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서 사과 드립니다!”“이 사람들이 그들을 주저 앉혔는데요. 이것은 큰 선물입니다. 우리 천일그룹이 이제부터 강남의 하늘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우윤식은 평범하게 말했지만 말투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파랗고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아무 영향도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천일그룹을 돋보이게 했다. 결국 이들은 천일그룹이 간판을 내거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윤식은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고 이 사람들은 모두 연행되어갔다. 감히 하 세자의 천일그룹 중요한 행사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런 사람들은 어떤 신분의 사람이던지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 천일그룹이 강남이 하늘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그게 사실이었다. ……해변가 한 별장에서는 이때 파도가 하늘을 뒤덮을 듯 했다. 이곳은 하은수의 임시 거점이었다. 구현준, 소장경, 나성곤과 최가 할머니 등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구현준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은수 도련님, 이 일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이번에 도움을 청할 길바닥 거물들이 없어서 특별히 실력 있는 보안 업체를 찾아서 일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사람들로는 일이 되지 않았습니다!”나성곤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저희가 큰 돈을 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다 경찰서에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라고 자백을 하면 곤란해집니다!”최가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여러분, 그렇더라도 안심하세요. 우리 최가가 경찰서와 관계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놔줄 수 있어요. 놔줄 수 없으면 함부로 말을 안 하죠.”이 말을 듣고 구현준과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하 세자에 대해 다소 거리끼는 것이 있었다. 만약 어떤 꼬투리라도 잡히게 되면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최가가 이 진행중인 일을 잘 처리해서 조금
“다음에 만날 때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랍니다!”말을 마치고 하은수는 자리를 떠났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는 하 세자와 이 4대 일류가문이 싸워서 둘이 함께 망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그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깨뜨릴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이렇게 입을 연 것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하은수가 떠난 후에야 나성곤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여러분, 은수 도련님이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도 이렇게 질질 끌 수만은 없습니다. 어떤 일들은 하씨 집안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하 세자의 신분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를 해보셨어요?”다른 세 가주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우리가 많은 인맥으로 알아봤는데 도대체 하 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바로 이때, 최가 할머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전화를 받은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방금 제 아들 준이가 소식을 전해 왔는데요. 하 세자의 신분은 밝히지 못했지만 우윤식의 신분은 추적할 수 있다고 하네요!”“우윤식에서부터 시작해서 하 세자의 신분을 조사해 봅시다!”소장경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왜 하 세자의 비서인 이슬기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 겁니까?”최가 할머니는 냉소하며 말했다.“이슬기는 강남 1인자의 친손녀인 거 몰라요?”“어떻게 이슬기가 천일그룹의 비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겠어요?”나성곤은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말했다.“최 어르신, 이슬기의 신분이 확실한 이상 사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어르신의 손녀를 곁에 둘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또 하나, 이슬기와 그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해요. 만약 이슬기가 그와 어떤 남녀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손을 떼야 됩니다. 이 어르신이 있는 한 우리는 이길 수 없어요!”“꼭 그렇다고 만을 볼 수 없어
천일그룹.하현은 회장 사무실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현재 세 그룹을 합병한 이후 천일그룹의 경영에 몇 가지 곤란한 문제가 생겼다. 자금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일손이 부족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인재를 찾는 것이었다. 많은 일들은 하현이 직접 처리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현은 우윤식과 슬기 두 사람에게 대략적인 고용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3년 전 하현을 따랐던 원로들을 찾아라. 물론 그 당시 충성했던 사람들이어야 한다. 둘째, 되도록이면 빨리 인재들을 찾아서 비어있는 임원의 자리를 채워라.우윤식은 이때 조금 곤란해하며 말했다. “회장님, 저도 비록 집안을 돌본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큰 그룹은 제가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이 비서에게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슬기는 이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회장님을 돕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 힘에도 한계가 있어요. 회장님이 지금 자리에서 손을 떼시고 크고 작은 일들을 다 저에게 주시니 저는 바빠서 다 감당 할 수가 없어요!”이 두 사람의 하소연을 들은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천일그룹은 두 집안의 큰 그룹을 합병한 후 하나의 종합적인 그룹이 됐고, 더구나 원래 하씨 그룹과 왕씨 그룹의 일부 산업은 여러 곳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일들은 천천히 처리해야 해. 서둘러서는 안돼!”“이슬기, 너는 계속 나 대신 계속 회장의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해줘. 인사, 투자, 재무를 포함해서……”“우윤식, 너희 우씨 집안이 잘하는 건 쇼핑몰과 호텔에 투자하는 거잖아. 이건 원래 왕가가 중점적으로 경영하던 건데, 이 업무는 네가 책임져……”“다른 지방에 있는 산업들은……”하현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어서 말했다.“연경과 대구 쪽 산업은 당분간 그대로 둬……”“연경과 대구는 본토 가문 세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여러 세력이 얽히고 설켜서 섣불리 손을 댔다간 아마 강
“네!”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우윤식은 바로 군대식 경례를 했다. 하현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오니 재석과 희정이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하현이 돌아오자 집안 분위기는 더욱 긴장이 팽팽해졌다. 분명 그들은 하 세자 청혼을 두고 또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을 것이다. 유독 설유아만 한쪽 구석에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 세자는 형부고, 형부는 하 세자고. 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어째서 털어 놓지 않는 거야!하현이 돌아온 것을 보고 설유아는 다정하게 달려와 하현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형부, 돌아왔네요! 형부가 안 왔으면 싸웠을 거예요!”“유아야, 하현한테서 떨어져!”재석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부라렸다. 희정도 하현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너 가서 뭐했어?”“빨리 썩 꺼져, 우리는 며칠 더 럭셔리하게 보낼 거야!”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만약 그가 몇 년 동안 지내면서 장인 장모의 태도를 신경 썼다면 그는 벌써 화가 나서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은아가 있은 쪽으로 가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위로하며 말했다.“은아야, 화내지 마. 부모님도 다 너 잘 되라고 하시는 거야.”은아는 이번에 더 화가나 하현을 흘겨보며 말했다.“너도 나 화내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우리 엄마 아빠가 나보고 하 세자한테 시집 가라고 하는데 그게 날 위한 거라는 거야?”하현은 무고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널 위한 거야. 나랑 결혼을 하든 하 세자랑 하든 어쨌든 결국엔 나랑 결혼하는 거잖아.은아가 또 화내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은아야, 오늘 내가 행사가 끝날 때 한 가지 일을 들었는데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원래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하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참지 못하고 무의식적
다음날 이른 아침. 설은아 일가는 차를 몰고 설가 별장으로 갔다. 별장에는 설가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다. 어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천일그룹이 오늘 방문하기로 했으니 그들은 걱정이 돼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망했어. 이번엔 천일그룹이 우리 설씨 집안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아이고, 예물을 돌려 보내라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이건 예물이야! 바로 우리 거라구!”“맞아! 애초에 우리가 기를 쓰고 받아내려고 한 것도 아닌데 우리한테 억지로 보냈잖아.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돌려 달라니 이게 무슨 경우야!”설씨 집안은 오늘 천일그룹이 방문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았기에 모두들 달갑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개인적으로 가져간 예물을 다시 돌려 주고 나면 정말 집안이 거덜 날 수도 있다. 어떤 좋은 물건들은 이미 싸게 팔아버렸고, 다시 돌려받으려면 당시 팔 때 가격의 열 배를 물어줘야 했다. 이때 돼지 머리처럼 얼굴이 퉁퉁 부은 설지연이 침울하게 아무 소리도 없이 옆 문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설씨 가족들은 무자비하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이게 다 설지연 때문이야! 지연이가 계속 말끝마다 이 예물들이 자기 거라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그렇게 함부로 하지 않았을 거야!”“맞아! 조금도 자신을 몰라. 이렇게 기가 센 여자를 하 세자가 좋아하겠어?”“온 종일 그렇게 꿈을 꾸고 있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한테 까지 피해를 입히다니! 난 정말 지연이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이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분명 설지연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했다. 이 말들을 듣고 설지연의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 졌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 사람들은 자기 앞에서 필사적으로 무릎을 꿇고 아부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 사람들은 자신을 짓밟지 못해 안달이 났다. 설씨 가문 사람들은 힘있는 사람들에게 아부하며 빌붙는 것이 이미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경에 다다랐다. 바로 이때 설은아 일가
은아는 담담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녀의 마음속에는 참을 수 없는 뭔가가 있었지만 이때 표현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희정은 어제 설씨 집안에서 쫓겨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때 그녀가 냉소하며 말했다.“당신들, 정말 낯짝이 철판보다 두껍네!”“어제 아침 여기서 당신들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나?”“내가 기억나게 해줄까?”“하루도 안돼서 자기들이 한 말을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여기다니, 당신들 정말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설씨 집안 사람들은 이 한 마디에 사래가 들렸고 하나같이 안 좋은 기색이었다. 어제 설은아 일가보고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할 때는 그렇게도 시원해 했지만, 지금은 너무 답답해했다. 결국 설씨 어르신은 거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재석아, 희정아, 아버지가 너희들에게 부탁하는 셈치자!”“너희들 어른이잖아!”“전엔 내가 똥에 눈이 멀었었어. 나도 속은 거야!”“이제야 설씨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어!”“내가 맹세할게. 너희 집안이 돌아오기만 하면 모두 은아가 하는 일을 지지하도록 할게!”“그리고 너희들 설마 이 폐물을 쓸어버릴 생각이 없는 거야? 이제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아?”“만약 하 세자의 장인 장모가 되면 너희 둘은 강남을 누비고 다닐 수 있어!”앞의 말을 들었을 땐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들은 설씨 어르신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한 말을 반만 믿어도 그에게 휘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뒷말이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어젯밤 집에 돌아 와서도 이 일로 싸웠기 때문이다. 지금 이 두 사람은 순간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하 세자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는 우리 부모님이 관여할 일이 아니에요.”갑자기 설은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원래 모진 마음을 먹지 못했었다. 그러나 설씨 어르신의 태도가 오히려 그녀로 하여금 이 설씨 집안에 대해 완전히 단
“너……”하현 때문에 사래가 들린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설민혁은 바로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우리가 다 써버렸다고 쳐도 그게 뭐 어때서? 일개 데릴사위가 이런걸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해? 웃기는 소리 하지마!”“너는 매일 우리 배설물이나 먹고 마시는 주제에 감히 어디서 이런 말을 해? 너나 잘해.”설민혁은 지금 조금 무너진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지금 그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목숨을 건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설씨 집안의 주인은 설씨 어르신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떠맡기면 된다. 설민혁은 정말 두려울 게 없었다. “나중에도 지금처럼 네가 성질을 부릴 있다면 좋겠다.”하현이 미소를 지었다. “쳇! 하현, 너 내가 웃음거리가 되는 걸 보고 싶은 거야? 꿈도 꾸지 마!”“나 설민혁이 누구냐? 나 같은 사람은 쌀 서 말로 굽실거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네가 어떻게 나를 비웃을 수 있겠냐?”“넌 내가 너 같은 폐물인 줄 알아!”설씨 어르신이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니 설씨 집안에서 가장 기개가 있는 사람은 과연 설민혁 인 거 같다. 설씨 집안이 이미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은 분명했지만 그는 여전히 이런 기개가 있었다. 그러던 중 별장 입구에 갑자기 렉서스 크로스오버 차량이 줄지어 서더니 곧이어 우윤식이 일행을 데리고 설씨네 별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우윤식은 다소 숙연한 얼굴로 멀리서 하현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우윤식이 오는 것을 보자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그들은 어제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당연히 우윤식을 알고 있었다. 이때 우윤식이 설씨 집안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원래 조금 겁에 질려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은 이때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하나같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우윤식은 천일그룹의 부회장으로 천일그룹에서 만 명 이상을 거느리고 있다고
우윤식이 공손하고 깍듯하게 인사를 하길래 마음에 조금 안심이 되었었다. 그러나 내뱉은 말은 너무나 잔인했다. 분명 설씨 집안 사람들을 잡아 죽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우윤식이 공손했던 건 하현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어찌 이렇게 교양 있고 예의 바르게 할 수 있었겠는가?설씨 어르신은 이때 마지못해 웃으며 말했다.“우 대표님, 농담이시죠? 천하에 예물을 다시 거둬 들이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어제 은아가 세가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세자가 예물을 회수하겠다는 겁니까?”“만약 그렇다면 저희에게 3일, 아니, 아니, 아니, 하루의 시간을 주세요. 저희가 반드시 은아의 승낙을 받아 내도록 할게요!” “필요 없습니다!”우윤식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세자께서 은아 아가씨와의 혼사는 두 분 사이의 개인적이 일이라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당신들 설씨 집안은 이미 은아 아가씨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예물은 당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제가 예물을 회수하러 온 건은 세자의 뜻입니다.”설씨 어르신은 몸이 흔들리더니 까무러칠 뻔 했고 얼굴은 비할 데 없이 창백해졌다. 그는 원래 우윤식의 태도가 공손해서 자신이 설은아를 하 세자와 결혼 시키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다. 상대방은 설은아가 시집을 갈지 말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물을 반납하는 문제의 핵심은 설은아가 이미 설씨 집안과 반푼어치도 관계가 없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설씨 집안은 설은아의 예물을 받을 자격이 전혀 없었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설씨 어르신이 우윤식의 태도를 보았을 때 설씨 집안은 이 여세를 몰아 여전히 남원은 물론 강남 전역에서 상류층이 될 수 있을 거라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이 아름다운 꿈은 아직 펼쳐보지도 못한 채 우윤식에 의해 무자비하게 무너졌다. 이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