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욱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고 주시현과 그 인터넷 스타들은 모두 감탄하며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서 그들은 또 하현에게 경고를 주었다. “하씨, 내가 분명히 경고하는데 너 다시는 절대로 우리 덕 볼 생각 하지 마!”“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심가성의 생일 잔치에는 너를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고 웃었다. 원래 변승욱의 뺨을 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이것이 심재욱의 수법이라 생각하고 이때 급히 슬기와 상의를 했고, 변승욱을 상대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30분 후, 도요타 엘파 한 대가 올라왔다. 슬기는 사람을 보내 슬기 엄마를 고급 5성급 호텔로 보냈고, 학범과 사람들도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안전을 지켜주었다. 비즈니스용 차에는 하현과 슬기 딱 두 사람만 남았다. 슬기는 길고 가는 다리를 꼬고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회장님, 오늘 정말 놀라 죽을 뻔 했어요!”“번거로우시겠지만 다음 번엔 이런 큰 움직임이 있으실 땐 먼저 저에게 알려주시면 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게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 계획은 나청평을 잡아 가는 거였어.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경찰서 사람들이 현장에 나타난 거야. 그래서 너랑 상의할 시간이 없었어.”“근데 난 네가 나에게 협조해서 제때에 신고를 했을 거라고 믿었어. 역시 넌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슬기는 웃으며 이 화제를 계속 이어가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린 이 일로 제 삼촌의 얼굴을 때린 셈이 됐어요.”“앞으로 삼촌은 분명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특히 외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생일 잔치는 아마 삼촌이 계획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현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이 잔치는 분명 오랫동안 준비했던 걸 거야. 갑자기 열었을 리가 없어.”“내가 추측하기로는 원래 이 생일 잔치에서 심가와 방가의 혼인을 발표하려고 준비했을 거야.”“하지만 지금 우리가 네 엄마를 구했고, 또 네가 심가를 나
옥 같은 얼굴의 심재욱은 평소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지만, 지금 그의 눈동자에 번진 살의는 어떻게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 그의 몸에서 음침한 기운이 퍼져 나와 괴상하고 무서워 보였다. 지금 그의 곁에는 럭셔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심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다들 심재욱 앞에서 입을 다물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대단한 이슬기, 대단한 하현.”심재욱은 마지막 총을 한 발 쏘고 나서 얼굴빛이 극도로 차가워졌다. 오늘 이슬기 이 계집애가 감히 사람을 데리고 청평당에 들어가 사람을 구해내다니. 게다가 심재철의 스타일을 이용해 그를 압박해 그는 손해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계속 전략을 세워 온 심재욱에게 큰 타격이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질을 잃었기에 슬기를 계속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원래 정해 놓은 궤도를 벗어나게 했다. “세자님, 몸 조심하셔야 합니다!”이때 한 남자가 옆에서 걸어 나왔다. “계획은 바뀌었지만 우리의 큰 방향을 바뀌지 않았어요.”“하현 이 문제덩어리만 잘 해결되면 슬기는 자연스레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될 거예요.”입을 연 사람은 지금 한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는 전에 하현에게 손 발이 밟혀 부러진 심가의 관리 집사 장준성이었다. 심재욱은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를 돌리더니 손을 뻗어 장준성의 이마에 들이댔다.장준성은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님, 화가 나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화를 내신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먼저 하현을 해결해야만 우리의 다음 계획을 계속 실행할 수 있습니다.”심재욱은 싸늘한 기색이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든 리볼버를 휘둘러 장준성의 이마를 내리쳤고 그의 이마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심재욱은 내리치고 나서야 천천히 말했다. “내가 아직도 너를 깨우쳐줘야 하는 거야?”“전에 방현진이 우리 일을 망친 하현을
30분 뒤, 장준성은 임해 별장의 어느 등대 같은 건물에 들어섰다. 장준성은 문고리를 가볍게 당긴 뒤에야 문을 밀고 들어섰다. 어수선해야 할 방이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쫓겨난 선녀처럼 냉담한 기색으로 명상 의자에 앉아 책상다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여자는 한 눈에 봐도 사람의 넋을 뒤흔들어 놓을 것 같았다. 장준성이 그녀를 보았을 때 그의 눈동자에는 한 줄기 사모하는 빛이 있었지만, 그는 심호흡을 하고는 자신의 마음을 잘 숨겼다. 한참 뒤에야 장준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구 부인.”선녀 같은 여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구 부인, 방금 세자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작은 킬러라 불리시는 소루 킬러 당신께서 저와 함께 가서 이방인을 죽이기를 바라십니다.”“저희 쪽도 일손은 충분하지만 구 부인께서 직접 진두에서 제압해주셨으면 합니다.”“이렇게 해야만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작은 건물! 구신애!지금 이 선녀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녀가 바로 심가성을 겁먹게 한 작은 건물 구신애이다! 킬러 랭킹 상위 3위 킬러!심씨 가문을 멸망시키려던 이 여자 킬러가 심씨 가문 장원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심재욱과 마치 협력관계에 있는 것 같았다. 장준성의 말을 듣고 구신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빛깔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한 줄기 한기가 퍼져 나와 그 자리를 얼음창고로 만들었다. 구신애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와 심재욱의 협력은 심가성의 머리를 얻기 위한 거지 다른 것 때문이 아니야.”“내가 그의 부하도 아닌데 왜 그를 위해 일해야 돼?”장준성은 손을 드리우고 말했다. “부인께서 모르시는 것이 있는데 이슬기는 심가성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인께는 심가성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저녁 9시, 대구 크루즈 선착장. 하현은 조남헌이 정성껏 준비한 초대장과 오백만 달러를 들고 호화스런 크루즈에 올라탔다. 조남헌이 야마구치 카즈코의 입에서 나온 얘기를 듣기로 이 곳은 대구에 있는 신당류의 돈 주머니였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나 귀하신 도박꾼들이었다. 물론 이런 크루즈는 기본적으로 대하의 법을 준수했다. 매일 저녁 9시 크루즈 선착장을 떠나 공해에 정박했다. 이렇게 매일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이 반복되었다. 돈과 여자는 밤 하늘 아래 공해에 떠 있는 크루즈의 영원한 테마이며 신당류가 돈을 버는 가장 큰 수단이기도 했다. 이 크루즈가 없었다면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인 신당류는 수입의 3분의 1이 줄었을 것이다. 이곳은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돈세탁도 할 수 있었다. 일부 권력자들은 이곳에서 돈을 세탁하고 더없이 깨끗해졌다. 물론 수수료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동시에 야마구치 카즈코는 또 다른 소식을 전했다. 그것은 바로 이 크루즈의 주인이 미야모토의 여동생 미야사야라는 것이다. 이 섬나라 여인은 비록 솜씨는 평범하지만 도박술에 능통해 신당류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를 잡아 간다면 신당류는 심지어 경제적 적자가 날 수도 있었다.크루즈가 공해에 정박하자 크루즈 로비에서 본격적으로 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로비 안에는 섬나라 풍의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고 환한 불빛 아래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세자 도련님들과 이름난 규수집 따님들, 길바닥 보스들이 이곳에 모여있었는지 모른다. 다들 대범하고 호방하게 거액의 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짧은 유카타를 입고 뽀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는 한 여자가 하현이 거액의 현금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공손하게 다가와 하현을 VIP 라운지로 데려갔다. “존경하는 선생님, 칩을 얼마나 많이 바꾸시려고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하
하현의 이런 모습은 그의 곁에 있던 섬나라 여자들로 하여금 그가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했다. 그러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우선 2억짜리 큰 걸로 사보세요.”“운이 좋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예요.” 2억짜리는 여기에 있는 누구에게도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이 여자가 이렇게 하현을 부추기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연극을 지켜보듯 하현을 쳐다보았지만 하현은 사양하지 않고 2억짜리 칩을 꺼내 테이블에 던지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가씨의 말을 들어야지. 큰 걸로 할게.”다른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지금 아무도 베팅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쳐다보았다. 예쁜 딜러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확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후 그녀가 커버를 열자 안에서 주사위가 나타났다. “456, 15점, 큰 것!” 순간 2억의 칩이 하현 앞으로 밀려왔다. 하현은 칩을 들고 뽀뽀를 하고 엄청 멋들어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는 정말 내 재물신이네. 말해봐. 이번에 얼마를 걸든 당신 말을 들을 게!”섬나라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번에는 더 세게 해보세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10억을 걸게!”말을 마치고 그는 그 섬나라 여자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10억의 칩을 던졌다.딜러는 진지하게 하현을 한번 쳐다본 후 방긋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확정하겠습니다!”다른 쪽 손님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여전히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오늘 밤 이 자리에서 분명 자라 한마리가 잡힐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들 눈을 가늘게 뜨고 이 놈이 어느 나락까지 떨어지게 될지 모두들 보고 싶어했다. 게다가 주변에 구경꾼들도 많이 모여들었다. 일반적으로 이 곳에 온 사람들은 이렇게 돈을 부수지 않았다.
20억의 칩이 하현 앞에 밀려왔고 하현은 이미 현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현을 따라 베팅을 한 사람들은 모두 같이 고기를 먹었다. 이때 다들 하현 이 놈은 운이 정말 미친 듯이 좋다고 생각했다. 몇몇 돈을 잃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하현을 따라 베팅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예쁘장하게 화장을 한 많은 여자들은 지금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며 어느 집 재벌 2세일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손을 잡을 수 있다면 분명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 계속해! 아가씨, 이번에는 우리가 얼마를 걸지 말해봐.”하현은 하하 크게 웃으며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 섬나라 여인은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운이 이렇게 좋으시니 KO시켜 버려야겠어요. 전부 다 표범에 걸어 버려요.”“표범의 배당률은 24배에요.”“만약 선생님이 이기면 오늘밤 2400억을 가져갈 수 있어요.”말을 하면서 섬나라 여인은 한 줄기 요염한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저는……”“자! 그럼 당신 말대로 표범에 걸게!”하현은 이미 마치 돈에 눈이 먼 듯 두말 않고 칩을 모두 표범 위에 올려 놓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어수룩한 사람을 쳐다보듯 하현을 쳐다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놈은 자신이 운이 좀 있다고 다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표범에 베팅을 걸겠다고?백억을 걸겠다고!?주사위를 백 번 흔들어서 표범이 몇 번이나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확률적으로 볼 때 가능성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방금 이미 표범이 한번 나왔는데 또 표범에 베팅을 걸겠다니. 그는 자기가 도박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다들 하현의 마지막 운명을 이미 본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이렇게 크게 걸어 전장의 주목을 끌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백억의 도박이 도대체 어떻게 끝날지 보고 싶어했다.한편, 로비 2층에서는 기모노 차림의 세련된 여자가 나타나 눈을 가늘게 뜨
현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현이 그 백억을 표범에다 걸었으니 그 자신도 더없이 흥분이 되었다. 그는 두 손으로 매섭게 탁자를 두드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표범! 표범! 666!”그의 곁에 있던 섬나라 여자들도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이번엔 꼭 표범 666이 나올 거예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하현이 확실히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곁에 있던 이 섬나라 여자에게 완전히 속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기면 잘 받아야 30억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표범에 베팅을 걸겠다니?이것은 전설의 올인, 소위 자살행위다. 딜러도 가늘고 좁은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에야 애교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확정하겠습니다!”“열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의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테이블을 응시했다. 딜러는 자신 있게 천천히 커버를 열었다. 곧 첫 번째 주사위가 나타났다. “6!”딜러는 어리둥절했지만 얼굴의 미소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6!”두 번째 주사위가 떨어지자 딜러는 얼굴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장내를 둘러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흡이 가빠졌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마지막 주사위를 응시했다. “빨리 열어. 우물쭈물 대지 말고!”하현은 옆에서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딜러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커버를 열었다. 하지만 곧이어 그녀는 온몸이 굳어지더니 순간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666! 또 666이야. 표범!”“어떻게 이럴 수가!?”“이놈 설마 도박신 들린 거 아니야?”“연달아 두 번이나 표범이 나오다니. 정말 말도 안돼!”“이이이……”한 무리의 남자들은 흥분해서 횡설수설했다. 하현을 쳐다보는 이름난 규수집 따님들의 표정에는 애매모호한 빛이 가득했다. 백억으로 표범을 제압하면 현장 측에서 2400억을 배상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하현은 자라가 아닐 뿐만
“하현, 너 2백억 이상 걸 거지? 그렇지?”“이곳 규정에 따르면 우리 로비에서 걸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은 2백억 밖에 안돼. 2400억을 걸려면 우리랑 같이 VIP룸에서 놀아야 돼.”“거기서 네가 뭘 하며 놀든 주사위, 블랙잭, 화투, 마작 등 뭐든 다 있어……”딜러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미야모토가 2층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담담한 기색이었지만 눈동자에는 한 줄기 원망의 빛이 서려있었다. 하현은 테이블을 치며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근거로 나보고 장소를 바꾸라는 거야?”“이 테이블은 내 테이블이야!”“이 테이블만 있으면 나는 다 죽일 수 있어!”“네가 오자마자 다른 곳에 가서 놀자고 하다니, 설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VIP룸으로 유인해서 죽일 작정이야?”하현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의 눈동자가 깜빡였다. 판을 벌이는 사람은 두 가지를 가장 꺼려한다. 첫째는 속임수를 쓰는 것이고, 둘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일이 생기면 현장의 신용은 땅에 떨어지고 다시는 이곳에 놀러 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미야모토는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하현 이 놈은 입만 살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입만 열었다 하면 도박꾼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때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차갑게 말했다. “하현, 음식은 아무 거나 먹어도 되지만 말은 아무 말이나 해선 안돼!”“여기 계신 손님들도 다 알 듯이 우리 크루즈 배후 사장님은 섬나라 미야그룹가와 신당류를 포함해 신용 면에서는 결코 문제가 없어!”“너를 VIP룸으로 보낸 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예쁜 종업원들에게 너를 돌봐주게 하려고 그런 거야. 네가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이야!”“네가 원하지 않으면 우리도 강요하지는 않을게.” 하현은 뜻밖에도 이곳에서 미야모토를 만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돈에 눈이 먼 모습을 보였고 지금은 마치 계속 이기려고만 하는 것 같았다. “자, 네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