였다.월야파의 첫 종주인 송초한은 신수인 아홉 꼬리 여우 혈통을 가진 왕족이었다.그녀
“황파는 고대의 문파야. 나도 옛날에 어떤 노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 문파의 창설 배경은 한 절세의 여인 때문이라고 하더군. 그 여인의 이름은 바로 황이야.”“사실 이건 하나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전설에 따르면 황은 고대 신황족 출신으로 신황의 지위를 가진 여성이었어. 하지만 원수의 계략 때문에 육체는 소멸하고, 신혼은 일곱 빛깔의 여와석에 봉인되어 인간 세상에 떠돌게 되었지. 그러던 중 한 소년에게 발견되었어. 그때부터 소년과 황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였다고 해.”“황의 도움을 받은 소년은 점차 성장하여 마침내 대제의 자리에 올랐고 황을 위해 문파를 창설했지. 그 문파가 바로 황파야... 그리고 내가 들은 이야기로는 그 대제는 이후 삼천세계의 공주이자 연호의 왕이 되었다고 해.”임건우는 백의설이 말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가 있었다.그는 뚱냥이를 떠올렸다.그리고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만났던 그 신녀, 정미현.또 지장왕에 대한 기억도 스쳤다.그들이 남긴 역사 속에는 지울 수 없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한 인물이 항상 등장했다.바로 연호의 주재자이자 인간 연맹의 맹주였다.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백의설이 들었던 이야기 속의 대제는 바로 정미현이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맹주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고대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라니!”“고대 시절로 돌아가서 그 대제와 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그는 알았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그들은 이제 아마 오래전에 사라졌을 것이다.불사족의 침략으로 수많은 영웅과 호걸들이 목숨을 잃었고 성산과 성지 또한 파괴되었다.심지어 불문의 마지막 정토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백의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건우야, 월야파 종주가 석벽에 남긴 유서에 따르면 월야파의 가장 큰 비밀은 바로 황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뭐라고요?”임건우는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이건 너무도
각각의 혈구 안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했다.금빛 대호수, 금술 부문, 혼돈 원기가 마치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구성하듯이 펼쳐졌다.그러나 일곱 번째 혈구에 도달했을 때 에너지가 고갈되며 문자의 연쇄적 촉진을 위한 에너지가 부족해졌고 자연히 과정이 멈추었다.임건우는 눈을 뜨며 마주한 백의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보았다.“건우야...”“건우야, 깨어났네. 어때? 단계는 안정됐어?”눈이 마주치자마자 백의설은 다급히 물었다.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안정된 것 같아요.”“건우야, 지금 단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네. 수련법도 너무 기묘해 보이고.”“결국 돌고 돌아 여전히 금단 같아요.”“금단...”백의설은 그를 유심히 보더니 갑자기 그를 안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 그날의 도전 자체가 기이했잖아. 실패했는데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야. 너무 낙담하지 마. 다음번엔 좀 더 철저히 준비하면 기회가 더 클 거야.”임건우는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안는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오랜만에 여성과의 신체 접촉이 주는 묘한 감각에 마음이 요동쳤지만, 그는 태연한 척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변을 살폈다.그는 한쪽에 깔린 모포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임하나를 보며 물었다.“내가 얼마나 수련했어요?”“별로 길지 않았어. 이틀 정도?”“이틀이라니!”임건우는 백리 가문의 사람들이 떠올랐다.“어르신이랑 가족들은 괜찮겠죠?”“걱정하지 마. 우리 아버지는 노련한 분이라 잘 대처하실 거야. 이 안개 늪지 같은 곳에서 깊이 들어가진 않으실 거야. 조금만 버티면 월야파 사람들이 떠날 거고 우린 늪지를 빠져나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백의설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천성성은 월야파의 땅이라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른 문파의 보호 아래 있는 도시로 가면 돼.”“그나저나 대박인 걸 발견했어!”백의설은 그를 이끌고 동굴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글자들
월야파의 종주와 윤보라, 대장로 등이 황금 비행차 타고 거대한 비행 요수와 함께 안개 늪지를 향해 임건우를 찾으러 가는 동안, 임건우는 한 언덕에 있는 돌동굴에서 전념해 수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단계를 안정시키고 있었다.그는 자신의 몸속에서 도도히 흘러나오는 찬란한 빛줄기들을 느낄 수 있었다.이 빛줄기들은 금단이 깨진 후 내부에서 흘러나온 진원들이었다.그 안에는 지장왕에게서 이어받은 대위신력이 있었고 천의도법으로 생성된 뇌지의 에너지, 혼돈 나무와 혼돈 구슬로부터 흘러나온 원기의 이상현상, 그리고 고대의 12문자 금술의 조화까지 존재했다.이 모든 것들이 지금 그의 몸속을 돌며 피부와 뼈 사이를 넘나들며 흐르고 있었고, 이 때문에 그의 몸은 내부에서 빛나는 듯 환하게 빛났다.심지어 백의설조차 그의 몸에서 흐르는 무수한 빛줄기의 이상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건우는 도대체 어떤 수련법을 익힌 거야? 어떻게 몸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마치 몸 안에 등이 켜진 것 같아.”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그녀는 감히 손을 뻗어 임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때였고, 그녀가 부주의하게 손을 댔다가 그가 주화입마에 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기 때문이다.후우... 후우...에너지가 들끓으며 진원이 변모하고 있었다.도도히 흐르는 황금빛 아래, 고대의 수많은 문자가 빼곡히 나타났다.이것이 바로 고대 12문자 금술의 변화였다.원래 금단 내부에 12개의 문자만이 새겨져 있었고, 금단을 둘러싸고 있던 문자들이 지금은 금단이 깨지면서 복제되듯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문자들은 경락을 흐르며 새로운 혈구를 열어갔다.혈구 안에서 문자들이 생성되고 금술이 생성되며 그 안에서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한 변화가 일어나 완성을 향해 나아갔다.즉, 지금 임건우의 몸속은 혈구를 금단처럼 사용하고 있는 셈이었다.그리고 몸속의 모든 혈구가 각각 하나의 금단이 된 것이었다.‘몸 안에 혈구가 몇 개나 있다고?’그는 이 숫자를 생각
“오장로라고?”소주민은 눈앞의 시신을 보며 잠시 멍해졌다.형체가 망가져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네, 맞습니다.”윤보라는 오장로의 제자로서 스승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금방 시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앞두고도 별다른 슬픔을 보이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집안, 즉 윤씨 가문의 사람들이 뇌겁에 휩쓸려 사망한 모습을 봤다.그들 중에는 그녀의 할아버지, 부모님, 여동생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하지만 윤보라는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마치 그들이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보였다.실제로도 그랬다.윤보라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고, 보잘것없는 한 권의 초라한 무공서로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그 때문에 월야파의 눈에 들어 문파에 입문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했다.자신을 고귀하다고 느끼며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가 생겼고 가문을 향한 불만도 커졌다.윤씨 가문의 낮은 출신과 보잘것없는 배경은 그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다른 명문가 출신 제자들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번에 신녀의 전승을 얻게 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더욱 변화했다.이제 그녀에게 월야파 종주조차 비위를 맞추려 했으니 월야파 최고 자리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었다.윤씨 가문의 가족들은 더더욱 그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졌다.“죽었으면 죽은 거지.”“하지만 감히 우리 윤씨 가문을 멸문하다니 이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이때, 월야파 종주 소주민은 체면도 없이 오장로의 시신을 뒤지기 시작했다.그가 찾는 것은 장검박과 저장 반지였다.특히 저장 반지였다.방금 윤보라에게 들은 바로는 신녀가 그녀에게 전승을 줄 때 하나의 옥패도 함께 건네주었다고 했다.그 옥패는 오래된 문파의 거대한 비밀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윤보라는 페관 수련에 들어가면서 임시로 스승에게 그 옥패를 맡겼다고 했다.하지만 이제 오장로가 갑
임건우는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몸속의 진원이 사방으로 흩어져 전신에 퍼져있었고 하나로 모아지 않았다.금단은 아주 커다란 호수처럼 변해 있었다.사실, 뇌겁을 넘을 때 이미 그의 금단은 산산이 부서졌다.그는 천의도법에 기록된 내용을 떠올렸다.금단을 깬 뒤에는 원영이여야 하며 뇌겁을 넘는 과정이 바로 금단이 깨지고 원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그는 금단이 깨졌을 때 원영이 형성되지 않았고, 정말로 금단이 깨진 달걀처럼 내부 내용물이 흘러나와 호수처럼 퍼져버린 것이다.그래서 진원을 모아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누나, 이걸 드릴게요.”임건우는 당장이라도 페관 수련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페관 수련에 들어가야만 했다.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백의설에게 임하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백의설은 젖이 나지 않았기에 임건우는 생명 원천을 꺼내 임하나의 일상적인 젖으로 사용하게 했다.그리고 그를 끝까지 따라와 준 백의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그녀의 헌신이 없었다면 임건우가 페관 수련을 오래 해야 할 경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어 큰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하고 맡긴 뒤, 임건우는 곧바로 다리를 교차시키고 앉아 진원을 운용하기 시작했다.천성성 안에서 황금 비행차가 백리 가문의 옛 저택에 착륙했다.월야파 제자들은 안에서 마구잡이로 재산을 약탈하고 있었다.천성성 최고 명문가로 손꼽히는 백리 가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내부에서 대형 상자째로 옮겨지는 영석과 희귀 약재들은 대장로를 흡족하게 만들었다.그는 태사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온 보람이 있군!”“천성성의 작은 세가문 정도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쌓을 줄이야.”“그런데...”“잠깐!”대장로는 갑자기 몸을 곧추세우며 눈빛을 번뜩였다.백리 가문 집안에 이렇게 많은 보물이
백의설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나서는 가문 사람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용서하기 어려웠다.앞으로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점 짙어졌다.백의설은 수련 경지가 임건우보다 높았지만, 길을 찾는 데는 아주 무작정 헤매는 수준이었다.그녀는 늪지의 지형을 따라 아무렇게나 걷다가 곧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독에 중독된 것이다.반면 임건우는 아무 일도 없었다.심지어 그의 딸 임하나도 활기차게 뛰어다니며 중독의 흔적조차 없었다.이는 임건우가 본래 천의도법의 계승자로서 몸에 고대 금술인 12 부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혼돈 나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일반적인 독소는 그를 전혀 해칠 수 없었다.게다가 임하나는 자연 신격으로 보호받고 있었기에 더욱 안전했다.“건우야, 나 독에 중독된 것 같아!”“누나는 아기만 데리고 뒤로 물러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요.”백의설은 진원을 돌리며 독소에 맞섰지만, 진원을 돌릴수록 중독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곧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해져 걸음조차 제대로 뗄 수 없었다.임건우는 서둘러 대해장단 한 알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백의설은 대해장단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이... 이게 대해장단이야? 건우야, 네가 이런 고급 단약을 어디서 구했어? 이거 하나 얻으려고 우리 백리 가문이 한때 재산 절반을 쏟아부었었는데.”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이 단약은 그렇게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마 약신궁에서 바가지를 씌운 거겠죠. 제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너, 설마 연단사야?”백의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건우는 단약을 그녀의 입에 직접 넣어주었다.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지만, 임건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들어가자고?”“지선도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온 곳인데 네가 들어간다고?”대장로는 그 제자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 안에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으러 가는 거야. 어차피 백리 가문 사람들은 죽든 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아. 돌아가서 윤씨 가문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성대하게 장례를 치러라. 그리고 백리 가문의 재산은 몰수하도록 해라.”월야파 제자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대장로의 말에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뻐하는 얼굴로 떠나갔다.다만 대장로는 몇몇 제자들을 길목에 남겨 일주일간 이곳을 지키도록 명령했다.“월야파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았어.”백의설은 뒤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 황금 비행차가 멀리 날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월야파가 데리고 온 사람들의 실력은 너무 강대했다.백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었다.짧은 충돌에도 백리 가문은 이미 10여 명의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훨씬 많았다.“여보, 여보, 제발 버텨요. 당신 없으면 나랑 아이는 어떡하라고요...”“엄마, 정신 차려요. 가주님, 제발 우리 엄마를 살려주세요. 뭐든 다 바치겠습니다!”“아기 아빠, 다리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이대로는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몰라요!”주변에서 울부짖고 신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리 가문은 이번 전투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고 직계 가족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특히 암위는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원래 3000명이 넘었던 암위는 이제 300명도 채 남지 않았다.잃어버린 백리 가문의 재산은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임건우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자신의 공간 반지에서 몇 병의 치유 성약을 꺼내 백의설에게 건넸다.“누나, 이건 대회춘단입니다. 상처 입은 가족들에게 이걸 먹이세요. 아직 숨이 붙어 있다면 모두 살릴 수 있을 겁니다.”그러나 곧 불협화음이 들려왔다.한 사람이 대회춘단을 받자마자 그것을 늪지대에
월야파의 대장로는 단연 선봉에서 백리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그들은 백리 가문에게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엄청난 힘이야!”“이 자, 천성성의 대공양보다 더 강하군!”임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지금 나설 수 없었다.방금 뇌겁을 넘긴 그는 혼돈 나무가 천기를 차단한 덕분에 뇌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그 결과, 그는 뇌겁을 통과했다고는 하나, 뇌겁 금광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현재 그의 수련 상태는 원래의 원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주 기묘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지금 당장 그는 자신의 수련 상태를 안정시키는 시간이 절실했다.그렇지 않으면 단계가 오르기는커녕 다시 금단 단계로 퇴보할 위험이 있었다.그는 임하나를 안고 있었다.움직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백리 가문의 사람들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쌓여 있던 원망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뭐 하는 거야? 임 도련님! 당신 그렇게 강하다고 하지 않았어? 천성성의 대공양까지 죽일 정도의 절세 고수라면서! 그런데 지금 멍하니 서 있기만 하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움직이지 않고!”임건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백의설마저도 조급해졌다.“건우야! 무슨 일이지?”임건우는 무력하게 대답했다.“방금 뇌겁을 치르며 약간의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 진원이 흩어져 움직일 수 없어요.”“아...”백의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임건우가 뇌겁을 치른 후 뇌겁 금광 속에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리고 뇌겁 금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뇌겁이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더 이상한 점은 뇌겁이 실패하면 보통 즉시 재가 되어 사라져야 하는데 임건우는 어떻게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백의설은 더욱 초조해졌다.그녀는 이전에 임건우가 대공양을 쉽게 죽인 모습을 보고 월야파의 사람들과 어느 정도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안개 늪지로 들어가요! 빨리!”임건우가 크게 외쳤다.“안개 늪지로 들어가라고? 거기 들어가 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