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텐데……”“너……”“흠… 이 시계 가짜는 아니겠죠. 가짜라면 내가 이 시계로 뭘 하겠어요?“너 골동품 시계 감정은 할 줄 아니? 이 시계는 롤렉스 데이토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폴뉴먼이야! 너 모른다고는 말 하지마!”장택일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이 시계를 몇 번 보더니 도리어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건 확실히 그 롤렉스의 전설적인 시계로 데이토나 원형 시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유명한 배우들 때문에 폴뉴먼은 한 때 예스 제네바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유명했다. 이 시계의 경매가격은 230억! 이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고가품이었는데, 이것이 장택일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뭐예요? 이건 전설적인 시계네요. 제가 듣기로 많은 골동품 시계 수집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던데!”“이 시계의 값어치는 일선 대도시에서도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어요!”“장회장님은 역시 시원시원 하십니다. 이 데릴사위와 겨루기 위해 이런 물건을 꺼내시다니요.”“하지만 장회장님이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제가 보기에 이 데릴사위는 쓸모없는 놈이예요!”“……”이 때 옆에 있던 안흥섭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장 어르신, 이전에 이 시계를 얻으려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까? 이것을 내놔도 괜찮겠습니까? “내기에 지지 않을 거예요.”장택일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안흥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물건은 하현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 순간에는 말없이 듣기만 하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후회하지 마세요.”장택일 역시 군말 없이 그림 앞으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는 이번에 하현을 밟아 버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잠시 자세히 살펴본 후 장택일은 천천히 말했다. “다 알고 있듯이 백호는 고려말, 조선초기에 재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화가일
하현은 장민수를 담담하게 한 번 쳐다보다가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지금도 백호의 진짜 유물이 이렇게 널리 퍼져 있나요? 혹시 한 폭을 꺼내 볼 수 있을까요?” 하현의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장내는 ‘싹’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멈춰졌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 녀석 바보는 아니겠지?장택일 회장이 이미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백호의 진짜 유물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가짜라고 우기는 건가?설마 방금 자신이 장회장을 정말로 이겼다고 생각하나? 장민수는 안흥섭이 그를 도와 부정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가 이길 수 있었다고 암시했었다. 이 녀석 정말 자신이 잘 모르면서 아는 줄로 착각하고 있나?이것이야 말로 관을 보지 않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장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하현이 이렇게 입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장민수는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하 대가님은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으니, 모두 귀담아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대가”라는 두 글자에 장민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매우 힘을 실어 말했다. 장택일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이 데릴사위가 자신 제자의 위신을 훼손하고 있으니 끝장을 내줘야겠다. 지금 조금씩 감정한 지식에 기대어 감히 또 몇 번이나 나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차피 장택일은 신분과 지위가 있고, 어떤 일들은 장민수를 시키면 그만이다. 그가 꼭 나서서 하현을 비꼴 필요가 없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역시 하현을 완전히 경멸했다. 하현은 아무런 느낌이 없긴 했지만, 만약 몇 마디 말로 그를 격노하게 했다면 3년 동안 데릴사위를 한 것이 헛되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 그림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진품에 대한 흔적은 없지만 그림이 나쁘진 않네요. 백호의 경지까지 이르진 못했고,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이 그림이 가짜라는 하고 하현의
하현이 이 말을 하자, 장민수는 냉소를 터뜨리며 따졌다. “진짜면 진짜고 가짜면 가짜지 이것도 골동품이라고?“감정하는 분야에서는 이것 역시 골동품이라고 말하는 법은 없어. 만약 네가 이런 것도 알지 못하고 허튼소리 하면서 소란스럽게 굴 거라면 빨리 꺼져! 여기서는 아무도 너를 반겨주지 않으니까!”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작은 소리로 몇 마디 욕을 했지만, 어쨌든 이 곳은 안씨 집안의 홈 그라운드이니 감히 하현을 쫓아낼 수는 없었다. 하현은 장민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말했다. “방금 장회장님이 말씀하신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백호의 그림은 분명한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리 기세가 드높은 그림이라고 해도 선비의 숨결이 배어 있으니, 이 그림은 진수를 모방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너……”이번에는 장택일이 하현을 가리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뜻밖에도 그는 지금 이 그림을 위조품이라고 말하는 거야?이 녀석은 서화를 이해하고 있는 거야? 없는 거야?그는 지금 알아챈 셈인데 이 녀석이 나서볼 요량으로 여기서 허튼 소리를 하는 거네. 방금 그 문사병을 감정해낸 것은 백 퍼센트 안흥섭이 그에게 미리 가르쳐 준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폐물 녀석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그래서 선생님이 창피를 당했다. 자신의 선생님이 냉소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장민수는 지금 바로 뛰어나와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개망나니야. 계속 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봐!”“좋아. 너 말하는 것 좀 보자. 이 그림이 왜 위조품인지 말해봐!” “네가 만약 설명할 수 있다면 나 장민수가 엎드려 사과 하지!”“만약 네가 설명을 못 한다면, 오늘 너는 서울 호텔에서 기어서 나가야 할거야!”와_______이 말이 나오자 사방이 온통 왁자지껄해졌다.“그래! 어디 말해봐!”“내가 보기에 이 데릴사위는 알지도 못하면서 허풍을 떨고 있어!”“이런 사람이 어떻게 골동품 품평회에 올 수 있었을까? 결혼하려고?”
모두가 하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유명하고 진귀한 그림 위에 이미 옅은 자국이 하나 박혔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 순간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장택일을 보며 말했다. “장회장님, 방금 말씀하셨듯이 이번에 지시면 이 시계는 제가 갖는 거죠?”그러고 나서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았다.“폐물아, 네가 말했듯이 만약 이 그림이 모조품이면 너 나한테 절하고 잘못을 인정할거야?”장택일은 하현의 절권도를 본 후 이미 약간 뜨거운 솥 위의 개미처럼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는 필경 서화 감정의 대가급으로 자신의 전공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 순간 어떻게 그가 경악했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눈 앞의 이놈은 서울 2류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고, 감정 업계에서는 더더욱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가 이 그림이 가짜라고 한들 그의 말을 들어야 하나?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그러자 장택일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 순간 악랄하게 말했다.“좋아. 늙은이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그림은 진짜야! 만약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내 골동품 롤렉스 시계를 너에게 바칠게!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나는 너의 어떤 물건도 원하지 않아.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자신의 선생님의 저력 있는 모습을 보고, 장민수는 지금 비웃으며 말했다.“하현, 유치하게 굴지 마! 네가 어떻게 선생님의 적수가 될 수 있겠니!”“만약 이 그림이 정말 위조품이라면 내가 바로 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인정하겠지만, 만약 이 그림이 진짜라면 너는 즉시 기어서 나아가야 해!”하현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렇게 확정을 지었으니, 내가 오늘 너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주지.”“백호는 일생 동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극히 드물어.”“조선 후기에 이르면 누구나 다 들어봤을 화가가 있는데, 장대천이라고 부르지. 그는 서화에 조예가 깊어 그 그림의 가치가 세상을 놀라게 했어.”“그리고 이 거사는 백호의 그림을 매우 존경했고, 진품도
“내가 네 얼굴을 부숴버리겠어!”어떤 사람이 큰 욕을 퍼부었다. “그건 방금 네가 접은 흔적이잖아. 네가 천고의 명화를 망가뜨려놓고 이게 허점이라니! 믿든지 말든지 이 어르신이 널 때리겠어!”“그래, 이걸 증거로 삼았다고? 너는 내가 바보인줄 알아? 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니?”“하현, 너 그만 좀 웃길 수 없겠니? 빨리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잠시 후엔 사람들이 분노할거야. 사람들에게 얻어 맞으면 좋지 않을텐데.”장민수는 계속해서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하현의 그럴 듯한 말은 듣지 마라. 그는 증거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추측과 짐작일 뿐이니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분명 장택일을 믿을 것이고, 절대로 그를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현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장민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꼬마야, 네 선생님의 솜씨가 형편없다는 건 나도 알겠다.”“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니 나는 너에게 더 좋은 선생님을 추천하고 싶어. 앞으로 남은 평생을 헛되이 보내지 마!” 말을 마친 하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장민수의 어깨를 두드렸다.“꺼져! 데릴사위 주제에!”“네가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못 내놓으면 너의 목숨은 죽는 것 만도 못할 거야!”장민수는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고 이를 갈았다. 하현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 이 그림의 접힌 곳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이걸 왜 접었는지 알아?”“이것이 장대천이 남긴 허점이기 때문이야!”“백호의 그림은 모두 경상도 동가에서 많이 생산되는 종류의 화선지를 사용했다. 고려후기 때 동가의 화선지가 유명했다가 몰락하면서 후에 이런 종류의 화선지의 제조 공법이 전해지지 않았어!” “이런 종류의 화선지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는데 종이를 접는 힘이 얼마나 크던지 관계없이 접혔던 자국은 바로 회복이 돼! 위조품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지!”“와_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네!”장택일은 하현을 비웃으면서 쳐다보다가 시선이 안흥섭에게로 떨어졌다. “안씨, 당신은 감정 업계에서 창시자급 인물이시니 당신이 이 그림의 진위를 평가해 주면 모두가 당신을 믿을 것입니다.”“좋아요. 안씨 대가님, 당신이 해 주세요!”“맞아요! 이 데릴사위가 여기서 장회장님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요!”“우리는 안씨 대감님의 신분과 지위를 믿기 때문에 함부로 판정하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안흥섭은 의미심장하게 장택일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그림의 맹호는 정말 생동감 있고 위엄이 넘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는 진품인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와……”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방금 그 데릴사위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마치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그럴 듯 하게 말하더니 결과는 나쁘지 않네!안흥섭이 진짜라고 말했으면 가짜일 리가 있나?“쓸모없는 것! 너 들었지? 나한테 무릎 꿇어! 기어 나가!”장민수는 정신이 돌아오면서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장민수, 화내지 마. 단지 하현이 몰라봤을 뿐이야. 방금 농담한 걸 가지고 진짜로 여기지 마.”안수정은 당황하면서 앞으로 빨리 걸어갔다. 그녀는 하현이 정말로 무릎을 꿇을까 봐 두려웠다. 설은아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위해 말하는 것을 눈앞에서 빤히 보고 있으려니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애처로웠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 그녀는 자신이 왜 하현과 싸웠는지 처음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하현 곁에서 그를 위해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마땅히 자신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어린 놈아. 어르신이 일찍부터 너한테 말했잖아. 사람은 겸손과 경외함을 가져야 한다고. 어르신이 오늘 너에게
장택일이 바로 화를 내자. 선풍도골의 품격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하며 말했다. “젊은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안씨가 이미 이 그림은 진품이라고 단정을 지었는데, 너는 아직도 여기서 쫑알거리고 있니? 설마 너는 아직도 안씨의 감별력을 의심하는 거야?”안흥섭은 감정업계의 스승이신데, 누가 감히 그의 감별력을 의심하겠는가?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쫄지 않으니 정말 살지 죽을지 모르겠다. 이 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하현을 혐오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자 안흥섭이 갑자기 손을 흔들며 말했다.“여러분, 그의 말이 맞습니다. 제 말이 아직 다 안 끝났으니 방해하지 말아주세요……”뭐?안씨 대가님의 말이 아직 안 끝났다고? 하지만 그는 방금 이미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말했다. 설마 그가 자신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하려는 것인가? 쓸모없는 데릴사위를 구하려고?그를 결혼시키려고?안흥섭은 이어서 말했다.“이 그림은 진품이 맞지만 백호의 진품이 아니라 장대천의 진품입니다. 백호의 모조품이요!”이 말을 하자 모두들 깜짝 놀라서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이 순간 뜻밖에도 산과 강이 끝없이 펼쳐진, 봄 햇살이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이 그림은 정말 장대천의 작품이다!이 게임에서는 장택일이 지고 하현이 이겼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그 다음, 역으로 찬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왔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하현을 마치 괴물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책상 위의 골동품 롤렉스 시계를 제멋대로 집어 들고는 자신의 손목에 찼다. 몇 번을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 “장회장님, 제가 마침 손목시계가 하나 부서졌는데 감사합니다.”“너, 너, 너……”장택일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가 폭발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생님!”장민수는 황급히 장택일을 일으켜 세운 후, 하현을 노려보며 독살스럽게
하현은 군말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 단검은 고구려 때 것임이 틀림없어요. 비록 좀 부식이 되긴 했지만 이런 청동기는 약간 구릿빛이 도는 게 정상이에요!”“이 궁등은 조선 만력 연간에 궁중에서 관리하던 용품이었을 거예요!”“마지막으로 이 반지는 공친왕이 사냥할 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그 옥 반지 같아요.”하현이 말을 마치자 안흥섭은 멍해졌다. 잠시 후 그는 박수를 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귀재, 하현은 정말 감정 업계의 귀재다. 마치 무거운 역도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 같다. 이런 능력은 일반 감정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는 이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장택일 두 사제가 보기에 비할 데 없이 귀중한 물건들이 하현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안씨 집안의 최고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다만 그가 언제 이혼을 할지 알 수 없었다……하현을 사모하는 손녀의 눈빛을 보면서 안흥섭은 탄식을 연발했다. 만약 자신의 손녀가 데릴사위를 찾는다고 하면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와 줄을 설 것이다. 아쉽게도 그녀는 이 남자만 마음에 들어 한다.……. 마지막 세 가지 골동품 감정이 완료됨에 따라 이번 골동품 품평회는 막을 내린 셈이다. 하현은 이런 상류층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도 약간의 화제거리가 되는 편이다. 다만 감정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상이 있었지만, 실제 상류층의 수천 가지의 비즈니스 계에서는 전혀 지위가 없었다.배후에 안흥섭과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안씨 가문이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장택일의 신분도 많은 부분 그가 평소 일류 가문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하현이라는 데릴사위가 비록 방금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상류층들이 볼 때는 이런 기묘한 재주와 숙련된 기술도 모두 수준급에는 속하지 않는다. 요 며칠은 그가 다른 사람들이 밥 먹고 차 마실 때 나누는 화제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정말 감정 업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