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하현?!”이때 인도인들도 하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감히 브라흐마 커크의 이름을 직접 입에 담다니 스스로 고귀하다고 여기는 인도인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함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인도인들이 허리춤에 찬 장검을 뽑아들고 싸늘한 표정으로 하현을 에워쌌다.“당신이었군. 하현!”브라흐마 아부가 살짝 어리둥절해했다가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찾아와! 아주 간덩이가 부었군! 지옥을 제 발로 찾아오다니!”“내 제자를 죽이고 감히 그의 빈소에 들어와 소란을 피워! 게다가 내 스승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스스로가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이지?”“우리 인도인에게 맞선 결과가 어떨지 생각이나 해 봤어?”브라흐마 아부는 선봉사와 인도상회가 아직 주도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는데 하현이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인도인을 뭘로 보고 이따위 짓을 벌이는 것인가!수십 명의 인도인들은 지금 서슬 퍼런 장검을 들고 단번에 하현을 베어버릴 기세로 노려보았다.김규민도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눈동자를 매섭게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하현, 이 건방진 자식!”“브라흐마 아샴을 죽여 놓고 감히 빈소에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무성 만 씨 가문이 있으면 이렇게 함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한 거야?”“당신의 그 무모함을 고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잘 들어. 당신이 한 짓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대가를 치러? 내가? 무슨 대가?”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차갑게 김규민을 노려보았다.“난 사람을 죽이지도 불을 지르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하지?”“오히려 인도인과 김 씨 가문이 이유 없이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잖아?! 해명을 하고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들은 당신인 거 같은데?”하현은 말을 하면서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사람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이 사람이 브라흐마 아샴을 죽인 범인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놈에
하현의 말을 들은 인도인들은 모두 숨을 헐떡였다.그들은 뭔가 불안하고 찜찜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하현이 이렇게 증거를 데려올 줄은 몰랐다.그리고 그날 현장에 있던 몇몇 인도인들은 하현이 데리고 온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그날 본 범인과 거의 흡사하게 생긴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인도인들의 얼굴이 급변했다.모두가 적개심을 느끼며 남자를 노려보았다.김규민은 눈꺼풀을 펄쩍이며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하현! 아무 근거도 없이 없는 사실을 날조하지 마!”“우리 김 씨 가문이 어떤 집안이야?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야?”“당신 함부로 우리 가문을 모욕하지 마!”“어디서 거지 한 명 데려와서 이렇게 증거라고 들이밀면 누가 속을 줄 알았어?”“똑똑히 들어. 음식은 함부로 먹어도 되지만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그렇게 막말을 하다간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김규민은 펄쩍펄쩍 뛰며 하현의 말을 강하게 부인했다.그녀는 브라흐마 아부 일행의 주의를 딴 데로 돌려서 하현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브라흐마 아부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뜬 후 하현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하 씨! 이 사람이 당신의 모습을 하고 내 제자를 죽였다고 했는데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거야!”“확실한 증거도 없이 우리더러 어떻게 믿으란 말이야?”“우리 선봉사와 인도상회는 똑똑한 사람들이야. 함부로 속일 생각하지 마!”“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그가 말을 하는 사이 수십 명의 인도인들이 하현을 에워쌌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브라흐마 아부, 내가 오늘 밤 진범을 데리고 온 것은 당신들 인도인이 두려워서가 아니야.”“누명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난 브라흐마 아샴을 죽일 하등의 이유가 없어!”하현은 손에 든 장검을 가지고 바닥에 쿡
”개자식! 감히 우리 김 씨 가문을 모함하다니!”김삼구의 말을 들은 김규민은 순간 표정이 급변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들어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죽이려고 했다.“촤칵!”하현이 땅바닥에 발을 세게 디디자 자갈 하나가 날아와 김규민의 손목에 탁하고 맞았고 그녀의 총구는 허공을 향했다.“김규민, 흥분하지 마.”“적어도 내 앞에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당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사람을 죽여 입을 막기 위함이겠지. 당신이 자꾸 이러면 난 당신이 이놈을 사주해 날 해하려 했다고 생각하게 되잖아, 안 그래?”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하현을 바라보던 인도인들은 무의식적으로 김규민을 쳐다보았다.김규민은 미친 듯이 눈을 부라리며 큰소리로 말했다.“하 씨 이 개자식아!”“당신은 우리 김 씨 가문에 오명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 방법을 다 쓰고 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우리 김 씨 가문은 당신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당신이 이러면 당신 가족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릴 거라고!”“조상들 무덤까지 파헤쳐 낭패를 보게 만들 거야!”“조상들 뼈를 가루로 만들어 아무렇게나 날려 버릴 거라고!”김규민은 하현에게 협박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김삼구에게 하는 말이었다.하현은 김규민을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무덤덤한 얼굴로 김삼구를 바라보며 말했다.“계속해.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 봐.”“걱정하지 마. 난 당신의 안전을 지켜주겠다고 이미 약속했잖아. 약속은 지킬 테니까!”“그리고 당신 가족의 안전도 약속하지. 날 믿어.”“당신이 가고 싶은 나라에 아무 걱정 없이 가도 돼!”김삼구는 힘없이 웃었다.사실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뭐가 있겠는가?그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김 씨 가문은 그동안 체면을 구겼지만 만 씨 가문이 하현을 비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 일에 많은 힘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고 괜히 만 씨 가문을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어!”“그래서 김 씨 가문은 머리를
”브라흐마 아부,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잖아요?!”“하현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진 않겠죠?! 저 사람은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혼란시키려고 하는 것뿐이에요!”“혼란을 틈타 쏙 빠져나갈 심산이라구요!”김규민은 하현에게 누명을 씌웠다.그녀의 표정은 두말할 나위 없다는 듯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그녀가 말한 모든 것이 진리이고 사실이라고 항변했다.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김규민이 이렇게 소름 돋게 발뺌을 하자 하현은 그녀를 한 번 쓱 쳐다보았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김규민, 당신이 이렇게 자신 있어 하니 그럼 우리 관청에 보고하자고!”“무성 경찰서 서장 만천우는 항상 공평하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사람이야.”“분명히 만족할 만한 답을 줄 거라 믿어.”브라흐마 아부는 쌍방의 말을 듣고 눈빛을 반짝거렸다가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그러자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이내 결심을 굳힌 듯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김규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우리는 결코 비열한 소인배한테 속지 않아요.”“우리 인도상회는 줄곧 당신네 김 씨 가문의 이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죠. 그런데 김 씨 가문이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 인도인을 죽일 생각을 했겠어요?”“하 씨!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비열한 방법으로 우릴 이간질하려는 거야?”“당신 너무 순진하군!”“당신이 순순히 죄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당신이 순순히 자백할 때까지 내가 도와주거나 할 수밖에 없어!”브라흐마 아부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김규민조차 얼떨떨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규민은 브라흐마 아부가 진실을 눈치챈 줄 알았다.그런데 그가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하현은 브라흐마 아무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본 후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알겠어!”“당신들은 진실도, 인도인의 죽음도 아무 상관없는 모양이군.”“당신들이 오직 신경 쓰는 건 당신들의 이
”헛소리 집어치워!”“어서 문 닫아!”“오늘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도 나갈 수 없어!”브라흐마 아부가 한바탕 호통을 쳤다.그의 명령과 함께 마당의 문이 ‘쾅'하고 닫혔다.대문이 닫혀 안팎을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드나들 수 있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게 되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문을 닫아? 개라도 풀려는 거야?”“내가 나가고자 한다면 이 문이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오늘 밤 천황 노자가 와도 당신은 못 나가!”브라흐마 아부는 사납게 웃었다.“잘 들어!”“하 씨! 지난번 술집에 있었을 때 경찰서 사람들이 당신을 보호해 줬었지!”“이번에는 누가 당신을 보호해 줄지 어디 한번 보자구!”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천천히 들어 올려 손끝으로 칼날을 만지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브라흐마 아부,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이토록 장님으로 만들어 버린 거야? 지난번 경찰서 사람들이 날 보호했기 때문에 내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경찰들은 왜 당신네 인도인들을 보호하지 않았지?”“당신 말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가 당신네 인도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뭔가 계획하고 있다는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브라흐마 아부는 냉소를 지었다.“당신이 그럴 능력이나 있어?!”“하 씨! 순진하게 굴지 마!”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능력이 있을지 없을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지.”“다만 내가 손 쓰기 전에 경고 하나 할게.”“만약 지금 당신들이 먼저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한 뒤 진범을 잡고 나의 결백을 증명한다면.”“오늘 여기서 일은 끝나게 될 거야.”“하지만 당신들이 뭐고 옳고 그른지도 모르고 날뛴다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가 당신네 인도인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마.”“울고불고 매달려도 아무 소용없을 거야...”하현이 장검을 들고 오만방자하게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고 김규민은 화가 치밀
못마땅한 얼굴로 땅바닥에 쓰러진 인도인을 바라보는 진주희의 얼굴엔 냉랭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손에 든 당도를 번쩍이며 다시 들었고 이번에는 기습을 노리던 인도인 두 명을 쓰러뜨렸다.순식간에 다섯 명의 동료가 쓰러지자 전투력을 상실한 인도인들은 하나같이 의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손에 쥔 장검을 펄럭펄럭 흔들며 쏜살같이 진주희에게 달려들었다.진주희는 이 광경을 보고 눈꼬리에 힘을 주며 가늘게 떴다가 당도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그들에게 내리쳤다.“푹!”먼저 달려든 인도인 고수는 온몸을 흠칫거렸고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멍한 표정으로 장검을 바라보던 인도인 고수는 지금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실감도 나지 않았다.인도 고수가 전투력을 잃고 멍하니 서 있자 진주희는 들고 있던 당도를 들고 뒤에 있던 다른 인도인을 향했다.진주희는 허공을 빙빙 돌며 인도인 고수를 찔렀고 다른 한 발로 또 한 명의 인도인 고수를 걷어찼다.모든 과정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깔끔하고 날렵했다.몇 사람을 연이어 쓰러뜨린 진주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속도를 높여 번개처럼 당도를 휘둘렀다.곧 두 명의 인도인 고수가 땅에 널브러졌다.바로 이때 활을 가지고 있던 인도인 고수 몇 명이 동시에 활시위를 당겨 진주희를 죽일 듯이 겨냥했다.하지만 진주희는 오른발을 강하게 굴렸다.땅바닥이 쾅쾅 울리며 순간 장검 한 자루가 산산조각이 나 파편을 이루어 화살의 방향을 바꾸어 버렸다.“풋풋풋!”활은 그대로 인도인 고수의 가슴에 박혔고 이를 본 인도 고수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만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진주희는 십여 명의 인도 고수를 쉽게 해결해 버렸다.김규민의 안색은 급격하게 식어갔다.그녀는 자신의 측근을 향해 직접 총을 쏴 진주희를 해결하라고 손짓했다.김 씨 가문의 총잡이는 얼른 안전장치를 풀어 진주희를 죽이려고 했다.다만 그
김 씨 가문 총잡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을 때 장내 전투는 이미 과열된 상황에 이르렀다.진주희의 실력은 예전보다 훨씬 늘었지만 인도인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잠시 상황이 소강상태에 이르자 십여 명의 인도 고수들이 자리를 다시 잡고 침착하게 진주희를 에워쌌다.장검 십여 자루가 살의를 가득 품은 채 번쩍이고 있었다.수많은 살기가 진주희를 향해 뒤덮고 있었고 인도인들은 그들의 체면을 구긴 이 여자를 단칼에 쳐죽일 듯 노려보았다.진주희는 매서운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당도를 휘두르며 인도인들 속으로 돌진했다.매서운 칼날이 빛을 잃으며 결국 진주희의 칼자루 한 줄기만 남았다.십여 개의 인도인 장검이 모두 부러지고 만 것이다.진주희의 오른손이 예리하게 원을 그렸고 그녀의 손에 있던 칼날은 그대로 인도인들을 향했다.“푹!”첫 번째 인도인은 손목을 감싼 채 뒤로 물러났다.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5분도 안 되어서 수십 명의 인도인 고수가 모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러는 과정에서 진주희의 몸에도 여기저기 상처가 생겼다.그러나 그녀는 숨이 조금 찼을 뿐 상대의 처참한 모습에 비하면 그녀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를 지켜보던 김규민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 주변의 총잡이들도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굴이 창백하게 식어갔다.그들은 진주희 한 사람 해치우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인도도 문명국이고 인도 무학은 누구도 무시 못 할 만큼 강했다.인도인들의 실력이 막강하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였다.그런데 뜻밖에도 진주희를 맞닥뜨렸을 때 인도인들은 그동안의 실력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듯 손을 쓸 수가 없었다.그야말로 참패였다.진주희의 실력에 브라흐마 아부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이들은 모두 인도 선봉사에서 실력을 키운 고수들이었다.한 명 한 명이 선봉사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었다.그런데 왜 하찮은 대하 사람 한 명 제압하지 못하는가?순간 그의 얼굴
브라흐마 아부는 오늘 밤 하현을 죽일 수 없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헛될 뿐만 아니라 선봉사와 김 씨 가문은 완전히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일어났을 때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물론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브라흐마 아부 자신의 체면이 완전히 깎인다는 것이다!브라흐마 아부에게 있어 체면은 하늘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인도인, 헛!”브라흐마 아부의 손에 있던 장검이 휙휙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순간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내디뎠다.하현의 동작은 그리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똑똑히 그의 행동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손을 썼을 때는 매우 빠르게 움직였고 거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하현이 손을 후려치자 브라흐마 아부의 손에 있던 장검이 뚝하고 부러졌다.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브라흐마 아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그가 완전히 무시했던 하현의 실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브라흐마 아부는 지금 하현의 공격을 피하지 않으면 하현에게 완전히 얼굴이 터질 수도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역시나 브라흐마 아부가 뒤로 물러나자 하현은 무덤덤한 시선으로 이를 지켜보다 지체 없이 뺨을 후려갈겼다.“퍽!”브라흐마 아부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하현의 손바닥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하현의 손바닥 밑에 얼굴이 깔리게 되었다.순간 브라흐마 아부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곧바로 입에서 피를 뿜으며 하늘로 붕 떴다.브라흐마 아부의 몸이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하현은 이미 한 발짝 힘껏 내디뎌 칼자루를 가볍게 휘둘러 브라흐마 아부의 목에 그었다.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누구보다 빨랐다.사람들은 눈앞에서 하현의 동작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총을 주우려던 김규민은 이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
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형나운도 틀림없이 이 사기꾼에게 속았다고 생각했다.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감히 자신을 풍수대사라 할 수 있겠는가?장난하는 건가?이런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면 누가 사기꾼이란 말인가?임단이 참지 못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럼 당신은 음양학을 배운 학생이에요?”하현은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아니요. 난 굴착기를 배웠어요. 기술도 좋고 자격증도 있어요.”“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는 갑자기 표정이 냉랭해졌다.“지금 뭐라는 거예요?”“굴착기를 배운 사람이 무슨 풍수를 본단 말이에요?”“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예요?”“대하에서 풍수지리가 얼마나 큰 위상을 차지하는지 몰라요?”“우리를 속이려 들다니 후환이 두렵지도 않아요?”나천우의 말에 형나운의 안색이 새까맣게 일그러졌다.그녀는 다급하게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면 안 돼!”“우리 두 집안의 친분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내가 이런 중요한 일을 두고 오빠를 속였을 거라고 생각해?”“내가 바보야?!”“너 나 속이는 거 아냐?”나천우의 얼굴은 냉랭하게 식었다.“너도 자세히 봐 봐. 이 젊은 사람은 풍수라는 두 글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믿으란 얘기야?!”“이 사기꾼을 만나려고 내가 금정은행 투자 포럼도 안 나가고 여기 왔겠냐고!”임단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비난에 열을 올렸다.“형나운, 당신 정말 경솔했어!”예전 같았으면 두 집 사이에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형나운이 하현에 대해 거의 신처럼 말했다는 것이다.나천우와 임단은 자신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줄로 알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여기 왔다.다만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 뿐이다.“나 사장님?”형나운은 하현의 목소리에 그에게 눈길을 떨구며 손을 내저었지만 하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담담한 눈
”형나운, 정말 축하해!”“우릴 속이지 않았군!”“그런데 그 대사님은 어디에 계셔?”“얼른 좀 소개해 줘!”나 사장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병은 이미 수많은 국내외 명의들한테 보여줬어. 국수인 장북산 선생님도 보셨지!”“어르신은 우릴 보고 병이 아니라 악에 부딪힌 것이라고 하셨어.”“풍수에 정통한 사람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대.”“하지만 수많은 풍수지리사를 만나봤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았어.”“어쨌든 형나운, 당신이 대사님한테 말 좀 잘 해 줘!”나 사장의 부인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나운, 우리를 살릴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당신의 손에 달려 있어.”“이 일이 잘 해결되면 최고 가문에서 기가 막힌 남편감을 물색해 줄게.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해 줄 거야!”옆에 살짝 비켜서 있던 하현의 이마에 주름살이 잔뜩 드리워졌다.기가 막힌 남편감?뭐가 기가 막히다는 거지?형나운은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나 사장님, 그 대사님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어요.”“하현, 소개할게요. 이 분은 나천우 사장님, 그리고 이쪽은 나 사장님 사모님, 임단.”“나 사장님은 나 씨 가문 출신이에요.”“나 씨 가문은 형 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금정에 토박이로 아주 뿌리가 깊은 가문이죠.”“예로부터 은행업을 해 왔고 지금도 금정에서 가장 큰 은행인 금정은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지주이자 실세죠.”“나 사장님 부부는 결혼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자식이 없어요. 그래서 온갖 치료를 받았지만 성과가 없어서 결국 풍수지리술에 기대 보려고 하고 있어요.”“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여기까지 오셨고요.”“우리 형 씨 가문과 나 씨 가문은 사이가 좋아서 내가 마음이 급해서 그만 당신한테 말도 없이 여기로 오라고 했어요.”형나운은 조금 찔리는지 불안한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이렇게 불쑥 말을 꺼내면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지만 제발 나 사장님 부부를 좀 도와줬으면
하현은 이맛살을 구기며 말했다.“말로 하면 되지! 당신 왜 이러는 거야? 이런 행동을 왜 하는 거냐고?”“내가 그런 사람이야?”“하현, 치료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형나운은 미안한 듯 겸연쩍어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주동적으로 이런 자세를 보인 거예요. 언제든지 와도 상관없다고.”“아무튼 당신이 날 고쳐 줄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요.”“강하면 강할수록 난 더 좋아요.”“당신 정말...”“마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으로 테이블을 ‘퍽’하고 내리쳤다.“이렇게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누가 말했어?”“지난번에 난 기혈과 두통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줬어.”“그런데 지금 당신 문제는 완전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호전되지 않아!”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얼굴이 벌게졌다.그녀는 얼른 엉덩이를 내리고 똑바로 선 다음 서랍 속에서 노란 가죽으로 싼 고서적 한 권을 꺼내 하현에게 건네주었다.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영춘’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집안을 다스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인 ‘영춘’은 여자아이의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하지만 진짜 ‘영춘’은 기본적으로 무학의 성지에서 내려오는 비법서 같은 것이고 방금 형나운이 꺼낸 책은 남은 자투리 책이라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투리 잡서에 가까운 책으로 수련을 하는 바람에 자주 숨이 막히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하현은 그제야 뭔가를 알아차리며 빠진 부분을 보충해서 써 준 뒤 그녀에게 책을 던져주며 말했다.“이 책은 영춘의 상반부에 불과해. 그래서 내가 상반부만 보충해 줬어. 이렇게 한다면 별일 없을 거야.”“후반부는 당신이 기회를 봐서 오매 도교 사원에 가서 문의해 봐.”“만약 내가 당신한테 준다면 오매 도교 사원이 아마 날 죽이려고 들 거야.”“아, 알겠어요.”형나운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이 보충해 놓은 부분
이 말을 듣고 하현은 돌아서서 형나운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집에서 볼 때보다 밖에서 보는 그녀의 모습이 훨씬 성숙하고 듬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 철없이 밀어붙이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럴 때는 노련한 기질이 더해져 함부로 나서지 않고 슬쩍 뒤로 빠지는 것이다.하현은 잠시 지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어. 여기서 잠깐 봐 봐”“보고 나서 바로 가게 물색하러 가 봐야 해.”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화가 나서 하마터면 버럭 소리를 지를 뻔했다.지금 자신이 얼마나 우아하게 참고 있는데 그게 할 소린가?그러나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온유하고 정숙한 척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했다.눈먼 장님에게 아무리 눈빛을 보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형나운은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천천히 자신의 코트를 벗고 하현이 보는 앞에서 앞 단추 두 개를 풀었다.그녀는 자신의 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오늘 아침 무술을 연마할 때 여기가 답답해져서 죽을 뻔했어요.”“한번 봐 보세요.”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은근슬쩍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하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단추 풀지 않아도 돼.”“그러다가 험상궂은 당신 경호원들이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래?”“왜요? 무서워요?”형나운은 놀리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도 두려울 때가 있어요?”“내가 지금 누가 날 추행한다고 소리 지르면 내 경호원들이 쫓아와 당신을 쫓아내기라도 할까 봐요?”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봐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옷 입어.”“딱 3초 줄게. 내 말대로 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이면 난 그냥 갈 거야!”하현이 약간 화가 난 것을 보고 형나운은 비로소 다소곳해졌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난 정말 이 거추장스러운 외투는 안 입고 싶은데요. 이
형나운의 말을 듣고 우다금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정말로 하현이 자신의 딸을 뒷문으로 들여보냈을 줄은 몰랐다.그러니까 하현이 없었다면 자신의 딸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올 수 없었다는 얘기다.방금까지 의기양양하던 우다금은 갑자기 난처한 듯 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우소희는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깔보던 데릴사위의 도움을 받았다니!그걸 인정한다면 앞으로 설은아의 집에 가서 어떻게 큰소리칠 수 있겠는가?어제 설은아 앞에서 얼마나 큰소리 떵떵 치고 나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고개를 숙일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스치자 우소희는 이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기세를 꺾지 않았다.“형 대표님, 인사팀 팀장님이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이 회사가 사람의 외모나 능력을 중시했기 때문 아니겠어요?”“데릴사위가 뒷문으로 들여보냈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우소희는 나름 상류사회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섞어가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몇몇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경비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이없어했다.그들은 우소희가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우소희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형나운, 이 사람이 데릴사위인 내 도움은 받고 싶지 않은 모양이니 그럼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줘!”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홀연히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형나운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무 팀장을 향해 차가운 눈빛으로 지시했다.“하현이 그렇게 말했으니 분부대로 해. 우소희 씨가 그렇게 능력이 출중하다고 자신하니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채용하도록 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줘야지.”“누가 청탁을 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없어. 스스로의 능력이 가장 중요해.”형나운의 말을 듣고 무 팀장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우소희 씨. 스스로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말했다.“선생님, 여기는 형 씨 가문 그룹입니다.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기업이죠.”“만약 당신이 여기서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몇몇 경비원도 냉담한 표정으로 걸어왔다.하현은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를 힐끔 보며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2분 남았어요.”우소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그만해요. 센 척 좀 그만해요!”“당신이 그런다고 누가 내려올 줄 알아요?”“잘 들어요. 당신이 설령 간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해도, 혹은 김 씨 가문 후계자라고 할지라도 이럴 자격은 없어요. 알겠어요?”우다금도 하현을 한심스러운 듯 노려보며 냉소를 연발했다.“하현, 우리 앞에서 허풍 떠는 짓 그만해!”“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래? 어?”“여기 대표님이 내려와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묻힐 곳도 없이 이승을 떠돌 거야!”“내가 한마디 충고할게.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썩 꺼져! 얼른!”“그리고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대표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게 생겼다고!”“우리 딸은 앞으로 연봉 이억을 받을 인재야!”“당신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우다금은 하현이 자신들을 등에 업고 뭔가 이득을 볼 심산으로 여기 왔다고 확신했다.그런 목적이 들통났으니 이판사판으로 사람을 불러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데릴사위놈이 정말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고약한 놈!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 건가?“1분 전.”하현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내가 당신이라면 벌써 전화를 걸었을 거예요.”“일이 잘못된다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당신이 형나운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이 갈 텐데?”하현이 기세 좋게 몰아붙이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도 잠시 얼얼한 표정을 지었다가 못마땅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었다.“하현, 이제 그만해. 충분히 했잖아!”
우다금은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일어서더니 하현에게 달려왔다.“당신 여기 뭐 하러 왔어? 어?”“설마 당신 장모가 우릴 미행이라도 하라고 시켰어?”“떠도는 소문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 당신 처가는 이제 파산이야!”“그래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떻게든 우리 덕을 보려고 하는 거지!”우다금은 최희정 일가에 대한 미움이 최고조로 달한 것 같았다.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렇게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더니 이제 자기 딸이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으니까 사위를 대동해 뭐라도 덕을 보려고 치근덕거리다니!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썩 꺼져! 꺼지라고!”우다금은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을 벌이는 사자처럼 포효했다.“어쨌든 형 씨 가문 그룹에서 너 같은 놈을 경비로 부를 일은 없어!”“형 씨 가문 그룹이 어떤 곳인지나 알아?”“제대로 된 졸업장이 없으면 발도 들이지 못할 그룹이야!”“모두가 우리 딸처럼 능력이 뛰어난 줄 알아?”하현은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우다금의 억지에는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하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우소희는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한껏 떠올리며 말했다.“하 씨! 들었어?”“이곳은 당신 같은 데릴사위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빨리 꺼져! 안 꺼져?!”“어서 꺼지라고! 우리가 당신 같은 사람을 안다는 걸 무 팀장님이 알기라도 한다면 우리 품위가 완전히 떨어진다고!”말을 하면서 그녀는 하현을 밀치려고 했다.하현의 존재가 그녀들에게는 피나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보였던 것이다.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녀가 형 씨 가문 그룹에서 어떻게 잘생긴 갑부들을 낚을 수 있겠는가?하현이 한 발짝 물러서며 우소희의 손을 피했다.그녀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혐오스러워서였다.그는 소위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조금도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현이 감히 자신의 손을 피하는 것을 보고 우소희는 자존심이 확 상했다.뭔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그녀는 프런트 데스크 직원
두 모녀를 본 하현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예정대로라면 우소희는 오늘 아침 일찍 출근 보고를 하러 올라갔을 텐데 왜 로비에 이렇게 있는 것인가?결국 하현은 우다금이 전화기에 대고 울먹거리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인사팀 팀장님 맞으시죠?”“안녕하세요. 저는 우소희 엄마, 우다금입니다.”“아, 맞아요. 맞아요. 바로 오늘 출근하려던 우소희예요! 좋은 연봉으로 입사하게 된 우소희요!”“사실은 어제 너무 기뻐서 온 가족이 축하하느라 우리 딸이 술을 너무 먹어서 오늘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지 뭐예요!”“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어쨌든 우리 소희는 인재잖아요! 그러니 좀 너그럽게 봐주시면 어떨까 해서요.”하현은 어이가 없었다.정말로 가지가지 하는 진상 모녀였다.어렵게 형 씨 가문 그룹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지각을 해?그러고도 자신들이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야?“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우리 딸이 여기 입사하겠다고 했으니 다른 데 가지는 않을 거예요.”우다금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가 여기 로비에 있는데 팀장님이 좀 내려와서 데려가 주면 안 될까요?”“아, 그리고 점심은 너무 오버할 필요없이 고위층 몇 명과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시켜 주면 됩니다.”“참고로 우리 딸은 82년산 라피트만 마셔요. 피부가 상할까 봐 고급술만 마시죠.”“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우다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은 뒤 우소희를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니잖아?”“우리 딸 같은 출중한 인재를 모셔가는 형 씨 가문 그룹이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어쩌겠다는 거야?”“네가 이 회사에 오지 않는다면 형 씨 가문 그룹은 석 달도 안 되어서 문을 닫을 거야!”“아마 무 팀장이 곧 내려와서 우릴 맞이할 거야.”우다금의 말에 프런트 데스크의 예쁜 직원과 잘생긴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주고받았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