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동안 재석과 희정은 하현에게 아주 잘 대해 주었다.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서 인지도 모른다. 은아가 괜찮은 걸 보니 하현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저녁에 스마트 밸리로 돌아 왔을 때 뜻밖에도 설유아가 와 있었다.“형부, 큰 일 하나 알려 줄게요! 큰 경사예요!”설유아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하현은 궁금해 하며 말했다.“경사? 너 결혼해?”“칫,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요. 난 남자친구도 없는데, 형부랑 결혼할까요?”설유아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설은아를 바라보았다.“무슨 경사야? 빨리 말해 봐.”하현이 물었다. 설유아는 환한 얼굴로 하현의 팔을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말했다.“형부 맞춰봐요. 맞추면 내가 뽀뽀해줄게요……”말을 하면서 그녀의 눈동자엔 다른 빛이 번뜩였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녀석아, 난 관심 없어……”“형부……”설유아는 불만이 많아 참지 못하고 설은아에게 달려가 어리광을 부렸다. “언니, 언니 형부 좀 봐, 이런 직설적인 남자는 여자들의 마음을 조금도 이해를 못해!”설은아는 두 사람이 소란을 피우자 웃으며 말했다. “너, 네 형부 놀리지 마. 내가 그냥 말할게……”“유아가 가장 좋아하는 두 연예인이 우리 남원에 온대, 이 계집애가 벌써 밤새 얘기 했어.”이 말을 듣자 하현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게 경사야?”설유아는 굽히지 않고 응석을 부리며 말했다. “그럼요! 내 남신과 여신이 모두 온다는데 이게 경사가 아니면 뭐가 경사겠어요?”“응.”하현은 관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자 설유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형부,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요? 질투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무슨 질투를 해? 장난해?”하현이 말했다.“질투할 필요 없어요. 둘 다 하나는 예쁘고 하나는 멋있어요……”“자자, 형부, 사진 좀 보여줄게요……”
이튿날.설은아는 모처럼 한가해졌는데, 또 설유아가 새 옷을 한 번 사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을 보고 하현을 데리고 자기의 소중한 여동생과 함께 쇼핑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유아는 키도 크고 자신만의 미적 감각의 있어서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녔지만 적합한 옷을 찾지 못했다. 비록 하현은 숨이 막힐 만큼 힘들어 했지만 오히려 이런 삶을 좋아했다. 평범하게 쇼핑하고, 물건을 사고, 먹고, 마시고,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은 그가 보기에 싸움꾼처럼 속고 속이지 않고 햇빛으로 가득 차 보였다. 아쉽게도 그는 이런 생활을 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아무리 즐기고 저녁까지 돌아다녀도 하현은 견딜 수가 없었다. “안되겠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난 안되겠어!”“아무래도 밥부터 먹어야 되겠어! 안 그러면 난 안 갈래!”하현이 고집하는 것을 보고 은아와 유아는 먼저 밥을 먹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멀지 않은 곳에 가까이 남원 타워가 있으니 회전식당 가서 밥 먹자. 내가 예약할게.”하현은 장소를 찾는 것도 귀찮아졌다. 자기 식당에 가서 밥 한끼 먹으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조용한 곳이라 아마 혼자 어디 가서 좀 누워 있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하루 종일 짐을 들고 걸어 다녀서 정말 피곤했다. 남원 타워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하게 평소보다 사람이 10배는 더 많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야광 봉을 손에 든 채 한쪽으로 몰려가 아이돌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이들도 많았다.“양지수! 사랑해!”“채곤 오빠! 내가 너 닮은 애기 낳아 줄게!”“아아아아아!”온갖 소리가 뒤섞여 시끄러워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하현은 금세 얼굴을 찡그렸지만 설유아는 벌써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알았다. 내 남신과 여신이 왔나 봐!”“오늘 남원 타워에 오다니?”말을 마치고 설유아는 흥분한 표정으로 하현과 설은아를 데리고 앞으로 비집고 나갔다.그 방향에는 남원 타워 회전
“유아? 유아는 자기 남신, 여신을 만나러 간다고 우리보고 먼저 가서 밥 먹고 있으래요. 이따가 올 거라고.”“그렇게 컸으니 잃어버리진 않을 거야. 알아서 하겠지.”“먼저 올라가서 쉬자.”은아는 하현이 조금 짜증이 난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하현도 군말 없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당신들 둘, 들어갈 수 없어요!”보안요원이 손으로 막으며 쌀쌀맞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왜요?”“오늘 모든 엘리베이터는 스태프와 연예인 팀만 이용할 수 있어요.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어요!”보안요원은 계속해서 말했다.“파파라치가 끼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거예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건 남원 타워 회전식당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인데 당신들 행사와는 상관없지 않아요?”“누가 관계가 없대요? 이따 대 스타 몇 명이 공연을 마치고 회전식당에 식사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어요!”보안요원이 냉담하게 말했다. 하현은 웃었다. “당신 말은, 이 스타들은 특권이 있고 우리들을 밥 먹을 권리도 없다는 말인가요?”“맞아요!”“스타들의 안전을 위해서 당신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식사하러 갈 수 없어요.”보안요원이 쌀쌀맞게 입을 열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들이 자신의 회전 식당을 전세 낸 것 같았다.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 취소시키려고 했지만 은아는 오히려 속삭이며 말했다.“하현, 아니면 네가 원하는 대로 밖에 가서 먹자.”“내가 유아를 찾아 올게. 우리 먼저 집에 갔다가 다시 구경하러 오자.”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도리를 아는 사람이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설은아가 이렇게 말한 이상 그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이 생각에 미치자 그와 은아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뒤에 있던 두 보안요원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촌뜨기라고 몇 마디 욕을 한 것 같았지만 하현도 따지기 귀찮았다.
“무슨 말이에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온 사람들은 다 대스타야. 무슨 실수라도 하면 네가 혼자 감당 할 수 있겠어?”한 보안원이 물었다. 하현은 냉담하게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는 공공 장손데? 내가 걸어가면 안 된다고? 그런 법이 어디 있어?”“평소에는 괜찮지만 오늘은 안 돼!”보안대장이 싸늘한 목소리고 말했다.“당신들은 공공자원을 임의로 점용한 거네? 공공장소에서도 사람의 통행을 금지하다니! 힘이 대단하네!”“그래, 우리 힘은 대단하지, 우리 뒤에 있는 사람들은 다 대스타야!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몇 분 동안 버는 돈은 네가 평생 벌 수 없는 돈이야!”“이게 특권이지!”보안원은 위협하며 말했다.하현은 비웃었다.“그럼 내가 기어코 지나가 볼까?”“여기 경계선이 있으니 한 번 해봐!”곧 십여 명의 보안원들이 도착했고, 모두 삼십여 명이 함께 하현을 에워쌌다. 이 장면을 지켜보며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자, 그럼 내가 한 번 해볼게.”곧 그는 전화를 걸어 담담하게 말했다.“슬기, 남원 타워 책임자한테 3분 안에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해. 오늘 남원 타워 쇼핑몰 운영 중단시켜.”하현이 전화하는 소리를 듣고 보안원들은 모두 비웃었다. 남원 타워 책임자한테 오라고 한다고?쇼핑몰 운영 중단까지?이 녀석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온몸에 걸친 것을 다 합쳐도 2만원도 안 될 거 같은데, 여기서 뻐기기는. 정말 말은 자기 얼굴이 긴 줄을 모르는 구나.남원 타워 책임자에게 굴러오라고 하지 않았나?그럼 우리가 3분만 기다려 보지 뭐.말소리가 커서 곧 연예인 팀 사람들이 알아차렸다.몇몇 연예인들의 매니저가 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특히 양지수의 매니저 심지애는 그쪽 세계에서 무게감이 있었다. 듣기로 이번 행사는 원래 남원 타워 쇼핑몰에서 할 수 없었던 행사였는데 특별히 남원 타워 고위직 임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 일을 주선했다고 한다.
하현은 원래 표정이 멀쩡했었는데 이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냉랭하게 말했다.“나 엘리베이터 타고 가서 밥 먹을 거야. 나 못 올라가게 막지 마.”“좋아, 그럼 안 막을게.”“지금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당신들이 내가 가는 길을 또 막으면 당신들은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내가 여기서 날아가라는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심지애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어떻게 나가든지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어쨌든 너 지금 당장 꺼져!”하현이 여기서 허풍 떠는 소리를 듣고 심지애와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이놈은 저놈들이 꺼지기 바라는 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보안 요원들이 하현을 쫓아내려고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몇 몇의 스타들이 다가왔고, 팬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심지애가 빠르게 건너갔다.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스타는 비할 데 없이 눈부시게 빛났다. 심지어 많은 스타들 중에서도 그들은 더 눈에 띄는 편이었다. 남자는 검은 티셔츠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희고 말쑥한 키에 겉으로는 유순해 보였지만 속은 시커먼 것이 분명했다. 그는 농구공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던지고 있었다. 여자는 심플한 화이트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깜찍한 몸매가 돋보이는 데다 예쁜 얼굴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두 사람은 바로 현재 인기 절정의 스타 양지수와 채곤이었다. 채곤은 지금 속삭이며 말했다.“지애 누나, 무슨 일이에요?”“이 사람이 기어코 달려들더니 우리가 막아서니까 우리보고 꺼지라잖아.”심지애는 냉소적으로 말했다.양지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지애언니, 이건 작은 일일 뿐이에요. 아마 급한 일이 있어서 가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잖아요. 그냥 보내주세요.”“안돼, 여기 방금 깨끗하게 청소해놨어. 나 이따가 농구 시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모래 한 알로 내 플레이에 지장을 주면 어떡해?”채곤은 갑자기 입을 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보안원, 당신들 여기서 뭘 더 기다려요? 빨리
지금 이 순간.채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지애는 멍해졌다.양지수 조차도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 보안 요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들 하나 같이 얼이 빠져있었다. 왜냐하면 하현에게 공손하고 깍듯하게 인사한 중년의 남자는 다름 아닌, 바로 남원 타워의 사장이었기 때문이다. 남원 타워의 주인과 다름없는 사장이 이 남자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굴다니.관건은 그의 뒤편에 서 있던 사람이 봤을 때, 그의 등은 식은 땀으로 옷을 다 적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하현이 방금 남원 책임자가 3분안에 올 거라고 말했는데 정말 3분도 안돼서 굴러 떨어졌다. 방금 전까지 심지애가 하현 앞에서 거만하게 굴었었다면, 지금은 그들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 테두리 안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일반 사람들 앞에서는 그들이 특권을 가지고 있었고 거만하게 굴 수 있었다. 하지만 부자들 앞에서 그들은 정말 광대일 뿐이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원 타워의 이 고위 임원들 앞에서도 그들은 깍듯하게 대해야 했다. 그럼 남원 타워의 고위 임원들도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무슨 신분이란 말인가?지금 이 순간, 채곤과 사람들은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부자들 앞에서 그들이 아무리 명성이 있다 한 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사람들은 전부 스폰서들이다! “1분 늦었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남원 타워 사장은 이 말을 듣고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지금 떨면서 말했다.“회…… 회장님, 늦었습니다. 하지만 보셨다시피 오늘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제가 도저히 밀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장이 이렇게 입을 열자 다른 고위 임원들도 하나같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남원 타워도 천일 그룹의 산하 기업 중 하나인데, 만약 방금 전까지 이 임원들이 이 젊은이가 도대체 어떤 신분인지를
충격! 쇼크!채곤이 뜻밖에도 갑자기 화를 낼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인기 스타는 어디를 가든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몇 회장이 그를 대변인이나 뭐로 부른다 해도 모두 공손한 태도를 보였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하현 이 회장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현이 웃었다. “네가 없으면 이 곳에 사람이 없을 거 같아?”“네 말 한마디에 네 팬들이 여기를 부술 수 있을 거 같아?”“너 나를 협박하는 거야?”“내가 당신을 협박한다고? 당신 보기보다 멍청하네?”채곤이 욕설을 퍼부었다.“재미있네.”하현이 빙그레 웃으며 사장을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한가지 물어 보자. 누가 여기를 이 사람들에게 사용하라고 빌려준 거야……?”사장은 식은 땀을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세를 놓진 않았고…… 그들에게 사용하라고 빌려 줬어요……”“그 말은, 공짜라는 얘기야?”“네.”“계약서 있어?”“아니요……”사장은 얼떨떨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하현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당인준에게 전화를 걸어 비웃으며 말했다.“당군, 어떤 사람들이 남원 타워 쇼핑몰을 강제로 점령하고 사람들이 내 판을 깨려고 하는데 네가 와서 정의롭게 행해야 하지 않겠어?”“뭐요!? 당장 가겠습니다!”당인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현과 당인준의 대화를 모두가 똑똑히 들었다. 채곤은 그저 웃었다. “누구를 겁주는 거야? 정의를 찾는다고 사람을 불러? 경찰서 사람이 나를 잡으러 온다 해도 내 팬들이 경찰서까지 부숴버릴까 두렵지 않아?”“내가 지금 기회를 줄 테니 그만하고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내가 내일 내 팬들을 불러서 불매운동을 시켜서 당신이 할 일이 없게 만들 테니까!”채곤은 자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말투에서도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 ……몇 분 후
곧 당인준은 훈련을 잘 받은 군사 십 여명을 데리고 무대 앞으로 달려 왔다. 한 무리의 스타들이 놀란 눈으로 하현 앞으로 나왔다. 당인준은 하현을 알기에 경례를 하고도 입을 열지 않았고 싸늘한 시선으로 채곤과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분명 지금 이순간 하현이 한 마디 명령만 하면 이 사람들은 바로 잡힐 것이다. 군단?정말 군단 사람인가?방금 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해 하던 채곤은 지금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이 분이 그저 단순한 회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렇게나 건 전화 한 통에 군단 사람들이 와서 현장을 봉쇄했고, 지금은 더욱 그의 팬들을 하나 둘씩 데리고 나가고……이때 그는 사람들에게 쇼핑몰을 부수라고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자기 몸 하나 빠져 나오기도 힘들 것 같았다. 군단 사람은 경찰의 수사 기관과는 달랐다. 수사 반장은 여론에 신경을 쓰겠지만, 군단 사람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명령만 있을 뿐이었다. 이 분, 도대체 정체가……바로 이때, 채곤은 찌질해졌다. 정말 찌질했다. “이 녀석들 다 괜찮네……”하현은 이 군사들이 입단 심사를 위해 온 무리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봤다.이전에 하현을 본적이 있었기에 이 군사들도 하현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하현 앞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흠모의 빛이 가득했다. 하현의 신분이 얼마나 놀라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채곤과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쇼핑몰을 부순다고 하지 않았어? 팬들에게 보이콧을 호소해야 하지 않아? 이제 내가 너한테 손 쓸 수 있는 기회를 줄게, 어때?”“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정말 여기를 부순다 해도 네가 감히 나한테 어떻게……”채곤은 벌벌 떨면서도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현이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당군, 만약 어떤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