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인도 실력자라고?!”“변약수를 이용해 감히 날 협박해?”“피하지도 못하고 반격도 하지 못한다고?”“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하현은 샤르마 카비를 꾸짖으면서 가차 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샤르마 카비는 끙끙거리며 신음했고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퍽!”“내가 이미 다 말했잖아!”“당신의 그 얄팍한 속임수는 나한테 안 통한다고!”“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인도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모르는 거야?”“내가 그렇게 무서워?”“내가 그렇게 무서우면 얼른 무릎을 꿇어.”“그렇게도 당해 놓고 내 앞에서 아직도 센 척하고 싶은 거야?”“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돼? 그럴 실력이나 되냐고?”샤르마 카비는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지도록 맞게 되자 분노로 씩씩거렸다.그는 인도의 3대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선봉사의 대표 고수였다!과거에 그는 항상 동료들을 휩쓸었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발아래 두며 쓰레기 취급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링 위에서 천지사방에 자신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었다.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하현에게 패했고 반격할 힘도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하현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만약 하현이 그를 제압하기 위해 큰 묘수를 썼다면 그도 하현의 실력을 인정했을 것이다!하현이 다타 구쉬를 제압했을 때는 어쨌든 다타 구쉬도 기세가 등등하게 맞섰다.다타 구쉬는 비록 패했지만 그래도 체면을 잃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뺨을 연거푸 때리자 샤르마 카비의 얼굴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샤르마 카비는 이 상황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대단한 묘수를 쓴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공격이었다.그런데 샤르마 카비는 그 단순한 공격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리 와! 인도의 위대한 실력자! 이제 말해 봐!”
”샤르마 카비! 이 개자식!”“어떻게 대하인한테 무릎을 꿇을 수가 있어!”“넌 인도의 고귀한 제2계급이야!”“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 있냐구!”하현 앞에 무릎을 꿇은 샤르마 카비를 보며 자신만만해하던 브라흐마 파만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분노했다.다른 인도의 실력자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쉴 새 없이 눈꼬리를 이리저리 흘기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인도의 고귀한 제2계급이 어떻게 비천한 대하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이것은 국가적인 수치였다!조한철과 조가흔은 정신이 아득해졌다.한동안 그들은 하현의 행동을 보고 경기를 망치려는 것인지 아니면 대하 사람들의 안전 따위 전혀 관심이 없는 건지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다.구양연과 천정국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마지막 광경을 본 후에야 긴 숨을 내쉬었다.손엄명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반면 영지루는 몸을 곧추세우고 눈빛을 반짝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샤르마 카비는 아직 죽지도 않았고 링 위에서 떨어지지도 않았어. 심지어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어.”하현은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는 몸으로 말한 거야. 내 앞에서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이제 이 경기는 내가 이긴 거 아닌가?”“비열한 놈! 뻔뻔한 놈! 당신은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할 부끄러운 수법을 써서 샤르마 카비를 제압한 게 분명해!”브라흐마 파만이 화를 버럭 내며 소리를 질렀다.“샤르마 카비, 어서 일어나! 넌 고귀한 인도 혈통이야! 무릎을 꿇어선 안 돼!”“어서 일어서!”그러나 안타깝게도 샤르마 카비는 마음속에 이미 무거운 체념이 가득 들어앉은 듯 입술을 덜덜 떨면서 하현을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비열하다고? 뻔뻔하다고?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할 부끄러운 수법을 써?”하현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하현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조한철, 조가흔, 김준걸, 용천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하현을 위해 박수를 치는 마당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일어서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구양연, 강학연, 천정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흥분에 가득 찬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의 승리로 용문의 체면과 대하의 체면이 제대로 섰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이제 두 경기 연속으로 승리했으니 이제부터 누가 감히 하현을 배신자라고 부를 수 있겠어?”“맞아. 그런 사람이 오히려 외부의 적과 내통한 역적인 거야! 그런 사람이 바로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지!”“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머리가 나쁘거나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현이 외부의 적과 내통했다고 생각하겠어?”“이건 우리 용문의 실력자가 천하무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관중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브라흐마 파만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인도인 무리와 함께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다음 경기는 오후에 열렸고 아직 휴식 시간이 4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브라흐마 로샨은 브라흐마 파만과 함께 밖으로 나갔지만 나가는 순간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하현의 실력과 자신감이 그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하현은 참석한 사람들과 축하 인사도 나누지 않고 바로 진주희와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왔다.원래 하현이 경기에서 지면 썩은 계란과 썩은 채소잎을 던지려고 벼르던 사람들은 하현이 연승을 거두자 소리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은 외부의 적과 결탁한 배신자를 처단하러 왔지만 하현이 연이어 승리를 하고 인도 사람들의 얼굴에 먹칠을 해 버리자 차라리 떠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진주희가 준비한 업무용 차에 올라탄 뒤에야 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은 다 잡았어?”“변약수는?”진주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모두 잡았어요. 그런데
”주식을 실현하면 무성 황금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하현은 무심한 듯 덤덤하게 말했다.“그것도 딱 지금?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뭔가 꾸민 것처럼 딱 지금?”“이건 무성 황금회사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날 겨냥한 거야, 그렇지?”“내가 현장에 가지 않으면 난 아내한테 오해를 받을 것이고 아내도 괴롭힘을 당하겠지.”“내가 거길 가면 당연히 오후 경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아마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조가흔이 바로 인도 사람들의 승리를 선언해 버릴 거야!”“날 제압하기 위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체통이고 체면이고 내던지고 있구만!”진주희는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는 이미 저들의 목적을 알고 있으니 절대 저들이 성공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대표님은 오후에 있을 마지막 경기에 마음 편히 참가하세요. 제가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그럴 필요없어.”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황금궁 사람들은 여전히 날 못마땅해하고 있구만.”“그렇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그들의 체면을 짓밟아 줘야지!”“진주희, 운전기사한테 핸들 돌리라고 말해. 점심 식사 장소를 바꾸자고.”...“붕!”하현과 진주희는 30분 만에 무성 황금회사 사옥에 도착했다.최근 회사가 꽤 잘 운영되고 있었고 설은아의 탁월한 사업 능력까지 더해져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무성 황금회사는 이미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익은 엄청날 것이다.그리고 원래 상장회사였던 무성 황금회사는 이전까지만 해도 주가가 미적지근했지만 최근에는 몇 배나 급등했다.이제 주가는 회사의 실제 시장 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 누군가 정말로 30%의 지분을 실현하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 막 개선되기 시작한 무성 황금회사는 또다시 파산 위기에 도달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오는 도중에 이런 상세
하현의 모습을 본 설은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사실 이 사람들은 아침부터 회사를 찾아와 소란을 피웠다.그녀가 하현을 부르지 않은 이유는 링 위에서 싸우고 있을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현이 결국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그녀 자신이 결국 갈 길 바쁜 하현의 바짓가랑이를 끌어당긴 꼴이 되어 버렸다.이런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자 그녀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멀리서 설은아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낸 뒤 미소를 지으며 진주희를 힐끔 쳐다보았다.진주희는 사람들을 이끌고 설은아와 다른 회사 간부들 곁으로 가서 그들 곁을 보호하기 시작했다.그제야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통옷을 입은 남녀 십여 명을 둘러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구영찬은 어디 있어?”“나와서 얘기해?”“오호, 링 위에서 몇 번 싸우고 나더니 천하의 왕이라도 된 줄 아시나?”“감히 우리 도련님한테 나와라 마라야?”“맞아. 우리 도련님은 당신이 원한다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어서 이 자를 끌어내! 경기에서 몇 번 이겼다고 우리 구 씨 가족들을 함부로 보는 모양인데, 당신이 그렇게 대단해?”“아마 당신이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구 장로는 황금궁 외문 어르신이야!”“우리 형님은 황금궁 내문의 제자야!”“링 위에서 몇 번 이긴 건 둘째 치고, 용문대회에서 우승자가 되었다고 해도 우리 형님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무학의 성지 제자라는 말의 무게는 보통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할 수 없는 거야!”하현은 그들의 우두머리나 다름없는 구영찬을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전통옷을 입은 십여 명의 남녀들은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들의 편협한 인식으로는 경기에서 인도인 몇 명 꺾었다고 해서 그들 앞에 와서 큰소리치는 하현이 가소로울 따름이었다.“그래, 무슨 소란이길래 날 불러?!”“내가 낮잠은 꼭 자
”무섭냐고?!”구영찬은 하현의 말을 듣고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당신을 무서워해? 지금 장난해?”“하 씨. 당신이 내 동생과 매제를 제압했다고 해서 우리 가문 앞에서 힘자랑을 해도 된다고 생각해?”“그야말로 분수도 모르는 사람이군. 죽는 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인 게 분명해!”“실은 말이야. 당신을 상대하기 위해 우리 황금궁 내문에서는 8대 고수들을 준비시켰어.”“그들 중 누구라도 당신의 저 여자 경호원을 쉽게 무찌를 수 있어!”“내가 당신이라면 황금궁한테 함부로 맞서지 않고 지금이라도 당장 항복하겠어!”“어차피 우리한테 맞서 봐야 당신만 괴로워지니까.”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어떻게? 그건 아주 간단해!”구영찬은 담배를 한 입 쭉 들이마시더니 찡그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첫째, 내 주식 30%를 모두 실현해 줄 방법이 없다면 당신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나한테 팔아.”“백억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백억!”“둘째, 당신이 내 동생과 매제를 다치게 했으니 이 문제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 당신 두 팔다리를 내놔!”“분명히 말했어! 두 팔다리야!”“셋째, 당신 아내는 얼굴이 그런대로 볼 만하니 한 달 동안은 나와 동행해 줘야겠어.”“반드시!”“어때? 하현. 내가 제시한 세 가지 조건에 동의해?”“그렇다고 동의하면 당신과 나와의 지금까지 원한은 이것으로 다 없는 것으로 하는 거야.”하현의 얼굴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그의 눈에는 매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구영찬은 하현의 표정을 못 본 척하며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이봐! 어서 계약서 가져와!”“설은아한테 여기 사인하라고 해. 그리고 설은아를 휴게실로 데려가.”“나랑 같이 휴게실에서 좀 쉬자구.”구영찬의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비열하고 변태적인 미소가 흘렀다.하현은 설은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손짓을
”악!”구영찬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렸고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벌건 손바닥 자국이 생겼다.그 자리에 있던 십여 명의 직원들은 놀란 얼굴로 이 모습을 바라보았다.하현이 감히 구영찬을 상대로 손을 쓸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구영찬은 무성 황금궁의 내문 제자였고 구 씨 가문의 장남으로 높은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인맥이 두텁기로 소문이 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구영찬은 그야말로 무성에서 거칠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 듯 얼굴을 가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현에게 소리쳤다.“이 자식이! 감히 날 때려?!”“누가 너한테 이런 배짱을 준 거야?”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며 말했다.“당신은 황금궁 제자일 뿐이야. 30%밖에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우리 70%나 되는 주식을 소유한 사장을 불러내?”“도대체 당신의 그런 똥배짱은 어디서 나온 거야? 어디서 이렇게 날뛰는 거냐고?”“당신은 결국 황금궁이 날 시험하기 위해 내놓은 장기판의 말에 불과해!”“그런데 내 앞에서 이렇게 오만하고 기고만장하게 굴어?”“당신한테 그럴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지 잘 생각해 봐.”말을 하면서 하현은 손을 닦던 물티슈를 구영찬의 얼굴에 툭 던지며 말을 이었다.“지금 당신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첫 번째는 누군가에게 강제로 빼앗아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그 지분을 나한테 팔아. 천억에 사지. 난 당신보다 더 관대한 사람이거든.”“두 번째, 스스로 두 손을 잘라. 그러면 방금 한 말은 없던 걸로 할게.”“알아들었어?”“알아들었냐고?”하현은 무심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의미가 명확했다.화려한 옷을 입은 십여 명의 남녀들은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그러나 곧 그들의 얼굴
잠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성 황금회사의 문이 벌컥 열렸다.그리고 황색 무도복을 입은 여덟 명의 남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돼지머리처럼 얼굴이 부풀어 오른 구영찬은 여덟 명의 남자를 보자마자 헐레벌떡 외치며 뛰어들었다.“형님, 저 지금 완전히 저놈들한테 당하고 있었어요...”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구영찬의 선배 형님들은 모두 황금궁 내문 사람들이었나?“촤락!”선두에 선 남자는 격렬한 기세로 문을 열고 들어와 위엄이 가득한 태도로 발을 내디뎠다.그러자 땅바닥에 있던 타일들이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깨졌다.이어 그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무성에서 감히 우리 황금궁 사람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어?”“죽으려고 환장했어? 인생이 너무 지겨운 건가?”말을 마치는 그는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그러자 순식간에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뒤에서 밀려와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이 광경을 본 구영찬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뒤돌아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당신은 이제 끝났어...”이때 진주희의 보호 아래 있던 설은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현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하현, 무성에서 황금궁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당신 들었지...”무성에 온 지 꽤 된 설은아도 이제는 무성에서 무학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그래서 그녀는 눈앞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괜찮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둬.”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설은아를 안심시켰다.“내가 비록 대단한 실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링 위에서 인도인들과 싸운 나야. 황금궁이라고 내가 무서워하겠어?”“하지만 당신이 이런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진주희한테 우선 당신 먼저 집으로 보내라고 할까?”하현은 언제나 설은아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럴 필요없어. 난 그냥 당신과 함께 여기 있을게.”설은아는 단호한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