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하면서 용천오는 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불도저 같은 본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부동산을 모두 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이에 용천오는 오른손을 들고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우리 무성 신시가지가 10년 후 몇 배 오르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건 확실한 사실입니다!”“나중에 사려고 하면 늦습니다!”“앞으로 이곳은 대하 서북부의 최대 부촌이 될 것입니다!”“여기에 산다는 것은 신분과 지위가 높다는 상징 그 자체입니다.”“저를 믿으십시오. 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순간 당신의 클래스는 달라집니다!”용천오의 득의양양한 손놀림과 함께 그의 말이 끝났고 장내는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졌다.“계약하겠습니다!”“열 채 주세요!”“자금은 충분합니다!”앞쪽에 줄을 선 사람들은 모두 용천오가 정성껏 준비한 분양 테이블 위에 속속 앉았고 집을 더 사고 싶어 안달이었다.어떤 사람은 융자가 있어 집을 잡지 못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현금을 들고 와 바로 계약을 하려고 덤볐다.“용천오, 계약을 물리겠어!”용천오의 작전이 먹혀 순풍에 돛 단 듯 계약이 성사되고 있을 즈음 갑자기 군중들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라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다.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계약을 물리겠다고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분양 현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용천오의 얼굴을 정면에서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담배에 막 불을 붙이려던 용천오는 갑자기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으로 눈을 들었다.한 남자가 여유로운 자태로 뒷짐을 지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그의 뒤에는 두 여자가 있었는데 왼쪽은 차가운 표정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한 진주희였고 오른쪽은 아리따운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하현은 웃으며 진주희에게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라고 손짓을 했다.이어 진주희는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냈다.그러자 순식간에 부동산 계약서들이 쏟아져 나왔다.“나, 하현은 무성 신시가지 1차 물량 백 채를 모두 소유한 소유주야!”“나 오늘 이 계약들 물리려고 해!”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연실색했다.부동산 계약서 한 장은 시세로 따지면 수억에 해당했다.백 장이면 천억에 달한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부동산 구매자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용천오는 초기 1차 부동산 물건을 모두 연경에 있는 재력가에게 팔았다.어젯밤 하현이 전화를 걸어 두 배로 매수한다고 했을 때 그 재력가는 하현의 말에 협조하며 모든 수속을 마쳤다.그래서 지금 무성 신시가지 1차 물량은 모두 하현의 소유였다.예쁜 여자 진행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나지막이 내뱉었다.“이럴 수가?!”“알려지지 않았다는 그 재력가가 바로...”설유아는 앞으로 걸어가 노트북을 펼치며 웹페이지를 열어 담담하게 말했다.“이건 우리 대하 부동산 공증 사이트예요!”“이걸 보면 부동산이 모두 하현의 소유임을 보여주고 있죠!”“못 믿겠는 사람은 부동산 증서에 있는 QR코드를 핸드폰으로 찍어 보세요!”이 말을 들은 모든 부동산 구매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들 하현이 소란을 피우러 왔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가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백 채의 부동산 소유주일 줄은 몰랐다.부동산 증서를 빠르게 스캔한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남자들은 부러움에 가득한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고 여자들은 이런 거물이 있었나 싶은 눈빛으로 하현의 눈에 들어 보려고 추파에 가까운 시선을 던졌다.그 자리에 있던 용천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앞으로 벌어질 일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하현, 당신이 부동산 소유주라니 이렇게 함부로 분양 현장에 나타나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선
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용천오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용천오, 당신이 이렇게 말솜씨가 좋을 줄은 몰랐네. 그럼 이것도 대답해 봐. 당신은 왜 인도인을 부추겨서 내 아내한테 손을 댄 거야?”“이 일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해명한 뒤 사과한다면 내가 오늘 화끈하게 몇 채 더 살게!”“하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정말 비열한 소인배야!”“당신이 비열한 소인배인데 집값이 폭등할 거라는 당신 말은 모두 헛소리이자 빈말이지, 안 그래?”“그러니까 내가 산 부동산, 다 팔겠다는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사람들은 하현의 말속에서 원한의 가시를 본 것이다.당당하고 거침없는 용천오의 기세에 부동산을 매입하려던 사람들은 하현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분위기가 급변하자 모두들 쭈뼛쭈뼛거렸다.이를 본 용천오는 순간 망신스러운 기분이 들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는 원래 부동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하현을 상대하려고 했는데 하현이 도저히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치고 나오자 어쩔 줄을 몰랐던 것이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용천오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당최 모르겠는데!”“오늘 성대한 이 분위기는 당신의 헛소리 몇 마디로 깨질 수 있는 게 아니야!”“인정하지 않겠다고?”“사과도 하지 않겠다는 거지?”“해명도 하지 않겠다는 거고?”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용천오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용천오, 난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걸 싫어해.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날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아.”“그런데 누군가 내 머리를 밟고도 잘못을 인정하려 하질 않아. 그래서 내 머리 위에 있는 발을 내가 되돌려주려고. 그래야 나도 숨을 쉬지 않겠어?”“그런 의미에서 난 오늘 백 채의 집을 팔려고 결정했어!”하현의 말을 듣고 용천오의 안색이 급변했다.하지
용천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천억에 가까운 돈이지만 융통하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금액이었다.하지만 오늘 그는 만 채에 가까운 집을 팔아야 한다.그리고 오늘과 같은 행사는 대대적인 홍보를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만약 하현이 구매한 백 채의 집을 물린다면 서북부 최고의 부촌이라는 이미지가 사라질 것이다.돈 냄새를 맡고 왔던 부호들도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관망을 선택할지도 모른다.이렇게 되면 하루 만에 2차 물량을 다 팔아치우겠다는 용천오의 원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그래서 자금 회수를 위해서든 아니면 계속 투기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든 하현이 계약을 물리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순간 용천오는 마음속에 후회가 밀려왔다.하현 이놈이 이렇게 까다롭고 질긴 놈인 줄 알았으면 인도인을 이용해 그를 건드리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지나간 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용천오, 방금 당신은 이곳이 서북부 최고의 부촌이 될 거라는 둥 뭐라는 둥 잔뜩 허풍을 떨던데...”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용천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난 방금 당신한테 수백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야.”“게다가 난 이 집들을 두 배나 주고 샀어.”“그런데도 당신한테 반값에 팔겠다는 거잖아? 당신한텐 오히려 이익 아닌가?”“당신처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이걸 마다해?”“왜? 방금 당신이 떵떵거리던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야?”“아니면 방금 당신이 말한 그 모든 황금빛 미래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사탕발림일 뿐이었던 거야?”“그것도 아니면 당신 손에 지금 그만한 자금이 없는 거야?”“돈이 없다면 차용증을 써 줄게. 이자나 꼬박꼬박 갚아.”하현은 툭툭 내뱉듯이 말했지만 듣는 사람은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었다.이제 막 구매열에 들끓어 오르던 사람들은 순간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갑자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하현의 말이 맞다.방금 용천오
용천오의 말에 방금 망설였던 재력가들이 비로소 마음을 놓는 듯했다.만약 용천오가 계약을 물려 주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소중한 자산이 보호되는지 어떤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하현이 등장해 소란을 피우고 서로 실랑이가 오가자 용천오는 결국 한발 물러서서 하현의 계약을 다 물려 주기로 한 거 아닌가?심지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무조건 계약을 물려 줄 수 있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이것은 용천오가 자금이 풍부하고 사람됨이 대범하다는 것 외에도 무성 신시가지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렇게 되면 계약을 한 후에도 자신들의 권익도 보장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나중에 정 마음에 안 들면 계약을 물리면 되는 것이다.용천오가 갖은 머리를 써서 결국 상황을 누그러뜨리자 하현은 그의 수완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6년 만에 가문을 부흥시킨 장본인다웠다.이런 뚝심과 결단은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용천오,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니 AS 부서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당장 여기서 돈을 내주면 그만 아닌가? 여기 부동산 증서 다 있잖아?”“당신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바쁜 사람들인데 뒤에 가서 할 필요 뭐 있어. 여기서 후딱 끝내자고.”하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용천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하 씨! 자꾸 이렇게 기어오르지 마!”“계약을 물리려면 규칙대로 AS 부서로 가!”“계속 이런 식으로 할 거야?”“적당히 좀 하지?!”“아니면 내가 너무 만만한 건가?”용천오는 마치 자신이 큰 손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했다.반드시 하현을 뒤에 있는 AS 부서로 끌고 가서 혼쭐을 내겠다고.계약을 물리기는커녕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하현을 맞설 것이다!어디 한번 해 보라지!“난 당신을 만만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오히려 당신이 만약 계약을 물
하현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사방에서 갑자기 날카로운 태평소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무성 신시가지 바깥 거리에 수백 명이 나타났다.이 사람들은 4명씩 짝을 지어 하나같이 붉은 관을 들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울부짖고 있었다.그 외에도 1차 부동산 매물 앞에는 하얀 조화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관의 행렬이 가는 방향을 보니 1차 관리 사무소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줄지어 들어선 관의 행렬과 하얀 조화, 사방의 태평소 소리까지.주변은 아주 큰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원래 부귀영화의 풍수지리라던 무성 신시가지는 순식간에 귀기 어린 분위기로 둘러싸였다.현금 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쥐고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들은 이 광경을 보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불운한 기운이었다.지금 한 번에 이렇게 많은 관들과 휘날리는 종이돈, 승천하는 태평소 소리가 어우러져 그들은 말 그대로 정신이 혼미해졌다.누가 보면 여기가 분양 현장이 아니라 대형 공동묘지인 줄 알 것이다.“내가 집 백 채를 무덤 백 개로 채우려고 합니다.”“이곳은 죽은 사람들이 몸을 눕히기엔 명당이니까요.”“일반인은 이곳에 묻힐 수가 없습니다!”“모두 인도에서 온 고귀한 친구들이 묻힐 곳입니다!”“대하 서북부에서 가장 큰 부자들의 공동묘지가 될 것 같군요!”하현은 왼손을 흔들며 계속해서 묘지 얘기를 이어나갔다.“여러분!”“백 개 가까운 자리가 지금 거의 절반 정도 찼다고 합니다!”“혹시 묫자리가 나빠서 고민이신 분들은 제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남은 묫자리 중 좋은 자리를 드리겠습니다!”“생각해 보십시오. 이곳 무성 신시가지는 산을 등지고 앞의 호수를 바라보는 천하의 명당입니다.”“풍수지리적으로도 이승을 하직한 사람이 쉬기에 딱이지 않습니까?”“조상께서 들어오신다면 후대가 부귀영화를 누릴 자리입니다!”“어차피 공동묘지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무성 파트너스 거물들은 모두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당장이라도 하현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놈의 수작이 너무나 악랄하고 교묘했다!분양 현장에 와서 이런 행패를 부리다니!용천오가 계약을 물려 주든 말든 오늘 신시가지 분양은 보나 마나 뻔한 것이다.권력자와 부자는 명분을 가장 중요시한다.지금 하현 이놈이 집을 공동묘지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집을 사겠는가?가장 두려운 것은 일단 이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무성 사람들은 무성 신시가지라고 하면 가장 떠오르는 이미지로 공동묘지를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망했다!무성 파트너스 거물들은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용천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용천오의 손에 명함을 쥐여 주었다.“무성 신시가지 묘지 관리 회사가 어제 막 설립되었어.”“명함 잘 받아 놔. 나중에 이 명함 한 장으로 관리비를 반 년 동안 감면받을 수 있을 테니까.”“사양하진 말고.”“하현!”용천오는 명함을 구겨서 던져버렸고 그의 눈빛에선 살인마에게서 보이는 살의가 느껴졌다.“당신,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입 함부로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하현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인도인들을 시켜 내 아내를 죽이려고 했으니 내가 이 정도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오늘 이 일은 당신한테 복수하는 것이 아니야. 당신은 아직 그럴 가치도 없기 때문이야.”“오늘 일, 잘 기억해 둬.”“이제부터 나는 물론이고 내 아내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거야. 명심해!”“그렇지 않으면 이 인도인들 다 묻어 버릴 거야!”“그러니 잘 기억해 두라고!”하현은 용천오의 얼굴을 툭툭 치며 쇄기를 박듯 내뱉었다.“용천오, 당신은 날 건드릴 수 없어!”“야! 이 자식 너 뭐 하는 거야?”하현이 건방진 얼굴로 용천오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것을 본 무성 파트너스 사람들이 달려들었다.“감히 우리 용천
저녁 무렵, 용 씨 가문 저택.건너편 방의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용천오는 무성 파트너스 주요 인물 열두 명을 위로하고 모두 돌려보낸 뒤에 웅장한 필체가 쓰인 액자 앞에 섰다.소탐대실!작을 것을 탐하면 큰 것을 잃게 된다!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치게 된다!이것은 용천오가 6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한 문구였다.그가 6년 동안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뚝심이 여기에 있었다.그러나 오늘은 그도 어쩔 수 없었다.평소에는 잘 참아 왔던 그도 오늘만은 능력 밖이었던 것이다.무성 신시가지는 오랫동안 공들인 프로젝트였고 그가 상석에 앉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포석이었다.하지만 하현이라는 놈이 와서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한순간에 그는 용 씨 가문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이것보다 더 뼈아픈 것은 자신이 공들여 놓은 신시가지가 하루아침에 공동묘지로 전락한 것이었다.말 그대로 무성 신시가지가 서북부 제일의 부촌에서 서북부 제일의 공동묘지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오늘 용천오가 부탁해서 몇 채를 산 사람들 말고는 거의 99%의 물량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재력가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가장 골치 아픈 것은 그 집들을 헐지 않는다면 재력가들은 절대 눈도 돌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불운 앞에서 타협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무성에는 집이 많아서 꼭 무성 신시가지를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이 집들은 한 채도 팔리지 않았고 용천오와 무성 파트너스의 자금 압박은 순식간에 사상 최고가 되었다.오후에 이미 몇몇 은행 지점장이 전화를 걸어와 대출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 에둘러 물어보았다.이 외에도 무성 파트너스 거물들 중 많은 사람들이 조바심을 내며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도 했다.어쨌든 다들 오늘을 위해 거금을 투자한 것이었다.결국 오늘 분양이 되지 않았으니 무성 파트너스 사람들의 한쪽 다리가 부러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