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군은 황금궁의 내문 제자들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며 황금궁 궁주가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보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황지군은 황소군의 곁에 아복을 두어 황소군을 지원하고 비호하고 있었다.이번 기회에 황지군은 황금궁 외문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이러한 수를 쓴 것이다.간단히 말해 오늘 이 약혼식에는 황금궁 실세의 의지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컸다.이것은 황지군 일행이 외문을 지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었을 뿐만 아니라 하현 일행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미였다.황소군의 약혼식만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그런데 황지군의 원대한 계획에 방해를 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죽어서도 틀림없이 묻힐 곳이 없을 것이다!“쾅!”황소군의 목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쪽 구석에서 노란 도포를 입은 남자가 발을 내딛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날려 들어왔다.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남궁나연의 얼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누가 봐도 한 방에 죽을 수 있는 필살기였다!아복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일벌백계하는 것이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황금궁의 제자 황지군이 외문을 통제하려는 뜻이 있음을 분명히 알린 것이다!황소군을 건드리는 자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휙휙!”허공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귓전을 윙윙거렸고 곧이어 쏟아지는 폭포처럼 무서운 기세가 몰아쳤다.현장에 있던 하객들은 모두 남궁나연이 죽지는 않아도 도저히 몸이 성한 채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몇몇 여자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도저히 남궁나연이 눈앞에서 죽는 꼴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실력도 좋고 국술당의 제일가는 고수라고 하지만 어떻게 아복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남궁나연이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진주희가 한 걸음 내디디며 주먹을 앞을 날렸다.겁에 질린 사람들의 시선 속에 진주희의 주먹이 아복의 주먹과 부딪혔다.‘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마주치는
마음이 답답하고 분했지만 아복은 감히 두 번 다시 다가갈 수는 없었다.그는 얼굴을 가득 찌푸리고는 옆으로 기어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만약 그가 이런 상황에서 계속 판을 벌이고 그들에 맞선다면 하현은 가만히 있을지언정 진주희는 절대로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라는 걸 아복은 이미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하현, 당신이지? 내 약혼자의 부하를 죽이고 내 약혼자의 사람을 때린 사람이?”“감히 관을 가지고 와서 내 약혼식을 망치려고 들어?”하현이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을 보자 구예빈의 낯빛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우리 구 씨 집안을 뭘로 보고 이따위 짓을 벌이는 거야?”“어서 이놈을 죽여!”어쨌든 황소군은 구 씨 집안의 사위이다.황소군을 건드리는 것은 구 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다.그래서 지금 구예빈은 나서서 손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게다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말 못 할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혹시라도 하현이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을 공개적으로 할까 봐 더욱 살의를 띠며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다.“죽여!”구 씨 가문에서 온 여덟 명의 고수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허리에 찬 금장도를 뽑아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쾅!”하현의 옆에 서 있던 진주희는 담담하게 미소를 떠올리며 오른손을 내밀어 그들의 손에 들린 금장도를 빼앗은 뒤 세차게 휘둘렀다.긴 금장도는 부서져 그대로 산산조각이 되어 날아갔다.여덟 명의 구 씨 가문 고수들의 가슴에 산산조각 난 칼날들이 날아와 꽂혔고 그들은 ‘악'소리와 함께 피를 내뿜으며 땅바닥에 널브러졌다.타의 주종을 불허하는 실력이었다!“하현,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야?”황소군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복이든 구 씨 가문 고수들이든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런데 하현의 측근들은 이들을 아주 손쉽게 제압해 버린 것이다.이것은 더 이상 그들 부부가 하현을 만만히 상대할 수 없다는 얘
구예빈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방금 그는 국가를 위해, 민족을 위해 더 이상 당신과의 충돌은 그만두고 따질 생각도 없다고 말했어!”“황소군처럼 대범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 누명을 씌워? 사람이 염치라는 것도 없어?”“그리고 남선 일행이 독을 흡입하고 의식을 잃은 건 자업자득인데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우리 황금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당신 옆에 싸움 좀 잘하는 사람 두 명 뒀다고 해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그렇게 으스대지 마!”“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감탄해 마지않는 듯 미소를 지었다.“이래서 두 분을 천생연분이라고 하는구나!”“눈으로 보니 확실히 그 말이 사실인 걸 알겠군!”“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거짓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황소군은 안색이 화들짝 변하며 버럭 했다.“하현, 당신이 지금 하는 그 말에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명심하라고!”“아무런 증거도 없이 함부로 지껄이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 봤어?”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증거? 방금 당신들 두 바보가 스스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어?”“당신들 잘 들어. 내가 언제 남선 일행이 독살되어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어?”“난 단지 당신들한테 남선 일행을 곤경에 빠뜨린 걸 따지러 왔다고 했어.”“그런데 당신들은 남선 일행이 독살되어 의식을 잃은 줄 어떻게 알았어?”“내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신들이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냐고? 아마도 손을 쓸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거지.”하현의 말을 들은 황소군과 구예빈은 얼굴빛이 검게 일그러졌다.그들은 하현이 그들에게 함정을 파 놓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게 틀림없었다.하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했다.설마 황소군과 구예빈이 정말로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에게 음모를 꾸민 것인가?이것은 나라를 팔아 적의 손에 쥐여주는 행위였다!“하현, 말장난하는 게 당신이 말한 증거
”오늘 인도 성녀 브라흐마 로샨이 찾아와 나한테 말했어.”“나더러 인도로 오라더군. 그러면 미화 백억 달러에 제1계급을 준다고 했어!”“나보다 먼저 황소군 당신은 이미 나라를 버리고 귀화했다고 하더군!”“게다가 인도 황실은 황소군 당신에게 제2계급을 하사했지!”“당신이 인도를 위해 한 일은 사촌 누나에게 국술당에 가서 사과하는 척하라고 시킨 일이야.”“그리고 차를 따르는 척하면서 그 안에 손을 살짝 집어넣은 거지.”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인도 황실은 계속해서 당신을 회유했어. 당신이 계속 대하에 숨어 인도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다면 앞으로 제1계급을 줄 수도 있다고 말이야.”“하지만 인도인은 브라흐마 로샨이 당신을 팔아먹을 줄은 몰랐던 거야, 그렇지?”“브라흐마 로샨은 나한테 이미 많은 증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인도인과 직접 접촉하는 과정도 모두 녹음하고 동영상도 찍어서 주었지.”“황소군, 이깟 정도의 이익을 위해 외부의 적과 내통하다니! 당신의 선산이 폭발할까 봐 두렵지도 않아?”“뭐라고?!”냉랭한 표정으로 폭로를 이어가는 하현을 보고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하현이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하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구예빈이 긴장한 눈빛으로 황소군을 바라보았다.“인도인과 내통한 일은 하늘과 땅, 그리고 나만 안다고 하지 않았어?”“그런데 하 씨 저놈이 어떻게 알게 된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구예빈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그녀 스스로 발설하고 만 것이다.장내는 완전히 적막에 휩싸였다!“저 여자, 완전 바보 아냐?!”황소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구예빈을 발로 뻥 차버릴 뻔했다.그는 이렇게 어리석은 여자는 처음 보았다.상대가 잘못을 고발하며 조여오고 있는 마당에 스스로 모든 사실을 폭로해 버리다니!죽고 싶은 건가?정신이 어
황소군은 손짓을 하며 부하들에게 문을 모두 닫으라고 지시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하현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내가 알기로는 남선을 비롯한 세 사람과 당신이 안 지는 보름도 채 안 된 거 같은데?”“지난 보름 동안 당신들 사이에 이렇게 깊은 정이 생겼을 리가 없어.”“그 세 사람을 위해 진상을 밝히시겠다? 장난치지 마!”“요즘 세상에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당신 생각에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난 당신이 오늘 여기 왜 왔는지 잘 알고 있어!”“남선 일행의 몸에 독이 들어간 일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오늘 밤 여기서 일어난 일은 다 잊어버려도 돼!”“당신이 알고 있는 걸 말하지 않는다면 난 오늘 밤 이 자리에서 있었던 사상자들은 당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처리할 거야!”“그리고 여기 이천억 수표가 있어. 나 황소군과 당신은 이제 친구가 된 셈이지!”말을 하면서 황소군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잔뜩 안은 채 수표 한 장을 꺼냈다.이 수표는 인도인이 그에게 준 것이다.주머니에 넣은 수표가 자기 돈이 되기도 전에 꺼내야 하는 상황에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오늘 밤 이 일을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황소군은 혹독한 망신을 당할 뿐만 아니라 죽임을 당할 것이고 죽은 후에도 영원히 악명을 남길 것이다.“이천억?!액수를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황소군이 이렇게 순순히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순간 사람들은 황소군이 이미 남선 일행을 인도인들에게 팔아넘겼다는 하현의 말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이렇게 순순히 고개를 숙일 수가 있겠는가?수표는 황소군의 손에서 하현에게 떨어졌다.하현은 수표를 집어 들었고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없이 흥미로운 듯 눈썹을 찡긋 올려세웠다.“하현, 이 이천억 가지고 지금 가. 무성을 당장 떠나!”“더 이상 용문과 인도 일에는 손대지 마.”
경멸하는 눈초리로 희미하게 하현을 바라보는 구예빈의 눈매가 매서웠다.“동영상 좀 찍었다고 우릴 못살게 굴어?! 어림도 없지!”“여기 있는 사람들이 당신처럼 우리한테 적개심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 마!”“이 사람들은 모두 우리와 관계있는 사람들이야!”“우리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그들은 결코 당신 편이 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그들은 오늘 밤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릴 거야!”구예빈은 말을 마치며 주위를 휙 둘러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했다.“자, 당신들 말해 보세요! 오늘 여기서 뭐 봤어요? 무슨 얘기 들었어요?”구예빈은 무성에서의 황금궁의 지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하현 앞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모든 하객들은 서로의 눈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저었다.“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구요!”구예빈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아무것도 몰라요? 여기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걸 다 봤잖아요?!”“게다가 우리 앞에서 외부의 적과 내통해서 남선을 비롯한 젊은 실력자들을 독살하려 했잖아요!”“우린 그 세 명의 실력자들의 원수를 갚을 거예요!”구예빈이 하는 말을 듣고 하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황소군과 구예빈 두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어떻게 하현의 편에 설 수 있겠는가?결국 자신의 이익에 따라 황소군과 구예빈의 편에 선 것이다.“어때? 이제 당신이 우리한테 한 협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겠어?”그들의 편 사람들을 흡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구예빈이 고개를 돌려 싸늘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녀는 황소군이 먼저 하현에게 예의를 갖춰 행동한 것이 매우 불쾌했던 터라 직접 나서서 하현에게 따끔한 훈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그러나 하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반응도 움직임도 없었다.그는 오른손에 이천억짜리 수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
”그리고 당신들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그 안에 변약수의 해독제를 내놔.”“만약 시간이 다 되도록 해독제가 보이지 않으면 그땐 뼈가 부러져 산천을 헤매게 해 줄 테니까 알아서 해!”“물론 당신들이 내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지. 만약 그렇다면 어디 한번 원하는 대로 나한테 맞서 봐!”“하지만 아무리 해도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거야.”“아무리 당신들이 황금궁 출신이라고 하더라도.”하현은 무덤덤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뒷짐진 채 천천히 문을 나섰다.하현이 저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황소군은 이를 갈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해?”“무성 꼭대기에서 무릎을 꿇게 될 거라고? 해독제를 내놓으라고?”“심지어 황금궁까지 위협하는 거야?”“당신이 뭐라고 된 줄 알아?”“무슨 자격으로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똑똑히 들어. 난 오늘 밤 황금궁을 찾아갈 거야. 당신은 이제 죽었어!”구예빈이 사나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 씨! 갈기갈기 찢어져 산천에 뼈가 뿌려질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야!”“이제 와서 당신이 무릎 꿇고 사과해도 늦었어!”“당신 같은 사람 상종도 하기 귀찮아!”“남선 일행을 잃었으니 당신네 용문은 완전히 졌어!”“당신은 물에 빠진 개 신세가 되어 모든 희망을 잃은 후 우리 황금궁의 미움을 산 채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대문을 나서려던 하현은 순간 몸을 돌려 눈살을 찌푸렸다.“원래는 난 말이야. 서로 동포인 점을 봐서 당신들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했었어.”“그런데 당신들은 반성할 줄도 모르고 후회할 줄도 몰라.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보아하니 당신들은 죽을죄를 면하지 못할 것 같아.”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진주희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순간 오른손을 한 번 휘둘렀다.칼날이 번쩍 지나갔다.“아!”황소군과 구예빈 두 사람은 다리가 부러진 채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일은 선후를 잘 따져야 해.”“지금 난 신고자로 여기 온 거야. 난 독극물 사안을 신고하러 온 거고.”만천우는 쓴웃음 지으며 말했다.“하현, 당신의 얘기에 따르면 남선 일행은 차를 마셨어요. 차를 마신 지는 이미 시간이 지나서 소화가 되었을 거예요.”“지금 우리가 루돌프 씨에게 의뢰하여 남선 세 사람의 위액을 채취해 검사할 거예요!”“하지만 증거가 나온다고 해도 이는 물증일 뿐 진술이 부족해요.”“경찰은 황소군과 구예빈에게 진술을 받기 위해서 병원에 사람을 보냈어요.”“그런데 황금궁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막아서 할 수 없이 돌아왔죠.”“동시에 황금궁 쪽에서 하현 당신을 고소했어요. 상해죄로요.”“양쪽의 주장 때문에 이 일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졌고 조정 쪽에서는 몇몇 거물들이 국전과 나라의 체면이 걸린 일이니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어요!”“황소군과 구예빈이 정말 남선 일행들에게 독약을 먹이고 외부의 적과 내통했다면 가장 엄중한 벌을 받을 겁니다!”“황금궁이 범죄자를 감싸는 것은 죄악이죠!”“인도인들도 응당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우리 대하가 비록 문명국이라 관대함을 보여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렇게 콧대를 세우게 놔둘 수는 없는 일이죠!”하현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다행히 조정의 늙은이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모양이군.”만천우가 눈썹을 번뜩이며 눈동자를 반짝거렸다.하현의 진짜 신분이 생각났기 때문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화가 나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면 아마 조정의 그 늙은이들은 겁을 먹고 꽁무니를 뺐을 것이다.만천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현은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 일은 조심해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해!”“이번 용문과 인도의 결전은 국전이야!”“어느 쪽이든 나쁜 평판이 돌게 되면 그야말로 국제적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거야!”“인도인이 감히 사람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