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우리 손엄명 부문주는 내 실력이 형편없다고 감히 말도 하지 못하는데 외부인 따위가 감히 입을 놀리다니! 여기 어르신들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퍽!”“내 실력도 모르면서 감히 무맹 서남 대표를 자처해? 당신 같은 사람이 무맹의 체면을 깎는 거야!”“퍽!”“이제 내 손맛을 봤으니 무릎 꿇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조가흔을 야단치면서 손바닥을 마구 휘갈겨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조가흔은 코와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정신이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퍽!”하현은 마지막으로 손바닥을 조가흔의 얼굴에 휘갈긴 뒤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앞으로 명심해. 사람은 겸손해야 해.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가 당신한테 참된 가르침을 내릴지도 몰라.”말을 하면서 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며 손엄명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보냈다.“부문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용문을 욕하는 사람을 손 좀 봐줬습니다. 괜찮으십니까?”“하현, 당신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손엄명이 마침내 책상을 치며 버럭 화를 냈다.“무맹 서남 대표를 감히 때리다니! 당신 하늘이 무섭지도 않아?!”“당신한테는 법도 뭣도 없어?”“무슨 뒷배라도 있는 거야?”하현이 가벼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부문주님, 연세가 많지 않으신데 귀가 안 좋으십니까?”“자신의 공격을 받아쳐 보라는 조가흔의 말 못 들었습니까? 내가 그녀를 받아치면 내 실력을 인정해 출전을 허가해 준다는 말 못 들었냐고요?”“난 쌍방이 약속한 걸 이행했을 뿐이에요.”“뭐가 잘못됐습니까?”“설마 부문주님은 지금 와서 조가흔과 나와의 약속이 무효라고 주장할 생각입니까?”“그렇다면 부문주님도 직접 날 시험해 보세요.”“내가 출전할 자격이 있는지 확인해 보시겠습니까?”손엄명은 순간 눈꺼풀이 펄쩍 뛰며 황급히 내뱉었다.“당신이 출전하려거든 해!”“당신과 무맹 사이의 원한은 우리 용문과는
이미 나흘이 지났다.장소는 변함이 없었고 경기 규칙도 변하지 않았으며 사회자도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유일하게 바뀐 점은 양측의 사기가 하늘과 땅 차이가 된 것이다.몇 명 되지 않았던 인도 측 쉼터 뒤편에는 어느새 수천 명이 더 들어서 있었다.모두 인도 쪽에서 응원하러 달려온 사람들이었다.인도인이 나흘 동안 연승을 거둔 덕분에 인도인들의 패기는 하늘을 찔렀고 모두 대하를 발밑에 짓밟아 버리겠다고 아우성이었다.대하 쪽에서는 용문 일부 고위층, 무성의 일부 거물들이 와 있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기자와 군중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손엄명, 조가흔, 구양연, 천정국, 영지루, 만진해, 만천우와 만천구 등도 와 있었다.하현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모은 사람은 장내에 앉아 있는 세 남자였다.서북 조 씨 가문 조한철.용 씨 가문 용천두.김 씨 가문 김준걸.이 세 사람은 무성, 더 나아가서는 서남 지역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고 불렸다.세 사람이 함께 나타나는 장면은 보기 드물어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는 용천두의 표정과는 달리 김준걸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서북 조 씨 가문 조한철은 더욱 오만한 표정으로 일관했다.하현이 쉼터로 들어오는 것을 본 조한철은 바로 달려와 직접 하현과 악수를 나누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하현, 용문의 영광, 대하의 영광은 당신한테 달렸어.”“나라를 빛내주길 바라.”“당신도 널리 이름을 알리고 말이야!”여기까지 말한 조한철은 천천히 하현에게 다가와 단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매섭게 내뱉었다.“어젯밤 내 사촌 누나 조가흔의 얼굴을 때렸다고? 우리 조 씨 가문이 화가 단단히 났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꼭 이겨. 이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절대 국술당으로 올 수 없어. 명심해.”하현은 웃음 속에 칼을 품고 있는 조한철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조한철, 당신이 날 죽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하현에게 있어 그와 서북 조 씨 가문 사이의 갈등은 이미 화해할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었다.조한철이 이런 때에 감히 시비를 걸었으니 체면을 구기는 일이 어떤 것인지 그에게 따끔하게 일깨워 주는 것쯤 하현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차가운 기운이 가득 서린 하현의 얼굴을 보고 조한철은 정신이 멍해졌고 화가 났지만 원망스러운 눈빛만 보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그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하현을 건드리지 못했다.아무리 오만방자한 조한철이라도, 서북 조 씨 가문이 아무리 권력이 상당하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하현의 손바닥 몇 방이 대하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들었다.그들이 겁을 먹어서 그랬는지 충격을 받아서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하현이 나타나기 전에는 누구도 이런 행동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하현을 바라보는 용천두와 김준걸의 눈빛엔 끓어오른 분노가 극에 달했다.하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주희가 따라준 차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며 인도인 진영으로 시선을 돌렸다.브라흐마 로샨의 시선이 줄곧 하현에게 와 있었다.그러나 정작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당황한 듯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브라흐마 파만, 샤르마 카비 등은 모두 험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오늘 첫 번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사회자도 오늘 경기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체하지 않고 경기 시작을 알렸다.“용문 쪽에서는 무성 대회 우승자 하현!”“인도 쪽에서는 3대 실력자 중 한 명인 다타 구쉬!”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과 다타 구쉬가 거의 동시에 나와 천천히 링 위로 올라갔다.하현은 흔들림 없는 얼굴로 등장했다.머릿속엔 지금까지 수집한 다타 구쉬에 대한 정보들로 가득 찼다.다타 구쉬는 인도 천수사에서 온 실력자로 표창 같은 무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암살법의 고수였다.실력도 재주도 이전에 나온 인도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하현은 브라흐마 파만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브라흐마 파만, 그렇게까지 못을 박아야겠어?”“만약 이따 인도 3대 실력자들이 모두 내 손에 죽는다면.”“인도에 돌아가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래?”“섬나라 사람을 흉내내서 할복자살이라도 할 건가?”“뭐!”브라흐마 파만은 하현이 하는 말에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감히 나한테 그딴 말을 해?!”“벌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려?!”“당신들 대하 사람들! 그렇게 자신만만해?!”“요 며칠 동안 당신들이 우리 인도인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았는데 무슨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엊그제도 거만하고 자신만만하던 대하인이 큰소리 뻥뻥 쳤었지!”“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 다타 구쉬에게 한 방에 얻어맞고 뻗지 않았어?!”“다타 구쉬! 대하 사람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려!”“천하무적 인도의 무학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줘!”관중석에 있던 인도인들은 모두 큰 소리로 떠들며 반드시 이길 것을 확신하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인도 관객들의 환호성에 대하 쪽 사람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어두워졌다.“하현은 외부의 적과 내통해 나라를 팔아먹고 개인의 부귀영화나 꾀한 주제에 왜 저런 쓸데없는 도발을 하는 거야?”“쳇! 나쁜 사람들은 뭐 나쁜 사람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줄 알아?”“하 씨 저놈은 진작에 인도인들과 한통속이 되었을 거야.”“지금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순전히 우리한테 보이기 위한 연기일 뿐이야!”“하현이 인도인한테 빌붙지 않았다고 해도 이젠 소용없어!”“며칠 전에 다타 구쉬가 싸우는 거 봤잖아!”“용문에서 소위 난다 긴다 하는 우승자들도 다타 구쉬 앞에서 뭘 할 수 있었어?”“맞아서 나가떨어지거나 무릎 꿇고 용서를 빌거나 둘 중 하나겠지. 설마 다른 이변이 생기겠어?”“아이고, 우리 대하의 국제적 명성이 오늘 이 경기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줄이야.”“대하도 끝났고 하현도 끝났어...”관
”영지루, 생각할 필요없어. 이번엔 하현이 이길 수 없을 거야.”동쪽 관중석에 앉은 용천두는 영지루 옆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영지루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차가운 눈초리로 말했다.“용천두, 왜 그렇게 생각해?”“간단해. 그는 다타 구쉬와 같은 침착함과 차분함이 전혀 없으니까!”용천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조가흔 말이 맞아. 링 위에서 싸우는 것은 평소에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과 달라. 오로지 자신의 기술에 모든 것이 달려 있어. 외부인한테 의존할 수 없지.”“하현이 정말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틈타 조한철의 뺨을 때릴 필요도 없었을 거야.”“그가 뺨을 때렸다는 것은 단순히 제 발 저려서인 거지.”“그래?”영지루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하현은 자신이 이길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뺨을 때린 거야.”“그가 이기기만 한다면 그전에 그가 무슨 일을 했건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잊어버릴 테니까.”영지루의 말을 들은 용천두는 냉소를 흘렸고 그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기색이 떠올랐다.용천두는 용 씨 가문 유력한 후계자 세 명 중 두 명이 하현의 손에 나가떨어졌기 때문에 특별히 하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조사했다.하현은 전쟁터에서는 확실히 탁월한 능력이 있지만 개인적인 전투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다타 구쉬 같은 천하의 실력자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만약 지금 이 국전이 평소의 그냥 싸움이었다면 용천두도 하현 쪽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런 공명정대한 심판이 있는 싸움에서도 과연 하현에게 유리하게 돌아갈까?용천두의 말을 듣고 대하의 많은 관중들은 모두 깊은 생각에 빠진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현의 기질이든 태도든 지금 당장 내놔도 대가처럼 보이는 다타 구쉬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였다.이 싸움의 결말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좋아, 시작!”사회자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보고 더
”너무 무서워! 너무 무시무시해!”“다타 구쉬는 인도 3대 실력자 중 하나라고 할 만해. 이 천수관음은 암기 수법에서도 최고봉이라 칭하는 기술이야.”“방금 사회자가 봐주는 것 없이 경기를 한다고 한 게 이런 거 아니겠어!”“이건 정말로 살상 기술이야!”“정말 천하의 무공이 인도에서 나왔구나!”“완전히 이제 끝났어. 끝났다고!”“다타 구쉬에 비하면 우리 대하의 실력자들은 정말 볼품없어!”대하의 많은 관중들은 모두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고 일부는 이번에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기도 했다.반면 인도 측 관중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고 있었다.“이봐, 하 씨 저놈 너무 거만하지 않아? 전에도 우리 인도 실력자들과 싸우겠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이게 뭐야? 다타 구쉬의 천수관음에 바로 겁을 먹지 않았냐구!”“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군! 대하의 실력자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나중에 죽으면 우리 인도 사람들한테 장례비나 달라고 하지 마!”“우리 그런 돈 못 줘!”순간 구양연과 천정국의 얼굴에도 일그러졌다.이들은 하마터면 벌떡 일어서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그리고 조한철, 김준걸 일행들의 간특한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하현이 첫 경기에서 진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의미했다.특히 조한철은 하현이 링 위에서 다타 구쉬에게 맞아 죽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영지루, 보아하니 하현이 완전히 이젠 버티지 못하겠는데.”“이 시점에서 포기하는 건 우리 대하인들의 수치야!”이 광경을 지켜보던 용천두의 눈에 능글맞은 기색이 가득했다.“이제 겨우 두 번째 수법을 썼을 뿐인데도 이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군.”“도대체 하현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얻었는지 모르겠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흥!”“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관우나 장비라도
”하현이 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해야겠어.”“남궁나연과 진주희 같은 고수들이 기꺼이 그를 따르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그를 도와 죽기 살기로 싸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의 능력을 인정할 만해!”브라흐마 파만은 겁에 질린 듯한 하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다가 순간 경멸에 가득한 낯빛을 띄우며 말했다.“하지만 우리가 하현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군.”“자신의 실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링 위에서 그의 본색이 여실히 드러나는 거야!”“우리의 상대는 남선을 비롯한 그 세 명의 실력자들이야!”“그 셋이 모두 변약수에 중독되어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우린 이 경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통쾌하게 이겼어!”“소위 오천 년 문명이라는 대하의 문명도 우리 인도 왕국 앞에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거야!”브라흐마 파만의 말을 들은 샤르마 카비 역시 한껏 비웃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정도 수준으로 감히 어떻게 여자를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브라흐마 로샨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 묻어났다.평소에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만인이 보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면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실망스러운 일이었다!순간 다타 구쉬가 움직이자 은침이 사방으로 점점 퍼져 더 많이 날아들었다.은침은 모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뒤로 물러서거나 피할 수도 없었다!“계속 경기를 할 필요도 없어!”브라흐마 파만은 하현을 그렇게 간단히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대신 하현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한 뒤 성난 군중들 사이에서 산 채로 잡아 뜯기게 하고 싶었다.그래서 브라흐마 파만은 순간 크게 소리를 질렀다.“사회자! 어서 승자를 발표하시오!”“하 씨 저놈이 졌으니 더 이상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우린 저놈에게 천박한 목숨만은 살려두겠소!”영지루는 희미하게 눈을 뜨고 눈앞의 상황을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원래 하현에 대해 자신감이 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아무 반응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각 무맹 대표들과 손엄명, 조한철, 영지루, 그리고 나머지 관중들까지 모두 경기장 한가운데 시선을 고정시킨 채 돌처럼 굳어버렸다.하현을 비웃던 조가흔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가린 채 충격에 휩싸였다.용천두와 김준걸은 모두 몸을 움츠리고 얼굴 가득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진주희는 하현의 실력에 다시 한번 놀라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브라흐마 파만의 미소 짓던 얼굴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하현의 패배가 확실해 보였던 상황이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하현이 단 한 발자국만 내디뎠을 뿐인데 수많은 은침들이 모두 부서질 거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그는 단 한 번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강력한 다타 구쉬를 물리쳤다!이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실력자의 모습이었다!사람이 아니었다!무림에 지존하는 악마의 모습이었다!인도 성녀 브라흐마 로샨은 눈꺼풀을 들썩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어떻게 이럴 수가?”인도인들 무리들은 눈앞의 상황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눈을 계속 비비며 혼란에 빠졌다.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 보아도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이겼어?”“우리가? 이긴 거야?”“한 방에? 뺨 한 대로?”정신을 다잡은 뒤 구양연과 천정국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영지루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고 그녀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리고 많은 대하 관중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하현의 승리는 기뻤지만 그만큼이나 그들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하현을 외부의 적과 내통한 배신자라며 분노에 찬 저주를 퍼부었고 그를 죽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반면 조한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다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도 조 행장의 표정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상황이 곤란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날 조롱하고 모욕했으며 내 아내를 불러서 내 체면을 뭉개버리려고 했지.”“지금 와서 마지못해 사과하면 모든 것이 다 없던 일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정말로 사과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냐고?”김나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차갑게 내뱉었다.“하현! 설령 이 돈이 당신 계좌에 있다고 해도 결국 빌린 돈일 뿐이잖아!”“돈을 빌린 것뿐이야! 결국 갚아야 되는 돈이라고! 알기나 해!”“자기가 정말로 뭐 거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적당히 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날뛰는 꼴이라니!”설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됐어. 이건 오해였어.”“나나는 김 씨 가문 사람이니까 화해한 걸로 치고 좋게 생각해.”“김 씨 가문 사람?”하현은 헛웃음을 지었다.“김 씨 가문이든, 간 씨 가문이든 내 앞에서 함부로 행동할 자격은 없어!”그는 말을 하면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조 행장님. 제가 기회를 드렸는데도 당신들은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는군요.”“그렇다면 다시 한번 선택의 기회를 드리죠.”“지금 이 자리 당신이 꺼지든지, 아니면 저 여자가 꺼지든지.”“결정하시죠!”김나나는 죽일 듯이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 뭐 잘못 먹었어?”“정말 당신이 뭐 대단한 거물이라도 된 줄 알아?”“내가 꺼지든지, 아니면 행장님이 꺼지든지 하라고?!”“허! 드라마는 아주 많이 본 모양이지! 어디서 갑질 회장님 흉내를 내려고 해?!”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천일그룹을 이용해 이들을 밀어붙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조 행장은 천일그룹을 경외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두려운 대상은 아니었다.어쨌든 천일그
”뭐라구요?”김나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행장님,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우리가 알고 있는 그 천일그룹이 하현한테 이천억을 보냈다구요?”“그럴 리가요?”“말도 안 돼요!”조 행장은 싸늘해진 얼굴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 사람은 당당한 풍채에 실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천일그룹 회장님도 믿고 돈을 보낸 거겠죠!”“하 세자가 하현에게 이천억을 빌려준 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말도 안 돼요!”김나나가 버럭 화를 냈다.“데릴사위이자 여자한테 빌붙어 벌어먹는 놈이 어떻게 천일그룹 하 세자와 인연이 있겠어요?”“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김나나는 하현이 블랙골드 카드의 소유자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조 행장님, 다시 한번 전화해서 분명하게 물어보세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설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신분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여전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게다가 하현이 이천억을 준비했다니!설은아는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김나나, 하현과 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몇 번 만난 적이 있어.”“게다가 하 세자를 도와주었으니 그가 이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야.”“됐어! 설은아, 이 쓰레기 같은 남자 두둔하려고 애쓰지 마. 하현이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어?”김나나는 아예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 세자가 누구야? 강남에서 손꼽히는 거물인데 그가 못할 일이 뭐 있겠어?”“하현같이 쓸데없는 인물이 하 세자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말을 마치자마자 김나나는 진지하고 엄정한 얼굴로 조 행장을 쳐다보았다.“행장님, 다시 한번만 더 확인해 보세요.”“정말 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천억을 받은 게 맞다면 우리가 모든 책임을 떠안을게요!”
김나나는 하현이 가지고 있던 블랙골드 카드의 발행연도가 몇 년 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설마 데릴사위가 신분을 숨긴 거물인 건가?그러자 김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벌벌 떨다가 이내 정신을 다잡았다.대단한 거물이 뭐 하러 남의 집 데릴사위를 해?말도 안 되지!김나나는 실상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알겠어. 분명 몇 년 전에 어디서 돈을 훔친 거야. 틀림없어!”“사건이 탄로 날까 봐 몇 년 동안 쓰지도 못하고 감춰둔 거고.”“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움직일 준비를 한 거지!”“정말 음흉하고 간교한 놈이야!”김나나는 비아냥거리는 태도로 일관하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까?”“블랙골드 카드에서 돈을 출금하게 되면 은행은 그 돈의 출처를 조회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모양이지?”“당신이 그 돈을 함부로 썼다가는 아주 끝장나는 거야!”“이 정도면 감옥에 처넣기 충분해!”설은아는 무심결에 하현에게 시선을 휙 돌렸다.“하현, 이게 도대체...”하현은 설은아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며칠 전 밥을 먹다가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 부랴부랴 돈을 좀 준비해 두라고 했어. 오늘 그 돈이 잘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러 온 거야.”“이 안에 이천억이 들어 있으니 당신이 겪고 있는 자금난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하현은 이 일을 설은아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워 일부러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기회를 봐서 말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게 되었다.“은아의 자금난을 해결해?”“이천억을 단번에 준비했다고?”김나나는 코웃음을 쳤다.“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이천억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어? 지금 드라마 찍는 줄 알아?”“당신 바보야? 아님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야?”이때 조 행장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말했다.“어제 이천억이 우리 은행에서 발행된 블랙골드 카드에 입금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