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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4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사람을 불러보라고?!”

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

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

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

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

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

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

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

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

“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

“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

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

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

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

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

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

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

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

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수백 명이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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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 재벌 사위면 될까?   4114장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

  • 재벌 사위면 될까?   4113장

    만약 엄도훈이 방심했기 때문에 하현에게 얼굴이 날아갔다고 치더라도 하현이 십여 명의 건달들을 가볍게 날려버린 건 하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분명 출중한 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의기양양하던 진홍헌, 진홍민 남매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젠장! 여자한테 빌붙어 빌어먹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 할 수가 있지?”“그럴 리가 없어!”“흥! 어쩐지 이 개자식이 혼자서 당당하게 우리 연합회에 찾아오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꽤나 있는 모양이군!”하현이 맥없이 쓰러지는 꼴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은 듯 화끈화끈거렸다.하현에게 당한 사람들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라 신사 상인 연합회 싸움꾼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엄도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평소에도 거침없이 사람들을 대했다.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당한 거지?엄도훈 역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부여잡았다.치솟아 오르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순간 엄도훈은 눈빛이 매서워졌고 품에서 병부의 단검을 뽑아 하현의 가슴에 들이댔다.“퍽!”단검은 하현의 가슴은커녕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엄도훈이 사정을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현이 재빠르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서남 천문채의 제자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돼?!”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차칵!”순간 낭랑한 소리와 함께 엄도훈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앗!처량한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도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현이 당하는 꼴을 구경하려던 예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범접하지 못할 하현의 단호함과 매서운 실력에 놀라

  • 재벌 사위면 될까?   4112장

    엄도훈은 얕잡아 보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다.“탁!”하현이 엄도훈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엄 회장님, 이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짓이죠!”“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엄도훈은 하현의 손을 뿌리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응시했다.하현이 감히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것 아닙니까?”“주먹이 도리이자 법이죠!”“당신은 너무 약한 존재라 우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당연하죠!”“안 그렇습니까?”“엄 회장님. 이런 녀석과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2층에 있던 진홍헌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냥 손발을 부러뜨리면 그만이에요! 흥! 어디 두고 보자구! 감히 날뛸 수 있는지!”하현이 다이아몬드와 포르쉐 918로 진홍헌의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진홍헌에게 적잖은 상처와 수치를 남긴 모양이었다.어쨌든 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고 그의 아버지 재산은 수조 원에 육박한다.하지만 금정 재벌 2세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뺨을 맞았다?!이런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하현에게 이 치욕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진홍헌이 앞으로 어떻게 금정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를 지켜보던 진홍민과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 이죽거렸다.다들 하현이 묵사발이 되어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주먹이 도리라고 한다면 그래, 어디 해 보시죠! 당신들이 못 할까 봐 두려울 지경이군요!”하현은 더 이상 진홍헌을 상대하지 않고 엄도훈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호?!”“지금 당신이 날 협박한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 구역에 와서 나 엄도훈을 협박하는 겁니까?”“흥! 자식! 배짱 한번 두둑하군!”엄도훈은 염주를 돌리며 하현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문

  • 재벌 사위면 될까?   4111장

    선두에 선 황모 청년이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씩이나 훑어본 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누구시죠? 여긴 왜 왔어요?”“신사 상인 연합회에 보호비 내러 왔어요?”하현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SL그룹에서 왔습니다.”“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엄 사장님께 오백억을 받으러 왔습니다.”“하현? SL그룹?”“아, 당신이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분명 요 며칠 최희정이 하현에 대해 떠벌린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달들이 하현을 데릴사위라고 칭하며 단번에 알아봤을 리가 없다.잠시 후 황모 청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여기저기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염주를 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전통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뭔가에 몰두하는 학자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흉악한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자 서남 천문채 금정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엄도훈이었다!엄도훈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하현입니까?”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내가 바로 하현입니다. 혹시 날 아십니까?”“당신이 하현이라니 마침 잘 되었네요!”엄도훈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었다.“내 친구 중의 한 명이 나한테 그랬죠. 데릴사위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그들을 괴롭혔다고. 그 사람 이름이 하현이라고 하더군요.”“내 친구는 자기 대신 내가 어떻게 좀 해주길 바랐죠.”“친구요?”하현이 차가운 눈빛이 스치며 말했다.“그 친구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갑니까?”엄도훈이 하현에게 손짓을 하며 뒤쪽을 보라고 했다.이때 2층 베란다에 낯익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바로 진홍헌과 진홍민 남매였다.그들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열두 명의 남녀와 부잣집 자제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하나같이 기세등등하게 하

  • 재벌 사위면 될까?   4110장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109장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 재벌 사위면 될까?   4108장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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