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호화로운 산장 안. 남원에 있는 대구 정가의 여러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정옥수는 손에 찻잔을 움켜쥐고 자료를 보며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한참 뒤에야 정옥수는 손에 있던 자료를 내려 놓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님,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요. 드디어 하현의 빽이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남원 1인자 양정국이 그의 진짜 빽이었어요!”“그는 지금 남원 관청의 고문이에요. 한 사람 밑에 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큰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위상과 권위가 아주 높아요!”이런 말들을 하면서 정옥수는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만약 대구였다면 대구 정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면 이 곳은 남원이다. 대구 정가는 비록 강한 용이지만, 강한 용은 토박이 뱀을 짓밟지는 않는다! 정무성은 자료를 받아 들고 잠시 들여다보다가 오른손을 내밀어 팔걸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비록 풍택재단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풍택재단의 도움으로 우리는 겨우 그의 신분을 알아냈어!”“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야!”“기왕 그에게 이런 빽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이전의 패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네.”“이 소식을 미국 최가에게 전하면 최가 넷째 영감님이 오시지 않겠어?”“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영감님이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하자!” “투자 유치회를 앞두고 잘 지켜 봐야겠어!”“네!”정옥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비록 하현이 강하고 배경이 단단하긴 했지만, 대구 정가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저력이 있었다. ……같은 시각. 남원 최가 조상님 댁. 최가 넷째 영감이 오시는 일로 남원 최가 식구들은 조상님 댁 하인의 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넓은 본채를 내주었다. 그리고 저택 전체는 안쪽에 3층, 바깥쪽에 3층으로 되어 있었고, 황궁의 내부처럼 되어 있었다. 비할 데 없이 삼엄하게 경비를 섰다. 임해는 와서 저택 가장 중심부에 다다른 후 공수하며 말했다. “아버지, 저는 이미 하
최가 넷째 영감 곁의 4대 병왕은 모두 그와 함께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죽다 살아났고, 몇 년 동안 줄곧 그의 곁을 지켜왔다. 임해에게 3명의 병왕을 데리고 가도록 허락한 것은 넷째 영감이 이 일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아버지, 왜 4대 병왕을 다 데려가지 못하게 하시는 거예요? 데려가면 더 좋을 텐데요.”넷째 영감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 휘하에 있는 4대 병왕들의 실력이 어떤지 여태까지는 말해주지 않았는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소개를 좀 해줘야겠다.”“두 번째 병왕 바국은 태국에서 온 전사야. 어려서부터 태국에서 무에타이 특수 훈련을 받았고, 무술의 대가로 전설의 팔이 여덟 개 달린 경지에 이르렀어.”“세 번째 병왕 공애는 섬나라에서 온 공수도의 고수야.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를 격파하는 공수도를 수련했어.”“네 번째 병왕 검우는 섬나라에서 검도를 수련했고 일찍이 섬나라 청년검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어.”“이 세 사람은 모두 진짜 인재들이야. 다들 살인 기술을 수련했고, 나와 종군한 후로 둘도 없는 전투력을 가지게 됐어.”“이 세 사람만 데리고 가도 거의 전장을 다 휩쓸 수 있을 거야!”“첫 번째 병왕 방고는 어떤 살인 기술도 수련하지 않았지만 유라시아 전쟁터의 죽은 사람들 더미에서 내가 주워온 아이야.”“몇 년 동안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고 마음 속에 어떤 다른 감정도 없었어. 얼음장 같이 차가운 살인 기계였어. 나조차 그를 다룰 수가 없었으니 너는 절대 그를 다룰 수 없을 거야.”“그러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를 절대 혼자 내버려 두지 마.” 최가 넷째 영감은 모처럼 대화할 흥이 나서 이 모든 비밀을 임해에게 알려주었다. 임해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는 예전에 최가 넷째 영감 밑에 4대 병왕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오늘에서야 이 4대 병왕들의 강점을 알게 되었다. 최가 넷째 영감이 담담하게 말했다. “보잘것없는 관청 고문
임해는 망설이다 잠시 후 몸을 굽히며 말했다. “역시 아버지는 빈틈없이 생각을 하셨네요. 저는 이 일이 가져올 엄중한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아버지, 안심하세요. 대장이 남원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 소자는 반드시 조심해서 행동하겠습니다.”넷째 영감이 담담하게 말했다. “명심해. 우리는 어쨌든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니 행동 할 때는 너무 높은 자세로 하지 말고 말을 아껴야 해.”임해는 허리를 굽히고 자리를 떠났다. 넷째 영감의 조심스러움에 대해 그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이분은 전장에서 오랫동안 싸웠던 큰 인물이었다. 그는 줄곧 조그마한 일에도 전력을 다했다. 임해가 떠난 뒤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첫 번째 병왕 방고!방고는 이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넷째 영감님, 제가 대장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의 곁에 있는 강남 4대 전신들은 각 사람이 다 고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한번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최가 넷째 영감이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일이 그 지경까지 되진 않았어! 게다가 강한 용은 토박이 뱀을 누르진 않아. 손을 대려면 장소를 옮겨야 해.”“대장의 구역에서 그 사람이 손을 뒤집으면 우리를 죽일 수도 있어. 알겠어?”분명 최가 넷째 영감은 대장에 대해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다. ……최가 조상님 댁 밖에서 최재천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해가 나온 뒤에야 그는 앞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임해 형, 이번에 넷째 영감님이 4대 병왕들 중에서 몇 분을 보냈어?”임해는 담담하게 말했다. “세 분!”곧 최재천은 세 분의 병왕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이때 그는 눈앞이 밝아졌고 눈동자 깊은곳에 감격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가 보기에는 이 세 사람 중 아무라도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넷째 영감이 3대 병왕을 보냈으니 이번에는 보나마나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 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천일그룹의 하 세자라
최재천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 남원 일류 가문 안씨 집안이 천일그룹과 하현이랑 한패가 됐다고 하던데!”“그 얼음같이 차가운 안수정 아가씨는 하현과 사연이 있는 거 같고.”“우리 먼저 호랑이를 건드려 보는 건 어때? 안씨 집안에 한번 가볼까?”임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이번에는 비록 임해가 일을 처리하러 나왔지만 최재천이 옆에 있으니 그는 분명 자신의 위치를 알 것이다. 최재천은 최가 세자의 후보 중 한 명으로 훗날 세자가 될 것이다.임해는 솔직히 말해 최가의 하인이었다. 다만 신분이 좀 더 높은 하인일 뿐이었다. 그래서 최재천이 어지럽히지 않는 한 이런 사소한 일에는 임해는 분명 그의 뜻을 따를 것이다. ……안씨 집안. 지금 안씨 집안의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요즘 남원의 각종 변고 때문에 골동품 소리만 들리던 안씨 집안은 다른 다양한 장사들을 차츰 늘려갔다. 불과 몇 달 만에 얻은 수익이 지난 수십 년간의 이익보다 많았다. 현재 안씨 집안의 자산은 벌써 거의 20조에 육박했고, 세력은 이미 많이 팽창했다. 하지만 안흥섭은 안씨 집안이 이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의 가장 큰 이유가 줄을 잘 섰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주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일찍이 구가, 왕가, 나가, 소가와 같은 일류가문들처럼 역사의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이때 안흥섭은 상석에 앉아 장부를 뒤적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수정아, 너 최근에 하현 만나러 간 적 있었어? 너희 둘 좋은 친구 아니야?”안수정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비로소 고개를 약간 가로 저었다.그녀는 하현을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하현을 찾아갔을 때 하현이 은아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몇 차례나 보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수정 같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안흥섭이 어찌 이 귀한 손녀 딸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는가? 이때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세상 사
이 밖에도 두 사람 뒤에는 각기 다른 포스를 가진 세 명의 강력한 존재들이 있었다. 바국은 팬티만 입고 몸에 거의 붕대를 감고 있었고 극도로 냉담한 기색이었다. 도포를 입은 공애는 손에 쇠구슬을 몇 개 쥐고 이따금씩 빙글빙글 돌리며 웃음을 지었다. 맨 마지막 검우는 오른손으로 허리춤의 칼자루를 계속 누르고 있었는데 이 칼자루를 언제 칼집에서 꺼낼지 알 수 없었다. 이 세 사람은 눈빛만 보더라도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카리스마는 안씨 집안의 많은 사람들을 숨막히게 했다. 이때 남원 최가의 누군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흥섭, 내가 너에게 성대하게 소개를 좀 할게.”“이 분은 미국 최가의 세자 후보인 최재천 도련님이셔!”“이 분은 최가 넷째 영감님의 수양아들, 임해 선생님이시고!”“뭐요!?”두 사람의 신분을 듣고 차분하고 느긋했던 안흥섭은 이때 온몸을 살짝 떨며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두 사람은 별거 아니었지만 그들 뒤에 있는 최가 넷째 영감님이 너무 무서웠다! 그 분은 미국 병부의 유일한 대하 소장이며 코브라 부대의 병왕의 왕이었다! 듣기로 그는 유라시아 전투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인 셈이었다. 그 분은 십여 년 동안 갇혀 도를 닦았는데 오늘 그의 후계자가 세상에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안흥섭은 황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넷째 영감님이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영감님께서 남원에 오셨나요?”최재천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일그룹의 하 세자와 하 고문 덕분에 우리 넷째 영감님께서 얼마 전에 나오셨습니다! 영감님은 지금 남원 최가 조상님 댁에서 도를 닦고 계십니다!”“뭐요!? 최가 넷째 영감님이 벌써 남원에 오셨다고요!?”안흥섭은 이때 벌벌 떨었다. 넷째 영감님이 직접 오시다니 앞으로 남원은 하늘이 바뀔 것이다!“참, 우리 아버지께서 두 가지를 당부하셨어요!”“첫째는 천일그룹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둘째는 하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이번에
안수석의 말에 안흥섭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그는 막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이 젊은이들이 미국 최가 넷째 영감이 무엇을 대표하는 지 어찌 알겠는가?“왜? 수긍 안 해? 믿던지 말던지 경비원에게 한 대 때리라고 한다!” 안수석은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퍽______”이때 바국이 앞으로 나서며 짜증 섞인 얼굴로 뺨을 때렸다. “윽______”안수석의 머리는 기괴한 모양으로 360도 꼬였다. 그의 몸은 바로 ‘털썩’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눈, 귀, 코,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 죽었다!안수석은 바국이라는 이 두 번째 병왕에게 뺨을 한 대 얹어 맞고 머리가 꺾여 바로 죽었다! 장내는 온통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안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감히 안씨 집안에 와서 누군가 행패를 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대체 당신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너희들 죽고 싶어!” 안수석의 아버지 안유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동시에 그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려고 했다. “쓱______”공애가 하늘 높이 손뼉을 치고는 다섯 손가락으로 힘껏 움켜쥐었다. 두 개의 강력한 기류가 앞뒤로 밀어내는 것처럼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일었다. “푸흡______”안유민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 올랐고 잠시 후 내장의 파편들로 가득 찬 피를 내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숨을 거뒀다. 섬나라 공수도!이때 안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진압되었다. 방금 까지 조금 날뛰던 안씨 집안의 많은 사람들이 이때 하나같이 떨고 있었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최재천을 따라다니던 남원 최가의 많은 사람들을 비롯해 정옥수 같은 사람들도 최재천과 임해 두 사람의 스타일에 너무 놀랐다. 이 두 사람은 사람들과 경우를 따질 뜻이 전혀 없었고 세력으로 사람들을 제압했다! 이것이 바로 최가 넷째 영감의 스타일이다! 미국 최가의 진정한 스타일이다.
이 말을 듣고 안씨 집안 식구들은 모두 벌벌 떨었다. 안흥섭의 안색은 더욱 안 좋아졌다. 최재천이 어디 시중들기를 원했겠는가? 그는 안수정을 먹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그의 스타일로 볼 때 안수정이 기꺼이 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비슷한 수법은 많았다. 예를 들어 그녀가 자원하지 않는 다면 안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안흥섭은 심호흡을 하고 재빨리 말했다. “최씨, 우리 손녀 딸은 무슨 감정도 없고 철도 안 들었어요. 내 생각엔 손녀 딸이 남아서 차 시중을 드는 건 적당하지가 않은 거 같아요.”“아니면 지금 무슨 스타모델이나 그런 사람을 안배해 드릴게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시든 다 준비해 드릴 수 있어요. 어떠세요?”안씨 집안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요. 맞아요. 최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어떤 여자라도 찾아드릴 수 있어요!”최재천은 안흥섭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망가진 여자들은 난 관심 없어.”“난 딱 이 여자만 원해!”“안돼요. 아가씨는 절대 안됩니다. 최 도련님, 다른 사람과 바꿔주세요!”안씨 집안 사람들은 비록 벌벌 떨면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안수정은 안씨 집안에서 명성이 높았고 안씨 집안에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이 사람들은 여전히 안수정을 보호하려고 했다. “퍽!”최재천 뒤에 있던 임해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연 사람의 뺨을 후려쳤다. “권하는 술은 안 먹고 벌주를 마시겠다는 거지! 도련님이 이 여자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건 너희 안씨 집안에게 기회를 주시려고 하는 거야! 너희들 예의를 모르면 안 되지!”안씨 집안 식구들은 모두 벌벌 떨었다. 곧 이어 안흥섭이 손을 흔들자 옆에 있던 경비원이 달려왔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경비원들은 꼭 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수정은 평소에 그들에게 잘 대해줬다. 그들은 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챙______”잠자코 있던 검우가 한발 앞으로 나
안씨 집안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화가 치밀어 말문이 막혔고 굴욕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런 광경을 눈앞에 두고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반항을 해?반항을 했다간 결국 죽는 길밖에는 없다. 안씨 집안은 골동품만 가지고 놀던 가문이라 만약 비즈니스 계에서 상대방의 기세가 강해도 그들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미국 최가의 이런 막강한 세력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결국 안씨 집안 식구들은 쓸려 나갔고 하나같이 대문 밖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안흥섭은 눈물을 글썽이다가 잠시 후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빨리, 만약 그 나쁜 놈에게 짓밟히지 않았다면 이 기회를 틈타 빨리 하현을 찾아야 해. 그 사람만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어!”안씨 집안의 유일한 소망은 오직 하현뿐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하현만이 미국 최가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안흥섭은 하현이 최가 셋째 영감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때 정옥수가 밖으로 나왔다. “하현을 찾아서 도움을 청하려고? 좋아. 상관없어. 이번에 최재천 도련님 임해 선생님이 그를 처리할 거야. 사람을 찾으려면 빨리 찾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기회가 없어!”“하지만 여기서 나가려면 너희들은 걸어나갈 수 없어. 기어 나가야 해!”말을 하는 동안 정옥수가 손뼉을 치자 대구 정가의 호위병들이 걸어 나왔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로 안흥섭과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대구 정가! 안흥섭은 이를 악물고 결국 ‘털썩’ 무릎을 꿇고 굴욕감을 느끼며 천천히 기어 나갔다.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미국 최가와 대구 정가에 저항하려고 해도 안씨 집안은 아직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들이 저항했다간 결국 가문이 멸절하게 될 것이다! 안흥섭 일행이 기어서 떠나자 정옥수는 한 줄기 기괴한 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최재천은 안수정에게 손을 댔다는 것에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이것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