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도자기를 보았을 때, 다들 약간 어리둥절했다. 이치대로라면, 안흥섭의 골동품 품평회에는 가짜가 있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흥섭은 또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평을 하도록 했다. 이 상황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명확한 증거도 없이 이것은 가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장택일이 이렇게 확언하는 것을 듣자, 적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이 원래 그랬다는 표정으로 자신들의 지식이 늘었다고 느꼈다. 이 때 장택일이 확신하는 것을 듣고 안흥섭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장씨, 이것이 옛날 물건이 아니라 현대 물건이라고 그렇게 확신을 하시는데 그럼 제가 한 번 묻겠습니다. 지금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정밀하고 아름다운 물건을 구워 줍니까? 아무 시장이나 가면 살 수 있다고 말하지 마세요.”이 말을 듣자 주위에서는 오히려 선의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안흥섭은 그냥 농담을 던졌다. “안씨, 당신 말은……”장택일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이 순간 약간 망설였다. 그는 이 도자기 병이 가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안흥섭의 태도가 조금 망설이게 하고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 이 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아니면 제가 한 번 볼게요.”이 말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하현에게로 향했다. 이 녀석은 안흥섭이 밀어주는 젊은이가 아닌가? 그가 어떤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현, 방금 네가 우연히 추측해서 맞았을 뿐인데, 지금 또 인기를 얻으려고 사기꾼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이 이미 이렇게 명백하게 말씀을 하셨는데, 네가 나와서 무슨 소란을 피우려고 하는 거야!”“사람들 앞에서 망신 당하지 말고 빨리 꺼져!”장민수는 하현에게 매우 불쾌하여 지금 빠르게 입을 열어 질책하였다. 가뜩이나 아첨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가 암시하는 바를 알고, 같이 따지기 시작했다. “얘야. 장택일 회장님이 이미 결론을 다 냈는데, 네가 그걸 보겠다고 하다니, 너 정말 장택일 회장님
이 때 안흥섭은 웃을 듯 말 듯하며 하현을 쳐다보았다. 사실 설씨 집안 사람들이 하현을 배척하면 할수록 그의 마음은 점점 더 즐거웠다. 이 순간 그는 설씨 집안 사람들 모두 하현을 욕하며 손가락질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하현이 설씨 집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설은아와 이혼해야 안흥섭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흥섭이 잠시 기다렸지만 다른 설씨 사람들이 감히 앞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는 마음속으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설씨 어르신은 빠르게 주변을 살핀 후에야 살짝 웃었다. “여러분,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제가 이 친구에게 이 골동품 품평회의 이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저에게 분명 이유가 있으니 여러분은 방해하지 말고 그가 어떻게 말하는지 들어주세요.”안흥섭이 이렇게 말하자 바로 장내가 조용해졌다. 비록 사람들은 모두 데릴사위를 멸시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감히 더 뭐라 말할 수 없었다. 하현은 의미심장하게 설지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 여자는 정말 멍청하다고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설민혁에 의해 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때도 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 눈앞의 도자기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하현은 장택일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풍격과는 다르게 좌우로 한 번씩 둘러보았다. 이따금씩 손가락을 뻗어 가볍게 털었다. 어떻게 감정을 하는 것처럼 볼 수 있겠는가?이 광경을 보고 안흥섭이 입을 열자 조용해졌던 연회장이 지금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방금 모두는 그가 능력이 좀 있어 안흥섭이 하현을 인정한다고 여겼는데, 지금 그의 동작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한 명의 광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감정?이 사람이?듣자 하니 이 녀석이 지난번에 무슨 개똥같은 운이 있어서 경매에서 《부춘산거도》를 감정했다고 하던데, 그가 이번에도 자신이 이런 개똥 운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다음으로 그가 어떻게 망
그러나 이 때, 한쪽에 있던 장택일이 살짝 눈초리를 주며 손을 뻗어 장민수를 가로막고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 비록 하현의 동작이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약간의 연극도 있었지만, 또 약간은 연구하는 것 같았다. 이런 점들을 보니 그가 터무니없이 구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어느 지방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던 기법 같았다. “쟁______”하현은 다시 손가락을 튕기고 잠시 후 도자기에 귀를 붙이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제서야 그는 도자기를 내려놓고, 안흥섭을 보며 말했다. “어르신, 이 물건을 팔 준비가 됐습니까?”안흥섭은 웃으며 말했다.“만약 물건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나온다면 나는 10억에 팔 수 있어.”10억?이 가격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숨을 멈췄다. 이 물건은 명백한 위조품인데 10억에 팔겠다고?설령 10억으로 안씨 가문의 우정은 살 수 있다지만 문제는 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이 위조품은 만 원도 안 되는 것이었다. “10억이라면 제가 살게요.”결국 다른 사람의 가격을 기다리지 않고 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흥섭은 의미심장하게 하현을 한 번 본 뒤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너한테 팔지.”“하하하……”이 광경을 보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뜻밖에도 이렇게 어린 데릴사위가 10억을 내고 사겠다고? 그가 이렇게 많은 돈을 낼 수 있을까? 장민수는 계속 비웃으며 말했다.“하현, 너 너무 재미있다. 싼 물건을 주운 모양인데, 네가 10억을 낼 수 있겠어?”“이 물건은 기껏해야 만 원짜리인데, 자기가 싸게 산 모양이네!”“그럼, 장회장님은 이게 위조품이라고 하셨는데, 네가 정색을 하고 여기서 시치미를 떼는 거야?”방금 안흥섭이 말하길 모두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모두들 지금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말했다. 데릴사위를 풍자하면 어떤가?장택일 회장의 제자 장민수는 보지도
하현은 담담하게 장민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장회장님이 관심이 있으신 만큼 제가 공자 앞에서 문자 좀 쓰겠습니다.”장택일의 표정은 냉랭했다. 하현은 분명히 그를 비웃고 있었다. 그는 이 토끼 새끼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한 번 보고 싶었다. 하현은 이어서 말했다. “장회장님은 문성공주 얘기를 분명 들어 보셨을 것 같은데요?”장민수는 얼굴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말을 듣자 골동품계의 전설이 하나 떠올랐고 그 순간 온몸이 약간 흔들렸다.“그 말은……”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절대 그럴 리가 없어!”역사적으로 문성공주에 관한 기록은 후삼국 시대와 화목한 일이 가장 주된 내용이었지만 골동품계에서는 문성공주의 전설이라는 한 가지 관문이 있었다. 문성공주는 어려서부터 도자기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고려 태조는 그녀와 화친을 시작할 때 일찍이 궁중의 진상품 중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이 물건은 듣기로 이전 왕조 고구려 태조가 가장 좋아하는 도자기 중의 하나였다. 이 도자기는 결코 중원의 물건 중 하나가 아니라, 당시 신라 경순왕이 고려에 여러 번 부름을 받았을 때 받은 것이다. 후삼국 시대에서도 신라는 운명을 다해가는 나라였다.신라에서도 특별히 한 두 가지 좋은 도자기가 전해져 왔다. 다만 이 물건은 고려 태조가 문성공주에게 하사했다는 전설이 있을 뿐이고, 신라에서 왔다고 한다. 또 고려를 거쳐 조선까지 넘어간 지보였다고 한다. 이 물건은 매우 신기하게 전해져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서 고향을 그리는 듯 은은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전설에 따르면 문사병이라는 이 물건의 이름은 문성공주가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물건은 역사상 몇 차례 출현하였으나, 종국에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출현한 때는 대한제국 시절이었는데 후에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이 문사병이 존재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오랜 세월 동안
“이……이게 진짜 문성공주의 문사병이라고?”장택일의 얼굴 표정이 잠시 굳어지더니, 의혹에서 충격으로 바뀌었고 마지막에는 기가 막힌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어떤 것이 문사병인지 알고 있었고, 이 물건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다. 어리둥절해하던 일부 사람들도 그 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아마도 문사병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안흥섭의 어조와 장택일의 떨림에서 쉽게 분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삼국 시대의 도자기 병이라니?이런 물건은 매우 드물고, 게다가 일단 왕실과 관계를 맺게 되면 그 값은 더더욱 헤아리기 어려웠다. 이와 동시에 안수정 역시 충격을 받았다. 멀리 있던 설은아도 말을 잇지 못했다. 하현이 소문난 골동품까지 감정을 할 수 있다니?가벼운 얼굴의 안흥섭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장택일의 얼굴을 보면서, 어찌 이 두 여자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 순간 하현은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모두 달라졌다. 이 녀석은 쓸모없는 데릴사위이지만, 감정의 솜씨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깊이 감추어져 있어 드러나지가 않는구나! 이 때 안흥섭은 웃으며 말했다. “하현, 나도 생각을 못했어. 도자기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고 있다니.”“나는 그날 처음 이 문사병을 보고 나서도 위조품이라고 생각했었어. 근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닌 거야. 사고 난 뒤 한참 동안 연구하고 나서야 정체를 알게 됐어.”“너는 이 현장에서 그 내력을 생생하게 말할 수 있다니, 영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안흥섭의 칭찬을 받자 하현은 가볍게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감정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정말 노는 것일 뿐이었고, 그는 이 방면에서 또 무슨 성과가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만약 장택일 선생과 제자 두 사람이 생트집을 잡아 다시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는 나설 의사가 없었을 것이다. 이 때 어떤 사람이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안씨 대가님. 그럼 이 문사병이 위조품이 아니
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쳐다봤다. 입을 연 것은 장민수였다. 지금 그의 얼굴에는 경멸의 표정이 가득했는데, 그 뜻은 매우 분명했다. 그것은 문사병에 관한 일이니 분명 안흥섭이 하현에게 미리 일러준 것이다.이 말을 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 골동품협회 회장인 장택일 조차도 이 문사병을 감정해내지 못했는데 하현이 감정을 해냈다고?이 일은 다소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때 장민수만 안흥섭이 하현을 도와 부정행위를 했다고 암시했고, 모두들 감히 맞장구를 치지는 못했다. 하현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안흥섭의 미움을 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골칫거리였다. 안흥섭은 가볍게 말했다. “민수야. 네 말은 내가 하현을 감싸준다는 거지?”“다만, 우리 선생님도 잘못 본 이 물건을 이런 데릴사위가 감정을 해내니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네요.” 안흥섭은 웃을 듯 말 듯 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게임을 계속해요. 하지만 이번에는 안씨 집안에서 가지고 온 골동품 말고요.”장민수가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치고 그는 냉랭하게 하현을 쳐다봤다. 그는 안흥섭의 도움이 없이는 하현이 자기 선생님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래.”안흥섭도 거절하지 않았다. 비록 장민수의 행동이 예의 바르지 못했지만 이 역시 자기가 한 말이니 모두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정도도 사람을 포용하지 못했다면 안흥섭도 오늘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안흥섭이 손짓을 하자 곧 어떤 사람이 오래된 나무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앞으로 나왔다. 나무 상자를 들고 나온 사람은 서울 일류가문의 가장이었다. 이 주인은 지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안씨 대가님. 장회장님. 젊은 양반. 오늘 모두가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 제게 여러 해 전 우연히 얻은 그림이 하나 있어요. 저도 진위여부를 모르니 오늘 한 번 감정을 해봐요.” 말이
잠시 생각한 후,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안씨 대가님. 방금 장회장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하시니, 그렇다면 이번 게임은 할 필요가 없네요. 어차피 제가 이겼으니 더 이상 증명할 필요가 없어요.”많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 반응을 하지 않았다. 장민수가 제일 첫 번째로 달려 나와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데릴사위, 네가 언제 이겼어? 여기서 감히 부정행위로 모두를 속이다니! 네가 게임을 하지 않는 다는 건 네가 능력 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야! 쓸모없는 녀석! 겁나냐?”“맞아! 장택일 회장이 모처럼 그를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이 젊은이가 벌써 끝을 내다니!”“겉만 그럴듯하지 실속 없이 속은 텅텅 비어있으니 감히 다시 장회장님과 게임을 할 수 없다는 거지?” 하현은 억울한 얼굴로 이 사람들을 쳐다봤다.“당신들은 말끝마다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안흥섭 대가님 같은 거물이 나를 위해 감정 업계의 규율을 어길 거라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이 말을 하자마자 방금 전까지도 떠들썩하던 군중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들 하현을 질책 할지언정, 감히 안흥섭을 비난할 사람은 없었다. 안씨 가문의 가장, 제주의 일류가문에게 누가 미움을 사겠는가?이를 본 하현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다들 나의 실력을 인정하는 거죠? 그렇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패자와 경쟁을 해야 하죠?”사람들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장택일은 화가나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마터면 체할 뻔 했다. 누구보다 못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 분명했다. 물론 속임수를 썼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일은 결국 안흥섭과 연루될 것이다. 이 늙은 여우가 지금 빙그레 웃고 있다고 함부로 보지 마라. 그가 일어서면 사람들을 놀라 죽게 할 것이다. 잠시 생각한 후 장택일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장민수에게 눈빛을 보냈다. 장민수 역시 잠시 말문이 막혔는데, 결국 일이 안흥섭에게
하현은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텐데……”“너……”“흠… 이 시계 가짜는 아니겠죠. 가짜라면 내가 이 시계로 뭘 하겠어요?“너 골동품 시계 감정은 할 줄 아니? 이 시계는 롤렉스 데이토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폴뉴먼이야! 너 모른다고는 말 하지마!”장택일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이 시계를 몇 번 보더니 도리어 의아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건 확실히 그 롤렉스의 전설적인 시계로 데이토나 원형 시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유명한 배우들 때문에 폴뉴먼은 한 때 예스 제네바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유명했다. 이 시계의 경매가격은 230억! 이것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고가품이었는데, 이것이 장택일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뭐예요? 이건 전설적인 시계네요. 제가 듣기로 많은 골동품 시계 수집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라던데!”“이 시계의 값어치는 일선 대도시에서도 집을 여러 채 살 수 있어요!”“장회장님은 역시 시원시원 하십니다. 이 데릴사위와 겨루기 위해 이런 물건을 꺼내시다니요.”“하지만 장회장님이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네요! 제가 보기에 이 데릴사위는 쓸모없는 놈이예요!”“……”이 때 옆에 있던 안흥섭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장 어르신, 이전에 이 시계를 얻으려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까? 이것을 내놔도 괜찮겠습니까? “내기에 지지 않을 거예요.”장택일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안흥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물건은 하현도 관심이 많았는데 이 순간에는 말없이 듣기만 하고 웃으며 말했다.“그럼 후회하지 마세요.”장택일 역시 군말 없이 그림 앞으로 가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그는 이번에 하현을 밟아 버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잠시 자세히 살펴본 후 장택일은 천천히 말했다. “다 알고 있듯이 백호는 고려말, 조선초기에 재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화가일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