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슨 일이 있어요?”채영원은 깊은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 이미 온몸의 내력을 동원해서 운행하면서 연골1중의 기세가 낱낱이 드러났다.채영원의 이렇게 신중한 모습을 본 진루안은 눈빛에 미소를 드러냈다.‘나와 채영원은 다른 책임을 담당하고 있어. 나는 백성의 편에 서서 백성을 위해 공평하고 공정한 환경을 도모해야 해.’‘그리고 채영원은 자룡각의 금군 통령이자 더욱이 조의의 밀착 경호원이기에, 조의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조의는 막강한 실력을 갖고 있어서 보디가드가 필요 없어.’‘그러나 용국의 전체에서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조의도 밑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그래서 채영원의 보호는 아주 중요해.’“나는 국왕을 뵈려고 합니다!”진루안은 채영원에게 알려주었다. 채영원과는 서로를 겨냥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원수가 아니라, 반대로 서로 아끼는 마음이 있다. 이로 인해서 서로의 이런 진심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채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제서야 국왕이 오늘 오후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생각이 났다.“국왕께서는 바쁘셔서 궐주님을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우선 돌아가시기 바랍니다!”채영원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진루안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여전히 엄숙하게 자신의 직책을 이행했다.“들여보내!”그러나 채영원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자룡각 안에서 조의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힘이 넘치는 말투에 기운이 넘쳐서 조금도 50이 넘은 사람 같지 않았다.채영원은 멍해졌지만 바로 비켜서서 진루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은 채영원을 향해 친절하게 웃었다. 곧 발걸음을 내디디고 다시 한번 자룡각 안으로 들어갔다.진루안이 자룡각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채영원은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자신과 진루안은 확실히 서로를 아끼고 있었다. 그도 줄곧 진루안의 행동에 탄복했다.지금 그는 진루안과 조의 사이의 관계를 좀 걱정하고 있었다. ‘설마 무슨
진루안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면서, 매 주먹마다 안면을 때렸다. 훅훅 하는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기만 하면 잠시 동안 상당히 아팠다.그러나 진루안의 발걸음은 아주 기민하고 날렵해서 조의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조의가 10여 차례 휘두른 후 진루안은 정확하게 펀치를 조의의 코에 꽂았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조의는 2, 3미터나 미끄러져서 하마터면 링에서 떨어질 뻔했다.조의는 입을 벌리고 거칠게 숨을 쉰 조의는, 글러브로 피가 흐르는 코를 문지르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너 이 자식, 너무 세게 때렸어!”“하하, 아저씨,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 아저씨가 나더러 복싱을 하자고 한 거예요. 내가 만약 거짓으로 꾸민다면 아저씨를 존중하지 않는 거잖아요?” 진루안은 통쾌하게 웃었고, 눈에는 놀리는 웃음이 가득했다.“다시 간다!” 조의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조의가 다시 진루안을 향해 돌진했다. 이번에도 그는 날렵하게 스텝을 밟았다. 흔들거리는 진루안은 그의 주먹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볼 수 없었다. 곧이어 한 줄기 강한 바람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진루안은 거의 무의식적인 옆으로 피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얼굴을 한 대 맞았다. 시큰시큰한 느낌이 온몸에 퍼졌지만 통쾌했다.“다시 갑니다!” 진루안은 손에 든 글러브를 꽉 쥔 채 조의를 향해 돌진했다.두 사람은 같은 시간에 상대방을 향해 돌진하면서 어지럽게 펀치를 휘둘렀다. 두 사람의 휘두르는 펀치가 서로의 얼굴에 부딪혔고, 몸통과 가슴도 서로 십여 대를 맞았다.마지막으로 진루안은 기분 좋게 몸을 돌리면서 팔꿈치로 조의의 광대뼈를 때렸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조의의 온몸이 부딪혀 날아가서 마루 위에 세게 부딪혔다.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은 조의는 마루를 따라 무려 1미터가 넘게 미끄러졌다.“안 해, 안 할래!”“헛...”조의는 일어서서 얼른 두 손을 흔들며 글러브를 벗었지만 온몸의 근육이 시큰거리면서 아파 참기 어려웠다. 뺨은 더욱 화끈거리며 아팠다.
진루안은 옆의 바닥에 앉아 있는 조의를 바라보면서 국왕의 박력과 결심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도 개인의 존엄과 얼굴을 희생할 수 있었다.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그를 한 대 때리게 하더라도 자신은 용국의 균형과 안정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는 거지.’그리고 진루안은 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조의가 이렇게 한 것은 완전히 공개적으로 드러낸 공공연한 모의다.‘그러나 이런 공공연한 모의가 오히려 자신을 화나게 해.’왜냐하면 조의의 예측 하에 그는 이미 도덕상의 감제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에, 진루안이 계속 비이성적인 일을 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그 진루안 자신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이것이 바로 조의의 생각이자 계산이지. 음모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공공연한 계획을 사용하는 계산이야.’‘그러나 말은 둘로 나눌 수 있어. 조의와 같은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어쩌다 실수는 있어.’‘조의는 한 가지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매우 간단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문제. 그것은 바로 진루안의 신분이 순수한 대신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임페리얼의 궐주라는 것이다.’‘궐주의 역할과 존재 의의는 바로 용국 조정의 재상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심지어 국왕 조의의 권리를 제한하는 데 있어.’‘궐주의 존재는 왕과 완전히 달라.’조의는 지금 이렇게 공공연한 계략을 써서 진루안이 화를 가라앉히고, 손하림을 계속 찾지 않게 해 계속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했다.설사 공공연한 계획이 아주 고명하다 하더라도 진루안에게 있어서 해결하기는 너무 쉬웠다.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지키지 않는 것이다!이유는 간단하다.왜냐하면, 그는 궐주이기 때문이다!“국왕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한 가지 문제를 소홀히 한 셈입니다.” 진루안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조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이 말을 들은 조의는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멍해졌고 약간 놀라면서 진루안을 바라보았다.진루안은 조의가 의심의 기색을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조의는 오늘 이 한 차례 얻어맞은 것은 헛수고라고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셈이다!진루안이 굳이 손하림을 상대하고 밑바닥 백성들을 위해 이런 말을 꺼내고 싶다면 조의 그는 정말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만약 정말로 진루안이 손하림을 난처하게 내버려둔다면, 용국으로서는 조정에 대지진이 발생하기 쉽다. 그때가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지 아직 알 수 없다.손하림이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각 큰 성과 시에 도대체 몇 명을 심었을까? 도대체 그의 사병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 모두는 모른다.‘용국이 안정되려면 반드시 손하림을 안정시켜야 해.’‘동시에 진루안을 안정시켜야 해. 그렇지 않으면, 궐주의 특수성에 의지해서 일단 손을 쓰면 반드시 천지를 파괴하는 기세가 될 거야.’‘만약 손하림에게 정말 일이 생기면, 우선 손씨 가문이 소동을 일으켜서 용국의 홍보 플랫폼이 뒤죽박죽이 되고, 이어서 연예계가 뒤따라 진동하게 돼.’‘결국 손하림의 장손이자 지금의 북정왕 이광정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일단 진루안과 북정왕이 서로에게 손을 대면, 이 두 난폭한 성질의 젊은이는 절대 누구도 누구를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헤아릴 수 없어.’조의는 또 진루안에게 몇 마디 권하려 했지만, 곧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원래 진루안에게 이 일을 들추어내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진루안의 특수한 신분을 생각하자, 말한 모든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왜냐하면 진루안이 궐주인 이상 사건의 입장에서 국왕과 반드시 딴판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조의가 원하는 결과는 나라가 안정되고 백성들이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진루안의 직책은 백성을 위해 공평한 일을 도모하고, 밑바닥 사람들을 위해 생존의 길을 구하는 것이다.“에이, 루안아, 네가 무엇을 하든 용국의 안정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용국이 이렇게 좋은 국면은 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절대 그건 파괴하지 마.”“용국은 이미 30여년간 안정되었
진루안이 자룡각을 나서자 입구에 있던 채영원이 꼿꼿이 서서 경례를 했다. 진루안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그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진루안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말없이 바로 자룡각을 떠났다.채영원의 표정은 약간 복잡했다. 그는 진루안과 조의가 자룡각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진루안이 오늘 살벌하게 왔는데 떠날 때는 분명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이는 조의가 타협하거나 양보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또 아마도 진루안에게 설명해서 진루안의 마음속의 원망을 조금 덜어주었을 거야.’‘진루안은 쉽지 않았다. 궐주로서 국왕이 가져다준 압력에 저항해야 했고, 조정 상하의 그 대신들이 손잡고 가져다준 살기에 저항해야 했어. 더욱이 하층 민중들을 위해 하늘을 떠받쳐야 하니 어떻게 편안하게 살 수 있겠어?’‘국왕으로서 조의도 마찬가지로 편안하다고 말하기 어려워. 용국의 강약과 안위는 모두 조의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어.’‘일단 큰 잘못이나 큰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큰 책임자는 바로 조의야. 설사 이런 잘못을 다른 사람이 가져다주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문제야.’‘왕관을 쓰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해. 그가 국왕이 되었으니 이런 여론의 압력을 받아야 해.’‘진루안이 여론의 압력으로 명성을 망쳤는데, 조의가 일단 이런 여론의 압력에 빠지면 이렇게 되지 않겠어?’‘이 세상에는 영원한 영웅도, 영원한 권위도 없어.’‘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고, 변화의 움직임이 크거나 작은 것에 지나지 않아.’“채영원, 들어와!”이때 조의가 약간 다급하게 고함을 지르자, 채영원은 급히 마음을 추스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소리를 따라 복싱실에 도착해서 들어간 채영원은, 얼굴에 부상과 선혈이 가득한 조의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며 소리쳤다.“국왕 전하, 진루안이 감히 이렇게...”“쉿, 말하지 마!”채영원의 반응을 본 조의가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가득한 채 재빨리 말하지 말라고 손짓을 했다. 부하에게
조의의 생각을 들은 후, 채영원의 표정은 어쩔 수 없이 씁쓸했다. 이미 조의의 방법과 생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당신은 정말 놀 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결국 진루안이 한바탕 때리는 걸 통해서 화를 풀기를 바라는 망상을 하는 거야? 손하림을 건드리지 않고 용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조의의 생각은 아주 좋지만 진루안이 어떤 사람이야? 궐주잖아.’‘비록 명목상으로는 국왕의 신하로, 임페리얼도 국왕의 이름 아래에 귀속돼.’‘그러나 조정의 거물이라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임페리얼은 결국 궐주 한 사람에게만 속해.’‘궐주의 존재 의의는 국왕으로 하여금 궐주를 진정한 수하로 만들 수 없게 하는 운명이야.’‘그렇다면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조의가 감히 했다면 담이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진루안이 한 것도 좀 지나쳤습니다!”채영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말해도 조의는 국왕이야. 이런 상황에서 진루안은 뜻밖에도 조의와의 권투 시합을 전혀 거절하지 않았고, 기세를 몰아 조의를 한바탕 때렸어.’‘이렇게 진루안은 처신을 할 줄 몰라서, 오히려 조의의 마음속에 거리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이렇게 아름답지 않게 말이야.’조의는 채영원의 잔뜩 찌푸린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너와 진루안은 모두 젊은 세대인데 진루안은 너보다 한 단계 더 높아. 너는 왜 그런지 아니?”“그건... 국왕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채영원은 의아해했다. ‘설마 내가 방금 한 말에 무슨 잘못이 있는 건가? 진루안이 국왕을 때린 것이 설마 잘못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인 거야?’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도 통하지 않아서, 겸허하게 조의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은 학습 기회를 감히 놓칠 수 없었다.얼음주머니를 꺼내 얼굴을 바른 조의는 채영원에게 따라오라고 표시하고 복싱실 바깥으로 걸어갔다.채영원은 조의의 곁을 급히 따라갔고, 두 사람은 국왕의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로 돌아온 조의는 소파
“예, 국왕 전하!” 채영원은 감히 홀대하지 못하고 일어나 나갔다.조의는 채영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채영원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아주 높았다. 이 세상에 진루안이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 이미 불길한 징조였다.‘용국 전체에서 진루안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젊은이도 북정왕, 이광정뿐이야.’‘그러나 이광정도 진루안의 나이보다 무려 5살 정도나 많아서, 진루안이 가장 젊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다만 애석하게도 진루안은 가장 어려운 길을 택했기에, 모든 권세가들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밑바닥에 비호우산을 만들어야 했어.’‘큰 뜻을 품었고 계략이 깊은 데다가 젊고 유망해. 실력이 뛰어난 스승도 있고 재력이 풍부한 사형도 있어. 또 임페리얼도 있어.’쉿!조의가 유쾌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이 생각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어느새 진루안이 이미 이 단계에 이른 건가?’아주 오랫동안 침묵했다.조의는 책상 위의 파란색 전화를 잡은 조의의 안색은 엄숙했다.“한성호, 출근해!”...진루안은 자신이 자룡각을 떠난 후의 일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자룡각 밖의 광장을 걷고 있었다. 맞은편의 빌딩에서는 여전히 한 예능 프로그램의 광고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광고 속의 주인공은 진루안은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바로 M국에 거주하는 용국 교포 장천산 할아버지의 손녀인 용국의 여가수 장예란이다.시선이 점점 내려앉으면서, 진루안은 맞은편 건물 아래 그 흰 옷을 입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굳어졌다.공교롭게도 맞은편의 흰 옷을 입은 여자도 진루안을 보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분위기가 약간 침울했다.그리고 흰 옷을 입은 여자가 바로 길을 건너서 진루안을 향해 걸어왔다.진루안은 한 걸음씩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여자를 복잡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연인이 될 뻔했던 사이에서 지금은 생사를 건 원수가 되었어.’그 여자는 바로 차은서로 자신이 그
“왜, 이제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거야?” 미소를 짓는 차은서의 얼굴에 조롱하는 기색이 떠올랐다.차은서의 조롱을 듣고서야, 진루안은 한숨을 쉬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차은서를 바라보았다.차은서는 흰색 블라우스에 심플한 회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예전의 긴 머리를 지금은 단발머리로 잘랐고, 예전과 다름없이 옅은 화장을 했다. 다만 약간 야위었다.진루안이 고개를 들자 차은서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짙어졌고, 진루안을 향해 말했다.“네가 경도에 있을 줄은 몰랐어. 손씨 집안 일 때문이야?”“어떻게 알았어?” 진루안은 얼굴에 약간 의아해했다. 차은서의 소식통에 놀랐다. 뜻밖에도 손씨 가문의 일을 알고 있었다.차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나는 시시각각 너를 주시하고 있어. 덩연히 손씨 가문과 손하림의 일에 대해 훤히 알고 있지. 네가 손하림을 놓아주었기에 오히려 나는 아주 의외였어. 그건 너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이렇게 말한 차은서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기색이 충분했다. 진루안을 향해 계속 냉소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를 죽일 때는 단호했어. 우리 아버지의 지위가 손하림보다 못하기 때문에 감히 손하림을 쏴 죽이지 못한 거야?”“아무래도 결국 내가 너를 잘못 본 것 같네. 진루안, 너도 위선적인 거짓군자에 지나지 않았어. 단지 사람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취하니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사람에 불과한 거야.”“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결국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 역시 실망스러웠어, 그래도 다행이야.” 차은서는 진루안의 표정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면서 계속 웃었다.“내가 너를 선택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만약 네가 단지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전혀 그럴 필요 없어.”진루안은 비할 데 없이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비록 차은서의 이 말들이 고의로 조롱하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만약 외부인이 안의 상황을 잘 모른다면, 내가 확실히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