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윤의 말이 장내에 울리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오늘 밤 이 이벤트는 ‘도박왕 쟁탈전’이 아니라 ‘항성과 도성의 쟁탈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하현이 이긴다면 상황은 단순했다.이걸윤을 쫓아냄으로써 항성 4대 가문은 하현에게 머리를 숙이게 된다.그러나 이걸윤이 이긴다면 그동안 하현이 열심히 이룩한 모든 자산을 다 얻게 된다.이런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이걸윤은 항도 하 씨 가문을 박살 내버리고 새로운 문벌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걸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소주,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뭘 물어보고 그래? 몇 푼 안 되는 거 가지고. 날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니야?”“놀려면 큰판에서 놀아야지!”“내가 지면 항성에서의 모든 자원뿐만 아니라 대구와 남원의 것까지 모두 다 줄게!”“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어마어마한 새로운 문벌을 만들 수 있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진다면 말이야. 다른 거 다 필요없어. 오직 당신 목숨 하나면 돼.”“어때? 이걸윤, 한번 놀아 볼 거야?”엄청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호하게 내뱉는 하현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목숨을 건 게임이 된 것이다!이걸윤도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재미있군. 당신이 내 목숨을 원한다면 그래, 기꺼이 상대해 주지!”“내가 지면, 내가 죽는 거고!”“당신이 지면 당신이 죽는 거야!”“이봐! 서약서에 추가해!”하현은 흐트러짐 없는 얼굴로 한 번에 휘갈겨 사인을 한 뒤 차갑게 입을 열었다.“패 돌려!”딜러는 양측이 목숨을 건 판을 벌이자 잔뜩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그녀는 벌벌 떨며 두 사람에게 카드를 주었다.아까보다 확실히 동작이 느렸다.공증 재판단들도, 다른 곳에서 생중계로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이며 팽팽한 긴장감 위에 칼날처럼 서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하현은 냉엄한 얼굴로 자신의 히든카드를 보았다.카드는 더 이상 추가할 뜻이 없는 듯했다.이 모습을 본 이걸윤의 마음속엔 벌써 승리의 깃발이 나부꼈다.그는 손가락을 튕기며 하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이걸윤의 행동을 보고 하현의 눈에 순간 멍한 빛이 떠올랐다.그러나 이내 그의 얼굴은 예의 담담한 표정을 되찾았다.하현의 표정 변화를 보면서 이걸윤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현, 여의치 않으면 어서 카드를 추가해.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질 거야!”이걸윤은 자신의 최면과 심리적 암시에 영향을 받은 하현이 이번 차례를 못 넘길 것이라고 믿었다.하현의 눈에서 고뇌하는 기색이 언뜻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한 장 더!”딜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하현에게 카드를 한 장 주었다.2였다.카드를 보았을 때 이걸윤의 표정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었다.그는 하현이 이렇게 작은 숫자의 카드를 받을 줄은 몰랐다.심호흡을 하고 난 뒤 이걸윤은 표정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했다.“1에 2를 더해도 3밖에 안 돼. 하 씨, 당신이 10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겨우 13이야. 당신 계속 카드를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하현의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고 그는 여전히 냉엄한 목소리로 말했다.“한 장 더.”딜러는 하현에게 또 한 장을 주었고 이번에는 10이었다.A, 2, 10...하현의 패는 모두 13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그는 이미 자폭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이 광경을 본 이걸윤의 얼굴에는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그리고 그는 애써 담담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지금 벌써 13이니 꽤 괜찮군.”“하지만 당신이 나보다는 작은 것 같은데. 어쨌든 난 20이니까. 거의 다 왔다고 볼 수 있지.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카드 한 장 더 어때?”분명 이 카드 한 장으로 하현은 자폭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마찬가지 경우의 수로 아주 작은 확률이지만
다만 세 번째 최면도 여전히 효과가 있었다.하현은 이마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이 모습을 본 이걸윤은 심리적 암시에 의존하는 자신의 최면이 더 이상 큰 효과가 없고 반드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완전히 하현을 압도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계속 밀어붙여야 했다.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하현, 판돈을 좀 더 올릴까?”이때 이걸윤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미소가 떠올랐다.“과감하게 패를 더 추가해서 날 이기면 나와 하수진과의 약혼은 파기되는 거야. 어때?”그는 유혹의 손길을 펼쳤다.하수진은 순간 벌떡 일어났다.“하현, 저 사람 말 무시해!”누가 봐도 하현의 패는 이미 너무 커 보였다.동리아도 하수진을 거들었다.“이번 판만 넘기면 우린 크게 이길 수 있어. 약혼은 무슨!”최영하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하현, 충동적으로 행동해선 안 돼...”이 말을 듣고 이걸윤은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 외에도 난 당신의 개가 될 수도 있어. 당신이 누굴 물라고 하면 당장 가서 그 사람을 물어 버릴 수 있어!”“어때? 괜찮잖아? 안 그래?”“좋잖아! 내가 약속할게! 정말이야!”하현이 기다린 것은 바로 이 말이었다.이때 그는 딜러에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한 장 더!”이 말이 나오자 장내는 술렁거렸다.모두가 하현의 말에 경악했다.이것은 완전히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고 탄식을 내뱉었다.하현이 자폭하며 죽음의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딜러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더니 길쭉한 집게손가락으로 하현에게 카드 한 장을 주었다.7이었다.A, 2, 10, 7...딱 20이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에게도 놀랐지만 운명처럼 그의 손에 날아온 큰 행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연이어 세 장의 카드를 추가했는데 패가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천을 힐끔 쳐다보았다.갑자기 튀어나온 훼방꾼에게 싸늘한 시선이 떨어졌다.계속 도발하려던 하구천은 하현의 싸늘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구천은 무의식적으로 카지노 테이블에 있는 이걸윤에게 눈길을 주었다.그러나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이걸윤의 얼굴이 창백해져서 말할 수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이걸윤은 자신을 바라보는 무덤덤한 하현의 표정을 보고 오른손을 내밀어 손가락을 튕겼다.예전에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던 최면이 어찌 된 일인지 아무 소용이 없었다.이걸윤의 입가에는 한 줄기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이 소주, 이제 손가락 아무리 튕겨 봐야 아무 소용없어.”“최면, 심리적 암시. 그 따위 나한테 아무 소용없다구.”이걸윤의 안색이 신경질적으로 일그러졌다.하현은 진작에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았다.“하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내가 속임수를 썼다고 주장할 거면 증거를 갖다 대. 증거를.”“그렇지 않으면 넌 추잡하게 꼬투리나 잡아 날 비방하는 놈이 되는 거야!”“그리고 카드를 더 추가하지 않을 거면 어서 카드를 오픈해!”“시간이 거의 다 되었어. 이제 당신의 모든 자산은 내 것이 되는 거야!”“이제부터 난 다시 대하에서 최고의 문벌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거라고!”비록 하현의 행동들이 이걸윤을 놀라게 하긴 했지만 하현의 패가 20인 것을 보고 이걸윤은 또 비아냥거리며 도발했다.하현에게 최면이 걸리지 않은들 어떠랴?이미 20이었다!절대로 형세를 뒤집을 수 없다!그는 하현의 히든카드가 A일 정도로 그의 운이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하현, 20이면 당신의 패도 나쁘지 않군. 딱 나랑 똑같아.”“하지만 당신의 히든카드가 A가 아니라면 당신은 오늘 날 이길 수 없어!”“그리고 이 상황에서 당신의 히든카드가 A일 확률은 아주아주 작아!”이걸
충격의 도가니였다!이걸윤이 데려온 성전 기사단은 하나같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온몸이 얼어붙었고 정신이 혼미해졌다.어떤 성전 기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혹시나 꿈을 꾸고 있지 않는지 확인까지 했다.하수진 일행은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충격을 가라앉히려고 했다.도박왕!이것이 진정한 도박의 왕이었다!처음부터 하현은 멀리 내다보며 전략을 짠 것이었다.결국 그는 승리를 거머쥐었다!오만하게 떠들어대던 이걸윤의 행동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광대의 푸닥거리였다!이걸윤이 강력한 힘으로 하현을 제압했다고 해도, 설령 하현이 계속 패를 추가함으로써 누가 봐도 실력이 떨어지는 걸로 보였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결국 결말이 바뀌었고 승리의 무게 추는 하현에게 기울었다는 것이다!이 광경은 너무나 황당무계한 장면이어서 보는 사람들도 충분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이걸윤 일행은 하현이 처음부터 최면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다.그리고 하현은 이미 처음부터 이걸윤의 수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한 것이었다.결국 하현의 페이스에 이걸윤은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스페이드 A?! 내가 잘못 본 건 아니지?!”“이겼어! 우리가 이겼어!”동리아가 제일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흥분해서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몇몇 부잣집 자제들도 그제야 마음을 놓으며 함께 기뻐했다.하수진은 지옥에서 올라온 사람처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약속대로 하현이 이기면 그녀와 이걸윤의 약혼은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하현은 웃으며 하수진 일행을 향해 살며시 손을 흔들었다.그리고 일그러진 이걸윤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하구천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나가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당신 무슨 속임수를 쓴 거야?!”“내가 떳떳하게 이겼는데 속임수는 무슨 속임수!”하현은 냉랭한 눈빛으로 하구천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만약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속임수를 썼다고 생각한다면 당
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에 두 대의 LCD TV가 준비되었다.화면 속에 나온 것은 얼마 전 이영돈이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장면이었다.특히 그가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상대방의 눈빛이 멍해졌고 카드를 계속 추가하는 영상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증거였다.왜냐하면 단순히 한 장면만 보고는 아무것도 알아차릴 수 없을지 몰라도 이렇게 많은 화면 속에 이영돈은 똑같은 동작을 매번 반복하고 있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문제를 바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이어 화면 속에는 오늘 이걸윤이 하현과 함께 한 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이걸윤이 매번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하현에게 카드를 추가하라는 지시를 하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이걸윤 일행을 향해 경멸의 시선을 던지는 건 당연지사였다.이걸윤은 순간 얼굴빛이 극도로 험악해졌고 그제야 오늘 자신이 왜 졌는지 깨달았다.알고 보니 하현은 일찌감치 그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있었고 가만히 지켜보며 차근차근 진을 친 것이었다.이걸윤은 냉랭한 얼굴로 이영돈을 쳐다보았다.만약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지난번에 이 수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오늘 어떻게 질 수 있었겠는가?“하 씨, 이런 거 잘못 꺼내다간 스스로 망신만 당하는 꼴이 돼!”“요즘 세상에 원하는 대로 편집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거잖아!”이걸윤은 심호흡을 하고 냉소를 흘렸다.“만약 우리가 정말 상대방에게 최면을 걸어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면 오늘 내가 어떻게 졌겠어?”“다들 바보로 알아? 이런 걸 누구 믿는다고 그래?”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오늘 게임에서도 당신은 당연히 나한테 최면을 걸었지.”“첫판의 경우 원래 내가 이기는 게임이었어.”“그런데 당신의 최면 때문에 내가 계속 카드를 추가하는 바람에 자폭한 거지!”“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부주의했어!”“두 번째 판부터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했
백여 대에 가까운 총구가 일행을 겨누자 이걸윤의 얼굴은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하 씨, 당신이 나를 이겼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알아?”“내 목숨을 원해? 당신이 그럴 능력이 있어?”“난 노국의 남작, 성전 기사단 부단장, 대하계 최강 전신이야! 내 목숨은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그러자 이영돈도 벌떡 일어나 허리춤에 찬 총을 들었다.“이 소주를 보호해!”대하계 성전 기사 이십여 명이 이영돈의 말을 듣고 우르르 나서서 사방을 살벌하게 주시하고 있었다.이 성전 기사들은 모두 꽤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각각 일당백을 거뜬히 해치울 능력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그들은 지금 하현 쪽의 인원이 그들의 몇 배가 넘을지라도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하구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하현, 당신은 도박판에서 마음대로 이 소주를 모욕했어. 이번 판은 인정 못해!”“만약 당신이 함부로 날뛴다면 그건 나 하구천에게 맞서는 짓이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에 대항하겠다는 뜻이야!”말을 마치며 하구천은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 수십 명이 쏜살같이 나와 하구천과 이걸윤 일행의 곁을 지켰다.하구천은 하현이 이걸윤의 한 손을 베는 건 용납할 수 있지만 이걸윤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이걸윤이 여기서 만약 죽는다면 노국 측에서는 당연히 하현에게 죽자 살자 덤빌 것이다.그러나 일이 그렇게 되면 하구천 자신에게도 여간 귀찮아지는 게 아니다.아주 골칫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그러니 어쨌든 그는 이걸윤이 이 자리에서 죽는 건 막아야 했다.하구천까지 가세하자 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카드를 몇 장 쥐고 진중한 눈빛으로 공증 재판단을 바라보았다.“재판관 몇 분에게 이미 사례금 수백억짜리 수표가 전달되었어요.”“당신들이 이 도박판에서 공정과 권위를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미국과 노국에서 온 두 명의 공증 재판관은 얼굴이
”어서 잡아!”강학연의 명령이 떨어지자 함께 온 용문 항도 지회 사람들은 이걸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어떤 이들은 칼을 꺼냈고 어떤 이들은 수갑을 꺼냈다.이걸윤을 체포할 뜻이 분명했다.이제 그의 생사는 하현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그 자리에 있던 명문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얼굴빛이 확 일그러졌다.왜냐하면 그들 모두는 오늘 밤 틀림없이 누군가 얼굴을 붉히고 한바탕 싸움을 일으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꺼져!”이때 이영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총을 들어 달려드는 용문 지회 사람들을 향해 안전장치를 풀고 겨누었다.“탕탕탕!”총알이 순식간에 날아갔다.몇몇 용문 사람들은 준비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날아온 총알에 옆으로 몸을 피했다.“탕탕탕!”이영돈은 몇 발을 더 쏘았고 총알이 다 떨어지자 직접 몸을 날려 용문 사람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법을 집행하려던 용문 사람들은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남아 있던 용문 사람들의 낯빛도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그들은 요즘 노국의 성전 기사들이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억지를 부릴 줄은 몰랐다.이미 게임에 졌는데도 인정을 하려 들지 않다니!그리고 이영돈의 사나운 행동도 충격적이었다.이영돈은 성전 기사단의 기사 대장이자 일대의 병왕이었다.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이영돈이 이 정도일진대 그렇다면 아직 손도 움직이지 않은 이걸윤은 어떤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이때 강학연은 의식적으로 하현에게 눈길을 주었다.법 집행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손뼉을 쳤다.일찌감치 백 명에 가까운 용전의 정예 부대가 2층에서 준비하고 있고 있었고 하현의 신호에 그들은 2층에서 바로 달려 나왔다.진작에 안전장치가 풀려 있던 그들의 총은 거의 백 명에 가까운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과 성전 기사단을 향했다.성전 기사들과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