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오행 일은 해결됐어. 사송란 쪽은...”최영하는 하현이 분명 이 일에 대해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이 일은 하구천과 관련이 있다는 걸 말이야.”“다만 이 시체를 가지고 하구천을 찾아가도 아무 의미 없을 거야.”“우리가 아는 한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니까.”“아마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비난하려 들 거야.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더 일이 꼬여.”“그러니까 당신 뜻은...”최영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그녀는 하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지만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하현은 손가락을 튕기며 USB를 사송란의 주검 위에 던진 뒤 냉엄하게 말했다.“모든 CCTV가 다 망가져 있었지만 우리 쪽 사람들은 사송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뒀지.”“시신은 오매 도관에 보내고 영상도 인터넷에 올릴 거야.”“아마 오매 도관에서 우리한테 뭐라고 하겠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최영하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다면 오매 도관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오매 도관의 일 처리 방식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현은 이번 일의 피해자이지만 오매 도관은 일의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고 반드시 선동자를 찾아내려고 난리를 부릴 것이다.그러면 이 선동자는 오매 도관의 미움을 살 것이고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도 어렵게 된다.최영하는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정말 천 리 밖을 내다보는 계획을 짰던 거구나!”“정말 대단해! 인정!”하현은 그녀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라주며 조용히 말했다.“가능한 한 빨리 일을 정리해야지.”“그건 그렇고 나 누구한테 밥 한 끼 사야 해.”최영하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밥을
하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왜 우리가 접근해야 해? 당난영이 우리를 만나러 나오면 되잖아?”“당신이 날 대신해 말을 전해줄 사람을 좀 찾아줘. 강남 하 세자 하현이 당난영에게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한다고.”하현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최영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하현, 우리가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당난영을 만나야 하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곧 항도 하 씨 노부인의 생일이야. 그렇기 때문에 항도 하 씨 사람들은 당난영을 요주의 인물로 두고 바깥출입에 매우 삼엄하게 경계할 거야.”“왜냐하면 그들은 노부인의 생일에 당난영이 하구천을 자신의 아들로 삼겠다는 공표를 꼭 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당난영을 만난다는 건 항도 하 씨 가문에 정면으로 도발하는 행위야.”“권하고 싶지 않아.”하현은 단호하게 내뱉었다.“괜찮아.”“우리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하구천이 가만히 우릴 내버려둘까? 어떻게든 우릴 죽이려고 하지 않겠어?”“그렇지만 노부인의 생일이 다가오니 하구천도 자신의 지위 확보를 위해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하지만 그가 차기 문주 자리에 앉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날 죽이려고 할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최영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러니까 당신 말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강남 하 씨 가문도 항도 하 씨 분파라 할 수 있어.”“강남 하 세자인 내가 항성에 이렇게 오래 와 있는 동안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에게 간단히 식사 대접을 하는 거야.”“너무 과하지 않잖아?”“과하지 않지.”최영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마도 하구천이 머리가 좀 아프겠는데.”최영하는 하구천이 괴로워할 것을 기도하는 사람처럼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하현은 원래 항도 하 씨 가문 일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그러나 하구천이 계속해서 자신을 건드리자 그도
항성 태평산자락 허 씨 집안 별장.곽영준과 허지강은 서로 마주 앉았고 둘 다 안색은 좋지 않아 보였다.그들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는 하민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최신형 핸드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던 하민석은 메시지가 뜨자 곽영준과 허지강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 모두 항성 S4니까 긴말하지 않겠어. 방금 내가 말한 거래, 할 의향이 있어?”“만약 할 의향이 있다면 오늘부터 우린 한 식구야. 내가 자리만 잡으면 두 사람 공은 잊지 않을 거야.”“만약 할 의향이 없다면 하구천한테 말할 수밖에 없지. 당신들 두 사람이 하구천을 배신하려 한다고. 그거면 충분해.”방금 하민석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하구천인 것이 분명했다.하민석의 말을 듣고 곽영준은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하구천을 들먹이며 우릴 협박하는 거야?”“하민석,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증거도 없이 하구천이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당신은 하구천이 키우는 개일 뿐이야!”“그렇지만 우리는 그와 호형호제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어. 기르고 있던 개가 사실은 배은망덕한 늑대였다고 하구천에게 말한다면, 그 늑대가 항도 하 씨 가문의 문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하구천이 당신을 어떻게 할까? 가만 놔둘까?”하민석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가만 놔둘 거야.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난 그에게 충성을 다했고 심지어 항성 S4라는 이 타이틀도 하구천이 나한테 준 거야!”“하구천을 떠나서 내가 무슨 자격으로 윗자리에 앉겠어?”“그러니 그는 당신 말을 믿지 않을 거야.”“반면 여기 영상이 하나 있어. 이걸 다 보고도 지금처럼 침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말을 하는 동안 하민석은 핸드폰을 꺼내 홀의 TV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대장부가 태어났으면 천지를 한 번 호령해 봐야지!”“어떻게 남의 밑에서 오래 머물 수 있겠어!”화면 속 곽영준은 격앙되어 있었고 누구보다 오만방자
그 시각 항성 순환 고속도로에서는 검은 포르쉐 한 대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운전자는 금옥회관의 임세인이었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뭔가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그녀는 당난영의 사람으로, 당난영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해 수년간 금옥회관에 숨어 있었던 끄나풀이었다.그런데 방금 그녀가 무심코 룸을 지나갈 때 마침 하백진과 하구천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구천아, 곧 네가 자리에 오를 거야. 하 씨 가문 문주가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그 여자가 노부인 생신날 너를 양자로 삼는다면 넌 명실상부 하 씨 가문을 손에 넣게 되는 거야.”“나까지 합치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다섯 명이 널 지지하는 거야. 네가 항도 하 씨 문주 자리에 앉는 건 따 놓은 당상인 거지!”“물론 일이 성사되면 가장 먼저 그 여자를 처리해야겠지!”“그 여자는 너한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아. 만약 다른 젊은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언제든지 방향을 틀어 버릴 수가 있어!”이를 들은 임세인은 깜짝 놀라 옆에 있던 꽃병을 깨뜨리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 버렸다.분명 누군가 그녀를 쫓아와 죽일 것이다.그녀는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른 자신의 포르쉐 차량에 뛰어올라 그녀의 주인인 당난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지금 이 순간 임세인의 머릿속엔 이 소식을 얼른 당난영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그래야 자신이 살 수 있었다.그녀의 차 뒤에는 언제 따라붙었는지 도요타 미니밴이 몇 대 줄지어 있었다.이 미니밴들의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여서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백미러로 미니밴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임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항도 하 씨 가문 하은수!한때 강남 하 씨 4대 거물 중 한 명인 하은수였다.그는 항성에 온 뒤로는 더없이 조용하게 하구천의 심복이 되어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하은수를 보자 임세인은 방금 자신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확신
살벌한 총소리와 함께 포르쉐 차량에는 선명한 총탄 구멍이 생겼다.그러나 총알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임세인의 곁을 비껴갔다.임세인은 총알 세례의 표적이 되어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렸다.“쾅!”그때 갑자기 녹색 도요타 프라도 한 대가 후미진 곳에서 기척도 없이 나타나 달려오더니 도요타 미니밴의 후미를 사정없이 들이받아 버렸다.“쾅!”도요타 미니밴은 그대로 뒤집혀 공중에서 바닥을 한번 보인 뒤에야 땅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저격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낭패한 얼굴로 씩씩거렸다.그러나 도요타 프라도의 굉음은 멈출 줄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계속 앞을 향해 질주했다.“쾅쾅쾅!”도요타 미니밴들이 한 대씩 뒤집히면서 옆으로 넘어졌다.검은색 마스크를 쓴 총잡이가 차에서 기어나오자마자 미니밴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하은수는 자신도 타고 있던 미니밴에서 기어나왔고 그의 얼굴에 파편들이 날아들었다.그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지만 뭔가 이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미묘한 빛을 띠었다.도요타 프라도의 운전석에 앉은 최영하와 조수석에 앉은 하현의 얼굴을 본 순간 하은수의 얼굴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그는 멀리 보이는 하현을 향해 칼로 목을 베는 자세를 보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현장에는 번호판이 없는 도요타 미니밴 두 대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여기에 총탄 구멍이 난 포르쉐와 널브러진 탄피까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자마자 하현은 공해원에게 출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공해원의 실력은 여전했다.그는 단 십여 분 만에 누군가가 노점상에서 그 낯선 전화번호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후 공해원은 그곳의 CCTV를 해킹해 구매자의 얼굴을 특정했다.비록 구매자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그의 차는 하민석과 연관되어 있었다.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하민석이란 것을 듣자마자 하현은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최영하를 향해 손짓을 했다.기절해 있는 임세인을 차에서 끌어내린 뒤 최영하는 트렁크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임세인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너무 놀라 기절해 있는 임세인은 단순 외상 정도만 있어서 별로 심각할 것이 없었다.최영하는 포도당 링거를 임세인에게 꽂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임세인은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하현과 최영하라는 것을 본 순간 그녀의 눈에 복잡 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말들이 입속에서 뱅글뱅글 맴돌았다.하현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정원 너머의 건물을 바라보았다.그때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 한 무리가 돌진해 왔다.어찌 되었든 이곳은 항도 하 씨 가문 당주 부인 당난영의 별장이었다.누군가가 대문을 부수고 격렬한 총격이 벌어졌으니 경호원들이 들이닥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움직이지 마!”“당신들 누구야?”“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선두에 선 경호원은 직접 총을 들고 보란 듯이 안전장치를 풀며 경계하는 표정으로 하현과 최영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최영하가 앞으로 나오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용전 항도 지부 최영하입니다.”“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당주 부인의 심복 임세인이구요.”“방금 임세인이 쫓기고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다 구했어요.”최영하는 막힘없이 단호하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최영하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보여주는 신분증에 시선을 돌린 경호원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부인의 심복이 쫓기고 있었다고?용전 항도 지부 책임자가 그녀를 구했다고?이 일은 아무리 봐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 보였다.드라마도 이렇게는 찍지 않을 것이다!...십여 분 후 하현과 최영하 두 사람은 럭셔리하면서도 빈티지한 거실에 앉았다.최영하는 당난영의 신분 때문인지 적잖이 긴장하는 눈치
당난영이 나타나자 하현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여인은 기품 있는 외모에 풍채도 단아하고 우아했다.젊었을 때는 아마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손색이 없었을 듯 보였다.가장 매혹적인 것은 그녀의 미간에 서려 있는 아련한 슬픔이었다.보는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확 불러일으키는 듯한 아련하고 애잔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하현 같은 인물도 보는 순간 애잔한 마음이 솟아올랐다.하지만 그는 매우 이성적인 인물이다.순간 솟아오르는 본능을 억누르고 담담한 모습으로 화장기 없는 당난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최영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최영하라고 합니다. 부인께 인사 올립니다.”“아, 최영하. 오랜만에 보는데 벌써 이렇게 컸군.”당난영은 최영하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현에게 눈길을 돌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분은?”“부인, 소개 올리겠습니다.”“이분은 용문 집법당의 당주이자 강남 하 세자, 하현입니다.”최영하가 하현을 가리키며 소개했다.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난영의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놀라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얼핏 봐도 젊어 보이는데 용문 안에서 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자리에 올랐다니, 그녀로서는 적잖이 의외였다.하지만 하 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난영의 가냘픈 몸이 살짝 요동쳤다.분명 강남 하 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강남 하 세자라 불리는 하현이었다.마음이 담담하고 평소 욕심이 없는 당난영도 하현에게 눈길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당난영이 하현을 꿰뚫어 보듯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자 하현은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부인, 혹시 어디 편찮으십니까?”하현의 말을 들은 당난영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구석에 서 있던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은 하현의 거침없는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안색이 급변했다.당난영은 줄곧 우울한 상태였지만
천지가 개벽할 소리였다!하현이 이 말을 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숨조차 쉬지 못했다.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은 사나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대장 격으로 보이는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려고 했다.그는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말했다.“개자식!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감히 우리 부인과 작은 문주를 이간질하려고 해?”“그리고 감히 부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부인이 그 마음의 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의사를 불렀는지 모르지!”“아직 털도 안 자란 애송이 같은 놈이 치료는 무슨 치료?”“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하현이 당난영의 병을 한눈에 알아차린 것에 경호원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하지만 경호원은 하현이 당난영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게다가 이런 얼토당토않는 요구를 하다니!이건 분명 누군가 당난영과 하구천을 이간질하고 농락하기 위해 수작을 펼치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이곳이 당난영의 처소가 아니었다면 피까지 볼 생각은 없었으나 경호원은 도저히 하현의 언행을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이놈아, 여기가 어딘지 알아?”“여기는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이야!”“이곳을 소란스럽게 만든 결과가 어떨 거라는 거 생각해 봤어?”“눈치 빠른 놈이라면 지금 당장 부인께 사과하고 얼른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부인께 벌을 받는 건 둘째치고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하는 사이 대장 격인 경호원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냉혹하고 포악한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절정의 병왕, 그 모습 그 자체였다.하현은 당난영의 경호원이 이 정도 실력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연한 처사였다.당난영의 신분을 고려하면 최고의 병왕이 호위하는 게 정상이었다.순간 절정의 병왕은 온몸에서 분노가 치솟는 듯 매서운 눈에서 한기가 흘러내렸다.하현이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