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아니라고!”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르마 카비의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날 배신하지 않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하 씨! 당신 날 속이려 들지 마! 난 안 믿어!”“당신이 생각하는 그 여자가 당신을 팔아넘기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해?”하현은 희미하게 웃었다.“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애원하는 사람은 보통 그 결말이 좋지 않다는 걸 당신도 알고 나도 알아.”“오늘만 해도 그래.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큰 그림은 이미 오래전에 당신의 연인한테 무참히 뭉개졌지.”“그래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하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샤르마 카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샤르마 카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사실인 것처럼 확신하며 말하니 어디 한번 말해 봐! 그 여자가 누군데?!”하현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인도의 성녀, 브라흐마 로샨.”그녀의 이름을 듣자 샤르마 카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순간 그는 무의식적으로 브라흐마 로샨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리고는 하현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개자식! 무슨 짓을 한 거야!”“아무것도 안 했어! 내가 그녀에게 이백억과 내 무성 재산의 절반을 준다고 한 것밖에 없어.”“이건 그녀가 한평생을 살아도 못 얻을 재산이야.”“이 정도면 그녀가 나한테 와서 당신을 팔아넘기기 충분하지 않을까?”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자신의 옷깃을 잡은 샤르마 카비의 손가락을 하나씩 풀어헤치며 말했다.“이봐, 젊은이.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경기나 어서 하는 게 어때?”“지금 당장 날 후려치고 싶어도 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리기 전까진 기다려야 해, 알았지?”샤르마 카비의 눈이 하현과 브라흐마 로샨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시 후 냉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 씨! 날 속일 생각은 하지도 마!”“브라흐마 성녀는 지적이고 아름다워.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
”저 둘이 지금 뭐 하는 거지? 옷깃을 잡고 저렇게 가까이 서서 무슨 얘길 하는 거야?”“둘이 무슨 거래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싸우려면 어서 싸우지 무슨 말을 저렇게 하는 거야?”“당신들은 하현이 이번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링 위에 있는 두 사람이 계속 몸을 가까이 두고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자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이 여기저기서 의혹에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었다.대하 측 관중들이 의아해하며 의혹을 품은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는 것과 달리 인도 측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샤르마 카비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대놓고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처럼 가족과 국가에 강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하현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라흐마 로샨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인도 측 관중들은 안도의 미소를 떠올렸다.경기 첫날부터 하현은 이런 식으로 인도 사람들의 관계를 서로 이간질시키려 드는 것인가?또 이런 식으로 하겠다고?하현은 정말로 위대한 인도 사람들이 무뇌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이때 사회자가 링 가장자리로 걸어가더니 차갑고 간결한 말투로 외쳤다.“두 번째 경기, 시작!”사회자의 말을 듣고 샤르마 카비는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장검을 손에 들고 하현을 잡아먹을 듯이 몰아붙였다.“휙! 휙!”허공을 가르는 칼날이 예리하게 울렸다.하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다.그는 샤르마 카비의 공격에 피하지도 않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어? 하현이 도대체 뭐하는 거야? 왜 또 안 움직이는 거야?”“경기를 포기하려는 거 아냐?”“글쎄, 저기 저기 좀 봐! 하현은 조금도 움직일 의사가 없어 보여. 샤르마 카비한테 벌써 겁먹은 거야?”“첫 번째 경기 때도 이러다가 판을 뒤집더니 이번에도 똑같이 한다고? 에잇 설마?!”“이젠 그가 정말로 배신자가 아닐까 의
하현은 실제로 장검 앞에서도 피하거나 반격하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하현에게 겁을 먹었던 샤르마 카비는 순간 얼굴에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계략이 성공했다고 느꼈다.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힐끔 훑어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군. 당신들 하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하현은 제대로 자기 분수를 아는 거야.”“그가 내 상대가 아니고 질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않은 거야.”“잠시 후에 그가 링에서 굴러 내려오더라도 당신들은 그를 너무 비난해서는 안 돼!”“어쨌거나 그는 당신들 대하를 대표해서 올라온 사람이잖아!”말을 마치며 샤르마 카비는 한껏 잘난 척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는 오늘 하현을 죽일 생각뿐만 아니라 다른 꿍꿍이도 있었던 것이다.말을 마치며 샤르마 카비의 시선이 브라흐마 로샨에게 정확히 떨어졌다.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본 샤르마 카비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을 띠었다.오늘 그는 하현을 격파해 대하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인도에 길이 남을 공로를 세운 것이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하현을 직접 베어버리고 브라흐마 로샨의 마음을 단번에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명성, 영광, 지위, 부, 그리고 여자...이 모든 것이 차례로 그의 것이 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샤르마 카비는 능글맞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하현, 난 이미 당신을 봐줄 만큼 봐줬어. 첫방에 바로 죽이지 않고 기회를 준 셈이지!”“두 번째 칼은 그리 쉽게 안 될 거야. 그렇다고 날 원망해선 안 돼, 알았지?”“당신 실력, 흥! 볼 것도 없구만!”샤르마 카비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했고 하늘을 찌를 듯한 자만심으로 하현을 가르치기까지 했다.하현은 샤르마 카비를 무심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샤르마 카비, 내가 감히 피하지도 못하고 반격도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네까짓 놈이 감히 뭐라고?”샤르마 카비는 낮은 목소리
무맹의 대표들도, 양측의 관중들도 모두 깜짝 놀라 얼어붙은 채 샤르마 카비를 바라보았다.그들 중 대부분은 그의 자신만만한 행동에 진심으로 감탄하는 눈빛을 보였다.그들이 상상하는 강호의 고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는 패기가 넘쳤을 뿐만 아니라 애증의 대상도 명확했다.가장 결정적인 것은 잠시 지루하게 흐르는 것 같은 경기가 샤르마 카비의 기함 소리에 순식간에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특히 그가 하현을 한방에 꺾겠다고 선언하며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던 경기에 종지부를 찍는 장면은 실로 대단했다.배경음악이나 효과음만 조금 더해졌더라면 여느 거장의 TV 드라마나 영화 못지않은 장면이었다.샤르마 카비의 강력한 기세도 기세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 한몫한 것이다.“와! 짝짝짝!”“샤르마 카비! 샤르마 카비!”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자 경기장 전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심지어 대하 관중들조차도 감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샤르마 카비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을 때 진주희는 링 아래에서 얼른 하현에게 달려가 괜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진주희가 괜찮다는 손짓을 보내자 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샤르마 카비의 이른바 수원지 독살 시도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하현은 미리 각 수원지에 인력을 배치해 놓았다.인도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교활했고 샤르마 카비가 배치한 인력은 결정적인 순간까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양측이 링 위에서 싸우려고 맞부딪히려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미 기다리고 있던 집법당 제자들에 저지당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하현은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샤르마 카비가 링 위에서 혼자 흥분하며 쇼를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이다.하현은 희미하게 웃더니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좋아, 샤르마 카비. 쓸데없는 말 백마디보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게 낫지!”“
”퍽!”“인도 실력자라고?!”“변약수를 이용해 감히 날 협박해?”“피하지도 못하고 반격도 하지 못한다고?”“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하현은 샤르마 카비를 꾸짖으면서 가차 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샤르마 카비는 끙끙거리며 신음했고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퍽!”“내가 이미 다 말했잖아!”“당신의 그 얄팍한 속임수는 나한테 안 통한다고!”“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인도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법을 모르는 거야?”“내가 그렇게 무서워?”“내가 그렇게 무서우면 얼른 무릎을 꿇어.”“그렇게도 당해 놓고 내 앞에서 아직도 센 척하고 싶은 거야?”“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돼? 그럴 실력이나 되냐고?”샤르마 카비는 입과 코에서 피가 쏟아지도록 맞게 되자 분노로 씩씩거렸다.그는 인도의 3대 실력자 중 한 명으로 선봉사의 대표 고수였다!과거에 그는 항상 동료들을 휩쓸었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발아래 두며 쓰레기 취급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링 위에서 천지사방에 자신을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호언장담했었다.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하현에게 패했고 반격할 힘도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하현이 그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만약 하현이 그를 제압하기 위해 큰 묘수를 썼다면 그도 하현의 실력을 인정했을 것이다!하현이 다타 구쉬를 제압했을 때는 어쨌든 다타 구쉬도 기세가 등등하게 맞섰다.다타 구쉬는 비록 패했지만 그래도 체면을 잃지는 않았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뺨을 연거푸 때리자 샤르마 카비의 얼굴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은 또 뺨을 때렸다.샤르마 카비는 이 상황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대단한 묘수를 쓴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하기까지 한 공격이었다.그런데 샤르마 카비는 그 단순한 공격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이리 와! 인도의 위대한 실력자! 이제 말해 봐!”
”샤르마 카비! 이 개자식!”“어떻게 대하인한테 무릎을 꿇을 수가 있어!”“넌 인도의 고귀한 제2계급이야!”“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 있냐구!”하현 앞에 무릎을 꿇은 샤르마 카비를 보며 자신만만해하던 브라흐마 파만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벌떡 일어나 큰소리로 분노했다.다른 인도의 실력자들도 이 광경을 지켜보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쉴 새 없이 눈꼬리를 이리저리 흘기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인도의 고귀한 제2계급이 어떻게 비천한 대하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단 말인가?이것은 국가적인 수치였다!조한철과 조가흔은 정신이 아득해졌다.한동안 그들은 하현의 행동을 보고 경기를 망치려는 것인지 아니면 대하 사람들의 안전 따위 전혀 관심이 없는 건지 도통 속을 알 수 없었다.구양연과 천정국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마지막 광경을 본 후에야 긴 숨을 내쉬었다.손엄명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그의 얼굴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일그러졌다.반면 영지루는 몸을 곧추세우고 눈빛을 반짝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샤르마 카비는 아직 죽지도 않았고 링 위에서 떨어지지도 않았어. 심지어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어.”하현은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는 몸으로 말한 거야. 내 앞에서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이제 이 경기는 내가 이긴 거 아닌가?”“비열한 놈! 뻔뻔한 놈! 당신은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할 부끄러운 수법을 써서 샤르마 카비를 제압한 게 분명해!”브라흐마 파만이 화를 버럭 내며 소리를 질렀다.“샤르마 카비, 어서 일어나! 넌 고귀한 인도 혈통이야! 무릎을 꿇어선 안 돼!”“어서 일어서!”그러나 안타깝게도 샤르마 카비는 마음속에 이미 무거운 체념이 가득 들어앉은 듯 입술을 덜덜 떨면서 하현을 바라볼 뿐이었다.“내가 비열하다고? 뻔뻔하다고?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할 부끄러운 수법을 써?”하현은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하현이 극적인 승리를 거두자 조한철, 조가흔, 김준걸, 용천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하현을 위해 박수를 치는 마당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일어서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구양연, 강학연, 천정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흥분에 가득 찬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의 승리로 용문의 체면과 대하의 체면이 제대로 섰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이제 두 경기 연속으로 승리했으니 이제부터 누가 감히 하현을 배신자라고 부를 수 있겠어?”“맞아. 그런 사람이 오히려 외부의 적과 내통한 역적인 거야! 그런 사람이 바로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사람이지!”“악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머리가 나쁘거나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하현이 외부의 적과 내통했다고 생각하겠어?”“이건 우리 용문의 실력자가 천하무적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야!”관중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브라흐마 파만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인도인 무리와 함께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다음 경기는 오후에 열렸고 아직 휴식 시간이 4시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브라흐마 로샨은 브라흐마 파만과 함께 밖으로 나갔지만 나가는 순간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하현의 실력과 자신감이 그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하현은 참석한 사람들과 축하 인사도 나누지 않고 바로 진주희와 함께 경기장을 빠져나왔다.원래 하현이 경기에서 지면 썩은 계란과 썩은 채소잎을 던지려고 벼르던 사람들은 하현이 연승을 거두자 소리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은 외부의 적과 결탁한 배신자를 처단하러 왔지만 하현이 연이어 승리를 하고 인도 사람들의 얼굴에 먹칠을 해 버리자 차라리 떠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진주희가 준비한 업무용 차에 올라탄 뒤에야 하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은 다 잡았어?”“변약수는?”진주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모두 잡았어요. 그런데
”주식을 실현하면 무성 황금회사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하현은 무심한 듯 덤덤하게 말했다.“그것도 딱 지금?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은, 뭔가 꾸민 것처럼 딱 지금?”“이건 무성 황금회사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날 겨냥한 거야, 그렇지?”“내가 현장에 가지 않으면 난 아내한테 오해를 받을 것이고 아내도 괴롭힘을 당하겠지.”“내가 거길 가면 당연히 오후 경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고 아마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조가흔이 바로 인도 사람들의 승리를 선언해 버릴 거야!”“날 제압하기 위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체통이고 체면이고 내던지고 있구만!”진주희는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는 이미 저들의 목적을 알고 있으니 절대 저들이 성공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대표님은 오후에 있을 마지막 경기에 마음 편히 참가하세요. 제가 가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그럴 필요없어.”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황금궁 사람들은 여전히 날 못마땅해하고 있구만.”“그렇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그들의 체면을 짓밟아 줘야지!”“진주희, 운전기사한테 핸들 돌리라고 말해. 점심 식사 장소를 바꾸자고.”...“붕!”하현과 진주희는 30분 만에 무성 황금회사 사옥에 도착했다.최근 회사가 꽤 잘 운영되고 있었고 설은아의 탁월한 사업 능력까지 더해져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무성 황금회사는 이미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수익은 엄청날 것이다.그리고 원래 상장회사였던 무성 황금회사는 이전까지만 해도 주가가 미적지근했지만 최근에는 몇 배나 급등했다.이제 주가는 회사의 실제 시장 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간단히 말해 누군가 정말로 30%의 지분을 실현하고 싶다고 한다면 지금 막 개선되기 시작한 무성 황금회사는 또다시 파산 위기에 도달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오는 도중에 이런 상세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