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진과 최영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시각.항성 빅토리아 항 작은 꽃집 안에는 하백진이 메스를 사용해 하구천의 등에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납탄을 한 발 꺼냈다.그런 다음 하구천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꿰매고 상처를 아무는 약을 발라 처치를 마무리했다.하구천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지만 눈가에 가득히 맺힌 원한은 그에게 이를 악물게 만들었다.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원통해하며 말했다.“개자식!”“감히 나한테!”“그가 감히 이걸윤한테 날 죽이라고 명령해?”“간덩이가 부어도 한참 부었군!”맞은편에 있던 하문성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태블릿 PC에서 그가 보던 것은 방금 하구천이 이걸윤에게 습격당하는 장면이었다.“아니, 이걸윤 그놈은 머리가 나빠진 거야? 원래 나쁜 거야?”“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도 못 해?”“하현 그 개자식 말 몇 마디에 널 공격해?”“노국을 등에 업었다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감히 제깟 놈을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보지?”하문성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하구천의 부상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초조해 미칠 지경이었다.이걸윤이 이미 하현의 손에 넘어갔으니 약속대로라면 하수진과의 약혼도 당연히 물 건너 간 꼴이 되었다.하구천은 이걸윤이라는 의형제의 손에 총을 맞고 피를 흘렸다.이걸윤을 당당하게 금의환향시켰는데 정작 하구천은 조금도 이득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된 것이다.가장 중요한 건 하현과 하수진 둘 다 하구천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하문준이 하현의 뒤를 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구천이 떳떳하게 복수할 방법이 없다.그래서 늘 지극히 이성적이라고 자랑하던 하문성조차도 지금 화가 나서 안절부절못하는 것이었다.하구천은 이를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통증과 원망 때문에 이성을 잃을 지경이라 무슨 말도 하기 싫었다.“오빠, 너무 화내지 마. 이 일은
하문성과 하백진이 신중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을 즈음 항성에 불어닥치고 있는 회오리 속에 어두컴컴하게 불을 밝힌 가든 별장에 불청객이 몰려왔다.삼엄했던 주변 경비는 비바람 때문에 다소 느슨해져 있었다.가든 별장 본관 건물에는 이따금 사람 그림자가 왔다갔다할 뿐 고요하게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이들 사람 그림자는 모두 가든 별장 경호원들의 것이었다.대다수의 정예 경호원들은 하문준과 함께 떠난 상황이어서 이곳에 남은 경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이때 어둑어둑한 불빛 아래 기사복을 입은 한 줄기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그는 손에 든 총구의 방아쇠를 소리 없이 당겨 감시 카메라 몇 개를 무력화하는 데 모두 성공했다.이후 그는 별장을 한 바퀴 빙 돌며 경호원이 몇 명 정도가 있는지 확인한 후 신호를 보냈다.잠시 후 기사복을 입은 십여 명의 대하계 성전 기사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모두 서양 검을 손에 쥔 채 싸늘한 표정으로 건물 가까이 다가갔다.그들은 아주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접근해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올라가!”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한 뒤 선두에 선 혼혈 기사는 눈동자에 핏발이 선 채 뒤따르는 무리에게 지시했다.이 사람은 노국 황실 넷째 공주의 최측근 기사, 로자크이다.과거에 그는 성전 기사단 부단장으로 유라시아 전쟁에 나가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하지만 나중에 대하 총교관에게 놀라 주저앉은 뒤로는 더 이상 실력도 지위도 향상되지 못했다고 한다.은퇴 후 넷째 공주가 보디가드로 그를 불러들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총교관에게 놀라 뒤로 나자빠졌을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누구보다 의기양양했다.그의 눈에 이 극동의 국제도시는 그가 다시 일어설 희망의 보이는 곳이었다.항성을 발아래 놓을 수만 있다면 아마 지난날 수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본관 건물을 바라보던 로자크는 냉랭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계획대로 당
항도 하 씨 가문 친위대들의 손에 들려 있던 적외선 조준기가 일제히 로자크의 등에 떨어졌다.모든 성전 기사들에게는 적어도 네다섯 개의 붉은 점이 꽂혀 있었다.살벌한 얼굴로 돌진했던 성전 기사들은 하나같이 뻣뻣하게 몸이 굳어 버렸고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이 붉은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이 쓸데없는 행동을 해서 상대방이 방아쇠를 당긴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결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성전 기사들 중 어떤 이는 감히 항도 하 씨 호위대가 자신들에게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몸을 굴리더니 당난영 쪽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퓽퓽퓽퓽!”작고 날렵한 소리가 나면서 수많은 총알이 쏟아져 나왔고 방금 굴러 나온 사람은 그대로 온몸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이를 지켜보던 로자크는 눈앞에서 성전 기사의 몸이 너덜너덜해지는 것을 보고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피비린내가 코를 찌르며 진동했고 분위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로자크 일행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등골이 오싹했다.“산 지 얼마 안 되는 카펫인데 이렇게 더러워져 버렸군.”당난영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살짝 내려놓았다.이어 눈꼬리를 가늘게 뽑은 채 로자크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이제야 오셨군.”“밤늦게 깨어 있다는 게 여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르나 봐.”“만약 당신들이 너무 늦게 온 탓에 오늘 밤 내 휴식이 방해를 받았다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당난영의 말은 마치 이웃의 행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가벼웠다.하지만 그녀의 말에 로자크 일행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주위에는 항도 하 씨 가문 정예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로자크의 눈꺼풀이 계속 떨렸다.잠시 후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부인, 제가 부인을 얕잡아 봤군요!”“당신을 향한 하 문주의 마음이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습니다. 문주 친위대를 부인
”당신네 넷째 공주는 비록 황실의 변두리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독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이걸윤을 손에서 놓치는 순간 거리낌없이 공격하고 나섰으니 말이야.”“하지만 그녀는 하현을 만났지 뭐야.”당난영의 말속에 하현을 향한 신임이 가득 묻어났다.그녀는 마치 장모가 사위를 칭찬하듯 흐뭇해하는 것 같았다.로자크는 당난영이 하는 말을 듣고 점점 더 얼굴이 일그러졌다.그가 이번에 움직인 시간은 고작 삼십 분에 불과했다.모든 것이 임시로 결정되었고 신의 한 수라고 칭할 정도로 의기양양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현 그놈한테 이렇게 당하다니!심지어 이것은 하현 그놈이 일부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린 것이었다.뼈아픈 실책이었고 상처였다.순간 로자크의 심장이 벌렁거렸다.유라시아 전장 이후로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다.혼혈인 로자크의 얼굴에는 동양의 나라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로 가득 차올라 손에 든 총조차 제대로 잡고 있을 수 없었다.“당신들이 들고 있는 거 다 내려놔.”당난영이 위엄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난 나이가 많고 불가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사람을 잘 죽이지는 않아.”“하지만 사람을 잘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을 아예 죽이지 못하는 건 아니야.”“어차피 당신들도 날 죽이러 왔잖아, 안 그래?”“나와 껄끄러운 상대라면 몇 명을 죽인들 아무 상관없어.”“어차피 카펫도 더러워졌고.”당난영의 말이 떨어지자 수십 명의 항도 하 씨 친위대가 총을 들고 살벌하게 로자크 일행을 향해 겨누었다.로자크의 얼굴에는 자신이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통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혼혈이자 반쪽짜리지만 서양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쉽사리 체면을 내려놓고 항복하지 못했다.“탕!”당난영은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손짓을 했다.순간 총알이 날아와 불을 내뿜었고 뛰어오르려던 성전 기사 두 명을 쓰러뜨렸다.“항복! 항복합니다!”“항복!”눈앞에서 총알이 빗발치자 로자크는 그제야 무릎을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어요!”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무릎만 꿇으면 사람들을 내놓겠습니다...”무릎을 꿇어?!빌어?!이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하현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던 화풍성, 강학연 등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도대체 하현이 지금 뭐라고 말하는 것인가?넷째 공주에게 감히 무릎을 꿇으라고 하다니!?노국은 일찍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었음을 모른단 말인가!비록 평생 왕위와 인연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노국 황실 4순위 후계자라면 보통 사람들이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신분이었다!평소에도 노국을 대표해 여러 나라와 지역을 방문해 매번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아온 넷째 공주였다.위로는 귀족들부터 아래로는 모든 시민들까지 그녀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심지어 넷째 공주와 몇 마디 하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읍소를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모두들 넷째 공주에게 실수로라도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그녀에게 미움을 산다는 것은 곧 노국의 노여움을 산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하현이 넷째 공주에게 무릎을 꿇고 빌라고?이건 이미 도발의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그야말로 노국을 멸시하는 행위였다.넷째 공주는 아무리 많은 풍파를 겪었어도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맞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하현이 공손하게 나오든 단호하게 나오든 그에 상응하는 해결책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하현이 무릎을 꿇고 빌라고 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미친 게 아니고서야 절대 내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넷째 공주는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하 씨, 방금 뭐라고 했지?”“무릎을 꿇고 빌라고 했습니다!”하현의 표정은 여전히 단호했고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대하에서 대하 말도 못 알아들으십니까?”“못 알아들었으면 그만 나가 주시죠.”“대하 말부터 배우고 다시 얘기하
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을 바라보다 정신이 멍해졌다.항성이 노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에는 노국의 공주가 오면 위로는 항독부터 아래로는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큰길에서 무릎을 꿇고 맞이해야만 했다.하지만 지금 하현은 노국의 넷째 공주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것이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여왕이 이렇게 콧대를 세우고 강하게 나오는데도 하현은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이것은 넷째 공주의 자존심을 꺾는 일일 뿐만 아니라 노국 황실의 얼굴을 때리는 것이었다.그래서 지금 넷째 공주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다.넷째 공주의 마음속에는 하현 이놈을 씹어 먹어도 모자랄 판이었다.그녀가 정말 무릎을 꿇으면 하현의 손에 어마어마한 꼬투리가 생기게 된다.이 장면이 폭로가 된다면 그녀는 하루아침에 체면이 떨어져 노국에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개자식, 감히 날 모욕해?”넷째 공주는 화가 극에 달했다.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냉소를 흘리며 하현 앞에 있던 식탁을 발로 걷어차 엎어버렸다.“내가 천군만마를 불러들여 이 대구 엔터테인먼트를 박살 내 버릴 거야!”순식간에 찻잔이 널브러졌고 평화롭던 아침 식사는 엉망이 되었다.하현과 함께 있던 하수진의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넷째 공주가 하현의 식탁마저 엎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화풍성, 강학연 두 사람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온몸에 차를 뒤집어썼다.그야말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되었다.그러자 넷째 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계속해서 모욕을 당했는데 이제야 겨우 약간은 만회를 한 기분이었다.“퍽!”하현은 일어서서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넷째 공주의 얼굴에 손바닥을 날렸다.갑자기 맑고 찰진 소리가 울렸다.생각지도 못한 한 방에 넷째 공주는 순간 온몸이 비틀거렸고 얼굴은 벌겋게 타올랐다.옆에 있던 두 명의 성전 기사들이 제때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녀는 바닥에 넘어졌을
”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바로 어젯밤!”“당신이 최측근 기사들을 당난영 부인의 처소로 보내 그녀를 습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지금 당신을 때려죽일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당신이 죽는다고 해도 노국 황실은 아무 소리도 못할 거예요. 장담합니다!”“어디 한번 해보시겠습니까?”하현의 표정은 누구보다 결연했고 매서웠다.다른 곳에서는 노국의 고귀한 황실 신분이 먹힐지는 몰라도 하현에겐 어림도 없었다.“장공주 빅토리아의 체면을 봐서 이번 한 번만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무릎을 꿇든지 아니면 당장 꺼지든지 선택하세요!”“당신들 너무 하는 거 아니야?!”금발의 성전 기사가 끝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비록 방금 동료가 하현에게 걷어차여 땅바닥에 널브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의 공주가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이를 갈며 달려든 것이다.공주를 지키겠다고 맹세한 기사들에게 눈앞에서 공주가 당하는 꼴을 보고 있는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루스벨트! 물러서!”자신의 부하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것을 본 넷째 공주는 얼른 그들을 제지했다.왜냐하면 하현이 지금까지 보여준 전력으로 봤을 때 성전 기사들이 하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일찌감치 알아차렸기 때문이다.넷째 공주는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하 씨, 나와 꼭 이렇게 얼굴을 붉혀야만 하겠어?”“내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거지?”“그렇습니다. 당신의 체면 따위 내가 상관할 바 아니죠.”하현은 넷째 공주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인내심도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이 못 됩니다. 10초만 더 드리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내가 대신 선택하겠습니다.”“개자식! 당신 눈에 뵈는 게 없어?!”하현이 넷째 공주를 위협하자 루스벨트는 순간 더 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순식간에 허리춤에 있던 기사 장검을 꺼내더니 기세등등하게 전방을 향해 내리꽂았다.장검이 뱀의 혀처럼 독기를 내뿜었다.성
모욕!말할 수 없는 모욕이었다!루스벨트의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패배감이 일렁였다.그는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하현의 무덤덤한 시선 아래 도저히 무릎에 힘을 쓸 수가 없었다.온몸이 그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만약 여기서 억지로 일어나 하현에게 반격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졌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성전 기사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시선을 넷째 공주에게로 돌렸다.“공주님, 당신의 기사가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공주님에게는 이제 3초가 남았습니다...”“개자식!”“사람을 이리 모욕하다니!”그때 성전 기사들이 포효하며 하현을 향해 돌진해 왔다.그러나 그들이 발을 떼자마자 최문성이 호위병들을 데리고 나타나 성전 기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1초 남았습니다...”하현은 성전 기사들의 움직임에 눈도 깜짝하지 않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1초 후 당신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죄송하게도 내가 당신을 대신해 선택하겠습니다.”“개자식!”넷째 공주는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고귀한 신분으로 어찌 그녀가 이런 수모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매서운 눈빛의 하현을 보자 그녀의 마음속엔 어느새 무력감이 크게 자리잡았다.그녀는 하현의 뺨을 세차게 때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그를 때리면 하현은 절대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좋아! 과연 듣던 대로군!”“무릎을 꿇으라는 거지?”“당신이 뒷감당을 할 수만 있다면!”“당신이 내 사람들을 풀어줄 수만 있다면!”“무릎을 꿇겠어!”이를 앙다문 넷째 공주는 갑자기 ‘털썩'소리를 내며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넷째 공주님!”눈앞의 광경에 성전 기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떤 이들은 자신의 외투가 찢어질 정도로 분노하며 포효했다.그들은 당장이라도 하현을 산산조각 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