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성 황금회사의 문이 벌컥 열렸다.그리고 황색 무도복을 입은 여덟 명의 남자가 거만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돼지머리처럼 얼굴이 부풀어 오른 구영찬은 여덟 명의 남자를 보자마자 헐레벌떡 외치며 뛰어들었다.“형님, 저 지금 완전히 저놈들한테 당하고 있었어요...”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구영찬의 선배 형님들은 모두 황금궁 내문 사람들이었나?“촤락!”선두에 선 남자는 격렬한 기세로 문을 열고 들어와 위엄이 가득한 태도로 발을 내디뎠다.그러자 땅바닥에 있던 타일들이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서 깨졌다.이어 그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차갑게 말했다.“무성에서 감히 우리 황금궁 사람들을 괴롭히는 자가 있어?”“죽으려고 환장했어? 인생이 너무 지겨운 건가?”말을 마치는 그는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그러자 순식간에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남자들이 뒤에서 밀려와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이 광경을 본 구영찬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뒤돌아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당신은 이제 끝났어...”이때 진주희의 보호 아래 있던 설은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하현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하현, 무성에서 황금궁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당신 들었지...”무성에 온 지 꽤 된 설은아도 이제는 무성에서 무학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그래서 그녀는 눈앞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바로 알아차렸다.“괜찮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둬.”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설은아를 안심시켰다.“내가 비록 대단한 실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링 위에서 인도인들과 싸운 나야. 황금궁이라고 내가 무서워하겠어?”“하지만 당신이 이런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진주희한테 우선 당신 먼저 집으로 보내라고 할까?”하현은 언제나 설은아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럴 필요없어. 난 그냥 당신과 함께 여기 있을게.”설은아는 단호한
이 씨 성을 가진 구영찬의 선배가 말했다.“허, 배짱이 대단하군.”“감히 내 후배를 때린 것도 모자라 우리한테 배상까지 하라고 하다니!”“무성에서 우리 황금궁 사람들을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주변에 안 물어본 모양이지?”“능력이 있으면 내 앞에서 한 번 더 보여줘 봐?”“퍽!”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주먹을 휘둘렀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구영찬의 얼굴에 또다시 선홍빛 손바닥 자국이 떠올랐다.구영찬은 억울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섰다.그의 입가에서 한 줄기 피가 무심하게 흘러내렸다.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황금궁 출신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아직도 무성에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당신이 때리라고 해서 내가 또 때렸어. 그래서 뭐?”구영찬은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이 형, 지금 봤죠! 보시다시피 이 자식은 도대체가 막무가내예요. 우리 황금궁 따위 안중에도 없다구요!”“좋아, 아주 좋아. 배짱 한번 대단하군. 감히 내 앞에서 거리낌 없이 주먹을 날릴 수 있다니 말이야.”이 선배는 말을 하면서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소매 안쪽에서 황금색 단총이 고개를 내밀었다.그는 스스로 안전장치를 풀고 살기 어린 표정으로 하현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대었다.“이 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건드리고 황금궁을 얕잡아봐? 곰의 심장이라도 씹어 먹은 거야?”“잘 들어. 당신이 어디 출신이든, 아무리 배짱이 두둑하든 난 상관하지 않아. 지금 나한테 잔말 말고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저세상으로 보내버릴 거야!”말이 떨어지자마자 이 선배는 하현을 당장이라도 내동댕이치고 싶은지 발길질까지 했다.“쥐뿔도 없는 게 어디서 함부로 행동해!”하현의 눈빛이 겨울바람처럼 매섭게 변했다.순간 그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총을 직접 밀어내고 왼손으로는 발길질하던 이 선배의 발을 잡아채 그대로 온몸을 격렬하게 바닥으로 내리쳤다.
하현은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훅 불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구영찬을 힐끔 쳐다보았다.“당신이 공들여 준비한 여덟 명의 고수가 아무 소용도 없는 것 같군.”“그럼 이제 내가 제시한 두 가지 선택지를 고려해 볼 거야?”“내가 기분이 그나마 좋을 때 얼른 정하는 게 좋을 거야.”구영찬은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면서 눈꺼풀을 들썩거렸다.이때 키가 작고 뚱뚱한 남자가 음침한 기운을 풍기며 한 걸음 다가왔다.몸 전체가 땅딸막한 풍채였지만 놀라울 정도로 민첩했다.그는 분명 방금 나섰던 이 선배보다는 실력이 강한 듯했다.“난 황금궁의 위이범이다!”위이범은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실력이 좋으니 당신도 평범한 사람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내 이름도 들어봤을 거야.”“들어본 적 없는데.”하현은 무심한 듯 말했다.“이 자식이...”위이범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불뚝 솟아올랐다.“당신이 뭐라고 말하든 우리 황금궁 사람들이 움직인다면...”“탕!”위이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아무리 위이범이 빠르게 반응한다고 해도 총보다 빠를 수야 있겠는가?대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위이범은 허벅지를 붙들고 땅바닥에서 절뚝거리며 쉴 새 없이 경련을 일으켰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구영찬이랑 얘기하는 거 못 들었어?”“왜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극도로 일그러진 위이범의 얼굴에는 분노와 충격이 가득했다.하현이 강호의 규칙을 깨고 감히 총기를 썼다는 것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자신이 황금궁 출신이라고 밝혔음에도 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다는 것에 더한 충격이 일었다.그들의 얼굴에는 방금 홀에 들어설 때 보였던 그 오만함은 모두 사라지고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분노, 오싹함으로 뒤덮였다.그들도 모두 나름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총으로 무학 실력자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하현
무덤덤하게 내던진 하현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황금궁 제자들은 눈꺼풀을 들썩이며 미간을 찌푸렸다.화려한 복장을 하고 구영찬을 따라다니며 세력을 과시하던 십여 명의 남녀를 포함해 그들 모두는 황금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평소에 황금궁을 위시하며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던 그들이었던가?그런데 지금 눈앞에 이런 광경을 목격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금궁에서 보낸 여덟 명의 고수가 상대한테 맥도 추지 못하고 일거에 고꾸라질 수가 있단 말인가?아무도 이런 광경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평소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더라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면박을 줬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황금궁 고수들이 눈앞에 널브러져 꼼짝도 않는 모습을 보자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홀 전체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어떤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어떤 사람들은 심각해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화를 냈지만 아무도 감히 입 밖으로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방금 전까지 누구보다 거만하게 굴었던 구영찬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겨우 정신을 다잡은 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하현의 시선이 자신의 몸에 떨어지는 섬뜩한 기운을 느끼자 구영찬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그는 자신의 약점을 이런 식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어쩔 수 없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의 눈이 그의 눈과 마주치자 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하 씨! 당신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하현은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이미 두 번이나 말했어. 다시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그래도 물어보니 얘기해 주지. 그런데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되었어.”“당신들 모두 한 명씩 나가서 정문 앞에 무릎을 꿇어.”“내가 국전을 마치고 오면 그때 일어날 수 있어.”“알았어?”“뭐? 당신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야?”구영찬은 속으로 겁이 나서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한심한 듯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던 여 선배는 심드렁한 말투로 말했다.하현이 움직이기만 하면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비장함이 그의 얼굴에 감돌았다.“똑똑히 들어. 무성 황금회사의 모든 지분을 구영찬에게 넘겨. 네 여자도 함께. 그리고 스스로 두 손과 발을 달라. 그러면 당신을 죽이지는 않겠어.”하현은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당신들 황금궁 사람들은 뒷일은 생각하지도 않는 거야? 이렇게 사람을 화나게 해 놓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거야? 두렵지도 않아?”“당신들의 협박에 내가 위축된다면 나로서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잖아?”여 선배는 차가운 눈빛을 내뿜으며 말했다.“당신은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고?”하현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도대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알고 싶군그래.”여 선배의 눈에서 살의가 비쳤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어. 내 말에 응하지 않으면 단 칼에 베어 버리겠어! 무덤도 없이 이승을 전전하게 될 거야. 뼛조각도 추스릴 수 없이 아주 가루로 만들어 주겠어!”이 말을 듣고 하현은 두 손을 뒷짐 지고 무덤덤하게 말했다.“아주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그런 말을 했지. 그런데 그들이 어떻게 된 줄 알아? 단칼에 이 세상을 떠났어!”“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여 선배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다.“이 자식! 죽고 싶어 환장했군!”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강력한 기운을 뽐내며 다가섰다.주위에 있던 무도 고수들은 여 선배의 막강한 위세에 위험을 감지하고 얼른 뒤로 물러섰다.진주희도 무의식적으로 설은아의 앞을 가로막아 서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상황을 주시했다.천하의 병왕 같은 모습이었다.사실 여 선배는 병왕급 실력을 가진 자였다!원래 최고위층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집법당
”촤랑!”날카로운 칼이 칼집에서 위용을 드러내었다.여 선배의 몸놀림은 빠를 뿐만 아니라 무자비하고 정확했다.“촤랑!”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가차 없이 손바닥을 휘둘렀다.예리한 마찰음이 장내를 울렸다.여 선배는 순간 얼굴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그대로 칠팔 미터를 날아갔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 겨우 착지했다.숨을 헐떡이는 그의 얼굴엔 말할 수 없는 곤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동영상에서 하현이 인도 남자의 얼굴을 때리는 장면을 보면서 그는 하현의 실력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직접 하현의 주먹에 맞아 보니 영상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순간 여 선배는 하현의 실력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깨달았다.“이 자식! 도대체 어디서 이런 실력을 닦은 거야?!”여 선배는 얼굴에 벌겋게 떠오르는 손자국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돌진했다.자신의 눈에는 아직 솜털도 안 자란 애송이 실력자인 하현이 자신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번에도 그저 손바닥을 휘두를 뿐이었다.“퍽!”여 선배가 그대로 날아갔고 이번에는 바닥에 부딪히며 입가에 피까지 흘리기 시작했다.수많은 황금궁 제자들의 어리둥절해하는 시선 속에 여 선배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너 이 자식! 감히 날 쳐?!”순간 여 선배는 가슴을 세차게 치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그러자 그는 손안에 있던 장검을 마구 휘두르며 하현을 향해 날쌔게 돌진해 왔다.여러 방향으로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는 여 선배는 자신의 온 힘을 다 쏟아 공격해 왔다.그 장면은 가히 장엄하고 위압적이었다.마치 칼이 사방에서 하현을 향해 조여오는 것처럼 보였다.황금궁 내문의 검술은 역시나 무시무시한 위용을 내뿜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기술보다 강력했다.상대를 쉽게 현혹해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순간 현장에 있던 황금궁 제자들은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원래 입구와 출구를 지키던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며 하현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간단히 말해서 황금궁 사람들은 모두 사납고 실력도 꽤 상당하지만 주먹이 센 사람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이치를 누구보다 믿고 있었다.하현이 지금 거세게 몰아붙이며 몇 분 안에 모든 것을 제압하고 있으니 그들도 당연히 두려웠던 것이다.그들은 혼자인 하현보다는 수적으로도 많았고 손에 무기도 들고 있었지만 하현을 감당하기에는 부담감이 상당했다.이런 상황에서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은 이상 누가 감히 앞으로 나서겠는가?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을 누가 하겠는가?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문 앞으로 가서 어서 무릎을 꿇어.”“무릎을 꿇어?”이 말을 듣고 황금궁 제자들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그들은 무성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무학의 성지 황금궁 출신들이었다.하현이 무슨 자격으로 그들에게 무릎을 꿇으라 마라 강요할 수 있겠는가?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어서 해치워!”“우리 황금궁 제자들이 이런 치욕을 당해서야 되겠어?”“저놈은 혼자야!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우리가 이렇게 많은데 우릴 이길 수 있겠어?”황금궁 내문 제자들은 마뜩잖은 표정을 하며 치욕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섰다.“기껏해 봐야 저놈은 혼자야. 절대 우릴 상대하지 못해!”“이 많은 사람들을 절대 당해낼 수 없어!”“저놈을 뭉개버리지 않으면 우리가 황금궁으로 돌아가서 무슨 낯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이 말에 겁에 질렸던 황금궁 제자들은 표정이 돌변하며 이를 갈았다.“무릎 안 꿇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또 한 걸음 내디뎠다.“빠직!”바닥의 푸른 타일들이 무참히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날렸다.황금궁 제자들은 미처 대처하지도 못하고 파판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자격? 내가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당신이 거론할 건 아닌 것 같은데.”브라흐마 파만이 엷은 미소를 지은 뒤 몇몇 무맹 대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 여러분, 고발하겠습니다!”“하현이 정오에 뛰쳐나가 사람들을 때리고 막무가내로 다치게 했습니다. 지금 피해자들 80%가 병원에 누워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하현의 아내 회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고 합니다!”“선수의 권위를 빙자해 위세를 부리고 사람들을 마구 괴롭힌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그래서 건의드립니다! 하현의 출전 자격을 취소해 주십시오!”이 말을 들은 인도 실력자들은 일제히 소리쳐 외쳤다.“실격! 실격!”심지어 인도 관중들조차 하나같이 힘주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만약 정말로 하현의 참가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면 그들은 오늘 시합을 치르지 않고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하현의 출전 자격을 취소할 수 없다고 해도 하현에게 이런 결함이 생긴다면 결국 인도인은 패배를 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적절한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이다.“하현, 오후의 경기가 중요한 줄 알면서도 용문의 체면과 대하의 체면을 깎는 짓을 하다니! 점심시간에 제대로 쉬고 경건한 마음으로 오후 경기에 임해야지 어떻게 자초해서 말썽을 피워?!”“선수라는 특수한 권위를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히다니 정말 파렴치한이 따로 없어!”관중들 사이에서 대하 무맹 서남 대표인 조가흔이 냉소를 지으며 일어섰다.“당신이 이러면 우리 용문 선수가 치명적인 오명을 뒤집어쓴다는 걸 몰라?”“당신 때문에 우린 인도인들한테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되었잖아!”“심지어 당신이 링에 올라가 이기더라도 인도인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어!”“당신은 흠이 있는 선수니까!”“하현, 만약 당신이 점심시간에 제멋대로 한 행동 때문에 우리 용문과 대하가 이 경기에서 진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당신한테 있는 거야!”조가흔의 말에 관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