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가 내놓은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적어도 설씨 집안이 숨통을 틀 수 있는 기회였다. 게다가 하엔 그룹이 뒷받침을 해주면 후에 설씨 집안은 남원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주주의 권리를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일단 눈앞에 있는 고비는 넘기고 봐야지. 하지만 설씨 어르신이 동의하자, 설씨 집안 사람들은 오히려 조급해졌다. “할아버지. 이건 정말 동의할 수 없어요!”“그래요! 만약 동의하시면 이후에 우리 집안은 설씨 회사에서 어떠한 발언권도 가지지 못해요!”“할아버지!”“우리 다시 방법을 생각해 봐요!”이 순간, 설씨네 식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열었고 표정 하나하나가 초조하기 짝이 없었다. 하엔 그룹이 주인으로 들어서서 비록 설씨 회사의 발전에 이익을 얻긴 하겠지만 51%의 지분이 없어진 것이다. 설씨 집안 모든 사람은 하엔 그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셈이다. “그만해, 입 다물어!”설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장내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노하며 소리쳤다. “이미 끝난 일이니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설씨 어르신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자 설씨 집안 사람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사실상 따지고 보면 절대다수의 사람들의 손실은 크지 않았다. 심지어 많은 이점이 있었다.필경 설씨 집안은 이후에 80%는 설민혁의 것이 될 텐데 그들이 퇴출당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돈을 벌 수 있겠는가? 심지어 하엔 그룹이 제어를 하고 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 질 것이다. 방금 표명한 것은 더욱 자신이 가문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도록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회장이 예상한 장면을 보자, 슬기는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쳤고 스태프들은 미리 준비된 법률 문서를 건넸다. 설씨 어르신은 비록 마음이 아파 눈가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어쩔 수없이 이를 갈며 서류에 서명을 했다. 이 순간, 설씨 회사의 소유권은 하엔 그룹이 장악했
“저 사람?”설씨 어르신은 피식 웃으며 주저 없이 말했다. “이 데릴사위는 당연히 자격이 없는데 남원에 가는 이렇게 중요한 일에 언제 그가 갈 차례가 오겠어?” “하지만 셋째 삼촌은 반드시 가야하고 설은아도 가야겠지? 하현, 내가 정말 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네 마누라 가족은 전부 남원으로 가야 돼. 너 혼자 서울에 외롭게 남겨두면 굶어 죽으려나?”설민혁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남원을 다시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바보 같은 놈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은아가 입을 열지 않았고, 설지연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안돼요! 하현은 반드시 남원으로 가야 돼요!”설씨 집안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설지연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뇌가 고장 났나? 뜻밖에도 하현을 위해 말을 하다니?”설지연은 이때도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설은아가 남원에 가야 되면 이 폐물도 반드시 같이 가야 해요. 게다가 모두에게 그녀의 남편이 데릴사위라는 것을 알려야 돼요.”분명 설지연은 왕정민이 설은아를 마음에 들어 할 까봐 겁이 났다. 그녀가 왕씨 집안에 시집갈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어떻게든 하현을 같이 보내야 했다. 설씨 어르신은 원래 설민혁을 지지하려고 했는데 지금 설지연이 이렇게 상기시켜주자 하현을 의미심장하게 본 후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일리가 있다. 이 폐물이 여전히 이용가치가 있으니 그도 데리고 가자.” “하지만 설씨 집안 사람들은 일등석에 탈 거야. 이 폐물은 이코노미석 하나 내줄게!”이 말에 설씨 집안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사람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할아버지, 어르신은 정말 마음씨가 좋으시네요. 이 폐물은 평생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을 것 같아요.” “얘야. 몇 번 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는데 모처럼 이코노미석 한 번 타면 사진을 몇 백장씩 찍어서 반년 넘게 친구들끼리 돌려 본
보름 뒤 남원.제주 공항에 이날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 제일 이른 시간에 대기업에서 중요인사들을 이곳으로 파견했다. 실탄이 장전된 총을 들고 특전사들이 중요한 장소를 순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최근 보름 동안 소문이 돌았다. 3년 전 일찍이 남원을 군림하던 거물, 왕이 돌아왔다!남원의 상류층들은 일찌감치 이 일을 알고 있었다.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거물의 진면목을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비행기에서 막 내린 많은 승객들은 이 광경을 보고 궁금해했다. 수소문해본 결과 그들은 오늘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전설 속의 거물은 듣기로는 3년 전 남원에서 변덕이 죽 끓듯 했었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최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때 갑자기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그가 죽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자기 가문의 사람을 몰래 음해하려고 했다고도 하고, 성과 이름을 감추고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요컨대, 각양각색의 판본과 전설이 있었다. 게다가 이 거물은 그 당시 매우 절제되어 있어서 얼굴을 내미는 일이 드물었다. 그래서 남원의 상류층이라도 그의 진면목을 목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의 전설은 매우 많았고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무슨 자수성가인가?한 사람이 천억 상업 제국을 건설했다. 남원의 금융가가 발을 동동 구르면 전부 파산했다. 아직 시집가지 않은 부잣집 따님들은 하나같이 가능성을 가지고 우러러 보았다. 그녀들의 마음 중심에는 남신이 있었다. 자신도 이런 남자에게 시집갈 기회가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때 공항 귀빈 통로에서 설씨 집안의 크고 작은 짐 꾸러미가 나왔다. 설씨 어르신은 비록 서울에서 상류생활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앞장서서 나갔을 때 감탄하는 빛이 역력했다. 남원! 얼마나 많은 기업이 밟고 싶어하는 곳인지 강남의 많은 가문들도
설재석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아버지, 오늘 밤 우리 설씨 집안이 처음 남원에 왔다고 왕씨 집안에서 만찬을 베풀어 우리를 초대해 주었어요. 이름있는 인물들도 많이 모셨다고 하네요.”“아니면 우리가 이 거물급 인사들에게 초대장을 보낼까요? 우리가 같은 날 공항 귀빈통로로 나온 이상 인연인 셈인데 약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설씨 어르신은 격양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이런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저녁연회에 참여한다면 설씨 집안은 절대적으로 남원에서의 명성이 높아질 것이다!설씨 가문의 향후 남원에서의 위상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게 격상할 것이다. 무리들 뒤에서 설은아는 앞이 북적거리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약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뒤를 힐끗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가 뒤에 가서 좀 보고 올게. 하현이 아직 안 나왔어……”“보긴 뭘 봐?”희정은 눈을 부릅떴다. “오늘은 설씨 집안의 큰 날인데 그 폐물이 안 올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늘 밤 아마 왕씨네 자제분이 올 거야. 설지연 그 야비한 여자는 너 때문에 그녀가 각광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 그래서 하현이 꼭 와야 한다고 하는 거야. 나는 정말 그녀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 희정은 욕지거리를 해댔다. 설은아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지연이 말도 틀리진 않아. 나는 이미 시집을 갔는데 어떻게 설지연의 좋은 일을 망칠 수가 있겠어?”“너…… 시집갔으면 이혼도 할 수 있는 거야! 만약에 어르신이 편애하지 않았다면 이번에 네가 꼭 호족에게 시집을 가지 못한다고 할 수도 없었을 거야……”희정은 스스로 말을 꺼내면서도 점점 화가 나서 기절할 뻔했다. “지금 네가 여전히 그 놈을 보러 간다고 하니 난 정말, 난 정말……”“알았어, 엄마. 오늘 엄마를 잘 모실게. 그 사람 다 큰 사람이니 잃어버리진 않겠지. 내가 이따가 주소를 보내주면 돼.”설은아는 하현이 조금 걱정
남원으로 돌아갈 때 그는 이코노미석을 타지 않았고 전세기를 탔다. 하씨 집안이 떠보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비밀 루트를 통해 새어 나갔다. 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면은 바로 그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지금 하현은 서둘러 나가지 않고 물었다. “슬기, 확실히 알아봤어?”며칠 전 남원에 와서 모든 일을 알아봤던 슬기는 지금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회장님, 회장님의 행방은 저와 회장님 두 사람만 아는 비밀인데, 이게 어떤 통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하지만, 회장님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하수진 아가씨가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뭐라고 그러든?”하현은 잠시 멈추었다. 하수진은 하씨 집안의 양녀이지만 하씨 집안에서 그녀의 위치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그녀의 몫이 있었다. “왕이 돌아왔다고 하던데요?” 슬기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네. 시간을 내서 그녀를 한 번 만나자. 내 여동생이 날 위해 도대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지 궁금하네.”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적어두고는 이어서 말했다. “천일 그룹의 일은 이미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이번에 회장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일은 조용히 처리했고, 조달한 자금도 비밀로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하씨 집안 쪽에서 회장님과 천일 그룹의 관계를 눈치채게 될 것 같습니다.”“괜찮아. 그들을 속일 필요 없어. 게다가 겨눌 대상이 있어도 그들은 밤에도 비교적 잘 자거든.”“그 밖에, 듣기로 오늘 W호텔에서 설씨 집안을 위해 왕씨 가문이 저녁 만찬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방금 설씨네 집안 사람이 뜻밖에도 사람을 보내서 회장님을 저녁 만찬에 초대했습니다.”슬기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 웃긴다. 거물이 바로 자기 옆에 있으면서 왜 초대장을 보내지?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다. 하현이 물었다.“시간은?”“오늘 저녁 8시입니다.”“
원래 왕태민은 이런 영문도 모르는 연회를 주관하는데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만약 가족이 이 임무를 자신에게 강행해서 맡기지 않았다면 그는 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오히려 자신이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태민 이 인물은 진정한 사냥꾼이다. 지금 비록 그가 설은아와 설유아 두 자매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그는 기름기 많은 남자처럼 행동하지 않았고 품위 있게 행동했다. 이때, 왕태민은 잔을 들고 얼굴이 붉어진 설씨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어르신, 오늘 이 왕태민이 왕씨 집안을 대표해서 설씨 집안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설씨 집안 분들은 모두 뛰어나신 인재들이십니다. 그리고 앞으로 남원 상업계에서도 강한 세력이 되어 우리 남원의 귀하신 몸이 되실 겁니다. 제가 어르신께 한 잔 드리지요.” 설씨 어르신은 감격에 겨워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 분이 왕씨 집안 사람이구나! 왕씨 집안 사람이 설씨 집안에게 저녁 만찬을 베풀어 줄 뿐만 아니라 직접 와서 술을 권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상상할 수 없는 영광이었다.“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저희 설씨 집안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설씨 어르신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을 열었다. 왕태민은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설은아를 한 번 쳐다 보고 웃으며 말했다. “왕 아무개가 아직 혼인을 안 했는데 설씨 집안의 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이 말이 나오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 왕태민은 비록 왕씨 집안에서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았고, 후계자도 아니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왕씨 집안 사람이었다. 평일 낮에는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그의 양복바지에 엎드리려고 했다. 그가 오늘 적극적으로 이것을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씨 어르신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전에 제가 저희 집 셋째가 하는 말을 듣기로 왕씨 집안에서 저희 설씨 집안과 혼인을 맺기를 원한다고 하던데 보아하니 왕씨 집안 사람에서 자제님를 선택하
“맞아요! 듣기로 거물급 인사가 남원에 왔다면서요. 게다가 오후에 공항에 도착했다던데 당신들 설씨 집안 사람들은 운도 좋네요. 아마 이 거물급 인사와 앞뒤로 도착했을지도 몰라요!”“안씨 집안이 말하기로는 일류 가문의 고씨네 후계자도 왔었대요. 이 거물급 인사를 한 번 만나보려고 준비했었는데 아쉽게도 자격이 안되네요!”“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하씨 가문의 하수진 아가씨도 나타났었대요. 만나보려고 공항에서 몇 시간은 기다린 것 같은데 아쉽게도 만나보지 못했어요.”“당신들 설씨 집안 사람들은 이런 큰 인물들을 우연히 만났을지도 모르겠네요……”“……”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설씨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말하자면 이 일은 정말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 설씨 집안은 이 일을 알고 나서 이 거물급 인사께 초대장을 보내드렸습니다. 우연히 마주쳤을지도 몰라요. 혹시 그분이 우리 이 만찬에 참석할 수도 있어요.”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그런 거물급 인사가 어떻게 이런 만찬에 참석할 수 있겠어요?”“하씨 가문도 만나보기 어려운 사람인데!”모두가 믿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설씨 어르신도 자신은 없었지만 그저 계속 지켜볼 뿐이었다. 이때 설동수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아버지 그 거물급 인사의 비서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그분이 우리 만찬에 참석하시겠다고 해요. 지금 오시는 중이래요. 금방 도착하신대요!”“뭐! 설마 정말 하늘이 우리 설씨 집안을 돕는 것인가!”“우리 설씨 집안에 이런 기연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설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흥분한 기색이었다. 한 집안의 흥망성쇠는 하나의 운이 굉장히 중요하다.그리고 오늘 그들은 한 걸음 더 하늘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다른 하객들은 하나같이 부러움과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이 설씨네는 과연 복이 많구나. 이런 추세라면 아마 얼마 안 가서 남원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 설지연은 꽃처럼 웃으며 말했다. “
순간, 그곳에 있던 설씨 가족들의 얼굴빛은 비할 데 없이 이상해졌다. “이 폐물이 아직 안 왔다는 걸 잊고 있었군!”희정은 이 순간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이 데릴사위는 조금도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나?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게다가 이렇게 극적인 순간에 오다니! 빌어먹을! 이때 희정은 참지 못하고 설재석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서울에 왔을 때 나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일찍 이 데릴사위를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방금 왕태민이 우리 딸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못 봤어?얼마나 좋은 기회야!이 모든 게 다 이 쓸모없는 놈 때문이야!설재석도 눈빛이 어두웠다. 서울에서는 설씨 어르신이 마음대로 정하긴 했지만 여기서는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반드시 이 쓸모없는 인간을 굴려버려야 한다!하현은 지금 오히려 뭇 사람들의 의아한 눈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설씨 어르신 앞으로 갔다. “어르신, 오늘 설씨 집안이 정식적으로 남원에 발을 들여 놓으니 너무 기쁘네요. 축하드립니다.” 하현의 웃음은 의미심장했고, 말 속에 또 다른 뜻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 곳에서 이것을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다.설씨 어르신은 이 때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하현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너 이 폐물아! 너 우리가 여기서 연회를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누가 너더러 여기 오라고 했어!” “거기다 올 거면 그냥 올 것이지, 왜 허풍을 떨면서 와? 너 사람들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까 봐 무서워서 그래?” “말은 자기 얼굴이 길다는 걸 모른다는 말처럼, 이 보잘것없는 데릴사위야, 너는 정말 아직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 거야?”“오늘 이 자리가 우리 설씨 집안에 얼마나 중요한 지 너 몰라? 감히 여길 오다니? 징그럽다!”뒤쪽에서 설민혁이 다가와 차갑게 말했다.“하현, 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온 거야!?”하현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왜 여기 올 자격이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