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전기 자전거요?" 한결은 무심코 말했다. 그의 눈꼬리가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더니, 나쁜 예감이 그의 가슴속에 떠올랐다."네, 전기 자전거요. 처음에는 대표님을 그곳으로 모셔다 드리려 했지만, 저의 제안을 거절하셨어요." 슬기는 말했다. "대표님을 만나시면 예의를 꼭 지키세요. 제가 이번에 좋은 말을 많이 해드렸어요. 그래서 하 대표님께서 유 대표님의 자동차 도시에 투자하는 것을 재고하셨어요. 그런데 만약 대표님을 무시하신다면, 저는 그 이상 도울 수 없습니다."슬기는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여전히 서류를 분류하느라 바빴다.이후, 핸드폰이 삐삐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한결은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느꼈다.하 대표님, 검소, 전기 자전거...이런 젠장! 설마 그 사람인가?이 생각을 하자 한결은 너무 무서워 오줌이 나올 뻔했다. 그는 재빨리 로비로 달려가 방금 하현을 모셨던 젊은 계장을 끌어당겼다. 한결은 단호하게 말했다. "가요,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가서 하 대표님을 여기로 다시 데려오세요!” 젊은 계장은 혼란스러웠다. "대표님, 여자한테 얹혀사는 그 남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신 알 바 아니에요! 헛소리 집어치우고, 빨리 가서 데려와요!" 한결은 그녀를 노려보며 꾸짖었다. "이 쓸모없는 사람아, 빨리 그분을 여기로 데려와.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당신은 해고야!""당신들 전부 방금 본 것을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누구도 헛소리하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해고할 거예요!” 한결은 이 말을 한 후 무척 불안해 보였다. 만약 하현이 하엔 그룹의 대표라면, 한결이 방금 그를 대한 방식도 그렇고, 하현의 아내를 탐낸 것도 그렇고…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한결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이 부자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그냥 재산 자랑을 하면 안 되나? 왜 검소하게 굴고 난리야?!’이 순간, 한결은 자신을 망치로 때려죽이고
"슬기 씨,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오전에 논의된 자동차 도시 사업을 철회하세요.” 하현은 한결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네!" 슬기는 간단하게 대답했다.자신의 구형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놓은 후, 하현은 거의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한결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유 대표님, 왜 저한테 절을 하세요? 난 쓸모없는 쓰레기예요. 절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한결은 감히 똑바로 서지 못했다. 그는 굽신거리며 웃었다. "하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방금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만약 제가 대표님에게 돌아오라고 빈다면, 저는 무릎 꿇고 당신을 아버지라고 불러야 해요…""그러지 마세요. 당신 같은 아들을 둘 정도로 그렇게 운이 나쁘진 않아요." 하현은 손을 흔들었다."네, 네. 저는 쓸모가 없어요. 저는 쓸모가 없어요. 제가 이 전에는 무지했지만, 하 대표님께서 관대한 분이시라는 것은 알아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한결의 얼굴이 굳었다.하현은 무관심했다. 그는 책상 위의 잡지들을 기분 내키는 대로 뒤적거리고 있었다.한결은 하현의 태도를 보자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 다음에도 몇 번이나 굽실거렸다. 그러고 나서 한결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용서해 주세요, 하 대표님!"오직 한결만이 이 자동차 도시의 장부가액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고 있었다. 자본을 투입해줄 강력한 외부 지원이 없다면, 그는 자본 사슬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한결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말이다.게다가 한결도 방금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앞에 있던 하 대표는 처음에 자동차 도시에 투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 때문에…이런 생각을 하자, 한결은 하현을 미워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후회와 불안만을 느꼈다.이 광경을 보자, 하현은 마침내 손에 잡지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 "유 대표님, 저는 당신의 큰절을 감당할 수 없어요. 일어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당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한결이 말했다. "경찰을 부르면 누군가 여기서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우리가 잘 설명하지 못하면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내가 알아서 상대할게. 그냥 돈 좀 주고 돌려보내야겠어. 이런 사람은 깊게 상대할 가치가 없어…"한결은 말하는 동안 식은땀이 그의 셔츠를 적시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이건 전적으로 네 잘못이야! 은아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너는 은아 남편의 정체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은아와 잘되도록 부추겼어. 내가 죽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니?'"오빠, 왜 그렇게 땀을 흘려? 더워?" 소은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호기심에 물었다."날씨가 좀 덥네, 좀 더워…" 한결이 어색하게 말했다."아, 그럼 됐어. 그건 그렇고, 이따가 하현한테 너무 많이 줄 필요는 없어. 3만 원이면 됐어... 은아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여기 있으니까 꼭 잘되도록 도와줄게!" 소은은 환호하는 동작을 취한 후 웃으며 떠났다. 그녀는 더 이상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소은은 하현을 보면 구역질이 났다.이 순간, 소은은 사촌 오빠의 시무룩한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하고 있었다.한결은 소은이 떠난 후에야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한결은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제가 문제를 해결하고 왔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소은이는 대표님의 신분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그래요." 하현이 일어섰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다른 곳에 가서 차를 사야 해서요.""그…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이곳은 자동차 도시입니다. 아까 포르쉐 파나메라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나요? 그 차는 확실히 대표님에 걸맞습니다…"하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차는 꽤 좋지만, 이곳의 주인은 저와 협력하기를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어요.”"무슨 말씀이세요?” 한결은 식은땀을 흘렸다. "제 진심 어린 사과를 표하기 위해서, 저희 매장에서 마음
"네, 네!" 한결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순간 협업에 관한 생각을 할 엄두를 못 냈다.잠시 후, 한결은 하현을 전시장에서 내보냈고 그가 파나메라를 몰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한결은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왜 대표님께서..." 어린 계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찰싹!한결이 그녀의 따귀를 때렸다. "내가 뭔가를 할 때마다 당신에게 설명해야 하나요? 명심해요! 누구든지 감히 오늘 일어난 일을 반 마디라도 퍼뜨리면, 내가 그자를 죽일 거예요!”***자동차 도시를 떠난 후, 하현은 시간이 좀 늦었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하현은 은아에게 문자를 보낸 후, 집에 들고 갈 무언가를 사러 쇼핑몰에 갔다.한편, 은아는 하현이 집에 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수줍어했다. 은아 또한 자기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거실에서는 희정이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표정이 꽤 좋지 않았다. 설 씨 어르신이 방금 그녀에게 전화해서 오늘 밤 계약서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은아와 하현을 설 씨 집으로 데려오라고 꾸짖었다.비록 희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겠다고 생각했다.은아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자 희정의 표정이 변했다.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그 쓸모없는 쓰레기는 어디 있는 거야?"은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 하현이 조금 있다가 올 거라고 저한테 문자를 보냈어요.""그래! 그 놈 얘기는 이제 하지 말자!" 희정은 온종일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은아를 빤히 쳐다보았다. "말해봐. 너 오늘 왜 그래? 소은이가 네가 한결이를 만난 지 몇 분 만에 갔다고 하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은아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엄마, 하현을 만났어요!""그래서 뭐? 지난번의 인질극 때문에 하현한테 감동받았다는 말은 하지 마.” 희정은 짜증이 났다. "은아야, 내
희정은 이 사람이 재가 되어도 그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쓸모없는 데릴사위 하현이었기 때문이다! 희정이 포르쉐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차는 1억 원 정도 하는 보급형 모델이었다.하지만 하현은 파나메라 스페셜 에디션을 몰고 왔는데, 그 가격은 약 5억 원이었다. 은아의 차는 그 숫자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설씨 집안은 대형 사업을 운영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류 집안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차를 사기 위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돈을 지불하기는 어려웠다.이 차는 희정의 드림카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녀는 이 쓸모없는 사위가 차에서 나올 때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하현은 이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들어와서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은아와 인사했다. "나 왔어."은아도 약간 멍했다. 그녀는 하현을 쳐다본 다음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밖에 있는 포르쉐를 쳐다보았다.하현은 은아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침에 동기를 도와 차를 살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내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어. 근데 이 차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 했어. 그래서 내가 며칠 동안 임시로 운전할 거야."은아는 갑자기 그것이 생각났다. 하현이 차를 갖게 된 이유가 설명됐다. 하지만 하현의 대학 동기는 정말 관대했다. 그는 하현에게 8억 원을 빌려줬을 뿐만 아니라, 5억 원 이상의 차도 빌려주었다. 그는 과연 부자였다.이때, 희정이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원래 약간의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쓸모없는 것이 상황을 반전시킨 줄 알았어. 그런데 알고 보니 저 차는 다른 사람의 것이네. 왜? 운전하는 법을 배우기라도 했어?""하현, 내가 말 한마디 해줄게. 너는 네 체면을 잃어도 되지만, 설씨 집안은 명성을 잃을 수 없어. 네가 운전기사가 되고 싶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싶든, 네가 은아와 빨리 이혼하는 한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 너를 보면 볼수록 더 역겹게 느
한편, 하현은 밀크티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슬기의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대표님, 누군가 설민혁 씨가 쫓겨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이미 저희가 너무했다며 추궁하고 있습니다. 기자 회견을 열어 해명해야 할까요?”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날 회의실 영상이 있나요? 그냥 프런트에 있던 여자 직원분의 얼굴을 가리고 사람을 시켜 그걸 인터넷에 올리세요.”"네!" 그 말을 들은 슬기의 눈이 반짝였다. '대표님은 과연 대표님이셔. 그 분은 두 문장만으로 그런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왜 나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하현은 슬기의 칭찬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전화를 끊은 상태였다. 그는 밀크티를 사서 집에 갈 준비를 했다.하현이 길가로 걸어가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브레이크가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우디 A4 한 대가 하현의 뒤에 갑자기 멈추었고, 그는 차에서 희미하게 나는 고함을 들었다.그런 다음, 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이 차 문을 쾅 닫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이 도로가 당신 겁니까? 혹시 눈이 멀었어요?! 아니면 사고 난 척하고 나한테 사기 치려는 거예요? 정말이지, 날 속이고 싶으면 당장 여기서 꺼지는 게 좋을 거예요. 단 한 푼도 안 줄 테니까!"하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지금 집에 가고 싶었고 이 여자를 무시하고 싶었다. 하현이 돌아서서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아이고, 이거 와인 사기꾼인 우리 동기 하현 아니야? 그 일을 그만두고 이제 가짜 사고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치려는 거야?"이때, 조수석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하현을 비꼬듯 바라보았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는 대학에서 과 대표를 맡았던 석진이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석진은 혐오감 가득한 눈빛으로
"맞아요, 석진 오빠, 오빠는 정말 대단해요. 오빠는 최근에 연봉 9000만 원의 일자리를 구했잖아요. 어떻게 한낱 데릴사위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요?!"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는 마치 자신에게 부자 남편이 생긴 것처럼 뿌듯하게 웃고 있었다.하현은 놀라서 석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 남자는 꽤 유능한 듯했다.석진은 하현이 그의 눈빛을 보고 질투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내 옛 동기를 화나게 하지 마. 난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우리 사촌 이준이가 하엔 그룹의 고위 간부야. 이준이가 전에 내 이력서를 회사에 보냈는데, 회사에서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나 봐. 하엔은 나를 고용하기로 했어. 별거 아니야."석진은 하엔 그룹을 언급했을 때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서울의 상위 가문인 하씨 가문이 하엔 그룹의 배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런 영향력 있는 집안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석진은 유망한 경력을 가질 수 있었다.하현은 깜짝 놀랐다. 석진은 이준이 해고되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자기 사촌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한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준이 해고된 이유를 인사과는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이 어떻게 석진을 고용할 수 있었을까?하현은 석진을 몇 번 더 쳐다본 후 뒤돌아서 갔다. 그는 그런 사람과 대화하기에는 너무 귀찮았다. 하현은 나중에 그냥 석진의 고용 편지를 취소하면 됐다. 그가 지금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뭐가 있나?하현은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석진은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걸어와서 하현을 차갑게 응시했다."또 말할 거 있어?" 하현이 희미하게 말했다."며칠 전 동창회 저녁 식사에서 우리를 속인 건 잊은 거야?" 석진은 이 말을 하는 동안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그때 겨울 앞에서 망신당했다. 이후에 석진은 겨울과 페이스북 친구 추가를 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다. 이게 다 하현 때문이다
"알고 보니까 데릴사위래. 남자들에게 정말 수치스러운 존재야!""야, 이 잘생긴 남자 말로는 이 데릴사위가 동기 모임 회식 때 비싼 와인을 사라고 동기들을 유혹했대. 하지만 저 사람은 동기들을 속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대. 저 사람은 심지어 자기가 사람을 시켜서 그들을 위해 밥값을 면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자랑했어.""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지? 남자들에게 참으로 수치스러운 존재야!""이런 쓸모없는 쓰레기 같으니라고! 왜 차에 치이지 않은 거야?!"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고, 하현은 순식간에 화가 났다.‘나 오늘 정말 기분 좋았는데. 단지 아내에게 줄 밀크티를 사러 나왔다. 근데 어떻게 이런 바보를 만났지? 왜 석진이가 멍청한 줄 몰랐을까?'석진의 옆에 있던 여자는 더 거만해졌다.석진이 말을 계속하려고 했던 이때, 하현은 이미 조심스럽게 밀크티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우석진, 네가 내 동기니까 경고하는데, 더 이상 이 일을 크게 만들지 마!""왜?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수 있는데? 네가 한 일들은 말할 수 없는 거야?" 석진은 하현의 화난 얼굴을 봤지만, 그는 여전히 무심하게 말했다. 그는 하현이 입만 나불거릴 뿐이라고 확신했다.찰싹!하현은 석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뜻밖에도 그의 뺨을 때렸다.석진은 깜짝 놀랐다. 그는 잠시 후에 제정신을 되찾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소리쳤다. "하현, 내가 누군지 알아? 네 처가가 최근에 우리 회사에 투자를 요청했다는 것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말하는데, 너는 그 투자를 잊어도 돼! 네가 엎드려서 내 부츠를 핥지 않는 이상,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을 거야!"하현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널 때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믿거나 말거나, 만약 네가 또 헛소리를 한다면, 나는 오늘 네 아우디를 박살 낼 거야."석진의 눈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는 하현이 그런 짓을 할까 봐 정말 두려웠다. 석진은 할부로 이 아우디를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
강우금의 말을 듣고 갑자기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찾은 듯 주변에서 쇼핑하던 사람들이 하현에게 눈을 힐끔거렸다.남자가 돈을 벌어서 가족들 부양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잣집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다니?!정말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야!“강우금?”황보정은 순간 누군가가 하현을 조롱하는 소리를 듣고 낯빛을 흐리며 말했다.“우리는 여기 옷을 사러 온 것이지 당신의 비아냥 따위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이런 식으로 손님을 대한다면 당장 당신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거예요!”황보정에게 있어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욕당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강우금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들썩였다.“황보정,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내가 금정 쇼핑몰에서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점장이라는 걸 몰라서 그래요?”“불만을 제기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용이라도 있을 것 같아요?”“문제가 뭔지 알아요? 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이런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흥! 당신이 어떻게 불만을 제기하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게요!”“난 당신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아마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면 나한테 불만을 제기하기는커녕 잘했다고 상이라도 줄 거예요!”“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집복당은 이제 한물간 거 아니에요? 내 앞에서 이럴 자격이나 돼요?”“이 옷, 정말 살 수 있어요?”이를 듣던 몇몇 손님들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황보정 일행을 쳐다보았다.그녀들은 하현이 여자한테 빌붙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몰락해 가는 집안의 여자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마 오늘 그의 작전은 십중팔구 실패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강우금 같은 여자와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며 기분 상하기 싫어서 황보정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마음에 들어 했던 옷을 집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옷으로 합시다. 다른 건 나중에 사죠.”강우금은 하현의 손에
”손님, 아무렇게나 만지면 안 됩니다. 이 옷은 너무 비싸서 더러워지면 팔 수가 없거든요!”황보정이 옷을 꺼내 보려고 손을 뻗었을 때 점장으로 보이는 거만한 여자가 하이힐을 앞세우며 다가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황보정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저 옷 사고 싶은데 좀 꺼내 봐 주세요.”“꺼내 봐 달라고요?”점장은 황보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깨끗하게 세탁한 셔츠에 눈길을 모으며 말했다.“정말 살 수 있어요? 꺼내 봐 달라고요?!”“그게 무슨 말이에요?”“우리 황보정이 집복당 손녀인 걸 몰라요?!”황보정 곁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나박하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버럭 했다.“집복당 손녀?”점장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했던가!비록 집복당 명성이 예전만 못했지만 점장은 함부로 황보정을 건드릴 용기는 없었다.점장의 목소리를 듣고 하현은 약간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진홍민의 절친 중 한 명인 게 분명했다.예전에 진홍헌이 대대적으로 고백했을 때도 이 여자는 현장에 있었다.하현이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가슴에 ‘강우금’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을 못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말씨름을 하기 싫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손님, 어떤 색이 마음에 드시는데요?”“우리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들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어요.”강우금은 미소를 지으며 한껏 판매에 열을 올렸다.황보정은 강우금의 말을 듣고 돌아서서 하현의 옷자락을 끌어당겼다.“하현, 여기 와서 좀 봐줘요. 어떤 색이 더 예쁜지.”“예?”“하현?!”강우금은 그제야 하현을 알아보았고 처음에는 살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냉소 가득한 얼굴을 보였다.비록 그날 하현이 진홍헌의 청혼식에서 크게 한판 벌였지만 나중에
황보정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앞에 놓인 다과를 말끔하게 먹은 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으니 나중에 쇼핑몰에 가서 옷이나 몇 벌 사자고!”“앞으로 내 대변인이 될 사람이니 말끔하게 보여야지.”“우리가 하려는 프로젝트는 대단히 수준 높은 프로젝트거든. 당신이 앞으로 접촉할 사람들은 모두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거나 하니까 절대 무시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지!”하현은 오늘의 이 결정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내린 것이 아니었다.현재 임단은 이미 금정 화원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 인수 일을 착수했다.비록 세간에서는 임단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하현은 금정 화원의 유적지가 발굴되는 순간 프로젝트 전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이라는 걸 확신했다.이러한 전제하에 황보정이 자신의 대변인이 되어 일하겠다는데 멋진 옷 몇 벌 사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보정이 비록 풍수사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방값이 꽤나 비쌌고 수입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이전에 저축해 두었던 돈은 의사를 구하는 데 거의 써 버렸기 때문에 정말로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황보정은 한참 예쁘게 꾸밀 나이였지만 제대로 된 번듯한 옷도 몇 벌 없었다.하현은 이 기회를 빌어 황보정에게 옷도 몇 벌 장만해 주고 살아갈 발판도 마련해 주고 싶었다.황보정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아직 입을 만한 옷이 있어요. 살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왜? 안 사게?”옆에 있던 나박하는 차를 마시며 껄껄 웃었다.“하현이 옷을 사 준다고 하잖아!”“우리가 말끔하게 차려입지 않으면 하현의 체면이 깎여!”“이제 하현은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로 불리게 되었어!”“그런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너무 허름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우리 대사님의 실력을 의심할 거야!”“그러니 사양하지 마. 잠시 후에 우
다음날 아침 일찍 하현은 방을 나섰다.설은아의 방문을 지나칠 때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두 사람이 또다시 다투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거실에 와 보니 최희정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하현이 지나가자 그녀는 눈을 흘기며 슬쩍 곁눈질할 뿐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미간에는 그를 향한 마뜩잖은 기색이 가득했다.최희정은 어젯밤 설은아와 하현의 말다툼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그의 뻔뻔함과 노여움을 눈빛으로 드러낸 것이다.하현도 최희정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문을 나서려는 순간 최희정이 우다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소리를 들었다.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최희정이 우다금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지난번 저지른 일로 우다금은 따끔하게 혼이 나야 했었다.하지만 그다지 큰일이 아니라서 하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고 집복당으로 갔다.“하현, 아침은 먹었어요?”집복당 입구에 도착해 보니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황보정이 나와 있었다.그녀의 눈은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고 이제는 집복당 일을 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황보정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다과를 좀 만들었는데 한번 먹어 볼래요?”황보정은 오늘 짧은 잔꽃 무늬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고운 자태였고 걸을 때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다리는 눈부시게 빛났다.특히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하현은 싱그러운 젊은의 기운을 물씬 느꼈다.아찔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가 말했다.“그럼 감사히 먹어 볼게.”“감사할 사람은 나예요. 내 눈을 낫게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몸도 정상으로 돌려놓았잖아요!”황보정은 동작이 재빨랐다.“안타깝게도 할아버지는 내가 남들 관상을 봐주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내가 박명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상을 계속 봐준다면 결국 내가 천기를 누설할 거라고 하셨어요.”“이번엔 다행히 당신을 만나서 살았지만 다
”풍수?”“하 대사?”“풍수관?”설은아는 명함을 움켜쥐고 노기 어린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야?”“제대로 된 일을 하지는 않고 강호의 사기꾼이 되겠다는 거야?”“내가 당신을 이렇게나 오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풍수지리술을 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까?”“풍수를 보는 일이 얼마나 진지하고 엄숙한 일인지 알아?”“몇 마디 말로 사람들을 속이며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야!”“자칫 잘못하다간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기도 하는 거야! 알기나 해?”하현의 명함에 적힌 직함을 보면서 설은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집복당, 아홉 대째 내려오는 대단한 실력, 주역 대사...하현은 자신의 본업에는 조금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남원이나, 무성, 대구에서는 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금정에 와서 하현과 간민효가 친밀하게 지내더니 지금 눈앞에 내놓은 명함이라는 것을 보고 설은아는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이전에 하현이 보여준 모든 것은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지난 모든 것은 하현이 설 씨 가문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허상 같은 것이었다!그리고 이 허상을 만든 장본인은 하현이 밖에서 만나고 있는 간민효임이 틀림없다!금정 간 씨 가문의 간민효는 이 모든 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여자이다.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들이다!분노한 설은아를 보며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우선,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볼 필요가 없어.”“난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나와 간민효는 금정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알게 되었어.”“과거의 모든 일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어.”“둘째, 그녀와 난 그저 평범한 친구일 뿐이야. 당신한테 하나하나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함께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어.”“셋째, 내가 풍수관을 연 것은 나름의 목적이 있어서야. 내가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나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다는 걸 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