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겠어.”“남궁나연과 진주희 같은 고수들이 기꺼이 그를 따르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그를 도와 죽기 살기로 싸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의 능력을 인정할 만해!”브라흐마 파만은 겁에 질린 듯한 하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다가 순간 경멸에 가득한 낯빛을 띄우며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하현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군.”“자신의 실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링 위에서 그의 본색이 여실히 드러나는 거야!”“우리의 상대는 남선을 비롯한 그 세 명의 실력자들이야!”“그 셋이 모두 변약수에 중독되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우린 이 경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통쾌하게 이겼어!”“소위 오천 년 문명이라는 대하의 문명도 우리 인도 왕국 앞에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거야!”브라흐마 파만의 말을 들은 샤르마 카비 역시 한껏 비웃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정도 수준으로 감히 어떻게 여자를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브라흐마 로샨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 묻어났다.평소에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만인이 보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실망스러운 일이었다!순간 다타 구쉬가 움직이자 은침이 사방으로 점점 퍼져 더 많이 날아들었다.은침은 모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거나 피할 수도 없었다!“계속 경기를 할 필요도 없어!”브라흐마 파만은 하현을 그렇게 간단히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대신 하현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한 뒤 성난 군중들 사이에서 산 채로 잡아 뜯기게 하고 싶었다.그래서 브라흐마 파만은 순간 크게 소리를 질렀다.“사회자! 어서 승자를 발표하시오!”“하 씨 저놈이 졌으니 더 이상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우린 저놈에게 천박한 목숨만은 살려두겠소!”영지루는 희미하게 눈을 뜨고 눈앞의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원래 하현에 대해 자신감이 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아무 반응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각 무맹 대표들과 손엄명, 조한철, 영지루, 그리고 나머지 관중들까지 모두 경기장 한가운데 시선을 고정시킨 채 돌처럼 굳어버렸다.하현을 비웃던 조가흔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가린 채 충격에 휩싸였다.용천두와 김준걸은 모두 몸을 움츠리고 얼굴 가득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진주희는 하현의 실력에 다시 한번 놀라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브라흐마 파만의 미소 짓던 얼굴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하현의 패배가 확실해 보였던 상황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하현이 단 한 발자국만 내디뎠을 뿐인데 수많은 은침들이 모두 부서질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그는 단 한 번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강력한 다타 구쉬를 물리쳤다!이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실력자의 모습이었다!사람이 아니었다!무림에 지존하는 악마의 모습이었다!인도 성녀 브라흐마 로샨은 눈꺼풀을 들썩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어떻게 이럴 수가?”인도인들 무리들은 눈앞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눈을 계속 비비며 혼란에 빠졌다.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 보아도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이겼어?”“우리가? 이긴 거야?”“한 방에? 뺨 한 대로?”정신을 다잡은 뒤 구양연과 천정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영지루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고 그녀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리고 많은 대하 관중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하현의 승리는 기뻤지만 그만큼이나 그들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하현을 외부의 적과 내통한 배신자라며 분노에 찬 저주를 퍼부었고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반면 조한
”그래?”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샤르마 카비를 바라보았다.“당신 어떻게 싸울 건데?”샤르마 카비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식으로 싸우기 전에 먼저 내 소개부터 할게.”“난 인도 선봉사의 샤르마 카비야.”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알아.”“아니, 당신은 몰라!”샤르마 카비는 매서운 눈빛으로 웃음을 터뜨렸다.“난 인도 선봉사 출신일 뿐만 아니라 선봉사의 변약수를 개발한 사람이 내 아버지야.”“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변약수를 만드는 비법을 선봉사에 전수하셨지만 변약수의 해독제는 나한테만 전수하셨지!”“간단히 말해서 이 세상에 남선 일행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거야. 당신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세 사람은 죽게 될 거야!”“하현, 당신 자칭 애국자잖아?”“당신은 그 세 사람과 살이라도 베어 먹을 사이잖아?”“자, 어서 패배를 인정해!”“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가 나중에 날 원망하는 일이 없길 바라!”하현은 이 말을 듣고 무심하게 내뱉었다.“변약수의 해독제만 믿고 날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당신의 그 자신감은 겨우 거기서 나온 거야?”“내가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그 세 사람을 구하겠다고 나라를 패배하게 만들진 않겠지?”샤르마 카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은 나한테 위협을 느끼게 될 거야!”“왜냐하면 난 변약수의 해독제 만드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이지. 난 대하에 들어온 이후 꽤 많은 변약수를 만들었어.”“그리고 지금 무성의 여러 수원지에 놓아두었지.”“오늘 이 경기에서 내가 패배하면 이미 배치해 둔 내 사람들이 그 변약수를 수원지에 쏟아부을 거야!”“사흘만 지나면 당신들 무성은 온 천지가 잠든 도시로 변할 거야!”“하현, 당신이 강한 실력과 무적의 기운으로 이 상황을 막는다고 해도!”“항상 그물을 빠져나가는 물고기는 있는 법이지!”“그때 희생자들은 당신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거
”아니야! 아니라고!”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르마 카비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날 배신하지 않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하 씨! 당신 날 속이려 들지 마! 난 안 믿어!”“당신이 생각하는 그 여자가 당신을 팔아넘기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해?”하현은 희미하게 웃었다.“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애원하는 사람은 보통 그 결말이 좋지 않다는 걸 당신도 알고 나도 알아.”“오늘만 해도 그래.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큰 그림은 이미 오래전에 당신의 연인한테 무참히 뭉개졌지.”“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하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샤르마 카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샤르마 카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사실인 것처럼 확신하며 말하니 어디 한번 말해 봐! 그 여자가 누군데?!”하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인도의 성녀, 브라흐마 로샨.”그녀의 이름을 듣자 샤르마 카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순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브라흐마 로샨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리고는 하현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개자식! 무슨 짓을 한 거야!”“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그녀에게 이백억과 내 무성 재산의 절반을 준다고 한 것밖에 없어.”“이건 그녀가 한평생을 살아도 못 얻을 재산이야.”“이 정도면 그녀가 나한테 와서 당신을 팔아넘기기 충분하지 않을까?”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자신의 옷깃을 잡은 샤르마 카비의 손가락을 하나씩 풀어헤치며 말했다.“이봐, 젊은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경기나 어서 하는 게 어때?”“지금 당장 날 후려치고 싶어도 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리기 전까진 기다려야 해, 알았지?”샤르마 카비의 눈이 하현과 브라흐마 로샨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시 후 냉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 씨! 날 속일 생각은 하지도 마!”“브라흐마 성녀는 지적이고 아름다워.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
”저 둘이 지금 뭐 하는 거지? 옷깃을 잡고 저렇게 가까이 서서 무슨 얘길 하는 거야?”“둘이 무슨 거래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싸우려면 어서 싸우지 무슨 말을 저렇게 하는 거야?”“당신들은 하현이 이번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링 위에 있는 두 사람이 계속 몸을 가까이 두고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자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이 여기저기서 의혹에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었다.대하 측 관중들이 의아해하며 의혹을 품은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는 것과 달리 인도 측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샤르마 카비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처럼 가족과 국가에 강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하현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라흐마 로샨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인도 측 관중들은 안도의 미소를 떠올렸다.경기 첫날부터 하현은 이런 식으로 인도 사람들의 관계를 서로 이간질시키려 드는 것인가?또 이런 식으로 하겠다고?하현은 정말로 위대한 인도 사람들이 무뇌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이때 사회자가 링 가장자리로 걸어가더니 차갑고 간결한 말투로 외쳤다.“두 번째 경기, 시작!”사회자의 말을 듣고 샤르마 카비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장검을 손에 들고 하현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붙였다.“휙! 휙!”허공을 가르는 칼날이 예리하게 울렸다.하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다.그는 샤르마 카비의 공격에 피하지도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어? 하현이 도대체 뭐하는 거야? 왜 또 안 움직이는 거야?”“경기를 포기하려는 거 아냐?”“글쎄, 저기 저기 좀 봐! 하현은 조금도 움직일 의사가 없어 보여. 샤르마 카비한테 벌써 겁먹은 거야?”“첫 번째 경기 때도 이러다가 판을 뒤집더니 이번에도 똑같이 한다고? 에잇 설마?!”“이젠 그가 정말로 배신자가 아닐까 의
하현은 실제로 장검 앞에서도 피하거나 반격하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하현에게 겁을 먹었던 샤르마 카비는 순간 얼굴에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계략이 성공했다고 느꼈다.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힐끔 훑어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군. 당신들 하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하현은 제대로 자기 분수를 아는 거야.”“그가 내 상대가 아니고 질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않은 거야.”“잠시 후에 그가 링에서 굴러 내려오더라도 당신들은 그를 너무 비난해서는 안 돼!”“어쨌거나 그는 당신들 대하를 대표해서 올라온 사람이잖아!”말을 마치며 샤르마 카비는 한껏 잘난 척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오늘 하현을 죽일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꿍꿍이도 있었던 것이다.말을 마치며 샤르마 카비의 시선이 브라흐마 로샨에게 정확히 떨어졌다.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본 샤르마 카비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을 띠었다.오늘 그는 하현을 격파해 대하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인도에 길이 남을 공로를 세운 것이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현을 직접 베어버리고 브라흐마 로샨의 마음을 단번에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명성, 영광, 지위, 부, 그리고 여자...이 모든 것이 차례로 그의 것이 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샤르마 카비는 능글맞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하현, 난 이미 당신을 봐줄 만큼 봐줬어. 첫방에 바로 죽이지 않고 기회를 준 셈이지!”“두 번째 칼은 그리 쉽게 안 될 거야. 그렇다고 날 원망해선 안 돼, 알았지?”“당신 실력, 흥! 볼 것도 없구만!”샤르마 카비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고 하늘을 찌를 듯한 자만심으로 하현을 가르치기까지 했다.하현은 샤르마 카비를 무심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샤르마 카비, 내가 감히 피하지도 못하고 반격도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네까짓 놈이 감히 뭐라고?”샤르마 카비는 낮은 목소리
무맹의 대표들도, 양측의 관중들도 모두 깜짝 놀라 얼어붙은 채 샤르마 카비를 바라보았다.그들 중 대부분은 그의 자신만만한 행동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눈빛을 보였다.그들이 상상하는 강호의 고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는 패기가 넘쳤을 뿐만 아니라 애증의 대상도 명확했다.가장 결정적인 것은 잠시 지루하게 흐르는 것 같은 경기가 샤르마 카비의 기함 소리에 순식간에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특히 그가 하현을 한방에 꺾겠다고 선언하며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던 경기에 종지부를 찍는 장면은 실로 대단했다.배경음악이나 효과음만 조금 더해졌더라면 여느 거장의 TV 드라마나 영화 못지않은 장면이었다.샤르마 카비의 강력한 기세도 기세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 한몫한 것이다.“와! 짝짝짝!”“샤르마 카비! 샤르마 카비!”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자 경기장 전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심지어 대하 관중들조차도 감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샤르마 카비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을 때 진주희는 링 아래에서 얼른 하현에게 달려가 괜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진주희가 괜찮다는 손짓을 보내자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샤르마 카비의 이른바 수원지 독살 시도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하현은 미리 각 수원지에 인력을 배치해 놓았다.인도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교활했고 샤르마 카비가 배치한 인력은 결정적인 순간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양측이 링 위에서 싸우려고 맞부딪히려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미 기다리고 있던 집법당 제자들에 저지당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하현은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샤르마 카비가 링 위에서 혼자 흥분하며 쇼를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하현은 희미하게 웃더니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좋아, 샤르마 카비. 쓸데없는 말 백마디보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낫지!”“
”퍽!”“인도 실력자라고?!”“변약수를 이용해 감히 날 협박해?”“피하지도 못하고 반격도 하지 못한다고?”“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하현은 샤르마 카비를 꾸짖으면서 가차 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샤르마 카비는 끙끙거리며 신음했고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퍽!”“내가 이미 다 말했잖아!”“당신의 그 얄팍한 속임수는 나한테 안 통한다고!”“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인도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모르는 거야?”“내가 그렇게 무서워?”“내가 그렇게 무서우면 얼른 무릎을 꿇어.”“그렇게도 당해 놓고 내 앞에서 아직도 센 척하고 싶은 거야?”“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돼? 그럴 실력이나 되냐고?”샤르마 카비는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지도록 맞게 되자 분노로 씩씩거렸다.그는 인도의 3대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선봉사의 대표 고수였다!과거에 그는 항상 동료들을 휩쓸었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발아래 두며 쓰레기 취급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링 위에서 천지사방에 자신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었다.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하현에게 패했고 반격할 힘도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하현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만약 하현이 그를 제압하기 위해 큰 묘수를 썼다면 그도 하현의 실력을 인정했을 것이다!하현이 다타 구쉬를 제압했을 때는 어쨌든 다타 구쉬도 기세가 등등하게 맞섰다.다타 구쉬는 비록 패했지만 그래도 체면을 잃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뺨을 연거푸 때리자 샤르마 카비의 얼굴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샤르마 카비는 이 상황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대단한 묘수를 쓴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공격이었다.그런데 샤르마 카비는 그 단순한 공격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리 와! 인도의 위대한 실력자! 이제 말해 봐!”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