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너너너!”성경무는 화가 나서 성원효를 불같이 노려보며 말했다.“이 짐승 같은 놈아!”“나도 이제 몰라! 상관하지 않겠다!”성원효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상관? 지금까지 뭘 얼마나 봐주셨길래 이제 와 상관하지 않겠다는 거예요?”“숙부님은 무릎을 꿇고 내 뺨을 때리고 우리 성 씨 집안 망신만 시켰잖아요. 이제 당신은 내 숙부도 아니에요!”“가문의 문주에게 말해서 당신을 가문에서 내쫓을 겁니다!”“날 도와달라고 부른 거지 집안 망신을 시키라고 부른 게 아니라고요!”호기롭게 말했지만 정작 말하고 보니 성원효는 약간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러다 다짜고짜 그는 하현을 가리켰다.“하 씨! 난 당신이 하나도 두렵지 않아!”“당신은 곧 끝장날 거야!”“두고 봐. 내 스승님!”“용문 집법당의 부당주 용호태가 곧 올 거야!”“재주가 있으면 이번에도 마음대로 날뛰어 보시지!”성원효의 스승님?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용문 집법당 4대 부당주 중 하나인 용호태?용문 집법당의 당주였던 용오행이 항성과 도성에서 쫓겨난 후 베일에 휩싸인 새로운 당주가 자리에 앉았지만 한 번도 무성에 오지 않았다.따라서 현재 용문 집법당 4대 부당주 중 한 명인 용호태가 전반적인 상황을 장악하고 있었다.현재 4대 부당주 자리에 3개나 공석이었다.새로운 당주가 아직 보직을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상황이 이러니 용호태는 용문 집법당에서 대세를 관장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쉽게 말해 용호태는 용문 내부에서 지위가 상당히 높고 권세도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용문주와 신임 당주가 나서지 않는 이상 장로회의 장로들조차도 용호태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이것은 용호태가 성경무보다 훨씬 더 세력이 강한 인물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용호태가 온다는 말에 성경무는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일이 참 어렵게 꼬여 가고 있었다.용문 집법당 부당주에게 자기 편을 들어 달라고 했단 말인가?성원효 이놈은
이를 보던 여자들의 얼굴에는 또다시 득의양양한 꽃이 피기 시작했다.그들은 팔짱을 낀 채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한껏 치켜들고는 하현을 노려보았다.용호태 같은 거물이 하현 같은 외지인을 가만히 놔두겠는가?하현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가득한 사람들 틈에 오직 조남헌만이 그들을 비꼬는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지금 용문 집법당 당주 앞에서 부당주를 내세워 비교하는 건가?코미디가 따로 없었다!하현도 무덤덤한 기색으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그는 오늘 이런 뜻밖의 볼거리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는 시간을 내어서 집법당의 일을 해결하려고 했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제 발로 대세를 주관하고 있는 부당주가 왔으니 이참에 차차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붕!”몇 분 후 렉서스 LX570 몇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고만장하게 군중 속으로 파고들어 성원효 일행 앞에 위용을 드러내었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두루마기를 입은 서른여섯 명의 남자가 문을 박차고 내렸다.그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숙연했고 눈빛은 칼날 같았다.동작 하나하나에 기개가 넘쳐흘렀고 관자놀이를 관통하는 핏줄이 우뚝 솟아 무도 고수의 기품을 뿜어내었다!그때 사람들을 헤치고 18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혈색 좋은 백발 남자가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위엄 서린 남자의 표정에는 상석에 앉은 사람으로서의 아우라가 절로 느껴졌다.정말로 그가 왔다!현재 용문 집법당의 모든 일을 관장하고 있는 용호태였다!많은 사람들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용문 사이트를 들어가서 이 남자가 바로 전설 속의 용호태라는 것을 알아보았다.정말로 그가 나타났다.진정한 거물이 등장한 것이다!성원효는 역시 무시하지 못할 인물이었다.이런 거물을 단번에 모셔오다니!스승과 제자의 정이 상당히 두텁다고 볼 수도 있었다.성경무의 얼굴은 점점 더 흙빛으로 변해갔다.오늘 무성이 한 번 제대로 뒤집어질 것 같았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눈
용호태는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걸어왔다.그는 일이 있어서 용천오에게 가려고 했는데 마침 문을 나서자마자 성원효한테 연락이 와서 여기를 온 것이었다.성원효는 어쨌든 용 씨 가문 외척이었고 게다가 스승인 자신에게 예를 다한 학생이었다.용호태는 결국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패기무쌍한 스승님의 모습을 본 성원효는 억울한 표정으로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스승님, 바로 저놈입니다. 저를 괴롭힌 놈이!”“능력 좀 있고 인맥 좀 넓다고 아주 그냥 사람을 마구 괴롭혀요!”“개자식!”시퍼렇게 멍이 들고 퉁퉁 부어오른 성원효의 얼굴을 보자 용호태의 안색을 새까맣게 변했다.성원효는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는 제자였다.지금까지 남을 괴롭혀만 했었지 언제 그가 이렇게 남에게 괴롭힘을 당했겠는가?이 모습을 보자 용호태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둘째 숙부도 나쁜 사람이에요. 저보고 글쎄 저 외지인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하잖아요!”성원효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방금 그를 때린 하현의 손찌검은 그에게 있어서는 평생의 수치이자 잊지 못할 모욕이었다!“퍽!”성원효가 털어놓는 말에 용호태는 그대로 날아서 성경무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성경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용문 집법당 제자가 앞으로 나와 성경무의 얼굴에 발길질을 마구 해댔다.‘악'소리가 처절하게 울려 퍼졌고 무성 경찰서 이인자 성경무는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온몸을 벌벌 떨었다.네다섯 명의 예닐곱 개의 발이 성경무의 얼굴과 몸을 사정없이 짓밟았다.그들은 무성 경찰서 이인자라는 그의 신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성경무는 반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결국은 용호태의 신분으로 성경무를 누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성경무는 머리를 감싸 쥐며 사정없이 몰아치는 주먹과 발길질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무성 경찰서 이인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코와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이 개자식!”“그렇게 오
”알 필요도 없고 물어볼 필요도 없어.”용호태는 두 손을 뒷짐지고 앞으로 걸어 나오며 하현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한 가지만 알아두면 돼. 당신이 내 제자를 건드렸다는 거.”“내 집법당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거!”옆에서 성원효가 끼어들며 말했다.“스승님, 방금 저 자식이 스승님을 가만히 안 둘 거라고 했어요!”다른 일행들도 덩달아 거들며 한마디씩 했다.“맞아요. 방금 저놈이 그렇게 말했어요.”“이 자식은 스승님을 아주 무시하고 있다구요!”“스승님을 안중에도 여기지 않고 있어요!”“스승님, 봐주지 말고 저놈을 밟아 주십시오!”“어? 날 가만히 안 두겠다고?”“게다가 우리 무성에서?”용호태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아니 겁도 없이 그런 말을 했다고? 오늘 내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나답지 않은 것이지!”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나랑 이치를 따질 준비가 된 거야?”“이치?”용호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무성에서는 주먹이 곧 이치야.”“멍청한 놈! 아무리 이치가 있어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지 않으면 소용없어!”“내 말 못 믿겠으면 이 망할 놈한테 물어봐. 감히 나와 이치를 따질 수 있는 것인지!”용호태는 오만방자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땅바닥에 널브러진 성경무를 가리켰다.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이치를 따지기는커녕 그냥 날 칠 기세군, 안 그래?”“맞아.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건 바로 당신 때문이거든.”“지금 당장 어서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해. 성원효한테 당신이 한 잘못에 대해 죗값을 톡톡히 치른다면 목숨만은 살려 두지!”용호태의 표정은 음흉하고 포악스럽기 그지없었다.“오늘 당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당신 가족뿐만 아니라 당신의 선대 조상들까지 모두 벌을 받게 될 거야.”“선대 조상들의 무덤을 파헤쳐 뼛가루를 천지사방에 뿌려버릴 거니까!”용호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늘한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그는
모든 사람들이 하현을 바라보며 숨죽이고 있을 때였다.사람들의 눈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성원효의 뺨을 휘갈긴 것이다!“퍽!”하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성원효는 손쓸 겨를도 없이 뺨이 얼얼해졌다.“생각이나 하고 말해!”“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 마라야?”하현은 얼굴이 날아간 성원효를 보며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스승님!”성원효는 땅에 엎어진 채 얼굴을 가리며 피를 내뿜었다.토해낸 핏덩이 안에는 누런 이빨 몇 개가 섞여 있었다.피를 보자 성원효는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무리 생각해도 하현이라는 개자식이 이렇게까지 날뛸 줄은 몰랐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며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벌린 채 하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누구도 눈앞에서 벌어진 장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까보다 더 처참한 몰골로 만들어 버리다니!용호태도 지금 현장에 있는데!그 외에도 이렇게 많은 고수들이 있는 가운데서 어떻게 하현이 이렇게 주먹을 날릴 수 있는가?하현은 자신이 죽어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인가?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인가?하현의 주먹에 가장 놀란 건 용호태였다.그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그의 상식으로는 이런 상황에 직면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굴복할 줄 알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어쨌든 그는 용문 집법당의 부당주였고 용문 내부에서는 당주를 제외하고 그를 능가하는 사람은 없었다.게다가 실력도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그의 존재 자체가 바로 최강 고수의 정수였다.하현 같은 외지인을 밟아 죽이는 것은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근본도 모르는 외지인이 감히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는커녕 눈앞에서 성원효의 뺨을 갈겨버리다니?!이건 비단 성원효의 뺨을 날린 것이 아니
성원효가 뭐라고 하건 말건 용호태는 그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고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자식이!”“어디서 이 영패를 손에 넣었어?”“어떻게 이게 당신 손에 있냐고?”하현은 당당하게 말했다.“그게 왜 내 손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도대체 이게 왜 당신 손에 있냐고?”용호태는 절대 그럴 리 없을 한 가지 가능성을 희미하게 떠올렸다.“똑바로 말하지 않으면 목숨 부지하기 힘들 거야!”“항성과 도성에 있을 때 누가 소란을 피우길래 손 좀 봐 줬지.”“그가 나한테 이걸 주더군.”하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뭐라더라? 이걸 가지고 있으면 용문 집법당을 통솔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지 난 잘 모르겠어.”용호태의 안색이 갑자기 검게 변했다.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항성과 도성, 용문 집법당의 영패, 그리고 이 젊은 녀석...점점이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갑자기 뚜렷한 선을 이으며 머릿속에 딱 박혔다.바로 눈앞의 젊은이가 용문 집법당의 새로운 당주인 것이다!용천오가 이미 사람을 보내 이놈을 죽이라고 지시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놈은 왜 아직도 이렇게 팔팔하게 날뛰며 자신의 앞에 멀쩡히 서 있는가?순간 용호태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무슨 표정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부당주, 한 가지만 물어보자구.”하현은 앞으로 걸어와 손을 뻗어 용호태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 영패가 용문 집법당을 통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거 맞지?”용호태는 얼굴이 흙빛이 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는 이 영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일단 인정을 한다면 그것은 용호태가 패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진정한 당주가 돌아왔는데 부당주인 그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성원효는 말하자면 반쪽짜리 용문 제자나
”보아하니 영패가 좀 먹혔나 보군.”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한 표정으로 걸어갔다.그러다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마구 휘두르며 앞에 있던 집법당 제자들을 쓸어버렸다.집법당 제자들은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로 하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몇 사람은 이빨까지 빠져 낭패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하현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하현이 용문 집법당 영패를 들이밀자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 없었다.어쨌든 용문 내부와 집법당 내부에서 이 영패는 두말할 것 없이 집법당 당주를 뜻하는 증표였다.명을 받들고 그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이 광경을 본 여자들과 성원효 일당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영패라는 것을 눈앞에서 보다니!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아주 오랜 유물처럼 보이는 이 영패가 뜻밖에도 집법당 제자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지는 몰랐다.순간 성원효는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자신이 친히 모셔온 선생님 덕분에 겨우 안정을 찾았었는데 갑자기 영패라는 물건 때문에 모든 상황이 뒤집혔다.“퍽!”하현이 손을 휘둘러 마지막 남은 집법당 제자의 얼굴을 뒤엎었고 그제야 천천히 용호태 앞으로 걸어갔다.하현이 차가운 미소를 띠며 다가오자 용호태는 이를 갈았다.“이놈아, 네놈이 집법당 영패를 들고 왔다고 해도 나한테는 아무것도 바뀌는 거 없어!”“다른 사람들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충고했었지!”“그렇지 않으면 아주 혼쭐이 날 거라고...”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단호하게 한마디 내뱉었다.“무릎 꿇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는 하다 하다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용호태에게 무릎을 꿇라고?!하현이 미쳤나?아니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설령 그가 대단한 능력자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용호태에게 무릎을 꿇라고 할 수 있는가?저 사람은 용문 집법당 부당주이다!영패 하나 손에
믿기지 않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눈을 번쩍이게 만드는 광경이 또 펼쳐졌다.하현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좌우로 활을 쏘듯 용호태의 얼굴을 후려갈긴 것이다.“퍽!”“이건 제멋대로 용문을 짓밟은 대가야!”“퍽!”“이건 옳고 그름을 가릴 줄 모른 벌이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한 벌이야!”“용문 집법당 부당주로서!”“솔선수범은커녕 제멋대로 행동한 것도 모자라!”“스스로 용문 규칙도 나 몰라라 하는데 어찌 용문을 지킬 수 있단 말이야?!”“용문은 대하의 요지를 그 오랜 세월 동안 철저히 지켜왔어!”“그런데 결국 당신 같은 개자식 때문에 오랜 세월 쌓았던 공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생겼어!”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한 대 한 대 울분을 터뜨리듯 용호태를 때렸다.용호태의 얼굴은 말도 못 하게 부풀어 올랐다.용호태도 고수였지만 마구잡이로 퍼붓는 하현의 공격에는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었다.얼굴은 돼지머리처럼 부풀었고 몸은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용호태가 겨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사람들은 드디어 용호태가 화를 참지 못하고 하현을 죽이려고 반격에 나서는가 보다 했다.그러나 용문 집법당 영패 앞에서는 분노든 원망이든 용호태는 죽을힘을 다해 억누를 수밖에 없었고 감히 어떠한 저항도 시도할 수 없었다.모두들 멍하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려움에 휩싸이고 말았다.용문 집법당의 부당주가 개처럼 얻어맞았는데 누가 나설 수 있겠는가?이제 누구의 힘이 더 강하고 누구의 배경이 더 탄탄한지 명확해졌다.성원효를 지원하러 왔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모두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들 상류층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던 이치는 일단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찌질해 보여도 잘못을 우선 인정해야 했다.선을 그어야 할 때는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체면을 좀 잃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자신의 목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