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텐데……”“너……”“흠… 이 시계 가짜는 아니겠죠. 가짜라면 내가 이 시계로 뭘 하겠어요?“너 골동품 시계 감정은 할 줄 아니? 이 시계는 롤렉스 데이토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폴뉴먼이야! 너 모른다고는 말 하지마!”장택일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이 시계를 몇 번 보더니 도리어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건 확실히 그 롤렉스의 전설적인 시계로 데이토나 원형 시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유명한 배우들 때문에 폴뉴먼은 한 때 예스 제네바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유명했다. 이 시계의 경매가격은 230억! 이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고가품이었는데, 이것이 장택일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뭐예요? 이건 전설적인 시계네요. 제가 듣기로 많은 골동품 시계 수집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던데!”“이 시계의 값어치는 일선 대도시에서도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어요!”“장회장님은 역시 시원시원 하십니다. 이 데릴사위와 겨루기 위해 이런 물건을 꺼내시다니요.”“하지만 장회장님이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제가 보기에 이 데릴사위는 쓸모없는 놈이예요!”“……”이 때 옆에 있던 안흥섭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장 어르신, 이전에 이 시계를 얻으려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까? 이것을 내놔도 괜찮겠습니까? “내기에 지지 않을 거예요.”장택일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안흥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물건은 하현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 순간에는 말없이 듣기만 하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후회하지 마세요.”장택일 역시 군말 없이 그림 앞으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는 이번에 하현을 밟아 버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잠시 자세히 살펴본 후 장택일은 천천히 말했다. “다 알고 있듯이 백호는 고려말, 조선초기에 재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화가일
하현은 장민수를 담담하게 한 번 쳐다보다가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지금도 백호의 진짜 유물이 이렇게 널리 퍼져 있나요? 혹시 한 폭을 꺼내 볼 수 있을까요?” 하현의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장내는 ‘싹’하는 소리와 함께 잠시 멈춰졌고,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 녀석 바보는 아니겠지?장택일 회장이 이미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백호의 진짜 유물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가짜라고 우기는 건가?설마 방금 자신이 장회장을 정말로 이겼다고 생각하나? 장민수는 안흥섭이 그를 도와 부정행위를 했기 때문에 그가 이길 수 있었다고 암시했었다. 이 녀석 정말 자신이 잘 모르면서 아는 줄로 착각하고 있나?이것이야 말로 관을 보지 않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장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하현이 이렇게 입을 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장민수는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하 대가님은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으니, 모두 귀담아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대가”라는 두 글자에 장민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매우 힘을 실어 말했다. 장택일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이 데릴사위가 자신 제자의 위신을 훼손하고 있으니 끝장을 내줘야겠다. 지금 조금씩 감정한 지식에 기대어 감히 또 몇 번이나 나를 괴롭힐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차피 장택일은 신분과 지위가 있고, 어떤 일들은 장민수를 시키면 그만이다. 그가 꼭 나서서 하현을 비꼴 필요가 없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역시 하현을 완전히 경멸했다. 하현은 아무런 느낌이 없긴 했지만, 만약 몇 마디 말로 그를 격노하게 했다면 3년 동안 데릴사위를 한 것이 헛되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 그림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진품에 대한 흔적은 없지만 그림이 나쁘진 않네요. 백호의 경지까지 이르진 못했고,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이 그림이 가짜라는 하고 하현의
하현이 이 말을 하자, 장민수는 냉소를 터뜨리며 따졌다. “진짜면 진짜고 가짜면 가짜지 이것도 골동품이라고?“감정하는 분야에서는 이것 역시 골동품이라고 말하는 법은 없어. 만약 네가 이런 것도 알지 못하고 허튼소리 하면서 소란스럽게 굴 거라면 빨리 꺼져! 여기서는 아무도 너를 반겨주지 않으니까!”주위의 많은 사람들 역시 작은 소리로 몇 마디 욕을 했지만, 어쨌든 이 곳은 안씨 집안의 홈 그라운드이니 감히 하현을 쫓아낼 수는 없었다. 하현은 장민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천천히 말했다. “방금 장회장님이 말씀하신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백호의 그림은 분명한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리 기세가 드높은 그림이라고 해도 선비의 숨결이 배어 있으니, 이 그림은 진수를 모방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너……”이번에는 장택일이 하현을 가리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뜻밖에도 그는 지금 이 그림을 위조품이라고 말하는 거야?이 녀석은 서화를 이해하고 있는 거야? 없는 거야?그는 지금 알아챈 셈인데 이 녀석이 나서볼 요량으로 여기서 허튼 소리를 하는 거네. 방금 그 문사병을 감정해낸 것은 백 퍼센트 안흥섭이 그에게 미리 가르쳐 준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폐물 녀석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그래서 선생님이 창피를 당했다. 자신의 선생님이 냉소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장민수는 지금 바로 뛰어나와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개망나니야. 계속 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봐!”“좋아. 너 말하는 것 좀 보자. 이 그림이 왜 위조품인지 말해봐!” “네가 만약 설명할 수 있다면 나 장민수가 엎드려 사과 하지!”“만약 네가 설명을 못 한다면, 오늘 너는 서울 호텔에서 기어서 나가야 할거야!”와_______이 말이 나오자 사방이 온통 왁자지껄해졌다.“그래! 어디 말해봐!”“내가 보기에 이 데릴사위는 알지도 못하면서 허풍을 떨고 있어!”“이런 사람이 어떻게 골동품 품평회에 올 수 있었을까? 결혼하려고?”
모두가 하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유명하고 진귀한 그림 위에 이미 옅은 자국이 하나 박혔기 때문이다. 하현은 이 순간 웃을 듯 말 듯한 얼굴로 장택일을 보며 말했다. “장회장님, 방금 말씀하셨듯이 이번에 지시면 이 시계는 제가 갖는 거죠?”그러고 나서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았다.“폐물아, 네가 말했듯이 만약 이 그림이 모조품이면 너 나한테 절하고 잘못을 인정할거야?”장택일은 하현의 절권도를 본 후 이미 약간 뜨거운 솥 위의 개미처럼 초조하고 불안해했다. 하지만 그는 필경 서화 감정의 대가급으로 자신의 전공에 자신이 있었는데 이 순간 어떻게 그가 경악했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눈 앞의 이놈은 서울 2류 가문의 데릴사위일 뿐이고, 감정 업계에서는 더더욱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가 이 그림이 가짜라고 한들 그의 말을 들어야 하나?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그러자 장택일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이 순간 악랄하게 말했다.“좋아. 늙은이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그림은 진짜야! 만약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면 내 골동품 롤렉스 시계를 너에게 바칠게! 만약 그것이 진짜라면 나는 너의 어떤 물건도 원하지 않아.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자신의 선생님의 저력 있는 모습을 보고, 장민수는 지금 비웃으며 말했다.“하현, 유치하게 굴지 마! 네가 어떻게 선생님의 적수가 될 수 있겠니!”“만약 이 그림이 정말 위조품이라면 내가 바로 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인정하겠지만, 만약 이 그림이 진짜라면 너는 즉시 기어서 나아가야 해!”하현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렇게 확정을 지었으니, 내가 오늘 너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주지.”“백호는 일생 동안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극히 드물어.”“조선 후기에 이르면 누구나 다 들어봤을 화가가 있는데, 장대천이라고 부르지. 그는 서화에 조예가 깊어 그 그림의 가치가 세상을 놀라게 했어.”“그리고 이 거사는 백호의 그림을 매우 존경했고, 진품도
“내가 네 얼굴을 부숴버리겠어!”어떤 사람이 큰 욕을 퍼부었다. “그건 방금 네가 접은 흔적이잖아. 네가 천고의 명화를 망가뜨려놓고 이게 허점이라니! 믿든지 말든지 이 어르신이 널 때리겠어!”“그래, 이걸 증거로 삼았다고? 너는 내가 바보인줄 알아? 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거 아니니?”“하현, 너 그만 좀 웃길 수 없겠니? 빨리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잠시 후엔 사람들이 분노할거야. 사람들에게 얻어 맞으면 좋지 않을텐데.”장민수는 계속해서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하현의 그럴 듯한 말은 듣지 마라. 그는 증거도 없고 모든 것이 다 추측과 짐작일 뿐이니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분명 장택일을 믿을 것이고, 절대로 그를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현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장민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꼬마야, 네 선생님의 솜씨가 형편없다는 건 나도 알겠다.”“하지만 이 일을 겪고 나니 나는 너에게 더 좋은 선생님을 추천하고 싶어. 앞으로 남은 평생을 헛되이 보내지 마!” 말을 마친 하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장민수의 어깨를 두드렸다.“꺼져! 데릴사위 주제에!”“네가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자!”“못 내놓으면 너의 목숨은 죽는 것 만도 못할 거야!”장민수는 하현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고 이를 갈았다. 하현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났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 이 그림의 접힌 곳을 가리키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방금 이걸 왜 접었는지 알아?”“이것이 장대천이 남긴 허점이기 때문이야!”“백호의 그림은 모두 경상도 동가에서 많이 생산되는 종류의 화선지를 사용했다. 고려후기 때 동가의 화선지가 유명했다가 몰락하면서 후에 이런 종류의 화선지의 제조 공법이 전해지지 않았어!” “이런 종류의 화선지는 아주 특별한 점이 있는데 종이를 접는 힘이 얼마나 크던지 관계없이 접혔던 자국은 바로 회복이 돼! 위조품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지!”“와_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네!”장택일은 하현을 비웃으면서 쳐다보다가 시선이 안흥섭에게로 떨어졌다. “안씨, 당신은 감정 업계에서 창시자급 인물이시니 당신이 이 그림의 진위를 평가해 주면 모두가 당신을 믿을 것입니다.”“좋아요. 안씨 대가님, 당신이 해 주세요!”“맞아요! 이 데릴사위가 여기서 장회장님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요!”“우리는 안씨 대감님의 신분과 지위를 믿기 때문에 함부로 판정하지 않을 것을 믿습니다.”안흥섭은 의미심장하게 장택일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 그림의 맹호는 정말 생동감 있고 위엄이 넘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는 진품인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와……”그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방금 그 데릴사위가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마치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그럴 듯 하게 말하더니 결과는 나쁘지 않네!안흥섭이 진짜라고 말했으면 가짜일 리가 있나?“쓸모없는 것! 너 들었지? 나한테 무릎 꿇어! 기어 나가!”장민수는 정신이 돌아오면서 하현을 가리키며 욕을 했다. “장민수, 화내지 마. 단지 하현이 몰라봤을 뿐이야. 방금 농담한 걸 가지고 진짜로 여기지 마.”안수정은 당황하면서 앞으로 빨리 걸어갔다. 그녀는 하현이 정말로 무릎을 꿇을까 봐 두려웠다. 설은아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위해 말하는 것을 눈앞에서 빤히 보고 있으려니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애처로웠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 그녀는 자신이 왜 하현과 싸웠는지 처음으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하현 곁에서 그를 위해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마땅히 자신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어린 놈아. 어르신이 일찍부터 너한테 말했잖아. 사람은 겸손과 경외함을 가져야 한다고. 어르신이 오늘 너에게
장택일이 바로 화를 내자. 선풍도골의 품격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멸하며 말했다. “젊은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안씨가 이미 이 그림은 진품이라고 단정을 지었는데, 너는 아직도 여기서 쫑알거리고 있니? 설마 너는 아직도 안씨의 감별력을 의심하는 거야?”안흥섭은 감정업계의 스승이신데, 누가 감히 그의 감별력을 의심하겠는가?보잘것없는 데릴사위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쫄지 않으니 정말 살지 죽을지 모르겠다. 이 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하현을 혐오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자 안흥섭이 갑자기 손을 흔들며 말했다.“여러분, 그의 말이 맞습니다. 제 말이 아직 다 안 끝났으니 방해하지 말아주세요……”뭐?안씨 대가님의 말이 아직 안 끝났다고? 하지만 그는 방금 이미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말했다. 설마 그가 자신의 얼굴에 직접 먹칠을 하려는 것인가? 쓸모없는 데릴사위를 구하려고?그를 결혼시키려고?안흥섭은 이어서 말했다.“이 그림은 진품이 맞지만 백호의 진품이 아니라 장대천의 진품입니다. 백호의 모조품이요!”이 말을 하자 모두들 깜짝 놀라서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이 순간 뜻밖에도 산과 강이 끝없이 펼쳐진, 봄 햇살이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이 그림은 정말 장대천의 작품이다!이 게임에서는 장택일이 지고 하현이 이겼다는 의미이기도 했다.그 다음, 역으로 찬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왔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하현을 마치 괴물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책상 위의 골동품 롤렉스 시계를 제멋대로 집어 들고는 자신의 손목에 찼다. 몇 번을 쳐다본 후 웃으며 말했다. “장회장님, 제가 마침 손목시계가 하나 부서졌는데 감사합니다.”“너, 너, 너……”장택일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가 폭발하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선생님!”장민수는 황급히 장택일을 일으켜 세운 후, 하현을 노려보며 독살스럽게
하현은 군말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 단검은 고구려 때 것임이 틀림없어요. 비록 좀 부식이 되긴 했지만 이런 청동기는 약간 구릿빛이 도는 게 정상이에요!”“이 궁등은 조선 만력 연간에 궁중에서 관리하던 용품이었을 거예요!”“마지막으로 이 반지는 공친왕이 사냥할 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그 옥 반지 같아요.”하현이 말을 마치자 안흥섭은 멍해졌다. 잠시 후 그는 박수를 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귀재, 하현은 정말 감정 업계의 귀재다. 마치 무거운 역도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 같다. 이런 능력은 일반 감정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애석하게도 그는 이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장택일 두 사제가 보기에 비할 데 없이 귀중한 물건들이 하현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안씨 집안의 최고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 다만 그가 언제 이혼을 할지 알 수 없었다……하현을 사모하는 손녀의 눈빛을 보면서 안흥섭은 탄식을 연발했다. 만약 자신의 손녀가 데릴사위를 찾는다고 하면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와 줄을 설 것이다. 아쉽게도 그녀는 이 남자만 마음에 들어 한다.……. 마지막 세 가지 골동품 감정이 완료됨에 따라 이번 골동품 품평회는 막을 내린 셈이다. 하현은 이런 상류층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도 약간의 화제거리가 되는 편이다. 다만 감정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상이 있었지만, 실제 상류층의 수천 가지의 비즈니스 계에서는 전혀 지위가 없었다.배후에 안흥섭과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안씨 가문이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장택일의 신분도 많은 부분 그가 평소 일류 가문과 친하게 지내며 그들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하현이라는 데릴사위가 비록 방금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상류층들이 볼 때는 이런 기묘한 재주와 숙련된 기술도 모두 수준급에는 속하지 않는다. 요 며칠은 그가 다른 사람들이 밥 먹고 차 마실 때 나누는 화제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정말 감정 업
확신에 찬 화성봉의 말을 듣고 임단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금정개발이 파산하지 않고 번창할 수만 있다면 금정개발을 하현에게 넘겨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나천우도 이 일로 인해 상류사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아마도 후방에서 뛰어난 책략을 펼쳐 큰 성과를 이룬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여웅 그놈이 이 일로 득의양양해할 것을 생각하니 이 또한 달갑지 않았다.그놈은 어릴 때부터 임단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언젠간 임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다녔다.만약 몰아치는 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인다면 그놈은 더더욱 기고만장해질지도 모른다.아니면 소남 임 씨 가문을 직접 앞세워 이여웅을 직접 짓밟아 버릴까?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임 씨 가문이 나서서 이여웅을 제압한다면 가문 쪽에서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않을까?은둔가 나 씨 가문을 이용하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방법이었다.은둔가가 은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쉽게 말하자면 은둔가는 모든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이렇게 직접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은 은둔가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임단은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정말 이대로 이여웅 그 개자식의 오만한 얼굴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들 때문에 그녀는 점점 더 심난해져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차를 들이켰지만 그만 찻물을 옷에 살짝 흘리고 말았다.순간 정신을 다잡은 임단은 주머니에서 아무렇게나 종이 한 장을 꺼내 흘린 찻물을 닦았다.“잠깐만요.”그때 가만히 있던 화성봉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임 사장님, 움직이지 마세요!”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얼른 임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가 들고 있던 종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그는 방금 어렴풋이 명당자리를
임단에게 있어 금정개발은 그리 큰 존재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실패로 인해 나천우가 상류사회에서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사업체를 향한 이여웅의 악의적인 공격을 막아야 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임단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심장이 살짝 오그라 붙었다.그들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임단은 약간 실망한 듯 십여 명의 임원들을 쳐다보았다.평소에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받으며 지내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입을 닫아 버린 것이다.정말 이렇게 쓸모없는 사람들일 줄은 몰랐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임단의 시선은 회사에서 새로 고용한 고문 풍수지리사 화성봉에게로 향했다.화성봉은 금정에서 명성이 매우 높았고 장천준과 황보동에 견줄 만한 풍수지리사였다.그는 자신의 이런 높은 지위로 일 년에 몇 번씩만 고위 관직들의 풍수를 봐주고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었다.그가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지리사가 된 이유는 전임 수석 풍수지리사가 퇴직한 이후 아무도 대신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은둔가 나 씨 가문의 많은 인맥을 동원해 겨우 화성봉을 데려온 것이다.이런 까닭으로 그는 비록 금정개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위만은 상당히 높았다.임단은 공손한 얼굴로 화성봉을 바라보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화 대사님, 방법이 없을까요?”“임 사장님, 제가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금정에서 시장에 나온 핵심 요지는 모두 진화개발이 가격을 올려놓았습니다.”“정말로 진퇴양난입니다.”“대체 부지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게 되었군요.”“요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침반만 들고 금정을 몇 바퀴나 걸었습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땅을 찾지 못했습니다.”말을 마치며 화성봉은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실제로도 그는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이 땅을 차지하기만 한다면 우리 금정개발은 앞으로 분명히 번창해서 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야.”하현이 이곳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나천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하현이 풍수 관상에 대해서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땅을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이 땅은 이미 많은 풍수 대가들이 가 봤지만 쓰레기 매립지였기 때문에 풍수가 완전히 뒤틀리고 망가진 곳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하현이 대충 위치만 보고 이곳을 개발한다면 분명 금정 부동산 업계의 큰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자신들에게 베푼 은혜가 깊기 때문에 나천우도 털어놓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하면 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천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완곡하게 돌려 말했다.“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게 될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하현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개발하는 주택 외에는 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거야!”“다른 어떤 집도 팔리지 않는다고?”이 말을 듣고 나천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현이 아무리 기고만장하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땅을 선정할 수 있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려면 쓰레기 매립장 부지 하나로 될 수 있겠는가?“금정 부동산 업계를 싹쓸이하겠다니?! 하현, 야망이 너무 큰 것 같은데...”임단도 나천우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어이가 없는 듯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하현이 너무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아무리 뛰어난 해외 개발업자가 지은 주택이라도 금정 부동산 업계를 휩쓸지는 못할 것이다.하현의 말은 너무도 순진하게 들렸다.순간 그녀는 하현에게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그녀가 이번에 하현을 찾아온 것은 그가 은둔가 형 씨 가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이여웅이 우리가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올려놓은 이상 정부도 임의로 가격을 낮출 수는 없을 거야.”하현은 자신의 잔에 차를 따라 천천히 기울였다.“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문제는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하면 말끔히 해결해서 이여웅의 음모가 물거품이 되도록 만드냐는 거야.”비록 금정개발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사업체이지만 자신에게 있어 이 일은 금정개발에서의 첫 사업이었다.그래서 하현은 조금 더 신경을 쓰기로 결심했다.그렇지 않으면 이제 손에 넣은 사업체가 완전히 망하는 꼴이니 얼마나 체면이 말이 아니겠는가?“우선은 이여웅이 금정개발을 전방 압박하는 모든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해. 관청은 이번 가격 인상 행위를 모른 척 눈감아 주는 거지. 그러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거야.”임단은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차를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이여웅 같은 사람이 어렵게 이런 기회를 찾았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아.”“그럼 두 번째,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더 나은 장소를 찾아내는 거야. 심지어 금정개발의 평소 스타일에서 조금 더 변화를 줘서 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거지.”“이렇게 하면 상대를 한 방에 누를 수 있어.”“문제는 현재 금정 핵심 지역 토지는 이미 임자가 다 있다는 거야.”“주인 없는 남은 몇몇 땅은 기본적으로 별로 위치가 좋지 않아. 오죽했으면 새들도 똥을 누지 않는다는 말이 다 나오겠어.”“다른 쪽을 물색하기도 쉽지 않아.”임단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금정개발이 리조트, 호텔 등을 조성하는 등 그룹 전략을 수정할 수도 있어.”“문제는 그룹 전략을 수정하면 우리는 주택 시장을 그냥 상대에게 내주는 것과 같다는 거지.”“이건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야.”말을 끝내며 자존심 강한 임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새로운 부지를 찾아 새로운 상품을 만
하현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금정개발의 수석 풍수사가 앞으로 어떤 부지를 사서 개발을 할지 도와줬고 그 모든 자료는 극비였단 말이지.”“하지만 이번에 이산들이 그 자료들을 유출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진화개발에 넘겨서 금정개발이 사려고 생각했던 토지의 가격을 인상해 놓았어. 그래서 지금 금정개발은 진퇴양난에 빠진 거로군.”“지금 금정개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어, 맞지?”“맞아.”나천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음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오는 동안 전체 과정을 생각해 봤어.”“이전에 이여웅은 여러 차례 우리와 맞붙었지만 번번이 깨졌지. 이번에 이런 뻔뻔한 수법을 쓴 걸로 보니 여간 고심한 게 아닌 것 같아.”“우리 중 한 명이라도 부주의하게 행동하면 바로 삼켜버릴 심산인 거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이여웅.”임단이 근심 어린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에 소문을 듣자 하니 이여웅의 주도로 금정개발 경쟁자들이 모두 모였대.”“그들은 우리가 선택해 놓은 부지를 높은 가격으로 확보한 후 우리 금정개발의 반 가격으로 집을 지어 팔 생각이래.”“만약 그들이 정말로 이런 수법으로 밀어붙인다면 앞으로 우리가 지은 집은 팔리지도 않을 거야.”“비록 금정은행의 도움을 받아 운영을 할 수도 있고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 금정개발이 만약 명당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지어 놓은 집들을 다 팔고 난 다음에는 더 이상 팔 집이 없어지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점이야.”“이런 시장 환경이 2년 내지 3년만 지속되어도 우리 금정개발은 이 바닥에서 사라지게 될 거야.”나천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일 때문에 이 사람이 요즘 밤에 잠도 잘 못 자.”“하현 당신한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해.”“이런 복잡한 상황에 놓인 금정개발을 당신한테 맡긴 게 되어 버려서 속상한가 봐.
장용호에게 자리를 맡긴 후 하현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장생전을 어떻게 함정에 빠뜨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가 차를 몇 잔 따라 마시고 있을 때 나박하가 두 사람을 데리고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편안한 마음으로 후세를 생산하는 데 힘써야 할 나천우와 임단 부부였다.하현은 이전에 황보정이 가장 즐겨 앉았던 정자로 세 사람을 데리고 갔다.그들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준 뒤에야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두 사람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한쪽에 앉아 있던 나박하는 풀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미안합니다.”하현은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세 사람이 이렇게 찾아온 거야?”이 세 사람의 조합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이건 나박하 잘못이 아니야. 내가 사람을 잘못 쓴 거야.”온화하고 정숙한 분위기의 임단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금정개발이 나박하의 전 여자친구를 해고한 후 그 여자는 직업윤리를 무시하고 금정개발에 관한 자료를 모두 우리 경쟁자에게 넘겼어.”“이로 인해 몇몇 동업자들이 가격을 조정했어. 특히 우리 핵심 사업 단지 가격에 타격을 주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지.”“물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가장 중요한 것은 이산들이 우리가 이전에 고용한 최고 풍수지리사와 결탁하여 우리의 주택 설계도를 전부 팔아넘겼다는 거야.”“우리 금정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적인 디자인이었어. 방향도 좋아 채광이 탁월했고 공용 공간이 적어서 실면적이 훨씬 넓었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선택한 부지가 미래 가치도 아주 높은 명당이라는 거야.”“하지만 이산들이 이 모든 자료들을 팔아넘긴 후 우리 경쟁자들은 우리가 이미 선택해 놓은 토지 가격을 한껏 올려놓았어.”“그래서 우린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어.”“예전에 선택해 놓은 토지를 매입하자니 비용이 너무 높아.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