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채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지애는 멍해졌다.양지수 조차도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 보안 요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들 하나 같이 얼이 빠져있었다. 왜냐하면 하현에게 공손하고 깍듯하게 인사한 중년의 남자는 다름 아닌, 바로 남원 타워의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남원 타워의 주인과 다름없는 사장이 이 남자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굴다니.관건은 그의 뒤편에 서 있던 사람이 봤을 때, 그의 등은 식은 땀으로 옷을 다 적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현이 방금 남원 책임자가 3분안에 올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 3분도 안돼서 굴러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심지애가 하현 앞에서 거만하게 굴었었다면, 지금은 그들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 테두리 안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 앞에서는 그들이 특권을 가지고 있었고 거만하게 굴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자들 앞에서 그들은 정말 광대일 뿐이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원 타워의 이 고위 임원들 앞에서도 그들은 깍듯하게 대해야 했다. 그럼 남원 타워의 고위 임원들도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신분이란 말인가?지금 이 순간, 채곤과 사람들은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자들 앞에서 그들이 아무리 명성이 있다 한 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사람들은 전부 스폰서들이다! “1분 늦었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남원 타워 사장은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지금 떨면서 말했다.“회…… 회장님, 늦었습니다. 하지만 보셨다시피 오늘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제가 도저히 밀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장이 이렇게 입을 열자 다른 고위 임원들도 하나같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남원 타워도 천일 그룹의 산하 기업 중 하나인데, 만약 방금 전까지 이 임원들이 이 젊은이가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를
충격! 쇼크!채곤이 뜻밖에도 갑자기 화를 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스타는 어디를 가든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몇 회장이 그를 대변인이나 뭐로 부른다 해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하현 이 회장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현이 웃었다. “네가 없으면 이 곳에 사람이 없을 거 같아?”“네 말 한마디에 네 팬들이 여기를 부술 수 있을 거 같아?”“너 나를 협박하는 거야?”“내가 당신을 협박한다고? 당신 보기보다 멍청하네?”채곤이 욕설을 퍼부었다.“재미있네.”하현이 빙그레 웃으며 사장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한가지 물어 보자. 누가 여기를 이 사람들에게 사용하라고 빌려준 거야……?”사장은 식은 땀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세를 놓진 않았고…… 그들에게 사용하라고 빌려 줬어요……”“그 말은, 공짜라는 얘기야?”“네.”“계약서 있어?”“아니요……”사장은 얼떨떨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하현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당인준에게 전화를 걸어 비웃으며 말했다.“당군, 어떤 사람들이 남원 타워 쇼핑몰을 강제로 점령하고 사람들이 내 판을 깨려고 하는데 네가 와서 정의롭게 행해야 하지 않겠어?”“뭐요!? 당장 가겠습니다!”당인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현과 당인준의 대화를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 채곤은 그저 웃었다. “누구를 겁주는 거야? 정의를 찾는다고 사람을 불러? 경찰서 사람이 나를 잡으러 온다 해도 내 팬들이 경찰서까지 부숴버릴까 두렵지 않아?”“내가 지금 기회를 줄 테니 그만하고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일 내 팬들을 불러서 불매운동을 시켜서 당신이 할 일이 없게 만들 테니까!”채곤은 자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말투에서도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 ……몇 분 후
곧 당인준은 훈련을 잘 받은 군사 십 여명을 데리고 무대 앞으로 달려 왔다. 한 무리의 스타들이 놀란 눈으로 하현 앞으로 나왔다. 당인준은 하현을 알기에 경례를 하고도 입을 열지 않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채곤과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분명 지금 이순간 하현이 한 마디 명령만 하면 이 사람들은 바로 잡힐 것이다. 군단?정말 군단 사람인가?방금 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해 하던 채곤은 지금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 분이 그저 단순한 회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렇게나 건 전화 한 통에 군단 사람들이 와서 현장을 봉쇄했고, 지금은 더욱 그의 팬들을 하나 둘씩 데리고 나가고……이때 그는 사람들에게 쇼핑몰을 부수라고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기 몸 하나 빠져 나오기도 힘들 것 같았다. 군단 사람은 경찰의 수사 기관과는 달랐다. 수사 반장은 여론에 신경을 쓰겠지만, 군단 사람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명령만 있을 뿐이었다. 이 분, 도대체 정체가……바로 이때, 채곤은 찌질해졌다. 정말 찌질했다. “이 녀석들 다 괜찮네……”하현은 이 군사들이 입단 심사를 위해 온 무리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다.이전에 하현을 본적이 있었기에 이 군사들도 하현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하현 앞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흠모의 빛이 가득했다. 하현의 신분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채곤과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쇼핑몰을 부순다고 하지 않았어? 팬들에게 보이콧을 호소해야 하지 않아? 이제 내가 너한테 손 쓸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어때?”“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정말 여기를 부순다 해도 네가 감히 나한테 어떻게……”채곤은 벌벌 떨면서도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현이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당군, 만약 어떤
하지만 곧이어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부탁한 건 내 신분이 네 신분보다 높고, 지위가 높고 힘이 있기 때문이야. 맞지?”“네네네, 그거야 당연하죠……”심지애는 굽실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내가 만약 이런 신분과 지위가 없었다면 오늘 당신들에 의해서 나는 경찰서로 보내지지 않았을까?”“만약 내가 일반 사람이었다면 쇼핑몰 문을 나설 힘도 없었을 거 아니야?”“주류도 아니면서 광대 몇 명이 제멋대로 날뛰면서 자기를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다니!?”“약한 자는 업신여기고 강한 사람은 무서워하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 남신이고 여신이라고?”“그러면서 특권을 얘기해? 요즘은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모든 사람들이 너희들같이 행동하면, 작은 일을 하면서도 자기를 왕이라 여기면 이 사회는 모두 난장판이 되지 않겠어!?”“너희들이 활동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너희들이 팬을 만나는 것도 괜찮고……”“하지만, 너희들이 모든 곳을 봉쇄할 필요가 있어? 이게 당연한 일이야?”“너희들은 정말 현장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의 잘난 얼굴을 보러 왔다고 생각해?”“많은 사람들이 모처럼 쉬면서 밥도 먹고 쇼핑도 하려고 하는데 왜 다들 당신들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쇼핑도 못해야 돼?”“특권을 쓰겠다면 나는 군소리 없이 너희들이 사적으로 상점을 점유한 책임을 추궁해서 직접 너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겠어. 너희들은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더 심한 건 너희들이 분명 잘못을 했는데도 쇼핑몰을 부수겠다고 협박하고 인터넷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거야.”“너희들은 너희들이 누구라고 생각해? 순진한 팬들을 이용해서 불미스러운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거지?”“소위 아이돌이란 모든 팬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너희들이 볼 때 이런 점에서 너희들이 어디가 아이돌인거 같아?”“자신이 스스로 높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면서 높은 사람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감히 이것저것 부리려고 하다니! 너희들 부끄럽지
마침내 하현은 채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되려면 말 한대로 해야 되는 거야. 내 쇼핑몰을 부수고 싶으면 손을 대. 감히 말을 해놓고 행동하지 않으면 너는 여자나 다름 없어!”채곤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눈가에는 경련이 일었다.그가 꽃미남 인 건 맞지만 가장 거리끼는 것이 누가 그에게 여자 같다고 부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분이 이렇게 입을 열었으니 그는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굽실거릴 뿐이었다. 마침내 하현은 떠났고 회전식당으로 달려가 밥을 먹었다. 더 이상 먹지 않으면 정말 배가 고파 죽을 것이다. 당인준도 팀을 데리고 떠났고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쇼핑몰은 빠르게 원래의 질서를 회복했다. 곧 설유아도 회전식당으로 달려가 하현을 찾았다. “형부, 방금 못 봤죠. 어떤 큰 인물이 온 것 같았어요. 그가 밖으로 나가려는데 그 보안 요원들이 막았거든요!”“그리고 나서 그 사람이 공연을 중단시켰고 그 뒤로 내 아이돌들을 볼 수 없게 됐어요.”방금 설유아도 군중 속에 있었기 때문에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 “그들은 싸구려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설유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그들을 내버려둬요……”“형부, 듣기로 그 거물이 20대 초반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그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라던데 누군지 알아요?”“바로 나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형부, 됐어요. 형부가 대단한 건 알지만 형부는 다른 사람들이랑은 비교가 안 되죠!”“그럼 말 한 마디로 당도대의 당 군단장을 불러올 수 있는 사람인 거네요!”“나 당도대 입단 심사식에 참석한 적 있는데……”“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방금 그 젊은이는 분명 군단의 큰 인물일 거예요……”“만약에 내가 그 사람을 알 수 있었다면 아마 나는 출세할 수 있었을 텐데……”설유아는 아쉬운 표정으로 큰 인물을 만날 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했다.이 말을 한 후 설유아는 다른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참
“그가 특별히 우리에게 초대장을 보냈는데, 우리가 가지 않으면 안되죠!”류승태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그때 같이 가요.”당인준이 말했다. 곧 하씨 집안 쪽은 당인준이 할머니 생신 잔치에 참석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하태규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늙은이의 얼굴이 조금 효과가 있네……”“비록 당인준은 군단장일 뿐이었지만 당도대는 강남 군단의 핵심이자, 혼이었다……”“당인준이 우리 하씨 집안에 온다는 것은 강남 군단이 하씨 가문을 중요시 하고 있다는 뜻이야……”“이번 잔치 이후에 우리 하씨 집안은 3년 전의 영광을 다시 보게 될 거야!”하민석이 웃으며 말했다.“축하합니다. 축하 드려요……”“다른 최고급 가문들의 보살핌아래 우리 자리를 넘보려는 어중이떠중이들이 적지 않지만……”“이번 생신 잔치 이후에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반짝이는 눈동자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하씨 가문이 가장 전성기를 누리던 때는 그 사람이 권력을 잡고 있던 그때였다. 그 몇 년 동안 하씨 가문은 무기력한 가운데서 다시 활기를 얻었었다. 강남의 하늘이 되어 진정한 최고의 가문이 되었다. 심지어 몇 년 동안 하씨 가문이 한국의 10대 가문 중 하나로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하씨 가문의 내란으로 그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면서 하씨 가문의 위세는 꺾이게 되었다. 3년 동안 하씨 대문호의 지배하에 하씨 가문은 강남의 하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미 무기력해져 있었다. 이제 당인준이 온다는 것은 하씨 가문이 다시 강남 군단을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하씨 가문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처럼 지금 하씨 가문은 강남에서 활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아마 한국 전역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태규는 빙그레
하태규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와 하민석은 모두 하현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그들은 하현을 초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하객 명단에 이미 올라 와 있었다. “오라고 해!”곧 이어 하태규는 결단을 내렸다.“그가 이미 남원에 돌아 왔으니 그럼 정식으로 만나 봐야지. 생일 잔치라 때가 아주 적당하네……”“물론 그는 3년 동안 그가 줄곧 와신상담해왔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게 해줄 거야……”“외부 사람들은 그가 폐물이 되어 작은 설씨 집안에서 개만도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가 은밀히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해 놨는지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지……:“이번 생신 잔치는 3년만에 처음으로 그와 정식적으로 만나는 자리가 된 셈이네. 만약 적당한 기회가 있으면 잔치 끝나고 그를 떠나 보내자……”하태규는 무슨 당연한 말을 하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민석은 웃으며 말했다. “집안에서 명령을 내리시면, 저는 당연히 실행에 옮겨야지요……”“내가 말했잖아. 이제 네가 권력을 잡고 있으니 하씨 가문도 너를 우두머리로 삼고 있다고……”“그 사람을 해결하면, 네 심복의 큰 문제도 해결돼……”“난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하태규는 쓴 표정을 지었다. 하민석은 안색이 변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어르신께 감사 드립니다……”“또 제가 벌써 연경쪽에서 수십 명의 전문가를 불러서 수술을 시키고 7일 후에 생신 잔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놨습니다……”“수고했네, 이번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고마워. 아들 두 놈이 잘 나을 수 있도록 계속 잘 보살펴 줘.”하태규는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안심하세요. 제가 잘 보살피겠습니다.”……하태규가 방에서 나가자 하민석의 얼굴엔 비로소 싸늘한 표정이 떠올랐다. “늙은 여우, 나보고 그 사람을 상대하라니……”“네가 나를 이용할 지, 아니면 내가 너를 이용할지……”“두고 보자……”……방
천일그룹의 최상층 회장 사무실 안. 하현은 지금 슬기와 일을 상의하고 있다. 당인준은 더할 나위 없이 조용히 이곳으로 와서 하씨 가문이 할머니 백세 생신에 자신을 초대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늙은이는 몇 년 전부터 강남 군단을 완전히 장악하고 싶어 했어……”“이번에 네가 가는 것은 할머니에게 있어서 아주 큰 의미가 있어. 보아하니 당 군단장이 이번 생신 잔치에 가장 귀한 손님이 될 거 같아!”하현이 비웃는 듯이 말했다.슬기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 군단장님이 강남 군단에 여러 해 동안 계시면서 일절 연회에는 참석하지 않으셨는데 이번에 참석하시니 아마 하씨 집안은 체면이 많이 섰을 겁니다……”당인준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 도련님, 슬기 아가씨, 농담하지 마세요.”이 말을 마치고 당인준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또 연경군단에 있는 제 전우에게 방금 메시지가 왔는데요.”“하씨 가문 쪽에서 연경의 최고 의학 전문가 십여 명을 초빙해서 하경원의 병을 치료해 주려고 오늘 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오늘 밤 언제?”하현이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0시였다. “오늘 밤 12시쯤 도착할 겁니다. 이 전문가들의 신분은 아주 특별해요.”“다 연경의 대 가문들과 얽히고 설킨 관계예요……”당인준은 대충 하현의 마음을 짐작하고 지금 한 마디 상기를 시켜 주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강한 용이라도 토박이 뱀은 누를 수가 없어. 연경 사람들은 우리 강남에서 날 뛸 수가 없어.”“목숨을 해치지 말고 며칠간 즐기다가 다시 돌아가게 하면 돼……”하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하씨 가문이 하경원을 치료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경원 때문에 이미 그의 최대 한계치가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남원 공항, 국내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 중 하나로 이곳은 매우 번화하다. 그런데 오늘 밤 개인 구역 통로 앞에 더 없이 조용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도착했다. 선두에는 단연 롤스로이스였다.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