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범은 입을 열지 않았고 손에 들려 있는 시가가 반도 타지 않은 것만 보고 있었다. 두 부하가 처리를 했으니, 이제 다음이 더 중요했다. 시가를 다 피운 후에야 변백범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황보, 너 같은 하찮은 인간은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야.”“그래서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을 수 없어.”“너 최근에 무슨 짓을 했는지, 누구에게 미움을 샀는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아?”“아니에요! 전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았어요. 전 규칙대로 장사하는 사람이에요!”“그래? 그럼 내가 네 대신 잘 기억해볼게!”변백범은 말을 하면서 발로 황보의 얼굴을 걷어찼다.“퍽______”황보는 룸 벽에 몸이 부딪혀 입에서 이 몇 개를 직접 뱉어냈지만 그 순간 오히려 정신을 차렸다. 그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어코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고 하면 설은아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만약 설은아가 변백범 같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떻게 자기에게 협박을 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건 전혀 상식에 맞지 않다!“범 형님, 아니, 범 어르신, 틀림없이 분명 오해일 거예요. 사람을 잘못 찾으신 게 분명해요!”황보는 마늘을 찧듯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계속 절을 했다. 그는 정말 무서웠다. 변백범 부하들이 사람을 불구가 될 정도로 때리지는 않았지만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줄곧 높은 지위에서 부유한 생활을 누리며 살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는가? “그럼 네가 황보가 아니야?”변백범은 자기가 정말 사람을 잘못 찾을 줄 알고 궁금해했다.“맞아요!”“건축 원자재 하는 거지?”“네!”“그럼 맞네! 데려가!”변백범은 담담하게 말했다. “범 형님, 저를 데려 가실 수 없어요. 제 뒤에도 사람이 있거든요!”황보는 만약 변백범에게 끌려가면 자신의 결말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 때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 네가 빽이 있구나. 말해 봐. 혹시 내가 그 집안 사람을 몰라 봤을지도
새벽 2시, 하현은 스마트 밸리를 떠나 변백범의 거점에 도착했다. 황보는 지하실에서 끌려 나왔다. 그의 부상 정도가 가벼운 편은 아니었지만 하현이 보기에는 심각하지 않았다. 이때 황보가 일어설 수 있는 것을 보고 하현의 차가운 시선이 바로 변백범에게로 떨어졌다. 변백범은 벌벌 떨었고 황보에게는 말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변백범이 직접 황보의 배를 발로 걷어찼고, 그는 산지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몸이 땅에 내던져졌을 때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오해……”“범 형님, 이건 정말 오해예요!”황보가 웅얼거리며 말했다. 변백범이 어디 감히 하현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 수 있겠는가? 이때 그는 손을 드리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현 앞으로 나서며 오른 발로 천천히 황보의 얼굴을 누르며 차갑게 말했다.“너 오늘 설은아한테 뭐 했어?”황보는 잠시 멍해졌다. 설은아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때 그는 곤란해 하며 몸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누구세요?”“나 은아 남편인데.”하현이 말했다. 설은아의 남편?데릴사위 하현?이때 황보는 화를 냈다.“난 또 누군가 했네! 너 폐물 아니야!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너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는 내 눈에는 그냥 폐인처럼 보이는데.”“내가 마지막 기회를 주지. 마지막으로 한번만 묻는다. 너 설은아한테 무슨 짓 했어?”황보는 줄곧 약한 자는 업신여기고 강한 자는 두려워하는 사람이니 어찌 이 데릴사위 앞에서 무서워 할 수 있겠는가?비록 바닥에 누워있었지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폐물, 어르신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서 어르신 잠자리를 좀 돕도록 했어. 이게 뭐 어때서?”“어르신이 네 여자한테 친히 가줬으니 이건 너에게 영광이지!”“너는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해!”옆에서 변백범은 눈
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황보를 주시하다가 잠시 후 돌아서서 떠나고는 계속 손을 대지 않았다. 변백범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황보가 언제 이렇게 말을 잘했지? 하현이 생각지도 못하게 이렇게 도망가 버리다니?“세자, 저……”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저 사람 풀어 줘.”“왜요? 형수님한테 미운 털 박힌 거 아니에요?”변백범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세자께서는 안심하시고 저에게 맡겨 주세요. 깨끗하게 처리하겠습니다.”하현이 그를 힐끗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랑 그렇게 오래 일을 했는데도 머리가 안 돌아가?”“너 눈치 못 챘어? 황보는 그냥 폐물이야. 남원 원자재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무슨 능력이 있겠어? 반드시 뒤에 누군가 있는 거야.”하현이 말했다. “그게 소씨 집안 아니에요?”변백범이 말했다. “글쎄.” 하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소씨, 나씨, 최씨, 구씨 이렇게 4대 일류 집안은 분명 진퇴양난일 거야. 얼마 전 자신의 손에서 손해를 봤으니 하현의 계산에 따르면 이 4대 일류 가문은 쉽게 손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 네 가주들 중 누구도 바보는 없으니 기껏해야 자신을 역겹게 만드는 소소한 일 정도는 할 수 있어도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현은 지금 황보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은아를 겨냥한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이 점을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그가 며칠 더 활보하고 다니도록 해도 나쁘지 않았다. 맨 마지막에 가서 한번에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그럼 제가 지금 어떻게 하면 될까요?”변백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해했다고 하고 풀어주면 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30분 후 황보는 도시 외각의 한 길가에 버려졌다. 이때 그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늘에 30분 넘게 숨어 있다가 전화를 걸었다. ……남원 교외, 지하 마당. 이곳은 남원과 임성의 경계에 있는 회색 구역인 셈이다
“잘했어, 그 폐물은 나타났어?”하경원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폐물 이 두 글자를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는 것 같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하현에게 손을 대더라도 하경원은 감히 주변사람들에게 하현의 진짜 신분을 알리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어느 신분의 사람에게 내 놓아도 사람들을 놀래 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지금 그 폐물 말씀하시는 거예요!? 데릴사위 하현이요!?”“그 사람은 도련님이 예상하신 대로 확실히 나타나긴 했지만 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변백범이 저를 놔준 것도 그 사람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말씀 하신 대로 어느 큰 인물의 대변인일 가능성이 큽니다.”하경원을 약간 고개를 숙이고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뻗어 휠체어 손잡이를 가볍게 두드린 뒤 잠시 후에야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 사람은 신중해서 네 배후에 있는 사람이 소씨 집안이라고 최종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거든.”“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이 그에게 큰 선물을 하나 보내. 그와 소씨 집안이 절대 쉬지 못하게 해!”“네!”한 무리의 부하들이 모두 손을 드리우고 숙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경원 도련님은 역시 경원 도련님이시다. 지금 비록 불구가 됐어도 계략으로 천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 곧 누군가 하경원의 휠체어를 밀며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는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흰색 양복을 입고 다가와 손을 뻗어 황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황군, 경원 도련님이 우리에게 임무를 맡기셨으니 우리 잘 협력해 봅시다.”눈앞에 서 있는 한 분을 보자 황보는 벌벌 떨었다. 이 분은 비록 남원 길바닥 인물은 아니었지만 회색지대의 형님으로 사람들은 이 사람을 웃는 용이라고 부른다. “용 형님, 모두 분부대로 하겠습니다.”……회색지대 너머에는 렉서스 승합차 한대가 길가에 서 있었다. 문이 열렸고 한 켠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눈 앞의 아름다운
다음날 설은아는 아침 일찍 여느 때처럼 대모산 리조트 공사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텅 빈 공사장을 보며 인부도 없고 직원들도 오지 않아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제 하현이 오늘 모든 것이 쉽게 해결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제와 똑같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은아는 쓴 웃음을 지었다. 설은아, 설은아,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하현이 정말 그렇게 능력이 있었다면 어떻게 데릴사위가 될 수 있었겠어?때때로 은아는 하현이 도대체 어떻게 해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씨 집안에서 그런 비난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안색 하나 안 바뀔 수가 있을까?은아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을 바로 그 때 승합차 한 대가 도로변에 조용히 멈춰 섰고 차 안에서는 누군가 망원경을 들고 끊임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용 형님, 저기 설은아가 있습니다.”“가서 잡아와. 지금 다른 직원들은 아직 출근을 안 했네. 사람이 많아지면 처리하는 게 어려워져.”용은 담배를 물고 사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잠시 후 공사장 입구에 업무용 차량 한 대가 멈춰 서자 은아는 혹시 시공사가 왔나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았을 때 은아는 순간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건들건들해 보였고 딱 봐도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대도 경수 사람들도 아니었다. 대도 경수 사람들은 감히 자기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데 어찌 휘파람을 불며 걸어올 수 있겠는가?설은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약간 후회가 됐다. 이때 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을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 누구야? 여기 공사 현장인 거 몰라? 함부로 들어오면 경비원 부를 거야!”“미녀님, 형님들이 벌써 다 알아 봤습니다. 여기는 경비원이 없어요. 지금 근무시간이 아니잖아요!”“하지만 걱정 마세요.
“세자님, 이 일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변백범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현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길바닥 일은 자신이 나서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다. 변백범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했다. 게다가 하현은 이 일이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누군가 소씨 가문과 전쟁을 벌이려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 변백범이 떠난 후 하현은 우윤식을 찾아왔다. 우윤식은 지금 남원에서 전화 한 통이면 황보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우윤식이 차를 몰고 하현을 황보의 집 아래층까지 데려다 주었다. 황보는 지금 집에 있었다. 그의 곁에는 키가 큰 비서가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닦고 있었다. “황 사장님, 누가 이렇게 모질게 손을 댔어요? 말 해보세요. 제가 가서 한대 때려 줄게요!”비서가 간드러지게 입을 열었다. 황보는 껄껄 큰 소리로 웃으며 오른손으로 비서의 몸을 매섭게 내리치며 말했다.“멍청한 년, 네가 뭘 알아? 이런 걸 보고 와신상담이라고 하는 거야!”“너 어르신이 맞았다고 생각하지 마, 이 일을 마치고 나서 얻게 되는 이득은 네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야!”“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요?”비서는 황보에게 마시지를 하며 애교 있게 입을 열었다. “황 사장님, 지금 이미 남원 원자재 시장의 왕인데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어요?”황보는 평소 차분한 편이었지만 지금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만약 소씨 집안이 무너져서 남원 부동산 시장이 내 손에 떨어지게 되면 상상을 초월할 일 아니겠어?”여비서는 잘 버티고 있다가 이때 몸에 힘이 쫙 풀렸다. “왕 사장님 그때가 되면 저 잊지 마세요!”“그럼 당연하지, 어르신이 그때가 되면 너한테 별장 두 채를 선물해 줄게. 한 채는 살고, 한 채는 구경하고, 너는 즐기기만 하면 돼!”이때 황보는 정말 기뻤다. 오늘 일만 잘 성공하고, 앞으로 모든 일이 하경원의 계획대로 진행이 되면 자신이 윗자리에 오르는 것도 멀지
황보는 계획대로라면 설은아가 지금쯤 웃는 용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그는 머리를 부여 잡고 냉소하며 말했다.“폐물, 네 아내가 내통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네 아내가 잡혔으면 가서 네 아내를 찾아! 나한테 와서 뭘 하는 거야?”이때 황보의 키다리 비서도 걸어 나왔다. 그녀는 하현을 위협하며 말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우리 황 사장님을 감히 때리다니? 너 우리 황 사장님 전화 한 통이면 구역 수사반장이 너 잡아 간다는 거 몰라?” “내가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너희들이랑 쓸데없는 말을 할 마음이 없어.”“내가 한 마디만 더 묻겠는데 내 아내 설은아, 네가 사람 시켜서 잡아 간 거야?” 하현은 차디찬 기색이었다. “하현, 그렇게 말을 하려면 증거를 대야지! 나는 정직한 장사꾼이야! 그런 일은 할 수 없지!”“내 말 잘 들어. 네가 다시 나를 그렇게 비방하면 나도 똑같이 할거야!”황보는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이 약해져서 하현이 자신을 때렸던 것을 나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좋아, 내가 잠시 들어주지. 하지만 만약 이 일이 너랑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으면 나는 너를 아주 보기 흉측하게 죽일 거야.”“게다가 네가 내 아내를 건드린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일을 다 처리한 후에 다시 너와 결판을 낼 거야!”하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떠났다. 하현이 떠나는 것을 보고 황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문을 닫았다. “황 사장님, 저 사람 누구예요? 어쩜 이럴 수가 있어요! 맥주병으로 사람을 때려 눕히다니?”비서가 겁에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정신병이 있어. 상대하지 마. 내가 자리에 오르면 바로 죽여 버릴 거야!”황보는 지금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도 바보가 아니었다.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함부로 입을 놀려서 하경원이 준비해 놓은 것들
은아의 말에 웃는 용 뒤에 있던 몇 명의 동생들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설은아, 너 정말 여전히 주전부리가 되고 싶은 거야? 감히 용 형님을 협박하다니?”“요즘에도 이렇게 간이 큰 사람이 있다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우리 용 형님의 수법을 네가 본 적이 없구나. 그렇지 않았다면 너는 지금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용 형님, 보니까 이 계집애한테 너무 인자하신 거 같아요. 이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목숨만 반쯤 남겨두면 될 거 같은데요!” 이 건달들은 하나같이 악랄했다. 분명 그들은 이런 일들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웃는 용은 손을 내저으며 은아 앞으로 다가가 은아의 턱을 들어 올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야, 나 웃는 용이 길바닥에서 오랫동안 지내봤지만 나한테 이렇게 잔인한 말을 한 사람은 처음이야!” “너는 오래 사는 게 싫어?”“너 하 세자가 며칠 전에 청혼한 일 알고 있지?”은아는 하 세자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세자가 청혼한 상대가 누군지 나한테 말해 주고 싶어서 그래?”웃는 용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고 있으면 빨리 날 풀어줘!”은아는 조금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아하하하!”웃는 용은 배꼽이 빠지도록 크게 웃었다. 곧이어 그는 은아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더니 그녀를 내던졌다. “이 년아, 네가 감히 하 세자로 나를 협박하는 거야!? 너 정말 어르신이 너 때문에 놀랄 줄 알았어?”“하 세자가 너한테 청혼한 것은 맞지만 이미 네가 거절하지 않았어?”“너는 그렇게 큰 인물이 자기를 거절한 여자를 위해서 나설 거 같아?”“너는 생긴 건 멀쩡해가지고 어쩜 이렇게 멍청해? 이럴 때 네가 무릎 꿇고 나한테 좋은 오빠라고 부르면 마음이 약해져서 내가 너를 놔 줄 지도 모르지.”“근데 날 협박해? 너 죽고 싶어!”은아는 절망했다. 그녀는 웃는 용이 이 일들을 다 알고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