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아!” 낯익은 목소리에 하원종은 깜짝 놀라 쳐다보았고 군중 속에서 걸어 나오는 동혁을 발견했다. “당신이 진 회장의 그 쓸모없는 남편?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행패야?” 천송이는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내 아내를 때린 게 당신 맞습니까?” 동혁은 차갑게 천송이 쳐다보며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천송이는 냉소하며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그래, 내가 진 회장 뺨을 때렸어. 그것도 양쪽 뺨에 한 대씩. 내게 맞고 울며 떠나는 꼬락서니 못 봤지? 얼마나 가엾던지...” 짝! 동혁은 천송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뺨을 때려 입을 막았다. “아!” 천송이는 붉은 뺨을 감싸고 풀어헤쳐진 머리카락 사이로 소리쳤다. “이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나를 때려?” 짝! 다음 순간 천송이의 반대편 얼굴도 뺨을 맞았다. “난 당신 사장의 아들까지 때렸는데? 너 같이 주인을 믿고 까부는 하인 주제에 뭐가 대수라고.” 동혁은 천송이를 무시하며 가볍게 한마디 던졌다. “하 선생님, 제가 모시러 왔어요.” 동혁은 하원종에게 다가가서 그가 차고 있던 핀 마이크를 떼어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래.” 하원종은 동혁을 보자마자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크게 웃으며 입고 있던 흰 가운을 벗어 땅에 던지고 동혁을 따라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거기 서! 아무도 못 가!” 천송이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고 분노의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 “이동혁, 네놈이 감히 나를 때려? 오늘 집에 갈 생각 하지 마. 내가 오늘 반드시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동혁은 고개를 돌려 천송이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비장의 카드라도 있나 보지? 그럼 빨리 꺼내. 괜히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동혁의 무시하는 말투가 천송이를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경호 실장, 저 개X식 당장 막아요. 저놈을 패서 바닥에서 기게 만들어버리라고요. 안 그러면 당신과 당신 동생들을
한동안 처참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져 이리저리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공터에 홀로 서있는 동혁을 보며 하원종을 제외하고 모두 아연실색했다. ‘저게 사람 맞아?’ ‘정말 흉악한 짐승이지.’ “저...” 공형진도 멍하니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부하들은 평소에 소란을 피우는 환자들을 매우 거칠게 대했고 손쉽게 사람을 때려눕힐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동혁 앞에서 모두 세 살배기 어린이처럼 나약하기만 했다. 퍽! 갑자기 큰 망치 같은 손바닥이 자신의 뺨을 때리자 공형진은 두 눈에서 불꽃이 튀며 바닥에 스러져 멍하니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동혁은 공형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당기며 그의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날 죽일 거야?” “으으, 아, 아니요. 제가 감히 어떻게, 제발 용서해 주세요.” 공형진은 동혁에 의해 허공에 들린 채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두피가 벗겨질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동혁은 천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 여자의 얼굴을 뭉게 버려.” “하지만 천 실장님은 부사장님의 사람이에요.” 공형진이 우는 소리로 애원했다. 동혁은 표정을 굳히며 공형진을 던져버렸다. 공형진은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며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걸? 안 그러면 널 죽일 거니까.” 동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공형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일어나 천송이에게 돌진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놀란 천송이는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다가 공형진에게 머리채를 잡아끌려 왔고 이어서 큰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천송이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리는 가운데 동혁은 하원종을 데리고 그 자리를 벋어났다. 그들은 바로 혜성그룹으로 돌아왔다. “하 선생님? 하 선생님께서 우리 혜성그룹에 오신 거야?” 곧 해천빌딩 전체가 소란스러워졌다. 하원종의 출현은 불안해하는 혜성
“진 회장, 두말할 필요 없어요. 여기 혜성그룹에서 바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가져오세요. 내가 직접 서명하면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잖아요.” 하원종이 이때 아주 시원스럽게 말했다. 이번 일로 자신의 제자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생사를 나눈 관계인 동혁만은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예. 이 사장님 계약서를 작성해 주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계약 사실을 공개하고요.” 세화도 시간을 끌지 않고 즉시 이연홍에게 지시했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 혜성그룹의 손실은 더 커질 뿐이야.’ 그렇게 하원종이 혜성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도 병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비서인 천송이가 얻어맞고 얼굴이 망가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었다. 그를 더 화가 나는 것은 하원종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동혁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쨍그랑! 오한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컵을 깨뜨리며 펄쩍 뛰며 소리쳤다. “당장 차 사장 불러.” 차인표는 점심에 술을 많이 마신 영향으로 아직 자고 있었다. 그는 잠에서 깬 후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는 채로 황급히 오한민에게 달려왔다. “차 사장, 선생님과의 계약 문제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겠다고. 근데 선생님이 촬영장에 와서는 왜 홍보영상 촬영을 거부한 겁니까?” 차인표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오한민이 한 번 화가 나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부드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화를 내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오한민이었다. “부사장님, 잠깐만요. 제가 바로 선생님께 전화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차인표는 휴대폰을 꺼내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원종의 다른 제자인 유재훈이 받아서 하원종이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휴대폰을 안 가져가셔서 연락이 안 되네요.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찾아보겠습니다.” 오한민이 콧방귀를 뀌었다. “찾을 필요 없어요
“차 선생님, 진 회장님께서 지금 일이 있으시다고 만나시려면 좀 기다리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래층 안내데스크에서 양미현이 차인표에게 답했다. 차인표는 노여워했다. “감히 나를 여기에 세워두고 거드름을 피우시겠다? 진 회장에게 내 이름이 차인표이고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전한 거 맞습니까?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삼고 싶다면 나를 거쳐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요.” “차 선생님, 하 선생님께서도 말씀이 있으셨어요. 선생님 같은 제자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앙미현은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차인표는 하원종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하원종이 동혁의 가족에게 속았다고 생각해 고집을 꺽지 않고 바로 안내테스크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진 회장에게 즉시 내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혜성그룹이 우리 선생님을 납치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 결과는 당신들도 잘 알고 있겠죠?” “차 선생님, 여기서 계속 소란 피우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선생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건 원하지 않으시잖아요.” 양미현은 아까 전 하원종이 웃으며 세화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하원종이 납치되었다고 말하는 차인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당신이 감히.” 차인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안내데스크 직원 주제에 나를 진 회장과 못 만나게 해?’ ‘이제는 거기다 거꾸로 내게 협박까지 하다니.’ 그는 상대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느꼈다. “미현 씨, 무슨 일이에요?” 그때 양미현이 이미 호출한 혜성그룹의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양미현이 차인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께서 지금 좀 고집을 부리 셔서요. 잠시 조치 좀 취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경호 실장이 매서운 눈초리 즉시 차인표를 노려보았다.차인표는 작은 안내데스크 직원이 감히 이렇게 자신을 위협할 줄은 몰랐다. 그는
차인표는 너무나 불쾌했다. 순간 그는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럼 신고할 게 또 있어요.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이 사람을 때렸습니다. 리성투자회사의 천송이 실장인데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사실이라면 바로 입건하겠습니다.] 차인표는 전화를 끊고 경찰이 사람을 보내 동혁을 잡아가기를 기다렸다. ‘경찰만 와봐라. 바로 선생님을 모시고 돌아가서 계약을 체결할 거야.’ 그러나 오한민의 전화가 먼저 걸려왔다. [미쳤어요? 누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습니까? 차 사장은 이동혁, 그놈이 내 앞마당에서 하 선생님을 일을 버젓이 빼앗아 갔는데 다른 사람이 알면 창피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이동혁 그 쓸모없는 인간이랑 H시 시장이랑 한패라 경찰에서는 붙잡지도 않을 거예요.] 오한민은 차인표에게 정면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천송이가 그의 요구로 이미 사건을 취하했다고 알렸다. [차 사장,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 내로 하 선생님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신 N도 재계에 나타낼 생각도 하지 마세요.] 오한민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한민 이 개X식. 이렇게 쉽게 태도를 바꾸다니.” 차인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전화를 끊고 한 마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오한민에게 욕을 하더라도 하원종을 혜성그룹에서 데리고 나와 가능한 한 빨리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바로 그때 일부 취재차량들이 달려와 빌딩 앞에 정차했고 각종 취재 장비를 든 기자들이 차에서 내려 해천빌딩으로 안으로 몰려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차인표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한편 H시 일심병원 고급 병실. 양석영이 갑자기 무표정의 매서운 얼굴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천용훈은 병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얼른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와 웃는 얼굴로 공손히 물었다. “노 부사장님, 어떻게 직접 여길 오셨어요?” 여자의 이름은 노연정, 천사엔터 부사장이었다. 천용훈의 지금까지의 성공은 모
혜성그룹 입구가 떠들썩했다. 크고 작은 각종 언론사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자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올 것을 대비해 퇴역 군인 경호원들이 급히 인간띠를 만들어 입구를 막았다. “혜성그룹 진 회장님 나오셔서 인터뷰 좀 부탁합니다.” “진 회장님 남편분이 인플루언서인 천용훈 씨를 폭행해 병원에 입원시켰다던데 모두 사실인가요?” “태백산장은 손님에게 접대녀를 소개해준다던데 정말입니까?” 질서유지를 위해 나온 혜성그룹의 직원들이 모두 기자들에게 붙잡혀 추궁을 당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단체로 침묵을 지켰다. “왜 대답을 못하시나요? 혜성그룹 고위층이 함구령을 내린 건가요? 인터뷰하면 해고당하거나 보복을 당하는 건 아닌가요? 혜성그룹과 깡패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하던데...” 직원들이 침묵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다른 의도를 가진 기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예민한 문제를 질문했다. 그래서 마치 직원들의 침묵은 그런 질문에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치가 있다면 혜성그룹의 현재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건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누군가가 혜성그룹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거야.’ ‘배후에서 기자들을 이용해 화제를 자꾸 크게 키워서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끄는 거지.’ 고학력에 사회 경험도 풍부한 차인표도 당연히 이 상황을 눈치챘다. 그는 흥분한 채 걸어 나와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 전국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국립의료원에 계신 하 선생님의 제자 차인표입니다. 언론사 분들께서 제 선생님을 위해 정의 실현을 해주세요.” 현장이 한순간 조용하더니 다시 떠들썩해졌다. “하 선생님의 제자?” “하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왜 우리에게 정의 실현을 해달라고 하는 거야?” 기자들은 마치 생선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미친 듯이 차인표에게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인표는 기자들로 빙 둘러싸였고 각종 방송 장비들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여러분, 불과 3시간 전, 제 스승님께서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에 의해 사람들
직원의 보고를 듣자 조금 전까지 기쁨이 넘치던 사무실 안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세화가 얼른 가서 창문을 열자 아래층에서 들끊는 기자들의 고함소리가 높은 층까지 들려왔다. “갑자기 저렇게 수많은 언론사가 우리 그룹으로 몰려오다니 좀 이상해요. 틀림없이 누군가 뒤에서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 차인표가 밥 먹고 헛소리를 하네요. 하 선생님은 자원해서 여길 오신 건데 어떻게 그걸 저 사람은 납치에다 불법 구금이라고 하는 거죠? 저건 우리 그룹에 대한 중상모략이에요.” “누군가 우리 혜성그룹을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연홍 등 고위 임원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공포가 가득했다. ‘뒤에서 선동하는 사람이나 저 차인표라는 사람이나 모두 의도가 나빠. 우리 혜성그룹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으려는 심산이야.’ “당황할 거 없어요.” 동혁이 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우리도 방금 하 선생님과 계약을 체결해서 바로 그걸 공개하려던 참이었잖아요. 누군가 우리 대신 돈을 써서 저렇게 많은 언론사를 초대해 준 덕분에 우리는 기자들 차비도 절약하게 됐어요.” 이연홍 등은 동혁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하원종을 쳐다보았고 순간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그러네요. 우리 혜성그룹 홍보를 위해 이렇게 자기 돈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에요.” “하하, 이 소식이 알려지면 뒤에서 선동하던 사람이 놀라서 뒤로 나자빠지겠죠?” 회장실 안의 사람들이 모두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하 선생님,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이만 이번 일을 마무리해야 되니까요.” “차인표, 그 개X식, 그놈이 이번에 정말 날 실망시켰어.” 하원종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화가 난 채 밖으로 나갔다. “여보, 우리도 내려가보자.” 동혁이 세화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랐다. 혜성그룹 입구. 기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보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경호원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하원종이었다. “하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우렁찬 하원종의 목소리와 함께 현장의 사람들이 다시 술렁였다. 기자들이 놀라워하며 앞으로 몰려갔다. 방금 전만 해도 모든 기자의 주목을 받았던 차인표가 바로 군중 속으로 밀려가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하 선생님, 제자분이 선생님께서 혜성그룹에 납치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하원종은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았다. “제가 납치됐으면 여기 서서 인터뷰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기자님의 눈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은데? 아니면 제가 안과 쪽 친구에게 연락해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분들, 자꾸 일을 크게 만들어 뉴스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기자의 양심까지 버릴 생각인가요?” 하원종이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외치는 것이 마치 성난 염라대왕이 기자들을 호되게 혼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성격이 동혁과 비슷해서 상대가 기자든 아니든 어떻게 보도가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원종은 어쨌든 잘못된 것이 눈에 보이면 욕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젠장, 저 늙은이가 보자 보자 하니까.’ 방금 전 동혁에게 강하게 욕을 먹고 이어서 하원종에게도 호되게 욕을 먹은 기자들은 속으로 재수가 없다고 욕을 했다. ‘괜히 내가 혜성그룹까지 와서 욕이나 먹고 꼴이 말이 아니네.’ 하지만 기자들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하원종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와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하 선생과 단독 인터뷰를 할 수 만 있다면 선생에게 맞아도 아무 상관없어. 그런데 이까짓 욕 정도야 약과지.’ “하 선생님, 그럼 스스로 혜성그룹에 오신 건가요?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해천빌딩에 2시간 넘게 계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한 기자가 하원종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다시 질문했다. 하원종이 불쾌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당연히 내 발로 스스로 걸어서 왔습니다. 대체 누가 내가 납치되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겁니까? 난 혜성그룹과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여길 온 겁니다.” “협업이요? 하 선생님,
해리슨은 결국 Y국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이 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게다가 해리슨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이곳에서 아무도 동혁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는 동혁이 나서는 걸 싫어하는 것을 눈치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꼭 다물며 감히 밖에서 발설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위세의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해 사과시킬 수 있는 동혁과 같은 능력이 없었다. 해리슨이 떠난 후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 그들이 데릴사위라고 조롱했던 동혁에게 오늘 밤 모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다. “이 선생님, 진 회장님, 죄송합니다. 두 분에게 무례하게 굴어 사과드려요.” 동혁과 세화를 비꼬며 조롱했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가와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조롱이 심했다고 생각한 이들은 홀로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Y국 영사가 무릎 꿇는 것을 본 이상 그들 자신이 무릎을 꿇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류성중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도 동혁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꺼내 먼 구석으로 가서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저 류성중입니다.” 이연의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렸다. [어, 성중아, 어떻게 됐어? 이동혁 그 쓸모없는 놈이 우리 천성이를 풀어주겠다고 했어?] 이번에 류성중이 H시에 간다고 했을 때, 이씨 가문은 그와 세화 가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동혁에게 이천성을 돌려보내게 하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하원종을 이씨 가문으로 보내 이천기의 다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보게 했다. 물론 이씨 가문에서는 부탁을 하며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성중은 명문가인 이씨 가문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단번에 승낙했다. “그게...” 류
“윽! 악!” 대니얼은 온갖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 광경을 보고도 연회장에 있던 H국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해리슨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니얼이 Y국에서 살지 못해 H국에 와서 허세를 부리는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었다. 사람들은 동혁이 대니얼을 외국 놈이라고 욕할 때 대니얼 편을 들었다는 생각에 창피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류성중은 특히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이전에 대니얼에게 엄청 아부했었기 때문이다. 짝! 퍽! 해리슨은 한바탕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며 대니얼을 반쯤 죽인 후에야 마침내 동작을 멈추었다. 대니얼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흐물거리며 반쯤 죽은 채로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를 힘조차 없었다. 오로지 그의 두 눈만이 동혁을 달갑지 않게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대하는 해리슨의 태도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대니얼뿐만 아니라 연회장의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이동혁, 도대체 감추고 있는 무서운 신분이 뭐지?’ 하지만 해리슨 Y국 영사가 Y국 여왕과 동일하게 동혁을 여긴다는 사실에 연회장의 사람들은 동혁의 신분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선생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하시나요? 아니면 제가 이놈을 다시는 Y국에 돌아갈 수 없게 끝장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해리슨은 다시 동혁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긋는 손짓을 했다. 아무도 해리슨의 이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저 영사는 전쟁터에 나갔었고 저 손에 의해 사람들이 죽었어. 그냥 풍채가 좋은 일반 외교관은 아니지.’ ‘저 사람이라면 정말 암암리에 어떤 수단을 써서 감쪽같이 대니얼을 죽일 수도 있을 거야.’ “아, 안 돼요.”대니얼의 눈에서 두려움이 짙게 피어났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동혁에게 달려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 선생님, 제발 절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이렇게 사과드립니다.” “또 진 회장님에게 사과드립니다.” 대니얼은 동혁과 세화를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풀썩- 해리슨이 무릎을 꿇자 뒤따라오던 부하 10여 명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럴 수가!” 동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해리슨 등을 보는 연회장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사실이야?’ ‘그 위풍당당한 Y국 해리슨 영사가 이동혁을 찾아와 결판을 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잘못 본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 그럴 리가 없어.” 대니얼은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는데 그 안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 인생의 암울한 미래가 그려졌다. ‘해리슨 영사님은 우리 Y국의 국민적 영웅이야. 영사로서 Y국을 대표하는 분인데.’ ‘저분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당신 정체가 대체 뭐야?” 주다정도 놀라서 미칠 것 같았다. Y국은 그녀의 희망이었다. 그녀의 가장 큰 꿈이 Y국 영주권을 얻어 이민을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H국 남자를 무시하고 마음속으로 경멸해 왔다. 비록 그녀가 평소에 몇몇 H국 남자들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뭔가를 얻기 위한 도구로 그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니얼은 동혁에게 머리를 맞고 유린당했고 해리슨 같은 Y국 영사도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가지고 있던 Y국에 대한 환상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충격을 받은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류성중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해리슨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사석에서 늘 오만함이 넘쳐흐르는 해리슨에게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런데 눈앞의 장면은 류성중의 마음을 너무도 복잡하게 만들었다.세화 역시 동혁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는 동혁을 보며 대체 무슨 영문인지 의아해했다.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진 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해리슨이 마침내 약간의 이성을 회복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혁을 올려다보았다.
“세화야, 이게 다 네가 이 바보를 그냥 둬서 이런 거야. 이제 너와 네 온 가족이 동혁이와 연루되게 생겼어.” “내가 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동혁이, 저놈과 관계를 끊을 거야.” 류성중이 세화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얼굴이 종잇장처럼 창백해져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혁 씨, 우리 그냥 빨리 돌아가자. 하늘 거울 저택으로 가자고.” 집으로 피하는 게 지금 세화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 집은 설 대도독의 경호원들이 있어서 해리슨 영사라도 감히 들이닥치지 못해.’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자.’ “여보, 겁낼 거 없어. 우린 아무 데도 안 가도 돼. 해리슨이 와서 사과할 때까지 기다리자.” 동혁은 세화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 세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이렇게 큰 일을 벌이고도 동혁 씨는 웃음이 나와?’ 세화는 할 수 없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동혁과 함께 기다렸다. ‘그래, 난 두 그룹의 회장이고, 동혁 씨는 원화투자회사의 사장이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기껏해야 뭔가 대가를 치르면 그만이야.’ 세화는 동혁과 관계를 끊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라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외교관 통행증을 단 고급 차 몇 대가 명성호텔에 들어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신분을 묻는 호텔 경호원을 거칠게 밀치고 돌진했다. “다다다.” 바깥 복도에서 급하고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연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하, 해리슨 영사님이 오셨나 보군.” 무릎을 꿇은 대니얼이 광기가 가득 담긴 표정으로 소리쳤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뛰어들어왔다. 그 가운데에는 외국인과 H국 사람이 있었는데 대부분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하 시장님, 스탠슨은 우리 영광스러운 Y국을 위해 피를 흘려 큰 공을 세운 공신이에요.” “당신들은 반드시 스탠슨을 때린 그 범인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그놈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다면 Y국의 공식적인 항의를 받을 거예요.” H시 시청 시장실. 금발에 구레나룻이 긴 한 백인 남자가 하세량에게 거만한 표정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N도 주재 Y국 영사관의 영사 해리슨이었다. 바로 그대 대니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은 해리슨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이어서 버럭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죽일 놈, 대니얼, 네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게 분명 귀찮은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일부러 나를 열받게 하는 거 아니야?” “하찮은 H국 인간 놈이 감히 어떻게 내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해? 어디서 그런 거짓말이야? 네놈이 죽고 싶어?” 해리슨은 대니얼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대니얼이 언급한 일은 근본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해리슨, 왜 믿지 못하겠어? 당신은 H국에서 순직한 Y국 초대 영사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때 다른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뜻밖에도 누군가 자신의 죽음 언급하자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해리슨은 다시 벌컥 화를 냈다. “이 개X식이, 너 누구야? 감히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내가 누군지, 못 알아듣겠어?]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튀어와서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렇지 아니면 어디 가서 자살이라도 해야 할 거야.” 해리슨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동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완전히 멍해졌다. ‘대니얼 씨를 무릎 꿇게 하더니, 이제는 Y국 영사를 무릎 꿇게 하겠다고?’그러나 상식을 벗어난 일을 모두 이미 직접 한번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혁이 해리슨 영사를 협박해 자살하게 하는 것도 아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설사 동혁이 지금 전화를 걸어 Y국 여왕을 무릎 꿇게 한다
털썩! 대니얼은 동혁에게 뺨을 세게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뺨 한대에 온몸이 저려오고 얼굴에는 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대니얼을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다가와 그의 멱살 잡고 강하게 걷어차 다리종아리를 부러뜨렸다. “으아.” 대니얼은 가슴이 터져나갈 듯한 비명을 지르며 동혁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옆에 있던 주다정은 동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변했다. “너, 너 지금 뭐 하려고... 아!” 동혁은 주다정을 붙잡아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발을 내밀었다. “아까 전에 말했잖아. 막돼먹은 개는 무릎을 꿇게 해서 내 신발을 깨끗이 핥게 해야 한다고.” “이 쓸모없는 데릴사위 놈, 네놈이 뭔데 내게 그딴 걸 하라고 해?” “아, 네놈 아내가 시킨 거야?” 주다정은 화가 나 소리치며 동혁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동혁에게 또다시 뺨을 맞고 바로 얌전하게 굴었고, 눈물을 흘리며 동혁의 발밑에 머리를 내밀었다. Y국 귀족인 대니얼은 데릴사위인 동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주다정이라는 경제채널의 미녀 진행자는 동혁의 신발 밑창을 핥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상이 모두 틀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 이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혁이,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 네놈이 감히 대니얼 씨와 그의 파트너를 이렇게 대하다니. 아주 인생 끝장을 보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을 차린 류성중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동혁이 미쳐 날뛴다고 생각하고 자신까지 때릴까 봐 겁이 나 멀찌감치 서 있다가 화를 내며 다가와 동혁을 꾸짖었다. “이 사장님, 골스 재단과 완전히 적이 되려고 이러십니까?” “어서 빨리 대니얼 씨를 일으켜 세우지 않고 뭐 하고 계세요?” 오늘 밤 연회를 계획한 의료공단의 왕근식 등도 모두 이번 사태에 휘말린 것을 후회하며 잇달아 동혁에게 한 마디씩 했다. “시끄러워요.” 동혁은 잔소리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
“진 회장, 아무래도 당신 남편 장례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네.” 주다정은 동혁이 비명에 죽는 순간을 마치 본 것처럼 말했다. 세화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고,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만해!” 대니얼은 날카로운 음성으로 주다정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막으며 차가운 두 눈으로 동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 미천한 H국 인간 놈, 네놈이 해리슨 영사님을 모욕한 것만으로도 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범한 거야.” “이 일이 해리슨 영사님에게 전해지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먼저 나서야겠군.” 말을 하며 대니얼은 자신 뒤에 있는 경호원들에게 강하게 손짓을 했다. “저 미천한 H국 인간 놈이 우리 영사님과 Y국을 모욕했어. 먼저 저놈의 팔다리를 부러뜨려 본떼를 좀 보여줘.” 10명의 경호원이 동혁을 노려보았다. 아까 전에 동혁이 경호원들에게 전해준 두려움은 동혁이 한 무례한 말과 함께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오히려 그들에게 끝없는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슨 영사님은 전쟁터에 있을 때 우리의 오랜 상사였어. 동시에 우리 Y국의 희망이신 분이지. 어느 누구도 그분을 모욕할 수는 없어.” “이 H국 인간 놈, 죽여주마.” 한 경호원의 분노 가득한 음성과 함께 다른 9명의 경호원이 주저하지 않고 동혁에게 달려들었다. “동혁 씨, 도망가.” 세화는 비명을 지르며 동혁을 잡아당겼지만 동혁은 이미 몸을 돌려 세화의 앞을 가로막았다. 10명의 늑대 같은 경호원들을 상대로 동혁은 뜻밖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턱!” 그는 번개같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경호원이 휘두른 주먹을 움켜쥐고는 조금 힘을 주었다. 전쟁터에 나갔을 때 팔이 통나무처럼 굵고 힘이 강했던 에이스 경호원도 동혁의 손에서는 병아리처럼 허약하기만 했다. “으아.” 팔의 뼈가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 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고통에 몸이 굳어버린 순간 동혁의 발길질에 맞아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퍽!
H국에 있는 Y국의 주재기관 중 최고위급 대사관 밑으로 영사관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H국에는 Y국 영사관이 모두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N도에 있었다. ‘영사관 하나하나가 바로 Y국 전체를 대표해.’ ‘그런데 이동혁이 지금 그런 영사에게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야?’ “이런 쓸모없는 놈, 지금 현직 Y국 영사가 어떤 분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Y국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외교관으로 국외전장에도 가본 적이 있는 분이야.” “그런 분에게 네놈이 감히 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다니. 네놈이 정말 죽는 게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류성중이 벼락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동혁 때문에 미칠 것은 심정이었다.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생각이 없는 놈인 줄 알았다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 연회에 이놈을 참석시키지 않았을 거야.’ ‘지금 동혁이, 이놈이 한 말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해리슨 영사 귀에 들어가 가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풍파가 일어날지 불 보듯 뻔한 일이야.’ ‘만약 이 일이 외교 갈등으로라도 번지면 오늘 밤 연회에서 공무원으로서 가장 직급이 높은 난 상상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될 거야.’ ‘해리슨 영사에게 해명하기 위해 내 공무원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너 정신병 있는 거 맞지? 그래서 사실 넌 Y국 영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래?” 류성중은 최대한 이 일을 대충 얼버무리려고 화를 내고 다그치며 동혁을 얌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동혁의 다음 말은 그의 두 눈에서 불을 뿜게 만들며 동혁을 산채로 찢어 죽이고 싶게 만들었다. “아뇨, 알고 있는데요. 현 Y국 영사는 해리슨이라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강한척하지만 실제로는 연약한 쓸모없는 인간이잖아요.” 동혁은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 “전 그 해리슨이 지금 H시에 있는 줄은 알고 있어요. 이렇게 공교롭게 그 사람에게 와서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요.” 연회장에 오는 길에
한겨울의 서릿발처럼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로 대니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온몸이 오싹하다고 느꼈다. ‘대니얼 씨가 이번에 정말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쫙!” 주다정이 갑자기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어 나오더니 동혁에게 세게 퍼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다.. “이 미천한 데릴사위 놈. 대니얼 씨가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하는데 감히 헛소리를 지껄여?”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대니얼 씨에게 아주 크게 혼날 테니까.” 주다정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다정 씨,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우리 남편이 언제 다정 씨에게 뭐라 한적 있어요?” 세화는 화가 난 채로 재빨리 냅킨을 동혁에게 건네주었다. 주다정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사리분간도 못하는 여자 같으니라고, 뜻밖에 저런 쓸모없는 인간에게 자기 몸을 버리고 싶어 하다니. 이런 사람이 대니얼 씨의 침대에서 잠자리를 해도 그건 대니얼 씨의 고귀한 신분에 누가 될 뿐이야.” “당신은 지금 저 쓸모없는 인간을 신경 쓸 게 아니라 대니얼 씨의 화를 어떻게 풀지나 걱정해.” 주다정은 어떻게든 대니얼이 세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려고 계속적으로 세화를 비하했다. “당신 말이면 다인 줄 알아요?” 세화는 주다정을 가리키며 화를 냈다. 세화의 성품과 교양은 그녀 자신을 추잡하고 더러운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주다정처럼 굴 수 없게 했다. “여보, 흥분하지 마.” 동혁은 담담히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기다려봐. 저 막돼먹은 X같은 여자를 내 앞에 무릎 꿇려서 내 발에 뿌린 술을 조금씩 핥게 할 테니까.” 세화는 동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이미 주다정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 ‘동혁 씨는 원래 상대가 아무리 싫어도 그저 손바닥으로 뺨을 때려서 혼냈었는데?’ ‘뜻밖에 지금 그런 식으로 저 여자를 혼낸다고?’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나를?” 주다정은 시큰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