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조의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 앞에 있는 비서 한성호를 보았다.“이 일에 너는 참가했니?”한상후는 무의식적으로 온몸을 떨었다. 그는 국왕 조의의 말투에서 차갑게 살을 에는 기를 느꼈다. 그의 온몸이 모두 얼어붙는 느낌을 받았다.그제서야 평소에 인자하게 보이는 이 국왕 조의가 고대무술 수련자였고, 실력도 아주 무섭다는 것이 생각났다.이 순간, 그는 손하림이 조직한 진루한에 대한 보복 활동에 참가한 것을 후회했다. 지금 조의의 온몸의 기세를 느낀 후, 그는 자신이 일을 잘못했고 국왕 조의의 실력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어떻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설사 진루한이 진씨 가문의 가주가 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진루한이 실력이 더 늘었다고 해도 또 어쩔 수 있겠어?’국왕 조의의 눈에 진루한은 여전히 후배일 뿐 진루한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참가했습니다!” 한성호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국왕 조의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도 조금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그는 지금 국왕이 이미 격노할 지경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대답이 조의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이 분노는 아마도 그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그가 25살 때부터 조의의 비서가 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20여년간 국왕 조의가 자신에게 화를 낸 횟수는 아주 적었고 심지어 한손으로 꼽을 정도였다.그러나 이번에 국왕이 화를 내자 자신이 선의였지만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조의는 힐끗 한성호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본 조의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한 비서실장, 언제 나를 대신할 수 있겠어?”한성호는 이 말을 들은 한성호는 처음에는 멍해졌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온통 창백해졌다. 지금 사회에서는 이미 무릎을 꿇고 절을 하지는 않지만, 그는 정말 조의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싶었다.그는 마침내 자신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절대로 국왕 비서의 신분으로 손하림이 조직한 회의에 참가해서는 안
“너희 같은 조정 사람들의 죄는 모두 죄가 장래에 있고, 장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그래서 내가 앞으로 내 위치가 안정될 수 있도록 미래에 너희 죄를 지을 사람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직접 선언할 수 있지 않겠어?”조의는 농담하며 웃었지만 눈에는 냉기가 가득한 채 한성호를 쳐다보았다.한성호의 얼굴은 아주 일그러졌다, 마음속으로는 더욱 황공하고 불안했다.“앞으로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쓸모없는 이런 말로 나를 속이지 마!”“나 조의를 바보로 여기지 마. 나는 너희들에게 적당히 이용당할 수 있어. 그러나 절대 마지노선을 무너뜨려서는 안 돼!”조의는 지금 한성호에게 따귀를 몇 대 때리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그는 한성호가 진루한과 아무런 사적인 원한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독선적이어서 자룡각 안, 국왕 조의가 오늘 괴롭히는 것을 초래하게 되었다.“그동안 출근하지 말고 집에 가서 푹 쉬어.”“이 일이 결정되기 전에 너는 돌아올 필요가 없어.”조의가 설사 화가 난다 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20여 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비서, 충성스러운 비서 한성호를 어떻게 기꺼이 처벌을 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조의는 국왕으로서 이 규칙을 준수해야 했다. 자신이 만약 규칙을 깬다면 맞이하는 것은 조정 상하의 불만뿐만 아니라 체제의 손해도 있다.그래서 그는 지금 한성호를 집에 돌아가 쉬게 하고 몸을 조리하게 한 것은, 사실상 이미 권력을 빼앗은 것이다.한성호가 이 권리를 잃으면 그저 평범한 대신일 뿐이다.국왕 조의는 더욱 이번 기회를 빌어서 한성호에게 때로는 국왕이 너에게 권리를 줄 수도 있지만, 너의 수중의 권리를 회수할 수도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모든 것은 내가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너를 무겁게 할 수도 있고 뜨게 할 수도 있고, 결국 너를 굴복시킬 수도 있어.’‘두드려, 그냥 두드리는 거야.’한성호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는 국왕이 틀림없이 그에게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손
동강시, 리버파크 별장.소파에 앉은 진루안은 손에 과도를 쥐고 사과를 깎았고, 왔다갔다하며 초조한 표정인 양서빈을 웃으면서 바라보았다.양서빈은 뒷짐을 진 채 이미 거실을 100번도 넘게 왔다갔다했다. 그는 진루한의 이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루안 형님은 뜻밖에도 사과를 깎을 기분이 드는 거지? 설마 인터넷의 여론이 얼마나 불리한지 모르는 걸까?’‘그러나 하필 이렇게 위험할 때 루안 형님은 뜻밖에도 이렇게 침착해. 이건 정말 정상이 아니야. 정말 정상이 아니야.’“루안 형님, 때가 어는 땐데, 왜 조금도 서두르지 않습니까?”“전체 인터넷이 폭발한 것처럼 형님의 그 극악무도한 큰 죄를 토론하고 있는데, 하필 형님은 여기서 사과를 깎고 계세요.”양서빈은 실은 마음속의 초조함을 참지 못해서 진루한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루안 형님이 약간의 긴박감을 가지고 이 일을 대할 수 있기를 바랐다.‘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루안 형님을 맞이하는 건 정말 지위도 명예도 다 잃게 되는 거야.’‘그때가 되면 루안 형님이 가진 모든 것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심지어 생명의 근심까지 생길 거야.’‘상대방이 이때 손을 쓸 시기를 정확히 선택한 이상 이렇게 쉽게 루안 형님을 놓아줄 리가 없어. 루안 형님을 완전히 모욕하지 않고서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진루한은 양서빈이 지금 애가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도리어 웃었다.“너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거야.”“아이고 우리 루안 형님, 때가 어느 땐데 이 마음이 어떻게 가라앉겠어요!” 양서빈은 진루한의 이 말을 듣자 씁쓸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진루한은 고개를 저었다. ‘이 양서빈의 심경은 아직 더 향상되어야 해. 당사자인 나도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데 양서빈은 오히려 좀 정신이 없어.’물론 이런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진루한도 양서빈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히 연극을 하면서 일부러 자신의 호의를 얻은 것이 아니다.“일이 발생
게다가 이런 최고의 신선 같은 싸움은 양서빈을 더욱 방심하지 못하게 했다. 이 마음대로 그를 상대하는 데 썼다면 양서빈은 벌써 차갑게 식었을 것이다.즉 진루한과 같은 최고의 어른이야말로 이렇게 담담하고 태연자약하게 사과를 깎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찻잔을 내려놓은 진루안의 눈빛이 약간 굳어졌다. 닥치는 대로 또 핸드폰을 뒤졌다. 각종 포럼을 포함한 각 인터넷 매체에서는 1억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일을 토론했다. 현재 진루한의 유죄와 같은 의제는 이미 3억개가 넘는 평론을 받았다.그리고 많은 네티즌들은 꾸준히 청원하기 시작했다. 첫날, 용국에게 진루한을 엄벌해 달라는 청원이 시작되었다!청원이 시작된 이튿날, 계속 견지하여 용국에서 진루한을 엄벌할 것을 요청하였다.이런 가소롭고 서글픈 청원에는 일반 서민들의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불공평과 특권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노가 배어 있었다.그런데 최종 결과는 어떤가? 여전히 아무런 결과도 없을 것이다. 단순히 진루한을 겨냥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은 이미 손하림의 사람들에게 이용되었다.하나같이 스스로 공평하고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찍이 위의 큰 인물에게 명백하게 이용당하고도 전혀 몰랐다.결국 필요한 결과도 이들을 실망시킨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진루한은 이런 일에 직면해도 뜻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그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매번 서민들의 이장에 서서 될수록 이런 약소한 집단을 도와주었다.그러나 이번 일은 진루한으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가 비호하는 이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진루한이 서둘러 사형집행을 받아내지 못한 사람들을 미워하게 했다.어떤 사람은 실망하고 어떤 사람은 의기소침했지만, 더 많은 것은 분노였다.‘그래, 바로 분노야. 손하림이 권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우롱하고,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분노였어.’‘백성은 그들이 우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이용하는 매체도 아니야. 마찬가지로 음모에 피동적으로 참여한 사람도 아니야.’‘이렇게
“뭐 큰 일은 아니고, 동강시의 지난 몇 년 동안의 GDP 총액 데이터하고 올해의 GDP 데이터를 찾아줘!”“그리고 이 데이터를 가지고 드래곤 엔터테인먼트의 양청조를 찾아가서 그 산하의 여론 채널에서 이 보도를 하게 해!”양서빈은 진루안이 그에게 지시한 일을 듣고 약간 의아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이게 루안 형님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왜 루안 형님은 내게 이 일을 하라고 했지?’‘그러나 루안 형님이 하는 일마다 심사숙고한 일이니 아무 의의도 없는 일일 수는 없어.’이 때문에 양서빈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후 별장을 나서서 진루안을 위해 이 일을 처리하러 갔다.진루안은 양서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진루안의 얼굴에 미소가 더 많아졌다. 언뜻 벽시계를 보니 이미 아침 8시였다.새벽 4,5시부터 지금까지 꼬박 5시간 동안 진루안이 유죄라는 각종 실시간 검색어가 1위를 차지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스타의 스캔들 기사를 넘어섰다.이번에 상대가 진루안을 죽이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정말 안타까울 뿐이야...’진루안은 이런 인기가 일제히 어려워질 거라고 비웃었다. ‘비록 힘이 충분하고 보무도 당당한 기세라 해도, 이는 그들도 태양 아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이 귀신도 감히 튀어나와서 태양에 도발하는데, 만약 태양이 귀신들이 혼비백산할 지경까지 햇볕을 쬐게 하지 않는다면, 태양이 무능한 거 아니겠어?’서경아가 서재에서 나왔다. 이틀 동안 진루안의 일로 서화그룹에 가서 일할 기분이 아니기에 오늘은 줄곧 진루안과 함께 있었다.‘루안 씨의 상태는 아주 정상이야. 자포자기하면서 그렇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만해. 이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모르겠어.’“루안씨, 여론은 이미 점점 더 독해지고 있어요.” 진루안의 곁으로 다가간 서경아가 굳은 표정으로 진루안을 일깨웠다.그녀는 진루안이 정말 아무 저력도 없는 것처럼 이렇게 느긋하고 당황하지
“손하림이 확실한 거예요?” 서경아는 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루안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도 최상층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진루안이 지금 손 노인을 만나야 한다고 했으니, 이미 이번에 수단을 부리는 자가 손하림이라고 인정했음을 의미해.’그러나 서경아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런 최고급 대신도 이런 추잡하고 심지어 비열하기 그지없는 음모와 수단을 쓰는 거야?’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 사람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손하림은 분명히 그 안에 있을 거예요.”“경아 씨. 이 사람들을 너무 신성하고 위대하게 보지 말아요. 그들의 몸에는 원래 아우라가 없어요. 단지 여론과 지위가 그들이 빛을 발하게 만들었을 뿐이예요.”“모두가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어떤 차이점도 없어요.”“그들도 먹고 자고 싸요, 크게 욕할 줄도 아는데, 무슨 다른 점이 있겠어요?”“그들이 TV앞에서 단정하게 앉은 채 하나같이 위선적인 웃음을 짓고 있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진루안은 이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일찍부터 용국의 이런 조정을 꿰뚫어 보았다. ‘국왕 조의조차도 결함을 한 무더기 가지고 있지 않아? 다만 어떤 결함들은 아주 정상적이어서 개인이라면 이런 것들을 벗어날 수 없어.’서경아의 얼굴에는 문득 깨달은 기색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조정의 큰 인물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을 들었지만, 진루안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큰 인물도 작은 인물부터 시작하게 돼. 작은 인물이던 시기에 그들의 그런 암투에서 소인의 행위가 모두 남김없이 드러났다면, 그들이 큰 인물이 되었다 해도 이전의 어두운 과거의 일들은 그들이 한 것이 아니겠어?’‘아무도 감히 언급하지 않았을 뿐, 결코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야.’서경아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흥미가 없었다. 그는 단지 단순히 진루안이 이번에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만약 견딜 수 없다면 진루안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의 속성에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영화를 본 것 같았어.’‘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하필 이 기간에 모두 겪었어.’‘곧이어 내가 무사하다면 나를 기다리는 일이 많아.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전신대회야.’세어보면서 진루안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는지 알게 되었다.애초에 그가 다시 동강시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반 은퇴한 상태였다. 남은 삶을 평범하게 살면서 서경아의 손을 잡고 서로 사랑하면서 백년해로하고 싶었다.‘그러나 이런 비전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전혀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었어.’‘손씨 가문, 이 눈에 거슬리는 손씨 가문은 하필 짧은 시간에 소멸시킬 수가 없어.’‘북정왕 이광정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야.’‘똑같이 용국을 사랑하고 똑같이 대담하게 싸우는 젊은이야.’진루안은 그에게 탄복했지만, 애석하게도 하필이면 적수였다.‘이런 느낌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만약 이광정이 손하림의 배후에 있는 장손이 아니라면, 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이런 생각은 잠시 제쳐 두고, 진루안이 지금 대처해야 할 일은 역시 이 명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다.‘일단 내 명성이 철저하게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설 자리조차 없을 거야.’‘다행히 이미 내가 사전에 아주 상세하게 계획했어, 이번에 여론을 통해서 나를 무너뜨린다는 것도 내 예상에 있었어.’그는 많은 시나리오를 구상했고, 결국 그들은 여론전을 선택했다.“너희들이 이미 건드렸으니 내가 악랄하다고 탓할 수 없어!”“전해강, 너는 전광림의 아들이지만, 이번에는 너를 이번에 용납할 수 없어!”“그리고 곤성 정사당의 진복만, 간성 정사당의 방일재, 너희들이 머리를 드러낸 이상 내가 칼을 휘두르는 걸 탓하지 마!”진루안의 눈길은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차가웠다. 진루안의 곁을 지나던 승객들은 하나같이 무의식적으로 다리에 힘에 풀렸고, 진루안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채 황급히 떠났다.진루안은 이미 자신이 전용기를 몇 번이나 동원했는지 셀 수도
진루안은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지만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중년 남자는 진루안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그는 손하림 패거리가 손을 댄 이상 그들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그들이 손에 쥔 증거와 죄증만으로도 견딜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특히 진루안을 간절하게 쓰러뜨리고 싶어하는 각 성의 정사당 대신들은 이전에 모두 진루안에게 호되게 혼나고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회개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진루안에게 복수하려고 하니 더욱 그 죄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태교, 설마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분명히 자신의 말을 마음속에 두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부책임자의 한 명인 이태교는 시종 국외의 정보 업무를 책임졌다. 주한영과는 황금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이번에 본부에서 그를 소환한 것도 이번 위기에 대처해서 진루안을 보좌하도록 한 것이다.“아닙니다. 궐주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이태교는 고개를 저었지만 별로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로봇처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진루안은 그의 표현에 화를 내지 않았다. 이태교는 바로 이런 성격이었다. 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이 두 황금 파트너는 모두 냉담하고 무정한 표정에 차갑고 과묵했다. 그러나 일을 하게 되면 하나같이 대단했다.이태교는 스승 백무소가 말기에 발굴한 정보 파트의 인재였다. 만약 좀 더 잔혹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임페리얼 정보 파트의 책임자는 더 젊은 주한영이 아니라 바로 이태교였을 것이다.이태교는 일을 할 때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 더욱 잔인하고 살인도 적지 않기 때문에 국외의 그렇게 복잡다단한 정세에 더욱 적합했다.불과 수년 만에 이태교의 이름이 서방 국가 전체의 최고 유명 인사들과 권력자들의 귀에 울려 퍼졌고, 이태교라는 이름을 들으면 두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더욱이 세계정보대회에서 이태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