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작고 하얀 얼굴이 미쳐서 날 뛰고 있구나!”용이 형님은 위아래로 하현을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너 박경태 늙은이의 친척이구나?”“박경태, 너 간이 부었구나. 감히 사람을 불러 내 동생을 쳐?”“내가 앞으로 너희 두 늙은이를 어떻게 죽이는 지 잘 봐.”“내가 너를 죽은 것만 못하게 살게 해줄게. 이 세상에 나온 것을 후회하게 해주지!”지금 용이 형님은 하현의 얼굴 앞에서 험상궂은 얼굴로 위협했다. 용이 형님의 위세가 너무 대단해 지금 박경수 부부는 모두 놀라서 얼떨떨해하며 바로 매달렸다. “용이 형님! 우리 큰 조카가 철이 없어요!”“돈이 필요 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엄청 아끼는 게 있는 데 다 드릴게요. 제발 이 사람은 용서해주세요!” “제가 앞으로는 매일 풀만 먹고 서라도 돈을 모아서 매달 꼬박꼬박 드릴게요!”“이 사람을 용서하라고? 안 되는 건 아니지!”용이 형님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럼 이 계집애한테 어르신 좀 모시고 놀라고 해. 그 다음 2억 정도 병원비를 가지고 오면 그 후에 다시 그의 팔을 부러뜨리고 일은 없었던 셈 쳐줄게!”“뭐!?”박경태 부부는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용이 형님, 제발. 큰 어르신이니 마음 넓게 그들 좀 놔주세요!”“이 사람들은 아직 젊잖아요!”“용이 형님, 팔이 필요하시면 저희가 드릴게요!”“용이 형님, 그 계집애는 놔 주세요! 아직 젊은데 그녀에게 함부로 하시면 안돼요! 그렇지 않으면 인생을 망치게 될 거예요!”용이 형님은 입 꼬리를 잔인한 모양으로 올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작고 하얀 배추를 못쓰게 만드는 건지 몰라서 그래?”“하하하하……”“너희들 착하게 말을 들을래? 아니면 어르신이 손을 댈 때까지 기다릴래?”용이 형님은 기고만장했다. 이 곳은 그의 구역이니 천왕이 와도 소용이 없었다. 하현은 이 장면들을 담담하게 보고 있었고 눈동자 속은 차가운 빛깔만 있을 뿐이었다. 뒤 이어 그는 슬기를 보
이때 군중들 사이로 두 사람이 걸어 들어 왔다. 앞서 가는 사람은 변백범이었고 뒤에는 대도 경수였다. “이 분은 길바닥의 새로 오신 범이 형님, 또 이분은 대도 경수, 경수 형님이시죠?”용이 형님은 길바닥에서 수준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길바닥에서 오랜 생활을 해온 터라, 그는 신중하여 길바닥 상황을 매우 잘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남원의 길바닥 거물들은 다 알고 있었다. 변백범이나 대도 경수와 같은 사람들 눈에 그는 정말 아주 어린 막내 동생일 뿐, 심지어 막내 동생보다 못했다. “백범 형님, 경수 형님, 어쩐 일로 형님같이 높으신 분들이 저희같이 보잘것없는 곳에 오셨습니까?”“영광입니다!”용이 형님이 허리를 굽히며 아부를 했다.변백범이든 대도 경수든 어르신들은 전혀 그들을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들은 곧장 작은 뜰로 들어가 하현이 있는 방향을 향해 인사를 했다.“하 도련님, 분부만 내려주십시오.”“뭐……뭐라고……?”이때 용이 형님과 동생들은 모두 약간 멍해졌다. 정말 불가사의한 장면이었다!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믿지 않았을 것이다!대도 경수와 변백범 같은 길거리의 큰 인물들이 하현에게 이렇게 깍듯하게 굴다니?평범해 보이는 이 젊은이는 도대체 어떤 신분인 것인가?모두들 지금 이 순간 좀 놀라 멍해졌다. 심지어 박경태 부부도 눈이 멀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 날뛰는 용이 형님이 이 사람들을 볼 때 얼마나 두려워 했는지, 그것만 봐도 뒤에 온 이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이 하현에게 이렇게까지 공손하게 군다고?이 하현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하현은 지금 대도 경수와 변백범을 신경 쓰지 않고 박경태 부부를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한 발 늦은 슬기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사람들이 회장님의 윗사람을 괴롭혔어. 보고 처리해.”“또, 온 몸에 용 문신을 하고 있는 사람
“정말이야? 내 아들을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아?”박경태 부부는 모두 흥분하는 얼굴이었다. 그들이 지난 3년동안 힘들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언젠가 자신의 아들을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드디어 고생 끝에 낙이 왔고 복수를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만약 처음에 하현이 이 말을 했다면 그들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고 그들 부부는 확실히 믿게 되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일어나세요. 지금부터 제가 저의 어르신으로 모시겠습니다.”“가세요. 오늘 밤 나가서 다른 곳에서 살게 해드릴게요.”얼마 후 하현은 박경태 부부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 지금 골목은 흔적도 없이 깨끗해졌다. 백범 형님과 사람들이 사라진 걸 보니 마치 나타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현이 골목길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나무문이 열리더니 짙은 화장과 노출된 옷차림의 여인이 걸어 나와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천천히 3번 절을 했다. 마치 그녀가 이끈 것처럼 이때 많은 나무 문이 모두 열렸고 모두 하현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하현은 약간 의아했으나 박경태의 부인은 그 짙게 화장한 여자를 일으켜 세운 후에야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은 소리야. 소리 남편이 용이 형님에게 큰 도박 빚을 져서 강제로 이곳에 소리를 팔아 넘겨 빚을 갚게 했어. 이미 갚은 지는 오래됐는데……”“근데 용이 형님의 손에 들어 갔으니 어디로 갈 수 있었겠어……”여기까지 말하고 박경태 부부는 한숨을 쉬었다. 밑바닥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들이 나와서 인사를 한 것은 결코 하현에게 감사해서가 아니라 그에게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하현이 그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고, 적어도 그들을 용이 형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변백범에게 말해. 나중에 이곳은 변백범 것이 될 거야. 똑똑
유소미의 맞은편에 있는 남자 이름은 정우빈이다. 그는 자신이 창업하여 회사를 차렸고 현재 20억 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며, 남원에서 도심과 교외, 해변 주변에 한 채씩 집을 샀다. 이 남자는 성공한 사람이라 유소미의 부모도 그를 보자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의 부모는 장모가 사위를 보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는데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맞은편에 있던 우빈은 유소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유소미는 정말 예쁘고 몸매도 좋고 인맥도 넓었다. 이런 여자에게 장가든다는 것은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우빈은 자신이 여러 방면에서 그녀를 밀어 붙였으니 오늘 틀림없이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정우빈의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필경 자신의 아들은 정말 훌륭했다. “아가, 너희들 괜찮으면 오늘 이 일을 정하도록 하자.”정우빈의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정하라고요?”유소미의 아버지는 조금 의아해 하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갔다.“우빈이는 아주 훌륭하죠. 저는 우빈이가 우리 사위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분명 유소미의 부모도 기뻐했다. 어쨌든 정우빈과 같은 사람은 돈도 많고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 그에게 시집을 가면 자신의 딸이 밖에 나가면 체면이 설 것이다. 유소미는 눈썹을 찡그렸다. 우빈이는 여러 방면에서 아주 훌륭했다. 심지어 그녀가 나온지 이렇게 오래 되었어도 이만한 훌륭한 남자는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유소미의 뇌리에 갑자기 한 줄기 그림자가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거절하며 말했다. “안돼요. 저는 우리가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는 거 같아요. 조금 더 알아봐야겠어요!”“더 알아보겠다고? 아가씨가 뭘 더 알아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네? 내 통장 잔액을 보여 드릴까요?” 정우빈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여자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이번에는 유소미 자신도 어리둥절했다.그녀는 하현이 정말 이렇게 다급하게 그녀를 바로 찾으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너 누구야? 뭐 하는 거야? 여기가 어딘지 알고 소란 피우는 거야?”우빈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방금 몇 마디만 더 하면 유소미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놈이 튀어나와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이때 그는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 유소미의 부모도 이때 이상한 듯 하현을 쳐다보며 물었다.“딸아. 이 사람은 누구야? 왜 이렇게 낯이 익지?”유소미는 유감스러워 하며 대답했다.“아빠 엄마, 이 사람은 하현이에요.”유소미의 아버지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뭐? 하현! 바로 그 대학 동창? 그 사람이 여기는 뭐 하러 왔어? 어떻게 이 사람이랑 연락이 된 거야?” “하현은…… 전에 저랑 같이 동창회에 갔다가 자연스레 연락이 됐어요.”유소미는 해명했다. 맞은 편에 있던 정우빈의 아버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힐문하며 말했다. “소미야,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너 선 볼 사람을 많이 준비해 둔 건 아니지?”“너 우리 집 우빈이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말해. 이런 짓까지는 할 필요 없어!”하현은 이제서야 그들이 선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유소미의 아버지는 바로 해명했다.“어르신, 오해하신 겁니다. 이 아이는 대학 동창일 뿐이에요!”“더구나 우빈이는 젊고 유능하잖아요! 어떻게 이 놈이랑 우빈이와 비교하겠어요?”“이 놈은 제가 듣기로 데릴사위가 됐다고 들었는데, 그냥 쓰레기, 폐물일 뿐이에요!”“우빈이는 재산도 몇 십억이나 있고, 진정한 젊은 회장이죠!”유소미 아버지가 이렇게 자신을 치켜세우는 말을 듣고 정우빈은 잠시 누그러졌다. 필경 그가 방금 유소미의 맞은편에 있던 하현을 보았을 때, 어쩔 줄 몰라 하며 이 두 사람 사이에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이 사람은 그저 데릴사위일 뿐인데 무슨 일이 있었겠는
“응.”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용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 이게 완벽히 다 갖춰져 있는 곳으로.”유소미는 하현이 별장을 사고 싶어 한다고 이해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바로 스마트 밸리 집 한 채를 사면 그만이다. 그곳은 남원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럼 우리 회사에 네가 원하는 주택이 하나 있는데 데리고 가서 보여줄게.”유소미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런 뒤 돌아서며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오늘은 죄송하게 되었네요. 제가 동창생 집 사는 일부터 먼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는 게 좋을 거 같아요.”분명 그녀는 이렇게 빨리 결혼문제를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현이 그녀를 찾아와 때마침 그녀에게 빠져나갈 명분이 주어졌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하현에게 매우 감격해 했다. 결국 이때 유소미의 부모는 일어서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어차피 다들 거의 다 먹었으니 네가 일하는 근무환경은 어떤지 같이 가서 보는 게 어때?”유소미는 결혼을 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더 이상 지체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래요, 소미씨. 우리도 가서 같이 한 번 봐요.”정우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딱 봐도 중개업자인 하현이 얼마나 큰 집을 사려고 하는지 보고 싶었다. 이 사람은 비교하는 게 두렵지 않았다. 한 번 비교해 보면 그제서야 유소미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소미는 인상을 찡그리며 먼저 대답하지 않고 하현을 쳐다보았는데, 분명 그의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현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오늘 다른 사람이 선 보는 것을 방해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바로 말했다.“나는 상관 없어, 같이 가자.”“그래, 그럼 같이 가자!”식당을 나설 때 정우빈은 계산대에서 플래티넘 카드를 꺼내 긁었다. 계산하고 나올 때 그는 손에 플래티넘 카드를 흔들며 웃으며 말했다. “플래티넘 카드 혜택이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모두가 멍해졌다. 다들 신기한 듯 하현과 유소미 두 사람을 쳐다봤다.“별…… 별장을 산다고……?”정우빈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맞아요! 별장 사려고요. 만약에 보통 집을 사거나 큰 평수를 사려면 스마트 밸리에 가면 있죠!”유소미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정우빈은 조금 멍해졌다. 그의 전 재산으로는 아마 제일 작은 평수라 해도 스마트 밸리 집 한 채를 사기에는 부족했다. 별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엔 2백억 이하의 별장은 없었다. 정우빈의 아버지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총각, 업무를 아주 잘 하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집을 사게 해주면 공제금이랑 수수료가 꽤 많지?” 분명 정우빈 아버지의 눈에 하현은 중개업자였다.“하하하, 우리가 너를 우습게 봤나? 어쩐지 급하더라니, 이 정도면 수 천만 원은 벌겠는데?”정우빈도 되새기며 이 순간 비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는 속으로 조금 부러워했다. 그는 혼자 장사를 할 때도 이윤을 몇 천만 원씩은 얻지 못했는데 이 데릴사위가 중개를 해서 이렇게 돈을 벌다니?유소미의 부모도 하현을 중개업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자기 딸에게 의지해서 돈을 버는. 데릴사위는 데릴사위네, 너무 뻔뻔하다! 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일이 그들을 다시 놀라게 했다. 스마트 밸리 부동산의 사장, 우제경이 지금 공손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이 사람은 경제 신문에 자주 나와서 모두들 낯이 익었다.우제경은 나오자마자 다른 사람들은 돌아볼 틈도 없이 바로 빠른 걸음으로 하현 앞으로 와 더 없이 흥분하며 말했다. “존경하는 하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직접 나왔습니다!”“환영합니다. 존경하는 하 선생님. 오셔서 직접 가르쳐 주세요!”별장 직원들도 이때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한쪽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꽃 불꽃을 직접 터트리기도 했다. 아마 개업을 할 때도 이렇게 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우빈의 부모는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이때 하현은 가격도 묻지 않았다. 박경태 부부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형제의 부모이니 그들에게는 이렇게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별장 한 채일 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현에게는 그저 일상적인 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정우빈의 부자를 놀라게 했다. 방금 그들은 약간 운이 좋아 하현이 으스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이 사람이 정말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장을 살 때 가격을 묻지도 않다니 이건 별장을 길가에서 배추 하나 사는 것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방금 하현 앞에서 빈정거리던 걸 생각하니 이 몇 몇 사람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 하현의 눈에 그들은 깡충깡충 뛰는 어릿광대일 뿐이었을 것이다!“하 선생님, 이쪽으로 오시죠. 먼저 도면을 보시겠어요?”우제경은 정성스레 말했다.“한 번 둘러볼게요.”하현은 잠시 생각했다. 그래도 한 번은 보자. 적어도 구조는 알아야지.“하 선생님이 보시는 것은 이 별장의 도면입니다. 3층으로 되어 있는데 살기에 딱 좋습니다. 게다가 큰 정원도 있고요.”“물론 어르신들이 텃밭을 가꾸시려고 하면 저희 쪽에서 맞춰드릴 수도 있습니다.”우제경은 아주 빈틈이 없었다. 필경 어르신들은 자신이 직접 텃밭을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또 이 별장은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전통 한옥스타일로 인테리어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인테리어만 한 평당 천만 원입니다……”“가전제품은 독일에서 수입한 것들이고……”“그럼 오늘 밤 입주가 가능할까요?”하현이 물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이쪽에서 가정부 3명, 관리사 1명, 도요타 엘파 1대와 운전 기사 1명……”“보안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매일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서 보안은 아주 안전합니다!”“식사 관련해서는 저희가 5성급 셰프들을 배치해 놓고 일주일 마다 어르신들의 취향에 맞게 영양식을 조절해 드립니다. 그 밖에 개인 의사는 보름 마다 와서 건강 검진을 해주고 반년에 한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