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덤덤하게 웃으며 미쳐 날뛰는 건후를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떠날 준비를 했다.하현의 움직임을 보자, 건후는 앞으로 가 하현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 자, 얼른 돈 내놔! 안 그러면 내가 당장 널 신고할 거야!”뒤에 있던 다윤은 마음이 조금 약해져 말했다. “하현, 정말 돈을 꺼내지 못하겠으면 내가 빌려줄 수 있어.”하현이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 걸 보자, 그녀는 상당히 마음이 약해졌다. 하현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직장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태까지 침묵하고 있던 서연은 드디어 이해가 됐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하현의 이전 선배이고, 여자는 하현의 옆자리에 앉던 동기였다.하지만 문제는, 선배라고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나?서연은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막무가내예요? 분명 당신이 우리를 들이받았는데, 왜 우리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겁니까?”건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나는 이미 충분히 논리적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현 같은 사람이랑 어울려 지내는 거예요? 이런 쓰레기를 따라다녀서 좋을 게 뭐가 있는데요? 밖에 나갈 때마다 전기 자전거 밖에 못 타는데? 그것도 공용 전기 자전거!”건후는 한껏 조롱했다. 하현의 공용 전기 자전거 앞에서, 그가 대출 받은 승합차는 정말 큰 우월감을 안겨줬다.쓰레기? 쓰레기가 어떻게 중요한 순간에 날 구할 수 있었겠나? 쓰레기가 내가 병원 부원장이 되게 도와준다고? 쓰레기가 서울 종합병원의 뒤에 있는 대주주를 굽신굽신거리게 만든다고?서연이 무어라 말하려던 이때, 서울 호텔 로비에서 유니폼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구두를 신은 채 걸어 나왔다.“저 사람은 서울 호텔 홀매니저 아니야?”“호텔 측에서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나 보네. 이런 사소한 일도 저 사람들 장사에 영향을 끼치나 봐.”“이 자식은 이제 끝났어. 경비원이든 설거지 직원이
건후의 회원카드를 보자, 홀매니저는 공손하게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게 바로 서울 호텔의 원칙이었다. 손님이 왕이다.그런 다음,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요, 당신이 본 호텔의 회원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소비를 하지 못합니다. 저희 주차공간은 고객님들에게만 제공하고 있고, 외부인은 함부로 주차를 하면 안됩니다. 지금 당신이 아무렇게나 주차자리를 사용한 탓에 저희 고객님 차가 훼손되었으니, 배상을 하셔야 합니다.”홀매니저가 자신의 편에 서있는 걸 보자, 건후는 오만방자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들었니? 촌놈아, 얼른 배상해. 안 그러면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하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서울 호텔에 이런 규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님, 제가 이 호텔의 회원카드를 발급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제 비서한테 테이블을 예약하라고 했습니다. 이래도 여기에 주차할 수 없습니까?”오늘 그는 서연에게 식사 대접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설명만 잘하면 괜찮았다.홀매니저와 건후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잠시 후 건후가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놈이 자기 비서한테 미리 테이블을 예약하라고 했다고 말한 거 맞죠? 이 꼴에 비서? 비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나? 허세를 어떻게 부리는 줄도 모르고, 웃겨죽겠네, 하하하…”다윤도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혼란스러운 상태로 말했다. “하현, 정말 여기서 식사를 하고 싶으면 얼른 선배한테 사과해. 그러고나서 테이블을 예약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럴 필요가 있을까…”“그래, 나한테 사과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기만 하면, 배상도 필요 없을 뿐더러 테이블을 예약해줄게, 어때?” 건후의 눈앞이 반짝였다. 옛날에 자기가 다윤을 쫓아다닐 때, 하현 이 자식이 계속 방해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만약 그를 무릎 꿇릴 수 있다면, 배상
“그건…” 다윤이 망설였다.그녀는 여태까지 남자친구 한 번 안 사귀어봤다. 오늘 식사자리에 나온 것도 건후가 간절하게 빌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후가 많은 인맥을 통해 다윤의 가족들까지 설득해서 그녀가 마지못해 밥 한 끼 같이 먹겠다고 한 것이었다.애초에 감정이라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감정이 없으면 없는 것이었다. 만약 다윤이 건후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대학 다닐 때 이미 그의 고백을 받아줬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건후는 하현의 일로 다윤을 압박했고, 그녀가 조금 난처하게 만들었다.다윤은 대학 시절에 하현과 사이가 매우 좋았고, 심지어 둘이 약간 썸을 타기도 했었다. 단지 하현이 졸업하고 바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그런데 지금 그녀더러 눈 뜨고 하현이 이곳에서 기어나가는 걸 지켜보라고 하다니…다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하현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원래 별 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건후는 선을 넘었다. 감히 이런 일을 이용해 다윤이 자기 여자친구가 되게 강요하다니. 게다가 변태스러운 얼굴에 다윤을 잡아먹겠다는 표정은 정말로 싸대기를 날리고 싶을 수준이었다.하지만 오늘 이곳은 공공장소였으니, 만약 자신이 먼저 손을 쓴다면 손해를 볼 것이다.하현의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하현이 전화를 받자 건너편에서는 슬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대표님, 말씀드리는 걸 잊었는데, 서울 호텔도 저희의 투자를 받고 있고, 저희가 대주주입니다. 조금 전에 테이블을 예약하고 있을 때 호텔 사장님께서 직접 마중 나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전화번호를 그분에게 드려도 될까요?”원래 하현은 그런 사람과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1분 내로 주차장에 마중 나오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겁니다.”“네!” 비록 슬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대
한편, 주차장에서 건후는 하현의 핸드폰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현, 진짜 대단하다. 만 원에 3년치 전화요금을 제공하는 그 오래된 핸드폰도 쓰다니, 정말 능력 있어!”이 말을 하며 그는 다윤을 힐끗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정다윤, 여기까지 왔는데도 모르겠어? 하현은 그냥 거지에 머저리야. 그런데 계속 대변해준다고 얘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아? 너희 둘이 그때 썸을 타고 있었던 건 알겠는데, 한번 봐봐. 지금 하현이 뭐라도 되니? 얘는 내 앞에 서있을 자격조차 없어. 이런 놈의 좋은 점을 기억하고 있을 바에 차라리 내 여자친구가 되지 않을래?”명백히도 건후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 자신이 다윤을 쫓아다니는 일을 망친 사람이 하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기회를 찾았으니, 건후는 당연히 하현에게 망신을 줄 것이다.그렇게 하면 화풀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윤이 가지고 있는 하현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모조리 없앨 수 있었다. 그래야 자신이 다윤의 몸과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다윤을 흘깃 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다윤아, 이 쓰레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도 돼. 내 일은 내가 해결할 거야. 이따가 내가 밥 사줄게.”말을 끝마치고 그는 또 건후를 힐끗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진건후, 내가 너였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한 다음에 꺼졌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그렇게 쉽게 가진 못할 거야.”“나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나보고 꺼지라고?” 건후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매니저님, 눈치 보지 말고 이놈을 패세요. 이런 쓰레기는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으면 자기 주제 파악을 못해요! 당신들은 마음껏 패요. 무슨 일 생기면 제가 책임질 테니까!”이 순간, 건후는 정말 천둥번개처럼 날뛰었다. 다윤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려던 참인데, 하현 이 멍청한 자식이 또 그 좋은 일을 망쳤다.“알겠습니다!” 홀매니저가 미소를 지으며
서울호텔 사장 천성태는 서울에서 권력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귀족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서울에서 2, 3류 가문의 가장들은 그의 앞에서 숨 한 번 쉴 용기조차 없었다.하지만 천성태는 그가 서울에 근본 토대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일부 상류층에게 버림받은 개일 뿐이었다.이들 가문 중에 가장 큰 가문은 강남 하 씨 가문이었다.하엔 그룹은 서울에서 강남 하 씨 가문을 대표하는 회사였다.하엔 그룹 회장이 자신이 맡고 있는 서울 호텔에 나타났는데 천성태가 어떻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또 슬기의 말투로 볼 때 이 회장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홀 매니저는 계속해서 하현을 조롱하려 했지만, 그 때 그녀 옆에 있는 경비원들이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바로 높은 곳에 있는 황제와도 같은 천성태가 당황하며 로비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마침내 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천성태가 이미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저기…… 저기…… 하현 선생님이 누구신가요?”이때 천성태의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슬기의 말대로 1분 안에 하 회장을 찾지 못하면 그는 끝장날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천성태의 표정을 보고 모두 어리둥절했다. 발을 구르면 서울에 지진도 일으킬 사람이 지금 이렇게 허둥대다니? 언제 이런 표정을 지어 본적이 있었던가?하현은 이 때 입을 열었다.“바로 접니다.”천성태는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는 곧장 하현 앞으로 달려가 공손히 말했다.“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바로 말했다.“그냥 밥 먹으러 왔어요……”천성태는 이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회장”이라는 두 글자를 삼켰다. 그 역시 현명한 사람이었다. 지금 하현은 심플
진건후는 멍한 얼굴로, 일이 너무 빨리 진행돼 그의 IQ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하며 말했다.“내가 왜 돈을 물어내야 합니까? 나도 당신의 회원이고, 내 회원 카드는 천만 원의 가치가 있어요!”“당신들 서울호텔은 회원만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무슨 근거로 전기차를 타고 온 이 칠칠치 못한 사람이 소비자가 된다는 겁니까?”천성태는 담담하게 말했다.“하 선생님을 위해 예약하신 분이 우리 서울호텔의 최고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등급의 회원 카드 발급 비용은 연간 10억 원 입니다. 그럼 당신이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진건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고 마지못해 천만 원짜리 입문형 카드를 처리해야 했다. 10억이 무슨 말인가? 그는 전 재산을 다해도 10억이 안 됐다.이 순간 그는 기가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그는 회원 자격으로 하현에게 한 방 날렸지만, 자신이 바로 그에게 한 방을 퍽 맞을 줄은 몰랐다.“매니저님, 방금 저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하셨잖아요. 왜 지금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거예요?”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진건후는 잠시 후 뭔가를 생각하더니, 지푸라기라도 잡듯 홀 매니저의 손을 잡아당겼다.“퍽!”홀 매니저는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진건후를 바로 무릎 꿇게 만든 다음 그의 얼굴을 발로 밟고 표독스럽게 욕을 퍼부었다.“허튼소리 하네! 내가 언제 이 귀한 선생님께 보상하라고 했어? 헛소리하지 마!”“너네 아직도 이 녀석을 끌어내지 않고 뭐해! 홀 매니저는 진건후가 다시 헛소리를 할까 두려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진건후 같은 사람은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오만을 떨면서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방귀 반쪽도 감히 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홀 매니저는 그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했다.“하 선생님,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경비원들이 진건후를 붙잡고 떠나려 하자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손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하현 씨, 그녀는 방금 경비원을 시켜서 당신을 때리려고 했잖아요. 거기다 선배에게 돈까지 물어내라고 했어요. 예약된 우리 자리도 아직 안내를 안 해줬는데 어떻게 천사장님이 그녀를 이 자리로 승진을 시켜준다는 거예요?”손서연은 정말 궁금했다. 설마 이쪽 서울호텔이 이런 규정을 가지고 있는 건가?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천성태는 마음속으로 ‘쿵’하며 피를 토할 뻔 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라 이미 무슨 일이 벌어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이 홀 매니저는 대개 사람을 깔봤고, 하현의 예약석도 찾아 주지 않았다. 거기다 방금 하현을 상대로 그 사람들을 돕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이 때 천성태는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렸다. 다행히 하현은 무사했고, 그는 제 때에 나타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그는 정말 완전히 망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홀 매니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냉기로 가득 찼다.“퍽!”크게 뺨을 한 대 날렸고, 이 홀 매니저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때린 후에도 천성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녀를 바닥에서 발로 걷어 차며 욕을 퍼부으며 말했다.“고객의 예약석을 확인하는 일은 원래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네가 이 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긴 거야. 오늘 나는 네가 이것에 대한 대가가 어떠한 것인지 알도록 해주겠어……”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 있던 경비원에게 소리쳤다.“때려, 반 죽도록 때려, 저 성형한 얼굴을 불구로 만들어 버려. 그런 다음 온 서울에 알려, 누구든지 감히 그녀를 고용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홀 매니저는 겁에 질려 죽을 거 같았다. 그녀는 거의 기어나오면서 오열하며 말했다.“천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제 잘못이에요. 제발 저를 봐주세요……”천성태가 차갑게 말했다.“너를 봐 달라고? 그럼 나는 누가 봐 주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우리
서울호텔 최상층에 있는 회전 레스토랑은 회원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만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고 보통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했다.최상층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는 하현도 처음 타보았다.이 때 하현은 천성태에게 자신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그는 이미 떠났고, 서연은 화장을 정리하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하현은 조금 지루했다.바로 그 때 양복을 차려 입은 한 사람이 하현 앞에 갑자기 멈춰 섰다.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하현, 이 쓸모 없는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하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설민혁이었다. 그의 곁에는 성형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진짜 밥을 먹으러 왔을 뿐인데, 왜 자꾸 이런 엉망진창인 사람들과 만나는 걸까?그 순간 하현은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하지만 갑자기 설민혁 옆에 있던 성형한 여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 도련님, 이분이 설 씨 집안의 유명한 데릴사위 맞죠? 사위까지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다니 설 씨 집안은 정말 부자 인 것 같네요.”설민혁은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저 으스대는 별것도 아닌 놈, 그저 마누라에게 기대서 살아가는 기둥서방 같은 놈이에요.”그는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래, 설은아가 방금 회사 재무 부장을 맡았다고 고새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돈을 쓰는구나! 그녀가 회사 돈을 빼돌린 게 틀림없어! 너네 두고 봐. 내가 반드시 할아버지께 가서 이를 거야!”지금 부사장이 됐다고, 설민혁이 저렇게 날뛰는구나. 은아가 아무리 잘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역시 자신 일 텐데. 다만 하현이 뜻밖에도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 역시 불편했다.하현은 원래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는데 설민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참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설민혁, 헛소리 좀 그만해. 내가 너 쫓아낼 줄 알아!”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