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덤덤하게 웃으며 미쳐 날뛰는 건후를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그저 떠날 준비를 했다.하현의 움직임을 보자, 건후는 앞으로 가 하현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 자, 얼른 돈 내놔! 안 그러면 내가 당장 널 신고할 거야!”뒤에 있던 다윤은 마음이 조금 약해져 말했다. “하현, 정말 돈을 꺼내지 못하겠으면 내가 빌려줄 수 있어.”하현이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 걸 보자, 그녀는 상당히 마음이 약해졌다. 하현이 이런 사소한 일 때문에 직장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태까지 침묵하고 있던 서연은 드디어 이해가 됐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하현의 이전 선배이고, 여자는 하현의 옆자리에 앉던 동기였다.하지만 문제는, 선배라고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나?서연은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막무가내예요? 분명 당신이 우리를 들이받았는데, 왜 우리한테 배상하라고 하는 겁니까?”건후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나는 이미 충분히 논리적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당신은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현 같은 사람이랑 어울려 지내는 거예요? 이런 쓰레기를 따라다녀서 좋을 게 뭐가 있는데요? 밖에 나갈 때마다 전기 자전거 밖에 못 타는데? 그것도 공용 전기 자전거!”건후는 한껏 조롱했다. 하현의 공용 전기 자전거 앞에서, 그가 대출 받은 승합차는 정말 큰 우월감을 안겨줬다.쓰레기? 쓰레기가 어떻게 중요한 순간에 날 구할 수 있었겠나? 쓰레기가 내가 병원 부원장이 되게 도와준다고? 쓰레기가 서울 종합병원의 뒤에 있는 대주주를 굽신굽신거리게 만든다고?서연이 무어라 말하려던 이때, 서울 호텔 로비에서 유니폼을 입은 여자 한 명이 구두를 신은 채 걸어 나왔다.“저 사람은 서울 호텔 홀매니저 아니야?”“호텔 측에서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나 보네. 이런 사소한 일도 저 사람들 장사에 영향을 끼치나 봐.”“이 자식은 이제 끝났어. 경비원이든 설거지 직원이
건후의 회원카드를 보자, 홀매니저는 공손하게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게 바로 서울 호텔의 원칙이었다. 손님이 왕이다.그런 다음,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요, 당신이 본 호텔의 회원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소비를 하지 못합니다. 저희 주차공간은 고객님들에게만 제공하고 있고, 외부인은 함부로 주차를 하면 안됩니다. 지금 당신이 아무렇게나 주차자리를 사용한 탓에 저희 고객님 차가 훼손되었으니, 배상을 하셔야 합니다.”홀매니저가 자신의 편에 서있는 걸 보자, 건후는 오만방자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들었니? 촌놈아, 얼른 배상해. 안 그러면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하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서울 호텔에 이런 규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니저님, 제가 이 호텔의 회원카드를 발급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제 비서한테 테이블을 예약하라고 했습니다. 이래도 여기에 주차할 수 없습니까?”오늘 그는 서연에게 식사 대접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설명만 잘하면 괜찮았다.홀매니저와 건후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잠시 후 건후가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놈이 자기 비서한테 미리 테이블을 예약하라고 했다고 말한 거 맞죠? 이 꼴에 비서? 비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나? 허세를 어떻게 부리는 줄도 모르고, 웃겨죽겠네, 하하하…”다윤도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혼란스러운 상태로 말했다. “하현, 정말 여기서 식사를 하고 싶으면 얼른 선배한테 사과해. 그러고나서 테이블을 예약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럴 필요가 있을까…”“그래, 나한테 사과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기만 하면, 배상도 필요 없을 뿐더러 테이블을 예약해줄게, 어때?” 건후의 눈앞이 반짝였다. 옛날에 자기가 다윤을 쫓아다닐 때, 하현 이 자식이 계속 방해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만약 그를 무릎 꿇릴 수 있다면, 배상
“그건…” 다윤이 망설였다.그녀는 여태까지 남자친구 한 번 안 사귀어봤다. 오늘 식사자리에 나온 것도 건후가 간절하게 빌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후가 많은 인맥을 통해 다윤의 가족들까지 설득해서 그녀가 마지못해 밥 한 끼 같이 먹겠다고 한 것이었다.애초에 감정이라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감정이 없으면 없는 것이었다. 만약 다윤이 건후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대학 다닐 때 이미 그의 고백을 받아줬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건후는 하현의 일로 다윤을 압박했고, 그녀가 조금 난처하게 만들었다.다윤은 대학 시절에 하현과 사이가 매우 좋았고, 심지어 둘이 약간 썸을 타기도 했었다. 단지 하현이 졸업하고 바로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그런데 지금 그녀더러 눈 뜨고 하현이 이곳에서 기어나가는 걸 지켜보라고 하다니…다윤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하현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원래 별 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건후는 선을 넘었다. 감히 이런 일을 이용해 다윤이 자기 여자친구가 되게 강요하다니. 게다가 변태스러운 얼굴에 다윤을 잡아먹겠다는 표정은 정말로 싸대기를 날리고 싶을 수준이었다.하지만 오늘 이곳은 공공장소였으니, 만약 자신이 먼저 손을 쓴다면 손해를 볼 것이다.하현의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하현이 전화를 받자 건너편에서는 슬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대표님, 말씀드리는 걸 잊었는데, 서울 호텔도 저희의 투자를 받고 있고, 저희가 대주주입니다. 조금 전에 테이블을 예약하고 있을 때 호텔 사장님께서 직접 마중 나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전화번호를 그분에게 드려도 될까요?”원래 하현은 그런 사람과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1분 내로 주차장에 마중 나오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겁니다.”“네!” 비록 슬기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대
한편, 주차장에서 건후는 하현의 핸드폰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현, 진짜 대단하다. 만 원에 3년치 전화요금을 제공하는 그 오래된 핸드폰도 쓰다니, 정말 능력 있어!”이 말을 하며 그는 다윤을 힐끗 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정다윤, 여기까지 왔는데도 모르겠어? 하현은 그냥 거지에 머저리야. 그런데 계속 대변해준다고 얘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아? 너희 둘이 그때 썸을 타고 있었던 건 알겠는데, 한번 봐봐. 지금 하현이 뭐라도 되니? 얘는 내 앞에 서있을 자격조차 없어. 이런 놈의 좋은 점을 기억하고 있을 바에 차라리 내 여자친구가 되지 않을래?”명백히도 건후는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그때 자신이 다윤을 쫓아다니는 일을 망친 사람이 하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기회를 찾았으니, 건후는 당연히 하현에게 망신을 줄 것이다.그렇게 하면 화풀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윤이 가지고 있는 하현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모조리 없앨 수 있었다. 그래야 자신이 다윤의 몸과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하현은 고개를 들어 다윤을 흘깃 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다윤아, 이 쓰레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도 돼. 내 일은 내가 해결할 거야. 이따가 내가 밥 사줄게.”말을 끝마치고 그는 또 건후를 힐끗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진건후, 내가 너였으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한 다음에 꺼졌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그렇게 쉽게 가진 못할 거야.”“나보고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나보고 꺼지라고?” 건후의 분노가 폭발했다. “하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매니저님, 눈치 보지 말고 이놈을 패세요. 이런 쓰레기는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으면 자기 주제 파악을 못해요! 당신들은 마음껏 패요. 무슨 일 생기면 제가 책임질 테니까!”이 순간, 건후는 정말 천둥번개처럼 날뛰었다. 다윤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하려던 참인데, 하현 이 멍청한 자식이 또 그 좋은 일을 망쳤다.“알겠습니다!” 홀매니저가 미소를 지으며
서울호텔 사장 천성태는 서울에서 권력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귀족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서울에서 2, 3류 가문의 가장들은 그의 앞에서 숨 한 번 쉴 용기조차 없었다.하지만 천성태는 그가 서울에 근본 토대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일부 상류층에게 버림받은 개일 뿐이었다.이들 가문 중에 가장 큰 가문은 강남 하 씨 가문이었다.하엔 그룹은 서울에서 강남 하 씨 가문을 대표하는 회사였다.하엔 그룹 회장이 자신이 맡고 있는 서울 호텔에 나타났는데 천성태가 어떻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또 슬기의 말투로 볼 때 이 회장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홀 매니저는 계속해서 하현을 조롱하려 했지만, 그 때 그녀 옆에 있는 경비원들이 모두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바로 높은 곳에 있는 황제와도 같은 천성태가 당황하며 로비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마침내 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천성태가 이미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저기…… 저기…… 하현 선생님이 누구신가요?”이때 천성태의 목소리는 분명 떨리고 있었다. 슬기의 말대로 1분 안에 하 회장을 찾지 못하면 그는 끝장날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천성태의 표정을 보고 모두 어리둥절했다. 발을 구르면 서울에 지진도 일으킬 사람이 지금 이렇게 허둥대다니? 언제 이런 표정을 지어 본적이 있었던가?하현은 이 때 입을 열었다.“바로 접니다.”천성태는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을 뻔했다. 그는 곧장 하현 앞으로 달려가 공손히 말했다.“하……”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바로 말했다.“그냥 밥 먹으러 왔어요……”천성태는 이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회장”이라는 두 글자를 삼켰다. 그 역시 현명한 사람이었다. 지금 하현은 심플
진건후는 멍한 얼굴로, 일이 너무 빨리 진행돼 그의 IQ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하며 말했다.“내가 왜 돈을 물어내야 합니까? 나도 당신의 회원이고, 내 회원 카드는 천만 원의 가치가 있어요!”“당신들 서울호텔은 회원만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근데 무슨 근거로 전기차를 타고 온 이 칠칠치 못한 사람이 소비자가 된다는 겁니까?”천성태는 담담하게 말했다.“하 선생님을 위해 예약하신 분이 우리 서울호텔의 최고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등급의 회원 카드 발급 비용은 연간 10억 원 입니다. 그럼 당신이 이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진건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고 마지못해 천만 원짜리 입문형 카드를 처리해야 했다. 10억이 무슨 말인가? 그는 전 재산을 다해도 10억이 안 됐다.이 순간 그는 기가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방금 그는 회원 자격으로 하현에게 한 방 날렸지만, 자신이 바로 그에게 한 방을 퍽 맞을 줄은 몰랐다.“매니저님, 방금 저에게 돈을 물어내라고 하셨잖아요. 왜 지금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거예요?”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진건후는 잠시 후 뭔가를 생각하더니, 지푸라기라도 잡듯 홀 매니저의 손을 잡아당겼다.“퍽!”홀 매니저는 뺨을 한 대 때리고는 진건후를 바로 무릎 꿇게 만든 다음 그의 얼굴을 발로 밟고 표독스럽게 욕을 퍼부었다.“허튼소리 하네! 내가 언제 이 귀한 선생님께 보상하라고 했어? 헛소리하지 마!”“너네 아직도 이 녀석을 끌어내지 않고 뭐해! 홀 매니저는 진건후가 다시 헛소리를 할까 두려워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진건후 같은 사람은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오만을 떨면서도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방귀 반쪽도 감히 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홀 매니저는 그의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게 했다.“하 선생님,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경비원들이 진건후를 붙잡고 떠나려 하자
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손서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하현 씨, 그녀는 방금 경비원을 시켜서 당신을 때리려고 했잖아요. 거기다 선배에게 돈까지 물어내라고 했어요. 예약된 우리 자리도 아직 안내를 안 해줬는데 어떻게 천사장님이 그녀를 이 자리로 승진을 시켜준다는 거예요?”손서연은 정말 궁금했다. 설마 이쪽 서울호텔이 이런 규정을 가지고 있는 건가?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천성태는 마음속으로 ‘쿵’하며 피를 토할 뻔 했다. 그는 현명한 사람이라 이미 무슨 일이 벌어나고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다.이 홀 매니저는 대개 사람을 깔봤고, 하현의 예약석도 찾아 주지 않았다. 거기다 방금 하현을 상대로 그 사람들을 돕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이 때 천성태는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렸다. 다행히 하현은 무사했고, 그는 제 때에 나타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그는 정말 완전히 망했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홀 매니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이미 냉기로 가득 찼다.“퍽!”크게 뺨을 한 대 날렸고, 이 홀 매니저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때린 후에도 천성태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녀를 바닥에서 발로 걷어 차며 욕을 퍼부으며 말했다.“고객의 예약석을 확인하는 일은 원래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네가 이 일을 안 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긴 거야. 오늘 나는 네가 이것에 대한 대가가 어떠한 것인지 알도록 해주겠어……”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 있던 경비원에게 소리쳤다.“때려, 반 죽도록 때려, 저 성형한 얼굴을 불구로 만들어 버려. 그런 다음 온 서울에 알려, 누구든지 감히 그녀를 고용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할 수 없을 거라고!”홀 매니저는 겁에 질려 죽을 거 같았다. 그녀는 거의 기어나오면서 오열하며 말했다.“천사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제 잘못이에요. 제발 저를 봐주세요……”천성태가 차갑게 말했다.“너를 봐 달라고? 그럼 나는 누가 봐 주나?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우리
서울호텔 최상층에 있는 회전 레스토랑은 회원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만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고 보통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했다.최상층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는 하현도 처음 타보았다.이 때 하현은 천성태에게 자신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그는 이미 떠났고, 서연은 화장을 정리하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있던 하현은 조금 지루했다.바로 그 때 양복을 차려 입은 한 사람이 하현 앞에 갑자기 멈춰 섰다. 하현을 위아래로 잠시 훑어본 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하현, 이 쓸모 없는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하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설민혁이었다. 그의 곁에는 성형을 한 여인이 서 있었다.하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진짜 밥을 먹으러 왔을 뿐인데, 왜 자꾸 이런 엉망진창인 사람들과 만나는 걸까?그 순간 하현은 그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 하지만 갑자기 설민혁 옆에 있던 성형한 여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 도련님, 이분이 설 씨 집안의 유명한 데릴사위 맞죠? 사위까지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다니 설 씨 집안은 정말 부자 인 것 같네요.”설민혁은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저 으스대는 별것도 아닌 놈, 그저 마누라에게 기대서 살아가는 기둥서방 같은 놈이에요.”그는 하현을 노려보았다.“그래, 설은아가 방금 회사 재무 부장을 맡았다고 고새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서 돈을 쓰는구나! 그녀가 회사 돈을 빼돌린 게 틀림없어! 너네 두고 봐. 내가 반드시 할아버지께 가서 이를 거야!”지금 부사장이 됐다고, 설민혁이 저렇게 날뛰는구나. 은아가 아무리 잘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할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 역시 자신 일 텐데. 다만 하현이 뜻밖에도 서울호텔에 와서 돈을 쓰는 것을 보고 그의 마음 역시 불편했다.하현은 원래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는데 설민혁이 인상을 찌푸리자 그는 참지 못하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설민혁, 헛소리 좀 그만해. 내가 너 쫓아낼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