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선생님, 진 회장님께서 지금 일이 있으시다고 만나시려면 좀 기다리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래층 안내데스크에서 양미현이 차인표에게 답했다. 차인표는 노여워했다. “감히 나를 여기에 세워두고 거드름을 피우시겠다? 진 회장에게 내 이름이 차인표이고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전한 거 맞습니까?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삼고 싶다면 나를 거쳐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요.” “차 선생님, 하 선생님께서도 말씀이 있으셨어요. 선생님 같은 제자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앙미현은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차인표는 하원종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하원종이 동혁의 가족에게 속았다고 생각해 고집을 꺽지 않고 바로 안내테스크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진 회장에게 즉시 내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혜성그룹이 우리 선생님을 납치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 결과는 당신들도 잘 알고 있겠죠?” “차 선생님, 여기서 계속 소란 피우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선생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건 원하지 않으시잖아요.” 양미현은 아까 전 하원종이 웃으며 세화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하원종이 납치되었다고 말하는 차인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당신이 감히.” 차인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안내데스크 직원 주제에 나를 진 회장과 못 만나게 해?’ ‘이제는 거기다 거꾸로 내게 협박까지 하다니.’ 그는 상대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느꼈다. “미현 씨, 무슨 일이에요?” 그때 양미현이 이미 호출한 혜성그룹의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양미현이 차인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께서 지금 좀 고집을 부리 셔서요. 잠시 조치 좀 취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경호 실장이 매서운 눈초리 즉시 차인표를 노려보았다.차인표는 작은 안내데스크 직원이 감히 이렇게 자신을 위협할 줄은 몰랐다. 그는
차인표는 너무나 불쾌했다. 순간 그는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럼 신고할 게 또 있어요.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이 사람을 때렸습니다. 리성투자회사의 천송이 실장인데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사실이라면 바로 입건하겠습니다.] 차인표는 전화를 끊고 경찰이 사람을 보내 동혁을 잡아가기를 기다렸다. ‘경찰만 와봐라. 바로 선생님을 모시고 돌아가서 계약을 체결할 거야.’ 그러나 오한민의 전화가 먼저 걸려왔다. [미쳤어요? 누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습니까? 차 사장은 이동혁, 그놈이 내 앞마당에서 하 선생님을 일을 버젓이 빼앗아 갔는데 다른 사람이 알면 창피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이동혁 그 쓸모없는 인간이랑 H시 시장이랑 한패라 경찰에서는 붙잡지도 않을 거예요.] 오한민은 차인표에게 정면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천송이가 그의 요구로 이미 사건을 취하했다고 알렸다. [차 사장,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 내로 하 선생님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신 N도 재계에 나타낼 생각도 하지 마세요.] 오한민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한민 이 개X식. 이렇게 쉽게 태도를 바꾸다니.” 차인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전화를 끊고 한 마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오한민에게 욕을 하더라도 하원종을 혜성그룹에서 데리고 나와 가능한 한 빨리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바로 그때 일부 취재차량들이 달려와 빌딩 앞에 정차했고 각종 취재 장비를 든 기자들이 차에서 내려 해천빌딩으로 안으로 몰려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차인표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한편 H시 일심병원 고급 병실. 양석영이 갑자기 무표정의 매서운 얼굴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천용훈은 병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얼른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와 웃는 얼굴로 공손히 물었다. “노 부사장님, 어떻게 직접 여길 오셨어요?” 여자의 이름은 노연정, 천사엔터 부사장이었다. 천용훈의 지금까지의 성공은 모
혜성그룹 입구가 떠들썩했다. 크고 작은 각종 언론사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자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올 것을 대비해 퇴역 군인 경호원들이 급히 인간띠를 만들어 입구를 막았다. “혜성그룹 진 회장님 나오셔서 인터뷰 좀 부탁합니다.” “진 회장님 남편분이 인플루언서인 천용훈 씨를 폭행해 병원에 입원시켰다던데 모두 사실인가요?” “태백산장은 손님에게 접대녀를 소개해준다던데 정말입니까?” 질서유지를 위해 나온 혜성그룹의 직원들이 모두 기자들에게 붙잡혀 추궁을 당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단체로 침묵을 지켰다. “왜 대답을 못하시나요? 혜성그룹 고위층이 함구령을 내린 건가요? 인터뷰하면 해고당하거나 보복을 당하는 건 아닌가요? 혜성그룹과 깡패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하던데...” 직원들이 침묵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다른 의도를 가진 기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예민한 문제를 질문했다. 그래서 마치 직원들의 침묵은 그런 질문에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치가 있다면 혜성그룹의 현재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건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누군가가 혜성그룹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거야.’ ‘배후에서 기자들을 이용해 화제를 자꾸 크게 키워서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끄는 거지.’ 고학력에 사회 경험도 풍부한 차인표도 당연히 이 상황을 눈치챘다. 그는 흥분한 채 걸어 나와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 전국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국립의료원에 계신 하 선생님의 제자 차인표입니다. 언론사 분들께서 제 선생님을 위해 정의 실현을 해주세요.” 현장이 한순간 조용하더니 다시 떠들썩해졌다. “하 선생님의 제자?” “하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왜 우리에게 정의 실현을 해달라고 하는 거야?” 기자들은 마치 생선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미친 듯이 차인표에게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인표는 기자들로 빙 둘러싸였고 각종 방송 장비들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여러분, 불과 3시간 전, 제 스승님께서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에 의해 사람들
직원의 보고를 듣자 조금 전까지 기쁨이 넘치던 사무실 안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세화가 얼른 가서 창문을 열자 아래층에서 들끊는 기자들의 고함소리가 높은 층까지 들려왔다. “갑자기 저렇게 수많은 언론사가 우리 그룹으로 몰려오다니 좀 이상해요. 틀림없이 누군가 뒤에서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 차인표가 밥 먹고 헛소리를 하네요. 하 선생님은 자원해서 여길 오신 건데 어떻게 그걸 저 사람은 납치에다 불법 구금이라고 하는 거죠? 저건 우리 그룹에 대한 중상모략이에요.” “누군가 우리 혜성그룹을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연홍 등 고위 임원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공포가 가득했다. ‘뒤에서 선동하는 사람이나 저 차인표라는 사람이나 모두 의도가 나빠. 우리 혜성그룹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으려는 심산이야.’ “당황할 거 없어요.” 동혁이 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우리도 방금 하 선생님과 계약을 체결해서 바로 그걸 공개하려던 참이었잖아요. 누군가 우리 대신 돈을 써서 저렇게 많은 언론사를 초대해 준 덕분에 우리는 기자들 차비도 절약하게 됐어요.” 이연홍 등은 동혁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하원종을 쳐다보았고 순간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그러네요. 우리 혜성그룹 홍보를 위해 이렇게 자기 돈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에요.” “하하, 이 소식이 알려지면 뒤에서 선동하던 사람이 놀라서 뒤로 나자빠지겠죠?” 회장실 안의 사람들이 모두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하 선생님,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이만 이번 일을 마무리해야 되니까요.” “차인표, 그 개X식, 그놈이 이번에 정말 날 실망시켰어.” 하원종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화가 난 채 밖으로 나갔다. “여보, 우리도 내려가보자.” 동혁이 세화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랐다. 혜성그룹 입구. 기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보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경호원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하원종이었다. “하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우렁찬 하원종의 목소리와 함께 현장의 사람들이 다시 술렁였다. 기자들이 놀라워하며 앞으로 몰려갔다. 방금 전만 해도 모든 기자의 주목을 받았던 차인표가 바로 군중 속으로 밀려가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하 선생님, 제자분이 선생님께서 혜성그룹에 납치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하원종은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았다. “제가 납치됐으면 여기 서서 인터뷰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기자님의 눈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은데? 아니면 제가 안과 쪽 친구에게 연락해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분들, 자꾸 일을 크게 만들어 뉴스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기자의 양심까지 버릴 생각인가요?” 하원종이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외치는 것이 마치 성난 염라대왕이 기자들을 호되게 혼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성격이 동혁과 비슷해서 상대가 기자든 아니든 어떻게 보도가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원종은 어쨌든 잘못된 것이 눈에 보이면 욕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젠장, 저 늙은이가 보자 보자 하니까.’ 방금 전 동혁에게 강하게 욕을 먹고 이어서 하원종에게도 호되게 욕을 먹은 기자들은 속으로 재수가 없다고 욕을 했다. ‘괜히 내가 혜성그룹까지 와서 욕이나 먹고 꼴이 말이 아니네.’ 하지만 기자들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하원종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와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하 선생과 단독 인터뷰를 할 수 만 있다면 선생에게 맞아도 아무 상관없어. 그런데 이까짓 욕 정도야 약과지.’ “하 선생님, 그럼 스스로 혜성그룹에 오신 건가요?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해천빌딩에 2시간 넘게 계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한 기자가 하원종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다시 질문했다. 하원종이 불쾌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당연히 내 발로 스스로 걸어서 왔습니다. 대체 누가 내가 납치되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겁니까? 난 혜성그룹과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여길 온 겁니다.” “협업이요? 하 선생님,
오한민이 전화로 펄쩍 뛰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언론사 쪽 친구가 있어서 혜성그룹 앞에의 일을 제일 먼저 알 수 있었다. 오한민은 하원종이 혜성그룹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리성투자회사와 차인표 간의 불명예스러운 거래를 모든 언론사에 폭로할 줄은 몰랐다. 그는 곧바로 리성투자회사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차인표에게 연락해 경고를 날렸다. 상대방에게 이번 거래의 잘못을 전부 뒤집어씌우고 리성투자회사는 빠져나가려고 했다. 차인표는 오한민의 말에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지금 차인표의 마음속은 어느새 후회로 가득했다. ‘진작에 혜성그룹과 바로 계약을 했더라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텐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 이상 아무도 차인표를 주목하지 않았고 모든 언론사 관심은 하원종과 혜성그룹에게 쏠렸다. 하원종이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았다는 소식이 곧 인터넷에 올라왔다. 소식은 가장 먼저 각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원종이 처음으로 홍보대사로 일하는 사업인 만큼 태백산장은 바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세화야, 완전 대박이야. 태백산장의 예약이 30분 만에 3개월 후까지 가득 찼어.] 태백산장의 총지배인 예지원이 세화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보고했다. 하원종은 정말 인기가 많았다. 소위 연예계 톱스타도 그의 인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지원에게서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좋은 소식들이 하나둘씩 세화에게 전해졌다. “N도 방송국 광고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혜성그룹에 사과하고 태백산 홍보광고를 예정대로 방송하겠다고 했습니다.” “트위치가 태백산 홍보 영상을 메인 페이지에 띄워 추천했습니다.” “태백산과 관련된 검색어들도 더 이상 차단하지 않고...” “회장님, 전 태백산관광사업부의 왕성훈 부장입니다. 방금 전에 여러 여행사에서 저희와 협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주변의 몇몇 특급 관광지들을 저희 쪽과 연계해
혜성그룹의 상황이 반전되어 세화도 매우 기뻤다. 그녀는 자신을 끌어당겨 안는 동혁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그를 쳐다보았다. “동혁 씨, 고마워. 이번에 당신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실 방법을 생각해 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아니었다면 난 정말 이 난관을 어떻게 넘겼을지 몰랐을 거야.” “말로만 고맙다고? 그러면 뽀뽀라도 해주던지.” 동혁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세화에게 가져갔다. 세화는 창피해하며 동혁을 때렸다. “저리 가, 나 아직 일 안 끝났어. 어? 날 놔달라고, 우웁...” 이렇게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근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H시 일심병원. 천용훈의 병실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TV에서는 혜성그룹 앞에서 한 하원종의 인터뷰가 뉴스로 방영되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소리 외에 병실 안에 있는 몇 사람은 모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뉴스가 끝나자 양석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가 돈을 써서 많은 언론사를 초대했는데 오히려 혜성그룹을 광고한 꼴이 된 거야?” “젠장, 혜성그룹이 운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하 선생님까지 홍보대사로 모셨다니,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천용훈은 노발대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분노했다. 이제 인터넷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하원종이 직접 나서서 혜성그룹의 홍보대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자 예전에 혜성그룹을 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태백산장에 제기했었던 나쁜 의문들이 정말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천용훈이 정말 혜성그룹 사람들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거 맞아?] “젠장, 이놈의 네티즌들은 머리만 나빠서 이랬다 저랬다. 전에는 혜성그룹을 그렇게 심하게 욕했는데 이제 와서 나를 욕해?” 인스타에서 일부 자신을 욕하는 댓글을 보고 천용훈은 화가 나서 벌벌 떨었다. “네가 지금 무슨 면목으로 그딴 큰소리야?”천사엔터의 노연정이 일어나 천용훈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짝! 천용훈의 뺨이 화끈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 천용훈과 매니저 양석영은 즉시 혜성그룹으로 갔다. 이때까지도 많은 언론사들이 그룹 입구 앞을 지키고 있었다. 하원종이 떠났지만 그들은 혜성그룹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싶어 했다. 특히 회장인 세화와 그녀의 남편인 동혁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현재 그 둘은 아주 화제성 있는 인물이다. 하나는 잘 알려진 미녀 회장에 다른 하나는 이 전신을 사칭해 인터넷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데릴사위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이 두 사람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단독 인터뷰 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화와 동혁은 그들을 전혀 상대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천용훈과 양석영이 도착했다. 그들을 본 기자들은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우르르 몰려들었다. “천용훈 씨, 일전에 인터넷에서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모두 사실입니까?” 천용훈은 여전히 환자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약도 바른 상태라서 소문이 사실처럼 보였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좀 비켜주세요. 혜성그룹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인터뷰에 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나중에 천용훈 씨가 기자분들의 의문에 천천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양석영이 천용훈을 데리고 혜성그룹으로 들어갔다. 천용훈이 매니저와 함께 계약서 문제를 처리하러 왔다고 안내데스크에서 세화에게 알리자, 세화는 그들을 올라오라고 허락했다. 이연홍 등 임원들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회의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진 회장님, 예전일에 대해 저희가 사과드립니다. 지금 저희는 혜성그룹과 화해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천용훈 씨도 계속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고 싶어 합니다.”양석영이 천용훈을 데리고 들어와 세화에게 직접적으로 말했다. 혜성그룹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 ‘얼마 전까지 이 두 사람이 아주 거만하게 이 선생이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협박하지 않았어? 근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이렇게 공손하게 나오다니.’ “이 사장님? 어떻게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
그러나 오한민은 결국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자신에게는 동혁을 죽일 능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원래는 사정우와 동혁 사이를 이간질해서, 이 두 사람이 죽기 살기로 싸우게 하려고 했다.가장 좋은 결과는 사정우가 동혁을 해치우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 없이.오한민이 알게 된 소식에 따르면, 동혁은 촬영장에 달려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세화를 마중한 뒤에는 확실히 블루라군 별장단지로 가서 사정우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오한민이 보기에,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죽음을 재촉하는 행동이다.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이 지난 뒤, 빅토리아병원에 멀쩡하게 나타난 동혁은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날뛰고 있었다.사정우는 H시의 한 이류 가문의 폐물에게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사씨 가문에서는 당연히 이 창피한 소식이 퍼져 나가지 않게, 빨리 덮으려고 했다.그래서 오한민도 블루라군 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이동혁이 어떻게 조금도 다치지 않고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오한민의 마음은 동혁에 대한 거리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오한민은 원래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서, 철저하게 계획한 뒤에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여태까지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았다.‘지금은 더더욱 경솔하게 이동혁에게 손을 대서는 안 돼.’[이동혁, 그럼 네가 며칠 더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겠어!]오한민의 이 말은 거의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내뱉었다. 공기 중에는 얼음 부스러기들이 가득한 것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그러나 동혁에게 이런 말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동혁이 바닥에 널부러진 오태강을 발로 차서 나연지 앞으로 보내면서 말했다.“그놈을 데리고 꺼져. 빅토리아병원은 이제 문을 닫으니까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해!”동혁 때문에 놀라서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들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핸드폰 화면을 통해 그 모습을 보고 분통이 터진 오
얼른 핸드폰을 받은 황성민은 동혁과 오태강에게 카메라를 맞췄다.“이동혁, 너 뭐 하려는 거야!”오태강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고 힘껏 일어났다.펑! 한 발로 오태경을 발로 차서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오태경의 앞에 간 동혁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오한민 잘 봐. 이게 바로 네가 나를 도발한 대가야.”[이동혁, 네가 감히!]오한민의 놀란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자기의 아들 오반석은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그래서 오태강은 자신의 친조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역점을 두고 계속 양성한 자신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사립병원들을 모두 조카인 오태강에게 맡긴 것이다.‘이동혁은 지난번에 반석이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는데, 지금은 또 태강이에게 손을 대려고 해.’‘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이동혁, 네가 감히 태강이에게 손을 댄다면, 맹세하건대 나 오한민은 반드시 너와 끝장을 보겠어!]오한민이 분노하며 포효했다.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평소 TV 매체에서 항상 모든 걸 파악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투자계의 거물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더군다나 화면상의 위협은 동혁의 굳은 결심을 전혀 흔들 수가 없었다.“그럼 끝장을 보던가.”동혁의 냉혹하고 무자비한 목소리가 울리면서, 들어올린 다리로는 오태강의 한쪽 무릎을 힘껏 밟았다.“안 돼, 삼촌 살려주세요... 아악!”뼈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더불어.동혁에게 짓밟힌 오태강의 한쪽 다리는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처참한 비명소리가 병원 1층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오랫동안 메아리가 계속되었다.복도의 사람들 모두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나연지, 소태란 등 빅토리아병원 사람들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창백해졌다.아까 자신들의 따귀를 때렸던 동혁의 모습과 지금 동혁이 보여준 무자비하고 잔인한 모습을 비교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7개 부문의 수장들조차도 모두 멍하니 동혁을 바라볼 뿐이다.새로 부임한 이 시장 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마련이지. 친구 사이에도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법이야.]오한민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동혁, 네가 만약 나 오한민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나도 원한과 선입견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너를 친구로 사귀도록 하지.][반석이 부러진 다리는 치료하면 되고...]동혁조차도 오한민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좀 의아했다.‘그러나 내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데, 당연히 오한민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아. 이건 상대방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오한민처럼 순수하게 이익만 추구하는 괴물에게, 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친구.’‘이익이 있다고 여기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꿔서 상대방을 칼을 찌를 수 있어.’“헐, 부모 자식 간의 도리가 정말 대단한 걸.”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 부사장이 이렇게 갈수록 냉혹하게 변하니, 당신과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아.”[그럼 상의할 필요가 없는 건가?]미소를 갈무리한 오한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병원 간판을 내려.]말을 마치자, 화면 속의 오한민이 손을 뻗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는 아주 명석하게 분석했다.‘조카 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넘어간 이상, 상대방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여전히 동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빅토리아병원이 문을 닫는 건 이미 확정된 거야.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없어.’“잠깐.”동혁이 오히려 오한민을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 부사장이 방금 사정우를 언급한 이상, 알고 싶은 문제가 있어.”[무슨 문제야?]오한민이 조용히 물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사정우가 우리 아내를 속여서 누드사진을 찍게 한 건, 네가 뒤에서 부추긴 거지?”잠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가, 오한민이 결국 입을 열었다.[오후에 비행기에서 뿌린 사진을 봤는데, 진세화 씨 누드사진은 찍지 못했던 모양이더군. 오히려 사정우의 애정 행각을 담은 사진을 보게 되었지.][나는 이동혁 네가 정말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
[너는... 이동혁?]오한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동혁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자료 속의 사진을 통해서 동혁의 얼굴을 알고 있다.더군다나 아들 오반석의 두 다리가 동혁에게 부러진 뒤, 그의 머릿속에는 더욱 자주 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설사 동혁이 재로 변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결국 투자계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답게 잠시 놀랐던 오한민은 곧 평정심을 찾았다.오한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태강이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지?]지금 오한민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추측이 떠올랐다.그러나 오태강이 동혁의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현대 사회에서 핸드폰은 사람 몸에 달린 세 번째 손이나 다름없어.’‘이유 없이 태강이 핸드폰이 이동혁의 손에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야.’동혁은 카메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태강을 비추면서 웃었다.“어, 당신 조카도 나하고 함께 있어. 조카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오 부사장은 안심하시길.”오한민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오태강의 양쪽 뺨에 난 새빨간 손바닥 자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이동혁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은데.’‘확실히 큰 문제는 없어 보여.’‘적어도 내 아들 반석이 두 다리를 부러뜨린 것에 비하면 그래.’오한민의 말투도 평온했다.[이동혁, 우리는 공명정대한 사람들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목적이 뭐야?]‘태강이가 동혁의 손에 떨어진 것도 이미 사실이기에, 더 이상 말해봤자 무의미해.’‘분노도 아무 의미가 없어.’‘이동혁의 목적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흥정하는 게 정도야.’전형적인 사업가의 마인드!“목적은 없어.”동혁이 느릿느릿 말했다.“바로 오 부사장의 빅토리아병원에 와서 한 바퀴 돌았다가, 마침 아주 불쾌한 일이 생겨서 여기 문을 닫게 만들 생각이야.” “지금은 단지 오 부회장에게 알려주는 거야.”핸드폰 화면 속의 오한민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병원 문을 닫기 전에, 또 특별히 전화를 걸어서 알려주는 거라고?’‘이동혁은 지금 대놓고 도발
부태서는 바로 그렇게 가 버렸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깔끔하게!응급실 복도는 기이할 정도의 정적 속에 빠졌다.그동안 배경을 믿고 동혁에게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던, 나연지나 소태란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부천정의 손자까지 동혁에게 쫓겨났어. 이제 누가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는 걸 막을 수 있겠어?’“태강 씨, 빨리 방법을 생각해 봐요, 저 개새... 이동혁이 이렇게 병원 문을 닫게 해서는 안 돼요!”나연지는 오태강의 팔장을 끼고서 한껏 애교를 부렸다.오태강의 총애에 힘입어 겨우 빅토리아병원의 원장 자리에 올랐다.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나연지가 제일 먼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꺼져, 귀찮게 하지 말고!”오태강은 참을 수가 없어서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방법이 있단 말이야!’이때 동혁이 천천히 말했다.“오태강, 빅토리아병원에 또 무슨 대단한 주주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시간을 절약하게 말이야.”동혁의 이 오만방자한 말을 듣자, 오태강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매섭게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이동혁, 너는 고작 2류인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에다가, H시 시민들이 모두 아는 폐물일 뿐이야.” “뭘 우쭐대면서 뭐가 만족스럽다는 거야!”오태강의 표정과 말투는 경멸로 가득 차 있지만, 마음은 오히려 씁쓸했다.그렇다. 동혁은 H시 사람들이 다 아는 폐물 데릴사위였다.그러나 바로 이 쓸모없는 인간이 지금 오태강을 물러설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것이다.많은 빅토리아병원의 주주들 중에서 가장 사람들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전 시장인 할아버지를 후원자로 둔 부태서였다.그러나 부태서는 동혁의 몇 마디 말에 쫓겨났고, 자신의 지분이 손실을 입는 것도 외면했다.오태강이 또 어떤 주주를 청할 수 있을까?동혁은 오태강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볍게 웃었다.“네가 주주를 찾을 수 없어? 그럼 내가 한 명 불러줄게.”말을 마친 동혁은 앞으로 나서면서 오태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줘.”동혁의 말 뜻을 이
“나는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 어쩔 건데?”동혁의 무심한 듯 말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기세를 담고 있었다.모두 어리둥절했다.‘부태서는 전전 시장 부천정의 손자지만, 이동혁은 진씨 가문의 폐물 데릴사위일 뿐이야.’‘두 사람의 신분과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야.’‘부태서가 국면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나서면, 이동혁은 그저 설설 기면서 모든 면에서 약세에 처할 수밖에 없을 텐데?’‘어떻게 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완전히 정반대가 됐지?’동혁은 끝없이 날뛰는 반면에, 부태서는 상대방의 핍박에 직면하고도 모호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태서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병이 나서 정신이 흐릿해진 거야?” “네 앞에 있는 자는 폐물이야! 네 대단한 실력으로 밟아버려!”오태강은 부태서를 자극하며 응원했다.오태강이 이렇게 자극하자, 부태서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두 눈에 쌍심지를 켠 부태서가 동혁을 노려보면서 소리쳤다.“이동혁, 이번에는 내가 너를 건드린 게 아니야.” “빅토리아병원에 내 지분이 있는데, 네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킨 거 아니야!”부태서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났다.이 말은 아무리 봐도 동혁에게 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부태서, 나는 빅토리아병원 간판을 내릴 거야. 네가 이곳의 주주인지 거와는 상관없어.”동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짜증을 냈다.“너한테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은 거니까, 바로 대답하면 돼. 그런데 왜 성가시게 자꾸 딴 얘기만 하는 거야?”“네가 말해도 소용없지만 어쨌든 말해 봐.”“너 대신 네 할아버지가 결정해야 돼?”동혁이 부천정을 언급하자, 앞서 블루라군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면서 부태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우리 할아버지는 H시에서는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토착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설씨라는 녀석의 호통에 할아버지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어. 그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데리고 도망쳤지.”‘별장을 떠나기 전에도 내가 또 따귀를 맞고 쓰러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