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상태로는 차마 볼 수가 없었다!보고 앉아 있다가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이 굳이 가려 하자 은아는 어쩔 수 없이 따라 가야 했다. 하현은 비록 아직 일이 남아있었지만 먼저 지금은 그들과 함께 일어나 백원외원 정문으로 가서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설은아 일가가 밖으로 나왔을 때 생각지도 못하게 이미 버려진 설씨 가족들이 이때 가지런한 모습으로 길 한 켠에서 걸어 나왔다.“너희들 원하는 게 뭐야? 우리 일가는 이제 설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은아는 설씨 어르신과 사람들이 아직도 자기 집안을 귀찮게 하려고 하는 줄로 생각하고 재석과 희정의 앞을 가로 막으며 입을 열었다. 이때 좀 먹은 얼굴을 한 설씨 어르신이 웃음을 짜내며 말했다.“은아야, 전에는 할아버지가 실수했어! 할아버지도 이 멍청한 지연이에게 속아 넘어갔던 거야!”“지금 할아버지가 먼저 지연이를 가르치고 너 대신 혼내줄게!”말을 마치고 은아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설씨 어르신은 벌써 손을 흔들었다. 설동수와 설민혁이 창백한 얼굴의 설지연을 앞세우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설씨 어르신은 뺨을 한대 후려쳐 설지연의 이빨을 모두 날려 버렸다. 그리고 나서 그는 계속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은아야, 할아버지가 너 대신 혼내 주는 거 봤지!”“만약 네가 만족하지 못하면 네가 직접 손을 대도 돼. 죽이지만 않으면 이 일은 할아버지가 다 책임질게!”은아는 복잡한 얼굴이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설지연을 보며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한 식군데 됐어요.”하현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의 성격상 이런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은아가 이미 입을 열었으니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아가 고집을 부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설씨 어르신은 전에 하현이 서명한 그 계약서를 꺼내 은아 앞에서 찢어 버린 후 웃으며 말했다. “은아야, 봤지? 너는 여전히
만약 설씨 어르신이 은아의 마음을 바꿀 수만 있다면 그들은 분명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마음이 조금 흔들렸던 은아는 이때 안색이 변하며 천천히 말했다.“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라면 제가 설가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하현과 이혼하고 하 세자에게 시집 하는 거 아닌가요?”설씨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아야, 너 함부로 말하지 마. 할아버지가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은아는 순식간에 더할 나위 없이 싸늘해진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설씨 집안 주인님, 이 조건은 제가 허락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우리가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한 이상 설씨 집안과는 인연이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은아는 더 이상 설씨 어르신을 쳐다보지 않고 발길을 돌려 떠났다. 지금 그녀는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결국 무슨 의도였는지 알아차린 셈이다.설씨 가족은 식구들의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그들의 이익뿐이다. 만약 오늘 하 세자가 청혼한 사람이 설지연이었다면 어르신이 여전히 이렇게 나왔겠는가?아니다!아닐 뿐만 아니라 함께 나서서 그들 일가를 완전히 짓밟아 죽였을 것이다!이런 가문은 지체 없이 끊어내야 한다!“이건……”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아는 지금 단단히 화가 나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이때 재석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나는 은아가 다시 잘 생각했으면 좋겠어. 너 따라오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하현이 웃었는데 그도 원래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이때 그는 돌아서서 백원외원으로 들어가려고 했다.“퍽______”바로 그때 뒤에서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하현의 등에 떨어졌다. 돌을 던진 사람은 설씨 어르신이었다. 지금 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었다.“이게 다 너 같은 쓰레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은아는 우리 설가를 떠나지 않았을
그들 대부분은 이미 남원에 부동산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그 예물은 개인적으로 사용해버렸다. 지금 그들에게 다시 뱉어내라고 하면 그야말로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었다!“할아버지, 이거 어쩌죠!? 우리 완전히 파산하는 건 아니겠죠! 밥 생각도 없네요!”민혁은 평소 같은 부잣집 기운이 없어졌다. 이때 그는 곧 무너질 것 같았다.“잘못을 인정하고 처분을 기다려야죠. 지금 유일한 방법은 은아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뿐이에요!”“그렇지 않으면 설씨 집안은 끝장이에요!”하현이 백운외원으로 홀로 돌아오자 오늘 행사의 두 번째 순서가 벌써 준비되어있었다. 첫 번째 순서는 은아에게 청혼을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자산 합병식이었다. 현재 각 언론사 기자들이 모두 도착해 조용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방금 하 세자가 청혼에서 거절당한 일보다 더 떨리는 일이었다. 하현은 원래 계획대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은아를 데리고 올라가 무대에서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라고 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은아가 이미 하 세자의 청혼을 거절한 이상 자신이 나서는 것은 무의미했다. 그래서 하현은 이 모든 주도권을 우윤식에게 맡겼다.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우윤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무대위로 올라갔다. 이때 하현은 주변에 신비한 인물들이 많이 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람들은 남원의 일류 가문에서 파견된 사람들이었다. 하 세자의 청혼을 보고 싶다는 것을 핑계 삼아 사실은 하 세자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오늘 실패할 운명이었다. 시간이 다 되어 무대에 있던 우윤식이 손뼉을 치자 강남의 큰 거물 두 사람이 창백한 얼굴로 무대 단상에 올랐다. 하나는 하씨 가문 산하 하씨 그룹의 총 매니저였고, 또 다른 한 사람은 하민석 대신 왕씨 그룹을 관리하던 곽양택이었다. 지금 이 두 사람의 안색은 비할 데 없이 안 좋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 세자는 하 세자이고, 하씨 가문은 하씨 가문이니 앞으로는 하 세자와 하씨 가문을 동일시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아주 듣기 좋은 소식이었다. 한편으로는 천일그룹은 확실히 하 세자가 설립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하 세자와 하씨 가문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천일그룹이 하씨 가문을 삼킨 것은 또 뭘 말해 주는가?우윤식은 직접 대답하지 않았고 기자들이 스스로 맞춰 보도록 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들 결국 하 세자가 대단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곧 기자들의 질문이 끝났다.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천일그룹이 새롭게 간판을 달고 설립되는 것이었다.이 새 간판을 걸어야 오늘의 의식이 끝나는 셈이다. 그런데 우윤식이 간판을 들려고 하는 순간 홀 중앙에서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무리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왔다. 마스크를 쓴 채 손에는 쇠 파이프와 회칼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앞장 선 남자가 이때 냉소하며 말했다. “천일그룹이 간판을 내걸고 출범을 하겠다고? 우리 없이 그렇게는 못하지!”“부숴버려! 아무것도 남겨두지 말고!”이 남자의 폭음과 함께 사방에서 1, 2백명의 사람들이 사나운 기세로 손을 쓰려고 했다. 현장에 있던 귀빈들은 몹시 놀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분명 이 길바닥 사람들이 이 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였다. 천일그룹이 간판을 내거는 의식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이렇게 하면 방금 자산을 합병한 천일그룹의 체면을 구길 수 있고 소위 하 세자를 망신시킬 수 있다. 지금 1, 2백명의 사람들이 매섭게 들이 닥쳐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군중들과도 가까워졌다. 이때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 광경을 보고 스태프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앞장 선 스태프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제가 여기서 사과 드립니다!”“이 사람들이 그들을 주저 앉혔는데요. 이것은 큰 선물입니다. 우리 천일그룹이 이제부터 강남의 하늘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우윤식은 평범하게 말했지만 말투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파랗고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아무 영향도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천일그룹을 돋보이게 했다. 결국 이들은 천일그룹이 간판을 내거는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우윤식은 직접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고 이 사람들은 모두 연행되어갔다. 감히 하 세자의 천일그룹 중요한 행사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런 사람들은 어떤 신분의 사람이던지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오늘의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 천일그룹이 강남이 하늘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그게 사실이었다. ……해변가 한 별장에서는 이때 파도가 하늘을 뒤덮을 듯 했다. 이곳은 하은수의 임시 거점이었다. 구현준, 소장경, 나성곤과 최가 할머니 등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구현준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은수 도련님, 이 일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이번에 도움을 청할 길바닥 거물들이 없어서 특별히 실력 있는 보안 업체를 찾아서 일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 사람들로는 일이 되지 않았습니다!”나성곤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 저희가 큰 돈을 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다 경찰서에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라고 자백을 하면 곤란해집니다!”최가 할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여러분, 그렇더라도 안심하세요. 우리 최가가 경찰서와 관계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놔줄 수 있어요. 놔줄 수 없으면 함부로 말을 안 하죠.”이 말을 듣고 구현준과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하 세자에 대해 다소 거리끼는 것이 있었다. 만약 어떤 꼬투리라도 잡히게 되면 편히 잠자리에 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최가가 이 진행중인 일을 잘 처리해서 조금
“다음에 만날 때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랍니다!”말을 마치고 하은수는 자리를 떠났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는 하 세자와 이 4대 일류가문이 싸워서 둘이 함께 망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그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깨뜨릴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이렇게 입을 연 것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하은수가 떠난 후에야 나성곤이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여러분, 은수 도련님이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도 이렇게 질질 끌 수만은 없습니다. 어떤 일들은 하씨 집안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하 세자의 신분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를 해보셨어요?”다른 세 가주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우리가 많은 인맥으로 알아봤는데 도대체 하 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어요.”바로 이때, 최가 할머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전화를 받은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 방금 제 아들 준이가 소식을 전해 왔는데요. 하 세자의 신분은 밝히지 못했지만 우윤식의 신분은 추적할 수 있다고 하네요!”“우윤식에서부터 시작해서 하 세자의 신분을 조사해 봅시다!”소장경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왜 하 세자의 비서인 이슬기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 겁니까?”최가 할머니는 냉소하며 말했다.“이슬기는 강남 1인자의 친손녀인 거 몰라요?”“어떻게 이슬기가 천일그룹의 비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겠어요?”나성곤은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말했다.“최 어르신, 이슬기의 신분이 확실한 이상 사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 어르신의 손녀를 곁에 둘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또 하나, 이슬기와 그와의 관계를 확실히 해야 해요. 만약 이슬기가 그와 어떤 남녀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손을 떼야 됩니다. 이 어르신이 있는 한 우리는 이길 수 없어요!”“꼭 그렇다고 만을 볼 수 없어
천일그룹.하현은 회장 사무실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현재 세 그룹을 합병한 이후 천일그룹의 경영에 몇 가지 곤란한 문제가 생겼다. 자금 면에서는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일손이 부족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인재를 찾는 것이었다. 많은 일들은 하현이 직접 처리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현은 우윤식과 슬기 두 사람에게 대략적인 고용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3년 전 하현을 따랐던 원로들을 찾아라. 물론 그 당시 충성했던 사람들이어야 한다. 둘째, 되도록이면 빨리 인재들을 찾아서 비어있는 임원의 자리를 채워라.우윤식은 이때 조금 곤란해하며 말했다. “회장님, 저도 비록 집안을 돌본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큰 그룹은 제가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이 비서에게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슬기는 이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회장님을 돕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 힘에도 한계가 있어요. 회장님이 지금 자리에서 손을 떼시고 크고 작은 일들을 다 저에게 주시니 저는 바빠서 다 감당 할 수가 없어요!”이 두 사람의 하소연을 들은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천일그룹은 두 집안의 큰 그룹을 합병한 후 하나의 종합적인 그룹이 됐고, 더구나 원래 하씨 그룹과 왕씨 그룹의 일부 산업은 여러 곳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일들은 천천히 처리해야 해. 서둘러서는 안돼!”“이슬기, 너는 계속 나 대신 계속 회장의 일상적인 일들을 처리해줘. 인사, 투자, 재무를 포함해서……”“우윤식, 너희 우씨 집안이 잘하는 건 쇼핑몰과 호텔에 투자하는 거잖아. 이건 원래 왕가가 중점적으로 경영하던 건데, 이 업무는 네가 책임져……”“다른 지방에 있는 산업들은……”하현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어서 말했다.“연경과 대구 쪽 산업은 당분간 그대로 둬……”“연경과 대구는 본토 가문 세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여러 세력이 얽히고 설켜서 섣불리 손을 댔다간 아마 강
“네!”주위에 사람이 없으니 우윤식은 바로 군대식 경례를 했다. 하현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오니 재석과 희정이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는데 조금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하현이 돌아오자 집안 분위기는 더욱 긴장이 팽팽해졌다. 분명 그들은 하 세자 청혼을 두고 또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을 것이다. 유독 설유아만 한쪽 구석에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 세자는 형부고, 형부는 하 세자고. 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어째서 털어 놓지 않는 거야!하현이 돌아온 것을 보고 설유아는 다정하게 달려와 하현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형부, 돌아왔네요! 형부가 안 왔으면 싸웠을 거예요!”“유아야, 하현한테서 떨어져!”재석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부라렸다. 희정도 하현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너 가서 뭐했어?”“빨리 썩 꺼져, 우리는 며칠 더 럭셔리하게 보낼 거야!”하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만약 그가 몇 년 동안 지내면서 장인 장모의 태도를 신경 썼다면 그는 벌써 화가 나서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은아가 있은 쪽으로 가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위로하며 말했다.“은아야, 화내지 마. 부모님도 다 너 잘 되라고 하시는 거야.”은아는 이번에 더 화가나 하현을 흘겨보며 말했다.“너도 나 화내게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우리 엄마 아빠가 나보고 하 세자한테 시집 가라고 하는데 그게 날 위한 거라는 거야?”하현은 무고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널 위한 거야. 나랑 결혼을 하든 하 세자랑 하든 어쨌든 결국엔 나랑 결혼하는 거잖아.은아가 또 화내는 모습을 보고 하현은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은아야, 오늘 내가 행사가 끝날 때 한 가지 일을 들었는데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원래 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하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참지 못하고 무의식적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