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송란의 눈에는 아직도 하현이 여자의 치마폭에 둘러싸인 물렁한 남자로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그래서 사송란은 하현과 최영하의 관계를 흔들어 놓기만 하면 뒤집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하현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사송란, 당신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 모르겠어? 그런 말로 날 자극하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모르겠냐고?”“내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면 방금 바로 죽였을 거야, 그런데 왜 지금까지 죽이지 않고 이렇게 기다렸을까?”“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사송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간단해. 당신 뒤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말해! 누가 당신더러 날 죽이라고 명령했는지 말하라고! 내가 가서 되갚아줘야겠어!”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아마 내 짐작이 맞다면 아무 생각 없는 그 하구천 짓일 거야!”“하지만 당신이 굳이 오매 도관에 누명을 씌운다 해도 난 이견이 없어.”“어차피 오매 도관을 찾아가 따져 묻고 싶었으니까!”하현은 여기까지 말하고는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송란을 쳐다보았다.사송란은 얼굴을 찡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하구천을 모함할 생각이야?”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 지금 그 말, 그러니까 하구천은 사람을 보내 날 죽일 수는 있어도 난 하구천을 모함하면 안 된다는 얘기야?”“이렇게 말하고 보니 당신도 참 딱한 여자야.”“그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것도 모자라 아직도 마음속에서 그를 내려놓지 못하고 보호하려 애쓰다니!”“사송란, 하구천이 도대체 어떤 말로 당신을 구워삶았길래 이렇게 하구천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거야? 너무 궁금한데?”“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항도 하 씨 안주인 자리라도 주겠다고 약속한 건가?”“만약 당신이 그의 헛소리를 믿었다면 정말 소름 끼치는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고 멍청할 수가 있지?”하현의 말에 사송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눈앞의 하현은
최영하가 일행을 이끌고 삼계호텔 꼭대기 층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주변 정리가 끝난 상황이었다.타일 틈새에 묻은 핏물까지 말끔히 닦여져 있었다.여기저기 뿌려진 공기 청정제와 따뜻한 햇살에 지난밤의 피비린내는 모두 사라졌다.하현은 공중정원 한가운데 있는 긴 벤치에 앉아 있었다.벤치 앞에는 차와 다과가 예쁜 빛깔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했지만 하현은 관심이 없는 듯 그저 찻잔을 기울이기만 했다.최영하가 나타나자 그는 최영하에게 앉으라며 손짓을 했다.항성과 도성에 온 이후 그는 많은 여자들을 알게 되었다.화소혜, 동리아, 강옥연 등등...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정말 그의 최측근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최영하뿐이었다.게다가 최영하의 결단력 있는 일 처리가 하현은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이런 이유로 그는 용전 항도 지부에게 어젯밤 일을 맡긴 것이다.하현은 최영하가 잘 처리할 것이라는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어제 일, 당신 어떻게 생각해?”하현은 최영하에게 손수 차를 따라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최영하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하현, 사송란은 그렇게 죽게 해선 안 되는 거였어.”“내가 죽인 거 아니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그녀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거야.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을 무슨 수로 막겠어?”“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증언할 사람은 많아.”최영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문제는 그 사람들이 다 우리 쪽 사람들이라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거지.”“현장의 CCTV는 다 해킹된 상태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이 사송란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왜?”“하구천과 오매 도관이 관청에 신고하려고 준비 중이야?”“항성의 왕법으로 날 제재하려고?”최영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경찰서 사람들한테 맡긴다면 우린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하지
”용오행 일은 해결됐어. 사송란 쪽은...”최영하는 하현이 분명 이 일에 대해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걸 알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이 일은 하구천과 관련이 있다는 걸 말이야.”“다만 이 시체를 가지고 하구천을 찾아가도 아무 의미 없을 거야.”“우리가 아는 한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니까.”“아마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비난하려 들 거야.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더 일이 꼬여.”“그러니까 당신 뜻은...”최영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끝을 흐렸다.그녀는 하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지만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하현은 손가락을 튕기며 USB를 사송란의 주검 위에 던진 뒤 냉엄하게 말했다.“모든 CCTV가 다 망가져 있었지만 우리 쪽 사람들은 사송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뒀지.”“시신은 오매 도관에 보내고 영상도 인터넷에 올릴 거야.”“아마 오매 도관에서 우리한테 뭐라고 하겠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최영하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다면 오매 도관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오매 도관의 일 처리 방식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현은 이번 일의 피해자이지만 오매 도관은 일의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고 반드시 선동자를 찾아내려고 난리를 부릴 것이다.그러면 이 선동자는 오매 도관의 미움을 살 것이고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것도 어렵게 된다.최영하는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정말 천 리 밖을 내다보는 계획을 짰던 거구나!”“정말 대단해! 인정!”하현은 그녀에게 차를 한 잔 더 따라주며 조용히 말했다.“가능한 한 빨리 일을 정리해야지.”“그건 그렇고 나 누구한테 밥 한 끼 사야 해.”최영하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밥을
하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왜 우리가 접근해야 해? 당난영이 우리를 만나러 나오면 되잖아?”“당신이 날 대신해 말을 전해줄 사람을 좀 찾아줘. 강남 하 세자 하현이 당난영에게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한다고.”하현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최영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하현, 우리가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당난영을 만나야 하는지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곧 항도 하 씨 노부인의 생일이야. 그렇기 때문에 항도 하 씨 사람들은 당난영을 요주의 인물로 두고 바깥출입에 매우 삼엄하게 경계할 거야.”“왜냐하면 그들은 노부인의 생일에 당난영이 하구천을 자신의 아들로 삼겠다는 공표를 꼭 하게 만들어야 하거든.”“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당난영을 만난다는 건 항도 하 씨 가문에 정면으로 도발하는 행위야.”“권하고 싶지 않아.”하현은 단호하게 내뱉었다.“괜찮아.”“우리가 아무 행동을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하구천이 가만히 우릴 내버려둘까? 어떻게든 우릴 죽이려고 하지 않겠어?”“그렇지만 노부인의 생일이 다가오니 하구천도 자신의 지위 확보를 위해 함부로 행동하지는 못할 거야.”“하지만 그가 차기 문주 자리에 앉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날 죽이려고 할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최영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러니까 당신 말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강남 하 씨 가문도 항도 하 씨 분파라 할 수 있어.”“강남 하 세자인 내가 항성에 이렇게 오래 와 있는 동안 항도 하 씨 문주 부인에게 간단히 식사 대접을 하는 거야.”“너무 과하지 않잖아?”“과하지 않지.”최영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마도 하구천이 머리가 좀 아프겠는데.”최영하는 하구천이 괴로워할 것을 기도하는 사람처럼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하현은 원래 항도 하 씨 가문 일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그러나 하구천이 계속해서 자신을 건드리자 그도
항성 태평산자락 허 씨 집안 별장.곽영준과 허지강은 서로 마주 앉았고 둘 다 안색은 좋지 않아 보였다.그들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는 하민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최신형 핸드폰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던 하민석은 메시지가 뜨자 곽영준과 허지강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 모두 항성 S4니까 긴말하지 않겠어. 방금 내가 말한 거래, 할 의향이 있어?”“만약 할 의향이 있다면 오늘부터 우린 한 식구야. 내가 자리만 잡으면 두 사람 공은 잊지 않을 거야.”“만약 할 의향이 없다면 하구천한테 말할 수밖에 없지. 당신들 두 사람이 하구천을 배신하려 한다고. 그거면 충분해.”방금 하민석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하구천인 것이 분명했다.하민석의 말을 듣고 곽영준은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냉랭하게 말했다.“지금 하구천을 들먹이며 우릴 협박하는 거야?”“하민석,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증거도 없이 하구천이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당신은 하구천이 키우는 개일 뿐이야!”“그렇지만 우리는 그와 호형호제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어. 기르고 있던 개가 사실은 배은망덕한 늑대였다고 하구천에게 말한다면, 그 늑대가 항도 하 씨 가문의 문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하구천이 당신을 어떻게 할까? 가만 놔둘까?”하민석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가만 놔둘 거야.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난 그에게 충성을 다했고 심지어 항성 S4라는 이 타이틀도 하구천이 나한테 준 거야!”“하구천을 떠나서 내가 무슨 자격으로 윗자리에 앉겠어?”“그러니 그는 당신 말을 믿지 않을 거야.”“반면 여기 영상이 하나 있어. 이걸 다 보고도 지금처럼 침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말을 하는 동안 하민석은 핸드폰을 꺼내 홀의 TV에 연결해 영상을 재생했다.“대장부가 태어났으면 천지를 한 번 호령해 봐야지!”“어떻게 남의 밑에서 오래 머물 수 있겠어!”화면 속 곽영준은 격앙되어 있었고 누구보다 오만방자
그 시각 항성 순환 고속도로에서는 검은 포르쉐 한 대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운전자는 금옥회관의 임세인이었다.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뭔가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그녀는 당난영의 사람으로, 당난영에게 정보를 전하기 위해 수년간 금옥회관에 숨어 있었던 끄나풀이었다.그런데 방금 그녀가 무심코 룸을 지나갈 때 마침 하백진과 하구천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구천아, 곧 네가 자리에 오를 거야. 하 씨 가문 문주가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그 여자가 노부인 생신날 너를 양자로 삼는다면 넌 명실상부 하 씨 가문을 손에 넣게 되는 거야.”“나까지 합치면 항도 하 씨 가문에서 다섯 명이 널 지지하는 거야. 네가 항도 하 씨 문주 자리에 앉는 건 따 놓은 당상인 거지!”“물론 일이 성사되면 가장 먼저 그 여자를 처리해야겠지!”“그 여자는 너한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아. 만약 다른 젊은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언제든지 방향을 틀어 버릴 수가 있어!”이를 들은 임세인은 깜짝 놀라 옆에 있던 꽃병을 깨뜨리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 버렸다.분명 누군가 그녀를 쫓아와 죽일 것이다.그녀는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른 자신의 포르쉐 차량에 뛰어올라 그녀의 주인인 당난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지금 이 순간 임세인의 머릿속엔 이 소식을 얼른 당난영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그래야 자신이 살 수 있었다.그녀의 차 뒤에는 언제 따라붙었는지 도요타 미니밴이 몇 대 줄지어 있었다.이 미니밴들의 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여서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백미러로 미니밴에 있는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임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항도 하 씨 가문 하은수!한때 강남 하 씨 4대 거물 중 한 명인 하은수였다.그는 항성에 온 뒤로는 더없이 조용하게 하구천의 심복이 되어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들었다.하은수를 보자 임세인은 방금 자신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확신
살벌한 총소리와 함께 포르쉐 차량에는 선명한 총탄 구멍이 생겼다.그러나 총알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임세인의 곁을 비껴갔다.임세인은 총알 세례의 표적이 되어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렸다.“쾅!”그때 갑자기 녹색 도요타 프라도 한 대가 후미진 곳에서 기척도 없이 나타나 달려오더니 도요타 미니밴의 후미를 사정없이 들이받아 버렸다.“쾅!”도요타 미니밴은 그대로 뒤집혀 공중에서 바닥을 한번 보인 뒤에야 땅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저격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낭패한 얼굴로 씩씩거렸다.그러나 도요타 프라도의 굉음은 멈출 줄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계속 앞을 향해 질주했다.“쾅쾅쾅!”도요타 미니밴들이 한 대씩 뒤집히면서 옆으로 넘어졌다.검은색 마스크를 쓴 총잡이가 차에서 기어나오자마자 미니밴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하은수는 자신도 타고 있던 미니밴에서 기어나왔고 그의 얼굴에 파편들이 날아들었다.그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지만 뭔가 이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미묘한 빛을 띠었다.도요타 프라도의 운전석에 앉은 최영하와 조수석에 앉은 하현의 얼굴을 본 순간 하은수의 얼굴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그는 멀리 보이는 하현을 향해 칼로 목을 베는 자세를 보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현장에는 번호판이 없는 도요타 미니밴 두 대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여기에 총탄 구멍이 난 포르쉐와 널브러진 탄피까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자마자 하현은 공해원에게 출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공해원의 실력은 여전했다.그는 단 십여 분 만에 누군가가 노점상에서 그 낯선 전화번호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후 공해원은 그곳의 CCTV를 해킹해 구매자의 얼굴을 특정했다.비록 구매자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그의 차는 하민석과 연관되어 있었다.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하민석이란 것을 듣자마자 하현은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최영하를 향해 손짓을 했다.기절해 있는 임세인을 차에서 끌어내린 뒤 최영하는 트렁크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임세인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너무 놀라 기절해 있는 임세인은 단순 외상 정도만 있어서 별로 심각할 것이 없었다.최영하는 포도당 링거를 임세인에게 꽂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임세인은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하현과 최영하라는 것을 본 순간 그녀의 눈에 복잡 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말들이 입속에서 뱅글뱅글 맴돌았다.하현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정원 너머의 건물을 바라보았다.그때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 한 무리가 돌진해 왔다.어찌 되었든 이곳은 항도 하 씨 가문 당주 부인 당난영의 별장이었다.누군가가 대문을 부수고 격렬한 총격이 벌어졌으니 경호원들이 들이닥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움직이지 마!”“당신들 누구야?”“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선두에 선 경호원은 직접 총을 들고 보란 듯이 안전장치를 풀며 경계하는 표정으로 하현과 최영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최영하가 앞으로 나오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용전 항도 지부 최영하입니다.”“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당주 부인의 심복 임세인이구요.”“방금 임세인이 쫓기고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다 구했어요.”최영하는 막힘없이 단호하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최영하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보여주는 신분증에 시선을 돌린 경호원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부인의 심복이 쫓기고 있었다고?용전 항도 지부 책임자가 그녀를 구했다고?이 일은 아무리 봐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 보였다.드라마도 이렇게는 찍지 않을 것이다!...십여 분 후 하현과 최영하 두 사람은 럭셔리하면서도 빈티지한 거실에 앉았다.최영하는 당난영의 신분 때문인지 적잖이 긴장하는 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