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종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이 이동혁인데 나와는 특별한 사이라서 말이야.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당연히 도와야지. 환자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 부탁하마.” 차인표는 질투가 좀 났다. 그는 예전에 하원종한테 자신의 회사 광고에 출연해 달라고 했을 때 욕을 많이 먹었었다. ‘진 회장의 남편인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그는 서둘러 비서를 시켜 동혁의 정체를 조사하게 했다. “이동혁은 처갓집에 얹혀사는 데릴사위입니다. H시에서 소문난 쓸모없는 인간이지요. 음, 물론 그의 아내가 두 그룹의 회장이지만 그저 H시라는 작은 지역에서만 유명할 뿐입니다.” “선생님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정재계 인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인데 어떻게 이런 쓸모없는 인간과 특별한 사이라는 거지?” 차인표는 너무 궁금했다. 그는 동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장님, 또 몇 가지 정보가 있습니다. 하 선생님께서 이동혁 장인어른의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고 계십니다. 또한 얼마 전 사람을 때린 일로 온 인터넷이 혜성그룹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데 사람을 때린 범인이 바로 그 이동혁이라는 사람입니다. ” 비서가 계속 보고했다. “아, 그러니까 선생님의 동정심을 이용했고만. 선생님의 명성을 빌려 혜성그룹의 추락한 명성을 되살려 보겠다 이거지?” 차인표는 냉소를 금치 못했고, 마음속으로 혜성그룹에 대해 혐오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승인 하원종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H시로 출발했다.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하시겠다고 하는데, 굳이 혜성그룹의 것을 받아서 스스로 창피당하실 필요가 없잖아?’ ‘차라리 선생님께서 기업 홍보를 받겠다는 소식을 흘려 다른 경쟁력 있는 회사와 경쟁을 시켜 혜성그룹을 제거하는 것이 낫겠어.’ 차인표는 골돌이 궁리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내게도 큰 도움이 될 거야. 대기업들에게 엄청난 인정을 베풀어 내게 필요한 인맥을 쌓을 수 있으니까.’...한편, 리성투자회사. 얼굴에
“그거 믿을 만한 정보야?” 오한민은 천송이에게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하원종이 지금까지 그 어떤 기업의 모델 제의도 수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한민은 흥분했지만 의심을 버리지는 못했다. “믿을 만한 정보인 게, 차 사장님이 직접 소식을 전한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 사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자기가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자랑하고 다녔지. 그것으로 회사의 판로를 열고 나에게 도와달라고도 했었어. 차 사장이 소식을 전했다면 분명 사실일 거야.” 오한민은 차인표와 오랜 지인이어서 차인표의 성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차인표는 곳곳에서 자신을 하원종의 제자로 소개하며 하원종의 명성을 이용해 불과 몇 년 만에 N도 재계에 자리를 잡았다. “부사장님, 우리 종합병원 몇 곳을 홍보할 모델을 찾고 계셨잖아요. 하 선생님을 모셔오면 앞으로의 사업이 성공할 겁니다.” 천송이가 말했다. 오한민이 흥분하여 말했다. “그래, 정형외과 최고 의사시잖아. 우리 종합병원들을 모두 정형외과 전문 병원으로 바꾸는 는 거야. ” “그리고 하 선생님의 명성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거지.” ‘하 선생님의 명성에 더해 막대한 자본력이 있다면 정형외과 병원을 세포처럼 증식하고 확장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우리 리성투자회사에서 가장 풍족한 것이 자본이니까.’ ‘N도 이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우리 뒤에 있으니 자금 조달은 아무것도 아니지.’ 오한민은 흥분 가득한 눈빛으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말했다. “하 선생님을 반드시 우리 병원의 모델로 만들어야 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병원들이 대박이 날 거야.” “천 실장, 차 사장의 행방을 주시하고 그가 H시에 도착하면 즉시 내게 알려죠.” 오한민은 자신의 예쁜 여비서 천송이에게 지시했다. “예, 부사장님.” ... 한편 차인표는 H시에 도착해 다이너스티호텔에 예약한 스위트룸에 짐을 풀었다. 그는 하원종의
“차 사장님이 왜 오한민을 만나는 거죠?” 세화가 궁금해했다. ‘오한민이라면 N도 이씨 가문 사람이잖아. 전에 제원화와 함께 내 회사를 차지하려고 했던 그 사람 맞지?’ 차인표의 여비서가 공손히 상대방을 위층으로 모시는 것을 보고 세화는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회장님, 오한민이 H시에서 인수한 종합병원들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아마 저쪽도 하 선생님을 모셔서 병원 홍보를 맡기고 싶은 거 아닐까요?” 이연홍은 약간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같은 전문 경영인인 만큼 그녀는 오한민이 분명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화는 얼굴에 약간의 반감을 드러냈다. “그럴 리가요? 그 몇몇 종합병원은 보험 사기와 허위 선전으로 H시에서 이미 평판이 안 좋잖아요.” 세화는 하원종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분명 오한민의 병원들을 홍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연홍은 하원종이 오한민의 병원을 홍보할지 여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걱정은 오직 하원종과 혜성그룹의 협업이 오한민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회장님, 리성투자회사가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과 협업하는 것을 암암리에 방해할까 봐 걱정돼요.” “제가 이미 N도의 한 친구를 통해 들었는데 천용훈 사건이 인터넷에서 퍼지자마자 N도 방송국에서 저희와의 계약을 취소한 것도 오한민의 개입이 있었던 거 같더라고요.” 이연홍은 천용훈의 영향력이 절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즉시 N도 방송국과 관련한 조사를 지시했었다. 그 결과 오한민이 뒤에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한민이 왜 우리에게 이러는 거죠?” 세화가 놀라며 물었다. “지난밤 태백산장에서 이 선생님께 맞은 사람 중에 천용훈 외에 오한민의 아들 오반석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연홍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전에 오한민이 이미 이 선생님께 3일 안에 이천성을 돌려보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회장님께서 이번에 이 선생님을 설득하시면 어떨까요
“이것은?” 차인표가 서류를 받았다. 오한민이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 일단 일만 잘 성사되면 하 선생님의 모델료 외에도 차 사장의 회사가 100억의 투자를 받을 수 있어요. 차 사장이 여기에 서명하는 즉시 자금이 회사 계좌로 들어갈 겁니다.” 차인표는 흥분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는 조금 만족스럽지 못했다. ‘투자 금액이 크긴 하지만 이건 하나의 거래일뿐이야.’ ‘오한민은 이 거래로 내 회사에서 상응하는 주식을 가져갈 테니까.’ 차인표는 하원종의 영향력이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사장님, 절 어떻게 보시고? 좀 섭섭합니다. 투자라니요? 부사장님이 예전에 절 어떻게 도와주셨는데...” 허세를 부리는 차인표의 모습에 오한민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차 사장이 잘 모르겠지만, N도 이씨 가문도 우리의 이번 협업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씨 가문의 천기 도련님이 두 다리가 부러져 예전에 하 선생님께 치료를 부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이씨 가문에 무슨 오해가 있으신지 이씨 가문에서 여러 번 연락을 취해도 모두 거절당했지 몹니까?” “이씨 가문은 이번 협업으로 양측의 앙금이 풀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차 사장은 하 선생님의 제자로 이씨 가문과 연을 맺게 될 겁니다.” ‘N도 이씨 가문과 연이 생긴다고?’ 차인표는 더 크게 흥분하여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그의 두 눈이 빛났다. ‘이건 많은 사람들이 꿈에서라도 바라는 일이야.’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선생님을 설득해 이번 협업을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차인표는 더 이상 생각할 필요 없이 오한민의 제안을 승낙했고 주저하지 않고 하원종을 팔았다. “역시 우리 차 사장이 아주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하하.” 오한민은 일어서서 차인표와 악수를 하고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쳐다보며 웃었다. “밥 먹을 시간이네요. 차 사장에게 제가 식사를 대접하죠. 우
이연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 실장은 차 사장의 비서이니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어.’ ‘그렇다면 이런 문 실장의 태도는 분명 차 사장의 생각을 반영하는 거야.’ ‘설마 차 사장이 하 선생님께서 우리 혜성그룹과 협업하는 것을 방해하는 건가?’ 세화 역시 마음속에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문 실장님, 말 조심해 주세요. 제 남편은 하 선생님의 환심을 사려고 아부나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두 사람은 원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입니다.” 세화가 앞으로 나서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우리 혜성그룹이 왜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실 자격이 없다는 거죠?” “그걸 제가 일일이 설명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H시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회사의 회장이 얼마나 대단한 신분이길래 이렇게 무례한 거죠?” 문채원은 딱딱한 태도로 세화를 대했고 눈빛에는 세화에 대한 무시가 가득했다. “진세화 회장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죠. 하 선생님을 홍보모델로 모실 계획이라면 포기하세요. 리성투자회사가 이미 하 선생님을 전속홍보모델로 모시기로 했거든요.” 문채원은 냉소적으로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다시 룸으로 들어갔다. “뭐?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오한민이 가져갔다고?” 세화와 이연홍은 모두 놀라서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리성투자회사가 하원종을 홍보모델로 삼았다면 그리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잘 나가는 스타들은 여러 브랜드들을 동시에 홍보했고 자신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속홍보모델은 달랐다. 한 업계 안에서 기본적으로 한 브랜드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실장 말대로 리성투자회사가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샀다는 건.’ ‘우리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태백산 프로젝트를 살리려는 희망을 접어야 한다는 뜻이잖아.’ “회장님, 오한민은 역시 제가 말한 대로 우리 혜성그룹을 겨냥해 고의로 이러는 거 같아요.” 이연홍이 분노하며 말했다. 세화의 안색 역시 불쾌함으로 좋지
차인표는 웃으며 세화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음흉한 그의 두 눈이 세화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세화는 제자리에서 말했다. “술은 나중에요. 그것보다 방금 밖에서 문 실장에게 리성투자회사에서 하 선생님의 전속홍보모델권을 따냈다는 말을 들었어요.” “차 사장님, 이 일이 사실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제가 여기 더 있을 이유가 없어요.” 차인표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며 문채원을 노려보았다. 그는 세화의 미모를 보고 음흉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세화를 끌어다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다가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모두 허사가 되었다. “진 회장님, 제게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는 건가요?” 차인표는 웃음을 거두고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분명히 말씀드리죠. 네, 사실입니다.” 세화는 속으로 실망감을 느꼈다. ‘문 실장의 말이 정말이었다니.’ 오한민이 물었다. “차 사장, 듣자 하니 진 회장님의 혜성그룹도 하 선생님을 홍보모델로 모시고 싶은 건가요?” 오한민은 혜성그룹이 하원종을 홍보대사로 삼으려고 할 줄 정말 몰랐었다. 차인표는 오한민을 보며 다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오 부사장님, 하 선생님께서는 처음에 혜성그룹의 홍보모델을 맡으려고 하셨습니다.” 차인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부사장님도 알다시피 저희 선생님이 인심이 좋으시잖아요. 아마 진 회장님의 그 쓸모없는 남편이 하도 애걸복걸하니까 불쌍하게 생각하셔서 승낙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혜성그룹의 희망을 내가 가로챈 건가요?” 오한민이 웃었다. 혜성그룹의 위기 극복을 막고 하원종과 같은 명성 있는 인사를 빼앗아 자신의 병원을 홍보할 수 있어서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차인표가 동혁을 헐뜯자 세화는 분통이 터졌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차 사장님, 하 선생님은 전에 전화로 우리 혜성그룹의 홍보대사가 되기로 직접 약속하셨어요. 그분의 제자라는 분이 선생님의 뜻을 무시하고 리성투자회사 쪽에 서서 다른 홍보모델을 맡으라고 하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
오한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진세화가 천송이에게 얻어맞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장님, 그냥 가시죠. 오한민 부사장님, 방금 이 뺨은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이연홍은 서둘러 세화를 데리고 나가며 떠나기 전 분노로 한마디 던졌다. 단순이 말로 독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세화의 배경이 대단하고 생각했고, 최소한 B시 최씨 가문이 세화를 위해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한민은 그저 이씨 가문의 개일뿐 진 회장님과 비교할 수 도 없지.’ “그럼 그 대가가 뭔지 기쁘게 기다릴게요. 아, 그 쓸모없는 남편이 직접 오면 더 좋겠어요.” 오한민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천송이을 데려다가 엉덩이를 툭툭 쳤다. “천 실장, 방금 그 뺨 두 대 아주 잘 때렸어. 내 속이 다 시원해.” “부사장님, 저 진 회장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부사장님 손까지 더럽혀요? 이런 일은 제가 대신해도 충분해요.” 천송이는 애교스럽게 말했지만 눈빛은 섬뜩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사실 세화를 질투했다. 세화가 그녀보다 젊은 데다 예쁘고, 두 그룹의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천송이는 오한민의 여비서일 뿐이었고, 그의 아들에게 희롱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차인표 같은 사람에게 비위나 맞추어야 했다. ... “여보, 하 선생님 홍보모델 계약은 잘했어?” 혜성그룹에서 동혁이 세화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동혁은 현소와 몇몇의 반 친구들을 예약한 호텔에 데려다주고 함께 점심을 먹고 와서 세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몰랐다. 눈시울이 붉어진 세화를 발견한 동혁은 어리둥절해하며 얼른 다가가 물었다. “여보 왜 그래? 또 누가 괴롭힌 거야?” “이 선생님, 하 선생님의 홍보모델 계약이 리성투자회사에 의해 발목을 잡혔...” 이연홍은 다이너스티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설명했다. 퍽!동혁은 화가 나 원목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오한민,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감히 또 내 아내를 건드려?” 동혁은
“오한민이 하 선생님에게 종합병원 몇 곳의 홍보모델을 하게 한다면 선생님의 명성까지 망가질 수 있어. 그렇다면 우리가 더더욱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여보, 일단 여기서 안심하고 기다려. 내가 가서 하 선생님을 모시고 올게.” 동혁의 말을 듣고 세화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이 사장님, 회장님 식사 좀 챙겨주세요.” 동혁은 이연홍에게 한마디 던지고 혜성그룹을 떠났다. 그는 곧바로 선우설리를 통해 하원종의 광고 촬영 장소를 알아보았다. “건강난임병원? 우리가 홍보영상을 찍는 곳이 여기인가요?” 한편 하원종은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에서 내려 이상한 표정으로 병원 간판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이런 종합병원의 명성을 알고 있었고 조금의 호감조차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홍보영상을 찍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맞아요, 바로 여기서 찍을 겁니다.” 옆에서 하원종을 마중 나온 오한민의 여비서 천송이가 말했다. 하원종은 당연히 그녀를 몰랐지만 혜성그룹의 직원인 줄 알고 그저 퉁명스럽게 말했다. “홍보영상 촬영 장소가 제법 괜찮네요.” 불만이 좀 있었지만 어쨌든 스스로 혜성그룹의 홍보대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그였다. 그래서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천송이를 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은 아직 영업 중이었다. 국립의료원의 하원종이 병원에 온다는 소식에 병원 스태프들이 다 몰려나와 있었는데 각각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하 선생님께서 우리 병원의 홍보영상을 찍으시다니 정말 다행이야. 이제 우린 병원 영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하하, 그러게. 그동안 우리 병원 평판이 안 좋았는데 하 선생님께서 홍보를 해주시고 병원을 정형외과로 바꾸면 돈을 벌 수 있겠어.” “크크, 하 선생님은 돈을 쓰레기처럼 여긴다는 외부의 말이 사실이 아닌가 봐? 우리 병원 홍보영상을 찍겠다고 하시다니. 나도 나가서는 여기 병원에서 일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인데.” “말이 돼? 돈을 쓰레기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부끄러운 게
“그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이동혁 씨가 제지하러 나선 겁니다.” “천용훈이 이동혁 씨에게 손을 쓰라고 다시 경호원들에게 지시했지만, 모두 이동혁 씨에게 쓰러졌지요.” “그런 뒤에야 비로소 고무보트가 구조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구조대원들은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기자 여러분, 우리는 이 뉴스가 천용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오면 틀림없이 반응이 아주 뜨거울 겁니다.”“하지만 당신들은 반드시 사실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천용훈이 돈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당신들이 정의와 양심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맞아요. 사람들이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우리는 똑똑히 구분할 수 있어요!”일부 구조대원들은 또 이 매체들이 천용훈에게 매수될까 봐 이렇게 기자들에게 말했다.여러 기자들 중에 S시일보에서 온 예은설이라는 예쁜 여기자가 있었다. 이때 예은설이 큰 소리로 말했다.“안심하세요. 우리 언론인들은 모두 양심적인 기자들입니다. 반드시 사실대로 공정한 보도를 하겠습니다!”“그렇습니다. 긴급 구조 상황을 방해하고 악영향을 끼친 사람에 대해 우리 기자들은 펜으로 공정한 심판을 내릴 겁니다!”다른 기자들도 잇달아 공정한 보도를 보증했다.한 차례 취재를 마친 기자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매번 이런 자연재해가 생길 때가 바로 그들이 기삿거리를 얻을 때이기에.“동혁 씨, 물 좀 마시고 좀 앉아서 쉬세요. 몇 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일했는데, 몸이 지치면 안 됩니다!”두 시간쯤 지난 뒤, 한 자원봉사자가 동혁에게 물 한 병을 건네며 말했다.이곳에서 동혁의 인기가 가장 높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지금 사람들은 이미 동혁이 바로 진씨 가문의 데릴사위이자 항난그룹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높은 신분인 사람이 평범한 사람들과 하나가 될 수 있다니.’‘정의롭게 손을 써서 천용훈을 쫓아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마찬가
“너, 넌...”휘둥그레진 눈으로 동혁을 바라보는 천용훈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져 있었다.자신이 거금을 들여 초빙한 스카이쉴드의 경호원들이, 결국 동혁 앞에서는 이렇게 일격조차 막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짝!갑자기 고개를 돌린 동혁이 손바닥으로 천용훈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꺼져!”말을 마친 동혁은 천용훈의 멱살을 잡고 물속에 처박았다. 몇 시간이나 공을 들였던 화장도 모두 허사가 되었다.이어서 한 손에 한 명씩 천룡훈 팀의 사람들을 잡고는 전부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놀라서 멍한 상태인 고무보트 안의 노인과 아이를 안아서 나오게 했다.“모두 좀 도와주세요. 저와 함께 그 주민을 구하러 갑시다!”동혁이 사람들을 부르자, 곧바로 자원봉사자들과 병사들이 도와주러 왔다.짝! 짝! 짝!그리고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동혁의 뒷모습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탄복했다.“이동혁, 너 이 새끼 기다려! 내가 끝장을 보겠어!”천용훈은 더러운 물속에서 겨우 일어섰지만, 주변 사람들의 경멸하는 눈빛을 접하자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가 없었다.이를 갈면서 욕을 내뱉은 뒤, 잔뜩 주눅이 든 촬영팀 사람들을 데리고 사라졌다.사람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동혁 일행은 재빨리 물속에서 주민을 구해냈다.그리고 나서 말한마디 없이 다시 긴박한 구조 현장으로 뛰어들었다.바로 그때,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혁 일행을 향해서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천용훈 씨의 촬영팀과 충돌한 뒤 촬영팀 사람들을 때렸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손찌검한 사람이 이동혁 씨라고 하던데, 조사를 좀 진행하겠습니다.”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동혁을 찾았다.동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설명했다.“경찰 아저씨, 이동혁 씨는 사람을 때린 게 아니라 정의로운 행동을 한 겁니다!”“맞아요!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인플루언서가 내 고무보트를 강점하고서 촬영을 했어요.” “인명 구조를 지체하게 만든 건 말할 것도 없고 나까지 때렸어요. 이동혁
동혁의 말을 듣고 주위의 사람들은 다시 멍해졌다.‘이 젊은 자원봉사자는 무슨 내력이 있는 걸까?’‘훈계하는 듯한 말투로 천용훈 같은 인를루언서와 이야기했어.’‘그리고 저 청년의 말대로라면, 천용훈을 혼내줬다는 거야!’“이동혁, 역시 너였어!”섬뜩할 정도로 놀랐던 천용훈은 한사코 동혁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뼛속까지 새겨진 원한을 담은 눈빛으로.지난번에 동혁에게 한바탕 폭행을 당했던 천용훈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결국 동혁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업었다. 오히려 동혁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결국 이동혁 저 개자식은 바로 말을 바꿔서 계약을 해지했고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체면을 중시하는 천용훈에게 그 일은 평생의 치욕으로 여겨졌다.그는 꿈에서조차 동혁을 산 채로 찢어버리고 싶었다!“또 만날 줄 몰랐지?”씩 웃던 동혁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았다.“나에게 쓸데없는 말 늘어놓을 필요 없어. 사람을 구하게 당장 고무보트를 내놔!”‘그 주민은 가슴까지 물이 찬 상태라 천용훈과 허튼소리를 할 겨를이 없어.’천용훈은 노발대발했다.“이동혁, 너는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의 신분을 모를 것 같아?!”“하지만 나는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연예인이야. 내가 한 달 동안 올리는 매출이, 네 마누라 두 회사의 매출보다 더 많아.”“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명령을 해!”천용훈은 주로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대량의 트래픽이 버팀목이 되었고 월별 판매 액수도 확실히 놀라웠다.1년 동안의 순이익이 일부 대형 상장회사보다 많을 정도였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너와 상의하는 게 아니야. 스스로 꺼져! 아니면 내가 꺼지게 도와주지!”말하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꺼지지 않으면 손찌검을 하겠다는 기세로.강하게 나가면 말을 듣지만 부드럽게 말하면 듣지 않는 천용훈 같은 인간들에게는 주먹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허허, 이동혁, 내가 예전처럼 네
갑자기 나타난 중년 남자의 관상을 보니, 충후하고 의리가 있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지금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천용훈의 촬영팀을 향해 말했다.“쳇, 원래 쇼를 강제로 차지하고서 구조 작업을 지체되게 만드는 거야!”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주위의 자원봉사자와 병사들은, 일제히 경멸하는 야유를 보냈다.‘이 고무보트는 천용훈 촬영팀이 직접 가져온 줄 알았는데, 원래 구호물자인 줄은 몰랐네.’이제는 모두들 더욱 화가 나서, 잇달아 즉시 촬영을 멈추고 고무보트를 양보하라고 고함쳤다.사람들이 일제히 핍박하자, 천용훈 촬영팀은 난처해졌다.울그락불그락하던 그 스태프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너희 가난뱅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우리 천용훈 씨의 일은 하늘보다 더 대단해. 여기서 성가시게 개소리 하지 마!”사람들이 소리치자, 그는 또 고무보트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고무보트를 빌려서 쓰겠다는데 어쩔 거야! 당신 돈을 원하는 거 아니야? X발, 뭘 그렇게 정의롭게 말하는 척하고 있어!”“자, 내가 바로 돈을 보내주겠어. 20만원이면 충분해?”“부족하면 내가 2백만 원 줄게. 됐지! 빌어먹을 거지들. 우리 천용훈 씨 돈으로 당신을 때려 죽일 수도 있어!”오만함이 극에 달한 그 스태프는 정말 핸드폰을 꺼내서 바로 돈을 이체하려고 했다.화가 난 중년 남자가 귀밑까지 새빨개지면서 소리쳤다.“누가 네 더러운 돈이 좋다고 했어!”“나는 단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이 고무보트는 내 것이야. 빨리 노인과 아이를 보트에서 내리게 하고 보트를 돌려줘!”중년남자는 말하면서 고무보트 안의 아이를 안으려고 했다.짝!갑자기 그 스태프가 중년남자의 따귀를 때리면서 소리쳤다.“잘 대해 주니까 고마운 줄을 몰라! 꺼져!”“왜 사람을 때려!”분노한 중년 남자가 뺨을 가린 채 소리쳤다.주위의 자원봉사자들도 천용훈의 사람들이 이 정도까지 날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너를 때렸는데 어쩔 거야? 천용훈 씨에게 미움을 샀
“됐어요, 됐어. 성가시게 굴지 말아요.” “이 영감님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우리가 돈을 안 준 것도 아닌데!”“얼른 찍어!”스태프들도 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더럽고 냄새나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면 이상할 것이다.얼른 노인의 말을 끊었고, 입만 열면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노인은 임시로 구한 판자촌 주민이다. 원래 사회의 맨 밑바닥 계층의 사람이라 이런 사람들에게 감히 대들지 못하고 그저 서글픈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천용훈만 주변의 스태프들이 줄곧 자신의 시중을 드는 걸 즐기는 모습이었다.가끔씩 물을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다. 또 수시로 화장도 고치면서, 수분을 보충해서 피부의 윤기도 지켜야 했다.이 촬영팀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주요 출구를 막는 바람에, 구조 작업을 하러 오고 가던 고무보트들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그러나 천용훈의 주변에는 탄탄한 체구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감히 따지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여기, 여기 고무보트 좀 빨리 보내줘!”“한 노인이 집안에 갇혀 있어. 집안의 물이 이미 가슴까지 차올랐어, 빨리 구출하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바로 그때 판자촌 골목에서 자원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따라서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긴장해도 소용이 없었다.지금 모든 고무보트가 긴급 구조에 투입된 상태였다. 모두 갇혀 있는 주민들을 태우고 있어서 빈 보트는 하나도 없었다. 여분의 고무보트가 있을 수 있겠는가!“이봐요, 당신들 그 고무보트는 광고를 찍고 있잖아요. 우선 좀 빌려 씁시다!”구조에 참여했던 한 병사가 재빨리 다가가서 천용훈 일행에게 말했다.천용훈 주변에 있던 촬영 스태프가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다.“당신이 빌리겠다고 하면 빌려줘야 되는 거야? 우리 천용훈 씨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 보지 못했어? 저리 꺼져!”오만이 극에 달해서 병사에게도 욕설을 퍼부었다
“문제가 없으면 그럼 즉시 출발하세요!”장가연은 바로 동혁에게 자원봉사자용 레드 재킷을 던졌다.‘이미 준비도 다 해놓은 걸 보면, 내가 승낙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래드 재킷을 입은 동혁은 회사의 자원봉사자 10여 명과 함께 출발했다.“여러분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세요. 그곳에는 판자촌이 많은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어서 많은 시민들이 갇혀 있어요.”“에휴,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구시가지를 재개발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지...”H시상공회의소에서 설립한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동혁과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지휘와 조정을 맡고 있었다.자원봉사자 등록을 마치고 이들은 구시가지로 향했다.“구시가지 그쪽은 더럽고 지저분해. 물이 차면 틀림없이 오수가 범람할 텐데, 어떻게 우리를 저쪽으로 보낸 거야.”“이 사장님, 어쨌든 우리 회사 사장님이잖아요. 영향력을 발휘해서 좀 쉬운 일을 맡아서 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용어에 주의하세요. 저는 전 사장이고, 지금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입니다...”“됐어, 원망하지 마, 뭘 기대한 거야? 어차피 쇼를 하는 거야. 천천히 늑장을 부리면 돼.”구시가지에 배정되었다는 말을 듣자, 원화투자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불만을 내비쳤다.그들은 원래 동혁과 함께 쇼를 하러 온 건데, 전 사장인 동혁을 제외하면 회사 경영진은 한 명도 없었다.직원들은 모두 투자에 정통한 엘리트들이라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마음속에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있으면 얼마나 좋아?’‘지금은 되려 궂은 일을 하거나 가장 더럽고 나쁜 곳에 가야 하니.’당연히 원성이 가득했다.동혁은 이 직원들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이런 불평이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사람들의 이미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앞으로 사람을 쓸 때, 틀림없이 반영될 거야.’판자촌에 와 보니 역시 이곳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원래 저지대라서 물이 허리까지 차서 계속 차
말이 마친 동혁은 곧바로 설전룡에게 전화를 걸어서 H시 군부에서 병력을 보내 지원하도록 했다.동혁은 밤새 시장실에서 구조 계획을 총괄적으로 지휘했다.시의 직원들도 모두 동원되어 홍수 방지와 긴급 구조에 투입되었다.“시장님, 밤을 새우셨는데 먼저 들어가셔서 좀 쉬시지요.”임창호가 핏발선 눈으로 동혁을 보면서 말했다. 임창호도 사실 밤을 꼬박 새웠다.“그래요, 임 부시장님과 원 부시장님 두 분도 교대로 좀 쉬세요.”동혁은 일어서면서 임창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어젯밤에 이 두 사람 모두 훌륭하게 대처했어. 비록 노회한 행정가들이라 해도, 정말 일을 해야 할 때는 여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문제는 사람을 어떻게 쓰는가에 달려 있어.’시청을 떠난 동혁은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잠도 좀 잘 생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화를 한 통 받았다.[이 회장님, 이틀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회사로 한 번 회사로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원화투자회사 부사장 장가연의 다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동혁은 장가연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동혁은 더 이상 원화투자회사에 가 본 적이 없었다.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결정에 불복한다고 여길 것이다.“내가 곧 갈게요.”동혁은 다시 원화투자회사를 향해 출발했다.도로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일부 물이 고여 있는 곳은 시민들이 줄을 묶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한번 보세요!”장가연을 보자마자 동혁에게 한 무더기의 신문을 주었다.“이게 뭔가요?”동혁은 호기심에 신문을 뒤져 보았다.[H시, 100년 만에 큰 폭우! 스나이더국제병원 등 5개 병원은 가장 먼저 의료진을 조직해서 긴급구조에 나섰다. 그 뒤의 이야기에 감동한 사람들은 눈물을...][스나이더국제병원 홍보대사인 인를루언서 천용훈, 구조 활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하늘은 무정해도 인정은 살아 있어! 오늘 사람들은 리성투자회사 자원봉사자 팀에 감사를 표해...]...10여 개의 신문 기
“안전을 위해서 부사장님께서 바로 S시로 돌아가실 것을 건의합니다...”비서가 몸을 숙이면서 말했다.“S시로 돌아가? 왜 돌아가야 해? '오한민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멀지 않은 곳의 한 빌딩 옥상의 광고판이 강풍에 거리로 떨어지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한민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나 오한민을 위해서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가 닥쳤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야!!”“이번에, 바로 그 어린 시장이 직접 와도, 이 오한민의 손에서 다섯 개의 병원을 내놓게 하지는 못해!”오한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이 순간, 오한민은 새 시장조차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반대편.동혁은 빅토리아병원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길에서 갑자기 폭우가 들이닥치자, 귀가할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동혁은 바로 차를 몰고 시청으로 달려갔다.“임 부시장님, 원 부시장님, 이번 폭우는 좀 갑작스럽네요. 우리 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임창호와 원성배를 불러서 동혁이 직접 물었다.이번 폭우는 갑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규모도 너무나 거대했다. 이전에 H시에서 본 적이 없었는데, 동혁은 가장 먼저 이상한 점을 느꼈다.“시장님, 기상예보에서 이번 H시에 닥친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다고 합니다. 아마도 배수 시스템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임창호와 원성배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견딜 수 없다니요? H시 수백만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한 일인데, 그저 견딜 수 없다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까?”동혁의 앞에 있던 두 부시장은 곧 허리를 굽히고 대답했다.임창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시장님, H시는 기초 건설공사가 원래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배수 시스템은 더욱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았아서, 많은 하수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예년에도 매번 큰비가 내릴 때마다 H시는 이틀 정도 침수되었습니다. 이번에는 100년 만의 초대형 폭우가 닥쳤으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3대 가문을 타파한 후, H시의 경영 환경은 가까스로 다소 호전되었다.동혁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시 사람들의 선동에 이용되면서, H시 민영기업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조성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이동혁, 너 욕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오한민은 화가 나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당연히 동혁의 좋은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알량한 생각으로 판단하면서, 동혁이 성공을 시기한다고 생각했다. 리성투자회사의 수중에서 이 사립병원들을 빼앗아서, 동혁이 꿀꺽 삼키려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오한민은 동혁의 뒤에 있는 7개 부서의 수장들을 힐끗 보고는 냉소했다.[말해봐, 이건 너 자신의 뜻이야, 아니면 네 뒤에 있는 사람의 뜻이야?]오한민은 비록 여러 차례 자신이 동혁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동혁이 7개 부서를 부르고 빅토리아병원 문을 닫게 만든 건, 결코 동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막후에 숨은 거물이 나와 이동혁의 갈등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동혁을 무기로 삼았을 거야.’동혁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무심코 말했다.“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어차피 내 말은 이미 너에게 전했어. 듣든 안 듣든 그건 네 일이야.”동혁이 말을 마치자, 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오한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봉인을 붙여!”황성민 등에게 지시한 뒤 동혁은 곧장 빅토리아병원을 떠났다.곧 빅토리아의 병원의 현관에 봉인이 붙었다.일부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연행되어 조사를 받았다.문제는 모두 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빅토리아병원은 문을 닫아야 하고, 당연히 이 사람들도 처리해야 했다.일반 직원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동혁도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빅토리아병원이 곧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문을 열 것이니, 직원들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보증했다.시장 자리를 대신 맡은 뒤에는 동혁이 고려해야 할 문제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예전처럼 일만 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