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그곳에 있던 설씨 가족들의 얼굴빛은 비할 데 없이 이상해졌다. “이 폐물이 아직 안 왔다는 걸 잊고 있었군!”희정은 이 순간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이 데릴사위는 조금도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나?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게다가 이렇게 극적인 순간에 오다니! 빌어먹을! 이때 희정은 참지 못하고 설재석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서울에 왔을 때 나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일찍 이 데릴사위를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방금 왕태민이 우리 딸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못 봤어?얼마나 좋은 기회야!이 모든 게 다 이 쓸모없는 놈 때문이야!설재석도 눈빛이 어두웠다. 서울에서는 설씨 어르신이 마음대로 정하긴 했지만 여기서는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반드시 이 쓸모없는 인간을 굴려버려야 한다!하현은 지금 오히려 뭇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설씨 어르신 앞으로 갔다. “어르신, 오늘 설씨 집안이 정식적으로 남원에 발을 들여 놓으니 너무 기쁘네요. 축하드립니다.” 하현의 웃음은 의미심장했고, 말 속에 또 다른 뜻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곳에서 이것을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설씨 어르신은 이 때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하현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너 이 폐물아! 너 우리가 여기서 연회를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누가 너더러 여기 오라고 했어!” “거기다 올 거면 그냥 올 것이지, 왜 허풍을 떨면서 와? 너 사람들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까 봐 무서워서 그래?” “말은 자기 얼굴이 길다는 걸 모른다는 말처럼, 이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야, 너는 정말 아직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거야?”“오늘 이 자리가 우리 설씨 집안에 얼마나 중요한 지 너 몰라? 감히 여길 오다니? 징그럽다!”뒤쪽에서 설민혁이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하현, 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온 거야!?”하현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여기 올 자격이
“이 사람이 그 데릴사위 인가 봐? 설씨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설씨 집안에서 지위가 하나도 없나 봐!” “저렇게 궁상스럽게 입은 걸 보니, 돈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이런 가난뱅이한테 2억이라니. 오래 먹고 살기에 부족하지는 않겠네. 나는 이 사람이 동의할거 같아.” “하지만 설씨 집안 사람들도 정말 재미있다. 이런 공연을 만들어서 우리를 모두 웃게 해주다니. 하하하……”“……”현장에 있던 한 무리의 손님들은 모두 의견이 분분했다. 재미있는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이 데릴사위가 지금 무릎을 꿇을 것인지 아닌지 추측이 무성했다. 설민혁은 더욱 기세가 등등하여 호통을 쳤다.“무릎 꿇어. 나한테 절해!”지금은 예전 같지 않았다. 지금 설민혁은 여러 개의 산이 뒷받침 해주고 있었다. 그는 하현 이 데릴사위가 지금 감히 함부로 덤벼 들거라 생각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하게 그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동자 속엔 찬 기운만 있을 뿐이었다. “무릎 꿇어!”설민혁은 하현의 어깨를 꾹 눌러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현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르신께 무릎 꿇으라고!!!”설민혁은 온 힘을 다해 하현을 땅에 쓰러뜨리려 했다.“탁_____”결국 하현은 갑자기 설민혁의 따귀를 후려 갈겼다. 설민혁은 그대로 7-8m 정도를 날아갔다……조용했다. 장내는 아주 조용했다. 설씨 집안 사람은 이 광경을 보고 아직 그렇게 흔들리진 않았다. 필경 하현이 설민혁을 여러 번 때렸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이것이 그렇게 뜻밖의 일은 아니었다. 이 데릴사위는 이따금씩 신경질을 부렸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하객들은 어리둥절했다는 것이다. 이 데릴사위는 도대체 뭘 하는 건가?그는 뜻밖에도 설민혁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하지만 그는 설씨 집안의 후계자가 아닌가!“탁탁……”설민혁이 막 발버둥치며 일어나려 할 때 하
설동수는 이때 의문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시간상으로는 벌써 도착했을 텐데, 제가 그 비서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설동수는 곧 전화를 하고는 잿빛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큰 분이 이미 오셨다가 가셨다는데요?”“뭐? 오셨었다고?”“그 분이 말하길 설씨 집안 사람들은 너무 어리석다는데요……”“알았다! 방금 그분이 왔을 때 하현 이 폐물이 난동을 부리는 장면을 보고 화가 나서 떠났을 거야!”“분명 우리 설씨 집안이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거야!”설씨 어르신은 노하며 소리쳤다.“하현 이 폐물 넌 죽어야 돼!”이때 많은 사람들이 반응했다.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 하현 때문에 화가 나서 큰 인물이 떠나버렸네! 설씨 집안의 가운을 망쳐버렸네!하현, 네가 바로 설씨 집안의 죄인이야! 이 순간 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이를 갈았다. 하현을 산 채로 잡아먹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설씨 어르신은 몸을 돌려 지금 설재석을 보며 표독스럽게 말했다.“나도 동의해! 이혼!”“설은아랑 그 사람이랑 이혼시켜라! 그 다음 그를 굴려버려!”“그가 우리 집에서 나가기 전에 그가 죽은 것만 못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분명, 설씨 어르신은 이미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뒤쪽의 설은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하현이 뜻밖에도 이렇게 큰 화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손님과 주인이 함께 기뻐해야 할 환영 만찬은 이렇게 끝이 났다. 손님들이 떠나갈 때 하나같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그 거물을 만날 인연이 없었는데 보잘것없는 설씨 집안이 무슨 자격이 있겠어?데릴사위가 일을 참 깔끔하게 했네! ……밤.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별장 한 채와 아파트 열 채를 임대했다. 하지만 금싸라기 땅인 남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나쁘지 않은 대우였다. 이때 설은아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얼굴 빛이 좋지 않았다. “은아
설재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하현, 서울에서 지내는 3년 동안 네가 어떤 모습이었다고 생각해?”“폐물! 쓸모없는 놈! 쓰레기! 이게 너를 표현해주는 말이야!”“은아를 보호한다고? 설씨 집안을 보호해?”“뭘 가지고 보호 할건데?”희정 역시 비웃으며 말했다. “허풍만 떨면서 무책임하게 주둥이를 놀려? 하현! 내가 제발 부탁하는데, 허풍을 떠는데도 한계가 있어!”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지금 상황은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달라요.”“서울에서는 제가 잠잠히 있었어요.”“하지만 남원으로 돌아온 이상 저는 왕이 되어 귀환한 거라고요!”이때 설은아도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당신 좀 현실적일 수 없니?”“왕이 귀환을 했다고!?”“당신이 능력이 좀 있다 해도 아직은 조금씩 노력하면서 성장해가야 돼!”“요즘 나는 당신을 보면 모든 게 달라진 거 같아. 어떻게 이렇게 된 거야?”“당신 허풍 떠는 버릇 좀 고칠 수 없어?”“내 걱정 좀 덜어 줄 수 없어?”하현은 한숨을 쉬며 진지하게 말했다.“은아야, 너는 나를 믿기만 하면 돼. 나는 너를 잘 보호할 수 있고, 설씨 집안도 감싸줄 수 있어. 이 모든 건 다 너를 위한 거야.”“당신……”설은아는 지금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울에 있을 때는 하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서 그녀는 자신이 시집을 잘못 갔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남원에 왔다고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가 있는 걸까? 설마 번화한 곳에 왔다고 바로 이렇게 그를 바보로 만들었단 말인가?설은아는 차갑게 말했다. “좋아, 당신이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그럼 증명해봐! 어떻게 나를 보호 할 수 있다는 건지!”“지금 할아버지가 나를 왕씨 집안에 시집을 보내시려고 하는데 당신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왕씨가 굽실거리도록 해보라고!”“그건……”하현은 잠시 멍해졌다. 만약 3년 전이었다면 왕씨
“입 다물어! 나는 당신이 이렇게 비현실적인 얘기 하는 거 듣기 싫어!”“하현, 당신 몇 살이야? 당신이 3살짜리 어린애인 줄 알아?”“우리 좀 현실적일 수 없을까?”“당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 하더라도 한걸음씩만 디디면 나는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어!”설은아는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하현은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 순간 설은아는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설은아는 옷장에서 양복 한 벌을 꺼냈다. “이거 너한테 주려고 샀어. 내일 가족 모임 때 이거 입고 가자.”“내가 할아버지께 부탁해서 다시 기회를 줄게!”“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해. 오늘 같은 일이 생겨서는 안돼. 알았지?”하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이렇게 말을 마쳤다.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그가 하엔 그룹의 회장이라고 했지만 설은아는 믿지 않았다. 남원에 와서 자신이 설씨 집안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설은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사실 설은아만 안 믿은 게 아니라 설씨 집안 모두가 믿지 않았다.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밤새도록 말이 없었다. 이튿날 이른 아침, 희정은 손바닥으로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하현을 깨웠다. 설재석은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찌질이. 아직도 안 일어나고 뭐해? 오늘 너는 반드시 은아와 이혼장을 받으러 가야 돼!”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버지, 이건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더군다나 저는 이혼하지 않을 거에요.” “너희들의 일? 너 말 다했어?”“하현, 내가 너한테 말하는데 그날은 우리 설씨 가문이 너를 데릴사위로 삼았었지만, 오늘은 너를 설씨 가문에서 내 쫓을 거야!”“너는 정말로 우리 설씨 가문에 기대서 계속 먹고 마실 생각을 한 건 아니겠지?”“우리 설씨 가문에게 너 같은 폐물은 필요가 없어!”“넌 자격이 없어!” 설재석은 욕을 퍼붓더니
“어? 쓸모없는 녀석! 네가 우리 설씨 집안의 큰 일을 망쳐놓고도 여전히 얼굴을 들이밀어?”“너 정말 우리가 널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오늘 셋째 삼촌이 설씨 어르신 앞에서 사정하지 않았으면 나는 너를 때려 죽였을 거야!”“폐물, 내가 너한테 충고하나 할게!”“……”순간, 한줄기 시선이 하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설씨 어르신은 오직 냉랭한 얼굴이었을 뿐, 하현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는 그저 남원이었기 때문에 설재석은 많은 인맥들을 가지고 있었고, 왕씨 가문의 일 역시 그가 연락을 하러 간 것이었다. 그래서 설씨 어르신께서 체면을 세워주신 것이다. 만약 여기가 서울이었으면 설씨 어르신의 성격에 벌써 하현은 쓸려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그는 하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설씨 어르신이 지금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설지연네 식구들이었다. 필경 설지연은 곧 왕씨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될 것이다. 이 일에 있어서는 줄곧 마음에 들어 했던 설민혁네 식구들이 설지연네 식구들의 지위보다 못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설은아네 식구들은 먼저 앉을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셋째 삼촌! 여기는 남원이지 서울이 아니에요!”“할아버지께서 지금 우리는 남원에서 새로운 귀인이니 가문의 규칙들도 좀 고쳐야 한다고 하셨어요.”“그러니, 여기에 앉으시면 안돼요!” 설민혁이 입을 열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야?”설재석은 화가 난 얼굴이었다. “이 술집은 내 연줄로 예약한 거야. 지금 내가 앉지도 못하는 거야?”“삼촌 화부터 내지 마시고 새로운 규칙부터 들어보세요.”설민혁은 일어서서 팔짱을 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남원의 새 귀인은 귀인의 모양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오늘 비록 가족 내부 회의이긴 하지만 이따가 왕 도련님도 오시니까 우리가 더 꼼꼼하고 규모 있는 모양새를 갖춰야죠. 우리 설씨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곧 종업원이 와서 작은 테이블을 하나 차려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수저와 그릇을 제외하고 차와 야채 두부만 있었다. 몇 명 종업원들 역시 세상 물정에 훤했는데 설재석 일가의 눈빛을 보며 의아해했다. “자! 빨리 앉아요. 서서 망신 당하지 말고요!”설민혁은 웃을 듯 말 듯 입을 열었다. 설재석의 얼굴은 하얗고, 파랗게 질렸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건너와 앉았다. 그들 일가는 어디까지나 설씨 집안 사람이었다. 설재석이 남원에서 인맥이 좀 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다른 설씨 일가들이 한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어젯밤 하현 이 폐물이 설씨 집안의 큰 일을 망쳐놓았으니 말이다. 그들 일가를 쓸어버리지 않은 것 만해도 이미 많이 참아준 셈이다. 이때 하현이 갑자가 설은아의 손목을 잡아 끌면서 돌아보며 말했다.“설민혁, 네가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너에게 하나 묻자. 설씨 집안에 2천억 원을 바쳤으면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거야?”하현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설씨 집안이 지분 51%의 2천억 원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것은 그가 꺼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말하자면 그가 설씨 집안에 공헌한 것은 2천억 원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지금 설씨 집안은 남원에 올 자격도 없었다. 하현이 이 말을 하자 장내는 모두 멍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놀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하하하하……”몇 십 초 후, 온 장내가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모두들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어르신, 이 모자람을 용서해주세요. 저는 어제 그가 바보짓을 했다고 믿습니다! 하하하!”“2천억? 이 집안은 2억만 꺼내도 나쁘지 않은데!”“셋째 삼촌의 일평생 명예가 맨 마지막에 이 데릴사위 때문에 망가질 줄은 생각도 못했네!”“어르신이 설은아에게 결혼을 재정비 하자고 하셨는데, 그녀가 아직도 거절했다고요? 이 바보 같은 놈 때문에요? 웃겨 죽겠네요!”“하지만 2천억 사위라면 왕씨 집안 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설씨 어르신도 따져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왕 도련님, 그 큰 인물이 도대체 무슨 내력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왕태민은 신비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 거물급 인사는 우리 왕씨 집안도 관계를 많이 해서야 알게 된 건데 말을 해도 믿지 않으실 거에요!”“증거에 근거해서 말하자면 그가 하씨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에요!”“3년 전, 하씨 가문을 다시 눈부시게 이끌어 갔던 하씨 후계자!”“하지만, 그는 은퇴한지 3년이 되었어요.”“이번에 강한 세력을 가지고 돌아오다니 우리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어요!”“그 하씨 후계자를 한 번 만나려고 지금 얼마나 많은 거물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열을 올리고 있는지 몰라요.”“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는 그 하씨 후계자과 같은 대학을 다녔어요. 몇 번 만나 연락처도 남겼고요!”“기회를 잡아서 반드시 하씨 후계자과 만날 약속을 잡을 거에요.”“만약 하씨 후계자가 원한다면 설씨 집안에게 손을 내밀어 지지해줄 거에요. 그러면 설씨 집안 사람들은 아마 일류 가문이 될 거에요.” 왕태민은 여기까지 말하고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씨 가문의 후계자여! 지금 하씨 대문호 최정상의 인물들을 뛰어 넘는 자.그는 이미 한국 최정상의 울타리 안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이번에 돌아왔을 때 이렇게 크게 진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대단하네요! 왕 도련님이 그런 인물을 아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그 하씨 후계자는 듣기만 해도 완강 하실 거 같아요!”“왕씨 도련님, 기회가 되시면 저희도 꼭 한 번 소개시켜주세요!”이 사람들은 지금 미친 듯이 왕태민을 우러러 보고 있다. 설씨 어르신은 지금 감탄하는 얼굴로 왕태민을 보며 너무나 마음에 들어 했다. 만약 왕태민을 자신의 손녀사위로 삼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설재석 부부는 지금 얼굴색이 복잡해졌다. 그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